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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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미움받는 식물들』을 읽으면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 점은 식물에 대한 인간의 무지함이다. 물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무지함을 각성시킬 목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잡초의 기원과 생리, 진화 과정 등에 대한 설명도 무척 새로운 내용이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또 식물과 인간, 좁게는 '잡초'와 인간의 관계 등 다양한 지식 등도 소개하지만 인간이 잡초라고 멸종시킨 식물 등을 포함한 현재도 잡초라고 없애려는 노력만 한다면 오히려 그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도 심어주기에 충분한 연구와 자료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인간 문명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해온 여덟 가지 잡초를 다룬 책이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흔하고 하찮은 식물들에는 저마다 드라마틱한 사연이 숨어 있다. 저자는 잡초를 연구하며 겪은 개인적인 일화와 역사적 사건을 엮어 잡초의 역사와 진화, 인간과 잡초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더불어 빌런 잡초를 주인공으로 전 세계적 식량 문제, 환경오염, 기후 위기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조망한다. 이를 통해 이 책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 깊은 시선과 연구로 재평가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 존 카디너는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의 역사도 시작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소중한 작물을 독점적으로 번성시키려면 그 외의 식물들은 ‘잡초’로 분류하고 밭에서 쫓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농경의 역사는 곧 잡초의 역사였으며, 인간은 작물을 심고 기르는 데보다 잡초를 뽑아 없애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잡초와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놀랍게도 결과는? 늘 잡초의 승리였다고 재조명의 필요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식물을 심은 목적에 위해되는 식물은 모두 잡초로 판단하고 없애려고 한 것은 이렇게 수천 년 이상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손으로 일일이 없애기 어려울 땐 도구로, 그래도 사라지지 않으면 화학적 방법인 제초제 등을 연구 발명해 잡초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유해 잡초라고 불리는 식물들이 항상 인류의 적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은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과제를 안기는 셈이다. 실제로 아름다운 꽃, 귀중한 작물, 평범한 야생초가 어느 순간 극성스러운 잡초가 되었고, 그런 변화를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이 책의 잡초와 인간의 뒤얽힌 애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잡초와 인간 양쪽 모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더 이상 잡초가 단순한 잡초로 보이지 않는 신비스러운 경험이 펼쳐진다.

 


 

저자는 잡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진화생물학, 유전학, 식물 생식을 아우르는 기초적인 생물학 지식을 동원한다. 또한 잡초를 죽이려고 쓰는 제초제의 원리를 설명하고 제초제를 뿌려도 왜 잡초가 계속 나는지도 설명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잡초와 제초제에 관해 읽다 보면 식물에 관한 과학을 이해하는 것보다, 식물을 상대하는 인간을 이해하는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도 실감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잡초와 얽히게 된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특정 식물에게 진화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었고, 기회를 잡은 식물은 널리 퍼지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인간은 잡초라 불리는 식물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이바지해 왔다. 골칫거리 식물의 존재에 인간이 지극히 인간답게 반응한 결과, 골칫거리 식물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고 이들이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플롤로그」에서 인간과 식물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쌓아온 상호작용의 역사를 보여준다. 어떤 식물은 인간이 그 식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반응해준 덕분에 성공적인 잡초가 되었다고 말한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던 식물들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유전받아 생태학적으로 성공하고 잡초의 특징이 강한 유전자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는 주장이다. 유전자 전파는 식물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인간은 본의 아니게 식물의 특정 형질이 진화하고 살아남는 방향으로 선택압(다양한 형질 중 환경에 적합한 형질이 선택되도록 하는 압력 : 옮긴이)을 행사했다는 반증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원치 않는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태도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잡초와 인간은 공진화(한 종이 진화하면 다른 종도 함께 진화하는 현상 : 옮긴이)를 일으키며 닮게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식물은 인간 없이 잡초가 될 수 없고, 인간은 잡초 없이 지금의 인류가 될 수 없다."(p.13) 저자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잡초의 역사'를 보여주는 여덟 가지의 잡초를 선택해 연구한 결과물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여덟 가지 잡초는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등이다. 어렸을 때 이름을 들어본 것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접한 풀도 있다. 저자는 이들 '잡초'에 대한 기원, 역사, 살아남는 진화 과정 등을 통해 잡초는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은 잡초와 공존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말이다. 꽤 익숙한 논리이기도 하다. 그렇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눈치 채겠기만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나온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끝나는 부분에 「에필로그」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잡초처럼 인간이 과학을 오해하고 자연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수천 가지의 야생식물 대부분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다수는 꼭 필요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수백만 가지의 바이러스 또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몇 가지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종간 간염은 인간이 대체 숙주를 교란하고 천적을 죽이고 서식지에 변화를 주고 본의 아니게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인 진화 생리를 무시한다면 다음번 종간 간염이나 전염병 발생으로 계속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다.(p.330)

