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국어 공부 : 조사·어미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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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시를 통해 다시 시작하는 개인을 위한 국어 공부. 한국어에서 조사와 어미는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성이다. 정확한 사용으로 우리글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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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조사·어미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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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어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 12년의 교육 중 가장 많은 시간이 교과 과정에 들어 있다. 당연히 우리 말과 글이니 많은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 글은 창제 당시(반포 1446)부터 조선조 450년 동안 공문서나 관리들 사이에는 쓰이지 않은 문자였고, 일제 강점기에는 쓰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사실 한글은 550년이 된 문자지만 그에 대한 연구 등은 실제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뿐이다. 때문에 아직도 우수한 문자임에도 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국어 시간도 시간은 많이 배정돼 있지만 정작 배우는 학생들은 영어나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국어 공부는 학교 수업 시간 이외에 따로 시간 내 공부하는 과목으로도 대접 받지 못한다.

각 입시에서 국어의 비중이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정작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선다형이나 단답식 시험에서는 국어 공부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성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쓰는 말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말이다. 출제자의 잘못인가, 수험생의 잘못인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 출제자도 역시 한글 세대로서 같은 교육을 받아왔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말과 글은 소수의 한글학자나 문학인, 우리 말과 글을 많이 사용하는 일부 기관 종사자들에게만 중요성이 인식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 『시로 국어 공부』는 평생을 국어 연구에 힘써온 한 국어학자가 '개인을 위한 국어 공부' 3부작 시리즈 중 제 2편이다. 1편은 「문법편」, 2편은 「조사·어미편」, 3편은 「표현편」이다. 이 가운데 이 책은 2편 조사·어미를 다룬다.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붙이기 위해 시와 연결한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저자의 깊은 뜻은 딴 데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 「조사·어미편」 앞 부분 〈들어가기〉에서 조사와 어미는 한국어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중하게 다뤄야 할 문법 요소임을 분명히 한다. "한국어에서 조사와 어미의 존재가 영어나 중국어 등의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전작 1편 「문법편」에서 다룬 문법 요소가 대부분 조사와 어미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영어나 중국어에 탐닉하는 사람들은 곧잘 한국어의 조사와 어미의 활용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는 것.

특히 문인 중에는 조사를 거추장스럽고 성가시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의아하고 '문인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영어나 한문처럼 조사가 없으면 문장이 더 깔끔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사를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은 말에 저자는 동조하지 않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우리말은 조사를 생략하고 싶으면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써야 할 조사를 쓰지 않으면 의미가 잘못 전달되거나 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니 조사의 기능과 용도를 정확이 알고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에 가장 맞는 조사를 가려서 쓰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기본이다.

 


 

특히 조사 중에 격조사와 보조사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들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조사를 사용하는 핵심 열쇠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사의 이러한 부분을 하나씩 설명하고 아름다운 시로 직접 확인해 갈 것이라고 밝힌다. 국어는 똑같이 배웠지만 아직도 서투른 독자는 서로 다른 주장에 어느 한쪽에 표를 던질 능력이 없어 책을 읽으며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저자는 '어미'에 대해서는 "단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쓰고 안 쓰고 할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어미의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미를 사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전제하고 "특히 한국어는 서법과 높임법 그리고 시제가 모두 어미를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에 어미의 형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어미가 비록 어간의 뒤에 붙어서 꼬리라는 이름으로 쓰이지만, 몸통이 하지 못하는 문법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면 몸통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사와 관련, 조지훈의 「낙화」, 김춘수의 「꽃」, 김소월의 「산유화」, 황금찬의 「촛불」, 김남주의 「자유」, 기형도의 「빈집」 등의 시를 감상하며 조사의 올바른 사용법을 제시한다. 또 어미 공부는 윤동주의 「새로운 길」, 문태준의 「이제 오느냐」, 김소월의 「님의 노래」, 심훈의 「너에게 무엇을 주랴」, 양주동의 「산길」, 신달자의 「여자의 사막」, 도종환의 「만들 수만 있다면」, 김수향의 「꿈」 등과 함께한다.

