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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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삼국유사의 영웅들이 소설로 다시 탄생되었다. 삼국시대 가장 처절했던 전쟁을 겪었던 난세의 명장들과 왕들의 지략과 권모술수,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고승들의 지혜의 목소리가 소설 속에 가득 담겨 있다. 난세의 영웅들을 책으로 접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역사책에서 배워왔던 삼국시대의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만날 경우 그들의 활약상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중국의 소설 『삼국지』는 우리 기업인들이 많이 읽었다고 한다. 명장들이 벌이는 지략과 권모술수들은 현대의 각박한 세상에서 펼쳐지는 기업들 간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삼국시대를 무대로 한 소설 작품 『한삼국지(韓三國志)』를 펴낸 출판사 아시아북스 측은 경영인이나 비즈니스 관련 사람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며,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나 삼국시대 명장과 고승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읽기를 권한다. 또 이 책을 편집하고 인쇄하면서 한국인으로써의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편집진은 밝히고 있다.

역사상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가장 거대했던 전쟁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중원의 주나라(북주), 수나라, 당나라와 벌였던 100년 동안의 전쟁이라고 한다. 중국의 중원을 통일한 황제들의 야망과 권세, 그리고 그 야망을 무너뜨리며 나라를 지키려 하는 고구려 명장들의 전략과 병법, 그리고 삼국 왕들의 처신과 용기, 그들을 돕는 고승들의 고뇌와 갈등들을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이 책 『한삼국지』는 수많은 선조들의 치열했던 인생과 사랑, 삶의 사슬들이 간결하면서도 속도감이 있는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문체로 재미있게 쓰였다. 삼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차원보다는 중원 통일 세력의 한반도 침략에 맞서 싸운 한반도 삼국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책 속으로 이끌어 주며 선조들의 웅걸한 생각과 슬기로운 마음을 가까이서 만나고 느끼게 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중국의 『삼국지』도 정사와 소설로 나뉘어 구분된다. 중국의 정사 『삼국지』는 위(魏)·촉(蜀)·오(吳) 3국의 정사를 이른다.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233∼297)가 편찬한 것으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 위서 30권, 촉서 15권, 오서 20권, 합계 65권으로 되어 있으나 표(表)나 지(志)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나라를 정통 왕조로 보고 위서에만 〈제기(帝紀)〉를 세우고, 촉서와 오서는 〈열전(列傳)〉의 체제를 취했으므로 후세의 사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촉한(蜀漢)에서 벼슬을 하다가 촉한이 멸망한 뒤 위나라의 조(祚)를 이은 진나라로 가서 저작랑이 되었으므로 자연 위나라의 역사를 중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후에 촉한을 정통으로 한 사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찬술한 내용은 매우 근엄하고 간결하여 정사 중의 명저라 일컬어진다. 다만 기사가 간략하고 인용한 사료도 지나치게 절략(節略)하여 누락된 것이 많았으므로 남북조 시대 남조 송(宋)의 문제(文帝, 407~453)는 429년에 배송지(裵松之, 372-451)에게 명하여 주(註)를 달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 읽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중국의 위, 촉, 오 등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14세기에 나관중(羅貫中)이 장회소설(章回小說)의 형식으로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오늘날에는 17세기 모종강(毛宗崗)이 다듬은 ‘모본(毛本)’이 정본(定本)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중국 원(元)과 명(明)의 교체기 때의 사람인 나관중(1330?~1400)이 장회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장편 소설이다. 원래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이며,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와 함께 중국 4대 기서의 하나로 꼽힌다.

 


 

진수의 『삼국지』에 서술된 위·촉·오 3국의 역사는 천하의 패권을 둘러싸고 3국이 벌이는 힘과 지혜의 다툼이 워낙 치열하게 펼쳐졌기에 일찍부터 중국인들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로 전해져 왔다. 당(唐) 시대에 이미 3국의 이야기가 야담(野談)으로 전해진 기록이 있으며, 송(宋) 시대에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인 설화인들의 이야기 대본인 화본으로 정리되고,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당시 곽사구의 ‘설삼분(說三分)’은 매우 유명했으며, 인종(仁宗, 1010~1063) 때에는 3국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피영희(皮影戱)’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元)의 영종(英宗, 재위 1320~1323) 때, 전래되던 화본들을 바탕으로 푸젠성(福建省) 젠양(建陽)의 출판업자 우(虞)씨가 『전상삼국지평화』를 간행하였다. 이 책은 3권으로 되어 있으며 위에 그림, 아래에 글을 넣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 시대에는 이를 바탕으로 많은 희곡이 만들어져 공연되었는데, 종사성(鍾嗣成)의 『녹귀부』에 따르면 그 수가 30~40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가 있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한반도에 서로 싸우고 화합하기룰 700년 간 이어왔다. 신라가 당과 손잡고 삼국통일을 이루었으며 통일신라 붕괴 후 다시 고려로 통일되기까지 후삼국 시대를 합치면 1,000년 간 삼국시대가 있었다. 고려가 다시 한반도를 통일한 후 정사 『삼국사기』가 1145년경에 김부식 등이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로 기록되었다. 『삼국사기』 기전체의 역사서로서 본기 28권(고구려 10권, 백제 6권, 신라·통일신라 12권), 지(志)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고려인의 손에 의해 쓰여졌으므로 삼국에 대한 계승보다는 패자(敗者)로서의 삼국의 역사를 써서 정사이긴 하지만 생략한 부분이 많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즉 고려인이 승자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패자의 기록을 객관적으로 썼을 리가 없다는 말이다.