 


 

이 책에 나오는 여덟 가지 잡초 중 가장 먼저 '민들레'가 나온다. 독자로서는 어렸을 때의 소중했던 기억이 함께 있는 그 식물이다. 그런데 잡초라니? 한 번도 잡초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또 잡초로 분류된다고 배우지도 않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봄철 민들레 꽃씨는 바람에 흩날리도록 가볍다. 이 씨앗이 눈병이 유행시키기도 해서 눈을 비비지 말라는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

대체적으로 서양에서도 민들레에 대한 인식이 비슷했던 것 같다. 책에 따르면 민들레는 잡초가 그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 사회, 문화, 심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민들레는 그다지 심각한 잡초로 여겨지지 않는다. 건물 사이 공터나 길가에 제멋대로 피긴 해도 샛노란 꽃과 불면 날아가는 하얀 씨앗은 정겨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그들은 민들레를 공공질서를 해치고 사회적 체면을 훼손하는 악성 존재로 여긴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이웃집 잔디밭의 민들레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들레를 그냥 뒀다고 이웃의 협박을 듣고, 읍사무소에서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를 받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민들레는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식물이다. 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것도 아니며, 집이나 잔디밭을 뒤덮어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작은 틈새에서 꽃을 피울 뿐이다. 그악스러운 것은 민들레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다. 미국인들은 잔디밭의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특수 제작된 칼과 도구를 사용하고 얼음송곳, 황산, 등유,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했다. 화염방사기에 당한 민들레는 꽃과 잎을 잃었지만, 지표면 아래 뿌리는 남아 있기 때문에 곧 다시 새잎을 올려 보냈다. 삽질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행태지만, 사람들은 민들레가 타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방식에 만족했다고 한다.

 


 

화염방사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인체에 유독한 제초제를 잔디밭에 뿌려댔다.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뛰어놀고 있건, 제초제가 남성들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건 민들레만 없앨 수 있다면 상관하지 않았다. 이 책은 여덟 가지 잡초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류가 환경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게 한다. 인간은 지금껏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잡초가 보여주듯 인간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때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전 지구적 재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잡초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잡초를 넘어 오늘날의 농업 시스템, 그리고 식생활을 비롯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적인 삶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또 기업형 농업과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세계적인 식량난, 농촌 붕괴, 농사를 지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부들, 몬산토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장악, 제3세계의 여성 노동 문제까지, 잡초에 얽힌 문제는 마치 땅속 뿌리줄기처럼 파고파도 끊이지 않고 줄줄이 이어진다. 잡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든, 더 나은 먹거리를 위해서든 이제는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인간도 잡초가 했던 것처럼 변화하고, 적응하고, 다음 세대에 지혜를 물려줄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잡초 이야기가 삶을 영위하고 음식을 먹고 자연을 즐길 때 더 나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집필 취지다.

 

 

잡초는 인간이 그 식물들의 환경을 교란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경쟁 식물을 없애고 자원에 변화를 주고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는 수백만 가지의 바이러스가 있고 대부분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몇 가지는 꼭 필요하다. 종간 감염은 인간이 대체 숙주를 교란하고 천적을 죽이고 서식지에 변화를 주고 본의 아니게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p.330)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존 카디너(John Cardina)

