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작별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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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完全)하다'는 사전적 의미로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이며, '완벽(完璧)하다'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이다. 완벽은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풀이돼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때는 구별 없이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학문과 기술의 세계로 가서 사용하기에는 조금은 조심스럽다. 과학에서는 완전, 완벽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일까. 숫자를 사용하는 수학에서조차 완전하게 구현해낸 숫자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를 들어 소숫점이라로 무한대 반복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무한대란 단어도 과학이나 수학에서 구현된 숫자나 개념이 아닐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문학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단어가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완전'과 '완벽'은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이 소설 제목 『완벽한 작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은 병으로 죽기 직전의 사람을 냉동 보관해서 치료법이 생기면 다시 부활(?)시킨다는 단순한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미 40년이 넘은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는가?라는 의학 윤리에 어긋나고 '사망' 판단이 안 된 사람을 다시 죽이는 방법이라고 법에서 규정했다고 한다. 윤리와 법의 합작으로 이미 냉동인간 프로젝트는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 이한칸은 『완벽한 작별』은 ‘소멸도 탄생만큼 박수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의 조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몇 년 간 초고를 여러 번 수정하며 탄생한 작품이라고 저자가 밝히고 있다. 작중 시점은 약 10년 후 미래. 극저온 냉동 수면센터에서 시작되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는 드이노브Re2라는 생활보조로봇의 등장으로 독자에게 재미와 상상력을 제공하며 이 로봇의 활약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 소설엔 작품의 발단 부분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 성격의 문장이 먼저 흑색바탕에 흰글씨로 쓰여 있다.

그 남자는 오래된 정원의 미동 없는 석상을 닮았다. 밤하늘을 바라보던 남자의 눈동자에 혜성이 날아들고 파릇한 기운이 돌더니 남청색의 긴 꼬리가 하늘을 둘로 가르려는 듯 곤두박질친다. 그는 그 찰나를 지켜본다.

태고(太古)로부터 밤과 새벽을, 그 무수한 시간을 긴 꼬리 빛이 가르며 시작된 것처럼. 혜성의 꼬리가 떨어진 지평선 너머로 아득하게 여명이 밝아왔다.

가느다란 빛이 그의 망막에 달라붙듯이 모여들었다. 그는 극저온 냉동 체임버에서 2년 7개월 만에 깨어난 후 이틀을 잠들지 못했다. 선잠이 들려는 찰나, 낯선 진동음과 함께 등 뒤에서 기척이 들렸다.

오래 기다려 온 순간이지만 그는 서두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난 왜 다시 살아났습니까"

예상을 비껴간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척한 얼굴이 그제야 빛과 어둠에 번갈아 드러났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짙은 그림자가 편한 듯 모습을 감췄다.

"아니, 넌 그 말을 할 수 없어. 어떻게···." 모든 긴장이 풀어지자 짧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꺼풀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빛과 함께 의식을 덮어버렸다. 이제 아주 달콤한 꿈을 꿔야 할 때였다.

 

“나는 왜 다시 살아났습니까.”

강렬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치밀한 서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진다.

 

 