『시로 국어 공부』 개괄편인 「문법편」에서 저자는 조사가 문장의 뼈대를 세우는 대목 같은 구실을 하고, 체언을 이리저리 부리는 장수와 같다고 말했다. 시에서도 조사는 가끔 단어의 이미지나 문장의 분위기를 바꿔 시인의 본심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조사를 쓰지 않고 그런 이미지 일탈을 도모하려면 복잡한 장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사를 적절하게 쓴 시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묻어난다. 이는 반대로 조사를 아무렇게나 쓰게 되면 시의 깊이가 감소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먼저 두 가지 조사의 기능에 대해 얘기한다. 자리 기능과 의미 부가 기능이 그것이다. 조사의 자리 기능은 체언이 문장에서 어떤 성분으로 자리를 잡을지 결정해주는 격조사를 말한다. 의미 부가 기능은 체언의 자리를 지정해 주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부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격조사는 체언을 문장에서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가 되도록 만드는 조사이다. 주어가 되게 하는 주격조사는 ‘가/이’, 서술어가 되게 하는 서술격조사 ‘다/이다’, 보어가 되게 하는 보격조사 ’가/이’, 목적어가 되게 하는 목적격조사 ‘를/을’, 관형어가 되게 하는 관형격조사 ‘의’, 부사어가 되게 하는 부사격조사 ‘에, 에게, 에서, 로/으로’가 있다. 이 격조사들이 지니는 특징과 역할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시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해나가고 있다. 특히 주격조사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지닌다. 조지훈의 「낙화」 일부분을 보면 시인이 ‘꽃이, 별이, 산이’라는 주격조사를 씀으로써 사실감을 더욱 살렸음을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격조사 이외의 모든 조사는 보조사이다. 보어는 서술어를 보완하는 말로서, 보어를 요구하는 서술어에는 동사 ‘되다’와 형용사 ‘아니다’가 있다. ‘그가 시인이 되었다. 돈이 정의가 아니다.’라는 예문을 참조해보자. 이처럼 조사의 중요성과 기능, 쓰임 등을 일목요연하게 꼼꼼히 짚어주고 있다. 특히 한국어는 보조사의 언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조사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은/는’ ‘도’ 같은 보조사는 언어에서 약방의 감초 구실도 하지만 경기장의 치어리더 같은 기능도 한다. 없으면 허전하고 아쉽고 또 없으면 말이 좀 모나고 과격한 느낌이 든다. 시에 이런 보조사가 어떻게 쓰이는지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어떤 어미를 쓰는지에 따라 문장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미는 특히 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어는 서술어가 문장의 끝에 오는 언어로, 그 서술어가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어떤 어미로 끝을 마무리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각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가 자유시이면서도 운율이 느껴지고 낭송의 맛을 보이는 이유는 어미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때문이다. 어미는 크게 연결어미, 종결어미, 전성어미, 선어말어미로 분류된다. 연결어미에는 대등적 연결어미, 종속적 연결어미, 보조적 연결어미가 있다. 대등적 연결어미는 대등한 두 절을 이어주는 어미로 ‘-고’, ‘-며/-으며’, ‘-나/-으나’ 등이 있다. 종속적 연결어미는 앞 문장을 뒤 문장에 종속적으로 이어주는 어미로 ‘-면’, ‘-니/-니까’, ‘-므로’ 등이 있다. 보조적 연결어미는 연결되는 두 용언 중에서 뒤 용언이 제 의미를 상실하고 앞 용언의 의미를 보조하는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연결어미이다. 여기에는 ‘-아/-어’ ‘-게’ ‘-지’ ‘-고’ 등이 있다. 이들 용법에 대한 차이를 김소월의 「나의 집」,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황규관의 「집을 나간 아내에게」, 함석헌의 「산」 등의 시와 함께 설명한다.

