부동산 틈새 투자
김태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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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는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택보급률은 지난 2015년 기준 이미 100%를 넘어 정상적인 구조라면 가구당 1채의 주택 소유가 가능한 상태다. 물론 가구가 주택 1채만 소유하는 것으로 법적 제한이 있다면 1가구 1주택은 충족됐다는 지표상 수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이란 게 특정국가 또는 특정지역에 있어서 주택이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들의 수에 비하여 얼마나 부족한지 또는 여유가 있는지를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양적지표이기 때문에 집을 한 가구가 2채 이상 소유할 경우 100%란 수치는 말 그대로 '수치상 문제'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개인이 집을 2채, 3채 가져도 세금 문제만 해결한다면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반적으로 주택보급률은 일반가구수에 대한 주택수의 백분율로 산정한다. 여기서 주택수는 인구주택총조사결과를 기준으로 빈집을 포함하여 산정한 수이고, 일반가구수는 가족을 구성하여 거주하는 혈연가구수로서 1인가구를 포함한 가구수이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다주택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제 1가구 1주택은 유명무실한 숫자일 뿐이라는 점이다.

 


 

주택보급률은 주택의 절대부족문제가 심각하였던 한국에서 주택보급 확대라는 주택정책목표의 달성도를 나타내는 주요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보급률 지표는 주택의 배분상태(자가보유율)나 거주상태(주거수준)를 보여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주택보급률은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매년 공표하고 있다. 다만, 인구주택총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연도의 주택보급률의 경우 추정치에 해당한다는 맹점을 가정한다면 대한민국의 1가구 1주택은 아직 먼 수치가 아닌가싶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인구밀도가 세계 최상위권으로 높다. 영토를 확장하지 않는 한 실제 주택보급률은 100%를 채우기 힘든 구조다.

그러면 왜 대한민국 정부는 주택정책을 모든 정권이 실패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주장이 나오는 바람에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때 그때 세운 주택 보급 정책에 따른 설명에 기댈 뿐이다. 주택 정책은 지금까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주택 정책을 재대로 실행해서 '집 없는 사람들의 기본권' 확보 차원에서 완전한 주택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실행해 왔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성공적인 주택 정책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국민의 원성은 전국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 책도 사실은 주택 정책에는 반하는 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현실적 욕망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없는 사람들도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뛰는 집값보다 많이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합법적인 투자 욕구마저 제한할 수는 없은 일이다. “이제 부동산은 끝난 거 아니에요?” 현재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은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는 이 말과 함께 성장해왔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집값이 폭락했을 때도 사람들은 부동산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후 부동산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5년에도, 다시 부동산이 최저점으로 내려온 2014년에도 ‘부동산은 끝났다’는 뉴스가 어김없이 나왔다. 집값이 폭등하면 폭등해서, 폭락하면 폭락해서 더 이상 부동산 투자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를 해온 사람들은 모두 손해를 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주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해온 사람들은 자산을 불려서 부자가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부동산 정책이 아무리 강경해도 수요자가 늘 있기 때문에 '틈새'가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합법적이고 적절한 부통산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부통산 틈새 시장을 겨냥해 돈을 벌려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들의 차이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투자의 고수들은 시장이 얼어붙고 경공매 시장이 한산할 때, 즉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때 투자를 늘리고,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쏠릴 때 매도하는 전략으로 돈을 번다. 이것은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독자는 부동산 투자도, 심지어는 증권 투자도 해본 적이 없지만 증권 투자의 기본 지식은 알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은 오를 때 사고 떨어질 때 팔지만, 부자들은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판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리라는 짐작은 얼마든지 추정 가능하다. '시장 원리'니까.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분양가가 1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상황에서 투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평범한 서민들이 10억 원에 가까운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정부와 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며 부동산을 외면한다. 하지만 부동산 고수, 부자들은 정책을 탓하기보다는 정책을 파고들어서 분석한다. 꽁꽁 얼어붙은 강바닥에도 틈새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각을 경청하며 부동산 지식을 늘리는 것도 앞으로의 삶을 위해 괜찮을 듯싶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주식투자에서 개미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목표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전문 주식투자자들을 따라 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투자금도 없을 뿐더러 자칫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인생 전체가 흔들릴 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1억 원을 투자해서 10억 원을 버는 방법을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 정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랜 노하우와 실력뿐 아니라 남다른 운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단번에 몇 억을 벌어들이는 투자법을 찾는다. 젊은 사람들이 영끌을 해서 아파트에 투자하는 이유다. 5억을 투자해서 10억을 벌어들이려고 하는 것 또한 돈 먹고 돈 먹기나 다름없는 투기 심리다.

