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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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삼국유사의 영웅들이 소설로 다시 탄생되었다. 삼국시대 가장 처절했던 전쟁을 겪었던 난세의 명장들과 왕들의 지략과 권모술수,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고승들의 지혜의 목소리가 소설 속에 가득 담겨 있다. 난세의 영웅들을 책으로 접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역사책에서 배워왔던 삼국시대의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만날 경우 그들의 활약상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중국의 소설 『삼국지』는 우리 기업인들이 많이 읽었다고 한다. 명장들이 벌이는 지략과 권모술수들은 현대의 각박한 세상에서 펼쳐지는 기업들 간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삼국시대를 무대로 한 소설 작품 『한삼국지(韓三國志)』를 펴낸 출판사 아시아북스 측은 경영인이나 비즈니스 관련 사람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며,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나 삼국시대 명장과 고승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읽기를 권한다. 또 이 책을 편집하고 인쇄하면서 한국인으로써의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편집진은 밝히고 있다.

역사상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가장 거대했던 전쟁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중원의 주나라(북주), 수나라, 당나라와 벌였던 100년 동안의 전쟁이라고 한다. 중국의 중원을 통일한 황제들의 야망과 권세, 그리고 그 야망을 무너뜨리며 나라를 지키려 하는 고구려 명장들의 전략과 병법, 그리고 삼국 왕들의 처신과 용기, 그들을 돕는 고승들의 고뇌와 갈등들을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이 책 『한삼국지』는 수많은 선조들의 치열했던 인생과 사랑, 삶의 사슬들이 간결하면서도 속도감이 있는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문체로 재미있게 쓰였다. 삼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차원보다는 중원 통일 세력의 한반도 침략에 맞서 싸운 한반도 삼국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책 속으로 이끌어 주며 선조들의 웅걸한 생각과 슬기로운 마음을 가까이서 만나고 느끼게 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중국의 『삼국지』도 정사와 소설로 나뉘어 구분된다. 중국의 정사 『삼국지』는 위(魏)·촉(蜀)·오(吳) 3국의 정사를 이른다.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233∼297)가 편찬한 것으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 위서 30권, 촉서 15권, 오서 20권, 합계 65권으로 되어 있으나 표(表)나 지(志)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나라를 정통 왕조로 보고 위서에만 〈제기(帝紀)〉를 세우고, 촉서와 오서는 〈열전(列傳)〉의 체제를 취했으므로 후세의 사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촉한(蜀漢)에서 벼슬을 하다가 촉한이 멸망한 뒤 위나라의 조(祚)를 이은 진나라로 가서 저작랑이 되었으므로 자연 위나라의 역사를 중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후에 촉한을 정통으로 한 사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찬술한 내용은 매우 근엄하고 간결하여 정사 중의 명저라 일컬어진다. 다만 기사가 간략하고 인용한 사료도 지나치게 절략(節略)하여 누락된 것이 많았으므로 남북조 시대 남조 송(宋)의 문제(文帝, 407~453)는 429년에 배송지(裵松之, 372-451)에게 명하여 주(註)를 달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 읽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중국의 위, 촉, 오 등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14세기에 나관중(羅貫中)이 장회소설(章回小說)의 형식으로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오늘날에는 17세기 모종강(毛宗崗)이 다듬은 ‘모본(毛本)’이 정본(定本)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중국 원(元)과 명(明)의 교체기 때의 사람인 나관중(1330?~1400)이 장회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장편 소설이다. 원래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이며,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와 함께 중국 4대 기서의 하나로 꼽힌다.

 


 

진수의 『삼국지』에 서술된 위·촉·오 3국의 역사는 천하의 패권을 둘러싸고 3국이 벌이는 힘과 지혜의 다툼이 워낙 치열하게 펼쳐졌기에 일찍부터 중국인들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로 전해져 왔다. 당(唐) 시대에 이미 3국의 이야기가 야담(野談)으로 전해진 기록이 있으며, 송(宋) 시대에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인 설화인들의 이야기 대본인 화본으로 정리되고,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당시 곽사구의 ‘설삼분(說三分)’은 매우 유명했으며, 인종(仁宗, 1010~1063) 때에는 3국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피영희(皮影戱)’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元)의 영종(英宗, 재위 1320~1323) 때, 전래되던 화본들을 바탕으로 푸젠성(福建省) 젠양(建陽)의 출판업자 우(虞)씨가 『전상삼국지평화』를 간행하였다. 이 책은 3권으로 되어 있으며 위에 그림, 아래에 글을 넣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 시대에는 이를 바탕으로 많은 희곡이 만들어져 공연되었는데, 종사성(鍾嗣成)의 『녹귀부』에 따르면 그 수가 30~40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가 있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한반도에 서로 싸우고 화합하기룰 700년 간 이어왔다. 신라가 당과 손잡고 삼국통일을 이루었으며 통일신라 붕괴 후 다시 고려로 통일되기까지 후삼국 시대를 합치면 1,000년 간 삼국시대가 있었다. 고려가 다시 한반도를 통일한 후 정사 『삼국사기』가 1145년경에 김부식 등이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로 기록되었다. 『삼국사기』 기전체의 역사서로서 본기 28권(고구려 10권, 백제 6권, 신라·통일신라 12권), 지(志)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고려인의 손에 의해 쓰여졌으므로 삼국에 대한 계승보다는 패자(敗者)로서의 삼국의 역사를 써서 정사이긴 하지만 생략한 부분이 많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즉 고려인이 승자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패자의 기록을 객관적으로 썼을 리가 없다는 말이다.

