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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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손 내밈’이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문학에의 초대장으로 생각하면 딱 맞다. 기꺼이 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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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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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한 번도 장영희 교수를 만난 적이 없다. 당연히 그의 강의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를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지식은 독자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의 책 『생일』을 읽으면서다. 그의 문학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드러나는 책이고, 문학 지식의 일부를 느끼게 해준 책이다. 『생일』은 조선일보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연재되었던 칼럼 120편 중 사랑에 관한 시들을 50여 편 골라 담은 책이다. 셰익스피어부터 예이츠, T. S.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로버트 프로스트 등 영·미 시인들의 시와 더불어 그들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며 팍팍한 우리네 삶에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독자는 신문 연재를 읽지 않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이후 그의 글을 읽었다.

길지 않은 책이어서 두세 번을 거푸 읽을 정도로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책은 개성 넘치는 화가 김점선의 그림들이 훌륭한 시만큼이나 책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런 책을 만든 우리나라의 출판 능력에도 감탄과 감사를 하게 해준 책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작가 장영희를 좋아하게 됐다. 더욱이 이 책은 작가가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돼 놀라움과 존경의 마음을 함께 갖게 해주었다. 책에 실린 그의 사진도 독자에게는 충격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의 미소다. 그의 미소는 '꾸밈'이 없는 듯 눈동자도 맑고 빛났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미소를 짓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은 독자만이 아니었으리라. 그의 책 『생일』은 지금도 독자의 책꽂이에 고이 간직돼 있다.

 


 

이번에 출판된 『문학의 숲을 거닐다』도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물론 초판이 아닌 개정판이다. 2019년 5월 9일 장영희 교수의 10주기를 앞두고 100쇄를 맞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시작으로 2021년에 『내 생애 단 한 번』이, 이번에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이로써 출판사 샘터사는 작가가 생전에 출간한 에세이집 세 권을 모두 개정했다. 출판사는 장영희 교수의 문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오류만 신중하게 수정했으며, 세 권 모두 같은 판형의 양장으로 출간하여 통일성을 주었다고 밝혔다. 또 희망과 긍정, 밝음이 가득한 장영희 교수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놓치지 않았다.

이 책도 2001년 8월부터 3년간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북 칼럼에 게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시작할 당시 보스톤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불가피하게 미국이 배경이 된 글들이 몇 개 있다.) 작가는 책의 「작가의 말」을 통해 집필 당시의 사정도 털어놓는다. "2004년 9월 말, 조금은 심각한 병에 걸려 본의 아니게 갑자기 중단하게 될 때까지, 나는 이 칼럼을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났다. 마치 숨겨놓은 보석을 하나씩 꺼내보듯, 일생 동안 내 안에 쌓인 책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재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고맙고 행복했다."(p.8)

신문의 특성상 각 칼럼의 길이를 원고지 10매에 맞췄지만, 이 기막힌 고전들을 그렇게 짧은 호흡으로 소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작가 장영희는 잘라 말한다. 그나마 10매도 책과는 무관한 자신의 사적 이야기, 일상적 이야기를 많이 끼워 넣음으로써 주어진 길이도 다 활용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글들이 되어버렸다고 덧붙인다. 이를 다시 책으로 낸 이유를 갈음한다.

 


 

투병이라는 힘든 시간 속에 쓰인 글들도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작가 장영희의 특유의 명랑과 순수함이 빚어내는 마술 같은 언어들은 우리에게 힘이되고 문학의 숲에 차곡차곡 쌓인다. 장영희는, 시인은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 바 있고, 이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동서고금을 통해 쓰인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들의 기본적 주제는 '같이 놀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형형색색으로 다르게 생긴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보편성을 찾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작가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영희 저자는 "작가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 또는 상상력을 통해 하나의 허구적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일어날 법한 얘기를 창조해서 말한다. 그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현실에 얼마든지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고 분명 남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아니 내 안에 있는 것조차 까마득하게 몰랐던 욕망, 분노, 고뇌, 사랑을 맞닥뜨리게 된다. 등장인물이 아무리 괴팍하고 비현실적인 행동을 한다 해도 인간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갖는 약점, 페이소스, 슬픔과 좌절을 깨닫고 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내적 세계에 눈뜨게 한다." 고 말한다.

 

 

이 책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편의상 장(章)을 나눴으며, 각 장의 소제목은 따로 붙이지 않았다. '문학의 숲'이니만큼 한 편의 에세이가 한 그루의 나무로 존재하듯 열거된다. 다만 비슷한 성격의 에세이와 작품 해석이 10개 그룹으로 나뉘었을 뿐이다. 책의 마지막에 '에필로그' 성격의 '서평' 「'문학의 숲'으로 가는 길에서」(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의 글이 실려 있다. 각 장은 일상을 담은 에세이와 문학 작품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설명, 그리고 그 작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 등을 담았다. 일상이라고 해서 신변잡기는 아니다. 교수로서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당연히 우리의 삶과 닮은 점, 일어날 수 있는 일, 주제 탐구와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사색, 그리고 사유의 변(辯)을 실었다.

「어느 봄날의 단상」에 나온 내용을 요약 발췌한다. 수업 시간에 늦어 부리나케 학교에 들어서는데 어느새 피었는지 개나리 덤불이 노란 뭉게구름이 되어 교정을 덮고 있던 어느 봄날. 수업을 마치고 책상 위에 쌓인 우편물을 뜯어보니 미국 친구가 보내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얇은 책자가 있었다. 윤동주와 함께 기억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떠올린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나오는 시인의 이름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기억을 소환한다. 집앞 담장 밑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고등학교 교복의 학생, 그는 배가 고파 쓰러져 있었다. 그 고등학생의 손에 들려 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이라고 쓰여 있던 것을 봤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릴케에 의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자격이 필요해서, 먼저 나 스스로의 성숙한 세계를 이루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삶의 안일주의에 빠져 어려운 것을 피하고 나의 ‘고유함’을 읽은 지 오래고, 남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기는커녕 여전히 옹졸한 마음으로 길을 잃고 헤매며 살아가는 나는 어쩌면 사랑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는지 모른다. 중년의 어느 봄날, 배고파 기절하면서도 시를 읽는 어리석음이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웬일일까. ‘릴케’라는 이름이 열정과 낭만을 잃고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나의 메마른 가슴에 작은 불씨를 지펴놓은 모양이다."(p.21~22)

 


 

「사랑과 생명」이라는 글에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의 유언과 동서고금 선인들의 '사랑'에 대한 말을 연계시켜 '사랑'에 정의에 대해 다가간다.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말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인쇄되어 있는 노트를 보고서 떠오르는 단상이다. 책에 따르면 대재벌 총수가 유서 세 통 달랑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대북 사업을 계속해 달라, 내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 달라는 사뭇 사무적인 메시지, 그리고 "당신 윙크하는 버릇 고치시오"라는 허탈한 농담 외에 남긴 가장 슬픈 메시지는 아들에게 남긴 "너하고 사랑을 많이 나누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라는 말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한 것 같던 사람이 죽으면서 가장 가슴 아파한 것은 결국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는 회한이었다. 저자는 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된다고 말한다. 작가, 성인, 철학자 등이 설파한 '사랑'에 대해 많은 문장을 설명하지만 독자가 몇 개만 임의로 추출한다.

