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죄책감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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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이다. 그런데 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의사들은 말할까. 감정이란 것이 갖기 싫다고 안 가질 수 있고, 좋은 감정만 선별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의사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죄책감에 빠지게 되면 쉽게 떨쳐낼 수 없기에 경계하란 듯하다. 한 번 죄책감에 사로잡힌 마음은 이내 지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을까?” 잠 못 이루고 후회로 밤을 새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더욱이 심한 죄책감은 몸과 마음을 옥죄어 집중력이 떨어뜨리고 우울감을 불러오기도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죄책감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털어 넣은 술과 약은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이 책 『내 어깨 위의 죄책감』에서 독일 심리치료사 도리스 볼프는 죄책감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고통스러운 생각과 기분을 떨쳐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실수에 잘 대처하고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과도한 책임감을 벗어버리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말하자면 심리 치료를 위한 책이다.

 


 

사실 죄책감은 감정이긴 하지만 상식적 수준 이상의 과도한 책임감이나 후회가 동반되는 감정이어서 정도가 심해질 경우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주범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고 있는 이유이다. 독자는 후회, 공포, 불안 등으로 인한 죄책감을 자세히 몰라 우선 『정신분석용어사전』에서 명확한 뜻을 알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해 '죄책감'의 정체를 파악해야 했다. 죄책감의 정의도 모른 채 자신이 느낀 감정이 죄책감으로 오해해 이후 벌어질 오류를 덜기 위해서다.

사전에 따르면 죄책감은 외부와 내부로부터 오는 보복에 대한 공포, 후회, 회한 그리고 참회를 포함한 복합 정서다. 죄책감의 핵심에는 일종의 불안이 있는데, 이 불안에는“만약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결국 나도 다칠 거야”라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성적 및 공격적 행동 또는 소망에 대한 외부적이거나 내부적인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공포 외에도, 개인은 자신이 이미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고 그에 따른 벌을 받을 것이라는 우울한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는 자신이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고통을 받는 대가로 용서와 수용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따른다고 사전은 밝히고 있다.

 


 

죄책감이 갖고 있는 불안과 우울은 차츰 복잡한 일련의 내적 과정을 거쳐 양심이라는 초자아 기능으로 변형된다고 한다. 양심의 기능 중 하나는 개인의 소망과 행동을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기준에 따라 측정하는 것이다. 양심은 이외에도 자기 평가, 자기 비판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자기 처벌 기능을 포함한다. 이런 기능들은 후회와 자기 징벌을 통해서 속죄와 용서에 대한 희망을 갖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공격성을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격성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은 죄책감이 사용하는 방어의 일부이며, 동시에 자아가 죄책감을 다루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즉 반동 형성은 죄책감에 대한 방어들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공격성과는 반대되는 모습(과장된 친절, 자비, 수동성, 경쟁에 대한 거부 그리고 복종)을 보이거나 또는 역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상처를 주고 침해하는 형태를 띤다. 반동 형성의 또 다른 형태는 수동적 행동을 적극적 행동으로 바꾸는 것(자신이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에 다른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의도나 행동을 비난하는 것과, 타인을 제거되어야 하고 비난받아야 하는 공격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그것이다. 100%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슴푸레나마 죄책감의 정체를 파악한다.

 


 

저자에 따르면 죄책감의 느낌은 매우 많고 복잡한 표현 양상을 띤다. 저자가 파악해 설명한 내용만 여기에 옮겨본다. 죄책감이 몰고 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은 이렇게나 많다. 죄책감이 사라지면 어떻게 달라질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자.

 

1)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의식이 낮아진다.

2) 현재를 살아갈 힘이 없다.

3) 자꾸 희생양이 된다.

4) 조종당한다.

5) 우울증과 심신 장애를 앓는다.

6) 절대 안 그런 척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7) 조그만 비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8) 남에게 책임을 떠민다.

9) 남들을 혹독하게 비난한다.

10) 중독이 된다.

11) 잘못을 부인한다.

12) 앞으로는 될 수 있는 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13) 잘못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해버리므로 또다시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① “죄책감을 느껴도 싸지.” 죄책감을 정당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행동하는 인간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거야. 죄책감은 내가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증거지.” 심지어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평생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다. 장점 : 죄책감을 느끼니까 잘못은 했어도 자신이 선한 인간이라고 믿는다. 단점 : 기분이 좋지 않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의욕이 사라진다. 심한 경우 심신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② “죄책감이 드니까 난 나쁜 사람이야.” 자신을 낮춘다. “죄책감을 느끼니까 나쁜 인간인 게 분명해.” 자존감이 떨어져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고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남의 이목을 받는 것이 두렵고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타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사람을 피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며 혹시 또 잘못을 저지를까 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장점 : 남들이 동정을 해줄 수도 있다. 단점 :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증과 심신질환이 생긴다. 굴종적인 행동을 본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용할 수 있다. 저항하지 못하는 제물이 될 수 있다.