문장을 마칠 때 쓰는 어미가 종결어미이다. 종결어미에 따라서 문장의 어미가 크게 달라진다. ‘여기가 거기다.’ ‘여기가 거기냐?’ ‘여기가 거기구나!’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으며, 그 차이를 서법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흔히 말하는 평서법, 의문법, 명령법, 청유법, 감탄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 관형사, 부사처럼 기능하게 만드는 관형사형 전성어미, 부사형 전성어미, 명사형 전성어미와 높임과 과거, 겸양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도 동사 활용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들 용법 공부 역시 양주동의 「산길」, 김설하의 「봄이 오는 소리」,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등의 시와 함께한다. 이처럼 한국어는 어미 사용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므로 어미를 사용하는 환경을 잘 알고 그에 맞고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어미의 용법마다 제시되는 어미 활용표도 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시와 조사」, 2장 「격조사」, 3장 「접속조사」, 4장 「보조사」, 5장 「시와 어미」, 6장 「연결어미의 쓰임새」, 7장 「종결어미의 쓰임새」, 8장 「전성어미의 쓰임새」, 9장 「선어말어미의 쓰임새」로 나뉜다. 이 책은 목차만 보면 고등학교 때 영문법 책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때 영문법에 매달렸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특히 문법, 시제, 어간, 어미, 의문법, 관형사, 동명사 등 지긋지긋하게 외워서 꿈에도 나타났던 영문법 책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우리 말과 글에 관한 책을 보면서는 다행스럽게 그때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후회와 반성이 앞선다. 이 책으로 좀 더 좋은 말,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야 할 글에 대한 자부심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생긴다. 의미 깊은 우리의 말과 글 책이다.

 

저자 : 남영신

 

우리 말글을 존중하고 바르게 쓰는 운동을 펼쳐 왔다. 한자어와 외래어에 짓눌려 있던 토박이말을 살려 쓰기 위한 《우리말 분류 사전》(1987년)을 펴냄으로써 많은 토박이말이 국어사전에 오르도록 하는 데 이바지했다. 법률 용어와 행정 용어 같은 공공언어를 쉽게 쓰는 운동을 벌인 끝에 국어기본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얻었다.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 바로 쓰기 교육,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바로 쓰기 교육을 했고, 이제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이용한 국어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을 역임했다. 펴낸 사전으로 《우리말 분류 사전》, 《국어 용례 사전》, 《새로운 우리말 분류대사전》,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이 있다. 저술한 단행본으로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 공부》, 《기자를 위한 신문 언어 길잡이》, 《글쓰기는 주제다》, 개인을 위한 국어 공부 3부작 《시로 국어 공부: 문법편》, 《시로 국어 공부: 조사·어미편》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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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행복 기록 -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
정선욱(달구라) 지음 / 성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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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분류상 에세이지만 '드로잉'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림 에세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림도 모두 저자가 그렸다. 최근 그 중요성이 높아진 일러스트레이션이 수없이 많다. 저자 정선욱(달구라)은 일러스트레이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림도 직접 그려넣었으니 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격이다. 제목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행복 기록』. 다만 부제에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라고 붙어 있어 비로소 그림책임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그림 실력은 일러스트레이션의 문외한인 독자가 봐도 뛰어나다. 특히 '행복'에 대한 사유가 깊은 듯 그림 자체가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다. 저자의 성격을 담은 탓일까. 저자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모아 기억하고 싶은 순간 꺼내볼 수 있도록 담아낸 달구라 작가의 취미 기록장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소소한 제주 생활을 기록한 글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더해 만든 1년간의 행복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밝힌다. 애초에 '행복'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라는 작은 실마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저자는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을 열두 달로 구성해 사계절을 담았고, 스스로 애정하는 취미 생활 드로잉, 필사, 수집, 책, 영화, 여행, 캠핑, 커피, 음식, 맛집 나들이까지 제주라서 더 특별한 취미로운 일상을 소개한다. 책의 전반에는 제주의 일상을 연필이나 만년필로 그린 스케치 위주의 그림으로, 후반은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제주의 모습을 채색한 그림 위주로 채웠다. 그리고 어떤 순간을 기록하는지, 어떻게 그리고 쓰면 좋은지 그 기록들로 매일의 일상이 더욱 반짝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을 보는 동안 기분 좋은 자극을 받으며, 하루에 하나씩 오늘의 장면을 쓰고 그리는 시간 내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정성이 페이지마다 드러난다. 처음은 어색할 수 있지만, 나는 언제를 기억하고 싶고, 행복한지 알고 싶다면, 저자와 함께 조금씩 천천히 일상을 기록해 볼 것을 권한다. 독자는 이른바 '개인 다이어리'를 올해 처음 써본다. 지금까지 다이어리라고는 회사에서 주는 업무용 다이어리만 써왔다. 이젠 회사일을 2선으로 물러나 업무상 다이어리를 쓸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좀 더 알찬 '하루'를 보내려 계획했고, 개인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독자 입장에서 텍스트로 삼아도 될 정도로 많은 영감을 준다.

