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김선현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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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화해 그림, 마음을 만나다』는 그림으로 치유하는, 이른바 '미술치료' 책이다. 저자 김선현은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미술치료를 통해 우리와 사회를 위로하는 작가이자 국내 미술치료계의 최고권위자이다. 개개인과 사회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쓴 자기계발 에세이북으로 분류된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을 새롭게 리뉴얼한 『화해』 개정판이다. 저자가 20여 년간 현장에서 마주한 미술치료 사례와 미술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엮은 ‘1대 1 상담 힐링서’로 거듭난 것이다. 마르크 샤갈, 에드바르 뭉크, 프리다 칼로 등 유명 작가의 작품부터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멋진 그림들까지 모두 42점의 예술 작품을 담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 마음 아픈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마침내 나와의 화해를 이끌어내길 응원하고 있다. 저자 김선현 연세대학교 교수는 직접 엄선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돕는다.

초상화로 유명한 19세기 이탈리아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아름다운 작품 「작별」이 표지화로 쓰였다. 더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뀐 본문, 그리고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단장한 『화해』 개정판은 기존 김선현 교수의 따뜻한 미술치료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물론, 명화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나이듦, 실연, 육아 스트레스, 외모 콤플렉스,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사람들이 삶 속에 겪게 되는 다양한 시련 및 심리적 문제 상황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명화와 그 뒷이야기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서양의 미술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트라우마를 살펴보고, 그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와 다른 방식으로 대면하고 치유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모든 것은 다 지나감’을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일들은 이미 지나갔고, 우리는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다양한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다룬다. 바쁜 삶에 쫓기기만 한 채 진정한 나의 상처와 대면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도 해결되지 못한 채 상처로 남아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상처를 극복한 ‘나’는 전보다 더 행복하고 성숙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파트는 스스로와 화해하는 법과 함께 마음 아픈 과거와 당당하게 작별하고 새로운 출발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먼저 나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시간, 즉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주변 사람을 돌아볼 여유, 그리고 사회적인 관용의 분위기도 비로소 형성될 수 있음을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표지화는 이탈리아 고전주의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크르코스의 작품이다. 제목인 「작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 속 여인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이별을 맞이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신이 떠나기 위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작별은 아프다. 그러나 작별의 순간이 지나면 새로운 시작이 찾아온다. 그 시작 앞에 선 여인의 모습에서 청량하고 설레는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며 자신의 감상을 먼저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걸까요. 아니면 자신이 타고 떠날 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푸른 빛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양산을 쥔 그녀의 회고 고운 손은 검은색 레이스 장갑으로 더욱 돋보이네요. 잔잔한 바다 물결만큼 그녀의 표정도 겉으로는 고요해 보입니다. 이 매혹적인 풍경 속에 가벼운 설렘도 느껴진다면 저 멀리 연기를 뿜으며 다가오는 배 때문일까요?"(p.181)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한 감상 속에서 '설렘'에 주의한다. 독자들에게 작별의 뒤에는 다시 시작하는 설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설렘의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되어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설렘을 읽어내며 자신의 치유를 위해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 따르면 첫 시작에는 항상 설렘이 담겨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처음'이라는 단어가 나의 꿈과 목표와 만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과정의 끝을 서둘러 판단하고걱정만 한다면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대한 목표나 치열한 성공 뒤에는 항상 처음이 있다. 그 처음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안다면 자신의 행복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이유가 독자들에게 올바른 그림 감상과 이를 통한 마음 치유에 있기 때문에 이 책의 그림은 모두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품에서 선정해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림 설명이나 감상보다는 치유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여기 모든 그림들이 저자의 설명과 감상에 맞춰 읽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만 보인다. 그렇지만 유독 한 그림은 독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그림도 있다. 한스 안데르센 브레덴킬데의 「가을의 숲길」의 그림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숲속 오솔길은 온통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벤치에 앉은 여인의 시선이 저 멀리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검은색 옷을 입고 홀로 우두커니 남겨진 모습이 쓸쓸함을 자아내네요. 마음으로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까요?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붉은 단풍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된 그녀의 모습이 처연해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입니다.(p.193)

이 그림의 감상을 저자는 풀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을 우리 스스로 일부러 만들 필요도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가다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기도 한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에 놓여졌다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일상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경험하는 우울, 외로움, 슬픔, 고립감은 우리가 삶에서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정서가 아니다. 저자는 이 그림을 통해 생각할 것들을 마지막에 슬쩍 덧붙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과 떠나보낸 사람을 알게 될지도 몰라요."