 

*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 완벽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는다. - 〈요한1서 4장 18절〉

*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 - 셰익스피어

* 삶에 있어 최상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 빅토르 위고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 중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죽은 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명상뿐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다. - 타고르

 

많은 예를 들었지만 정작 저자는 〈논어(12권 10장)〉에 나오는 말을 압권으로 친다.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에필로그' 성격의 '서평' 「'문학의 숲'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의 글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담아서 에필로그 성격으로 '문학의 숲'에 접근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지적 목마름을 동료 교수였던 장영희 교수의 책에 드리는 '헌사'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즉 장영희 교수의 글과 이 책을 읽는 법(?)에 대한 방법을 설명해준다. 그는 이 글에서 "(장영희 교수는) 독자들의 온화하고 지적인 필치로서 현실과 문학 세계를 무리 없이 접목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충족시켜 주었다. 만일 여기서 필자(장영희)가 작가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이 당면한 문제를 배제하고 문학작품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더라면 진부하고 평범한 문학 사전의 범위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영희 교수의 글은 그가 보고 느낀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과 누추함을 고전적인 문학 세계와 비교 분석해서 다시 그것을 비평적으로 의미화한 후 독자들의 삶에 새로운 충격을 던짐으로써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해준다."고 썼다. 이어 그는 "장영희 교수가 이렇게 우리들을 무한한 기쁨이 가득한 '문학의 숲'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된 가장 큰 힘은 그가 지닌 고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따뜻하고 지적인 문장, 명료하면서도 섬세한 구성, 그리고 유려한 번역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전적인 문학작품을 통해 조명한 현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구김살 없이 진솔하지만 날카롭기 그지없는 그가 지닌 '마음의 눈'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그의 글이 가져다주는 매력은 천부적인 그의 재능도 재능이겠지만, 장애인이라는 인간 조건을 말 없는 침묵으로 극복해 온 불굴의 인간 의지 때문이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 밖에 "장영희 교수는 문학 텍스트와 현실에 나타난 삶의 의미는 물론 그 아픔과 슬픔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까지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장영희 교수가 장애 조건을 극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현대인들보다 정신적으로 더욱 밀도 짙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왔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벨상 수상 연설문에서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p.336) - 「문학의 힘」 중에서

 

저자 : 장영희(JANG YOUNG HEE, 張英姬)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첫 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내 생애 단 한번』,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다시, 봄』,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Crazy Quilt』 등의 에세이를 냈다. 『슬픈 카페의 노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종이시계』, 『스칼렛』, 『톰 쏘여의 모험』, 『피터 팬』, 『살아있는 갈대』, 『바너비 스토리』 등 2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2002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 [조선일보]에 칼럼 ‘영미시 산책’을 연재하던 중 암이 발병했지만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담은 시들을 독자에게 전했다. 2006년, 99편의 칼럼을 추려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엮은 시집 『생일』과 『축복』을 출간해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깊은 우정을 나눈 김점선 화백을 먼저 떠나보냈으며 두 달 뒤인 5월 9일,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57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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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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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musical)은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이라는 사전적 풀이를 갖는다. 흔히 우리는 뮤지컬이라 부르지만 '뮤지컬 코메디' 또는 '뮤지컬 플레이'의 약칭이라고 한다. 일부는 뮤지컬 시어터(musical theatre)라고도 한다. 뮤지컬은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했다. 그 근원은 유럽의 대중연극, 오페라·오페레타·발라드 오페라(俗謠歌劇) 등이다. 1728년 이와 형식이 비슷한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가 런던에서 상연되었는데, 조지 에드워드(George Edwardes)가 제작한 〈거리에서(In town)〉(1892년 초연)를 첫 뮤지컬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은 최초의 뮤지컬 코메디를 탄생시켰다. 19세기 미국에서 성행한 벌레스크(해학적인) 희극에다, 유럽에서 발달한 오페레타를 조화시킨 것이다. 작곡가 제롬 칸, 대본에 리처드 로저스, 작사자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등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미국인의 꿈과 향수를 제재로, 미국의 민요와 흑인음악의 멜로디, 그리고 리듬을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일환으로 미시시피강을 왕래하는 쇼보트를 무대로 인생의 애환을 그렸는데, 바로 〈쇼보트〉(1927)다. 이것은 오늘의 뮤지컬의 기초를 다졌다.

G.거슈윈은 G.S.카프만과 리스킨드의 대본으로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한다〉(1931)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뮤지컬을 시도하였다. 거슈윈은 만년에 흑인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포기와 베스〉(1935)를 만들었는데, 경쾌한 리듬과 나른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노래를 썼다. 작사와 작곡의 귀재 콜 포터는 복잡한 각운과 도시적인 기지가 특징이며, 뮤지컬 작자로는 세련된 인물이다. 〈키스 미 케이트〉(1948) 등이 그 대표작이다. 로저스는 해머슈타인 2세와 손잡고 〈오클라호마!〉(1943)를 비롯, 〈회전목마〉(1945), 〈남태평양〉(1949), 〈왕과 나〉(1951),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을 발표하였다. 뮤지컬을 보면서, 뮤지컬 책을 읽으면서 뮤지컬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독자 자신의 뮤지컬 이해를 위해 백과사전(두산백과) 일부를 인용해 독자가 다시 정리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 웨일즈 남단의 콘월 지방 맨덜리 저택이다. <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은 영화로도 성공을 거두었다.뮤지컬 영화는 노래와 춤을 테마로 하는 영화로서 '영화의 나라'답게 미국에서 특히 발달하였다. 오래전부터 미국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디오 방송국, 음반 산업을 갖춘, 음악이 매우 발달한 나라였다. 사운드의 출현과 더불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은 과거에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음악의 세계를 창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재즈 싱어〉(The Jazz Singer, 1927)는 사실상 최초의 뮤지컬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알 졸슨(Al Jolson)은 주제곡 마미(Mammy)를 포함한 여섯 곡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노래와 몇 대사를 제외하면 오케스트라 연주와 자막으로 이루어진 당시 일반적인 무성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그 영화에서는 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음악보다는 각본에 더 중점을 둔 영화였다. 뮤지컬에서 안무는 음악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뮤지컬의 주연은 노래뿐만 아니라 춤을 추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으로 영화는 본격적인 토키 시대를 맞이하여 음악이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되었고, 이후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됐다. 유성 영화 시대의 초기를 풍미한 뮤지컬은 아래 세 종류였다고 한다. ① 〈리오 리타〉(Rio Rita, 1929), 〈쇼보트〉(ShowBoat, 1929)와 같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영화화된 것. ② 〈1929년의 할리우드 리뷰〉(The Hollywood Revue of 1929, 1929), 〈패러마운트 퍼레이드〉(Paramount on Parade, 1930)같이 유명한 가수와 무용수, 코미디언이 주연이 되는 시사 풍자극. ③ 〈브로드웨이 멜로디〉(Broadway Melody, 1929) 등 공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른바 ‘백스테이지(backstage)’ 뮤지컬이다.