 


 

책의 글도 일반 서적에서 보이는 고딕, 명조, 바탕체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서체가 아니다. 이것을 무슨 체라고 하달는지 독자는 모르지만 요즘의 컴퓨터에서는 다양한 서체가 사용되고 있어 특별한 컴퓨터 글자체를 사용했지 싶다. 그러나 쉽게 볼 수 있는 서체는 아니어서 따로 제작한 서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체야 이 책이 드로잉 에세이이니만큼 큰 문제될 게 없지만 그래도 어차피 우리가 흔히 책에 사용하는 활자가 아닌 만큼 분명 여러 가지를 고려해 채택한 서체일 것이다. 새로 제작했다면 '달구라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흔한 서체에 비해 낯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가지런히 쓸 때는 정갈한 느낌도 들어 독자들의 눈의 피로가 훨씬 덜 하겠다. 여러 각지로 탁월함이 더해진 이 책 두고 두고 한 번씩 들춰보며 머리도 식히고 영감을 얻기에도 좋은 책이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는 '행복 기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기력한 일상에 활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성격이 항상 재미있는 것을 찾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란다.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만년필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였다고 언급한다.

 


 

어느 날 지루함을 달래려 해보던 만년필 글씨 연습이 1년 만에 책 한 권의 결과로 나타났다. 만년필 글씨 연습에서 행복감을 느꼈고 그날 하루를 만년필로 그린 그림과 약간의 글씨로 채워나간 지 1년 만에 책이 된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던 페이지들이 채워진 후 조금 지나서 다시 들춰보면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으리라. 이때부터 저자는 본격적으로 예전의 활력 넘치던 일상을 되찾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면서 다시 재미있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의 행복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긴 무기력함에서 꼭 벗어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기록이 모이고 책으로 엮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고 책으로 펴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좋아하는 제주는 좋은 소재가 되었고, 그곳의 일상은 행복이 되었다. 책의 앞 부분에는 기록을 조금 더 쉽게 하려고 연필이나 만년필을 이용한 스케치 위주의 그림을 담았고, 점차 그림 그리기와 기록에 익숙해지면 색을 넣은 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아 뒤에는 채색한 그림으로 채웠다. 큰 그림을 그려넣고 작은 그림을 먼저 채워넣은 셈이다. '따라 하기' 코너는 독자들이 그 날의 행복을 그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 편집 과정에서 끼워넣은 것임도 일러둔다.

 


 

독자에게는 이 책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행복 기록들' 중의 '내가 행복한 순간'은 현장에서 그때그때 적어두어야 가능하다. 버스 안, 산행 중, 카페, 회사, 영화 관람 중, TV 볼 때 등 시도때도 없이 떠오른 생각을 모아 나중에 한꺼번에 기억하려면 놓치는 것이 모은 것보다 훨씬 많을 터다. 특히 일상을 하나 하나 적는다는 것은 '습관'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조그만 수첩(요즘은 휴대폰도 가능)은 필수일 것 같다.