③ “난 안 그랬어. 그러니까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 자신의 죄를 부인한다. 자신의 행동을 변명한다. 상황 탓이었다고 둘러댄다. “난 안 그랬어. 상황이 안 그랬으면…… 나도 안 그랬을 거야.”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잘못을 고칠 기회를 놓친다. 죄책감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누가 잘못을 발각하여 지적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그러느라 행동을 고칠 여력이 없다.

 


 

④ “난 안 그랬어. 다른 이가 그랬어.” 상대의 공격에 역공을 가한다. “당신이 이랬으면 나도 저랬을 거야.” “그가 먼저 시작했어.” “부모님이 날 이렇게 키웠으니 하는 수 없지.” 남들을 공격하며 그들에게 죄를 떠민다.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짜증이 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갈등이 일어나거나 관계가 위태로울 수 있다. 잘못을 고칠 수 없다.

⑤ “죄책감을 못 참겠어.” 죄책감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일에 몰두하고 과식을 하고 진정제나 마약을 털어 먹는다.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죄책감의 원인을 손보지 못하고 잘못을 고치지 못한다. 마음은 물론이고 몸도 괴롭다.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고 직장이나 사람을 잃을 수 있다.

⑥ “다 내 잘못이야.” 농담처럼 이렇게 둘러댄다. “다 내 잘못이야. 또 나야. 그저 내가 죄인이지.”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피해자인양 행세한다. 장점 : 과도하게 죄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를 농담거리로 삼는다. 단점 :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불가능하다.

⑦ “다른 사람들도 잘못했는데 뭐.” 자신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사람들도 나보다 나을 게 없어.” 그렇게 자기 잘못의 정도를 줄이려 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⑧ “다른 사람들이 더 나빠.” 다른 이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증거를 찾는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가치관에 전혀 맞지 않을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⑨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죄를 줄이거나 미화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의 정도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고칠 수도 없다.

⑩ “그런 일 없었어. 그러니까 난 아무 잘못도 없어.” 자신의 행동을 다 부인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의 정도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고칠 수도 없다.

 

당신도 이미 짐작했듯 위에서 나열한 전략들은 우리 삶에 모두가 전혀, 혹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절하고 유익한 전략은 사실을 직시한다. 다시 말해 우리 행동의 영향을 부인하지도,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되 자신도 어쩔 수 없었던 일까지 굳이 책임지려 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과장된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다. 방금 위에서 나열한 전략들 중엔 당신도 이미 써먹은 적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을 써봤다가 안 되어서 저 방법을 써보기도 했을 것이며, 집에서는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지만 직장에 가면 무조건 다 당신의 잘못이라고 고개 숙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전략들의 공통점은 죄책감을 일으키는 마음가짐을 점검하지 않고 그것을 수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자신의 결론이 상황에 적절한지 과장은 아닌지 점검하지 않는다. 그저 잘못을 딴 사람 탓으로 돌리거나 우리의 인간 전체를 단죄한다. 자신의 행동과 인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어 2부 구체적인 전략이 제시되고, 3부 '내가 만난 많은 환자들의 인생사'를 들려준다.

 


 

저자 : 도리스 볼프(DORIS WOLF)

 

130개가 넘는 라디오방송국과 60여 개의 TV 방송국 자문을 역임했고, 30년 넘게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며, 강연과 저술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독일의 대표 심리학자다. 대학에서 대화치료, 인지정서 행동치료를 공부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치료를 공부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1988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심리치료에서의 도서요법〉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남편이자 동료인 롤프 메르클레와 함께 만하임에서 심리치료실을 운영 중이다. 많은 환자를 접하는 동안,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책을 쓰게 되었고, 매일같이 심리치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한 조언과 전략을 책에 담아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지·행동치료를 바탕으로 다수의 심리학 도서를 출간했으며, 그중에서 남편인 롤프 메르클레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쓴 심리치유서 《감정사용설명서》는 1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120만 명이 넘는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그녀의 저술은 의사·병원·상담소와 심리치료사들의 추천으로 많은 사람의 임상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저서로는 《심장이 소금 뿌린 것처럼 아플 때》가 있다.