평범한 사람들은 적은 투자로 조금씩 크게 불려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처음에 500만 원으로 시작해서 10년 만에 30억 원으로 자산을 불리고 현재는 100억 대의 자산가가 된 저자는 1천만 원 이하로 알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부터 크게 투자하기보다는 소액의 종잣돈을 모을 때마다 조금씩 부동산 투자를 하면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기를 뿐 아니라 나만의 투자 노하우가 쌓이고, 자신의 자산도 어느새 불어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틈새 투자'를 겨냥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남들도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한마디로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은 경쟁률도 낮고 값이 싸다. 그중에는 얼마든지 보석으로 세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싸게 매입하고 가치를 올려서 되파는 것이다. 작은 눈뭉치를 굴리면 큰 눈덩이가 되듯이 적은 돈도 계속 투자해서 굴리다 보면 꿈꾸던 금액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동산 투자로 월급 이상의 수익을 매월 올리는 직장인, 소액으로 오피스텔에 투자해 월세 수익을 얻는 20대, 500만 원을 투자해서 5배 수익을 올린 30대, 농사짓는 땅으로 매월 400만원씩 연금을 받는 부부도 있다.

‘모든 토지는 가치가 있다’ ‘토지는 스스로 돈을 번다’는 원칙으로 투자해온 저자의 주장에 100% 신뢰가 가지는 않지만 투자 신념에는 관심이 커진다. 아무리 재테크에 문외한인 독자 역시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듣고 보고 읽어 아는 지식은 있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가 두렵기 때문이다. '투기'가 아닌 '투자'로 돈을 번다는 것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투기는 돈 버는 방법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지식과 노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니 어쩌면 산업 경제를 일으켜 세울 때보다 더 열심히 투자에 매진하리라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독자들의 생각을 제대로 짚어내 미래에 가치가 오를 만한 부동산을 보는 노하우를 이 책에서 알려준다. 제 1조건은 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무조건 사지 말고 이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상가, 토지, 자투리 땅이지만 주변을 탐색하고 흐름을 파악하고 정책을 파고들면 얼마든지 가치 있는 부동산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관심이 커진다.

 


 

부동산에서 도로는 우리 몸의 혈관과도 같다. 혈관의 피가 잘 돌아야 우리의 생명이 이어지듯 도로는 토지를 살리는 생명의 통로와 같다. 도로가 크고 넓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 도로가 잘 나 있으면 교통이 좋다는 뜻이고, 그런 곳에는 사람들이 모인다.(p.243)

 

저자 : 김태연

 

전 재산 500만 원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실전 경험을 쌓으며 부를 축적해왔다. 모두가 ‘이제 부동산은 끝이다’라고 말할 때 오히려 틈새시장을 찾아 수익을 올렸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토지로 눈을 돌려 ‘모든 토지는 가치가 있다’, ‘토지는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을 실감하며 토지 투자 전문가로 거듭났다. 40대에 10년 후 30억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한 결과 그 이상의 목표 달성을 했으며 현재 100억 원이 넘는 자산을 일궜다.

