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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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3』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문학 공모전이다. 교보문고 측이 지난 2013년 장르에 상관 없이 우수한 스토리를 갖춘 작품을 선정해 '스토리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한 지 10년을 맞았다. 선정할 때 기존 문학 작품 공모전에서 작품성과 예술성, 그리고 형식 등의 기준보다는 어떤 스토리인가에 더 초점을 맞춘다. 심사위원들도 작품의 완벽성보다는 스토리의 현실성과 재미, 그리고 참신성에 기준을 둔 것으로 심사평을 통해 밝혔다. 이 공모전은 회를 거듭할수록 작가 지망생의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단일 공모전 중 가장 많은 지원작이 몰린다고 한다. 이 공모전에 입상한 작가는 신예 작가로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기회를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 공모전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짓지 않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신예 작가의 기회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수상작품 5편을 묶어 책으로 발간했다. 10회 공모전 수상작은 이승훈의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김단한의 「울다」, 고반하 「인간다운 여름」, 함서경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그리고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 등 5편이다. 이 책 뒷 부분에는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 정해연(소설가), 차무진(소설가)의 「심사평」을 실어 지망생과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이번 응모작은 SF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상작 중 첫 작품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는 AI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나’는 최후의 인간 야구 심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AI심판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자신보다 더 인간다운 미소를 지을 줄 아는 AI심판 ‘FF-001’이 자신을 ‘선배’라고 부를 때마다 어색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러하듯, FF-001 또한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길 바란다. AI심판이라면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인간 심판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중, ‘나’는 어떤 낌새를 눈치채고 만다. 바로 AI심판 중 하나가 승부조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현 KBO 총재이자 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동기 ‘염윤석’을 의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FF-001과 특별한 작전을 펼친다. 심사위원 정해연은 "소재가 참신하고 서사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점이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후반부의 반전은 스릴을 높여 밀도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고 심사평을 내놓았다.

 

FF-001은 전에 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나의 말을 막았다.

“에러를 남발하고, 욕하고, 다투는 와중에도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상을 벗어나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나는 분명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가 야구를 떠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와 같았으니까.

나는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FF-001도 나와 같기를 진심으로 바랐다.(p.41)

 


 

이어 김단한의 「울다」는 바다 생물이 멸종된 섬마을에 홀로 남은 우리나라 마지막 해녀 ‘순향’과 AI 인어공주이자 ‘최초의 수중 로봇’으로 불리는 ‘울다’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순향은 어린 시절 바다에서 부모님을 잃고, 이후 생계를 위해 해녀가 된 언니를 도둑맞는다. 행복을 앗아간 바다를 미워했지만, 순향은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해녀 삼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해녀가 된다. 몇십 년을 해녀로 산 순향은 2032년 섬 바다의 바다 생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목격한다. 해녀 삼촌들이 모두 떠난 뒤 홀로 외롭게 지내던 중, 사회복지사 ‘예진’이 순향에게 뜻밖의 제안을 해온다. AI 인어공주 울다가 순향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 ‘로봇’이라면 질색이었지만, 순향은 언니가 늘 이야기하던 인어공주라는 말에 끌려 울다를 만난다. 바다로 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며 울다는 순향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순향은 울다를 도와 사라진 바다 생물을 되찾으려 한다. 심사평에서 소설가 정해연은 "따뜻하고 밀도 높은 문장 실력이 독자의 몰입을 도왔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화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점점 기계적으로 변하고, 오히려 기계가 인간적으로 보이는 대비가 좋았다고 심사평을 제시했다.

 

“이름이 왜 울다인가요?”

울다를 향한 순향의 첫 물음이었다. 울다는 진수를 한번 보더니 순향을 바로 보고 말을 이었다. 깨끗한 목소리였다.

“제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라서요.”

“감정을 느꼈다고요?”

“네. 저는 감정을 배우고 느낍니다.”

“……당신은, 로봇이잖아요.”(p.74)

 


 

세 번째 작품인 「인간다운 여름」에서 주인공 ‘지나’는 로봇을 사랑하게 된 친구 ‘유리’를 위해 편의점 휴머노이드 ‘도현’을 만난다. 도현의 시스템을 해킹해 연애 기능을 활성화시켜 유리를 이상형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지나는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 ‘NOON’ 콘텐츠 기획팀의 핵심원으로, 모두에게 에이스라 불린다. 기획 회의 중 팀장은 지나에게 휴머노이드를 아이템으로 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묻고, 지나는 자연스럽게 도현을 떠올리고 자기도 모르게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연애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의견을 낸다.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 유리 덕분에 촬영은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분명 유리를 이상형으로 등록했는데도 도현은 유리에게 반하지 않았다. 지나는 이를 수상스럽게 여기고, 도현의 프로그램을 다시 해킹해 ‘인간 외’와 연애 모드를 설정한다. 항상 ‘진짜’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동경해왔던 유리의 정체와 마주하게 된다. 심사위원 차무진 소설가는 심사평을 통해 "모든 게 좋았다"는 극찬을 했다. 흔히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감정과 그것을 허하려는 인간, 또는 그것을 외면하려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작품은 로봇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로서 몹시 신선한 전개 능력을 보여주었고, 불쾌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고 언급하며 '설명하지 말고, 보여라'라는 작법의 룰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좋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말 로맨스 영화처럼 찍어?”

