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숨길 수 없듯, 사랑하지 않음도 숨길 수 없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눈 떠보면 성큼 다가와 있는 다음 계절. 두근거리는 시작과 시리도록 차가운 끝이 20대에 겪는 연애다. 지금 당신의 사랑과 어울리는 계절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연애소설은 한 번쯤 읽어본다. 어쩌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연애 상대'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애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지에 대한 방법을 알기 위한 기대에서였을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연애할 때 심리와 자신의 심리를 비교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또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연애를 잘 하는 비결을 알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우리 대부분은 어렸을 때 연애소설을 누구나 읽어볼 호기심을 갖는 것은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 기회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연애할 때 사랑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본능이라는 것은 어떤 이해관계가 덧대어지지 않는 순수한 감정의 발로라는 데서 연애는 순수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연애, 사랑의 감정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다루어지며, 이는 인간의 감정, 즉 감정의 순수성이 증명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싫어하는 거짓과 목적, 또는 다른 감정이 스며들 여지가 없는 인간 본연의 감정의 발로라는 점에서 순수함이 일치하는 것 같다. 이는 사랑의 감정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그 빛을 발한다. 소설이나 연극, 음악과 미술, 최근의 사진과 영화 예술에서도 사랑은 예술의 제 1차적 모티프로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또 사랑이 주제가 되든, 소재가 되든 어떤 예술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 『얇은 불행』은 작가 김현주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소영이라는 여주인공이 20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20대는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최고 황금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신체적으로도 가장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아직 정신적으로 불안한 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또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때이므로 세상의 잘못된 풍속에 물들지 않아 순수하고 그만큼 선한 마음이기도 한 때이다. 굳이 색으로 표현하자면 '백색'의 나이가 20대인 것이다. 사회에서는 '청년'이라고 푸른빛으로 규정하지만 순수함이 강조되고,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 '푸를 청(靑)'의 글자로 표현했나보다.

저자 김현주 역시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불리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한다고 운을 뗀다. 즉 나이가 들면서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보다 어떻게 보일까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때가 묻기 시작한다고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출간한 책이 쌓일 때마다 고민은 짙어진다고 말한다. 가끔 인터뷰에서 작가가 되어서 좋은 점이 무어냐고 묻는데, 저자는 작가로 불리는 게 좋다고 고민 없이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삼십 대 후반의 여성을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와이프, 딸, 사모님, 아주머니, 이모, 언니, 누나. 정도라고 답한다. 아, 삼십 대 초반의 어떤 동생은 누님이라고도 한다. 기분은 참 묘하고 별로던데 누나를 높여서 부른 거라니 할 말이 없다고도 말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까에 생각이 집중되면 역시 순수한 마음(어떻게 할까)보다는 어떻게 보여질까가 더 관심이 가는, 세속적 판단이 덧대어진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상의 모든 아주머니를 존경하지만 내가 원하는 호칭은 아니다. 나에게 글은, 작가는 어렸을 때의 꿈을 포개어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성실한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는 게 꿈을 포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한껏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차에서 보여지듯 각 장(章)의 제목이 나이와 계절을 겹쳐 썼다. 이유는 소영이 경험한 사랑이야기가 계절과 매우 닮아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여자로서의 20대를 봄부터 겨울까지의 사계절과 비슷한 피고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스무살에는 입학한 대학교에서 같은 학과 남학생을 좋아하게 되지만 남학생은 소영이 아닌 소영의 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다. 소영은 사랑이냐 우정이냐는 기로에서 머뭇거린다. 스물세 살에는 대학교 졸업반이 된다. 소영은 학원 강사일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제자 고등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곳에서 만난 학원 수학강사가 소영에게 호감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영이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데 꺼림칙한 느낌에 소영은 거리를 두게 된다. 결국 수학강사의 소영이에 대한 관심은 스토킹으로까지 변질된다. 당연히 연애에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물여섯 살에는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동거까지 하게 되지만 그 남자는 이미 8년을 함께 했었던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을 잊지 못한 상태다. 이 사랑도 오래 가지 못한다. 스물아홉 살 소영은 이번엔 자신이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남자를 만난다. 이상하게 만날 때마다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사랑까지 느끼지 못하게 된다.

