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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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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행자와 정원』은 10년 세월 산사(山寺)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한 스님의 사계절 정원과 함께한 기록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서로 다른 병렬 대치보다는 스님이 수행 중에 가꾸는 정원이니만큼 제목도 『수행자의 정원』으로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소유격 조사인 '의'를 쓰게 되면 수행자(스님)의 개인 소유의 뜻을 의미하기에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깨달았다. 수행자와 정원이 서로를 가꾸고 보듬어주는 병렬 관계라는 의미에서 더 좋다는 생각이다.
'정원이 있는 산사에서 10년 넘게 수행 중의 스님은 '현진' 불교계 '문사(文士)'로 알려질 만큼 많은 책을 썼다. 마음의 정화됨과 함께 수행자의 귀한 법문을 함께 듣는 것 같아 독자는 스님들이 쓴 책은 자주 읽는 편인데, 현진 스님의 책은 한 권도 읽은 기억이 없다. 읽고도 저자를 기억 못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현진 스님과 함께 산사의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정원'에는 얼마나 많은 꽃이 있을지도 궁금하고, 어떤 꽃이 스님과 삶을 함께하고 있는지도 보고 싶다. 다행히 이 책에는 정원을 찍은, 그 정원에서 수줍게 혹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들의 사진을 볼 수 있어 더 실감났다. 스님의 명상과 수행 중 깨우친 많은 법문의 말도 듣고, 눈으로는 스님에게 삶의 이치를 깨우치게 해주는 꽃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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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문사로 불리울 정도로 그의 글솜씨는 뛰어날 것이다. 당연히 그의 재능이고 필력이리라. 그런데도 현진 스님은 책의 앞 부분 「책을 내면서」란 서문을 써두었는데 매우 간결하고 짧은 글이지만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다. "이곳으로 거처를 정하고 수행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 세월인데,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저 앞산이 문필봉(文筆峰)이라 그런가. 글머리를 잡으면 문장이 술술 풀어지는 걸 보니 그 이름 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p4) 그의 서문은 다시 짧고 간결하게 이어진다.
"역시 글이란 생활 속에서 발견한 교훈을 담아야 좋은 내용도 되지만, 그 의미를 명료하게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아주 좋을 글 무대가 된 셈이다. 늘 같은 날 같지만, 매번 다른 사진과 사연이 전개되기에 날마다 행복 충만한 글을 쓸 수 있었다." 무척 겸손한 표현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의미 전달이 확실해 읽기에 좋은 문장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불교계 문사란 별칭도 얻었나 싶다. 사실 짧은 글이지만 정원을 만들고, 꽃과 함께하고, 돌보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살아 있는 부처로 정원과 꽃을 대한다는 말이다. 수행자로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자신과 같이 대하라는 가르침에 따른 것이리라. 또 살아 있는 꽃에게서 얼마난 많은 깨우침을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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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현진 스님의 간결한 문체와 정확한 비유는 자연이 전하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더욱 명료하게 전한다. 그가 느낀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은 독자들에게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현대인의 삶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때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구름이 머물다 지나가듯 하루하루 다른 사건과 사연이 전개되는, 새로운 날들이다. 잠시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라. 순간순간 나에게 행복과 위로를 주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수행자와 정원』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스님의 책을 많이 읽어본 어떤 평론가 혹은 수필가, 어쩌면 편집자의 글인듯 싶다. 누가 쓴 말이든 현진 스님과 이 책을 읽어본 독자는 큰 공감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의 느낌에는 "그의 글이 부처님 말씀을 대신하고, 그의 말은 깨우치고 깨달은 결과다."는 생각이다. 조용하고 잔잔한 표현은 부처의 미소를 보는 듯하고, 활발한 생명력을 표현할 때는 삶의 활발함 희망이 느껴진다. 또 그의 글은 사계절을 담을 만큼 넓은 폭을 가졌고 그 안에서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꽃은 우주의 섭리에도 닿아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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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대표 ‘문사(文士)’ 현진 스님의 『수행자와 정원』은 그가 십 년간 산사의 정원을 가꾸며 수행한 사계절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정원에는 꽃과 바람을 비롯해 자연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하다. 그는 때때로 피고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꽃의 때가 다 다르듯 인간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으므로 너무 조급해 말라 위로한다. 또 시원한 여름 바람이 자유로운 것은 집착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니 그것을 우리 삶의 지혜 삼자고 응원한다. 이렇듯 수행자에게 정원은 삶을 위로해 주는 벗이자,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다.