순간의 감정은 그때가 지나면 퇴색하기 마련이니 기억하다 일기 쓰는 형식으로 뒤에 한꺼번에 꺼내 쓰려면 디테일이 훨씬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조그만 수첩은 필수일 것 같다. 펜은 아무거면 어떠리. 자신이 손에 익을 것이면 충분하리라. 그림은 그리는 사람만 그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 개인적 입장으로서는 그림을 빼고 적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나만의 위시 리스트'는 중요할 것 같다. 저자는 첫 번째로 '겨울의 윗세오름 가보기'로 적어 놓았는데 독자들 나름대로 환경에 따라 세울 수 있으리라. 위시 리스트는 미리 계획해 적어 놓은 것인 만큼 큼직한 내용 너댓 개 정도를 적어 놓은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필기 도구를 만년필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년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릴 때 사용했을지 모르겠다. 우리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도구를 자신의 목적에 맞추면 될 일이다. 책을 본 것 중, 혹은 영화를 보던 중 '긍정적 문장 적어두기'는 필요할 것 같다. 적지 않고 시간이 가면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소제목이 붙어 있다. 이것은 나중에 책 만드는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만 계절적인 일만은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는 계절의 풍경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니까. 다만 계절적 환경의 변화는 예상되는 것도 있으니 자신이 있는 곳의 상황적 변화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을 계획해 메모해두고 그냥 일상을 적어나가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달마다 제목을 붙인 것은 나중에 책을 만들 때 붙인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예를 들어 1월 「새로운 시작」, 3월 「자연 가득한 향 내음」, 7월 「여름의 시작」, 12월 「춥지만 따뜻한 계절」 등이다. 이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가 「내가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 「나만의 달력 만들기」, 「다이어리 꾸미기」, 「일년 열두 달 행복 기록」을 '부록' 형식으로 따로 마련했다. 저자를 따라 해보려는 많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저자 : 정선욱(달구라)

 

제주도민 8년 차에 접어드는 ‘취미 부자’ 달구라입니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을 하며 지낼지가 요즘 최대의 관심사이며, 항상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들렀던 독립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가슴 속에 몽글몽글 새로운 꿈이 피었던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도전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하루가 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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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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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은 정원 생활이 교만한 마음을 없애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한 일종의 수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의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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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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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행자와 정원』은 10년 세월 산사(山寺)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한 스님의 사계절 정원과 함께한 기록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서로 다른 병렬 대치보다는 스님이 수행 중에 가꾸는 정원이니만큼 제목도 『수행자의 정원』으로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소유격 조사인 '의'를 쓰게 되면 수행자(스님)의 개인 소유의 뜻을 의미하기에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깨달았다. 수행자와 정원이 서로를 가꾸고 보듬어주는 병렬 관계라는 의미에서 더 좋다는 생각이다.

'정원이 있는 산사에서 10년 넘게 수행 중의 스님은 '현진' 불교계 '문사(文士)'로 알려질 만큼 많은 책을 썼다. 마음의 정화됨과 함께 수행자의 귀한 법문을 함께 듣는 것 같아 독자는 스님들이 쓴 책은 자주 읽는 편인데, 현진 스님의 책은 한 권도 읽은 기억이 없다. 읽고도 저자를 기억 못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현진 스님과 함께 산사의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정원'에는 얼마나 많은 꽃이 있을지도 궁금하고, 어떤 꽃이 스님과 삶을 함께하고 있는지도 보고 싶다. 다행히 이 책에는 정원을 찍은, 그 정원에서 수줍게 혹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들의 사진을 볼 수 있어 더 실감났다. 스님의 명상과 수행 중 깨우친 많은 법문의 말도 듣고, 눈으로는 스님에게 삶의 이치를 깨우치게 해주는 꽃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에세이다.

