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오늘날 중국의 정치·사상·이념의 기초가 된 삼황오제 시대부터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풀어낸 역사서다. 다만 정사를 바탕으로 이야기 중심의 야사를 많이 다룬다는 점은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서술 방식을 바꿨다는 말이다. 표제어 ‘히스토리텔링’은 히스토리(history)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합성한 조어다. 저자 박계호는 '알기 쉽고 재미있으며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역사서술법'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힌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중국통으로 유명한 학자 박계호가 중국 역사의 출발점인 삼황오제 전설부터 시작해 한나라 때까지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이야기 중국 역사책이라는 의미다. 특히 저자는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사람’이라는 인식 아래, 각 시대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의 활동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큰 흐름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식,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본주의적 질서를 돌파하는 지략,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완성해가는 지혜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곧 중국 역사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은 광대한 중국사의 바다에서 항해를 돕는 친절하고도 충실한 항해지도와 항해일지인 셈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과거의 기록을 넘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 지략, 지혜를 가르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교훈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의 삶에 큰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말이 이 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라의 군주는 반드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앞에 아첨하는 자가 있어도 깨닫지 못하고, 뒤에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적자(亂臣賊子)가 있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신하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항상 있는 일도 선례만을 고집할 뿐 적절하게 대처할 줄 모르고, 또한 어려운 일을 당해서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현재를 비춰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지금도 한중 교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유교 중심으로 설명하는 기존 중국사 책들과는 달리 현대 중국의 기저를 이루는 공생공존의 실용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살펴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외하고 우리가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개 ‘중국’이라는 답이 나온다. 우리 역사에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기에 너무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처음 역사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지만 우리가 가장 모르는 나라 역시 중국이라고 말한다. 일찍이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중국 대륙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나라들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또한 여러 전쟁과 혁명 등을 통해 현재는 55개 민족들이 모여 만든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 역시, 과거의 유교가 아니라 실용주의 사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대 중국에는 이러한 사상의 흐름이 없었을까? 우리가 중국 역사를 가장 잘 알면서 가장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의 첫 시작이다. 공자보다 170여년 전 인물인 관중이 유교보다 먼저 실용주의 사상을 주창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가 역사나 한자를 통해 배우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관중이다. 관중은 여러 제후국들이 수많은 전쟁으로 난립했던 춘추전국시대 인물로,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중시한 실용주의 사상가였다. 그의 현실적인 실용주의 사상은 현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또한 현대 중국은 마오쩌둥의 혁명 이래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다. 그러나 이러한 건국 배경은 현대 중국만이 가진 게 아니다. 진시황의 진나라에 이어 중국 대륙을 통일한 한나라 역시 노동자, 농민, 하급 관리에 의해 세워진 중국 최초의 제국이었다. 저자는 한나라의 건국까지의 시기가 이후 중국의 통치 이념이나 사상의 중심이 노동자, 농민 등 사회 하층 피지배 계급이란 점을 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중국사와는 달리 현대 중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고대 중국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이러한 중국 고대 역사의 흐름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중국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그동안 일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을 통해 현대 중국과 이어지는 정확한 중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학교에서 중국의 역사를 전공하거나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우리 한국사를 공부하다 우리와 밀접한 5,000년의 역사를 함께했다는 점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사상적으로 유교, 학문적으로는 성리학을 따랐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를 조각 조각 배웠으며 사회에서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사건마다 대부분 중국 역사와 함께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래도 많이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고조선에도, 삼국시대에도,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은 나라의 이름만 바뀐 채 늘 우리와 함께 역사를 써왔다. 저자가 이 책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를 통해 중국 신화 속 삼황오제부터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통일 제국 진나라와 한나라까지 고대 중국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이유이다. 특히 기존 중국사 관련 책들이 딱딱한 설명 위주였다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쓰는 주지육림, 와신상담, 토사구팽, 분서갱유, 사면초가, 천고마비 등 고사성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원과 인물을 중심으로 설명하기에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책처럼 읽을 수 있다.