 


 

집필 당시 시기가 이미 고려 건국 후 200여 년이 흘렀고, 유교와 불교 문화가 융합됨으로써 고려왕조가 안정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 역사의 확인 작업으로 전 시대의 역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의 조정에서는 거란 격퇴 이후 국가적 자신감과 여진의 위협에 따른 강렬한 국가 의식이 고조되었음을 주목할 수 있다. 따라서, 소실된 국사의 재편찬은 단순한 유교 정치이념의 구현만이 아니라 민족의식의 차원에서 요구되었다. 당시 고려사회는 문벌귀족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었다. 특히, 김부식 가문과 윤관(尹瓘) 집안의 대립, 김부식과 이자겸(李資謙)의 충돌 등 문벌가문 간의 격심한 갈등이 겹쳐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비리가 쌓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열과 갈등이 국가멸망의 원인임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고 후세에 역사의 교훈을 주기 위하여 역사 편찬은 불가피하였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는 김부식의 『진삼국사기표』를 통하여 그 편찬 동기와 목적 및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은 우리 나라의 식자층들조차도 우리 역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개탄하면서, 첫째 중국 문헌들은 우리 나라 역사를 지나치게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으니 우리 것을 자세히 써야 한다는 것, 둘째 현존의 『고기』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에 다시 서술해야겠다는 것, 셋째 왕·신하·백성들의 잘잘못을 가려 행동 규범을 드러냄으로써 후세에 교훈을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본기·지·표·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삼국유사』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고려후기 승려 일연이 신라·고구려·백제의 유사를 서술했다.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일연이 고대 역사 중 정사(正史)에는 없는 유문(遺文)과 일사(逸事)를 바탕으로 찬술한 역사서로, 기사본말체에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권5 권수(卷首)의 ‘국존조계종가지산하린각사주지원경충조대선사일연찬’이라는 부분을 통해 일연이 찬자였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고대사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료이다. 즉 고대 사회의 역사, 풍속, 종교, 문학, 예술, 언어 등의 기본서로서 『삼국사기』에 없는 많은 사료를 수록하고 있다.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중국은 위(魏)가 후한(後漢)이 멸망한 후에 그 뒤를 이어 정권을 계승하였으나, 양쯔강[揚子江(양자강)] 유역에서는 오(吳)나라가 일어나며, 쓰촨성[四川省(사천성)] 지역에는 촉(蜀)나라가 자리잡고 위나라에 반항하여 독립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이 3개의 나라로 대립하였던 짧은 기간을 삼국(三國)시대라고 칭한다. 그러나 위는 가장 큰 나라였으며, 형식상 정통성을 계승한 왕조여서 일반적으로 위를 삼국의 대표로 생각하게 된다. 위의 뒤를 계승하여 정권을 잡은 나라가 진(晋)이었으나, 진나라는 창안(장안)과 뤄양(낙양)을 수도로 계속 사용하지 못하고 50년 후에는 난징(남경)으로 천도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천도하기 이전의 진나라를 서진(西晋)이라 칭하고 천도한 이후를 동진(東晋)이라고 지칭하여 구별한다. 이와 같이 진나라를 압박하여 수도를 동쪽으로 옮기게 만든 것은 한인(漢人)들이 호인(胡人)이라고 칭하는 여러 민족들로 구성된 서방의 족속들이었다. 한인의 정부가 양쯔강 유역으로 이동한 다음 호인들은 황허(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점령하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으므로, 중국에서 남왕조와 북왕조가 대립된 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시의 모든 왕조의 명칭과 연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기 한반도의 삼국은 고구려 평원왕, 신라 진흥왕, 백제 위덕왕의 시대였다. 중국은 주나라 황제 우문옹, 제나라 황제 고위, 명장 곡률광 등이 등장한다. 주나라 우문옹은 고구려 원정 도중 병에 걸려 포기하고 아들 우문윤(선제)가 황위를 물려받았으나 황위를 다시 일곱살 아들 우문천(정제)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사치와 향락에 빠진다. 결국 거대한 중원 대륙을 수나라가 통일한다. 황제 양견이 고구려에게 조공을 바치고 입조해 명을 잗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고구려왕을 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느다. 평원왕의 뒤를 이른 영양왕 장수들을 모으고 대책 회의를 한다. 이후 고구려와 수나라는 전쟁에 돌입한다.

