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국어 공부 : 조사·어미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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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어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 12년의 교육 중 가장 많은 시간이 교과 과정에 들어 있다. 당연히 우리 말과 글이니 많은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 글은 창제 당시(반포 1446)부터 조선조 450년 동안 공문서나 관리들 사이에는 쓰이지 않은 문자였고, 일제 강점기에는 쓰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사실 한글은 550년이 된 문자지만 그에 대한 연구 등은 실제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뿐이다. 때문에 아직도 우수한 문자임에도 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국어 시간도 시간은 많이 배정돼 있지만 정작 배우는 학생들은 영어나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국어 공부는 학교 수업 시간 이외에 따로 시간 내 공부하는 과목으로도 대접 받지 못한다.

각 입시에서 국어의 비중이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정작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선다형이나 단답식 시험에서는 국어 공부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성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쓰는 말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말이다. 출제자의 잘못인가, 수험생의 잘못인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 출제자도 역시 한글 세대로서 같은 교육을 받아왔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말과 글은 소수의 한글학자나 문학인, 우리 말과 글을 많이 사용하는 일부 기관 종사자들에게만 중요성이 인식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 『시로 국어 공부』는 평생을 국어 연구에 힘써온 한 국어학자가 '개인을 위한 국어 공부' 3부작 시리즈 중 제 2편이다. 1편은 「문법편」, 2편은 「조사·어미편」, 3편은 「표현편」이다. 이 가운데 이 책은 2편 조사·어미를 다룬다.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붙이기 위해 시와 연결한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저자의 깊은 뜻은 딴 데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 「조사·어미편」 앞 부분 〈들어가기〉에서 조사와 어미는 한국어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중하게 다뤄야 할 문법 요소임을 분명히 한다. "한국어에서 조사와 어미의 존재가 영어나 중국어 등의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전작 1편 「문법편」에서 다룬 문법 요소가 대부분 조사와 어미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영어나 중국어에 탐닉하는 사람들은 곧잘 한국어의 조사와 어미의 활용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는 것.

특히 문인 중에는 조사를 거추장스럽고 성가시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의아하고 '문인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영어나 한문처럼 조사가 없으면 문장이 더 깔끔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사를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은 말에 저자는 동조하지 않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우리말은 조사를 생략하고 싶으면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써야 할 조사를 쓰지 않으면 의미가 잘못 전달되거나 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니 조사의 기능과 용도를 정확이 알고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에 가장 맞는 조사를 가려서 쓰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기본이다.

 


 

특히 조사 중에 격조사와 보조사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들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조사를 사용하는 핵심 열쇠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사의 이러한 부분을 하나씩 설명하고 아름다운 시로 직접 확인해 갈 것이라고 밝힌다. 국어는 똑같이 배웠지만 아직도 서투른 독자는 서로 다른 주장에 어느 한쪽에 표를 던질 능력이 없어 책을 읽으며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저자는 '어미'에 대해서는 "단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쓰고 안 쓰고 할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어미의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미를 사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전제하고 "특히 한국어는 서법과 높임법 그리고 시제가 모두 어미를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에 어미의 형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어미가 비록 어간의 뒤에 붙어서 꼬리라는 이름으로 쓰이지만, 몸통이 하지 못하는 문법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면 몸통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사와 관련, 조지훈의 「낙화」, 김춘수의 「꽃」, 김소월의 「산유화」, 황금찬의 「촛불」, 김남주의 「자유」, 기형도의 「빈집」 등의 시를 감상하며 조사의 올바른 사용법을 제시한다. 또 어미 공부는 윤동주의 「새로운 길」, 문태준의 「이제 오느냐」, 김소월의 「님의 노래」, 심훈의 「너에게 무엇을 주랴」, 양주동의 「산길」, 신달자의 「여자의 사막」, 도종환의 「만들 수만 있다면」, 김수향의 「꿈」 등과 함께한다.