행정학 석사와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동국대학교, 부동산 투자 컨설팅 등을 대상으로 법학과 부동산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부동산추월차선연구소를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무 위주의 강의를 하고 있으며 단기투자보다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개개인의 맞춤형 투자를 권한다. 그 외에 부동산 컨설팅 및 교육 사업, NPL 회사, 식음료 법인, 부동산개발 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농업법인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추월차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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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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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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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선생의 서문은 삶의 마지막까지 우리 삶의 이정표를 세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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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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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6일, 시대의 지성이자 큰 스승이었던 이어령 선생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보다 먼저 ‘하늘의 신부’가 된 딸 이민아 목사의 10주기를 앞두고 선생은 사랑하는 딸과 하나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소진되어가는 생의 끝에서 오래도록 이 시들을 모아 정리하고 표지와 구성 등 엮음새를 살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기 며칠 전, 어렴풋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서문을 불러주며 이 시집을 완성했다고 한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후 펴낸 이어령의 두 번째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전체 4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1부 ‘까마귀의 노래’는 신에게로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를, 2부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을, 3부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을, 4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딸을 잃은 후의 고통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헌팅턴비치는 딸 이민아 목사가 생전 지내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다. 일찍이 떠나 닿을 수 없게 된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이어령’의 마음은 정제된 시어를 통해 투명한 슬픔으로 빛난다. 부록은 선생이 평소 탐미했던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에 헌정하는 시들을 모았다.

 


 

불 켜진 창문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들을 마주 보렵니다 / 눈이 있는 모든 생물과 만날 때에도 그렇게 하렵니다 // (중략) 누군가 제 눈을 보고 두드리면 저도 그에게 / 제 방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 그의 키가 제 지붕만큼 높아질 때까지 / 우리는 우리의 방들을 모아 큰 집을 지을 것입니다.

- 「나의 몸 나의 방」 부분

 

이어령 선생은 날카롭고 단호한 시선으로 세계를 꿰뚫어보는 명철의 소유자였지만,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믿”고 자신의 세상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인이기도 했다. 사랑과 공생의 힘, 인간의 선한 마음에 대한 신뢰, 미래에 대한 확신과 행동, 삶과 죽음의 형태로 순환하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 “보듬어 안을 작은 생명들을” 돌보기 위한 비상을 꿈꾸며 “활이 아니라 하프가 되거라” 평화를 강조하던 선생의 나직한 음성이 여전히 귓전에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가난의 추위”, “혼자 있는 추위”, “전쟁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좀 더 따뜻한 게” 필요하다.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 같은 자애로운 보살핌, “땅속에 묻힌 파충류의 꿈”처럼 지긋이 품은 내일에 대한 기대, “허들링으로 벽을 만들어 눈보라를 막는 펭귄들의 사랑”에서 느껴지는 배려의 온기 같은 것. 이 ‘따뜻한 것’들이 “천년의 추위에도 떨지 않는 사람들의 생, 사랑의 양식”이 되어 공생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일지도.

 


 

눈을 뜨면 그 많던 밤은 가고 / 부활의 아침이 온다 // 오직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 떠오르는 태양을 보거라 / 너의 아침은 나의 아침 / 아침은 하나.

-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부분

 

‘메멘토 모리’, 선생의 좌우명과도 같았던 말. 이어령은 치열한 삶의 궤적을 지나오며 잠시도 죽음을 잊지 않았다. 죽음은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 영원히 닫혀버리는 결말 같은 것이 아니라고. 선생은 “죽음이 허무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딸 이민아 목사의 인생을 보고 배웠다고 말한다. “까맣던 밤이 가고” 오늘도 내일도 아침은 온다. 흐려지지 않는 빛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목숨의 부활”은 “다시 암흑을 치는 번갯불처럼” 눈부시게 찾아온다. “한 호흡의 입김”조차 나누지 못하고 “내 살 내 뼈를 나눠준” 사랑하는 딸을 잃어야 했던 뼈 시린 아픔. 이들은 이제 “혼자 긴 겨울밤을 그리도 아파”하지 않고, 더는 “네가 없는 시간 속으로” “혼자” 걸어가지 않는다.

 


 

죽은 자와 산 자와 태어날 모든 아이들을 위해

생명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눈물을 흘릴 기도의 시간을 갖게 하소서.