중국 대륙을 무대로 삼아 숱한 인물들이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기존 중국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이 책을 읽는 묘미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한나라 때 천재 경제학자로 이름을 떨친 가의를 살펴보자. 독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인식하게 된 인물이다. 가의는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 전 한나라 때 '전매제'를 처음으로 실시한 인물이다. 일반인들이 화폐를 주조하는 게 가능했던 한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가의는 화폐를 만드는 동과 주석, 철의 공급을 국가가 직접 통제해 일반인들이 만드는 화폐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폐가 단순히 물물교환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치를 저장하는 지급 수단이라는 인식을 통해 저축과 국가 재정 확보의 개념을 정립했다. 화폐의 개념을 이해하고 저축을 주장한 것은 당시로서는 너무나 앞서간 현대적 경제 논리였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고대 중국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바다처럼 가득 담긴 역사책이다. 한편으로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과 현대 중국으로 이어지는 고대 중국의 흐름을 조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제 이 책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저자 못지않은 중국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중국(China)이라는 영어식 나라 이름과 중화(中華) 사상의 원류가 어디서부터 생겼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공산주의 혁명인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비슷한 성격의 한나라가 등장하기까지의 중국 역사가 풀이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중국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2장 「중국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요순시대」, 3장 「중국의 정통성을 세운 주나라 무왕」, 4장「숨겨진 실요주의자, 관중」, 5장 「중국의 역사를 바꾼 뽕나무밭 사건」, 6장 「공자의 제자 자공의 외교를 배워라」, 7장 「소진의 합종책과 장의의 연횡책」, 8장 「진시황이 창조한 중국 문명」, 9장 「항우가 맞닥뜨린 운명의 사면초가」, 10장 「중국을 셋으로 쪼개는 것을 거부한 한신」, 11장 「중국 최초로 평민들이 세운 나라, 한 제국」, 12장 「최고의 천재 경제학자 가의의 충고」, 13장 「흉노로부터 배우자」 등이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들어가며' 「깃털을 타고 중국 역사로 날자」에서 "환경과 변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라는 틀 속에서 인간의 활동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보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커다란 거울을 통해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과 같다. 역사는 비록 과거의 것이지만, 역사적 현상은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역설한다. 이어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람 중심 사상'이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에 이미 중국에서 나왔다고 언급한다.
중국은 55개 민족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양문화라는 거대한 줄기를 만들어냈다. 이 광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의 13가지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저자는 밝힌다. 13개의 히스토리는 앞서 언급한 각 장에 그대로 표현됐다. 인류는 동양이건 서양이건 초창기부터 하늘과 태양을 절대신으로 숭배해왔다. 문자를 갖기 이전의 인류는 문화의 요소를 신화에 두었다. 동양의 '천자', 서양의 '하나님' 등에 기초를 두고 신화적 요소를 갖추고 전설로 시작된다. 전설과 신화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다. 중국 역시 전설로 내려오는 삼황과 오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삼황은 인류의 문명을 만든 세 명의 통치자를 의미하고, 오제란 이들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켜온 다섯 명의 임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요, 순 임금도 바로 오제에 속하는 통치자다. 중국 이야기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고사성어다. 우리도 잘 알고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고사성어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고사성어를 알면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의식주는 당연히 우리 삶의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이를 둘러싼 인간 활동은 때론 협력으로 때론 전쟁으로 치닫는다.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모두가 잘 알지만 경쟁을 하다보면 나라와 백성들이 모두 나서서 운명을 걸고 싸운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또는 여러 개의 나라끼리, 약함을 감추고 강함을 드러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합종 연횡은 결국 실패한다. 우리 현대 정치계에도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어 왔던 합종연횡이 결과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보면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인간이 생존한다는 것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공존하다는 의미다. 이 책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흉노'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중국이 천하를 통일하고 번영을 누리다가 쇠망하는 데 평균 300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흉노는 문자도 없고 변변히 남은 유물이나 유적도 없는 흉노는 1,000여년을 지속했다. 이유가 뭘까?
흉노는 가축에서 나오는 가죽이나 고기, 젖 같은 것으로 자급자족할 뿐이었고, 나머지 생필품들은 이웃 한나라를 침략해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흉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비단옷과 여러 종류의 솜옷, 빗, 허리띠 등을 주고 화친을 맺어 이들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흉노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한나라 문제는 중항열을 사신으로 보내 그들에게 문자도 가르치고, 사신 왕래에 필요한 격식과 예절, 가족의 성(姓)을 가르쳤다. 나중에는 중항열이 아예 그들과 함께 살 정도였다는 흉노의 관습과 사는 방식에 길들여진 사례도 이 책에 적어 놓는다. 아무리 비문명의 오랑캐족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역사는 인간의 삶을 적고, 인간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 : 박계호
중고등학교 때부터 고대의 중국 사상과 역사에 관한 책들을 탐독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유학과 동양철학을 두루 섭렵하고 논어 제일 첫머리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에 대한 의미를 몸소 체득했다. 관심 분야를 넓히고 학문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국제 경영학을 공부해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중일 세라믹 전문위원, KCB(Korea-China Business) 인터내셔널 대표를 역임했으며, 중국의 강소성 하이안(海安)시 인민정부의 추천을 받아 한국투자유치 대표를 맡으면서 그동안 공부해온 중국 역사와 사상을 비롯한 인문학을 현재진행형의 일반 사회학과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역사 공부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