 


 

고구려 영양왕의 시대 우리가 잘 아는 장군 을지문덕도 등장한다. 수나라 고구려 원정군은 황제 양광이 이끄는 113만 대군이었다고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다. 우리도 이름을 들은 바 있는 우중문 우문술 등의 장군들이 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끈다. 서기 600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한반도 침략이 이뤄지는 시기다. 역사는 이미 전쟁이나 왕국의 부침을 정확하게 팩트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니 상상력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고구려 원정에 실패한 수나라는 불과 30년 만에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선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장수이자 당나라의 2대 황제 이세민의 등장이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이 완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방어를 거듭하고 있지만 워낙 대군인 데다 고구려는 성을 지키는 수비 전략이어서 전쟁 상황은 어렵게 돌아간다. 고구려의 수성은 요동의 양만춘 장군이 이끄는 안시성부터 연개소문이 이끄는 평양성까지 당의 공격을 막아내고 전장에서 큰 부상을 입은 이세민은 철군한다. 이후 다시 고구려를 침략한 것은 당 태종 사후 그의 아들이 황제에 오르고 신라와 연합해 백제를 먼저 치고, 6년 후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분열하고 권력에만 집중하다 결국 멸망한다.

이때가 백제, 고구려가 6년 사이에 멸망한다. 백제 유민은 죽거나 포로로 끌려가 종이 되었으나 고구려 유민은 대조영이 등장해 중원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새로운 도읍지에 왕국을 건설한다. 발해다. 이렇듯 이 책 『한삼국지』의 시대적 배경은 서기 500~700년 사이에 걸쳐 있으며 삼국과 중국의 국가들까지 얽히고설켜 세계사에서도 유례없는 가장 큰 전쟁의 시기를 넘기고 있었다.

"중원의 북쪽은 황하를 끼고 번성한 제나라(북제)와 주나라(북주)의 두 세력이 균형 있게 대립하고 있었고, 중원의 남쪽에 자리한 진나라(남조)는 풍요로운 장강 이남의 지역을 지배하며 안정된 치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하 동쪽으로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세 나라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국경지대의 땅과 성들을 뺏고 뺏기는 국지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p.9)

 


 

어느 날 이세민이 장안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김춘추를 은밀히 연회 자리에 불렀다. 그리고 술과 음식을 내어 먹으며 조용히 김춘추에게 물었다.

“종류가 다른 나무들이라도 한 곳으로 뭉쳐져 큰 숲이 된다면, 맑은 공기와 풍부한 자원을 품는 법이다. 그대들 삼국이 모두 당나라의 품 안으로 들어와 천하를 나누어 가지며 통치를 받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이세민이 김춘추의 얼굴빛을 살폈다.

“나누어진 숲들은 서로 다른 향기를 품는 법입니다. 함께 생존하고 같이 번영하는 공존공영 세상이 더 아름다운 세상인 법입니다. 숲이 깊어야 새가 들어오니 넓은 숲보다는 큰 나무들이 자라는 깊은 숲을 가꾸시옵소서.”

“칼이 클수록 강하고 힘이 센 법이다. 낡은 칼집을 버리고 새롭고 큰 칼집을 가지게 되면 그대의 백성들이 더 호강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당나라는 너희들에게 안전한 칼집이 될 것이다.”

“큰 칼집에 작은 칼들은 맞지 않는 법입니다. 하지만 작고 날카로운 칼은 분명 황제 폐하께도 큰 이득을 줄 정도로 매섭고 유용할 것입니다. 신라는 당나라가 필요할 때 언제든 지 섬뜩한 비수가 되어 적들을 향할 것입니다.”

“넓은 하늘 아래 천자가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을 왜 마다 하는가?”

“황제의 덕이 크시면 경계를 넓히지 않아도 천하 만인이 우러러보고 존경할 것입니다.”

황제 이세민의 물음에 김춘추가 표정변화 없이 부드러운 억양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세민은 김춘추의 대답에 더할 말이 없었다. 이세민은 김춘추의 학식과 언변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웃더니 다시 말했다.

“그대의 기질과 성품이 마음에 들었네. 보기 드문 인재로다. 그대의 눈빛이 내 마음의 뒷면까지 꿰뚫는 것 같구나. 그대가 이곳으로 온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을 터, 그대의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고?” (p.327~328)

 

저자 : 임창석

 