로이드 베이컨(Lloyd Bacon)이 감독한 〈42번가〉(42nd Street, 1933)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뮤지컬이라고 하는 장르의 원형을 최초로 실현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 영화는 정교한 무대 장치, 정확하게 안무한 여성 무용수들의 춤, 오버헤드 쇼트(overhead shot)를 포함한 이동 촬영 등으로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장면을 보여 줬다. 위트 있는 대사는 빠르게 전달되고 인물 성격은 하나의 전형으로 능숙하게 다듬어진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는 모든 각도에서 촬영하는데 오버헤드 쇼트로 포착할 때는 무용수들이 동심원을 비롯한 갖가지 모양의 형태를 만든다. 때로 카메라는 무대로 내려가 무용수들의 신체를 우아하고 유쾌하게, 가끔은 섹시하게 포착한다.

 


오페라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의 멤피스, 나일강변, 테베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출처 : NGD>

 

오늘날 뮤지컬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 예술이지만, 그 원형은 앞서 언급한 대로 19세기 유럽에서 태동했다. 17, 18세기 서유럽에서는 절대 왕정의 후원 아래 귀족들을 위한, 그들만이 향유하던 예술이 유행했다. 당시 오페라는 이 귀족 문화를 대표하는 장르로 유럽 무대를 장악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많은 돈을 모은 시민들이 새로운 지도층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이전 귀족과는 다른 예술을 원했다. 그런 분위기에 맞춰 등장한 것이 뮤지컬이다. 비슷한 시기 영국 축구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처럼, 뮤지컬은 대중 예술의 총아였다. 뮤지컬은 이러한 서민층의 문화적인 욕구에 부응하고자 다양한 예술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에 영국 셰익스피어 연극의 기법, 가면극·발라드 오페라·벌레스크·보드빌 등 쇼(show)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19세기 말에 희미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무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극 예술'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면면히 내려온 서양 연극의 계보를 잇고 있다. 나이로 치면 뮤지컬은 연극의 까마득한 후배인데, 연극 등 서양 공연 예술의 역사에서 뮤지컬이 어떤 요소를 수용했는지 이 책 『방구석 뮤지컬』에서 30개의 뮤지컬을 소개하면서 포착해낸다.

 


 

뮤지컬은 가까우면서도 낯선 장르이기도 하다. 저자 이서희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고백한다. 보면 볼수록 흥미롭게 다가오는 뮤지컬의 “회전문”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 사회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뮤지컬의 세계를 소개한다. 이 책의 발간 이유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전을 재창작한 뮤지컬부터 한 번쯤 제목은 들어보았을지도 모르는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다섯 가지의 주제로 30편의 작품을 큐레이션하여 뮤지컬이 낯선 관객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뮤지컬이 품고 있는 배경과 서사부터 아름다운 가사와 무대 영상에 이르기까지, 어느 순간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누구나 쉽게 뮤지컬에 다가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1부 「운명의 앞에서, 개척하는 인생」, 2부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 3부 「격동의 시대, 영원한 사랑」, 4부 「어둠 속, 빛나는 인간의 마음」, 5부 「흘러가는 시간, 나아갈 역사」이다. 테마별, 각 뮤지컬의 주제별로 나눈 것이다.

저자는 출판사 책 소개글을 통해 "사람은 하나의 인생만 살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며 울고, 웃고, 위로받는 이유는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아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어떤 이의 삶에 감동하고, 분노하는지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는 데는 뮤지컬과 같은 예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뮤지컬을 접하는 일은 나를 괴롭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유쾌하고, 재밌고, 행복한 삶을 노래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책 『방구석 뮤지컬』을 통해 그 자체로 빛나는 순간을 만나보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을 뮤지컬의 세계에 푹 빠지게 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첫 번째 소개작으로 선정했다. 이 뮤지컬은 막이 오르자, 시인 ‘그랭구아르’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대성당의 높은 벽이 펼쳐진다. 이토록 장중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우리를 성당의 유리와 돌에 글을 새기던 대성당의 시대로 이끌며, 1482년 파리에서 일어난 특별한 연애 사건을 들려주겠노라 한다. 그의 이야기는 ‘클로팽’이 이끄는 부랑자의 무리가 파리에 도착해 노트르담 성당의 안식을 청하며 시작된다. 성당의 부주교 ‘프롤로’는 그들을 수용하지 않고, 근위대장 ‘페뷔스’에 게 부랑자들을 쫓아내도록 한다. 부랑자의 무리에는 집시 ‘에스메랄다’가 함께하고 있었는데,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페뷔스는 그녀를 체포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약혼녀 ‘플뢰르’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어느 날, 가장 생김새가 흉한 사람을 뽑아 교황으로 삼는 ‘광인들의 축제’가 열린다. 교황으로 선정된 사람은 흉하게 생긴 꼽추이자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였다. 사람들은 콰지모도에게 왕관을 씌우고, 모두가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행사가 요란해지자 프롤로가 나타나 이들을 해산시키고, 콰지모도에게는 민중을 현혹하는 에스메랄다를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어릴 적 버려져 프롤로의 손에서 자란 콰지모도는 명령을 감히 거역하지 못한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납치하기 위해 미행하지만, 그 모습이 페뷔스에게 발각되어 체포된다. 에스메랄다를 위험에서 구한 페뷔스는 ‘발 다무르(사랑의 계곡)’ 카바레에서 만나자고 제안한다. 이때 부랑자들은 타오르는 거리의 불길 속에서 자신들만의 궁전을 세우고 무질서한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랭구아르는 부랑자들의 영역에서 어슬렁거리다 붙잡히고 만다. 클로팽은 부랑자 중에서 그랭구아르와 결혼할 자가 나타나면, 그를 죽이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자 에스메랄다는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명목뿐인 결혼일 뿐, 에스메랄다 역시 페뷔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략) 줄거리만 이야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감동이 넘치는 대작이다. 다음은 이들이 대화하는 장면과 노래 제목과 내용이다.