예정되었던 7년이 아닌 2년 7개월 만에 극저온 냉동 체임버(임의의 냉각온도를 설정·유지하기 위한 특수 장치: 저자 주)에서 깨어난 주인공 류요엘. 그를 중심으로 읽어도 믿기지 않을 기상천외한 세상이 전개된다. 3,000억 사기 사건에 그가 연루되어 있음을 알아챈 탈북브로커 백한기, 이제 12살이 된 요엘의 동생 김산(어머니가 같은데 성이 다르다), 그리고 저명한 생태조류학자 류한조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이들 간의 숨막히는 두뇌 싸움. 가쁜 호흡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는데. 치밀하게 구성된 베일을 벗길 때마다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점은 2032년, 가까운 미래다. 장소는 대한민국이다. 탈북자가 끼어들어 당연히 북한도 등장한다. 주인공 류요엘은 극저온 냉동 수면센터의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냉동 체임버에서 7년 후 깨어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2년 7개월 만에 냉동 체임버에서 눈을 뜬다. 미래의 의학 기술에 대한 기대로 7년이란 냉동 수면 기간을 설정하고 이미 거액을 지급한 상태였지만, 너무나 일찍 깨어나 버린 것이다. 게다가 탈북브로커까지 고용하며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데려 온 12살 남동생 역시 실종 상태.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극비의 공간, 베드퍼드홀에서 잠들어 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남권 거대 복합물류에서 사라진 화물을 추적하던 이들이 발견한 미스테리한 상황, 류요엘과의 접점은 무엇인가? 3,000억 사기 사건의 전말과 함께 그가 깨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시시각각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촬영한 영상과 실종된 동생의 생활보조로봇밖에 없다. 녹화된 영상 속에 나타난 ‘내’가 말한 “선택”은 무엇일까? 턱 끝까지 쫓아온 죽음 앞에서 행방불명된 동생, 김산을 찾아야 그도 살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저명한 생태조류학자였던 아버지 류한조의 죽음 이후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시작된다. 요엘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연구를 이어가려던 것뿐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절실하게 갖고자 했던 것이 없던 그가 왜 광기 어린 집착에 빠지게 된 것일까.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저자 이한칸은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2020년 여름, 한 달간의 장마에 게릴라성 폭우가 오래 이어졌다고 기억해낸다. 저자는 한강공원에서 빗물이 나무 밑둥까지 잠겼고, 그 빗물에 나뭇잎들이 속절없이 떠밀려가고 이는 것을 보았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렸는지 모르겠다" "한 해의 중반이 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저 지나가 버린 사건 같지만, 아무도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인다면 소멸마저도 탄생만큼 박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구상한 소설이라고 털어놓았다. "삶은 고난의 상황에서 빙글빙글 돌다가도 결국 중심을 잡아간다. 그러한 삶의 모든 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래서 유한의 삶이지만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쩌면 이 소설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은꼴이며, 그래서 이 소설은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고 말한다.

모든 이들에게 경이를 보내고자 집필을 시작한 저자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아내는 나날에 대한 감격스러운 환희를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속도감 있는 전개,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서사를 통한 플롯 구조로-우리가 원해온 ‘가장 완벽한 작별’을 안겨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주인공 류요엘은 처음 등장할 때는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죽음에 대한 인식, 두려움조차 거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중반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며, 죽음을 생각하며 울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닿아갈 그곳은 지나온 삶으로써 두렵지 않게 되었다.”(233쪽)고 선언한다. 류요엘은 결국 이 말을 되뇌이며 그는 영원한 삶 대신,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결코 소멸이 아닌, ‘완벽한 작별’이기에 그는 웃을 수 있었고 우리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비로소 미소 지을 수 있다.

시작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수도권 외곽 거대 복합물류센터 안. 몇 명의 인물들이 무언가를 찾으며 소설은 시작한다. 찾는 물건이 무엇인지 왜 찾는 건지는 밝혀지 않은 첫 번째 장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장소를 바꿔 주인공 류요엘은 베드퍼드 홀의 냉동 체임버안에서 서서히 눈을 뜨고 깨어난다. 류요엘은 부계에서 물려받은 희귀 유전성 심장실환을 앓고 있었다. 현재의 의학으로는 자신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냉동인간이 되기로 한다. 후배인 이을유에게 선금으로 7억원. 깨어난 뒤 3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10년 뒤에 깨어나기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2년 7개월만에 눈을 뜬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고 세상 밖으로 나간 류요엘은 이을유가 사기에 연류되어 교도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찍 깨어난 것도 문제지만 또 하나 문제가 더 있다. 류요엘에게는 20살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이 있었다. 동생까지 보살펴 달라고 이을유에게 부탁했지만 이을유는 교도소 안에 있고 동생 김산은 실종상태이다.