존 카디너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로 가나에서 2년을 보냈다. 귀국 후 버지니아공과대학교에서 사료작물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지아주 티프턴의 해안평야실험장에서 미 농무부 농업연구청 소속의 연구원으로 5년간 땅콩-옥수수-목화 재배 시스템을 연구했고, 1988년부터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디너 박사는 침입 식물의 생태와 관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작물의 개발, 작물 생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자연 시스템의 관리와 유지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잡초 종자은행, 잡초 개체군 역학, 식물을 이용한 환경 문제 해결에 관해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사람들이 식물을 인지하고, 존중하고, 이용하고, 돌보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역자 : 강유리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의 인사부서 근무 중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펍헙번역그룹에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즐겁게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굿바이 스트레스』, 『스타벅스 웨이』,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 등 다수가 있다. 베란다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30여 종의 식물을 기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초록 친구들과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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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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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퀀텀 라이프』는 폭력과 범죄가 만연하던 빈민가에서 자라 미국 항공 우주국(NASA) 과학 임무국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흑인 물리학자의 이야기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겪은 인종차별과 대물림돼 온 가난을 뜷고 물리학자로의 입지를 굳힌 한 사람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에는 “갱스터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가 위험하고 불안한 빈민가에서 태어났지만, 과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 덕분에 결국에는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을 찾아 나아갈 수 있었던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영재와 문제아, 스탠퍼드 대학원생과 길거리 마약 중독자 등 여러 정체성을 끊임없이 넘나들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만들 정도로 똑똑했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파는 문제아이기도 했다. 그리고 뛰어난 지능과 집념으로 스탠퍼드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백인들로 가득한 스탠퍼드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이 책은 그의 입지전적 성공과 역경 극복의 과정을 되새기는 내용만 담기지 않았다. 그의 삶은 한 발 더 나아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양자역학'과 연결돼 위대한 이론의 역사적 증인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은 올루세이의 행적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고 있지만 여정을 따라가며 제시된 것 중 여러 곳에서 한 가지 공통된 점을 보여준다. 그가 무너져내릴 때에도, 좌절하고 방황할 때에도 울루세이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희망'이다. 저자 울루세이는 책의 뒷 부분에서 「에필로그」를 통해 그의 심경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구 물리학자로서의 미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리에서 살던 과거를 백미러로 비추고 떠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흑인 사회를 뒤로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외톨이 과학자들의 다음 세대가, 나를 얽매었던 투쟁과 도피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도록 돕고 싶었다. (중략) 아이들이 꿈을 꾸는 한 한계는 없다. 수천억조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매우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유한하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 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학생들의 얼굴에서 그 무한한 희망을 보았다."(p.415~418)

수많은 가능성이 복잡하게 얽힌 다중 우주들을 가로지르며 마침내 꿈을 이루어낸 울루세이의 눈부신 여정을 담은 이 책에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유머가 가득하다. 20세기 말 미국에 여전히 남아 있던 차디찬 인종차별의 장벽, 한 가족의 지독한 가난, 그리고 마약 중독의 아찔함과 개인적인 절망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가 된 그의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에 가득한 가능성, 즉 희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미시 세계에는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거시 세계에서는 결코 통과할 수 없는 벽을 미시 세계의 입자가 뚫는 현상이다. 미시 세계 속 입자는 파동처럼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성질 덕분에 확률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즉 0이 아니라면 놀랍게도 입자는 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로써 하킴 올루세이의 삶은 마치 새로운 벽에 부딪혀 세게 튕겨나가면서도, 결국에는 벽을 통과하는 데에 성공한 입자와도 같다는 비유가 가능해진다. 그는 어린 시절에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거의 자동차 안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서 네 살 때 그곳을 떠난 후로 빈민가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았던 그는 친구를 사귀려고 하면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야 했고, 새 동네에 도착하면 반드시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했고 일부러 더 거칠게 행동해야만 했다. 게다가 지긋지긋한 가난도 그의 삶을 밑바닥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가족들은 먹고살기 위해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했고, 그 역시 마약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과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이 있었다. 그는 주변에 읽을 만한 것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읽는 책벌레였고,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모두 답하는 “교수님”이었다. 그는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22권에 달하는 백과사전을 첫 항목부터 마지막 항목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읽었다는 회고는 우리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주 역할을 했던 세대의 어린 시절과 닮았다.

 


 

특히 그를 매료시켰던 것은 백과사전을 읽다가 알게 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두운 밤 위험을 무릅쓰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상대성 이론을 직접 실험했고, 고등학생 때에는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컴퓨터 게임을 홀로 제작해 과학전람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과학에 대한 애정과 집념으로 결국 그는 스탠퍼드 대학원 물리학과에 입학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물리학자이자 흑인인 아서 워커의 연구진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밤이 되면 팰로 앨토 동부의 뒷골목에서 마약을 찾아 헤매는 그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은 계속되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미는 갱스터들의 위협으로부터 겨우 살아남은 후에야, 항상 자신을 믿어주며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이 결심은 그를 인생의 승리자로 이끄는 주된 에너지다.

가난, 폭력, 마약 등 여러 위기를 넘나드는 빈민가의 삶과 태양을 연구하기 위해서 첨단 로켓과 망원경을 설계하고 우주로 발사하는 천체물리학자의 삶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이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하킴 올루세이의 인생은 우리에게 분명히 이야기한다. 아주 희박할지라도 벽을 통과할 확률이 0이 아니라면 아무리 단단한 벽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고. 우리의 운명은 결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인생에는 이 양자역학적인 원리에 따라 무수한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고.