 


 

Le temps des cathedrales _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 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Bohemienne _보헤미안

 

엄마가 들려주던 얘기

그리운 그곳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산과 그곳 사람들 얘기

고향과도 같은 그곳

 

맨발로 뛰어다니던 내 어린 시절의 프로방스

집시들의 여행길은 끝이 없고

방랑은 곧 나의 인생

이 땅의 모든 길 지나

세상 끝에 닿는 그날, 그날까지

 

그곳 안달루시아 그 강물은 내 몸을 흐르고

나의 안달루시아 언젠간 널 만나게 될까

 

보헤미안 나는 고향을 알지 못해

보헤미안 길 위에서 난 자랐지

보헤미안 보헤미안

결코 내일을 알 수 없어

보헤미안 보헤미안

거역할 수 없는 내 운명

 

La fete des fous _미치광이들의 축제

성당의 종지기 꼴사나운 꼽추

가장 추한 이름 그는 콰지모도

주제도 모르고 아아 에스메랄다

그녀의 이름을 꿈꾸네 그 천한 꿈속에

 

미치광이들의 교황님 미치광이들의 교황

그 이름은 콰지모도

 

La cour des miracles _기적의 궁전

어차피 우리 운명은 교수형

우리 거리에선 여기 이곳에선

기적의 궁전에선

기적의 궁전에선

 

모두가 똑같은 운명 정처 없는 방랑자들

우리에겐 종교도 나라도 없어

우리들 거리엔

누더기 깃발 아래 모습들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

 

부랑자와 집시들의 노래가

우리 거리에선 여기 이곳에선

똑같은 운명 우린 도망자들

우리 거리에선 여기 이곳에선

살인자들과 도둑들도 형제

우리 거리에선 여기 이곳에선 (하략)

 


 

마침내 발 다무르 카바레에서 페뷔스와 에스메랄다가 만난다. 발 다무르 카바레의 자극적인 조명과 노골적인 사랑 의 춤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 순간, 누군가 에스메랄다의 칼을 훔쳐 페뷔스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스메랄다는 살인 혐의를 받고 성당의 감옥에 갇힙니다. 클로팽을 비롯한 부랑자 무리까지 체포되어 투옥되었고, 에스메랄다는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넘버'를 소개한다. 뮤지컬에서 넘버란 오프닝 넘버(Opening Number)와 프로덕션 넘버 (Production Number)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 프로럭션 넘버는 대체로 1막의 중간 부분이나 1막의 끝에 나오는 곡이다. 한 작품에 2 회 정도 소개된다. 뮤지컬의 각 요소들이 모두 동원되는 부분으로 화려하고 대담하며 유쾌하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오프닝 넘버는 오프닝 코러스 (Opening Chorus)라고도 하며 서곡이 끝난 후 연주되는 곡, 혹은 코러스들의 합창을 일컫는다. 관객의 관심 집중, 분위기 안정, 상황 설명 등이며 대부분 힘차고 활력 있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뮤지컬에는 극이 시작하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음악에 미리 익숙하게 하고 또한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감정을 정돈하는 역할을 하는 서곡 (Overture)이 있다. 또 앞으로 진행할 극중 상황 이전에 어떤 배경과 상황의 전개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주로 노래를 통해서 전달되는 제시(Exposition)가 있다. 배우들의 정확한 가사 전달과 분명한 발음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반복 연주 (Reprise, 중요한 극적 순간에 앞의 노래가 다시 연주되는 걸을 말하며 반드시 같은 선율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변주로 이루어지며 극적 상황이 변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요소는 한 작품의 음악적인 특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작품의 음악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와 쇼 스토퍼 (Show Stopper, 뮤지컬에서 재치 있는 노래나 연기를 삽입시켜 일종의 전환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관객의 박수나 환호로 인하여 극의 진행이 끊어지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특히 '뮤지컬의 백미'로 일컬어지며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환희나 사랑의 비극,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연주되는 아리아(Aria)가 있다. 아리아는 뮤지컬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며 대부분 이중창으로 진행된다. 커튼 콜(Curtain Call)은 다른 극과 마찬가지로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배우들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의미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공연된 극중의 중요 멜로디나 아리아 합창곡 등을 편집하여 연주하고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언어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것 같지만 한두 번 뮤지컬을 관람하면 쉽게 익힐 수 있는 것들이어서 뮤지컬 문외한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에는 30개의 명작 뮤지컬이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알 수 있다. 고전주의 음악에 근거하는 오페라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유명한 오페라는 거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당시 귀족이나 왕족을 위해 만들어진 오페라에 비해 뮤지컬은 대중적인 노래와 연극을 이용하면서 율동이 많고 연기와 노래에 비중을 둔다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 대중의 오페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닮았지만 창법 등과 등장하는 음악이 다소 다를 뿐이다. 연극성 보다는 노래 위주의 공연으로 아리아, 중창, 합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오페라의 창법이라는 독특한 발성법에 의해 불리는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는 마이크 없이 오로지 목소리 만으로 공연장을 채우기 때문이다. 항상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다. 물론 극작가, 연출가, 안무가, 배우, 가수, 무용가, 의상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은 당연하다. 이런 제한성에서 뮤지컬은 자유롭고 줄거리를 재해석하지 않는 한 오페라와 같이 한다. 이 책에는 '4대 뮤지컬'로 불리우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그리고 〈레 미제라블〉은 물론 호평 받은 세계적 뮤지컬이 망라돼 있다. 또 한국의 뮤지컬도 역사와 함께 비약적 발전상을 소개한다.

 

저자 : 이서희

 

우리는 살아가며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움을 맞닥뜨리고는 한다. 하지만 뮤지컬 속의 인물들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고민하고, 사랑하고, 도전한다. 가까우면서도 낯선 장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저자는, 보면 볼수록 흥미롭게 다가오는 뮤지컬의 “회전문”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 사회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뮤지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전을 재창작한 뮤지컬부터 한 번쯤 제목은 들어보았을지도 모르는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저자는 5가지의 주제로 30편의 작품을 큐레이션하여 뮤지컬이 낯선 관객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뮤지컬이 품고 있는 배경과 서사부터 아름다운 가사와 무대 영상에 이르기까지, 어느 순간 공 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누구나 쉽게 뮤지컬에 다가갈 기회를 만들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저서로는 수만 명의 독자들이 사랑해주신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과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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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독자는 영화 애호가이다. '애호가'로 검증 받은 적은 없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지만 바쁜 직장 생할 중에도 한 달에 두 편 정도의 영화 감상을 극장에 가서 했다. 누구랑 같이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을 때는 혼자서 오붓하게 즐기는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를 헤아려본 적은 없지만 '직관'한 영화가 500편은 족이 넘는다. 재개봉이나 두 번 감상한 영화까지 합치면 1,000편에 육박할 것으로 어림잡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흡기 기저질환자로 코로나 종식 때까지는 극장 가는 것을 삼가라는 의사의 권유로 극장을 못 가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하는 수 없이 집의 TV를 통한 영화 관람을 했지만 극장에 가서 보는 것과는 감동도, 느낌도 훨씬 떨어지는 것만 확인했을 뿐 재미가 없다.