 

역자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내 안의 차별주의자》, 《불안할 때, 심리학 》,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오노 요코》,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변신》, 《사물의 심리학》, 《나무 수업》,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등 많은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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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2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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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순식간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2권이라고 하지만, 대화 형식과 과거 회상 등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몰입해 읽을 수 있고 자칫 얽히며 잊기 쉬운 지목한 범인을 헷갈릴 우려가 있어서일 것이다. 모든 사건의 범인이 단 한 사람을 가리키는 상황 속에서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시보의 특별한 능력은 할아버지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1부 에필로그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만 말이다. 시보와 소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범인인지 자꾸 헷갈린다. 사실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증거를 볼 때 명확히 범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앞뒤가 잘 들어맞는다. 아마 이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장소가 경찰서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민우직 팀장에 이어 시보 자신이 죽는 장면까지 보게 된 시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 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부른다. 진짜 범인을 추리해가는 것도, 배후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것도 추리소설만의 재미가 아닐까? 앞으로 2부와 3부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는지 기대된다.

 


 

“야! 농담하지 말고. 아이, 자식. 괜히 놀라…….”

“승철아, 내 사건 확인 못 했구나? 이진성, 내가 죽였다고. 지금 날 쫓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진성 씨 살인 용의자라서야.”

“정말? 나는 네가 부탁한 거 조사하느라…….”

“김 형사가 이진성 씨와 통화한 시점은 언제야?”

“1달 전쯤부터 시작됐어.”

“그래, 1달…….”

“야, 그럼 김범진 형사는 뭔가 알고 있는 거네.”

“그러게.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이 자식이 날 살인자로 만들었거나. 안 봐도 훤해.”

“그럼 채비로 계장도 연관된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동작에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으 니……. 가까운 게 뭐야?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지. 채비로, 김범진.”

“그 둘 뒤를 밟아 봐야겠네. 그러면 뭔가 나오지 않겠어? 어떻게, 내가 해 줘?”

“말이라도 고맙다. 너도 일 많잖아. 만약에 잘못되면 너한테도 똥물 튈지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 「제12화, 불청객의 횡포」 중에서

 


 

미래의 시체를 보는 주인공의 능력은 사건을 겪으면서 몇 가지 규칙을 깨닫는다. 독자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될 항목이다. 시체를 본 뒤 일주일 뒤에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환상을 통해 죽은 이의 눈에 비친 걸 떠올릴 수 있다는 점. 시보는 타인의 시신뿐만 아니라 본인의 시신도 봤다. 그런데 본인의 시체에는 규칙이 다르게 적용한다. 눈에 비치는 인물이 죽인 사림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려는 사람이라는 것. 시보는 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병원 검사에 머리에 자그마한 뇌가 또 있다고 의사는 말한다. 그리고 시보의 능력은 대물림 되는 것이다. 에필로그에 보면 시보의 조상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게 다 발현되는 건 아닌가 보다.

시보의 할아버지의 일화를 보면 시체를 본 게 틀림없으나 시보의 아버지는 시체를 보는 현상을 겪지 않는 듯하다. 나중에 능력의 원인도 나올까? 궁금증이 더해 간다. 독자들이 다소 궁금해할 몇 가지를 작가는 1부 2권 뒷 부분에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다. 에필로그에서는 조선 중종 2년 반정공신 예조판서 남기철 대감의 임금에게 왕의 시신을 보았다고 고한다. 예조판서가 긴급히 고할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임금 알현을 청해서 이유를 들어보니 중종의 어머니 탄신 축하연에 참석하지 말라고 간언한다. 이유는 왕의 시신을 보았기에 자신의 그러한 일이 처음이 아님을 알리고 간곡하게 청하자 임금이 망설이자 역모가 일어나 임금이 승하한다고 예측한 것. 결국 사전 호위를 더 잘하기로 하고 연회에 참석한다. 그러나 남기철이 예상한 역모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무사히 끝난다. 이에 불충한 마음으로 오히려 역모죄에 걸려 귀양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남기철이 죽고 난 후 사후에 역모 모의가 드러남으로써 뒤늦게 임금이 그를 복권시키고 후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후손이 남시보여서 집안의 유전적인 초능력임을 간접적으로 작가는 말한다. 왜 굳이 그 점을 밝혀야 했는지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더욱이 이 부분에서 중종이 대신 앞에서 자신을 '짐'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황제에게 임금에 봉한다는 허락을 받고 임금에 정식 취임하기 때문에 중국 황제가 쓰는 표현은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을 '짐'이라고 칭하면 황제에 불충이고 역모죄에 해당할 수도 있었다. '과인'이라고 해야 맞다. 아무튼 사족일지 모를 프롤로그의 해명은 크게 어필되지 않지만, 「작가의 말」에 나오는 '남시보'의 작명에 관한 말은 설득력이 있고 잘 어울린다. 이 사실은 소설의 흥미와 관련 없는 일이라 어쩌면 안 써도 될 것을 굳이 추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독자의 의견을 덧붙임을 밝혀둔다.