 


 

이 책의 이야기는 스탠퍼드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한 그가 자신과 비슷한 입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젊은 과학자들을 양성하는 일에 뛰어들며 마무리된다. 이때 미래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믿으며, 앞서 언급한 대로 그가 단언한 말은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 이 말은 우리의 가슴속에 와닿으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어 'quantum'은 사전에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 복사 에너지에서 처음 발견하여 ‘에너지 양자’라고 불렀으며 그것이 빛으로서 공간을 진행할 경우 ‘광양자’라고 한다로 풀이돼 있다. 이 책의 제목이 『퀀텀 라이프』로 정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 생각되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이 책의 전편을 통해 흐르는 중심 테마는 물론 한 사람의 흑인 물리학자의 성공적 인생이지만,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 나타나는 인종차별은 독자가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너무 많이 오랫동안 들어온 이야기라서 '그러려니' 정도의 인식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독자는 얼마든지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삶과 자신의 사회적 위치도 확보할 수 있는 나라로 미국을 알고 있었다. 특히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온 이후로는 미국의 사회적 인종차별은 좀 줄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이는 독자의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의 소년시절(1부)의 이야기 중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 한 편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나 홀로

 

어릴 때부터 나는 남들과 달랐다네

나는 세상을 남들과는 달리 보았으며

나의 열정은 다른 이들과 같은 샘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나의 슬픔도 다른 이들과 같은 근원에서 피어나지 않았으며

다른 이들이 즐거워할 때 나의 마음은 홀로 놀았다네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을 나 홀로 사랑했다네

 

나는 그 시를 밤새 암송하다가 잠이 들었다.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기차를 타는 내내 그 시가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책을 번역 소개한 지웅배도 「역자 후기」를 남겼다.물론 이 책을 읽기 위한 도움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만의 독후감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역자는 책의 총평처럼 평가한 부분이 있다. "아주 희박한 확률이라도 무한히 시도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 머리 위를 밝게 비추는 태양은 벌써 50억 년째 그 꺼지지 않는 불씨를 유지하고 있다. 붉게 이글거리는 표면의 불꽃과 태양 표면 멀리까지 희미하지만 뜨겁게 어른거리는 코로나의 모습은 오묘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저 가스덩어리가 쉬지 않고 오랫동안 빛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 그 비밀은 바로 태양의 뜨거운 중심에서 벌어지는 핵융합 반응에 숨어 있다. 태양과 같은 별의 중심은 아주 강한 온도와 압력으로 짓눌려 있다. 그래서 아주 높은 온도와 높은 밀도로 원자핵들이 바글바글 모여 들끓고 있다. 천만 도를 넘는 아주 뜨거운 온도 때문에 원자핵들은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 이렇게 원자핵들이 서로 고속으로 부딪히면 결국 하나로 합쳐지며 강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작은 원자핵들이 함께 붙어서 더 큰 원자핵으로 융합하며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 반응이다." 이 부분은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양자 역학'의 마법(?)을 설명하기 위한 원리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가까이 맞붙은 원자핵들이 평소라면 서로를 밀어내겠지만, 아주 가끔씩 그 에너지 장벽을 뛰어넘어 한 원자핵이 다른 원자핵 쪽으로 넘어갈 때도 있다는 점을 인용해 저자가 사회의 장벽을 뚫고 통과한 사실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상기시키며 우주의 원리가 곧 우리 삶의 원리와 같다는 점을 비유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 하킴 올루세이(HAKEEM OLUSEYI)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우주론학자, 발명가, 교육자, 텔레비전 방송인, 대중 강사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플로리다 공과대학교의 항공우주, 물리 및 우주과학과에서 전공 교수로 재직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워싱턴 대학교,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또한 미국 워싱턴 D. C.에 있는 항공 우주국(NASA)의 과학 임무국에서 우주과학 교육 관리자로 일했으며 디스커버리 사이언스 채널의 과학 자문가, 그리고 흑인 물리학자 국립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넷플릭스, 디스커버리 사이언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PBS, BBC 등 많은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국립 발명가 아카데미에 속해 있으며, 국립 흑인대학 동문회의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시그마 피 시그마 흑인 명예상을 수상했다.

 

저자 : 조슈아 호위츠(JOSHUA HORWITZ)

펜 E. O. 윌슨 과학문학상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 『고래 전쟁 : 진짜 이야기(WAR OF THE WHALES : A TRUE STORY)』를 포함하여 다양한 책을 쓴 작가이다.

