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종말은 없다 - 세계 부와 권력의 지형을 뒤바꾼 석유 160년 역사와 미래
로버트 맥널리 지음, 김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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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1년이 다 되도록 지속되고 있다.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거리가 있는 곳이라 우리가 걱정하거나 불안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전쟁인데도 전 세계는 장기전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은 지정학적 위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강력 비판하고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지지 선언을 하며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어에 힘을 쏟았다. 이 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사실 정치적·외교적 문제보다 러시아에서 수입해오는 에너지인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우려해서이다. 우리 역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하는 터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 지난 70년대의 석유 파동을 겪었기 때문에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우리 산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특히 우리는 세계 석유 소비량으로 보면 5위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 전쟁은 사실 정치·외교적 이유 때문에 발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책과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발했다. 이런 조짐은 푸틴의 러시아가 정식 반대 입장을 표면화하면서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양국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인하여 지난 3월 원유 가격은 123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의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전쟁의 위기가 아니었어도 원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예견한 전문가가 있다. 그는 바로 30여 년간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맥널리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참모로 일했으며 현재 워싱턴DC 에너지 컨설팅 및 시장 자문회사 래피던에너지 그룹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맥널리는 1855년, 예일대학교의 저명한 화학자 벤저민 실리먼 주니어 박사가 ‘오일 크리크(기름 개울)’를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석유왕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흥망성쇠, 그리고 텍사스 시대를 이끈 텍사스철도위원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탄생, 셰일오일의 발견 등 160년 석유의 역사와 그에 따른 유가의 변동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그가 집필한 이 책 『석유의 종말은 없다(Crude Volatitity)』는 높은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유가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예측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도와준다.

ESG, 대체 에너지, 탄소 중립 선언 등으로 인하여 곧 석유 종말의 시대가 올 것만 같다. 독자도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석유 공급의 최정점 시대가 온다는 말을 들었다. 에너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우리 경제학자나 정부 관료들은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오일 피크(이를 정점으로 석유 공급량은 점차 줄어 2050년대에 들어서면 석유 고갈이 오리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하루 280만 배럴(전 세계 수요의 약 3%) 가량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거의 모든 석유와 가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화는 경제와 정책 특히 무역 수지와 인플레이션 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중동 등 일원화되어 있는 수입 체계를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불안한 석유 가격 변동에 대처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해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중심으로 수입선 다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중동만 아니라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파이프 라인을 북한을 경유해 들여오는 방식의 협력방안도 이때 도출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수입의 상당량은 러시아산을 들여오고 있다고 한다.(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석유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한다면 유가의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석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약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업, 산업, 교통수단, 국방 등 석유가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과 대체 에너지, 코로나19 등으로 인하여 석유산업에 투자가 줄어 원유 시추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공급량은 줄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사용량을 확 줄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석유는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선진국에 문명의 생명선으로 남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주장한다.

특히 우리는 석유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나 유가의 변동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유가의 롤러코스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요지다. 에너지 시장 변동이나 석유 수급 등에 가장 전문가라 할 저자의 논리가 정확하고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에너지를 대체할 때까지(그 시점이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에너지 공포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미국에서부터라고 한다. 텍사주의 석유가 발견되고 유정을 개발하고 세계 석유왕으로 등극한 록펠러는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다.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 및 산업 발달로 기차와 수송 화물차 등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어나면서 석유는 미국 산업의 원동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1891년 원유의 공급량을 규제하기 위해 텍사스철도위원회(TRC)가 설립됐다고 한다. 또 석유가 세계 에너지원의 주역으로 등장한 후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1935년에서 1973년 정도까지를 ‘텍사스 시대’라 불리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석유 소비의 주축국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때 유가의 변동률은 3.6%였다고 한다. TRC가 각 주에 할당량을 부여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통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덕분에 대규모로 들어오는 값싼 중동의 원유가 미국의 기존 시장에 혼란을 주거나 대규모 유가 하락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미국은 약 40년간 세계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석유수출국기구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자였던 베네수엘라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폰소 박사는 미국의 석유사들이 시행하는 석유 쿼터제 범위와 규정의 엄격함 등을 모방해 만들었다. 1960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5대 석유 생산수출국 대표가 모여 OPEC을 결성했다. 결성 당시에는 유가의 하락을 막고 산유국 간의 정책협조와 이를 위한 정보 수집 및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가격카르텔 성격의 기구였으나, 1973년 제1차 석유 위기를 주도하며 유가 상승에 성공한 뒤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생산카르텔로 변질되었다.