현진 스님의 간결한 문체와 정확한 비유는 자연이 전하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더욱 명료하게 전한다. 그가 느낀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은 독자들에게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현대인의 삶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때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구름이 머물다 지나가듯 하루하루 다른 사건과 사연이 전개되는, 새로운 날들이다. 잠시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라. 순간순간 나에게 행복과 위로를 주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수행자와 정원』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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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이 거처한 곳은 청주 마야사라고 한다. 이곳으로 거처를 정한 뒤 정원을 가꿔온 지도 어느새 십 년이 되었다. 정원 가꾸는 재미로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왔다 말한다. 그가 정원 생활을 예찬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출가자로서 수행과 전법에 더 힘을 보태야 하는데 일상 대부분 흙을 만지며 지냈다. 이렇게 정원 일에 전념한 것은 내 나름의 소신 때문이다. 꽃과 나무들이 전해 주는 법문을 들으며 위로받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 〈그렇게 한순간 머물다 가라〉 중에서
그는 달라이 라마의 ‘나의 종교는 친절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친절’”이라 말한다.(p.19) “나도 남은 인생 꽃처럼 웃다가 친절을 베풀며 아름답게 지고 싶다.”는 것이 꽃을 가꾸는 수행자로서 가지는 그의 소망이다. 친절보다 높은 사원은 없고, 친절보다 귀한 경전은 없다. 그러니까 그의 정원은 자연의 법문을 전하는 또다른 ‘절’인 셈이다. 그가 있는 절은 '친철'이라고 부를 만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현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교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이한 문장으로 남녀노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이라는 그의 소신에 따라, 쉽고 간결하며 담백한 문장으로 감상과 깨달음을 전해 왔다. 현진 스님은 수행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계절을 만끽하는 순간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 또한 담백하지만 다정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명랑하게, 자연처럼 꾸밈없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점도 그의 글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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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간의 인연을 감상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문장을 하나씩 4개를 감상해본다.
봄 햇살이 이토록 눈부신데 벚꽃이 속절없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는 제 몸 하나 다치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는다. 나무 아래는 이미 꽃 눈으로 뒤덮여 가지에 매달린 꽃보다 더 찬란하다. 차마 밟고 지나기 미안하여 곁으로만 맴돌며 감상했다. 간간이 꽃잎을 날리는 봄바람이 야속한데 어디선가 새 한 마리 내려앉아 꽃놀이를 즐기는 중이다. 그야말로 봄날의 파적이다.
- 「꽃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가봐야겠다」 중에서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건 바람처럼 살지 못해서가 아닐까. 바람과 같이 가벼워질 수 있다면 인생길도 경쾌해질 수 있다. 바람이 가벼운 이유는 어디에도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바람의 법문은 감정의 정거장에 오래 머물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흘려 보내라. 오래 간직하면 종일 기분이 무거워진다. 어차피 떠날 감정인데 오래 붙들고 있으면 자신만 손해다. 오늘 기분 상한 일이 있었다면 내 앞을 지나가는 버스라 생각하고 손 흔들어 배웅하라.
- 「바람에게 물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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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이겨 내면 그대도 꽃필 거예요. 花이팅!"
가을꽃이 그냥 피지 않는다. 여름날의 강한 바람을 이겨 내었기에 자신의 비밀을 조금씩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꽃이든 시련과 고난의 시간이 있었다. 한 송이 꽃은 폭염과 태풍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 결과다. 결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중략)… 삶의 무게로 고민하는 일상도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다. 이런 바람을 이겨 내면 우리 모두는 더 단단해지고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찬란한 꽃을 피워라!
- 「가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중에서
겨울은 보이는 것들은 숨죽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숨 쉬는 계절이다. 겨울 숲은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뿌리는 바람을 이기며 깊이깊이 성장하고 있다. 겨울나무는 다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리듬이 없다면 우리 삶도 무료하고 지루할지 모른다. 비본질적 삶의 형태를 털고 본질적 삶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잎을 털어버리듯 그런 단호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 「무욕의 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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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은 정원 생활이 교만한 마음을 없애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한 일종의 수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의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의 정원에는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하다. 그는 때때로 피고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꽃도 피는 때가 다 다르듯 인간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으므로 너무 조급해 말라 위로한다. 또 시원한 여름 바람이 자유로운 것은 집착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니 우리 또한 그러한 것을 삶의 지혜 삼자고 응원한다. 이렇듯 수행자에게 정원은 삶을 위로해 주는 벗이자,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다. 마음을 위로하는 거룩한 법문이 반드시 법당에서만 이루어질까. 꽃과 나무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자연에게 배우며 속진에 물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설교보다 참되다.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가득한 이 책 『수행자와 정원』을 읽어 가며 독자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현진
십 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 지으며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그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충북 청주 마야사 주지를 맡고 있다. 펴낸 책으로 『스님의 일기장』, 『꽃을 사랑한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 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언젠가는 지나간다』, 『번뇌를 껴안아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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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