 


 

이 소설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박쥐 동굴」, 2장 「베드퍼드 홀」, 3장 「나의 아버지 류한조」, 4장 「잊었던, 있었던 이야기」, 5장 「그 장소, 그 시각, 그 사람」이며 마지막 6장은 이 소설의 표제어인 「완벽한 작별」이다.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도권 외곽의 거대 복합물류센터 안이다. 몇명의 인물들이 무언가를 찾는다. 찾는 물건이 무엇인지, 왜 찾는 건지는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는다. 다만 단초를 몇 가지 제시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초대받지 않은 이방인의 두 남자는 건물 기둥의 숫자판을 확인하며 어려움 없이 걸음을 옮겼다. 암흑 속에 몸을 숨긴 수백의 눈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시선에 젊은 남자는 발소리를 죽였다. 앞선 목소리의 남자는 목적지를 확인한 듯 90도 각도로 발목을 꺾어 화물과 정면으로 섰고 걸음을 멈췄다."(p.10)

 

저자 : 이한칸

 

책과 글을 늘 가까이 두고자 했고 독립서점-슈뢰딩거에서 우겨서 얻어낸 본부장 직함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꿈꿔왔다. 허름한 공장 한구석, 독서실 한 칸, 고시원 한 평, 내 꿈이 담기지 않은 사무실, 교실의 비좁은 책상과 그 모든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우주만큼 큰 꿈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홀리파크』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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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투자자 - 부자들은 왜 현금흐름 자산에 주목할까?
이고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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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란 잘 사서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잘 모아가는 것이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 달러/금, 전세 레버리지, 암호자산까지 돈, 시간, 공간을 넘어 자유로워지기 위한 투자법을 저자는 이해하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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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투자자 - 부자들은 왜 현금흐름 자산에 주목할까?
이고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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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크지 않은 직장에서 줄곧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큰 돈을 모을 수 없었다. 아니, 모으지 못했다가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급여에 의해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인데 어디에 돈을 투자해 재미를 본다는 것에 신경마저 쓰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주식이나 부동산에 적은 돈을 투자해 돈을 조금 벌었다는 회사 동료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동료들 생계 유지에 버거울 정도였으니 독자와 마찬가지다. 투자는 돈(현금)이 있어야 어디든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겨우 겨우 살아갈 정도이니 과감히 다른 직종으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해본 일도 없고, 될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 틈에서도 과감한 행동을 하는 동료도 있었다. 그러나 돈 버는 직장으로 옮긴 것은 아니고 겨우 자신의 마음 편한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평생 직장' 개념이었다.

산업화 시대까지는 '직장 잃으면 바로 먹고 키우고 가르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였다. 어떻게든 정년까지 채우는 것이 직장 생활 시작할 때의 각오였고 싫든 좋든 그 각오는 지켜져 나갔다. 그러다 내외부 환경에 의해 국가 경제가 크게 요동칠 때면 위기는 한 번씩 찾아왔다. 그때 직종을 옮긴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생소한 느낌이었고 독자 역시 그때 처음 들었다. 이른바 IMF 시절이다. 그리고 독자는 겨우 겨우 정년, 은퇴를 걱정할 무렵이 됐다. 이번에는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이 대두됐다. 말은 가끔 나왔지만 '노후 대책'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자신이 탈락할지 모르는 시대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을 늘 안고 살게 된다. 독자는 그래도 버틴 셈이다. 그러나 노후 대책엔 여전히 신경 쓰지 못한 채다.

 


 

금융 위기도 있었고, 이젠 팬데믹이다. 일부러라도 적극적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평생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사'나 '사업'에 뛰어들기엔 그나마 조금 모은 돈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독자가 어떻게든 은퇴 전 공부 좀 해서라도 안정적 투자에 대한 지식을 쌓아보려고 택했다. 물론 관련 책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에서 읽은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알았다 해도 현실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매일 변하는 경제 상황은 책을 쓰고 내는 데까지 참았다가 변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시켜주고 별 얻는 것 없이 끝내야 할 참이었다. 이때 이 책은 독자에게 눈이 번쩍 뜨였다. 『자유로운 투자자』다.