이상문학상을 수여하는 문학사상에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자 정형외과 전문의이다. 저서로는 소설 백의민족, 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자신의 영혼에 꽃을 주게 만드는 100가지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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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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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잘 알지만 또한 가장 모르는 나라,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이 책은 필독서다. 고대로부터 이어진 현대 중국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그 땅의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을까?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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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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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오늘날 중국의 정치·사상·이념의 기초가 된 삼황오제 시대부터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풀어낸 역사서다. 다만 정사를 바탕으로 이야기 중심의 야사를 많이 다룬다는 점은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서술 방식을 바꿨다는 말이다. 표제어 ‘히스토리텔링’은 히스토리(history)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합성한 조어다. 저자 박계호는 '알기 쉽고 재미있으며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역사서술법'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힌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중국통으로 유명한 학자 박계호가 중국 역사의 출발점인 삼황오제 전설부터 시작해 한나라 때까지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이야기 중국 역사책이라는 의미다. 특히 저자는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사람’이라는 인식 아래, 각 시대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의 활동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큰 흐름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식,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본주의적 질서를 돌파하는 지략,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완성해가는 지혜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곧 중국 역사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은 광대한 중국사의 바다에서 항해를 돕는 친절하고도 충실한 항해지도와 항해일지인 셈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과거의 기록을 넘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 지략, 지혜를 가르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교훈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의 삶에 큰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말이 이 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라의 군주는 반드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앞에 아첨하는 자가 있어도 깨닫지 못하고, 뒤에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적자(亂臣賊子)가 있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신하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항상 있는 일도 선례만을 고집할 뿐 적절하게 대처할 줄 모르고, 또한 어려운 일을 당해서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현재를 비춰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지금도 한중 교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유교 중심으로 설명하는 기존 중국사 책들과는 달리 현대 중국의 기저를 이루는 공생공존의 실용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살펴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외하고 우리가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개 ‘중국’이라는 답이 나온다. 우리 역사에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기에 너무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처음 역사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지만 우리가 가장 모르는 나라 역시 중국이라고 말한다. 일찍이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중국 대륙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나라들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또한 여러 전쟁과 혁명 등을 통해 현재는 55개 민족들이 모여 만든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 역시, 과거의 유교가 아니라 실용주의 사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대 중국에는 이러한 사상의 흐름이 없었을까? 우리가 중국 역사를 가장 잘 알면서 가장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의 첫 시작이다. 공자보다 170여년 전 인물인 관중이 유교보다 먼저 실용주의 사상을 주창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가 역사나 한자를 통해 배우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관중이다. 관중은 여러 제후국들이 수많은 전쟁으로 난립했던 춘추전국시대 인물로,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중시한 실용주의 사상가였다. 그의 현실적인 실용주의 사상은 현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또한 현대 중국은 마오쩌둥의 혁명 이래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다. 그러나 이러한 건국 배경은 현대 중국만이 가진 게 아니다. 진시황의 진나라에 이어 중국 대륙을 통일한 한나라 역시 노동자, 농민, 하급 관리에 의해 세워진 중국 최초의 제국이었다. 저자는 한나라의 건국까지의 시기가 이후 중국의 통치 이념이나 사상의 중심이 노동자, 농민 등 사회 하층 피지배 계급이란 점을 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중국사와는 달리 현대 중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고대 중국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이러한 중국 고대 역사의 흐름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중국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그동안 일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을 통해 현대 중국과 이어지는 정확한 중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학교에서 중국의 역사를 전공하거나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우리 한국사를 공부하다 우리와 밀접한 5,000년의 역사를 함께했다는 점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사상적으로 유교, 학문적으로는 성리학을 따랐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를 조각 조각 배웠으며 사회에서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사건마다 대부분 중국 역사와 함께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래도 많이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고조선에도, 삼국시대에도,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은 나라의 이름만 바뀐 채 늘 우리와 함께 역사를 써왔다. 저자가 이 책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를 통해 중국 신화 속 삼황오제부터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통일 제국 진나라와 한나라까지 고대 중국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이유이다. 특히 기존 중국사 관련 책들이 딱딱한 설명 위주였다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쓰는 주지육림, 와신상담, 토사구팽, 분서갱유, 사면초가, 천고마비 등 고사성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원과 인물을 중심으로 설명하기에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책처럼 읽을 수 있다.

중국 대륙을 무대로 삼아 숱한 인물들이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기존 중국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이 책을 읽는 묘미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한나라 때 천재 경제학자로 이름을 떨친 가의를 살펴보자. 독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인식하게 된 인물이다. 가의는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 전 한나라 때 '전매제'를 처음으로 실시한 인물이다. 일반인들이 화폐를 주조하는 게 가능했던 한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가의는 화폐를 만드는 동과 주석, 철의 공급을 국가가 직접 통제해 일반인들이 만드는 화폐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폐가 단순히 물물교환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치를 저장하는 지급 수단이라는 인식을 통해 저축과 국가 재정 확보의 개념을 정립했다. 화폐의 개념을 이해하고 저축을 주장한 것은 당시로서는 너무나 앞서간 현대적 경제 논리였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고대 중국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바다처럼 가득 담긴 역사책이다. 한편으로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과 현대 중국으로 이어지는 고대 중국의 흐름을 조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제 이 책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저자 못지않은 중국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중국(China)이라는 영어식 나라 이름과 중화(中華) 사상의 원류가 어디서부터 생겼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공산주의 혁명인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비슷한 성격의 한나라가 등장하기까지의 중국 역사가 풀이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중국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2장 「중국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요순시대」, 3장 「중국의 정통성을 세운 주나라 무왕」, 4장「숨겨진 실요주의자, 관중」, 5장 「중국의 역사를 바꾼 뽕나무밭 사건」, 6장 「공자의 제자 자공의 외교를 배워라」, 7장 「소진의 합종책과 장의의 연횡책」, 8장 「진시황이 창조한 중국 문명」, 9장 「항우가 맞닥뜨린 운명의 사면초가」, 10장 「중국을 셋으로 쪼개는 것을 거부한 한신」, 11장 「중국 최초로 평민들이 세운 나라, 한 제국」, 12장 「최고의 천재 경제학자 가의의 충고」, 13장 「흉노로부터 배우자」 등이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들어가며' 「깃털을 타고 중국 역사로 날자」에서 "환경과 변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라는 틀 속에서 인간의 활동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보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커다란 거울을 통해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과 같다. 역사는 비록 과거의 것이지만, 역사적 현상은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역설한다. 이어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람 중심 사상'이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에 이미 중국에서 나왔다고 언급한다.

