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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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웃는 남자』는 독자로서는 처음 읽는 작품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를 먼저 보았다. 원작을 읽지 않아도 감동을 받은 것은 뮤지컬의 '힘'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뮤지컬의 감동이 소설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뮤지컬로서는 무대와 시간이라는 제한적 한계 때문이리라.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은 뮤지컬 관람 때 알았지만 소설을 직접 읽으니 예상보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빅토르 위고에 '대문호'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도 독자에게 설득력을 함께 주었다. 독는 '위대한 문학가'라는 문학가 최고의 호칭을 붙인 작가는 몇 안 된다고 알고 있다.

굳이 독자가 아는 대로 열거하자면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아닐지. 그들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문학에는 국경도, 이념도 필요치 않으니까. 독자가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불세출의 작품 『레 미제라블』을 읽고서다. 이 작품은 어렸을 적(발췌본)부터 여러 번 읽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수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 『웃는 남자』는 자신의 『레 미제라블』에 가려 오히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 느낌이 든다. 빅토르 위고도 당시 이 작품을 출간할 즈음에 "나는 아직 『웃는 남자』보다 더 나은 작품은 아직 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는 남자』(1869년 출간, 67세)가 『레 미제라블』((1862년 출간, 60세)보다 7년 뒤에 출간된 작품이니, 위고 자신은 이 작품에 더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이 으레 출간 때 하는 인삿말일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것은 위고와 함께 팡테옹에 묻혀 있을 것이다. 굳이 작품의 우월성은 독자들이 직접 읽고 판단할 일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 『웃는 남자』 출간 이후에도 『1793년』, 『망명 시절』, 『여러 세기의 전설』, 『어느 범죄 이야기』, 『당나귀』, 『토르케마다』, 『여러 세기의 전설』 등 수많은 작품을 출간하고, 1885년(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며, 그의 유해는 팡테옹에 안치됐다. 팡테옹에 안치된 이유는 그가 상원의원으로 피선되고 활동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문호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을 것이다. 팡테옹은 원래 루이 15세가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을 신에게 감사하기 위하여 생트 준비에브(Saint Jenevieve) 교회로 지었으나 뒤에 나라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Pantheon)으로 바꾸어 사용한 곳이다.

1758년에 건물 기초가 세워졌고 프랑스혁명이 시작되던 1789년에 완성되었다. 기둥이 있는 돔의 모양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건물 지하에는 빅토르 위고 외에 볼테르, 루소, 에밀 졸라 등의 무덤이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 저 책 참고될 만한 책들을 뒤져봤으나 분량 때문인지 완역본을 낸 곳은 많지 않았다. 또 그의 정치 역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상세한 설명을 붙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크롬웰의 주도하에 이뤄졌던 시민혁명, 잉글랜드의 전성기 무렵 귀족들의 부패가 선명하게 나타날 때이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일반 시민들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욱이 크롬웰의 시민 혁명은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그러질 때이니, 정치적으로 잉글랜드로 망명한 위고는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가엾은 사람들'만 보이던 시절이다. 위고는 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을 가졌던 것 같다. 『레 미제라블』도 '가엾은(혹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고, 웃음 없는 표정의 서민들에게 『웃는 남자』 이야기는 시의 적절한 소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긴 소설이지만 작품의 줄거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출판사 측에서 낸 책의 줄거리는 1690년 1월, 삭풍이 몰아치는 포틀랜드 만의 삭막한 해변에 버려진 소년.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로부터 버림받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소년은 눈보라 속에서 목적도 없이 걸음을 옮긴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인 듯한 그 얼어붙은 세상에서, 소년은 죽은 어미의 품에 안겨 죽어 가는 젖먹이 아이를 발견한다.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어린것을 품에 안은 소년은 구원의 손길을 찾아 나서지만 간신히 발견한 마을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기만 하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엾은 두 영혼에게 온정을 베푼 이는 인간 혐오자를 자처하며 늑대를 벗 삼아 살아가는 우르수스뿐이다. 그로부터 15년 후, 인간이라는 이름을 지닌 늑대와 스스로를 곰이라 부르는 남자,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언제나 기괴하게 웃음밖에 짓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시력은 잃었으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난 아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평생 웃는 표정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독특한 설정은 만화를 비롯한 여러 장르 문학의 작가들을 매혹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라고 한다.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암시하는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스마일맨 사건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 역시 위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더욱 잘 알려진 TV 시리즈 「하이랜더」에는 그윈플레인의 스승인 우르수스의 이름을 딴 우르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웃는 남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상권은 소설은 서두와 전개 부분이다. 상권에는 17세기 영국의 귀족 사회, 그리고 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주인공 그윈플레인<Gwynplaine, Gwyn(흰색의)+plaine(평원)>이 스물 다섯의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초반에 예비 이야기가 두 편이 나온다. 그 이야기의 두 번째는 귀족들의 눈요기를 위해 어린아이를 사고, 그 아이를 장난감으로 제조한 콤프라치코스라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자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왕의 비호 아래 그릇된 자긍심마저 품는다. 그러나 '아동보호법' 이 시행되면서 경찰들은 경쟁하듯 콤프라치코스를 잡아들였고 친부모임에도 증명을 못한 이들도 타깃이 된다. 아동보호법으로 아동유기 확산으로 번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웬은 그들로부터 버림받게 되었다. 주인공 그윈플레인도 그 희생양 중의 한 명이다.