 


 

저자가 20대에 경험한 일을 소설로 옮겼다면 자전 소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전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저자가 겪은 20대와 겹칠 수 있지만. 사랑과 우정, 스토킹, 동거 등등 어쩌면 소영이 경험했던 사랑이야기는 지금 20대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에 훨씬 가깝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대할 때 심리적 변화와 상황에 대처할 때의 심리 등은 저자가 겪은 경험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추정만 될 뿐이다.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느낌, 쓰라린 짝사랑, 사랑으로 인해 잃어버리는 자신감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소설을 다 읽어가도록 표제어 중 '얇은'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안타깝다. 왜 '얇은 사랑'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작품 속에 이를 비유하거나 표현한 것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독자의 아둔함에서 비롯되는 일이겠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아 약간은 책 속에 집어넣지 않은 저자의 작품에 아쉬운 감이 든다. 책의 부분 부분에서 조금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표현이 나오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작품 속 장치에 대해서는 작가의 날카로운 '숨김'이 엿보이기도 한다. 또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련한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약간의 힌트를 읽어낼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요즘 소설 쓰듯 말을 한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덕분에 첫 소설 앞에서 작아졌던 마음을 용기 내어 꺼내 봅니다. 평생 말하듯이 글을 쓰고 글을 쓰듯 말하고 싶으니까요. 이 소설을 한창 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힘든지 모르니까 시작했지, 알았으면 절대 안 썼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롤로그까지 쓰고 보니 이렇게 힘든지 알았더라도 꼭 썼을 것 같네요. 제가 좀 그래요."(p.5)

 


 

사랑 이야기(러브 스토리)가 수천 년 간 인간들이 다루어 온 주제라 조금은 썰렁한 느낌도 있지만 반대로 중년쯤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아날로그적 연애 감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준다면 이 소설이 무척 좋을 것 같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국의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 〈러브 스토리〉가 기억속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와 메마른 가슴과 마음을 흠뻑 적셔준다. 애틋하고 어쩌면 당초에 이룰 수 없는 사랑처럼(로미오와 줄리엣) 아련한 슬픔도 준다. 뻔한 사랑 이야기 같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독자들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순화와 순수의 기억을 되살리기엔 더없이 좋은 모티프라는 사실도 재확인시켜 준다. 특히 첫사랑의 풋풋함, 어긋난 사랑의 간절함, 사랑과 우정이라는 중고등학생들의 정서에도 어울릴 소재들로부터 지금 20대 독자들보다 오히려 중년의 독자들에게 더 어필될 것 같은 느낌이 듣다.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 채택이다.

저자가 「프롤로그」 마지막에 쓴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에서 어디까지가 감정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많이 사랑할수록 많이 참고 많이 찌질해지던데요. 사랑의 크기는 재단해볼 수 없지만 찌질했던 순서는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사랑이 가장 찌질했을 거에요. 아마도. 소설을 마치면서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추억하고 안녕히 내일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나의 첫사랑을, 그 시절을 그 계절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가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 표제어 '얇은'의 실마리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약간은 잡은 듯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소소하게 행복하고 얇게 불행합니다"라고 말한다. 소소한 행복이란 아마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란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얇은' 역시 크거나 격한'이 아닌, '잔잔하고 별 것 아닌' 불행이라는 의미 아닐까. 독자의 느낌이지만 저자는 에필로그에 약간의 실마리를 남겨 놓았다. "소영은 아마도 한꺼번에 행복이 밀려와도 제대로 행복해하지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부분도 저와 많이 닮았구요. 우린 누구나 얇게 불행하지만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행복 그거 별거 아니거든요."(p.319)

 

저자 : 김현주

 