 


 

중국은 55개 민족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양문화라는 거대한 줄기를 만들어냈다. 이 광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의 13가지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저자는 밝힌다. 13개의 히스토리는 앞서 언급한 각 장에 그대로 표현됐다. 인류는 동양이건 서양이건 초창기부터 하늘과 태양을 절대신으로 숭배해왔다. 문자를 갖기 이전의 인류는 문화의 요소를 신화에 두었다. 동양의 '천자', 서양의 '하나님' 등에 기초를 두고 신화적 요소를 갖추고 전설로 시작된다. 전설과 신화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다. 중국 역시 전설로 내려오는 삼황과 오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삼황은 인류의 문명을 만든 세 명의 통치자를 의미하고, 오제란 이들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켜온 다섯 명의 임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요, 순 임금도 바로 오제에 속하는 통치자다. 중국 이야기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고사성어다. 우리도 잘 알고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고사성어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고사성어를 알면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의식주는 당연히 우리 삶의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이를 둘러싼 인간 활동은 때론 협력으로 때론 전쟁으로 치닫는다.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모두가 잘 알지만 경쟁을 하다보면 나라와 백성들이 모두 나서서 운명을 걸고 싸운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또는 여러 개의 나라끼리, 약함을 감추고 강함을 드러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합종 연횡은 결국 실패한다. 우리 현대 정치계에도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어 왔던 합종연횡이 결과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보면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인간이 생존한다는 것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공존하다는 의미다. 이 책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흉노'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중국이 천하를 통일하고 번영을 누리다가 쇠망하는 데 평균 300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흉노는 문자도 없고 변변히 남은 유물이나 유적도 없는 흉노는 1,000여년을 지속했다. 이유가 뭘까?

 


 

흉노는 가축에서 나오는 가죽이나 고기, 젖 같은 것으로 자급자족할 뿐이었고, 나머지 생필품들은 이웃 한나라를 침략해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흉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비단옷과 여러 종류의 솜옷, 빗, 허리띠 등을 주고 화친을 맺어 이들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흉노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한나라 문제는 중항열을 사신으로 보내 그들에게 문자도 가르치고, 사신 왕래에 필요한 격식과 예절, 가족의 성(姓)을 가르쳤다. 나중에는 중항열이 아예 그들과 함께 살 정도였다는 흉노의 관습과 사는 방식에 길들여진 사례도 이 책에 적어 놓는다. 아무리 비문명의 오랑캐족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역사는 인간의 삶을 적고, 인간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 : 박계호

 

중고등학교 때부터 고대의 중국 사상과 역사에 관한 책들을 탐독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유학과 동양철학을 두루 섭렵하고 논어 제일 첫머리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에 대한 의미를 몸소 체득했다. 관심 분야를 넓히고 학문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국제 경영학을 공부해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중일 세라믹 전문위원, KCB(Korea-China Business) 인터내셔널 대표를 역임했으며, 중국의 강소성 하이안(海安)시 인민정부의 추천을 받아 한국투자유치 대표를 맡으면서 그동안 공부해온 중국 역사와 사상을 비롯한 인문학을 현재진행형의 일반 사회학과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역사 공부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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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종말은 없다 - 세계 부와 권력의 지형을 뒤바꾼 석유 160년 역사와 미래
로버트 맥널리 지음, 김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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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1년이 다 되도록 지속되고 있다.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거리가 있는 곳이라 우리가 걱정하거나 불안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전쟁인데도 전 세계는 장기전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은 지정학적 위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강력 비판하고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지지 선언을 하며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어에 힘을 쏟았다. 이 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사실 정치적·외교적 문제보다 러시아에서 수입해오는 에너지인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우려해서이다. 우리 역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하는 터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 지난 70년대의 석유 파동을 겪었기 때문에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우리 산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특히 우리는 세계 석유 소비량으로 보면 5위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 전쟁은 사실 정치·외교적 이유 때문에 발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책과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발했다. 이런 조짐은 푸틴의 러시아가 정식 반대 입장을 표면화하면서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양국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인하여 지난 3월 원유 가격은 123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의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전쟁의 위기가 아니었어도 원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예견한 전문가가 있다. 그는 바로 30여 년간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맥널리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참모로 일했으며 현재 워싱턴DC 에너지 컨설팅 및 시장 자문회사 래피던에너지 그룹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맥널리는 1855년, 예일대학교의 저명한 화학자 벤저민 실리먼 주니어 박사가 ‘오일 크리크(기름 개울)’를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석유왕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흥망성쇠, 그리고 텍사스 시대를 이끈 텍사스철도위원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탄생, 셰일오일의 발견 등 160년 석유의 역사와 그에 따른 유가의 변동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그가 집필한 이 책 『석유의 종말은 없다(Crude Volatitity)』는 높은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유가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예측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도와준다.