이 책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도 목마름과 아쉬움을 덜어내려 읽게 되었다. 물론 책으로 볼 때는 이름 있는 영화평론가 수준의 전문가가 쓴 것이 아니면 여간해서 읽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 주성철이 독자가 TV를 통해 여러 번 보고 그의 입담과 영화에 대한 애정 등을 확인했기 때문에 의심치 않고 선택했다. 이 책은 출판사 측의 소개글대로 〈씨네21〉, 〈방구석1열〉, 〈무비건조〉 등 수많은 영화 콘텐츠를 통해 유쾌한 입담을 자랑해온 ‘영화광’ 주성철 평론가가 들려주는 ‘아는 영화들의 몰랐던 이야기’이다. 20여 년간 말과 글을 통해 치열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온 그가 그동안의 애정의 흔적들을 모아 엮은 ‘첫 번째 영화평론집’이기도 하다. 독자는 영화평론가로 알고 있는데 영화평론으로서는 첫 번째 책이라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이 책은 주제 혹은 소재에 따라 영화를 한 편씩 나열해 설명하던 기존 영화 평론집들과 다르게, 전시를 관람하듯 영화적 사유를 확장하는 구성이 인상 깊다. 감독이 천착하는 주제와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세계관을 추적해가는 〈감독관〉, 영화 속에서 탄생해 피어나고 무르익는 배우들의 연기 세계를 쫓는 〈배우관〉, 장르의 렌즈를 통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함께 사유해보는 〈장르관〉, “모든 감독은 단편으로 시작했다”는 말처럼 단편을 통해 거장들의 영광스러운 시작을 발견하는 〈단편관〉까지. 영화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영화의 뒷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영화의 뒷이야기라지만 어쩌면 영화평론으로서는 본연의 업무인 글들을 모은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안성맞춤의 책이다. 너무 깊은 영화예술의 얘기에는 영화전문가나 직업으로서의 영화인들, 혹은 영화연구 학자들에게 어울릴 것이며 가벼운 후일담을 다루는 에세이나 가십류의 책은 아무나 읽어도 흥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은 중간 정도의 수준에 위치해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영화 지식과 영화나 영화인들의 뒷이야기의 흥미를 섞어 만든 '영화비빔밥'쯤으로 해석해도 결례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영화평론집을 멀리했던 독자라도, 저자 주성철의 ‘영화 수다’ 앞에서는 흥미진진하게 눈을 밝힐 것이다. 더불어 〈기생충〉, 〈미나리〉, 〈헤어질 결심〉 등 한국 영화의 대변혁기를 선도하고 있는 최신 작품들도 함께 논하기 때문에 이를 함께 목격하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독자들은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의 추천평을 보면 저자의 영화평론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늠하기가 좋다. 이 책 역시 영화인들의 추천평을 함께 실었다.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라는 말이 있다. 영화관에 불이 켜진 후 동행자와 함께 영화 속 의미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각자의 영화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때 동행자가 영화광이라면 어떨까? 이 책은 영화 잡지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한 영화 주간지 〈씨네 21〉의 편집장, 영화광 주성철 저자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그가 들려주는 감독, 배우, 영화 장르의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글을 읽을 뿐이지만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자연히 움직이고, 왜 이 감독이 이 영화에 이 장면을 넣었는지, 이 배우가 어떤 감정으로 이 장면에 임했을지, 이 장르는 어떻게 흐름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다. 온갖 콘텐츠가 쏟아지고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최신작의 이야기까지 듣고 싶다면 이 책을 가급적 빨리 펼치길 바란다. 단언컨대 앞으로의 영화들이 더욱 재밌어질 것이다."(오승은)

"들려주는 '우리는 모르는 이야기'라니! 그래서 급한 마음에 먼저 읽어봤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어버렸다. 우리가 아는 영화,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까지 고맙게도 기억해주고 들춰내어주어 몹시 반갑다. 한 가지를 두고 오랫동안 좋아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귀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이것은 압력이다. 또 써달라."(이경미 영화감독)

 


 

저자 주성철의 '영화관'과 영화에 대한 애정 등이 책 '서문'을 대신한 「작가의 말」에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스마트폰 영화가 가능한 시대라고는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많은 자본과 노동력이 투입되는 철저한 공동 작업의 시청각 종합예술이다. 연출자의 창의력과 스태프의 기술력이 더해질 때 영화는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그들이 조화를 이뤄 애초의 의도를 정확하게 담아낸 장면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감독의 집중력과 스태프의 기술력, 그리고 배우의 컨디션이나 현장의 날씨 등 그 모든 미완성인 것들이 모여 마치 완벽하게 연출된 것인 양 관객을 유혹하는 게 영화다. 독자의 영화관과 저자의 영화에 대한 시각이 놀랍게도 닮았다.

독자 역시 영화의 종합예술성은 감독의 창조력에 기대고, 스태프의 열정과 기술적 능력, 배우의 혼신의 연기력이 더해진 때문에 획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흥행성을 외면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예술성이 떨어진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변명'이 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100년 갓 지난 영화가 '산업화'되는 데는 역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주도했다. 미국은 영화를 산업화해 돈도 되고 많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나, 카타르시스를 위한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시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오늘의 영화는 미국이 이끌어온 결과에 상당한 주역을 한 셈이다. 오늘의 영화가 예술성을 담고, 대중성을 기피한다면 발전은커녕 사양산업이 됐을 것이 너무나 뻔한 일이다. 대중성을 가져야 하는 영화의 숙명상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영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저자의 표현과는 다르지만 영화를 두고 말하는 것은 같은 시각인 것 같다. 영화 기자, 에디터, 평론가의 정체성을 오가며 영화 곁에 늘 함께해온 저자는 “아마도 영화만큼 강렬한 예술은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전시회장처럼 4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감독관〉, 〈배우관〉, 〈장르관〉, 〈단편관〉이다. 편의상 4개 전시관으로 나뉜 것은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전시가 목적이 아니라 '명예의 전당'을 암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든, 스포츠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들은 당대 최고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명예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보기에도 왜 그 영화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갔느냐보다 누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갔느냐가 훨씬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 전시되는 모든 영화와 영화인 등이 '명예의 전당'처럼 독자들 앞에 보여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데에도 적절하고 독창적 분류란 느낌이다. 이 명예의 전당에서 저자는 관람객(독자)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내 하나씩 하나씩 재미 있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함께 나누고 싶어 미칠 것 같던 말들이, 저자의 수줍고 달뜬 이야기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감독관에는 여러 명의 감독이 올라 있다. 영화는 감독의 손끝에서 최초로 탄생한다. 영화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이 전시의 시작이 〈감독관〉이어야 하는 이유다.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나홍진, 김기영이라는 한국 영화사의 뜨거운 이름들 이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요르고스 란티모스, 마틴 스코세이지,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세계 영화사의 한 분깃점이 되는 이름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총 10명의 감독이 내면의 욕망과 끈질긴 신념으로 일구어낸 찬란한 세계를 쫓다 보면 그들의 세계가 실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이 도약하는 것이다.