키 크고 못생기고 똑똑하고 자존심 센 남자 사랑하다가

연애의 피 맛본 사람

사랑의 피 맛이 영 별로라

키 상관없이 잘생기고 무던하고 사랑 앞에 자존심 없는 남자 만나서

잔잔하게, 천천하게 사랑받고 행복한 여자

이상형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기쁨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작은 작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김수정 지음 / 동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작품이 예술이 되고 어떤 것은 예술 작품에 끼지 못한다는 것은 누가 판별하는가? 예술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가? 예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고민했던 질문들이다. 각 시대마다 예술의 범주에 들 수 있는지 여부는 그 시대 예술가들의 총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각 시대마다 나라마다 약간씩 다른 기준이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당대 그 지역의 기존 예술가들의 평가로 판별되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가 예술로 지칭하는 문학, 음악, 미술 등 오랜 역사를 갖는 예술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예술을 누리는 사람들의 평가는 그 정형화된 틀 밖에서는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장르도 있다. 이른바 고전음악에 대한 대중음악이 그랬고, 상업성 높은 영화는 예술 테두리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다.

이 책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사회학의 렌즈를 통해 본 예술을 이야기한다. 꽤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아이돌 음악은 진정한 예술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고, 그 가수와 팬에게는 ‘딴따라’와 ‘빠순이’라는 비하하는 명칭이 붙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돌 가수는 ‘아티스트’로 불리며, 팬덤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존재로 주목받는다. ‘예술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뱅크시의 작품들은 그가 작품을 파괴하는 기행을 펼칠수록 오히려 값이 올라가고, 미국 팝아트의 거장 클래스 올덴버그의 거대 햄버거 조형물은 ‘작품’이 되었지만 고등학생들의 거대 케첩병 조형물은 해프닝에 그쳤다.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작품이 예술이 되고 안 되고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작품은 오로지 천재 예술가의 영감만으로 탄생할까? 이런 ‘예술 보는 눈’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자 주제이다.

 


 

앞서 던진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예술’과 ‘사회’를 함께 읽도록 제안한다. 그림,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문학 등 어떤 영역의 예술도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하나의 작품에는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제도가 거울처럼 반영되어 있고, 그렇게 나온 작품 또한 사회를 변화시킨다. 예술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날 각광받는 대부분의 예술작품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탄생하며, 그렇게 나온 작품이 ‘진짜 예술’로 인정받는 과정에도 사회적 힘이 작용한다. 심지어 어떤 작품이 ‘내 취향’이라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 취향 또한 알고 보면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예술 관련 입문서들이 개별 작가와 작품, 장르나 기법, 역사 등에 초점을 둔다면, 이 책은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들을 드러냄으로써 색다른 방식으로 ‘예술 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 쓰였다고 이해된다. 공동저자 최샛별과 김수정은 인상파의 부상부터 BTS 열풍까지 여러 장르와 작품, 다양한 한국 사례들을 통해 예술작품들은 익숙하지만 ‘예술사회학’은 생소한 독자들, 미술관에 가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독자들도 예술에 흥미롭게 접근하도록 만들려고 이 책을 썼다. 예술사회학이란 학문은 우리 예술가는 물론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학문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 오래된 학문의 분야도 아니다. 예술사회학은 어떤 예술현상을 사회 현상의 하나로 간주하며, 특히 사회 내의 일정한 계급이나 집단과의 관련을 전제로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술은 예술 내적인 여러가지 인자에 의해서 규정되나 동시에 표현이나 전달의 기능에 의해 사회에 작용하므로 이러한 예술과 사회와의 관련성에 대한 해명이나 규명은 예술학의 영역인 동시에 사회학적인 연구도 될 수 있다.

 


 