잉글랜드의 공화 체제하에서 일어났던 많은 비정상적인 일부터 시작해 찰스 2세, 제임스 2세, 윌리엄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시대가 이어지며 클랜찰리와 그의 사생아 데이비드경(卿), 여 공작 조시언의 이야기가 상편에 자세하게 기술된다. 버림받은 아이가 눈폭풍을 헤매며 길을 떠나는 여정에 눈에 묻혀 죽은 여인 곁에 울음을 터트린 갓난 여자아기를 구하고 드디어 도시에 도착해 우르수스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콤프라치코스는 귀족들의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이 된 희생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영원히 고착시켜 놓았다. 불가피한 웃음을,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된 남자 그윈플레인의 정체성이다. 울고 싶어도, 고통스러워 찡그리고 싶어도, 그는 웃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웃지 않는다. 그저 그의 얼굴이 웃을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웃음이 기쁨의 동의어일까?"(p.391)

 


 

우르수스(Ursus)와 늑대 호모(Homo)의 이름을 서로 바꿔 붙인 저자의 의도도 서로 바뀐 처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 받으려면 가난하고 소외 받는 약자들에게 베풀고 보듬어 안아 살게 하는 것이 지배자이고, 귀족이고, 부자들의 역할을 외면한 채 오히려 그들을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암시로 보여진다. 어느 날 우르수스를 찾아온 남자아이와 여자 아기. 우르수스는 그들을 받아들인 후 기르고 꾸지람을 하면서도 그들을 먹여 살렸으며 남자아이에겐 '그윈플레인', 여자 아기에겐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눈먼 소녀 데아. 그녀에게 그윈플레인은 구원자였고 안내자였으며 남편이었다. 그리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에게 사랑과 다정함의 존재이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을 지탱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주는 완벽한 한 쌍이 된다.

우르수스는 기형을 가진 그윈플레인에게 철학과 지식 등 온갖 치장물로 가득 채워주며 철인(철학자)이 돼라 말한다. 그리고 지혜롭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가르친다. 그렇게 우르수스에게 가족이, 딸과 아들이 생겼으며 그들에게 아버지가 되고 늑대 호모는 숙부가 된다. 후에 그가 사람들 앞에 나설 준비가 되었을 땐 함께 공연을 했고, 그윈플레인의 기형으로 점점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유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는 남자'로 유명해진다. 이렇게 소설은 반전을 품은 채 귀족 등 지배계급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권은 우르수스 일행이 서더크의 여인숙 태드캐스터에서 자리를 잡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록 가난해도 한 가족이 되어 화목하게 살던 우르수스와 그윈플레인, 데아. 하층민이며, 어릿광대였던 그윈플레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주(lord)의 신분이 된다. 이 책은 상황이 힘들게 전개될수록 반전이 임박해짐을 일깨워준다. 단연 그윈플레인이 로드가 되어 의회에서 장엄하고도 연설하는 가치 있는 연설을 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하층민들의 무지, 가난함, 굶주림, 매춘, 착취 등 불행한 삶을 살아 온 창백한 얼굴을 대변하여 부조리함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윈플레인과 데아를 자식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르수스는 거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타인의 고통에 나몰라하는 귀족과는 다르게 가진 것이 없어도 서슴없이 나누고, 두 사람의 울타리가 되어 준 우르수스. 그윈플레인의 부재로 충격을 받게 될 데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복화술과 몸짓으로 애쓰는 모습 또한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은 결코 웃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웃음.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웃음은 역설이다. 소설 『웃는 남자』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무질서, 특히 계급 사회가 빚은 극심한 빈부 격차, 신분 차별의 부조리 속에서 평등의 의미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게 되새겨 보게 한다.