 

저자 : 공한K

 

시인을 꿈꾸며 살아왔다. 10년을 교육사업 마케터로 일하며 MBA 석사과정을 밟았다. 우연한 기회로 웹소설을 쓰게 돼, 《베리에이션(VARIATION)》을 시작으로 《과거에서 온 여자가 꼰대가 된 첫사랑을 만났을 때》, 《타임 리벌스 수사대(TIME REVERSE UNIT)》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상관없어, 상상하면 다 내 거니까!’를 신조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넘나들며, 섬세한 표현과 허를 찌르는 상상력을 가진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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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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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웹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시력 탓이다. 심하지는 않지만 난시가 약간 있다고 안과에서 판정받았다. 때문에 안경도 맞춰 사용한다. 난시는 숫자 읽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글자도 작은 것은 읽기 어렵다.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미세한 받침 차이도 구별이 안 돼 독서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윌북'과 '월북'이 구별이 안 돼 당황했던 적도 있다. 특히 웹소설을 읽다보면 불가피하게 휴대폰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특히 휴대폰으로 읽는 경우 독해력이 훨씬 떨어짐을 알고 아예 휴대폰을 통해 책을 읽지 않는 편이다.

이 책 『시체를 보는 사나이』도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됐다는 것을 책을 펼치고 나서야 알았다. 대단한 인기몰이를 한 작품이라고 한다. 웹소설의 주류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추리소설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엄청 인기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설정이 꽤 독특하다. 제목처럼 '시체를 본다'는 것에서 범죄소설, 추리소설의 냄새가 느껴진다. 시체도 현실 세계의 시체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시체라서 약간은 판타지 느낌도 있긴 하다.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시체는 일종의 환각(환시)라고 할 듯하지만 일상에서의 능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범죄를 혹은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초능력이랄까. 그가 겪을 험난한 사건들이 눈앞에 선하다. 한편으로는 대단한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이처럼 환상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들이 웹소설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책에 집중이 더 잘되는 듯하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하는 히어로물과는 다른 성격의 히어로가 등장한 것일까?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는 식으로 미리 그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려 있지만. 평범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에 불과한 주인공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나타난 히어로들이 그렇듯 남시보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줄 운명을 타고난 건가? 추리소설이니만큼 빼놓지 않고 촘촘히 읽어나간다.

더욱이 남시보의 할아버지도 시체 환각을 경험하였다고 하니 아마도 남씨 집안의 초능력을 특별한 주인공이 물려받은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모든 재능이 축복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저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겪어온 초능력의 소유자들은 대개 정의를 실현하는 사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지 않았던가. 아무튼 시체의 환각을 보기 시작한 뒤부터 남시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번에는 공무원 학원 옥상에서 어떤 여성이 뛰어내려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여성을 사전에 구해내게 되고, 그녀가 허무하게 살해된 아버지 사건 때문에 절망하여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름이 소담이라는 그 여성을 도와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남시보는 자신이 거리에서 목격한, 피 흘리며 죽어가던 파란 셔츠 사내의 죽음과 택시 기사였던 소담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격한 경찰관의 죽음이 묘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경찰서에서 쫓고 있는 주요 용의자가 바로 자신에게 잘해줬던 유일한 형사, 민우직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과 형사들 사이에선 묘한 분위기가 맴돌고, 민우직 형사가 범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이 구렁텅이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시보는 소담과 민형사의 도움을 얻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애쓰게 된다.

자신이 다니는 고시원에서 한 여학생이 떨어져 죽은 것을 목격한 시보. 그것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현상이란 것을 인지하고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옥상에 서성이다 가까스로 그녀의 죽음을 막지만 성추행범으로 오해한 경비원의 신고로 다시금 경찰서에 연행되기에 이른다. 경찰서에서 시보는 여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함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적용되어 있어 더욱 억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민 팀장은 시보의 말을 믿어주며 가까스로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책은 읽기 편하다. 1, 2권으로 두 권의 책읽기가 굉장히 빠르게 진전된다. 우선은 사건의 전개가 주로 대화체로 진행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묘사 부분보다 사건 전개에 작가가 주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웹소설을 많이 읽는 독자들은 불과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힌다. 다만 독자는 대화 속 심리 변화 등을 신경 쓰며 읽느라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했다. 책읽기에서 짧은 호흡은 간결한 문장이 생명인 문학 작품을 위해 필수적이다. 자칫 사건 전개와 함께 긴 문장을 주로 쓰게 될 경우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고 흥미는 반감될 터이니 추리소설 작가들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을 이 소설의 작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많은 대화체 문장이 등장한다.