책 소개글을 읽어보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 꿈꾸는 투자법'쯤으로 이해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이고은 전작 『투자의 재발견』이란 책을 써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었다고 소개됐다. 『투자의 재발견』는 현금흐름이 꾸준한 자산(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 해외 배당 귀족주 등) 위주로 좋은 투자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고 한다.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이 책 『자유로운 투자자』의 목차를 통해 내용을 먼저 살폈다. 서울 부동산(은마아파트), 국내주식(삼성전자), 해외주식(테슬라, 존슨앤존슨), 금, 원화, 달러, 암호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자산들의 가격을 평가한 사례들과 평가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각자가 원하는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자산배분과 레버리지 구성, 현금흐름 레이어를 쌓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는 했다. 그러나 '부자 투자법'이란 생각에는 조금 머뭇거리기도 했다. 난 부자가 아니니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에 주저했다. 그러나 경제나 투자의 기본을 제대로 모르는 독자에게는 어떤 책이 도움이 안 되겠나 싶어 선택했다. 용어가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한 번 죽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저자의 설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목표나 원리는 같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책 속 내용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자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투자를 그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면, 투자를 통해 자유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시세차익을 얻는 데 집중한다면 자산가격의 예측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매번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가격 예측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 이고은은 투자란 단순히 시세차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투자란 자산을 늘리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한다.

또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잘 늘리기 위한 좋은 투자방법은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싸게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현명하게 ‘보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독자의 의문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투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에 맞는 좋은 투자방법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전작인 『투자의 재발견』에서는 현금흐름을 꾸준하게 얻을 수 있는 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 해외 배당 귀족주 위주로 좋은 투자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면, 이 책 『자유로운 투자자』에서는 서울 부동산(은마아파트), 국내 주식(삼성전자), 해외 주식(테슬라, 존슨앤존슨), 금, 원화, 달러, 암호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자산들의 가격을 평가한 사례들과 평가 원리를 소개했다.

이 투자방법을 부동산, 주식, 금, 사업, 암호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적용한 결과,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필자는 퇴사할 수 있었고, 전문직 자영업을 하던 남편 또한 생계만을 위해 일하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되었다. 독자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투자 종목도 있고, 원리부터 설명해준다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그 약속을 이 책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지켰다. 투자 문외한으로서 투자나 경제 관련 책에서 처음 느껴보는 희열 같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터, 누구 하나 반대하거나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 '머리말' 「자유를 꿈꾸는 분들에게」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투자자가 꿈꾸는 투자의 자유는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시간의 자유, 공간의 자유’라고 전제한다. 즉 ①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② 시간의 자유 ③ 공간의 자유로 구분한다. 돈의 자유는 시간 자산을 포함한 나의 총자산으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이 원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고, 시간의 자유는 원하는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나의 시간 자산을 적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의 자유는 주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신들이 지정학적 위치에 상관없이 분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안타깝게도 막상 그들의 행동을 보면 자유로워지는 길과는 거리가 먼 투자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경우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변동에만 집중하면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행태를 반복한다면, 돈의 자유를 얻기도 어렵지만, 특히 자산의 가격변동에만 집착하게 되어 시간의 자유에 가까워지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 3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 「자유를 꿈꾸는 분들에게」에서 다음 세 가지를 밝히고 있다.

1. 여러분이 원하는 투자의 자유는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시간의 자유, 공간의 자유 중에서 어떤 것인가? (복수 선택 가능)

2. 여러분이 선택한 자유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자산과 레버리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그리고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투자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원칙들은 무엇일까?