 


 

독자는 지금까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레 미제라블』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 『웃는 남자』를 계기로 왜 대문호의 칭호를 받았는지에 대한 확신을 하나 더 얻게 됐다. 『레 미제라블』은 당시 프랑스의 지배계층과 '가엾은 사람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사회의 제도적 부조리나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드러냈다면 『웃는 남자』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당시 서유럽 중심의 문화권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정치 제도의 허점이나 사회적 부패상들을 모두 꿰고, 작가적 시선으로 개선하자는 작품이다. 그것은 문학이 간접적으로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직접 계기를 창조해 낸다는 의미에서 리얼리즘 문학의 완성도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느꼈다. 이 점은 그가 '대문호'의 칭호를 단지 소설을 잘 써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신분에 관계 없이 함께 노력해 만들어가자는 소설적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프랑스의 자랑할 만한 작가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읽은 보람이다.

 

"저는 인간입니다. 무시무시한 웃는 남자입니다. 그가 누구를 보고 웃는지 아십니까? 경들을 보고 웃습니다. 그의 웃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경들이 저지른 범죄이며 그가 당한 고초입니다. 경들의 범죄를 이제 그가 경들의 면상을 노리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고포를 경들의 낯짝에 토하고 있습니다. 제가 웃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울고 있습니다." (중략) 저의 이마 위에 있는 웃음을 만들어 준 사람은 어느 왕입니다. 이 웃음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절망의 표현입니다. 이 웃음은 증오와 강요된 침묵과 맹렬한 노기와 절망을 뜻합니다. 이 웃음은 고문의 산물입니다. 만약 사탄에게 이 웃음이 있다면, 이것이 신을 단죄할 것입니다."(p.854)

 


 

저자 :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위고는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크롬웰」에 부친 서문은 고전주의 극 이론에 대항한 낭만주의 극 이론의 선언서로서, 위고가 낭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7월 혁명의 해인 1830년에는 희극 「에르나니」(1830)의 초연이 낭만파와 고전파 사이의 ‘에르나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로부터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1850년경까지 문단의 주류가 되었다. 그 후에도 위고는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시집 『가을 낙엽』(1831), 『내면의 음성』(1837), 『햇살과 그늘(1840)』, 희곡 「마리용 드 로름」(1831), 「힐 블라스」(1838) 등을 발표했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1831)는 위고에게 민중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굳혀 주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학술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1851년에는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국외로 추방을 당하여, 벨기에를 거쳐 영국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 등에서 거의 19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 시집 『징벌』(1852), 『정관』(1856), 『여러 세기의 전설』(1부, 1859), 소설 『레 미제라블』(1862), 『바다의 노동자들』(1867) 등 대표작의 대부분이 출간되었다. 특히,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하 역사소설로서, ‘인간의 양심을 노래한 거대한 시편’이자 ‘역사적, 사회적, 인간적 벽화’로 평가받는 위고 필생의 걸작이다.

1870년 보불 전쟁으로 나폴레옹 3세가 몰락하자, 위고는 공화주의의 옹호자로서 파리 시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1874년에는 『93년Quatrevingt-treize』을 출간했다.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여담 형태로 삽입된 ‘워털루 전투’ 이야기는 위고가 벨기에 전적지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곳곳을 답사하는 노력 끝에 집필한 것이다. 위고 특유의 비장미 넘치는 문체가 돋보이는 이 글은 일세를 풍미한 영웅 나폴레옹의 패배 과정을 극적이고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는 동시에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며 여운을 남긴다. 1876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으나, 1878년에 뇌출혈을 일으켜 정계에서 은퇴했다. 국민 시인으로서 영예로운 대접을 받았고, 비교적 평온한 만년을 보내며, 『웃는 남자』(1869), 『끔찍한 해』(1872), 『93년』(1874), 『여러 세기의 전설』(2부, 1877; 3부, 1883) 등을 발표했다. 1885년 5월 폐렴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만 명의 인파가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유해가 팡테온에 안장되었다.

 

역자 : 이형식(李亨植)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프루스트의 신화 세계』, 『프랑스 문학, 그 천년의 몽상』, 『그 먼 여름』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쟈디그·깡디드』, 『모빠상 단편집』, 『웃는 남자』, 『93년』, 『미덕의 불운』, 『사랑의 죄악』, 『중세의 연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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