 

“저기…… 일어나셨어요?”

눈을 끔뻑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그 경찰관이다. 이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준 듯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까 일, 기억은 하시죠? 그런 장난 전화는 하시면 안 됩니다. 일단 경찰서로 가시죠. 허위 신고 관련해서 경위서를 써야 하니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장난 전화요? 허위 신고라니요?”

“잠깐이면 됩니다. 이제 괜찮아지셨으면 같이 가시죠.”

“아니요. 허위 신고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니까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여기 같이 온 거 아닌가요?”

“계속 같은 말을 하시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부상자는 없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 계신 분, 본인만 계셨다고요. 자꾸 이러시면…… 아닙니다. 우선은 서로 가서 얘기하죠.”

“아니에요. 정말 사람이 쓰려져 있었어요. 분명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신고했다니까요. 정말이에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일단 경찰서로 가서 얘기하시죠. 부모님께 연락해서 서로 와 달라고 하고요.”

- 「제1화, 시체를 보는 사나이」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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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치 탈무드 - 부를 끌어오는 유대인의 지혜
김정완.이민영.홍익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기는 화상과 유대상의 상술이 세계 으뜸이어서 그들이 돈을 잘 번다고 들었다. 화상(華商)은 중국 상인을 말하는 것이고 유대상(Judea商)을 지칭한다. 그들의 상술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상술이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신뢰와 재투자가 이들의 상술에 가미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그들처럼 할 수도 있는데 왜 그들에게만 신뢰와 재투자의 법칙이 통하는가? 왜 다른 나라 상인들은 배워도 원하는 만큼 부자가 되지 못할까? 단순히 운이 좋아서거나 팔자가 정해져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말은 전해지는 말로, 그들의 상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탁월한 기업 경영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그런 명칭이 붙여진 것은 그들이 그만큼 상술이 뛰어나 돈을 잘 번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 『더 리치 탈무드』는 유대인의 돈 버는 지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했다. 저자는 3명의 인문학자로 빈곤의 벼랑 끝에 낙담하는 이들이 없도록 많은 이에게 부의 생각과 가치를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재해석하여 내놓았다. 부제로 붙인 「부를 끌어오는 유대인의 지혜」에서도 책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배워온 한국인들에게 ‘가난은 사악한 것’이라며 반전의 메시지를 보내고, 저자들은 부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일단 우리는 뿌리 깊은 무의식과 마음 자세부터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더 리치 탈무드』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전한다. 이 책에는 부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7가지 질문과 유대인 선조의 조언을 길잡이 삼아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각 미쉬나*가 다루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본주의화된 오늘날의 맥락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며, 탈무드 현자들의 논리를 확장하여 답을 탐색했다.

탈무드 전문가인 김정완은 유대인의 종교적 논리와 기독교적 해석을, 유대인 경제사 전문가인 홍익희는 관련된 유대인의 에피소드와 경제사적 해석을, 그리고 문화인류학자인 이민영은 오늘날 투자의 문화와 자기계발서로 확정되는 해설을 추가했다.

* 마쉬나 : 구전 토라는 스승에게서 제자로,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세대를 이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200년 경에 랍비 예후다 하나시에 의해 '마쉬나'라는 이름의 책으로 편집되었다. 이후 300년 이상 미쉬나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고 강해서인 '게마라(Gemara)'가 탄생했다. 탈무드는 이 미쉬나와 게마라를 한데 묶은 것이다.(주 : 지은이)

 


 

책에 따르면 삶의 행복과 의미는 스스로 발견할 수밖에 없다. 부유함도 그렇다. 관습적인 비자본주의적 시선을 밀어내야 부유함이 피어오른다. 이 책에 담긴 ‘부’를 놓치지 않는 마음과 자세를 더 많은 사람이 갖는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 책을 곁에 두면 자본주의 시대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탈무드를 통해 우리도 유대인처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탈무드에 있는 부와 행복에 관련된 유대인의 철학을 담고 있는 부분을 발췌해 번역하고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해석하고 풀어썼다.