3.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투자의 기초」에서는 ‘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투자의 정의(뜻)부터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워런 버핏의 교훈을 모델로 투자 평균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장 「좋은 투자의 방법」에서는 좋은 투자방법의 5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저자 부부는 시간 자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소 생경한 자산을 늘려가는 데에도 역시 같은 투자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자산(테슬라, 삼성전자, 달러, 원화) 등에 대한 가격평가 사례들을 소개했으므로, 독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평가해 보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특히 현금흐름도표를 활용해서 투자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은마아파트 사례를 예로 들어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3부 「우리가 꿈꾸는 자유」와 4장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로 계속된다. 3~4장에서는 각자가 원하는 투자의 자유를 위해 해야 할 구체적인 자산배분과 레버리지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돈의 자유를 위해서 자산을 늘려가며 현금흐름 레이어를 쌓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시간의 자유’ 편에서는 투자자의 주요 자산인 시간 자산을 어떻게 투자에 고려할 수 있는지, 현금 흐름도표를 만들어 투자판단에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자유’ 편에서는 가상세계 투자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와 미국 배당주 투자만을 비교할 때, 시간을 많이 쓰더라도 많은 현금흐름과 돈 레버리지로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기를 원한다면 전세 레버리지가 투자에 적합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반면 현금흐름이 다소 적고, 돈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없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는 미국 배당주가 적합한 투자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투자자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전세 레버리지 자산에 어떻게 시간 레버리지 효과를 입힐 수 있을까?’, ‘미국 배당주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돈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p.140)

- 「3장 우리가 꿈꾸는 3가지 자유」 중에서

 


 

사람들의 자산 분포가 80 대 20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이유는 자본주의 게임 참가자들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 결정적인 변수는 첫째, 평균 자산 증가율을 결정하는 투자능력, 둘째, 꾸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이다. 우리가 계속 도박이 아닌 투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투자를 실행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자가 상위 자산 그룹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산 증가율을 찾고 지속기간을 늘려야 한다. 구체적인 실례로, 연평균 자산증가율 20%로 8년 투자한 사람, 그리고 연평균 자산증가율 4%로 38년 투자한 사람을 비교해 보면, 40년 후 전자는 상위 13.68%에 그친 반면 후자는 상위 5.08%에 달했다. 연평균 자산 증가율은 전자가 5배 높지만, 결국 꾸준한 투자가 더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도박의 영역에 투자한 사람들의 결과는 처참하다. 단기간의 수익률에 집착한 나머지 도박을 하는 것보다, 나의 능력에 맞는 투자를 오랫동안 지속하면 시간이 갈수록 투자능력이 향상되어 투자수익률 또는 자산 증가율도 향상될 것이다.(p.331~332)

- 「4장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저자 : 이고은

 

돈의 자유, 시간의 자유를 공고히 하며 공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투자자이자 자산거위 농장주이다. 13여 년 동안의 주식 애널리스트 경험과 수많은 실전투자 경험을 통해 정리한 좋은 투자의 방법을 부동산, 주식, 금, 사업, 암호자산까지 다양한 자산에 적용해서 자산거위 농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GE, 노무라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시간의 자유를 위해 회사원에서 사업가와 투자가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건축한 춘천의 전원주택과 춘천, 서울의 사무실을 오가면서 여러 자산거위들을 돌보는 한편, 새로운 품종의 자산거위들에 대해 연구하고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산거위 농장을 잘 운영하는 방법을 자유로운 투자자를 꿈꾸는 거위농장주들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꿈이다. 저서로는 2021년 발간한 『투자의 재발견』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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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성 없는 인간, 인간성을 가진 좀비의 두드러진 차이는 어떤 것일까? 좀비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재보다는 인간이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물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각자의 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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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인공지능(AI)의 등장은 20년 전만 해도 '먼 미래'로 예측했었다. 사실 인공지능이 체스를 이기고 바둑에 도전할 당시에도, 바둑과 체스는 다른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세돌 선수에게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알파고가 등장하고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5전 4승 1패로 승부를 가르자,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렇게 빠른가? 하고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바둑은 한 경기를 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과의 대전을 계기로 시간과의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사실 바둑 알파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발전이 가능했고, 걸리는 시간은 상상 이외로 짧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축적된 인공지능 바둑은 자체적으로 하루에 3만판의 시험 대국을 자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해 전원을 켜고 스위치만 누르면 하루 3만 판을 두고 자료를 축적해 나간다니 아무리 뛰어난 바둑 기사라 해도 일생 둔 대국 수가 3만 판에도 못 미칠 텐데...