예술사회학(sociology of art)이란 예술의 창조나 대중에 의한 향수의 연구를 통해서 사회 기구의 인식을 목표로 하는 사회학의 한 부문이라고 백과사전엔 정의돼 있다. 세계미술용어사전에 따르면 예술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경계로 하여 다소 그 양상을 달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예술의 생산과 수용에 미치는 사회적 규정 작용을 해명하는 것이 주요한 이론적 관심사였지만, 전후에는 훨씬 구체적으로 예술이 발휘하는 사회적 기능의 갖가지 모습이 학문적 조명을 받기에 이르렀다. 대체로 이러한 예술의 사회학적 연구에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구별에 관계없이, 기술의 발달이 물질적 생산량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환되는 정보량도 비약적으로 증대시켜 결국에는 인간관계의 사회적 기초를 변혁시킴으로써 선진제국에 점차 대중사회를 성립시키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기술문명이 낳은 사회적 모순들에 직면하여 전후의 미학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 관계없이,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진보가 예술 그 자체의 성격을 변질시켜, 예컨대 대중예술과 같은 것이 사회생활 속에서 점차로 발언력을 강화해가고 있다는 사실도 예술사회학을 기대의 급선무로 간주하는 일부 미학자들의 동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텐느(Taine), 귀요(Guyau) 등이 예술사회학적 입장에 속하나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하우젠슈타인(Hausenstein)에 이르러 비로소 예술사회학이라는 명칭과 그 입장이 명확해졌다. 프리체 등이 이 분야에서 활약하였지만 이들은 도식주의적인 견지를 취했다 하여 비판받았다.

 


 

저자 역시 ‘걸작’의 조건은 무엇일까?로 접근을 시작한다. 범접할 수 없는 영감, 천재적인 발상, 세련된 기법, 높은 완성도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의 눈으로 보면 이 조건들은 상당 부분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예술 바깥의 일’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데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흔한 예로 우리는 영화를 ‘레드카펫’ 위 사람들의 작품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는 감독과 배우 등 ‘핵심인력’뿐 아니라 섭외, 분장, 홍보 등을 맡는 ‘보조인력’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높은 명성은 생전에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명성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 수많은 화가 아내의 이름들이 그랬듯, 오늘날 모리조의 이름도 기억하는 이가 드물지만 말이다.

예술을 소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로맨스 소설은 흔히 가부장적 가치관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 책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로맨스 소설은 여성 독자들이 자기 시간을 갖도록 유도해 가부장제 질서에 균열을 내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라고 믿는 소비의 ‘취향’조차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책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계급에 따라 그림을 선호하는 취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부르디외의 연구를 비중 있게 소개하며 ‘인스타그램 속 미술관 사진’의 의미도 짚어본다. 이렇듯 예술과 사회를 결합해 읽는 예술사회학의 시도는 작품의 숨겨진 측면을 드러내며 색다른 작품 감상법을 제공한다.

 


 

예술과 사회가 맺는 ‘관계’의 눈으로 보면 아는 작품도 다르게 보인다. 저자들에 따르면 예술작품은 당대 사회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는데(반영이론), 예를 들어 한국 근대문학 속 많은 주인공들이 결핵으로 죽어간 배경에는 당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그리고 작가들 자신도 피하지 못했던 결핵의 대규모 유행이 있었다.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화가들이 구약성서 속 인물 ‘유디트’를 성녀나 요부로만 묘사한 것 또한 미술계가 오랫동안 남성 화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유명한 작품 〈마라의 죽음〉과 〈생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에서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작가의 실제 삶이 엿보인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변화시키기도 하는데(형성이론), 원작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도가니〉가 여론을 움직여 ‘도가니법’(성폭력범죄의처벌특례법 개정안) 제정을 이끌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만화 〈아톰〉의 상상력이 일본에서 로봇 ‘아시모’의 개발에 큰 영향을 준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 또한 이러한 형성이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경우 사회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중문화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실제로 나치시대에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 등은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지만, 히틀러의 통치 전략으로 활용되면서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처럼 예술과 사회의 만남에 주목하는 것은 익숙한 작품들의 낯선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예술 자체에 대해서도 각자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이는 장르나 기법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입문자들도 어렵지 않게 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 책이 기존의 예술사회학 책들과 구분되는 점들 중 하나는 다양한 사례 인용에 있다고 한다. 기존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라서 독자들이 한국 사례로 학습할 기회가 부족했는데, 이 책은 한국 드라마와 가수, 영화 등 우리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실제로 〈기생충〉과 〈아가씨〉 등의 영화뿐 아니라 〈SNL 코리아〉 등 TV 프로그램,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부터 하상욱 시인의 〈애니팡〉까지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이는 지은이가 14년 넘게 동명으로 대규모 대학 교양수업을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예술이 사회를 반영한다는 생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의 이론부터 베버, 베커, 벤야민, 부르디외 등 다양한 사회학자들의 이론들을 소개한다. 핵심만 추려 본문 곳곳에 박스로 구분했기 때문에, 이론 설명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읽지 않고 건너뛰어도 큰 지장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마다 다양한 시각 자료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작품 위주로 빠르게 살펴보는 읽기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인상파의 부상과 BTS 열풍 등의 주제를 예술, 사회, 생산, 분배, 소비의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입문 지식뿐 아니라 실전 적용 방법도 동시에 안내한다.