우리에게 익숙한 탈무드는 총 63권의 책으로 되어 있다. 이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면서도, 부와 행복에 관한 유대인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책이 「피르케이 아보트」**다. 무려 2,500여년 전 유대인 선조는 어떻게 부자가 되는 실천법을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 피르케이 아보트 : 탈무드는 총 6부 63편 51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르케이 아보트」는 그 63편 중 하나로, '선조들의 어록'이라고 풀이된다. 이 책은 역대 가장 존경받는 랍비들의 어록을 통해 법을 지키기 위해 우선시되어야 할 윤리와 도덕적 원칙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모든 토라를 배우기에 앞서 이 책을 공부한다. 『더 리치 탈무드』에서는 저자 김정완이 유대인 정통파 중 하나인 하바드파가 운영하는 chabad.com에 게재된 영문판을 번역해 소개했다.(주 : 지은이)

 


 

역사적으로 유대인 선조는 언제든지 삶의 뿌리가 뽑힐 수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들의 생존을 책임질 가장 강력한 수단이 ‘돈’이었고, 그들은 항상 부의 철학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그렇게 계승해온 부의 철학은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은 마크 주커버그,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등 수많은 후세 유대인들을 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더 리치 탈무드』는 「피르케이 아보트」에 담긴 ‘부의 본질’을 한층 깊이 있고 풍요롭게 담아낸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묻는다.

“당신은 부자가 되고 싶은가?” 지금 당장 부유하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최고의 철학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유대인의 경제관념, 부를 쌓는 방법을 한층 깊이 있고 풍요롭게 담아 현실에 갈증을 느끼는 누구나 자신만의 부의 철학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5,000년 넘게 유대인들을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 이끈 ‘부의 철학’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존 기술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탈무드에서는 "부는 의롭게 사는 사람에게 따라오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친다. 이와 더불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좋은 습관을 길러 현명하게 투자하도록 설득한다. 그래서 탈무드에는 놀랍도록 실용적인 내용이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부를 하면 인생이 위험해지므로 반드시 돈을 버는 직업과 병행하라, 하나님에게 예배를 드리듯 고객을 만족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끼쳐라 등의 조언은 오늘날 젊은 크리에이터들도 실천해야 할 '인생 꿀팁'이라 할 만하다고 저자들은 「들어가는 글」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7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꼭 해야 될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전개돼 있다. 1장 「당신은 어떤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가」에서 부자 철학과 가난한 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 자기계발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사람, 황금을 원하지만 깨끗한 것만 원하는 사람 등에게 탈무드가 전해주는 말이다. 탈무드에는 부의 법칙과 부를 이룬 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한 가지 개념으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유대인 선조는 언제든지 삶의 뿌리가 뽑힐 수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 부의 철학을 발전시켜왔다. 물질적인 부가 부자의 정신적인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도구임을 먼저 가르친다.

"돈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기회도 안겨준다. 가족과 지역 사회, 그리고 관심 있는 대의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돈은 당신이 누구인지 반영한다. 돈을 모으는 방식, 투자하는 대상, 후원하는 자선 단체 등에 당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돈 쓰는 방식을 보면 세상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돈은 우리 내면과 주변에 있는 것들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유대인 부자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켰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부의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를 이용해 더욱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곳에 쓰고, 더욱 강력하게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탈무드의 가르침이 녹아 있기에, 탈무드는 유대인 부자들을 키워낸 부자 철학의 기반이다.

 


 

수많은 금과옥조 같은 말들을 발췌해 놓은 책이니만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소중한 말들이 가득하다. 당연히 경전에 있는 말을 인용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더욱이 한 번도 탈무드를 읽어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마치 신천지에 들어선 느낌이다. 지금까지 돈에 대한 독자의 생각이 이들과 전혀 다르다는 느낌에서부터 정말 가르친 대로만 하면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의 말들이 없는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가득하다. 독자에게 한 가지 더 인상적인 말을 굳이 꼽으라 하면 다음 말을 선택하겠다. "히브리어에는 '은퇴'라는 말이 없다."이다. 은퇴라는 말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날은 일을 하란 말인가 의심스럽다.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연금제도(우리가 만든 제도는 아니지만) 같은 노후 복지 대책은 전부 허황된 것인가? 탈무드는 이에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일은 이웃을 섬기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행위다. 그런 좋은 것을 나이가 많다고 그만둘 이유가 있을까?라며 되묻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가르침 때문인지 유대인은 일을 중요하게 여겨왔다고 한다. 늘 불안정한 삶을 살았기에 정직한 노동은 그들의 존엄을 유지하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탈무드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토라*** 공부도 직업과 병행하기를 바란다.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머리에 들어올 리 만무하며, 생업에 종사하며 공부까지 하다 보면 죄악을 저지를 시간조차 없어서다. 그래서 탈무드에는 '노동은 위대하다. 노동자에게 명예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네다림 19b)라는 기록이 있다.