 


 

누구나 나이듦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나이든 노인이어도 나이듦에 대해 속상해 하거나 심지어는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 그림을 제시하며 나이듦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며 나이듦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혹시 늙음에 대해 마음 아파하거나 스트레스의 이유가 된다면 이 그림을 치유하기를 권하고 있다. "중년의 여인이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공연을 앞둔 여배우의 모습인데요. 무대를 오르기 전 그녀는 무엇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젊음의 뒤안길로 접어든 자신의 모습 앞에서 수없이 받았을 스포트라이트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까, 어느새 다가온 세월의 무게를 결국 껴안아야 할까. 여러 생각으로 씁쓸한 마음이 느껴지는 표정입니다."(p.135)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본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공평하게 다가온다. 그림 속 여배우에게도 시간은 비껴가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결국 맞이해야 하는 것이 '세월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 늙어가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게 아니라 성숙해가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꿈이나 목표를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잖은가. 나이 드는 것을 핑계로 내세우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향해서도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무기력해지는 것은 단지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이다.

 


 

리카르도 베르그의 「북유럽의 어느 저녁」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니다. 기대 크고, 부푼 설렘도 때로는 우리에게 마음의 짐을 안길 수도 있다. 이 그림 자체에는 독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설렘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부푼 감정 뒤안에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 그림은 여름 저녁, 시원한 호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초록빛이 붉은빛과 어우러져 풋풋하고 싱그럽다. 두 남녀가 있는 공간으로 햇살이 내려와 떨림을 전하고 있다. 이들에게 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서로의 시선과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광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조심스레 피어오르는 사랑을 감추는 듯하다. 그림 속의 여인은 뒷짐을 지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을 감출 수 없어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남자 역시 팔장을 끼고 한쪽 다리에 힘을 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기려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에 따르면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꼭 만나야 할 사람처럼.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다. 사랑의 모든 단계가 떨림의 연속이지만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가장 황홀한 때가 아닐까.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과 누군가와 또 다른 사랑을 한다는 두려움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설렘을 주니까.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떨릴 때도 있다. 그 사랑이 오래 되어 퇴색되어 버렸을 때 그 기억을 떠올려보라."(p.93~95) 독자는 저자의 귀띔을 듣고서야 "역시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가장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숙인 여인이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깊은 상처가 그녀를 할퀴고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고요히 멈춘 그녀를 위해 바람도 구름도 풀들도 잠시 멈춰 선 듯합니다. 트라우마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그 결과 이성적 사고가 어렵게 되면서 자신의 순간적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죠. 일상은 차츰 망가지고 결국 상처받은 나 자신에게 매몰되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림 속 여인처럼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요한 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우리 역시 잠시 숨을 고르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p.214~215)

 

저자 : 김선현(金善賢)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했다.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 ‘그림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건 나 혼자만의 만족이지만,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에 인생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주위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치료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부속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예술치료 과정을 거쳐 프랑스 미술치료 Professional 과정까지 마쳤다. 미국미술치료학회(AATA)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차(CHA)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과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로 재직했으며, 그간의 활동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미술치료학회(WCAT)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사고 학생들은 물론, 천안함 사건 유족,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 일본인까지, ‘국가적 트라우마’ 현장에 곧바로 초빙되어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치료임상센터장으로 부임해 활동 중이다.

여전히 언론에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게 되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인터뷰한다. 그동안 집필한 책으로는 『그림심리평가』 『그려요 내 마음, 그래요 내 마음』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컬러가 내 몸을 바꾼다』 등 다수가 있다. 이번 『그림의 힘』은 지난 20여 년간의 미술치료 현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기의 명화들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약한 김선현 원장의 대표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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