 


 

‘속죄와 믿음의 문제’라는 테마를 끈질기게 탐구해온 박찬욱, ‘한국적 현실에 대한 치밀한 천착’을 기조로 디테일 속의 어긋남을 추구하는 봉준호,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깨달음을 작품 세계로 들여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들은 모두 몰두하는 테마를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변주해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간다. ‘미친 이야기’로 영화인들의 소화불량을 일으켰던 나홍진과 ‘타협하지 않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켄 로치는 상상력을 넘어 생명력으로 날뛰는 영화의 현장이 어떠한 것인지 생생히 증명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원초적 광기’를 다룬 김기영과 ‘끊임없이 영화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천재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후배 영화인들에게 끼친 영향, ‘독보적 장르를 구축’한 류승완과 ‘장르 탐식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세계관 면면들도 모두 이 책에 담겨 있다.

감독의 영감에서 영화가 탄생한다면, 실로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배우다. 감독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관객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배우들. 윤여정, 전도연, 설경구, 봉태규, 공효진이라는 한국 영화의 빛나는 이름들 이후로 메릴 스트리프, 주성치,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이라는, 영화광이라면 사랑해 마지않는 이름들이 이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자신과 싸워가면서 늘 갱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간다. 모두 9명의 배우들은 '제 2전시실' 인 〈배우관〉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감독의 세계가 배우를 통해 완성된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방은진 감독은 전도연에게 “어떤 느낌인지 알지?” 를 물었고, 강우석 감독은 설경구에게 “알아서 잘 만들어줘”라며 부탁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배우들에게 캐릭터가 주어지는 순간, 그들은 감독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피어나고 무르익는다는 주장이다. 감독들의 감독, 김기영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주며 불균질한 비범함을 맘껏 뽐냈던 윤여정, 삶의 신념을 영화 속에서도 맘껏 펼쳐내며 ‘배우가 산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한 메릴 스트리프는 단연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영화 산업을 지탱해온 이름들이다. 봉태규, 공효진이 자신만의 정서로 완성해온 ‘전대미문’의 캐릭터들부터 주성치,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이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온 과정까지 낱낱이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뒷이야기'라는 표현은 '에피소드'의 다름 아니며, 그 에피소드는 그 배우들을 대표하는 스토리다. 오로지 그 배우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감독’과 ‘배우’라는 키워드가 영화의 밖을 탐구하는 유용한 도구였다면, ‘장르’라는 렌즈는 영화의 내부를 비교적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장르관〉에서는 홍콩 누아르, B무비, 흑인 인권영화, 한국 공포영화, 선거영화, 저널리즘 영화 등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와 방식에 따라 총 11개의 주제를 탐구한다. 책에 따르면 장르 영화는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반복적인 ‘컨벤션(관습)’이 특징이다. 이 컨벤션에는 대중의 무의식이 반영되기에, 장르 영화는 우리의 역사, 사회 문제, 더 나아가 우리가 당연하다 여겨온 관념까지 담는다. 한국 공포영화로 대표되는 〈여고괴담〉과 〈알포인트〉에서 각각 한국의 입시 교육에 대한 비판, 베트남전에 대한 반성을 읽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장르 영화는 그들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주하고 나아가며 시대의 질문을 건져 올린다. 그동안 단순히 재미로만 장르 영화를 즐겨온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영화로 시대를 사유하는 방법과 관점을 새롭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단편관〉을 보면 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모든 감독은 단편으로 시작했다”는 말로 영화의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는 〈단편관〉은 특별 전시관으로 마련한다. 저자는 박찬욱과 봉준호를 예로 들며 설명한다. 이 전시실에서는 그동안 장편만큼 잘 다뤄지진 않았지만, 두 거장 감독들이 치밀하게 공들여온 단편의 세계를 탐구한다. 박찬욱은 2010년 이후 매년 단편 작업을 이어오고 있고, 오랜 시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참여할 만큼 단편에 대한 애정이 크다. 또한 그는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파킹 찬스’라는 이름의 단편 프로젝트 그룹을 꾸리기도 했다. 〈심판〉부터 〈일장춘몽〉까지, 단편영화에 숨겨져 있는 그의 장편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의 단서들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봉준호 또한 “단편으로 시작한 것을 넘어, 늘 단편과 함께”였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찍은 〈백색인〉부터 학교에서 과제로 만든 습작 〈프레임 속의 기억들〉까지, 작품 활동 초기의 짧은 단편에서도 〈기생충〉으로 이어지는 ‘봉준호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개별 작품에 대한 평가 이상으로, 봉준호 감독이 언제나 변함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애써왔다는 걸 깨닫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름을 시사한다. 두 거장의 단편을 모두 살펴본 독자들은 이렇게 외치게 될 것이다. “영화감독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한국 영화, 특히 세계적 영화와 함께 무대에 서는 오늘날 영화평론가 주성철의 입담으로 살펴보니 한국 영화의 자긍심이 올 가을은 영화 같은 일들을 현실로 이룬 한국 영화계의 앞날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을 함께 발견한다.

 

저자 : 주성철

 

영화주간지 [〈씨네21〉의 편집장. 2000년 이제는 없어진 영화월간지 〈키노〉에 들어가 영화기자 일을 시작해, 역시 현재는 없어진 영화주간지 〈FILM2.0〉을 거쳐 〈씨네21〉에 들어가 영화잡지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했다. 홍콩영화여행 가이드북 『홍콩에 두 번쨰 가게 된다면』, 장국영 10주기 에세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한국영화 거장 스탭들과의 인터뷰집 『우리 시대 영화 장인』, 박찬욱과 봉준호 등 충무로 대표감독들의 데뷔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데뷔의 순간』, 영화감상 초보자들을 위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를 썼다. SBS 영화 프로그램 〈금요일엔 수다다〉와 〈접속! 무비월드〉에 출연했고, 민규동 감독과 함께 채널CGV 〈더 굿 무비〉를 진행했으며, 현재 오상진 아나운서와 함께 SK B tv 영화 프로그램 〈백업무비〉, JTBC 영화 프로그램인 〈방구석1열〉에 출연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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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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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웃는 남자』는 독자로서는 처음 읽는 작품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를 먼저 보았다. 원작을 읽지 않아도 감동을 받은 것은 뮤지컬의 '힘'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뮤지컬의 감동이 소설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뮤지컬로서는 무대와 시간이라는 제한적 한계 때문이리라.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은 뮤지컬 관람 때 알았지만 소설을 직접 읽으니 예상보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빅토르 위고에 '대문호'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도 독자에게 설득력을 함께 주었다. 독는 '위대한 문학가'라는 문학가 최고의 호칭을 붙인 작가는 몇 안 된다고 알고 있다.