ESG, 대체 에너지, 탄소 중립 선언 등으로 인하여 곧 석유 종말의 시대가 올 것만 같다. 독자도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석유 공급의 최정점 시대가 온다는 말을 들었다. 에너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우리 경제학자나 정부 관료들은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오일 피크(이를 정점으로 석유 공급량은 점차 줄어 2050년대에 들어서면 석유 고갈이 오리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하루 280만 배럴(전 세계 수요의 약 3%) 가량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거의 모든 석유와 가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화는 경제와 정책 특히 무역 수지와 인플레이션 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중동 등 일원화되어 있는 수입 체계를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불안한 석유 가격 변동에 대처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해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중심으로 수입선 다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중동만 아니라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파이프 라인을 북한을 경유해 들여오는 방식의 협력방안도 이때 도출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수입의 상당량은 러시아산을 들여오고 있다고 한다.(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석유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한다면 유가의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석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약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업, 산업, 교통수단, 국방 등 석유가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과 대체 에너지, 코로나19 등으로 인하여 석유산업에 투자가 줄어 원유 시추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공급량은 줄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사용량을 확 줄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석유는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선진국에 문명의 생명선으로 남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주장한다.

특히 우리는 석유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나 유가의 변동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유가의 롤러코스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요지다. 에너지 시장 변동이나 석유 수급 등에 가장 전문가라 할 저자의 논리가 정확하고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에너지를 대체할 때까지(그 시점이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에너지 공포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미국에서부터라고 한다. 텍사주의 석유가 발견되고 유정을 개발하고 세계 석유왕으로 등극한 록펠러는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다.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 및 산업 발달로 기차와 수송 화물차 등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어나면서 석유는 미국 산업의 원동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1891년 원유의 공급량을 규제하기 위해 텍사스철도위원회(TRC)가 설립됐다고 한다. 또 석유가 세계 에너지원의 주역으로 등장한 후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1935년에서 1973년 정도까지를 ‘텍사스 시대’라 불리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석유 소비의 주축국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때 유가의 변동률은 3.6%였다고 한다. TRC가 각 주에 할당량을 부여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통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덕분에 대규모로 들어오는 값싼 중동의 원유가 미국의 기존 시장에 혼란을 주거나 대규모 유가 하락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미국은 약 40년간 세계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석유수출국기구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자였던 베네수엘라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폰소 박사는 미국의 석유사들이 시행하는 석유 쿼터제 범위와 규정의 엄격함 등을 모방해 만들었다. 1960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5대 석유 생산수출국 대표가 모여 OPEC을 결성했다. 결성 당시에는 유가의 하락을 막고 산유국 간의 정책협조와 이를 위한 정보 수집 및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가격카르텔 성격의 기구였으나, 1973년 제1차 석유 위기를 주도하며 유가 상승에 성공한 뒤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생산카르텔로 변질되었다.

 


 

특히 텍사스철도위원회는 미국이라는 한 나라만 통제하면 됐지만, OPEC은 여러 국가가 결정하여 만든 기구로 국가마다 이익의 셈법이 달랐기에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웠고, 그로 인하여 유가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때 유가의 변동률은 약 24%였다. 저자는 160년 석유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유가 변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놓았다. 부의 중심엔 언제나 석유가 있었고, 대체 에너지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에도 그 중심엔 여전히 석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석유의 역사에서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부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 축이 될 것이며, 원유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지침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460여 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책에서 저자는 '프롤로그' 「텍사스 패러독스」를 통해 석유의 역사, 발전, 현재까지 모든 변수와 사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까지 개괄해 쓰고 있다. 워낙 정치적·외교적·국제적인 문제라 변수가 많고,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기술되고 있는 점을 미리 풀어놓는 것이다. 이해를 위한 디딤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13페이지에 걸쳐 세세하게 석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방대한 내용을 2부로 갈라놓고 있다. 160년 석유 역사를 둘로 가르는 분기점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잠깐 언급한 미국이 주도한 석유수출국기구 시대다. 〈혼돈에서 질서를 찾기까지〉라는 제목으로 1859년부터 1972년까지를 이른다. 2부로 갈라지는 지점은 OPEC의 등장이다. 즉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모여 결성하고 지금까지 이들이 석유시장이 지배하는 시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배하는 석유시장〉이 2부에 있다. 1973년부터 2008년 현재를 이른다.

 


 

프롤로그 「텍사스 패러독스」에서 "지난 10년간 폭등한 유가로 인하여 '유가 안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20년간 대부분 30달러 이하를 호가하던 시기는 지났고 2004년 원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2007년 말에는 99달러에 도달했다. 2008년 여름이 다가오자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유가는 2008년 7월 145.31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6개월도 안 되어 갑자기 33달러로 떨어졌다. 2011년에는 100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3년 반 동안 95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가격은 107달러에서 26달러로 다시 한 번 폭락했다.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던 유가가 10년 사이에 두 번의 눈부신 호황과 불황을 겪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리고 그 일에 간심을 가지는 것이 옳을까? 이 책은 유가 안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대 석유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앞에서 말한 질문에 관한 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른바 미국 텍사스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 시대(이 책의 1부)의 역사를 통해 유가가 자연적으로 변동성이 있는지, 그리고 왜 그 변동성이 석유산업뿐만 아니라 더 넓은 경제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였고, 석유 노동자들과 관리자들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유가의 평준화를 얼마나 성공시켰는가? 그것이 과연 인간의 탐욕 혹은 고상한 정서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 또 지잔 10년간의 가격 변동은 오늘날 유가가 성공적으로 안정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미래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말해주는가? OPEC은 유가에 대한 통제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한 것일까? 미국의 셰일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과연 훨씬 더 광범위한 유가 변동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등 당면하고 산적한 문제를 제기하며 저자는 하나씩 하나씩 답변을 해나간다.

