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행복 기록 -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
정선욱(달구라) 지음 / 성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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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분류상 에세이지만 '드로잉'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림 에세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림도 모두 저자가 그렸다. 최근 그 중요성이 높아진 일러스트레이션이 수없이 많다. 저자 정선욱(달구라)은 일러스트레이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림도 직접 그려넣었으니 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격이다. 제목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행복 기록』. 다만 부제에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라고 붙어 있어 비로소 그림책임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그림 실력은 일러스트레이션의 문외한인 독자가 봐도 뛰어나다. 특히 '행복'에 대한 사유가 깊은 듯 그림 자체가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다. 저자의 성격을 담은 탓일까. 저자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모아 기억하고 싶은 순간 꺼내볼 수 있도록 담아낸 달구라 작가의 취미 기록장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소소한 제주 생활을 기록한 글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더해 만든 1년간의 행복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밝힌다. 애초에 '행복'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라는 작은 실마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저자는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을 열두 달로 구성해 사계절을 담았고, 스스로 애정하는 취미 생활 드로잉, 필사, 수집, 책, 영화, 여행, 캠핑, 커피, 음식, 맛집 나들이까지 제주라서 더 특별한 취미로운 일상을 소개한다. 책의 전반에는 제주의 일상을 연필이나 만년필로 그린 스케치 위주의 그림으로, 후반은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제주의 모습을 채색한 그림 위주로 채웠다. 그리고 어떤 순간을 기록하는지, 어떻게 그리고 쓰면 좋은지 그 기록들로 매일의 일상이 더욱 반짝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을 보는 동안 기분 좋은 자극을 받으며, 하루에 하나씩 오늘의 장면을 쓰고 그리는 시간 내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정성이 페이지마다 드러난다. 처음은 어색할 수 있지만, 나는 언제를 기억하고 싶고, 행복한지 알고 싶다면, 저자와 함께 조금씩 천천히 일상을 기록해 볼 것을 권한다. 독자는 이른바 '개인 다이어리'를 올해 처음 써본다. 지금까지 다이어리라고는 회사에서 주는 업무용 다이어리만 써왔다. 이젠 회사일을 2선으로 물러나 업무상 다이어리를 쓸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좀 더 알찬 '하루'를 보내려 계획했고, 개인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독자 입장에서 텍스트로 삼아도 될 정도로 많은 영감을 준다.

 


 

책의 글도 일반 서적에서 보이는 고딕, 명조, 바탕체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서체가 아니다. 이것을 무슨 체라고 하달는지 독자는 모르지만 요즘의 컴퓨터에서는 다양한 서체가 사용되고 있어 특별한 컴퓨터 글자체를 사용했지 싶다. 그러나 쉽게 볼 수 있는 서체는 아니어서 따로 제작한 서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체야 이 책이 드로잉 에세이이니만큼 큰 문제될 게 없지만 그래도 어차피 우리가 흔히 책에 사용하는 활자가 아닌 만큼 분명 여러 가지를 고려해 채택한 서체일 것이다. 새로 제작했다면 '달구라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흔한 서체에 비해 낯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가지런히 쓸 때는 정갈한 느낌도 들어 독자들의 눈의 피로가 훨씬 덜 하겠다. 여러 각지로 탁월함이 더해진 이 책 두고 두고 한 번씩 들춰보며 머리도 식히고 영감을 얻기에도 좋은 책이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는 '행복 기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기력한 일상에 활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성격이 항상 재미있는 것을 찾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란다.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만년필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였다고 언급한다.

 


 

어느 날 지루함을 달래려 해보던 만년필 글씨 연습이 1년 만에 책 한 권의 결과로 나타났다. 만년필 글씨 연습에서 행복감을 느꼈고 그날 하루를 만년필로 그린 그림과 약간의 글씨로 채워나간 지 1년 만에 책이 된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던 페이지들이 채워진 후 조금 지나서 다시 들춰보면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으리라. 이때부터 저자는 본격적으로 예전의 활력 넘치던 일상을 되찾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면서 다시 재미있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의 행복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긴 무기력함에서 꼭 벗어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기록이 모이고 책으로 엮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고 책으로 펴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좋아하는 제주는 좋은 소재가 되었고, 그곳의 일상은 행복이 되었다. 책의 앞 부분에는 기록을 조금 더 쉽게 하려고 연필이나 만년필을 이용한 스케치 위주의 그림을 담았고, 점차 그림 그리기와 기록에 익숙해지면 색을 넣은 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아 뒤에는 채색한 그림으로 채웠다. 큰 그림을 그려넣고 작은 그림을 먼저 채워넣은 셈이다. '따라 하기' 코너는 독자들이 그 날의 행복을 그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 편집 과정에서 끼워넣은 것임도 일러둔다.

 


 

독자에게는 이 책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행복 기록들' 중의 '내가 행복한 순간'은 현장에서 그때그때 적어두어야 가능하다. 버스 안, 산행 중, 카페, 회사, 영화 관람 중, TV 볼 때 등 시도때도 없이 떠오른 생각을 모아 나중에 한꺼번에 기억하려면 놓치는 것이 모은 것보다 훨씬 많을 터다. 특히 일상을 하나 하나 적는다는 것은 '습관'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조그만 수첩(요즘은 휴대폰도 가능)은 필수일 것 같다.

순간의 감정은 그때가 지나면 퇴색하기 마련이니 기억하다 일기 쓰는 형식으로 뒤에 한꺼번에 꺼내 쓰려면 디테일이 훨씬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조그만 수첩은 필수일 것 같다. 펜은 아무거면 어떠리. 자신이 손에 익을 것이면 충분하리라. 그림은 그리는 사람만 그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 개인적 입장으로서는 그림을 빼고 적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나만의 위시 리스트'는 중요할 것 같다. 저자는 첫 번째로 '겨울의 윗세오름 가보기'로 적어 놓았는데 독자들 나름대로 환경에 따라 세울 수 있으리라. 위시 리스트는 미리 계획해 적어 놓은 것인 만큼 큼직한 내용 너댓 개 정도를 적어 놓은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필기 도구를 만년필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년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릴 때 사용했을지 모르겠다. 우리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도구를 자신의 목적에 맞추면 될 일이다. 책을 본 것 중, 혹은 영화를 보던 중 '긍정적 문장 적어두기'는 필요할 것 같다. 적지 않고 시간이 가면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소제목이 붙어 있다. 이것은 나중에 책 만드는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만 계절적인 일만은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는 계절의 풍경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니까. 다만 계절적 환경의 변화는 예상되는 것도 있으니 자신이 있는 곳의 상황적 변화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을 계획해 메모해두고 그냥 일상을 적어나가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달마다 제목을 붙인 것은 나중에 책을 만들 때 붙인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예를 들어 1월 「새로운 시작」, 3월 「자연 가득한 향 내음」, 7월 「여름의 시작」, 12월 「춥지만 따뜻한 계절」 등이다. 이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가 「내가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 「나만의 달력 만들기」, 「다이어리 꾸미기」, 「일년 열두 달 행복 기록」을 '부록' 형식으로 따로 마련했다. 저자를 따라 해보려는 많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저자 : 정선욱(달구라)

 

제주도민 8년 차에 접어드는 ‘취미 부자’ 달구라입니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을 하며 지낼지가 요즘 최대의 관심사이며, 항상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들렀던 독립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가슴 속에 몽글몽글 새로운 꿈이 피었던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도전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하루가 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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