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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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책을 받아든 순간, '지금보다'라는 단어에 눈길이 더 간다. '괜찮은 어른'이란 정의도 정확히 모르는데 '지금보다 더'라니? 그러나 이 책을 펼쳐 들면 제목의 의미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갓 어른이 된 새싹 어른들의 “믿을 만한 어른이 없다, 닮고 싶은 어른이 없다”는 푸념에 어른으로서 응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예전엔 '어른'이라는 단어의 뜻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일컬었다. 즉 성숙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성인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그럼 '어른답다'는 건 당연히 책임감을 갖고 성숙한 사람답다쯤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듯하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질문이다.

저자 김혜민은 어른다운 어른, 좋은 어른,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 염치 있는 어른, 밥값 하는 어른을 말한다. YTN라디오 피디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사는 지금, ‘어른의 태도’에 대해 말한다. 단절과 혐오가 깊어지는 시대에 어른으로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속한 이 나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이 책은 시작됐다.

 


 

이 책은 염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염치가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지 않았던 사실이 불편해지고,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이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 연대와 환대라는 오지랖이 펼쳐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저자의 말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단 한 가지도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 어른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이 시대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성찰으로 수렴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저자가 말한 염치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사전적 풀이를 넘어선 것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맹자가 말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각난다. 수오지심이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맹자가 제시한 사단(四端) 중 하나이다. 사단이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다. 맹자는 이것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가리키는 네 가지 덕성인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사덕(四德)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보았다. 맹자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무수오지심 비인야)]'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수오지심은 의로움의 시작이다(羞惡之心 義之端也, 수오지심 의지단야)'라고 하여 사덕(四德) 중 하나인 의가 수오지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저자가 말한 염치의 정의를 맹자에게서 찾아보았다.

 


 

40대인 저자는 여느 어른들이 그랬듯 20대에는 먹고살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정신없었고,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어느새 ‘불혹’이라 불리는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어른이 어떤 사람인지, 어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었을까? 저자는 어른으로 살아온 20여 년을 돌이켜보니,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들의 답을 찾고, 내가 사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단어이며, 나이가 주는 자격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갔는지가 주는 자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17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고 받고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좋은 생활인에 대해, 불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어른다움에 대해, 불평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모멸감을 이기는 태도에 대해, 나의 본질을 지키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불편하지 않았던 사실이 불편해지고,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고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곳들이 하나둘 보이고, 이해되고, 공감하고, 나아가 함께 하게 되는 것을 어른이 돼가는 과정, ‘어른ing’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그는 사회에 대해 집중하고, 고민하고, 연대하기 위하여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애쓴다. 청년 문제를 비롯하여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과 함께하는 자살 예방 활동, 자살자 가족들을 위한 활동도 그것이다. 고민 상담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20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롤 모델 대신 페이스메이커가 되고자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을 사는 지금의 20대 어른들에게 희망을 가지란 말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취업의 결과는 합/불 단 두 가지 밖에 없을지라도 취업의 과정은 여러 답이 있음을 얘기해 주려 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어른의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 정말 알고 싶다면 오직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원더〉의 대사를 떠올리며 친절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를 말한다. 어른이 될수록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고 있는데 그것은 좋은 선택이 좋은 인생을 끌고 오기 때문이라며, ‘친절함’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직업이 피디인 저자는 방송국에서 새로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어쩌면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지만, 그는 할 수 있는 한 친절하고자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능력 있는 피디’보다 ‘친절한 사람’이라고 기억되는 편이 훨씬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여러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과 거친 말로 항의 전화를 거는 청취자에게도 친절하면 성난 날이 금방 죽는다. 그 순간 친절을 선택하면 피곤한 일이 반으로 줄어든다.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행동이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더 우선이라는 말이기도 한데, 친절은 지혜로운 사람이 할 수 있는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생각해보면 숨이 턱 막히던 코로나 시절에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 것들은 대부분 친절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요양병원에 혼자 있는 어르신 환자를 위해 무거운 방역복을 입고 고스톱을 쳐주던 의료인,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남긴 메모 한 장, 많은 민원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보건소 직원들, 어려움을 겪는 동네 가게를 찾아주던 손님들. 그 친절이 우리를 견디게 했다."(p.38)

친절하기 위해서는 경청하고 공감해야 하고, 너그러움을 가지고 참아주고, 마침내 도와줘야 한다. 친절은 이 모든 과정 이후에 얻을 수 있는 내면의 성과다. 살면서 생기는 모든 갈등은 경청, 공감, 너그러움을 행하지 못했거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친절한 행동 한 가지로 인해 사람들은 경청, 공감, 도움, 너그러움, 끈기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은 말한다. 누군가를 위해 넉넉한 어른이 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지나친 경쟁과 반목, 냉소와 이기심 속에서 내가 선택한 친절함과 넉넉함이 우리를 함께 견디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 김혜민

 

YTN라디오 피디다. [뉴스 정면승부]를 만들고 있으며, [YTN라디오 생생경제]와 [김혜민의 이슈&피플]을 제작하고 진행했다. 인터뷰어로 살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고 받았다. 24시간 중 유일하게 앉아있는 시간은 방송할 때와 책 읽을 때, 책 쓸 때다. 보고 배운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열심히 보고 듣고 말하고 기록하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몰랐던 진실이 보였다. 그리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 연대와 환대라는 오지랖이 펼쳐지는 기적도 알게 됐다. 좋은 생활인,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으로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무총리 표창(2022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21년), 한국PD연합회 라디오 특집 부문 이달의 PD상(2020년),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 한국기독언론대상 생명사 부문 우수상(2018년),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사랑대상 보도부문(2018년)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눈 떠보니 50』이 있다. "말이 많다. 산만하다. 시끄럽다.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속에 남겨진 저에 대한 평가는 PD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신뢰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이자 긍정주의자로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끝없는 수다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최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디오 세상이었습니다. 종교방송인 극동방송 아나운서와 피디를 거쳐 현재는 보도전문방송 YTN 라디오에서 [생생경제]를 제작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라디오 부스 안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만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듣고, 묻고 싶은 질문을 마음껏 묻습니다. 그게 저의 업이고 낙이며, 삶의 목적입니다. 『눈 떠보니 50』은 라디오 세상에서 제가 보고 듣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이 이야기가 나의 50대가 바뀔 것이란 희망을 주었듯, 당신의 50대 역시 바꿀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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