 

역자 : 지웅배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에서 은하천문학을 연구하며, 같은 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천문학 강의를 맡고 있다. 구독자 5만 명의 유투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운영하면서 최신 천문학계 논문을 소개하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능력자들」에 출연했고 한국과학창의재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국립과천과학관, TEDX, 빨간책방 등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를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종일 우주생각』, 『별, 빛의 과학』, 『우리 집에 인공위성이 떨어진다면?』 등을 썼고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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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과 치유, 물이 최고의 약 - 치매 걱정 없이 사는 슬기로운 치매 처방전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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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치매 예방과 치유, 물이 최고의 약』은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치매는 아직까지 특효약이 없어 전문 의사들도 예방이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로 전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치매는 이미 전 셰계적으로 널리 걸리는 질환이고, 예방과 치료가 어렵다는 공통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의학의 발전과 영양의 충분한 공급 등으로 인간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지만 반대로 치매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당연히 의학계나 보건 당국의 집중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약을 개발하지 못하는 이상 지금의 치료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치매 국가 책임제'를 실시해 환자 가족들의 보호자의 경제 문제 등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발생 후 대책일 뿐 치매 예방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란 이유는 물과 소금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면 치매가 이토록 세계 인류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킬 이유도 없는 질병이 아닌가 해서다. 이 책은 제목대로 암보다 무서운 질병 ‘치매’를 다스리고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다루고 있다. 특히 효과는 미비하고 부작용이 더 많은 기존 치료제에서 벗어나 물, 그리고 약간의 소금 섭취만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해법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 김영진은 이 책에서 ‘치매의 솔루션은 약이 아니라 물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이며,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가 뇌의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 「시작하는 글」을 통해 21세기 최첨단 영양학을 공부하면서 세 번의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첫 번째는 2017년 미국의 〈Nutrition Therapy Institute〉에서 '물'과 '소금'이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보다 더 중요한 '필수 영양소'라는 정보를 접했을 때, 두 번째는 뇌질환으로 알려진 불면증,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공황장애, 조현병, 강박증, 루게릭병 등이 물과 소금만으로도 치유·개선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 세 번째는 치매 환자의 다양한 증상 중 약 80%가 물로 치유·개선됐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를 주변 사람에게 알려 물과 소금을 섭취하게 한 결과 무척 놀라웠다고 밝힌다. 저자는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체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며, 특히 치매 예방과 치유에 필수적인 영양소라는 사실을 실제로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독자로서는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 같은 치료 효과가 있다면 왜 환자들에게 적용하여 치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이 들기도 했다. 사실 일반 독자들이야 몰라서 그렇다 하더라도 의사나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건강 관련 논문이나 잡지 등의 논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저자는 현대 의학의 약물요법과는 달리 "물이 치매의 예방과 치유에 가장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에 대부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느냐?"라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치매가 아직은 물로는 예방·치유되지 않는다는 학설이 발표된 적도 없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저자의 인내심을 갖고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라는 주장을 반대하거나 폄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리라는 것이 독자의 생각이다. 다만 자신이 직접 체험해 확신한 것이라는 언급과, 이 때문에 그 어떤 학설이나 논문보다 강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에 100% 동의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

저자에 따르면 물은 몸의 온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장기와 혈관 구석구석에 영양소를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몸의 신진대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수분을 흡수하는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더 자주 많이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와 물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물이 부족하면 각종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최종적으로 뇌에 물 공급이 되지 않으면 치매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의 주 목적은 치매의 예방과 치유를 위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 심각한 심장 질환자와 신장 장애가 있는 분을 제외하고는 적당량의 물과 소금 섭취를 한 번쯤 시도해 볼 것을 권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실천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사실에는 의·약학계의 확인도 필요할 터이지만, 물과 적당량의 소금만 사용한다면 환자나 가족에게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치료법으로 주장해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독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상돼 있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확인이 되어야 할 것이란 게 독자의 조그만 의혹이다. 이 책의 예방·치료법이 공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들의 무조건적 신뢰가 요구된다면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란 독자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저자가 경험하고 어렵게 쓴 이 책에 대해 반론을 펴는 것 같아 다시 책에 집중해본다.

이 책의 1부에는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이유,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왜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매가 더 많이 발생하는지, 치매인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 치매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치매를 일으키는 식품과 치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나쁜 식습관을 소개하고, 3, 4부에서는 체내에 물이 부족해서 뇌에 물 공급이 되지 않아 치매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과 물이 치매의 예방과 치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5부에서는 운동, 독서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건강한 정신으로 나이 드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물을 잘 마시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게,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치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 1부에서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이유,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왜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매가 더 많이 발생하는지, 치매인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 치매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치료 의사들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2부에서는 치매를 일으키는 식품과 치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나쁜 식습관을 소개하고,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우리가 먹는 것과 먹는 습관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 점도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 인정받고 예방 차원의 식습관을 강조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3부 「체내 물 부족,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제목의 내용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물 보유량이 적기 때문에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것도 인정할 만하다.