***토라 :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유대교 신앙의 핵심이 되는 경전을 가리킨다. 토라는 글로 쓰여진 '성문 토라'와 말로 전해진 '구전 토라'가 있다.

 


 

저자 : 김정완

미주 중앙일보 시애틀 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탈무드를 만나 탈무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랍비에게 3년간 토라를 배우고, 이스라엘의 예시바에서 탈무드를 공부했다. 최고의 탈무드 개론서로 꼽히는 《랍비가 직접 말하는 탈무드 하브루타》를 번역했고, 2011년부터 하브루타문화운동을 펼치며 《질문 잘하는 유대인 질문 못하는 한국인》 《유대인의 지혜의 습관》 《코리안 탈무드》(공저) 《질문하고 대화하는 하브루타 독서법》(공저) 《하브루타 네 질문이 뭐니?》(공저) 등의 책을 썼다. 현재 탈무드원전연구소 대표로 일하며 학교와 기업 등에 탈무드식 사고법과 하브루타식 학습법을 전파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11년째 하브루타 카페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 : 이민영

과학도의 길을 걷다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품고 세계를 탐험했다. 하루종일 주문을 외우는 인도의 공동체,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의 불교 사찰, 사방에 지평선이 보이는 호주의 목화농장, 호흡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바닷속 등 다양한 환경을 탐구했고, 인간의 문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인류학자가 되었다.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대담집 《JOY 기쁨의 발견》, 헝가리인 청안스님의 법문집 《꽃과 벌》 등을 번역했다.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헬조선 인앤아웃》(공저) 등의 책을 썼고, 여러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LG전자, 하나투어 등을 거쳐 현재는 교육기업 휴넷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자 : 홍익희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를 나와 1978년 KOTRA에 입사했다. 이후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무역관 관원을 거쳐 경남무역관장, 뉴욕무역관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을 끝으로 2010년 정년퇴직했다. 32년간의 KOTRA 생활 중 18년을 해외 7개국에서 근무했다. 인생 2막은 대학교수로 탈바꿈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2017년 8월 세종대에서 정년퇴직함으로써 인생에서 두 번의 정년퇴직을 맞는 행운을 맛보았다. 이후 세종대로부터 대우교수 제의를 받아 3년 더 봉직한 후, 인생 3막인 지금은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KOTRA 근무 중 수출전선 곳곳에서 유대인을 접하며 그들의 장단점을 눈여겨보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앞날도 제조업보다는 유대인들이 주도하는 금융산업 등 서비스산업에 있다고 보고 10년 전부터 유대인 경제사에 천착해 아브라함에서부터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궤적을 추적했다. 이를 정리한 내용을 2013년 『유대인 이야기』로 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예스24 연말 네티즌 투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연이어 출간한 『세 종교 이야기』 역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 저자로 자리 잡았다. 이후 ‘화폐 경제학’ 시리즈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와 10권의 『유대인 경제사』 시리즈는 그의 작가 인생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특히 『유대인 경제사』 10권은 44개 출판사 대표들이 투표로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책’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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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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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한국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인기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가다. 1964년 도쿄 출신으로 간결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문체, 빼어난 감성과 독자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스토리 등으로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마다 히트를 쳤다. 이 작품집(단편소설집)은 사실 지난 2004년에 소담출판사가 초판을 발행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는 스테디셀러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번 개정판은 번역가 김난주의 「옮긴이의 말」도 세간에 오르내릴 정도로 에쿠니 가오리의 전문 번역(?)가의 에쿠니 가오리 번역의 전문가로 명성을 쌓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집은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으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도서 중 제130회 나오키상을 받은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모두 12편의 작품이 실렸다. 나오키상은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아쿠타가와상이 순수문학에 수여되는 반면, 나오키상은 주로 대중 작가의 통속 소설에 수여된다. 1934년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가 죽자 기쿠치 칸이 그의 대중문학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려 제정하였다. 1935년 상반기부터 1년에 2회씩 문예춘추사(文藝春秋社)에서 대중문학부문의 신인작가 가운데서 우수한 소설 ·희곡 작품을 발표한 자를 가려서 수상해왔으나, 1938년 이후로는 일본문학진흥회가 맡고 있다. 제1회 수상자는 가와구치 마쓰타로(川口松太郞)다.

 


 

"제130회 나오키상은 세련된 도시적 감성의 연애소설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에쿠니 가오리와 남성 작가 한 명에게 돌아갔다. 나오키상은 연애, 시대소설 등의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연애소설로 압도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다양한 사랑의 파국에 직면한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를 그린 단편 소설집이다. 나오키상 선정위원은 “빼어난 감성과 시와 산문의 중간에 있는 독특한 표현력, 필력 등이 호평되었다.”라고 요미우리 신문은 평가했다.