이젠 바둑은 인공지능에게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자체 발전 능력은 인간이 제어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시간 문제란 이야기다. 이런 지능에다 인간의 생체와 비슷한 로봇만 만들어 낸다면 둘을 결합시켜 영원히 죽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 즉 '인공지능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당장 산업계부터 시작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윤리와 도덕, 인간의 존엄성을 앞세워 인공지능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세계 과학계의 시각인 것 같다. 계속 개발한다면 인공지능 시대가 아닌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이 되고 인간은 거기에 종속되어 생명을 유지하다 결국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인류 최악의 재앙을 맞을 준비를 스스로 하는 격이 된다. 상상력의 최대 집합계인 문학계도 엄청난 지능과 과학기술을 동원해 SF 소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금은 SF의 시대다.

 


 

이 책 『나는 인간입니다』는 우리가 얼마 전까지 즐겨 읽고 보았던 '좀비(시체 인간)'와 첨단 과학이 좀더 발전된 양상을 띠는 소설이다. SF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판하며 그 외연을 넓히고 있는 그래비티북스가 펴낸 두 번째 장르소설이라고 한다. 그래비티북스는 2019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인 박문영 작가의 『지상의 여자들』,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및 2020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무너진 다리』 등 과학 및 첨단 기술문명과 문학이 결합된 한국 SF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뚝심 있게 출간해 왔다. 독자도 우리나라 과학과 기술 문명이 이 정도로 발달돼 있나를 '좀비 책'과 '좀비 영상'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소설은 대표적인 좀비 영화 〈부산행〉과 같이 그 외피는 공포·호러판타지 소설이지만, 작품이 내포한 내용과 주제는 가족소설이며 휴먼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좀비소설이나 좀비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좀비를 다룬 작품들이 인간이 주인공이요, 좀비들은 인간의 반대편에 선, 제거해야 할 주적의 위치에 서 있다면, 『나는 인간입니다』는 인간이 아닌 좀비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은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그렇다.” 이 소설은 그런 가장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 버렸다. 주인공은 괴물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만은 괴물이 되어 버린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능과도 같이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을 찾으러 길을 떠나지만, 가족을 찾아 나선 주인공은 인간 사회에도, 괴물인 ‘그들’ 사이에도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외피적으로 좀비를 다룬 작품이니 호러물이다. 하지만 호러물임에도 저자 원장경은 좀비가 창궐한 아포칼립스 세상을 억지로 무섭게 묘사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내포한 주제로 보아 가족물임에도 저자는 억지로 눈물을 뽑아내려 하지 않는다. 장르물로서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또한 뻔하지 않다. 이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영상 문학에 단련되어 있는 저자의 이력은 소설 속의 장면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듯 볼 수 있는 문장으로 묘사한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독자는 느낀다. 읽어가면서 그저 눈앞에 떠오르는 풍경 속에서 호흡하고, 느끼면 된다. 그렇게 그저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주인공이 보는 것을 보고, 그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그의 고통과 절망을 가슴 아파하고, 그가 다시 일어서기를 온힘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가슴 가장 깊숙한 곳,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던 것, 사랑과 휴머니티(인간애)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몰입의 정도가 조금 더 나아가면 급기야 아프도록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그저 살아내고 있던 자기 자신을 힘껏 응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살았고, 살아내왔기 때문에 독자들의 주인공 좀비의 언행이 자신으로 동일시되는, 동화(同化)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이 같은 휴머니즘은 주인공에 대한 애정과 독자들의 사랑스러운 시각으로 읽어주기를 이 책 제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 표지 제목 '나'는 인간입니다로 시작해서 마지막 부분 제목이자 장(章)은 '우리'는 인간입니다로 끝난다는 점에서 유추 가능하다. 이 마지막 장의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별도의 단편소설이기도 하다.