 


 

집필 당시 시기가 이미 고려 건국 후 200여 년이 흘렀고, 유교와 불교 문화가 융합됨으로써 고려왕조가 안정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 역사의 확인 작업으로 전 시대의 역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의 조정에서는 거란 격퇴 이후 국가적 자신감과 여진의 위협에 따른 강렬한 국가 의식이 고조되었음을 주목할 수 있다. 따라서, 소실된 국사의 재편찬은 단순한 유교 정치이념의 구현만이 아니라 민족의식의 차원에서 요구되었다. 당시 고려사회는 문벌귀족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었다. 특히, 김부식 가문과 윤관(尹瓘) 집안의 대립, 김부식과 이자겸(李資謙)의 충돌 등 문벌가문 간의 격심한 갈등이 겹쳐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비리가 쌓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열과 갈등이 국가멸망의 원인임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고 후세에 역사의 교훈을 주기 위하여 역사 편찬은 불가피하였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는 김부식의 『진삼국사기표』를 통하여 그 편찬 동기와 목적 및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은 우리 나라의 식자층들조차도 우리 역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개탄하면서, 첫째 중국 문헌들은 우리 나라 역사를 지나치게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으니 우리 것을 자세히 써야 한다는 것, 둘째 현존의 『고기』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에 다시 서술해야겠다는 것, 셋째 왕·신하·백성들의 잘잘못을 가려 행동 규범을 드러냄으로써 후세에 교훈을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본기·지·표·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삼국유사』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고려후기 승려 일연이 신라·고구려·백제의 유사를 서술했다.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일연이 고대 역사 중 정사(正史)에는 없는 유문(遺文)과 일사(逸事)를 바탕으로 찬술한 역사서로, 기사본말체에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권5 권수(卷首)의 ‘국존조계종가지산하린각사주지원경충조대선사일연찬’이라는 부분을 통해 일연이 찬자였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고대사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료이다. 즉 고대 사회의 역사, 풍속, 종교, 문학, 예술, 언어 등의 기본서로서 『삼국사기』에 없는 많은 사료를 수록하고 있다.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중국은 위(魏)가 후한(後漢)이 멸망한 후에 그 뒤를 이어 정권을 계승하였으나, 양쯔강[揚子江(양자강)] 유역에서는 오(吳)나라가 일어나며, 쓰촨성[四川省(사천성)] 지역에는 촉(蜀)나라가 자리잡고 위나라에 반항하여 독립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이 3개의 나라로 대립하였던 짧은 기간을 삼국(三國)시대라고 칭한다. 그러나 위는 가장 큰 나라였으며, 형식상 정통성을 계승한 왕조여서 일반적으로 위를 삼국의 대표로 생각하게 된다. 위의 뒤를 계승하여 정권을 잡은 나라가 진(晋)이었으나, 진나라는 창안(장안)과 뤄양(낙양)을 수도로 계속 사용하지 못하고 50년 후에는 난징(남경)으로 천도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천도하기 이전의 진나라를 서진(西晋)이라 칭하고 천도한 이후를 동진(東晋)이라고 지칭하여 구별한다. 이와 같이 진나라를 압박하여 수도를 동쪽으로 옮기게 만든 것은 한인(漢人)들이 호인(胡人)이라고 칭하는 여러 민족들로 구성된 서방의 족속들이었다. 한인의 정부가 양쯔강 유역으로 이동한 다음 호인들은 황허(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점령하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으므로, 중국에서 남왕조와 북왕조가 대립된 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시의 모든 왕조의 명칭과 연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기 한반도의 삼국은 고구려 평원왕, 신라 진흥왕, 백제 위덕왕의 시대였다. 중국은 주나라 황제 우문옹, 제나라 황제 고위, 명장 곡률광 등이 등장한다. 주나라 우문옹은 고구려 원정 도중 병에 걸려 포기하고 아들 우문윤(선제)가 황위를 물려받았으나 황위를 다시 일곱살 아들 우문천(정제)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사치와 향락에 빠진다. 결국 거대한 중원 대륙을 수나라가 통일한다. 황제 양견이 고구려에게 조공을 바치고 입조해 명을 잗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고구려왕을 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느다. 평원왕의 뒤를 이른 영양왕 장수들을 모으고 대책 회의를 한다. 이후 고구려와 수나라는 전쟁에 돌입한다.