 


 

불교계의 문사로 불리울 정도로 그의 글솜씨는 뛰어날 것이다. 당연히 그의 재능이고 필력이리라. 그런데도 현진 스님은 책의 앞 부분 「책을 내면서」란 서문을 써두었는데 매우 간결하고 짧은 글이지만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다. "이곳으로 거처를 정하고 수행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 세월인데,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저 앞산이 문필봉(文筆峰)이라 그런가. 글머리를 잡으면 문장이 술술 풀어지는 걸 보니 그 이름 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p4) 그의 서문은 다시 짧고 간결하게 이어진다.

"역시 글이란 생활 속에서 발견한 교훈을 담아야 좋은 내용도 되지만, 그 의미를 명료하게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아주 좋을 글 무대가 된 셈이다. 늘 같은 날 같지만, 매번 다른 사진과 사연이 전개되기에 날마다 행복 충만한 글을 쓸 수 있었다." 무척 겸손한 표현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의미 전달이 확실해 읽기에 좋은 문장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불교계 문사란 별칭도 얻었나 싶다. 사실 짧은 글이지만 정원을 만들고, 꽃과 함께하고, 돌보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살아 있는 부처로 정원과 꽃을 대한다는 말이다. 수행자로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자신과 같이 대하라는 가르침에 따른 것이리라. 또 살아 있는 꽃에게서 얼마난 많은 깨우침을 얻을까.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현진 스님의 간결한 문체와 정확한 비유는 자연이 전하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더욱 명료하게 전한다. 그가 느낀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은 독자들에게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현대인의 삶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때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구름이 머물다 지나가듯 하루하루 다른 사건과 사연이 전개되는, 새로운 날들이다. 잠시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라. 순간순간 나에게 행복과 위로를 주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수행자와 정원』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스님의 책을 많이 읽어본 어떤 평론가 혹은 수필가, 어쩌면 편집자의 글인듯 싶다. 누가 쓴 말이든 현진 스님과 이 책을 읽어본 독자는 큰 공감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의 느낌에는 "그의 글이 부처님 말씀을 대신하고, 그의 말은 깨우치고 깨달은 결과다."는 생각이다. 조용하고 잔잔한 표현은 부처의 미소를 보는 듯하고, 활발한 생명력을 표현할 때는 삶의 활발함 희망이 느껴진다. 또 그의 글은 사계절을 담을 만큼 넓은 폭을 가졌고 그 안에서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꽃은 우주의 섭리에도 닿아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불교계 대표 ‘문사(文士)’ 현진 스님의 『수행자와 정원』은 그가 십 년간 산사의 정원을 가꾸며 수행한 사계절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정원에는 꽃과 바람을 비롯해 자연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하다. 그는 때때로 피고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꽃의 때가 다 다르듯 인간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으므로 너무 조급해 말라 위로한다. 또 시원한 여름 바람이 자유로운 것은 집착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니 그것을 우리 삶의 지혜 삼자고 응원한다. 이렇듯 수행자에게 정원은 삶을 위로해 주는 벗이자,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다.

현진 스님의 간결한 문체와 정확한 비유는 자연이 전하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더욱 명료하게 전한다. 그가 느낀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은 독자들에게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현대인의 삶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때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구름이 머물다 지나가듯 하루하루 다른 사건과 사연이 전개되는, 새로운 날들이다. 잠시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라. 순간순간 나에게 행복과 위로를 주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수행자와 정원』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현진 스님이 거처한 곳은 청주 마야사라고 한다. 이곳으로 거처를 정한 뒤 정원을 가꿔온 지도 어느새 십 년이 되었다. 정원 가꾸는 재미로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왔다 말한다. 그가 정원 생활을 예찬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출가자로서 수행과 전법에 더 힘을 보태야 하는데 일상 대부분 흙을 만지며 지냈다. 이렇게 정원 일에 전념한 것은 내 나름의 소신 때문이다. 꽃과 나무들이 전해 주는 법문을 들으며 위로받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 〈그렇게 한순간 머물다 가라〉 중에서