 

"히틀러는 정치를 종교적 속성의 아우라를 가진 예술과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정치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방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야민은 진품이 가진 아우라를 걷어내는 복제 기술의 또 다른 기능에 주목하며, 정치의 예술화에 대항하기 위해 예술의 정치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과거의 예술과 달리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은 진품의 역사성과 일회성을 벗어나 있으며, 주술적·제의적 기능이 아닌 단순히 그 외형적 아름다움만을 표방하는 상품적 가치와 전시적 가치를 지니는데, 이로써 대중들은 예술작품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벤야민의 주장이다."(p.177)

 


 

저자 :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예일대학교 사회학 박사. 한국문화사회학회 등재지 『문화와 사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한국사회학』, 『사회과학연구논총』, 『문화경제연구』, 『여가학연구』등의 주요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연구 관심 분야는 문화사회학, 예술사회학, 대중문화연구, 문화예술정책이며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 자본과 상징적 경계에 대한 연구, 세대문화연구, 한국 문화정책연구를 수행 중이다. 주요 저서 및 역서로는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연대기: 세대간 문화경험과 문화갈등의 자화상』(2018 세종도서학술부문 우수도서-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2019. 한국 연구재단 우수성과 50선 선정.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표창) 『문화사회학으로의 초대: 예술에서 사회학으로』(2004), 『현대문화론: 문화사회학자가 본 일본의 현대사회』(2004), 『문화분석: 피터 버거, 메리 더글라스, 미쉘 푸코, 위르겐 하버마스』(2003), 『만화! 문화사회학적 읽기』(2009, 공저), 『예술사회학: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까지』(2010, 공역)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문화의 상징적 위계에 관한 조사: 한국사회의 고급문화는 무엇인가」(2014), 「한국사회의 문화자본은 존재하는가」(2006),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2020, 공동), 「Anything but Gugak and Trot: Symbolic Exclusion and Musical Dislike in South Korea」(2020, 공동 집필), 「A Cultural Map of South Korea, 2011」(2017, 공동) 등 90여 편의 저역서 및 논문을 저술하였다.

 

저자 : 김수정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문화/예술사회학, 한류사회학, 문화예술교육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 관심 분야는 문화자본, 계급불평등, 세대문제, 대중문화, 문화정책 등이며 최근 논문으로는 「Anything but Gugak and Trot」(2020),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2020), 「한국 문화정책에서의 문화 개념에 관한 연구」(2020), 「1960~1980년대 한국 문화정책에 대한 재고찰」(2019), 「A Cultural Map of South Korea, 2011」(2017)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책을 받아든 순간, '지금보다'라는 단어에 눈길이 더 간다. '괜찮은 어른'이란 정의도 정확히 모르는데 '지금보다 더'라니? 그러나 이 책을 펼쳐 들면 제목의 의미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갓 어른이 된 새싹 어른들의 “믿을 만한 어른이 없다, 닮고 싶은 어른이 없다”는 푸념에 어른으로서 응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예전엔 '어른'이라는 단어의 뜻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일컬었다. 즉 성숙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성인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그럼 '어른답다'는 건 당연히 책임감을 갖고 성숙한 사람답다쯤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듯하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질문이다.

저자 김혜민은 어른다운 어른, 좋은 어른,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 염치 있는 어른, 밥값 하는 어른을 말한다. YTN라디오 피디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사는 지금, ‘어른의 태도’에 대해 말한다. 단절과 혐오가 깊어지는 시대에 어른으로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속한 이 나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이 책은 시작됐다.