-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 중에서

 

 

길을 가던 여인이 물어보았지요

얼마나 추우니

 

신문 배달을 하던 아이는 대답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추웠는데

‘얼마나 추우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는 춥지 않아요

- 「말 한마디로」 중에서]

 


 

눈부신 햇살이 이부자리를 개는데

네가 누운 자리에도 아침이 왔다

먹지 못해 머리맡에 둔

사과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도

향기로운 너의 시간

- 「오늘도 아침이 왔다」 중에서

 

목도리를 두른 겨울 기억들은 따뜻하고

등에 업힌 너는 체중이 없다

 

바람개비는 바람의 상자

조개껍질은 바다의 상자

너는 내 기억의 상자.

- 「기억 상자」 중에서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 시의 제목이 표제어가 됐다. 딸을 잃은 후 비통한 심정과 이젠 선생 자신이 딸이 간 길로 걸어가려 한다는 마당에서 딸에 대한 저린 심정이 잘 드러나 있고, 어쩌면 천국에 있을 딸의 모습을 그리며 딸과의 재회를 염원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는 헌팅턴 비치라는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한 딸이 살던 곳을 간다한들 딸이 있을 리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그리운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헌팅턴 비치의 흔적과 지금 모습이라도 간직하고 있어야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중에서

 


 

저자 : 이어령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일보 상임 고문 및 (재)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하였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등이 있고,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시리즈 등이 있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했다. 그는 컴퓨터들을 이용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한다.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뇌의 확장된 영역이 되고,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을 몸소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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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엄기용 지음 / 아임스토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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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엄마의 탯줄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부터 고독한 존재가 된다. 스스로 사고할 능력과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 후부터 우리는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고독을 느끼는 순간엔 스스로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럴 때 비로소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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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엄기용 지음 / 아임스토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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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기억은 대부분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특별한 상처가 남아 있는 이들을 빼놓고는 말이다. 독자도 어렸을 적 기억은 늘 행복하다. 잘 살지도 않았고, 형제가 많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모두 계셨고, 학교 생활도 충실하게 한 편이라 지금 생각하면 행복감이 가장 높았던 것 같다. 물론 힘들고 어려웠던 생각도 기억의 편린도 남아 있긴 하지만 어렸을 적 기억 전체를 흐릴 만큼은 아니었던 듯하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능할 만큼. 그러나 기억의 한편에는 참 부족한 게 많았던 듯하다. 그때는 모두 다 어렵고 가난했기에 그렇다. 일부 소문난 부잣집을 제외하곤 '결핍의 시대'라고 생각될 만큼 가진 게 없는 시절이었다. 지금 중년의 나이의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가난의 기억을 갖고 있을 터, 밥만 굶지 않으면 그럭저럭 사는 집에 들었을 때이니까. 그러나 가난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을 적 기억은 왜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을까. 정이 많고, 가난의 유대감이 행복감으로 변화되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정'과 '함께'라는 두 가지 이유가 모두 합쳐져 그런 것으로 풀이한다.

 


 

이 책 『집으로 가는 길』은 가난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눈물겨운 고백이 담긴 포토에세이집이다. 원망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유년의 집은 저자 엄기용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외로운 공간이다. 책을 낸 후 개운하기는커녕 "가슴 밑에서 밀려오는 것돌로 종이에 베인 살처럼 마음 한 켠이 아린다"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어렸을 적은 다르다. 개인의 환경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지만 공감의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이 흐르는 마음의 한가운데 '가난'이라는 공감 형성의 단초가 되는 키워드가 있기 때문이리라.