그는 달라이 라마의 ‘나의 종교는 친절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친절’”이라 말한다.(p.19) “나도 남은 인생 꽃처럼 웃다가 친절을 베풀며 아름답게 지고 싶다.”는 것이 꽃을 가꾸는 수행자로서 가지는 그의 소망이다. 친절보다 높은 사원은 없고, 친절보다 귀한 경전은 없다. 그러니까 그의 정원은 자연의 법문을 전하는 또다른 ‘절’인 셈이다. 그가 있는 절은 '친철'이라고 부를 만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현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교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이한 문장으로 남녀노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이라는 그의 소신에 따라, 쉽고 간결하며 담백한 문장으로 감상과 깨달음을 전해 왔다. 현진 스님은 수행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계절을 만끽하는 순간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 또한 담백하지만 다정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명랑하게, 자연처럼 꾸밈없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점도 그의 글의 큰 매력이다.

 


 

수행자와 정원 간의 인연을 감상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문장을 하나씩 4개를 감상해본다.

봄 햇살이 이토록 눈부신데 벚꽃이 속절없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는 제 몸 하나 다치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는다. 나무 아래는 이미 꽃 눈으로 뒤덮여 가지에 매달린 꽃보다 더 찬란하다. 차마 밟고 지나기 미안하여 곁으로만 맴돌며 감상했다. 간간이 꽃잎을 날리는 봄바람이 야속한데 어디선가 새 한 마리 내려앉아 꽃놀이를 즐기는 중이다. 그야말로 봄날의 파적이다.

- 「꽃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가봐야겠다」 중에서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건 바람처럼 살지 못해서가 아닐까. 바람과 같이 가벼워질 수 있다면 인생길도 경쾌해질 수 있다. 바람이 가벼운 이유는 어디에도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바람의 법문은 감정의 정거장에 오래 머물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흘려 보내라. 오래 간직하면 종일 기분이 무거워진다. 어차피 떠날 감정인데 오래 붙들고 있으면 자신만 손해다. 오늘 기분 상한 일이 있었다면 내 앞을 지나가는 버스라 생각하고 손 흔들어 배웅하라.

- 「바람에게 물어라」 중에서

 


 

"바람을 이겨 내면 그대도 꽃필 거예요. 花이팅!"

가을꽃이 그냥 피지 않는다. 여름날의 강한 바람을 이겨 내었기에 자신의 비밀을 조금씩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꽃이든 시련과 고난의 시간이 있었다. 한 송이 꽃은 폭염과 태풍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 결과다. 결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중략)… 삶의 무게로 고민하는 일상도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다. 이런 바람을 이겨 내면 우리 모두는 더 단단해지고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찬란한 꽃을 피워라!

- 「가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중에서

겨울은 보이는 것들은 숨죽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숨 쉬는 계절이다. 겨울 숲은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뿌리는 바람을 이기며 깊이깊이 성장하고 있다. 겨울나무는 다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리듬이 없다면 우리 삶도 무료하고 지루할지 모른다. 비본질적 삶의 형태를 털고 본질적 삶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잎을 털어버리듯 그런 단호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 「무욕의 숲」 중에서

 


 

현진 스님은 정원 생활이 교만한 마음을 없애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한 일종의 수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의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의 정원에는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하다. 그는 때때로 피고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꽃도 피는 때가 다 다르듯 인간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으므로 너무 조급해 말라 위로한다. 또 시원한 여름 바람이 자유로운 것은 집착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니 우리 또한 그러한 것을 삶의 지혜 삼자고 응원한다. 이렇듯 수행자에게 정원은 삶을 위로해 주는 벗이자,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다. 마음을 위로하는 거룩한 법문이 반드시 법당에서만 이루어질까. 꽃과 나무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자연에게 배우며 속진에 물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설교보다 참되다.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가득한 이 책 『수행자와 정원』을 읽어 가며 독자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현진

 

십 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 지으며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그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충북 청주 마야사 주지를 맡고 있다. 펴낸 책으로 『스님의 일기장』, 『꽃을 사랑한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 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언젠가는 지나간다』, 『번뇌를 껴안아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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