굳이 독자가 아는 대로 열거하자면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아닐지. 그들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문학에는 국경도, 이념도 필요치 않으니까. 독자가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불세출의 작품 『레 미제라블』을 읽고서다. 이 작품은 어렸을 적(발췌본)부터 여러 번 읽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수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 『웃는 남자』는 자신의 『레 미제라블』에 가려 오히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 느낌이 든다. 빅토르 위고도 당시 이 작품을 출간할 즈음에 "나는 아직 『웃는 남자』보다 더 나은 작품은 아직 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는 남자』(1869년 출간, 67세)가 『레 미제라블』((1862년 출간, 60세)보다 7년 뒤에 출간된 작품이니, 위고 자신은 이 작품에 더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이 으레 출간 때 하는 인삿말일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것은 위고와 함께 팡테옹에 묻혀 있을 것이다. 굳이 작품의 우월성은 독자들이 직접 읽고 판단할 일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 『웃는 남자』 출간 이후에도 『1793년』, 『망명 시절』, 『여러 세기의 전설』, 『어느 범죄 이야기』, 『당나귀』, 『토르케마다』, 『여러 세기의 전설』 등 수많은 작품을 출간하고, 1885년(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며, 그의 유해는 팡테옹에 안치됐다. 팡테옹에 안치된 이유는 그가 상원의원으로 피선되고 활동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문호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을 것이다. 팡테옹은 원래 루이 15세가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을 신에게 감사하기 위하여 생트 준비에브(Saint Jenevieve) 교회로 지었으나 뒤에 나라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Pantheon)으로 바꾸어 사용한 곳이다.

1758년에 건물 기초가 세워졌고 프랑스혁명이 시작되던 1789년에 완성되었다. 기둥이 있는 돔의 모양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건물 지하에는 빅토르 위고 외에 볼테르, 루소, 에밀 졸라 등의 무덤이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 저 책 참고될 만한 책들을 뒤져봤으나 분량 때문인지 완역본을 낸 곳은 많지 않았다. 또 그의 정치 역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상세한 설명을 붙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크롬웰의 주도하에 이뤄졌던 시민혁명, 잉글랜드의 전성기 무렵 귀족들의 부패가 선명하게 나타날 때이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일반 시민들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욱이 크롬웰의 시민 혁명은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그러질 때이니, 정치적으로 잉글랜드로 망명한 위고는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가엾은 사람들'만 보이던 시절이다. 위고는 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을 가졌던 것 같다. 『레 미제라블』도 '가엾은(혹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고, 웃음 없는 표정의 서민들에게 『웃는 남자』 이야기는 시의 적절한 소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긴 소설이지만 작품의 줄거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출판사 측에서 낸 책의 줄거리는 1690년 1월, 삭풍이 몰아치는 포틀랜드 만의 삭막한 해변에 버려진 소년.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로부터 버림받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소년은 눈보라 속에서 목적도 없이 걸음을 옮긴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인 듯한 그 얼어붙은 세상에서, 소년은 죽은 어미의 품에 안겨 죽어 가는 젖먹이 아이를 발견한다.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어린것을 품에 안은 소년은 구원의 손길을 찾아 나서지만 간신히 발견한 마을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기만 하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엾은 두 영혼에게 온정을 베푼 이는 인간 혐오자를 자처하며 늑대를 벗 삼아 살아가는 우르수스뿐이다. 그로부터 15년 후, 인간이라는 이름을 지닌 늑대와 스스로를 곰이라 부르는 남자,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언제나 기괴하게 웃음밖에 짓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시력은 잃었으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난 아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평생 웃는 표정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독특한 설정은 만화를 비롯한 여러 장르 문학의 작가들을 매혹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라고 한다.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암시하는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스마일맨 사건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 역시 위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더욱 잘 알려진 TV 시리즈 「하이랜더」에는 그윈플레인의 스승인 우르수스의 이름을 딴 우르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웃는 남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상권은 소설은 서두와 전개 부분이다. 상권에는 17세기 영국의 귀족 사회, 그리고 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주인공 그윈플레인<Gwynplaine, Gwyn(흰색의)+plaine(평원)>이 스물 다섯의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초반에 예비 이야기가 두 편이 나온다. 그 이야기의 두 번째는 귀족들의 눈요기를 위해 어린아이를 사고, 그 아이를 장난감으로 제조한 콤프라치코스라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자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왕의 비호 아래 그릇된 자긍심마저 품는다. 그러나 '아동보호법' 이 시행되면서 경찰들은 경쟁하듯 콤프라치코스를 잡아들였고 친부모임에도 증명을 못한 이들도 타깃이 된다. 아동보호법으로 아동유기 확산으로 번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웬은 그들로부터 버림받게 되었다. 주인공 그윈플레인도 그 희생양 중의 한 명이다.

잉글랜드의 공화 체제하에서 일어났던 많은 비정상적인 일부터 시작해 찰스 2세, 제임스 2세, 윌리엄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시대가 이어지며 클랜찰리와 그의 사생아 데이비드경(卿), 여 공작 조시언의 이야기가 상편에 자세하게 기술된다. 버림받은 아이가 눈폭풍을 헤매며 길을 떠나는 여정에 눈에 묻혀 죽은 여인 곁에 울음을 터트린 갓난 여자아기를 구하고 드디어 도시에 도착해 우르수스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콤프라치코스는 귀족들의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이 된 희생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영원히 고착시켜 놓았다. 불가피한 웃음을,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된 남자 그윈플레인의 정체성이다. 울고 싶어도, 고통스러워 찡그리고 싶어도, 그는 웃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웃지 않는다. 그저 그의 얼굴이 웃을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웃음이 기쁨의 동의어일까?"(p.391)

 


 

우르수스(Ursus)와 늑대 호모(Homo)의 이름을 서로 바꿔 붙인 저자의 의도도 서로 바뀐 처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 받으려면 가난하고 소외 받는 약자들에게 베풀고 보듬어 안아 살게 하는 것이 지배자이고, 귀족이고, 부자들의 역할을 외면한 채 오히려 그들을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암시로 보여진다. 어느 날 우르수스를 찾아온 남자아이와 여자 아기. 우르수스는 그들을 받아들인 후 기르고 꾸지람을 하면서도 그들을 먹여 살렸으며 남자아이에겐 '그윈플레인', 여자 아기에겐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눈먼 소녀 데아. 그녀에게 그윈플레인은 구원자였고 안내자였으며 남편이었다. 그리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에게 사랑과 다정함의 존재이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을 지탱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주는 완벽한 한 쌍이 된다.