『시로 국어 공부』 개괄편인 「문법편」에서 저자는 조사가 문장의 뼈대를 세우는 대목 같은 구실을 하고, 체언을 이리저리 부리는 장수와 같다고 말했다. 시에서도 조사는 가끔 단어의 이미지나 문장의 분위기를 바꿔 시인의 본심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조사를 쓰지 않고 그런 이미지 일탈을 도모하려면 복잡한 장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사를 적절하게 쓴 시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묻어난다. 이는 반대로 조사를 아무렇게나 쓰게 되면 시의 깊이가 감소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먼저 두 가지 조사의 기능에 대해 얘기한다. 자리 기능과 의미 부가 기능이 그것이다. 조사의 자리 기능은 체언이 문장에서 어떤 성분으로 자리를 잡을지 결정해주는 격조사를 말한다. 의미 부가 기능은 체언의 자리를 지정해 주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부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격조사는 체언을 문장에서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가 되도록 만드는 조사이다. 주어가 되게 하는 주격조사는 ‘가/이’, 서술어가 되게 하는 서술격조사 ‘다/이다’, 보어가 되게 하는 보격조사 ’가/이’, 목적어가 되게 하는 목적격조사 ‘를/을’, 관형어가 되게 하는 관형격조사 ‘의’, 부사어가 되게 하는 부사격조사 ‘에, 에게, 에서, 로/으로’가 있다. 이 격조사들이 지니는 특징과 역할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시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해나가고 있다. 특히 주격조사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지닌다. 조지훈의 「낙화」 일부분을 보면 시인이 ‘꽃이, 별이, 산이’라는 주격조사를 씀으로써 사실감을 더욱 살렸음을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격조사 이외의 모든 조사는 보조사이다. 보어는 서술어를 보완하는 말로서, 보어를 요구하는 서술어에는 동사 ‘되다’와 형용사 ‘아니다’가 있다. ‘그가 시인이 되었다. 돈이 정의가 아니다.’라는 예문을 참조해보자. 이처럼 조사의 중요성과 기능, 쓰임 등을 일목요연하게 꼼꼼히 짚어주고 있다. 특히 한국어는 보조사의 언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조사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은/는’ ‘도’ 같은 보조사는 언어에서 약방의 감초 구실도 하지만 경기장의 치어리더 같은 기능도 한다. 없으면 허전하고 아쉽고 또 없으면 말이 좀 모나고 과격한 느낌이 든다. 시에 이런 보조사가 어떻게 쓰이는지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어떤 어미를 쓰는지에 따라 문장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미는 특히 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어는 서술어가 문장의 끝에 오는 언어로, 그 서술어가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어떤 어미로 끝을 마무리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각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가 자유시이면서도 운율이 느껴지고 낭송의 맛을 보이는 이유는 어미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때문이다. 어미는 크게 연결어미, 종결어미, 전성어미, 선어말어미로 분류된다. 연결어미에는 대등적 연결어미, 종속적 연결어미, 보조적 연결어미가 있다. 대등적 연결어미는 대등한 두 절을 이어주는 어미로 ‘-고’, ‘-며/-으며’, ‘-나/-으나’ 등이 있다. 종속적 연결어미는 앞 문장을 뒤 문장에 종속적으로 이어주는 어미로 ‘-면’, ‘-니/-니까’, ‘-므로’ 등이 있다. 보조적 연결어미는 연결되는 두 용언 중에서 뒤 용언이 제 의미를 상실하고 앞 용언의 의미를 보조하는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연결어미이다. 여기에는 ‘-아/-어’ ‘-게’ ‘-지’ ‘-고’ 등이 있다. 이들 용법에 대한 차이를 김소월의 「나의 집」,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황규관의 「집을 나간 아내에게」, 함석헌의 「산」 등의 시와 함께 설명한다.

문장을 마칠 때 쓰는 어미가 종결어미이다. 종결어미에 따라서 문장의 어미가 크게 달라진다. ‘여기가 거기다.’ ‘여기가 거기냐?’ ‘여기가 거기구나!’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으며, 그 차이를 서법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흔히 말하는 평서법, 의문법, 명령법, 청유법, 감탄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 관형사, 부사처럼 기능하게 만드는 관형사형 전성어미, 부사형 전성어미, 명사형 전성어미와 높임과 과거, 겸양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도 동사 활용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들 용법 공부 역시 양주동의 「산길」, 김설하의 「봄이 오는 소리」,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등의 시와 함께한다. 이처럼 한국어는 어미 사용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므로 어미를 사용하는 환경을 잘 알고 그에 맞고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어미의 용법마다 제시되는 어미 활용표도 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시와 조사」, 2장 「격조사」, 3장 「접속조사」, 4장 「보조사」, 5장 「시와 어미」, 6장 「연결어미의 쓰임새」, 7장 「종결어미의 쓰임새」, 8장 「전성어미의 쓰임새」, 9장 「선어말어미의 쓰임새」로 나뉜다. 이 책은 목차만 보면 고등학교 때 영문법 책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때 영문법에 매달렸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특히 문법, 시제, 어간, 어미, 의문법, 관형사, 동명사 등 지긋지긋하게 외워서 꿈에도 나타났던 영문법 책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우리 말과 글에 관한 책을 보면서는 다행스럽게 그때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후회와 반성이 앞선다. 이 책으로 좀 더 좋은 말,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야 할 글에 대한 자부심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생긴다. 의미 깊은 우리의 말과 글 책이다.

 

저자 : 남영신

 

우리 말글을 존중하고 바르게 쓰는 운동을 펼쳐 왔다. 한자어와 외래어에 짓눌려 있던 토박이말을 살려 쓰기 위한 《우리말 분류 사전》(1987년)을 펴냄으로써 많은 토박이말이 국어사전에 오르도록 하는 데 이바지했다. 법률 용어와 행정 용어 같은 공공언어를 쉽게 쓰는 운동을 벌인 끝에 국어기본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얻었다.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 바로 쓰기 교육,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바로 쓰기 교육을 했고, 이제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이용한 국어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을 역임했다. 펴낸 사전으로 《우리말 분류 사전》, 《국어 용례 사전》, 《새로운 우리말 분류대사전》,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이 있다. 저술한 단행본으로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 공부》, 《기자를 위한 신문 언어 길잡이》, 《글쓰기는 주제다》, 개인을 위한 국어 공부 3부작 《시로 국어 공부: 문법편》, 《시로 국어 공부: 조사·어미편》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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