 


 

특히 텍사스철도위원회는 미국이라는 한 나라만 통제하면 됐지만, OPEC은 여러 국가가 결정하여 만든 기구로 국가마다 이익의 셈법이 달랐기에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웠고, 그로 인하여 유가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때 유가의 변동률은 약 24%였다. 저자는 160년 석유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유가 변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놓았다. 부의 중심엔 언제나 석유가 있었고, 대체 에너지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에도 그 중심엔 여전히 석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석유의 역사에서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부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 축이 될 것이며, 원유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지침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460여 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책에서 저자는 '프롤로그' 「텍사스 패러독스」를 통해 석유의 역사, 발전, 현재까지 모든 변수와 사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까지 개괄해 쓰고 있다. 워낙 정치적·외교적·국제적인 문제라 변수가 많고,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기술되고 있는 점을 미리 풀어놓는 것이다. 이해를 위한 디딤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13페이지에 걸쳐 세세하게 석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방대한 내용을 2부로 갈라놓고 있다. 160년 석유 역사를 둘로 가르는 분기점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잠깐 언급한 미국이 주도한 석유수출국기구 시대다. 〈혼돈에서 질서를 찾기까지〉라는 제목으로 1859년부터 1972년까지를 이른다. 2부로 갈라지는 지점은 OPEC의 등장이다. 즉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모여 결성하고 지금까지 이들이 석유시장이 지배하는 시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배하는 석유시장〉이 2부에 있다. 1973년부터 2008년 현재를 이른다.

 


 

프롤로그 「텍사스 패러독스」에서 "지난 10년간 폭등한 유가로 인하여 '유가 안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20년간 대부분 30달러 이하를 호가하던 시기는 지났고 2004년 원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2007년 말에는 99달러에 도달했다. 2008년 여름이 다가오자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유가는 2008년 7월 145.31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6개월도 안 되어 갑자기 33달러로 떨어졌다. 2011년에는 100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3년 반 동안 95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가격은 107달러에서 26달러로 다시 한 번 폭락했다.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던 유가가 10년 사이에 두 번의 눈부신 호황과 불황을 겪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리고 그 일에 간심을 가지는 것이 옳을까? 이 책은 유가 안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대 석유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앞에서 말한 질문에 관한 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른바 미국 텍사스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 시대(이 책의 1부)의 역사를 통해 유가가 자연적으로 변동성이 있는지, 그리고 왜 그 변동성이 석유산업뿐만 아니라 더 넓은 경제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였고, 석유 노동자들과 관리자들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유가의 평준화를 얼마나 성공시켰는가? 그것이 과연 인간의 탐욕 혹은 고상한 정서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 또 지잔 10년간의 가격 변동은 오늘날 유가가 성공적으로 안정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미래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말해주는가? OPEC은 유가에 대한 통제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한 것일까? 미국의 셰일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과연 훨씬 더 광범위한 유가 변동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등 당면하고 산적한 문제를 제기하며 저자는 하나씩 하나씩 답변을 해나간다.

 


 

저자 : 로버트 맥널리(Robert McNally)

 

30여 년간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하며 에너지 시장 분석, 전략 및 정책 결정뿐 아니라 경제, 보안 및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 금융가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 관계자로도 일했다. 현재는 워싱턴 DC 에너지 컨설팅 및 시장 자문 회사, 래피던에너지그룹(Rapidan Energy Group)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또한 미국 국가석유위원회 위원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사외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맥널리는 1991년 에너지 시큐리티 애널리스트(Energy Security Analyst)사의 컨설턴트로 석유시장을 분석하며 이 일에 매료되었다. 1994년 튜더 인베스트 코퍼레이션(Tudor Investment Corporation)에 입사하여 12년간 에너지 시장, 거시 경제 정책 및 지정학을 분석하였고, 부사장 및 전무이사를 맡았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백악관의 국제 및 자국 내 에너지 고문으로 재직하였으며, 국가경제위원회 특별보좌관 및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 국제에너지기구 선임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1998년부터 1990년, 세네갈 평화봉사단 복무 경험도 있다.

맥널리는 국제관계 및 정치학으로 학사, 이후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츠 고등국제대학에서 국제경제 및 미국외교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8년 밋 롬니(Mitt Romney)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선거 운동에서 에너지 정책 공동 의장을 맡았으며, 이후 2010년,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 의원 선거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계속해서 의회와 행정부에 에너지 정책과 시장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맥널리는 2011년 7월부터 8월까지 마이클 레비(Michael Levi)와의 공저로 에세이 『국제관계(Foreign Affairs)』를 출판하였고, 《CNN》 《이코노미스트》 《폭스 비즈니스》 《파이낸셜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 뉴스》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역자 : 김나연

 

영미문화와 영문학을 공부하고 번역에 처음 뜻을 품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과에서 20세기 현 대미국소설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으며,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리뷰어 및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최강의 일머리』, 『부의 해부학』,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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