 


 

이 책은 염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염치가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지 않았던 사실이 불편해지고,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이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 연대와 환대라는 오지랖이 펼쳐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저자의 말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단 한 가지도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 어른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이 시대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성찰으로 수렴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저자가 말한 염치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사전적 풀이를 넘어선 것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맹자가 말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각난다. 수오지심이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맹자가 제시한 사단(四端) 중 하나이다. 사단이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다. 맹자는 이것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가리키는 네 가지 덕성인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사덕(四德)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보았다. 맹자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무수오지심 비인야)]'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수오지심은 의로움의 시작이다(羞惡之心 義之端也, 수오지심 의지단야)'라고 하여 사덕(四德) 중 하나인 의가 수오지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저자가 말한 염치의 정의를 맹자에게서 찾아보았다.

 


 

40대인 저자는 여느 어른들이 그랬듯 20대에는 먹고살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정신없었고,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어느새 ‘불혹’이라 불리는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어른이 어떤 사람인지, 어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었을까? 저자는 어른으로 살아온 20여 년을 돌이켜보니,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들의 답을 찾고, 내가 사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단어이며, 나이가 주는 자격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갔는지가 주는 자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17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고 받고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좋은 생활인에 대해, 불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어른다움에 대해, 불평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모멸감을 이기는 태도에 대해, 나의 본질을 지키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불편하지 않았던 사실이 불편해지고,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고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곳들이 하나둘 보이고, 이해되고, 공감하고, 나아가 함께 하게 되는 것을 어른이 돼가는 과정, ‘어른ing’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그는 사회에 대해 집중하고, 고민하고, 연대하기 위하여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애쓴다. 청년 문제를 비롯하여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과 함께하는 자살 예방 활동, 자살자 가족들을 위한 활동도 그것이다. 고민 상담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20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롤 모델 대신 페이스메이커가 되고자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을 사는 지금의 20대 어른들에게 희망을 가지란 말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취업의 결과는 합/불 단 두 가지 밖에 없을지라도 취업의 과정은 여러 답이 있음을 얘기해 주려 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어른의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 정말 알고 싶다면 오직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원더〉의 대사를 떠올리며 친절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를 말한다. 어른이 될수록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고 있는데 그것은 좋은 선택이 좋은 인생을 끌고 오기 때문이라며, ‘친절함’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직업이 피디인 저자는 방송국에서 새로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어쩌면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지만, 그는 할 수 있는 한 친절하고자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능력 있는 피디’보다 ‘친절한 사람’이라고 기억되는 편이 훨씬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여러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과 거친 말로 항의 전화를 거는 청취자에게도 친절하면 성난 날이 금방 죽는다. 그 순간 친절을 선택하면 피곤한 일이 반으로 줄어든다.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행동이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더 우선이라는 말이기도 한데, 친절은 지혜로운 사람이 할 수 있는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생각해보면 숨이 턱 막히던 코로나 시절에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 것들은 대부분 친절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요양병원에 혼자 있는 어르신 환자를 위해 무거운 방역복을 입고 고스톱을 쳐주던 의료인,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남긴 메모 한 장, 많은 민원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보건소 직원들, 어려움을 겪는 동네 가게를 찾아주던 손님들. 그 친절이 우리를 견디게 했다."(p.38)

친절하기 위해서는 경청하고 공감해야 하고, 너그러움을 가지고 참아주고, 마침내 도와줘야 한다. 친절은 이 모든 과정 이후에 얻을 수 있는 내면의 성과다. 살면서 생기는 모든 갈등은 경청, 공감, 너그러움을 행하지 못했거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친절한 행동 한 가지로 인해 사람들은 경청, 공감, 도움, 너그러움, 끈기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은 말한다. 누군가를 위해 넉넉한 어른이 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지나친 경쟁과 반목, 냉소와 이기심 속에서 내가 선택한 친절함과 넉넉함이 우리를 함께 견디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 김혜민

 