'물 부족 초기 증상'의 단계별 소변 색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증상(?)이 치매 초기 증상으로 봐야 할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 물과 소금 부족이 치매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① 종종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잔다 ② 휴일에는 점심 때가 되어야 일어난다 ③ 알람을 맞춰 눈을 떴다가 다시 잠을 잔다 ④ 늦잠을 자서 자주 학교나 직장에 지각한다 ⑤ 삶에 의욕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아 일어나기 싫다 등 예닐곱 개의 증상 사례조항을 들고 있다. 즉 이런 증상의 원인이 물과 소금 부족에서 일어나고, 스트레스, 과로, 임신, 기타 질환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매 증상으로 발전하기 쉽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물과 소금 부족으로 일어나는 증상으로 만성변비, 아토피성 피부염, 안구 건조증과 결막염 등이 나타난다는 것. 물론 이런 증상이 꼭 치매 증상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독자로서 정직하게 표현하자면 설득력이 조금은 떨어지고 신뢰감이 줄어든다. 이 가운데 '천식'과 '마른기침'의 원인에 대해 물과 소금 부족이라는 주장에는 신뢰감이 조금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독자는 천식 환자로 수년 째 고생하고 있다. 당연의 의사의 진료와 치료 처방을 받고 주의 사항도 들었다. 독자의 천식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일종으로 천식이라고 진단했다. 의사의 주의사항으로는 '금연' 하나였다. 그리고 감기에 주의하고 감기에 혹시 걸릴 경우 곧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할 것을 권고했다. 이유는 천식이라는 질환은 병이 진전될 경우 감기처럼 다른 호흡기 질환에 복합 작용할 경우 급성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의 처방대로 주의사항을 지키며 치료하자 4개월도 안돼 전혀 증상도 없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되자 다시 담배도 피우고, 감기에도 무신경해졌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천식은 완전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인데 담배 때문에 다시 치료를 해야 할 것이 우려돼 병원도 가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겼다. 다시 천식 질환은 눈에 띄게 나빠져 다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원인과 치료법을 달리 책에 적었다. 폐와 기관지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도 천시과 마른기침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물 부족으로 히스타민이 과잉 분비돼 기관지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수축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항히스타민제와 기관지 확장제와 같은 약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말이다.

노인에게 발생한 천식은 물 부족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물과 소금만 제대로 섭취하면 증상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주장이가. 독자는 몹시 혼란스럽다. 저자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80대 노인에게 '천식에는 충분한 양의 물과 적당량의 소금을 섭취하면 좋아진다"라는 정보를 드렸고, 괄목할 만한 치료 효과를 얻고 지금 그 분은 열정적으로 천식 환자에게 물과 소금의 가치를 알린다고 한다.

 


 

독자의 만성질환인 천식의 경우를 빗대어 이 책의 주제인 치매 예방·치료와는 다소 다른 내용이었지만 저자가 천식 치료에 대해서도 이 책에 쓴 내용과 대형 병원의 현직 호흡기 내과 전문의 치료 처방이 다른 데 따른 독자의 혼란이기에 관련 없는 독자들은 굳이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해 읽지 않기를 바란다. 독자의 천식과 합리적 의심이 저자의 오랜 노력과 연구, 경험 등의 결과에 누가 될까 우려해서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의 4부 「물, 치매 예방과 치유의 놀라운 효과」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약물로도 치유되지 않는 각종 치매 증상이 물로 개선된다"라고 말하면 좀처럼 믿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분이 증발해 쪼그라든 건포도나 곶감을 물에 담가 두면 다시 탱글탱글해지듯이 수분이 부족해 뇌가 쪼그라드는 알츠하이머 치매에는 물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사례들이 나와 있다.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① 치매 증상 80퍼센트가 치유되는 물의 효과 ② 섬망, 물이 최고의 명약 ③ 물, 뇌의 필수 에너지원 ④ 배고픔과 갈증을 분별하는 수단 ⑤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 ⑥ 물, 제대로 마시는 법 ⑦ 물 마실 때 주의해야 할 점 ⑧ 치매의 보약, 반신욕의 효과와 주의사항이 자세히 열거됐다.

 

저자 : 김영진

 

홀리스틱 영양 지도사. 『김영진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의 저자이자,미국의 Nutrition Therapy Institute 에서 21세기의 최첨단 영양학인 홀리스틱 영양학을 전공하여 자연 건강법 보급에 힘쓰고 있다. 『당뇨병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사는 법』, 『비만, 왜 만병의 근원인가』, 『건강 서적 100권 한번에 읽기』 등을 저술하였으며, 『수혈의 배신』, 『의사의 거짓말 42가지』, 『먹거리로 높이는 자연치유력』 등을 번역하였다. 네이버 블로그 [9988스마일클럽]과 다음 카페 [9988스마일클럽], 블로그 vitamin119.co.kr에서 건강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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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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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밀한 장소,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집에 관한 지식에 삶의 사유를 시작한다. 오늘을 사는 모두를 위한 인문학, 우리들의 집 이야기가 시공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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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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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언제까지 인간에게 내어주기만 할까? 독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무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나서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면 어떤 것일까? 독자는 단연 '나무'를 꼽고 싶다. 살아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 공급 장치와 더위를 막는 그늘로 봉사한다. 수명이 짧은 나무들은 추울 때 난방용, 취사용으로도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태운다. 물론 잘생기고 큰 나무들은 집, 가구 등으로 인간 삶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한다.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 인간들을 위해 안전을 위하고, 휴식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데 기여한다.