12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에는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세련되고 담담한 문체로 표현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여행 내내 아들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만 하는 시어머니를 보며 바람피웠던 애인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현실의 수많은 문제들을 뒤로한 채 밝고 명랑한 밤의 술집의 분위기에 취한 모습을 보여 주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변해 버린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그런 애인을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백배는 더 증오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등. 에쿠니 가오리는 잔잔하지만 날카롭게 마음을 파고드는 12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 이별 그리고 상실에 대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 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 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 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라고 밝혀 소설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 또 「옮긴이의 말」을 쓴 번역가 김난주는 "지금껏 우리에게 사랑의 무수한 변주곡을 들려주었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새 소설은 지금 사랑이 끝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온 몸과 마음을 녹여 버릴 듯 뜨거웠던 그 사랑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그리고 그 열기 식은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꽃이 제 몸을 불살라 언젠가는 싸늘한 재로 변하듯, 타오르는 사랑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일 뿐, 사랑의 끝에는 언제든 고독한 자기 자신만이 남는다는 비극적 진실에 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라는 글로 독자들의 인기를 끌어내는 데 큰몫을 했다.

 


 

이 책은 작가, 번역가, 출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훌륭한 책을 출판한 데 각기 맡은 역할을 잘 해낸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초판 출간 당시 「편집자의 말」조차도작품의 격을 높이는 데 한몫을 했다고 한다. 작가와 작품의 의미를 선명히 드러내고 거기에 맞춘 독자의 감동을 끌어올리도록 잘 썼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별이란, 그 동기가 사랑에 있든 우정에 있든, 그 깊이가 설혹 차이가 나더라도 누구에게나 아쉬움과 슬픔을 안겨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인과의 이별을 두려워하며 조급한 심정으로 상대방을 구속하고, 친구와 멀어질까봐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노력 과정을 이미 지나쳐 버리고 관계의 끝이라는 부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백지 위에 그려 놓았다. 전체적 구도는 서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였던 인연의 줄이 어느 순간 이유 없이 뚝 끊겨 버리거나 오랫동안 쥐가 갉아먹은 듯 어느새 느슨해진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 식의 물음표를 주인공들이 던진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미 그 질문이 단절이란 상황의 재확인일 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끊임없이 남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감당치 못할 슬픔이기 때문이다. 절망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감하는 우리도 결국은 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잃음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 아주 처음부터……"

 


 

독자는 이 소설들을 읽으며 사랑의 감정을 담백하게 표현하면서도 절절한 느낌을 어떻게 주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표현력이 뒷받침했겠지만 정말 제3자 입장의 감정으로 사랑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듯한 담백한 느낌이 처음엔 익숙지 않아 너무 냉정한 느낌이 들었으나 찬찬히, 그리고 촘촘히 읽으니 작가의 표현법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응축된 감정의 표현법도 배우게 되었다.

이 소설집의 단편소설은 길이가 일반 단편들에 비해 짧다. 한편을 읽는데 빠르면 20분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다 읽고 난 뒤에 곱씹어보면 작가의 의도나 표현, 작중 인물들의 심리, 갈등 표현, 응축된 의미 등이 하나씩 하나씩 되새김질흘 하게 한다. 무척 통속적인 표현인데도 인간의 감정, 사랑에 대한 감정이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되면서 오히려 현실감을 더하고,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을 얻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표현법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표제어도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 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거기에 있었겠죠."란 작가의 속내가 손에 잡힌다.

 


 

이 책의 소설들은 사랑을 상실하는 순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상실의 순간을 겪었을 것이다.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동물이든 간에 무언가를 잃는 것에 대한 아픔은 누구나 같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슬픔의 감정들을 꼭 붙잡아 우리에게 언어로 전달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에게 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이란 장작이 없었다면 뜨거운 불꽃도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재가 된 사랑을 날려 보내며 사랑이 존재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잃음은 소유했다는 증거이고, 잃음에 대한 두려움은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했다는 증거이다. 사랑 속에서도 사랑의 마지막을 슬퍼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울 준비를 마쳤다.

 

나는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다카시도 나도 변했는데, 어느 쪽도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둘 다 영원히, 사막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프링클러일 수 있다고, 쉬 믿었다. 여기는 노퍽이 아닌데도.(p.187~188)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배는 저주했다.(p.191)

 


 

저자 :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3),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벌거숭이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개와 하모니카』,

『별사탕 내리는 밤』 등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역자 : 김난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 가든』, 『좌안 1·2』, 『제비꽃 설탕 절임』,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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