YTN라디오 피디다. [뉴스 정면승부]를 만들고 있으며, [YTN라디오 생생경제]와 [김혜민의 이슈&피플]을 제작하고 진행했다. 인터뷰어로 살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고 받았다. 24시간 중 유일하게 앉아있는 시간은 방송할 때와 책 읽을 때, 책 쓸 때다. 보고 배운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열심히 보고 듣고 말하고 기록하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였다. 그리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 연대와 환대라는 오지랖이 펼쳐지는 기적도 알게 됐다. 좋은 생활인,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으로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무총리 표창(2022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21년), 한국PD연합회 라디오 특집 부문 이달의 PD상(2020년),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 한국기독언론대상 생명사 부문 우수상(2018년),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사랑대상 보도부문(2018년)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눈 떠보니 50』이 있다. "말이 많다. 산만하다. 시끄럽다.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속에 남겨진 저에 대한 평가는 PD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신뢰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이자 긍정주의자로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끝없는 수다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최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디오 세상이었습니다. 종교방송인 극동방송 아나운서와 피디를 거쳐 현재는 보도전문방송 YTN 라디오에서 [생생경제]를 제작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라디오 부스 안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만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듣고, 묻고 싶은 질문을 마음껏 묻습니다. 그게 저의 업이고 낙이며, 삶의 목적입니다. 『눈 떠보니 50』은 라디오 세상에서 제가 보고 듣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이 이야기가 나의 50대가 바뀔 것이란 희망을 주었듯, 당신의 50대 역시 바꿀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물욕과 밀당 중입니다 - 소비로 점철된 나날에 대한 기록
지모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욕은 대개 부정적인 말로 쓰인다. 성경에도 욕심을 부정적 감정으로 본다. 성경에서는 욕심(慾心 , desire)을 무엇을 향한 절실한 바람이나 욕구(민 15:39)라고 풀이한다. 강렬한 성적인 욕망(롬 1:24; 딤후 3:6)도 포함된다. 마음을 거기에 두고 얻고자 하는 소원이나 집착(시 10:17)을 나쁜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의 이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시 78:30; 막 4:19; 롬 6:12)이라는 것이다. 즉 성경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출 20:17; 민 11:4; 잠 1:19)는 것으로 성경 연구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물욕이란 사전적 의미로도 재물을 탐하는 마음이다. 스스로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인 것은 분명하다. 저자도 “물욕은 소비의 기쁨과 죄책감 사이에서 나를 방황하게 하고, 줄어드는 잔고와 늘어나는 물건 사이에서 나를 갈등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소비의 기쁨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저자는 타협점을 찾는다. "과소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데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과소비는 아닌 걸로?!" 결론낸다. 저자에게도 물욕은 끊임없이 밀고 당겨야 할 ‘욕심’이고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련지어서 이야기할 정도로 확실한 생각인 듯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 욕망이 타인의 힐난의 대상이 되어도 될까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쇼핑을 좋아하는 것이, 브랜드 있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일까라고 반문한다. 독자의 짧은 견해일지 모르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자신이 일하고 벌어서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산다는 데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그것은 시기이고 질투일 터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정당하게 번 재산은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받으며, 국가가 나서서 지켜주기로 약속한 시스템의 사회다. 자본주의 논리다. 저자의 능력대로 사서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는 일이라는 데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저자도 끝없는 물욕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마 도덕적 책임감이랄까, 윤리 의식 때문일까.

이 책 『오늘도 물욕과 밀당 중입니다』는 인간의 물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해낸 에세이다. 아트디렉터로 일했으며 첫 책인 『딸하고 밀당 중입니다』로 독자의 큰 관심을 받은 저자 지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소재인 ‘물욕’에 대해 말한다. 자칭 타칭 ‘물욕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저자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이에 대해 무겁거나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위트 넘치는 그림과 재미 있고, 파편적인 짧은 글로 물욕에 얽힌 자신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가볍게 툭 던져놓을 뿐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그림과 글 속에 물욕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이 잘 함축되어 있고, 물욕을 향한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과 부당한 태도도 잘 녹아 있다. 이는 저자의 '명품 사랑'과 '소비 욕구'를 합리화하는 데 사용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물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솔직담대한 성격을 독자도 인정하고 싶다. 이는 재물을 획득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폭력을 동반한다면 그것은 범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선호에 따라 명품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 취향과 명품에 대한 저자의 선호다. 이는 범죄가 될 수 없고 개인의 취향으로 한다.

