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물욕과 밀당 중입니다 - 소비로 점철된 나날에 대한 기록
지모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욕은 대개 부정적인 말로 쓰인다. 성경에도 욕심을 부정적 감정으로 본다. 성경에서는 욕심(慾心 , desire)을 무엇을 향한 절실한 바람이나 욕구(민 15:39)라고 풀이한다. 강렬한 성적인 욕망(롬 1:24; 딤후 3:6)도 포함된다. 마음을 거기에 두고 얻고자 하는 소원이나 집착(시 10:17)을 나쁜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의 이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시 78:30; 막 4:19; 롬 6:12)이라는 것이다. 즉 성경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출 20:17; 민 11:4; 잠 1:19)는 것으로 성경 연구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물욕이란 사전적 의미로도 재물을 탐하는 마음이다. 스스로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인 것은 분명하다. 저자도 “물욕은 소비의 기쁨과 죄책감 사이에서 나를 방황하게 하고, 줄어드는 잔고와 늘어나는 물건 사이에서 나를 갈등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소비의 기쁨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저자는 타협점을 찾는다. "과소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데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과소비는 아닌 걸로?!" 결론낸다. 저자에게도 물욕은 끊임없이 밀고 당겨야 할 ‘욕심’이고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련지어서 이야기할 정도로 확실한 생각인 듯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 욕망이 타인의 힐난의 대상이 되어도 될까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쇼핑을 좋아하는 것이, 브랜드 있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일까라고 반문한다. 독자의 짧은 견해일지 모르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자신이 일하고 벌어서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산다는 데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그것은 시기이고 질투일 터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정당하게 번 재산은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받으며, 국가가 나서서 지켜주기로 약속한 시스템의 사회다. 자본주의 논리다. 저자의 능력대로 사서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는 일이라는 데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저자도 끝없는 물욕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마 도덕적 책임감이랄까, 윤리 의식 때문일까.

이 책 『오늘도 물욕과 밀당 중입니다』는 인간의 물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해낸 에세이다. 아트디렉터로 일했으며 첫 책인 『딸하고 밀당 중입니다』로 독자의 큰 관심을 받은 저자 지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소재인 ‘물욕’에 대해 말한다. 자칭 타칭 ‘물욕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저자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이에 대해 무겁거나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위트 넘치는 그림과 재미 있고, 파편적인 짧은 글로 물욕에 얽힌 자신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가볍게 툭 던져놓을 뿐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그림과 글 속에 물욕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이 잘 함축되어 있고, 물욕을 향한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과 부당한 태도도 잘 녹아 있다. 이는 저자의 '명품 사랑'과 '소비 욕구'를 합리화하는 데 사용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물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솔직담대한 성격을 독자도 인정하고 싶다. 이는 재물을 획득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폭력을 동반한다면 그것은 범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선호에 따라 명품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 취향과 명품에 대한 저자의 선호다. 이는 범죄가 될 수 없고 개인의 취향으로 한다.

이래서인지 명품을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너무 쉽게 비난의 꼬리표가 붙지만, 타인의 삶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일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자칫 정색하고 따지기 쉬운 ‘물욕’이라는 소재를,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천진한 시선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출판사 측도 소개한다. 그러나 물욕이 사회적 비판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식의 의식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로 사랑스럽게 그려낸 그림들과 개성 넘치는 캘리그라피로 써넣은 짧은 글귀들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소비나 타물건의 비방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게 독자의 견해다.

 


 

이 책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욕이라는 욕망을 새삼 환기시키되, 이를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 재기발랄한 그림 한 장으로 물욕이 무엇인지를 함축해 보여준다. 자기 안의 물욕을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그림과 글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에는 110여 장의 그림이 담겨 있다. 쇼핑할 때면 앞만 보고 내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경주마에 비유한 장면이나, 쇼핑의 즐거움을 쇼핑백 욕조에서 유유자적하는 인어공주로 표현한 장면 등, 모든 그림이 하나같이 너무나 천진하고 사랑스럽다. 특히 물욕이라는 모호한 욕망을 ‘물욕이’라는 캐릭터로 그려낸 장면들이 압권이다. 아울러 소비욕과 쇼핑욕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물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꾸밈없이 드러낸 짧은 글들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을 본 독자라면, 그동안 잊고 지냈거나,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워온 물욕이라는 욕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저자가 물욕이란 점을 인정하고, 과소비나 분수를 지나치는 행위는 아니기에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물욕을 비난하다고 개인의 취향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는 타인에게 악 영향을 주는 글이 아니라면 이 책의 내용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100% 동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독자는 명품에 대해 '사랑한다'고 말할 만큼 명품을 이용해보지도 못했고, 저자의 솔직한 언급에 기대어 명품, 물욕 등은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게 하나쯤은 있다.

포기할 수 없는 그 하나 때문에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하며,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그것이 내겐 바로 물욕이라는 사실!”이라고 물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거기서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을 누리려고 일벌처럼 바쁘게 일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듯 말한다. 항변하듯 하는 말은 안 했으면 싶다. 누구나 행복을 누리려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늘 명품을 살 만할 정도로, 꼭 필요한 일에 사용할 정도로 충분한 보수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은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자본주의의 말이 등장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명품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말도,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지 명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스스로 좋아하면)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무소유의 의미」란 제목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인용한다. 법정 스님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고귀한 것이다." 이 말은 법정 스님이 '무소유'가 뭔가에 대한 답변으로 알려져 널리 퍼진 것이다. 저자는 이 중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 비중은 둔다. 그리고 '풀소유'의 삶을 사는 자신과 다르면서도 깊이 파고 들어가 생각해보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껍데기' 말고 '알맹이'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궤변이다. 소유욕으로 실은 화물이 배에 한 가득 찼는데 '조금만 더 함께하자'는 말과 함께 배 이름을 'owner ship)으로 표현한 것은 아전인수격이다.

 


 

물욕 : 재물을 탐내는 마음.

사전적 의미는 그렇지만, 물욕이라는 건 재물뿐만 아니라 내가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착이란 무엇일까?

집착 :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마음이 확 쏠려 있고 그래서 도무지 잊지를 못하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리는 것, 그렇다면 결국 나는 집착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나에게 물욕이란 멈춤 없이 달리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에너지 같은 것이다.

 

저자 : 지모(한희경)

 

짧고 솔직한 글, 크레파스로 그린 다정하고 유쾌한 그림으로 독자에게 사랑받아온 그림 에세이 작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패션과 그림에 대한 자기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해왔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물욕’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위트 넘치는 그림과 글로 재밌게 표현하며,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무분별한 힐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향해 솔직하고 과감한 생각을 보여준다. 문방구용 크레파스로 투박하게 그려낸 일러스트는 따뜻하면서도 천진한 느낌을 자아내며, 우리 마음속 순수함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저서로는 《딸하고 밀당 중입니다》가 있다.

instagram : jimo_project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