 

 

좀비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다. 영상물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최근 K-좀비물로는 〈킹덤〉까지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잘 보면 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 역시 흔히 우리가 아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다. 하지만 그간의 좀비물과는 또 좀 다르다. 지금까지의 좀비물에서는 대부분 주인공은 좀비와 대적해 인간을 구하고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좀비이다. 인간이 아니다.(참고로 작품에서 좀비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주제로 보자면 이 작품은 가족물이다. 그런데 그 정서가 아내로 편중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편한테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다만 생존하려고 애쓰는 존재가 주인공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은 그저 본능처럼 가족을 찾아갈 뿐, 그렇게 가족의 존재를 알아갈 뿐, 작가는 어떤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잔인할 정도로 주인공과 제삼자와 적의 존재까지 다 조명하려 든다. 따지고 보면 매우 잔인한 처사다. 인간이 무엇인지의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지도, 아포칼립스 시대에 인류의 구원 같은 거대 담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생각과 행동을 담담하게, 하지만 끈질기게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독자는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인가, 괴물인가? 주인공은 과연 인간일까, 괴물일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기준은 그럼 무엇일까? 인간으로서의 이지와 이성을 잃는 순간,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 과연, ‘이성’이 인간임을 확증하는 조건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과 인간들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 내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처음 떠올렸다고 밝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꿈 이야기라고 한다. 꿈속에서 자신이 괴물이었고, 수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게 너무 무서웠다는 것이다.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 당시 업계 사람들에게 찾아갔을 땐 한국에선 좀비물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작가는 긴 시간 동안 이 이야기를 놓지 못했다. 작업 중간에 〈나는 전설이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너 표절이야, 인마.”라는 소리를 듣고 많이 고통스러워했다는데, 실상 저자는 그 작품보다는 오히려 이후 〈부산행〉의 성공을 보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아포칼립스 시대의 영웅으로서의 거대 서사가 아닌, 한 개인 또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가치가 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인 듯하다.

〈부산행〉 이후 〈킹덤〉까지, 어느새 K-좀비물은 흥행보증수표로까지 여겨지곤 한다. K-좀비, 좋은 말이다. 다만 전 세계 어디에도 좀비에 관한 기준은 없다. 또한 이 책의 좀비 역시 대중들에게 익숙한 K-좀비가 아니다. 주인공이 좀비인 이야기 역시, 굳이 찾으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오히려 좀비란 말 자체를 작품 속에 쓰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나는 인간입니다』라는 작품 안에는 다만 ‘자신을 잃은 자’와 ‘자신을 잃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 매력적이다. 좀비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좀비들이 가진 사회적 은유와, 주인공이 뿜어내는 가정적 은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책은 연령과 성별을 막론하고 그 누구한테라도 코끝에 걸린 찡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는 작품 속에 좀비인 주인공이 자신은 좀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말을 묘사하고 있다. 배를 내밀고 숨을 거칠게 쉬며 뒤똥뒤똥 걸어오는 좀비와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지만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넷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녀석들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고, 주인공은 이들을 지켜가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위기도 모면할 수 잇고, 특정 상황에선 목숨까지도 구걸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녀석들은 생각할 줄 모른다."(p.140) 인간과 짐승과 분명한 차이점은 '생각'이다. 인간은 생각을 가졌기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생각을 더 요구하고 있다. 생각에 대한 중요성을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강조해온 것을 우리 인간들은 다 알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사는 게 인간이다.

 

“잠깐!!”

조용해졌다. 난 손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 사람이야! 쏘지 말고 말을…….”

총알 세례가 이어졌다.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사람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총을 쏴댔다. 온몸이 저릿한 게 아마 여러 발 맞은 모양이었다. 난 눕고 말았다.(p.103)

 

저자 : 원장경

 

시작은 전자공학도였으나 문학도로 급선회, 영상시나리오전공으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대학 강사와 시트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각본 담당으로서 생계형 글쟁이로 지내왔다.주로 영상을 다뤄 온 원장경 작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면서도 또한 새롭게 느껴질 문장을 구사하며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 보듯 생생하게 저절로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들에 몰두하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이 독특하면서도 경계 없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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