이래서인지 명품을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너무 쉽게 비난의 꼬리표가 붙지만, 타인의 삶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일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자칫 정색하고 따지기 쉬운 ‘물욕’이라는 소재를,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천진한 시선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출판사 측도 소개한다. 그러나 물욕이 사회적 비판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식의 의식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로 사랑스럽게 그려낸 그림들과 개성 넘치는 캘리그라피로 써넣은 짧은 글귀들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소비나 타물건의 비방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게 독자의 견해다.

 


 

이 책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욕이라는 욕망을 새삼 환기시키되, 이를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 재기발랄한 그림 한 장으로 물욕이 무엇인지를 함축해 보여준다. 자기 안의 물욕을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그림과 글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에는 110여 장의 그림이 담겨 있다. 쇼핑할 때면 앞만 보고 내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경주마에 비유한 장면이나, 쇼핑의 즐거움을 쇼핑백 욕조에서 유유자적하는 인어공주로 표현한 장면 등, 모든 그림이 하나같이 너무나 천진하고 사랑스럽다. 특히 물욕이라는 모호한 욕망을 ‘물욕이’라는 캐릭터로 그려낸 장면들이 압권이다. 아울러 소비욕과 쇼핑욕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물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꾸밈없이 드러낸 짧은 글들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을 본 독자라면, 그동안 잊고 지냈거나,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워온 물욕이라는 욕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저자가 물욕이란 점을 인정하고, 과소비나 분수를 지나치는 행위는 아니기에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물욕을 비난하다고 개인의 취향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는 타인에게 악 영향을 주는 글이 아니라면 이 책의 내용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100% 동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독자는 명품에 대해 '사랑한다'고 말할 만큼 명품을 이용해보지도 못했고, 저자의 솔직한 언급에 기대어 명품, 물욕 등은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게 하나쯤은 있다.

포기할 수 없는 그 하나 때문에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하며,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그것이 내겐 바로 물욕이라는 사실!”이라고 물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거기서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을 누리려고 일벌처럼 바쁘게 일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듯 말한다. 항변하듯 하는 말은 안 했으면 싶다. 누구나 행복을 누리려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늘 명품을 살 만할 정도로, 꼭 필요한 일에 사용할 정도로 충분한 보수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은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자본주의의 말이 등장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명품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말도,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지 명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스스로 좋아하면)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무소유의 의미」란 제목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인용한다. 법정 스님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고귀한 것이다." 이 말은 법정 스님이 '무소유'가 뭔가에 대한 답변으로 알려져 널리 퍼진 것이다. 저자는 이 중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 비중은 둔다. 그리고 '풀소유'의 삶을 사는 자신과 다르면서도 깊이 파고 들어가 생각해보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껍데기' 말고 '알맹이'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궤변이다. 소유욕으로 실은 화물이 배에 한 가득 찼는데 '조금만 더 함께하자'는 말과 함께 배 이름을 'owner ship)으로 표현한 것은 아전인수격이다.

 


 

물욕 : 재물을 탐내는 마음.

사전적 의미는 그렇지만, 물욕이라는 건 재물뿐만 아니라 내가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착이란 무엇일까?

집착 :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마음이 확 쏠려 있고 그래서 도무지 잊지를 못하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리는 것, 그렇다면 결국 나는 집착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나에게 물욕이란 멈춤 없이 달리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에너지 같은 것이다.

 

저자 : 지모(한희경)

 

짧고 솔직한 글, 크레파스로 그린 다정하고 유쾌한 그림으로 독자에게 사랑받아온 그림 에세이 작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패션과 그림에 대한 자기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해왔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물욕’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위트 넘치는 그림과 글로 재밌게 표현하며,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무분별한 힐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향해 솔직하고 과감한 생각을 보여준다. 문방구용 크레파스로 투박하게 그려낸 일러스트는 따뜻하면서도 천진한 느낌을 자아내며, 우리 마음속 순수함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저서로는 《딸하고 밀당 중입니다》가 있다.

instagram : jimo_project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