이 책 『집의 탄생』은 1970년대 말부터 40년 간 나무와 함께 산 저자 김민식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는 『나무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나무 인문학'을 펼쳐 냈다. 제목이 '집의 탄생'이고 부제가 「반 고흐의 들판 위 오두막부터 르코르뷔지에의 호숫가 집까지」여서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집'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긴 나무로 만든 집이라면 집 얘기가 나무 얘기고, 나무 얘기가 집 얘기가 될 터, 아무래도 좋다. 저자의 이력은 '나무 장사'에 다름 아닌데 어떻게 나무에 대해 생물학적 특성은 물론 인문학적 해석도 가능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자는 한국의 목재 산업이 활황을 띠던 1970년대 말부터 40년 간, 캐나다, 북미부터 이집트, 이스라엘, 파푸아뉴기니 등 나무를 위해 55개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공간의 움직임은 비행기 여정만 400만km, 지구 100바퀴에 이르는 이 기나긴 시간을 통해 자연과 사람과 삶을 만났다. 40여년의 긴 여정이 저자에게 남긴 것은 '인류의 문명과 문화는 나무를 떼 놓고 말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무를 매개로 톨스토이의 소설과 고흐의 그림, 박경리 선생이 글을 쓰던 느티나무 좌탁 앞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사과나무로 가구를 만든 메타포와 안도 다다오가 나무를 심는 이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놓인 테이블의 의미를 되새기는 등 사유의 시간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나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아낌없이 내놓는다. 나무와 오랜 세월 함께해서 나무를 닮아가는 걸까?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우리들의 집 이야기」를 시작으로, 1장 「집에 살다」, 2장 「집을 보다」, 3장 「집에 머물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집의 미래」로 마무리된다. 모두 간단한 순우리말로 제목을 정한 것이 이채롭다.

 


 

저자는 프롤로그 「우리들의 집 이야기」를 통해 강원도 산골짝으로 들어온 지도 20년이 되었다며, 제일 먼저 자신의 집을 짓고 몇 년 지나고 나서야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둘 몰려왔다고 언급한다. 금세 서울로 돌아올 줄로 짐작했고 심지어 산골 목수로 산다는 것이 농담인 줄 알았다는데. 산골짝 20년 동안 지은 집이 아파트 한 동에서 못 미치는 20여 채에 불과하다며 "초고속 성장을 계속해온 대한민국은 집 짓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회"라고 말한다. 저자의 집에 대한,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소견으로는 그렇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쩌면 집을 재테크나 축재에 쓰이는 물건이지 집의 원래 목적에 맞게 지어지는 집이 없다는 뜻일 게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 집에 얽힌 이야기, 집에 대한 국내외 명사들의 시선을 잡아내는 데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롭고 가치를 더한다. 독자들에게 집과 나무에 관한 한 몰랐던 '신세계'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는 강연회 청중 모드로 독자는 걸어 들어간다. 특히 책 곳곳에 그려진 그림과 짤막한 설명은 독자의 눈의 피로가 한순간에 가시는 효과를 준다. 가장 먼저 참나무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 우리 나라에도 가장 많은 수종 중의 하나일 것이고 집을 짓는 목재로도 자주 쓰여서일 것이다. 생물학자 못지 않은 나무에 대한 지식과 책을 통해 읽은 지식, 그리고 저자의 경험과 사색이 더해진 설명은 매우 높은 설득력을 갖고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나무 보헤미안'만의 고급 지식과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라는 소설가 김진명은 "이 책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나무 보헤미안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데, 일단 한번 손에 잡으면 도저히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간 우리가 좀체 접할 수 없었던 저자만의 고급 지식과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토해냄은 물론이고 깊게 읽으면 과연 나무는 본질적으로 어떤 생명체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도 이르게 하는 것이다."란 추천평을 썼다.