 


 

저자 : 로버트 맥널리(Robert McNally)

 

30여 년간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하며 에너지 시장 분석, 전략 및 정책 결정뿐 아니라 경제, 보안 및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 금융가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 관계자로도 일했다. 현재는 워싱턴 DC 에너지 컨설팅 및 시장 자문 회사, 래피던에너지그룹(Rapidan Energy Group)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또한 미국 국가석유위원회 위원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사외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맥널리는 1991년 에너지 시큐리티 애널리스트(Energy Security Analyst)사의 컨설턴트로 석유시장을 분석하며 이 일에 매료되었다. 1994년 튜더 인베스트 코퍼레이션(Tudor Investment Corporation)에 입사하여 12년간 에너지 시장, 거시 경제 정책 및 지정학을 분석하였고, 부사장 및 전무이사를 맡았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백악관의 국제 및 자국 내 에너지 고문으로 재직하였으며, 국가경제위원회 특별보좌관 및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 국제에너지기구 선임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1998년부터 1990년, 세네갈 평화봉사단 복무 경험도 있다.

맥널리는 국제관계 및 정치학으로 학사, 이후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츠 고등국제대학에서 국제경제 및 미국외교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8년 밋 롬니(Mitt Romney)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선거 운동에서 에너지 정책 공동 의장을 맡았으며, 이후 2010년,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 의원 선거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계속해서 의회와 행정부에 에너지 정책과 시장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맥널리는 2011년 7월부터 8월까지 마이클 레비(Michael Levi)와의 공저로 에세이 『국제관계(Foreign Affairs)』를 출판하였고, 《CNN》 《이코노미스트》 《폭스 비즈니스》 《파이낸셜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 뉴스》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역자 : 김나연

 

영미문화와 영문학을 공부하고 번역에 처음 뜻을 품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과에서 20세기 현 대미국소설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으며,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리뷰어 및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최강의 일머리』, 『부의 해부학』,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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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김선현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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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화해 그림, 마음을 만나다』는 그림으로 치유하는, 이른바 '미술치료' 책이다. 저자 김선현은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미술치료를 통해 우리와 사회를 위로하는 작가이자 국내 미술치료계의 최고권위자이다. 개개인과 사회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쓴 자기계발 에세이북으로 분류된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을 새롭게 리뉴얼한 『화해』 개정판이다. 저자가 20여 년간 현장에서 마주한 미술치료 사례와 미술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엮은 ‘1대 1 상담 힐링서’로 거듭난 것이다. 마르크 샤갈, 에드바르 뭉크, 프리다 칼로 등 유명 작가의 작품부터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멋진 그림들까지 모두 42점의 예술 작품을 담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 마음 아픈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마침내 나와의 화해를 이끌어내길 응원하고 있다. 저자 김선현 연세대학교 교수는 직접 엄선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돕는다.

초상화로 유명한 19세기 이탈리아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아름다운 작품 「작별」이 표지화로 쓰였다. 더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뀐 본문, 그리고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단장한 『화해』 개정판은 기존 김선현 교수의 따뜻한 미술치료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물론, 명화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나이듦, 실연, 육아 스트레스, 외모 콤플렉스,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사람들이 삶 속에 겪게 되는 다양한 시련 및 심리적 문제 상황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명화와 그 뒷이야기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서양의 미술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트라우마를 살펴보고, 그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와 다른 방식으로 대면하고 치유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모든 것은 다 지나감’을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일들은 이미 지나갔고, 우리는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다양한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다룬다. 바쁜 삶에 쫓기기만 한 채 진정한 나의 상처와 대면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도 해결되지 못한 채 상처로 남아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상처를 극복한 ‘나’는 전보다 더 행복하고 성숙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파트는 스스로와 화해하는 법과 함께 마음 아픈 과거와 당당하게 작별하고 새로운 출발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먼저 나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시간, 즉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주변 사람을 돌아볼 여유, 그리고 사회적인 관용의 분위기도 비로소 형성될 수 있음을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표지화는 이탈리아 고전주의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크르코스의 작품이다. 제목인 「작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 속 여인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이별을 맞이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신이 떠나기 위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작별은 아프다. 그러나 작별의 순간이 지나면 새로운 시작이 찾아온다. 그 시작 앞에 선 여인의 모습에서 청량하고 설레는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며 자신의 감상을 먼저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걸까요. 아니면 자신이 타고 떠날 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푸른 빛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양산을 쥔 그녀의 회고 고운 손은 검은색 레이스 장갑으로 더욱 돋보이네요. 잔잔한 바다 물결만큼 그녀의 표정도 겉으로는 고요해 보입니다. 이 매혹적인 풍경 속에 가벼운 설렘도 느껴진다면 저 멀리 연기를 뿜으며 다가오는 배 때문일까요?"(p.181)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한 감상 속에서 '설렘'에 주의한다. 독자들에게 작별의 뒤에는 다시 시작하는 설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설렘의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되어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설렘을 읽어내며 자신의 치유를 위해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 따르면 첫 시작에는 항상 설렘이 담겨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처음'이라는 단어가 나의 꿈과 목표와 만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과정의 끝을 서둘러 판단하고걱정만 한다면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대한 목표나 치열한 성공 뒤에는 항상 처음이 있다. 그 처음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안다면 자신의 행복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이유가 독자들에게 올바른 그림 감상과 이를 통한 마음 치유에 있기 때문에 이 책의 그림은 모두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품에서 선정해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림 설명이나 감상보다는 치유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여기 모든 그림들이 저자의 설명과 감상에 맞춰 읽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만 보인다. 그렇지만 유독 한 그림은 독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그림도 있다. 한스 안데르센 브레덴킬데의 「가을의 숲길」의 그림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숲속 오솔길은 온통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벤치에 앉은 여인의 시선이 저 멀리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검은색 옷을 입고 홀로 우두커니 남겨진 모습이 쓸쓸함을 자아내네요. 마음으로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까요?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붉은 단풍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된 그녀의 모습이 처연해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입니다.(p.193)