 


 

고구려 영양왕의 시대 우리가 잘 아는 장군 을지문덕도 등장한다. 수나라 고구려 원정군은 황제 양광이 이끄는 113만 대군이었다고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다. 우리도 이름을 들은 바 있는 우중문 우문술 등의 장군들이 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끈다. 서기 600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한반도 침략이 이뤄지는 시기다. 역사는 이미 전쟁이나 왕국의 부침을 정확하게 팩트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니 상상력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고구려 원정에 실패한 수나라는 불과 30년 만에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선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장수이자 당나라의 2대 황제 이세민의 등장이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이 완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방어를 거듭하고 있지만 워낙 대군인 데다 고구려는 성을 지키는 수비 전략이어서 전쟁 상황은 어렵게 돌아간다. 고구려의 수성은 요동의 양만춘 장군이 이끄는 안시성부터 연개소문이 이끄는 평양성까지 당의 공격을 막아내고 전장에서 큰 부상을 입은 이세민은 철군한다. 이후 다시 고구려를 침략한 것은 당 태종 사후 그의 아들이 황제에 오르고 신라와 연합해 백제를 먼저 치고, 6년 후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분열하고 권력에만 집중하다 결국 멸망한다.

이때가 백제, 고구려가 6년 사이에 멸망한다. 백제 유민은 죽거나 포로로 끌려가 종이 되었으나 고구려 유민은 대조영이 등장해 중원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새로운 도읍지에 왕국을 건설한다. 발해다. 이렇듯 이 책 『한삼국지』의 시대적 배경은 서기 500~700년 사이에 걸쳐 있으며 삼국과 중국의 국가들까지 얽히고설켜 세계사에서도 유례없는 가장 큰 전쟁의 시기를 넘기고 있었다.

"중원의 북쪽은 황하를 끼고 번성한 제나라(북제)와 주나라(북주)의 두 세력이 균형 있게 대립하고 있었고, 중원의 남쪽에 자리한 진나라(남조)는 풍요로운 장강 이남의 지역을 지배하며 안정된 치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하 동쪽으로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세 나라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국경지대의 땅과 성들을 뺏고 뺏기는 국지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p.9)

 


 

어느 날 이세민이 장안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김춘추를 은밀히 연회 자리에 불렀다. 그리고 술과 음식을 내어 먹으며 조용히 김춘추에게 물었다.

“종류가 다른 나무들이라도 한 곳으로 뭉쳐져 큰 숲이 된다면, 맑은 공기와 풍부한 자원을 품는 법이다. 그대들 삼국이 모두 당나라의 품 안으로 들어와 천하를 나누어 가지며 통치를 받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이세민이 김춘추의 얼굴빛을 살폈다.

“나누어진 숲들은 서로 다른 향기를 품는 법입니다. 함께 생존하고 같이 번영하는 공존공영 세상이 더 아름다운 세상인 법입니다. 숲이 깊어야 새가 들어오니 넓은 숲보다는 큰 나무들이 자라는 깊은 숲을 가꾸시옵소서.”

“칼이 클수록 강하고 힘이 센 법이다. 낡은 칼집을 버리고 새롭고 큰 칼집을 가지게 되면 그대의 백성들이 더 호강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당나라는 너희들에게 안전한 칼집이 될 것이다.”

“큰 칼집에 작은 칼들은 맞지 않는 법입니다. 하지만 작고 날카로운 칼은 분명 황제 폐하께도 큰 이득을 줄 정도로 매섭고 유용할 것입니다. 신라는 당나라가 필요할 때 언제든 지 섬뜩한 비수가 되어 적들을 향할 것입니다.”

“넓은 하늘 아래 천자가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을 왜 마다 하는가?”

“황제의 덕이 크시면 경계를 넓히지 않아도 천하 만인이 우러러보고 존경할 것입니다.”

황제 이세민의 물음에 김춘추가 표정변화 없이 부드러운 억양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세민은 김춘추의 대답에 더할 말이 없었다. 이세민은 김춘추의 학식과 언변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웃더니 다시 말했다.

“그대의 기질과 성품이 마음에 들었네. 보기 드문 인재로다. 그대의 눈빛이 내 마음의 뒷면까지 꿰뚫는 것 같구나. 그대가 이곳으로 온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을 터, 그대의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고?” (p.327~328)

 

저자 : 임창석

 

이상문학상을 수여하는 문학사상에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자 정형외과 전문의이다. 저서로는 소설 백의민족, 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자신의 영혼에 꽃을 주게 만드는 100가지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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