책에 따르면 19세기 프랑스의 저명 문필가이자 한때 쇼팽의 여인이기도 했던 조르주 상드는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이냐 궁전이냐 내게 얘기해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집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세기의 건축가가 지은 집, 외딴 숲속 철학가의 오두막, 휘황찬란한 왕비의 궁전,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는 시인의 집, 골목길에 즐비하던 아무개의 양철집, 그리고 아파트. 사람이 집에 거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집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상드의 장담은 유효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무를 살갗 같은 집에 대해 무슨 고민을 시작해야 할까. 저자의 나무에 대한 사유가 시공간적으로 엄청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슬며시 집과 관련된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집이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며, 반 고흐가 머물던 들판의 오두막, 르코르뷔지에가 호숫가에 지은 집, 프랑스에서 시작된 아파트, 도연명과 추사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초가집, 휘황찬란한 궁전을 버리고 마리앙투아네트가 지은 촌락, 대통령의 저택과 어느 시절 골목길의 판잣집과 양철집까지. 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이 담긴 다채로운 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40여 년 목재 관련 일을 한 저자가 어떻게 집의 이야기를 이토록 절절하게 펼칠까. 책에 실린 대로 1만 년 전 움집의 기둥과 대들보가 밤나무였고, 18세기 건축 철학자가 집의 기원을 원시 오두막으로 보는 것과 맞닿아 있을 것 같다. 나무에서 시작된 저자의 관심사는 자연히 집으로 옮겨 갔고,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독서광은 현장에서, 책장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 등장하는 나무와 집의 그림은 글의 여운을 더한다. 반 고흐의 오두막은 지붕에 풀을 이고 있고, 르코르뷔지에의 어머니의 집에는 잔잔한 호숫가 곁에 머문다. 저자가 써내려 간 집과 건축 이야기는 여느 건축학자, 민속학자의 기록보다 방대하고, 깊으며, 인간적이다. 알고 경험하고 이해하고 쓴 저술의 매력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거래하던 독일의 목재 가공업체가 슈투트가르트, 오펜부르크에 있어서 독일 흑림 지역 경계에 있어 들렀던 흑림에서의 사색이 로마제국의 영화로 이어진다. 로마사에 기록된 광대무변은 아니지만 스키장, 온천, 트레킹 코스가 들어선 국립공원으로 변했다고 한다. 사색에서 이젠 지역 이동이다. 연결된 프라이부르크를 지나치면서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상흔이 깊게 드리운 지역이란다.

종전 후 연합군 프랑스군이 주둔하던 캠프가 1990년대 초에서야 이 지역을 떠나며 반환됐던 곳이라고 전한다. 이후 현재까지 이 역사의 현장은 지속 가능한 거주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환경 생태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상에 제공한다고.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철학자 훗설, 아이데거, 아이에크 그리고 아렌트를 배출한 고장이란 것을 이제야 저자는 알게 됐다. 특히 하이데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시절 나치에 지지해 자신과 지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지만, 건축가들이 그의 이야기를 자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하이데거의 오두막'은 흑림 속 토트나우에 있다. 안내판도 없어 현지인들도 매번 길을 놓친다. 하이데거는 1922년부터 이 오두막에 머물며 그 유명한 『존재와 시간』을 썼다. '짓기 거주하기 사유하기'의 사상이다. "눈 내리고 고립된 시간은 철학을 할 시간이다."는 말도 책 속 내용이다. 그러면 이 오두막집은 철학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저자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책을 읽고, 역사를 뒤지고, 사색을 계속했다는 것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심리학자 카를 융은 "돌을 다듬고 날라 지은 오두막에서 자궁과 같은 평안과 아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내로라하는 21세기 모더니즘 건축가가 지은 집은 소송에 휘말렸고 이제 누구도 살지 않는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유유자적하며 살아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사상가는 성치 않은 집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소수민족의 판잣집, 선로 변의 양철집, 거주자가 되는대로 지은 오두막은 과연 보잘 것 없는 것인가. 이 책은 집이 경제이자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에, 심지어는 축재의 대상이고 주체로 활용되는 세상에서 삶을 중심에 두고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 : 김민식

 

내촌목공소의 목재 상담 고문. 한국의 목재 산업이 활황을 띠던 시절부터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했다. 나무의 밭으로 꼽히는 캐나다, 북미를 비롯해 전 유럽과 이집트, 이스라엘,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남섬까지, 그의 나무 여정은 400만km에 이른다. 독일 목재 회사 Jacob&Sho¨ns Gmbh의 파트너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엔지니어드 자작마루판’을 설계했고, 세계 공연장의 건축 음향을 연구한 이력이 길다. 2006년부터 강원도 홍천 내촌목공소에서 건축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목재 컨설팅 및 강연을 해왔다. 저자는 나무와 함께한 오랜 경험, 인문학적 지식으로 나무와 사람,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진 깊고 넓은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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