세월이 흘러 집을 떠나 세상을 여행한 저자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신사, 비맞는 말, 호수 위의 나무 등 작가의 내면을 투영한 다양한 피사체와 교감하며 ‘존재’의 순간을 기록했다. 저자는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가 ‘그리움’이 되어버린 시간들을 조우한다. 본문에 수록된 29편의 사진을 통해 ‘존재’와 ‘그리움’을 바탕으로 하는 작가의 시선과 사진철학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포토 에세이로서 29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숨을 쉬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들의 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온기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 진솔하게 쓴 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이리라. 1부와 2부의 추억의 장소들은 이어져 만났고, 결국엔 저자는 길을 돌아 다시 왔음을 느끼고 있다. 집을 떠나온 그 길은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길은 제 3부 '집으로 가는 길'로 옮겨 소회를 밝혔고,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이 책은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기억나는 '나'에 대한 소감을 사진과 함께 표현했다. 일부러 흑백으로 처리한 것은 과거 기억, 특히 어려웠던 기억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에 좋고, 한편으론 저자의 흑백 사진 선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1부에서 저자는 고향에서의 유년시절에 대한 내용을 '유년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불러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 시간으로 계산하면 고향에서 보낸 유년시절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기억의 잔상은 깊고, 그래서인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흑백 사진처럼.

 


 

2부에서는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느낀 생각을 '집을 떠나다'라는 제목으로 담아냈다. 여행지에서 본 그들을 모두 저자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옷을 입지 않고 사람은 살 수가 없다.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은 씨실과 날실의 연속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인생이라는 베틀에서 살아온 시간으로 씨실을 묶고, 삶을 지탱시켜 준 공간을 날실로 엮어서 지금 여기에 '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

저자의 유년이 독자의 유년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공감이 된다. '가난'이라는 키워드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이렇게 인간의 마음을 한데 묶는 힘이 있는가? 그 점이 독자로서는 의문스럽다. 독자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가난이 묶은 게 아니라 그 속에 흐르는 유대감과 정"이 공감을 갖게 했다고 믿는다. 상황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지만 인간은 마음으로 유대하고 정을 나누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의 기억들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이되는 순간 공감이 가고 저자의 아리고 애잔한 마음과 일치된다. 어릴 적 친구들과 '딱지치기' 놀이를 함께할 때 딱지를 만든 종이의 재질, 용도를 말하는 저자의 마음은 독자의 마음과 똑같다. 어릴 때 마음은 순수하니만큼 생각도 '순수'만 함께한다면 공감대 역시 형성된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 제주 어딘가를 돌아다닐 때 비가 몹시 내린다. 차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와 바닥에 고인 빗물을 가르는 바퀴의 거친 물소리가 합쳐져 유년의 기억 단상을 헤집어 놓기 시작한다. 저자는 과거의 회상 속으로 소용돌이처럼 빨려들어간다.

"비는 내리는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느낌과 소리가 다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비올 때 나의 상태와 기분에 따라서 비가 전해 주는 분위기와 그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다. (중략) 날씨 좋은 날 태양빛은 사물에 광채를 내지만, 비가 내리는 날 구름속에 숨어 있는 빛은 사물의 속살을 비추어 그들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주는 듯하다. (중략) 내가 흑백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죽음과 탄생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고 존재하는 이 순간도 곧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은 죽음과 탄생이 교차하는 공간이 카메라 프레임 안이라면 사라짐과 나타냄의 맞물림 속에 지금 나는 존재하고 있다."(p.120~121) 저자는 살아 있는 한 여행을 할 것이고, 그것은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고, 죽음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저자의 카메라 안에는 자신의 삶의 기록이 있고, 그 기록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소 영적인 저자의 이 생각은 독자에게도 오롯이 전이되면서 공감을 형성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저자 : 엄기용

 

-사진작가, (주)혜미항공해운 대표이사

-개인전

ㆍ 은밀한 시선SIGHTS IN SECRET(2017)

-단체전

ㆍ 뻔뻔한 사진전(2013)

ㆍ 뻔FUN한 사진전(2014)

ㆍ INSIDE 4 GATES(2015)

ㆍ 우리 한번은... (2016)

ㆍ 시간여행자(TIME TRAVELER)(2018)

ㆍ 을지단상(2019)

ㆍ 을지단상(2020)

ㆍ 그날들(2021)

ㆍ 한번은(2022)

-저서

ㆍ 『은밀한 시선 SIGHTS IN SECRET』(2017)

ㆍ 『CEO의 인생서재』(공저, 2021)

ㆍ 『코로나 시대의 여행자들』(공저, 202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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