우르수스는 기형을 가진 그윈플레인에게 철학과 지식 등 온갖 치장물로 가득 채워주며 철인(철학자)이 돼라 말한다. 그리고 지혜롭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가르친다. 그렇게 우르수스에게 가족이, 딸과 아들이 생겼으며 그들에게 아버지가 되고 늑대 호모는 숙부가 된다. 후에 그가 사람들 앞에 나설 준비가 되었을 땐 함께 공연을 했고, 그윈플레인의 기형으로 점점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유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는 남자'로 유명해진다. 이렇게 소설은 반전을 품은 채 귀족 등 지배계급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권은 우르수스 일행이 서더크의 여인숙 태드캐스터에서 자리를 잡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록 가난해도 한 가족이 되어 화목하게 살던 우르수스와 그윈플레인, 데아. 하층민이며, 어릿광대였던 그윈플레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주(lord)의 신분이 된다. 이 책은 상황이 힘들게 전개될수록 반전이 임박해짐을 일깨워준다. 단연 그윈플레인이 로드가 되어 의회에서 장엄하고도 연설하는 가치 있는 연설을 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하층민들의 무지, 가난함, 굶주림, 매춘, 착취 등 불행한 삶을 살아 온 창백한 얼굴을 대변하여 부조리함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윈플레인과 데아를 자식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르수스는 거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타인의 고통에 나몰라하는 귀족과는 다르게 가진 것이 없어도 서슴없이 나누고, 두 사람의 울타리가 되어 준 우르수스. 그윈플레인의 부재로 충격을 받게 될 데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복화술과 몸짓으로 애쓰는 모습 또한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은 결코 웃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웃음.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웃음은 역설이다. 소설 『웃는 남자』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무질서, 특히 계급 사회가 빚은 극심한 빈부 격차, 신분 차별의 부조리 속에서 평등의 의미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게 되새겨 보게 한다.

 


 

독자는 지금까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레 미제라블』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 『웃는 남자』를 계기로 왜 대문호의 칭호를 받았는지에 대한 확신을 하나 더 얻게 됐다. 『레 미제라블』은 당시 프랑스의 지배계층과 '가엾은 사람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사회의 제도적 부조리나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드러냈다면 『웃는 남자』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당시 서유럽 중심의 문화권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정치 제도의 허점이나 사회적 부패상들을 모두 꿰고, 작가적 시선으로 개선하자는 작품이다. 그것은 문학이 간접적으로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직접 계기를 창조해 낸다는 의미에서 리얼리즘 문학의 완성도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느꼈다. 이 점은 그가 '대문호'의 칭호를 단지 소설을 잘 써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신분에 관계 없이 함께 노력해 만들어가자는 소설적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프랑스의 자랑할 만한 작가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읽은 보람이다.

 

"저는 인간입니다. 무시무시한 웃는 남자입니다. 그가 누구를 보고 웃는지 아십니까? 경들을 보고 웃습니다. 그의 웃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경들이 저지른 범죄이며 그가 당한 고초입니다. 경들의 범죄를 이제 그가 경들의 면상을 노리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고포를 경들의 낯짝에 토하고 있습니다. 제가 웃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울고 있습니다." (중략) 저의 이마 위에 있는 웃음을 만들어 준 사람은 어느 왕입니다. 이 웃음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절망의 표현입니다. 이 웃음은 증오와 강요된 침묵과 맹렬한 노기와 절망을 뜻합니다. 이 웃음은 고문의 산물입니다. 만약 사탄에게 이 웃음이 있다면, 이것이 신을 단죄할 것입니다."(p.854)

 


 

저자 :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위고는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크롬웰」에 부친 서문은 고전주의 극 이론에 대항한 낭만주의 극 이론의 선언서로서, 위고가 낭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7월 혁명의 해인 1830년에는 희극 「에르나니」(1830)의 초연이 낭만파와 고전파 사이의 ‘에르나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로부터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1850년경까지 문단의 주류가 되었다. 그 후에도 위고는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시집 『가을 낙엽』(1831), 『내면의 음성』(1837), 『햇살과 그늘(1840)』, 희곡 「마리용 드 로름」(1831), 「힐 블라스」(1838) 등을 발표했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1831)는 위고에게 민중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굳혀 주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학술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1851년에는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국외로 추방을 당하여, 벨기에를 거쳐 영국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 등에서 거의 19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 시집 『징벌』(1852), 『정관』(1856), 『여러 세기의 전설』(1부, 1859), 소설 『레 미제라블』(1862), 『바다의 노동자들』(1867) 등 대표작의 대부분이 출간되었다. 특히,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하 역사소설로서, ‘인간의 양심을 노래한 거대한 시편’이자 ‘역사적, 사회적, 인간적 벽화’로 평가받는 위고 필생의 걸작이다.

1870년 보불 전쟁으로 나폴레옹 3세가 몰락하자, 위고는 공화주의의 옹호자로서 파리 시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1874년에는 『93년Quatrevingt-treize』을 출간했다.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여담 형태로 삽입된 ‘워털루 전투’ 이야기는 위고가 벨기에 전적지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곳곳을 답사하는 노력 끝에 집필한 것이다. 위고 특유의 비장미 넘치는 문체가 돋보이는 이 글은 일세를 풍미한 영웅 나폴레옹의 패배 과정을 극적이고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는 동시에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며 여운을 남긴다. 1876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으나, 1878년에 뇌출혈을 일으켜 정계에서 은퇴했다. 국민 시인으로서 영예로운 대접을 받았고, 비교적 평온한 만년을 보내며, 『웃는 남자』(1869), 『끔찍한 해』(1872), 『93년』(1874), 『여러 세기의 전설』(2부, 1877; 3부, 1883) 등을 발표했다. 1885년 5월 폐렴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만 명의 인파가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유해가 팡테온에 안장되었다.

 

역자 : 이형식(李亨植)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프루스트의 신화 세계』, 『프랑스 문학, 그 천년의 몽상』, 『그 먼 여름』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쟈디그·깡디드』, 『모빠상 단편집』, 『웃는 남자』, 『93년』, 『미덕의 불운』, 『사랑의 죄악』, 『중세의 연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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