이 그림의 감상을 저자는 풀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을 우리 스스로 일부러 만들 필요도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가다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기도 한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에 놓여졌다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일상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경험하는 우울, 외로움, 슬픔, 고립감은 우리가 삶에서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정서가 아니다. 저자는 이 그림을 통해 생각할 것들을 마지막에 슬쩍 덧붙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과 떠나보낸 사람을 알게 될지도 몰라요."

 


 

누구나 나이듦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나이든 노인이어도 나이듦에 대해 속상해 하거나 심지어는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 그림을 제시하며 나이듦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며 나이듦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혹시 늙음에 대해 마음 아파하거나 스트레스의 이유가 된다면 이 그림을 치유하기를 권하고 있다. "중년의 여인이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공연을 앞둔 여배우의 모습인데요. 무대를 오르기 전 그녀는 무엇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젊음의 뒤안길로 접어든 자신의 모습 앞에서 수없이 받았을 스포트라이트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까, 어느새 다가온 세월의 무게를 결국 껴안아야 할까. 여러 생각으로 씁쓸한 마음이 느껴지는 표정입니다."(p.135)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본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공평하게 다가온다. 그림 속 여배우에게도 시간은 비껴가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결국 맞이해야 하는 것이 '세월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 늙어가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게 아니라 성숙해가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꿈이나 목표를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잖은가. 나이 드는 것을 핑계로 내세우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향해서도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무기력해지는 것은 단지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이다.

 


 

리카르도 베르그의 「북유럽의 어느 저녁」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니다. 기대 크고, 부푼 설렘도 때로는 우리에게 마음의 짐을 안길 수도 있다. 이 그림 자체에는 독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설렘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부푼 감정 뒤안에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 그림은 여름 저녁, 시원한 호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초록빛이 붉은빛과 어우러져 풋풋하고 싱그럽다. 두 남녀가 있는 공간으로 햇살이 내려와 떨림을 전하고 있다. 이들에게 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서로의 시선과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광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조심스레 피어오르는 사랑을 감추는 듯하다. 그림 속의 여인은 뒷짐을 지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을 감출 수 없어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남자 역시 팔장을 끼고 한쪽 다리에 힘을 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기려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에 따르면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꼭 만나야 할 사람처럼.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다. 사랑의 모든 단계가 떨림의 연속이지만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가장 황홀한 때가 아닐까.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과 누군가와 또 다른 사랑을 한다는 두려움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설렘을 주니까.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떨릴 때도 있다. 그 사랑이 오래 되어 퇴색되어 버렸을 때 그 기억을 떠올려보라."(p.93~95) 독자는 저자의 귀띔을 듣고서야 "역시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가장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숙인 여인이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깊은 상처가 그녀를 할퀴고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고요히 멈춘 그녀를 위해 바람도 구름도 풀들도 잠시 멈춰 선 듯합니다. 트라우마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그 결과 이성적 사고가 어렵게 되면서 자신의 순간적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죠. 일상은 차츰 망가지고 결국 상처받은 나 자신에게 매몰되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림 속 여인처럼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요한 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우리 역시 잠시 숨을 고르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p.214~215)

 

저자 : 김선현(金善賢)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했다.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 ‘그림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건 나 혼자만의 만족이지만,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에 인생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주위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치료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부속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예술치료 과정을 거쳐 프랑스 미술치료 Professional 과정까지 마쳤다. 미국미술치료학회(AATA)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차(CHA)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과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로 재직했으며, 그간의 활동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미술치료학회(WCAT)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사고 학생들은 물론, 천안함 사건 유족,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 일본인까지, ‘국가적 트라우마’ 현장에 곧바로 초빙되어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치료임상센터장으로 부임해 활동 중이다.

여전히 언론에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게 되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인터뷰한다. 그동안 집필한 책으로는 『그림심리평가』 『그려요 내 마음, 그래요 내 마음』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컬러가 내 몸을 바꾼다』 등 다수가 있다. 이번 『그림의 힘』은 지난 20여 년간의 미술치료 현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기의 명화들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약한 김선현 원장의 대표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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