유리는 사랑을 좇는 만큼 로맨스에 목말라 있었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로맨스 영화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지나는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빛나는 순간만을 모아 이어 붙인다면 누구라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몸에 멍든 건 며칠 지나면 나아. 늘 마음이 문제야.”

유리가 말했다.(p.121~122)

 


 

지독하고 치명적이며 순수하고 절박한 사랑을 다룬 함서경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은 정해연 소설가로부터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감정 묘사,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 시국을 배경으로 한다. 약사였지만 약국에 불이 나 전소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옆집 남자를 좀비를 착각하고 총을 빼 든다. 옆집 남자의 왼쪽 뺨이 살점이 떨어져 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 남자는 좀비 바이러스가 완치된 ‘치료자’였다. ‘나’는 처음엔 미안함을 갖다가 점점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좀비에 의해 잃은 옆집 남자에게 빠져든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가는 것처럼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옆집 남자. 원래 미술학원 강사였던 그는 치료자가 된 후 생계를 위해 좀비 페티시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불법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치료자를 살해하는 집단 ‘디케’에게 언제 타깃이 될지 모르는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옆집 남자가 끝내 살아남아, 삶다운 삶을 살기를 염원한다. 그러던 그들에게 파란 단발머리 여자가 나타나고 ‘나’와 옆집 남자 두 사람은 새로운 위험에 처한다.

 

“좀비가 되면……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너무 무섭고 외롭고 슬펐어요. 그래서 이 좁은 집 안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걷고. 그래도 떨쳐지지 않았어요. 속이 타는 고통을 그만 끝내고 싶은데 죽지도 않고. 정말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찢어 죽이고 싶고. 나 자신까지도…….”

(……)

“그걸 혼자 버텼어요?”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형이 있었거든요.”(p.205)

 

 

마지막 작품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는 병아리를 통해 삶의 구원을 받은 한 남자의 분투기이다. 주인공 ‘준규’는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전 여자친구가 두고 간 푸들, ‘아롱이’와 살고 있다. 아롱이가 죽으면 나도 죽으리, 하며 지내던 준규에게 그날이 찾아오고 만다. 노견 아롱이가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다. 영화감독으로 겨우 입봉작 하나만 찍고 8년을 버티듯 살아온 준규는 삶을 등지려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길가에서 한 마리에 500원에 팔리는 병아리들을 만난다. 갑자기 내린 비를 맞은 병아리들이 다 죽고, 준규도 따라 죽으려던 그때, 삐약 소리가 들린다. 병아리 한 마리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준규는 자신이 찍은 영화의 조연 배역이었던 ‘현 선생’의 말을 따라 병아리에게 ‘여보 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여보게’도 되고 ‘헤이, 치킨’도 되는 여보 계의 이름을 부르며 준규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때마침 인기 배우도 준규의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겠다고 하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던 준규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이 작품은 단정한 문장과 유쾌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흡인력이 상당한 작품성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기도 죽고, 가스도 죽고, 아롱이도 죽고…… 다들 잘만 죽는데…….

바닥에 대자로 누운 준규는 눈물 번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

―나는 왜! 나 같은 건, 왜! 죽는 것조차 난, 왜! 왜!

그때였다. 희미한 병아리 소리가 들린 것은. 삐약!

준규는 콧물을 훌쩍 삼키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죽은 병아리 사이에서 한 마리가 고개를 들었다. 삐약.

준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대로 기어가 산 병아리를 고이 두 손 위에 올렸다. 절로 웃음이 삐져나왔다.(p.234)

 


 

올해 응모작은 SF 작품이 압도작으로 많고, 그다음은 드라마 작품이 주를 이뤘고,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실러 작품 수가 적어 다양성 면에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물론 장르에 연연하지 않고 단편소설만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 전제척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추리고 열띤 심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가진 다섯 작품을 뽑았다. - 심사위원 정해연(소설가)

모든 작품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품이 매력적이었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힘들었다. 흔히 장르문학은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재미'라는 단어에도 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 정교한 플롯, 매력적인 캐릭터, 잘 짜인 반전만이 과연 '재미'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공모전은 '재미'와 '휴머니티'를 함께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 심사위원 차무진(소설가)

 

저자 : 이승훈

영화 〈써니〉를 시작으로 상업영화 조감독 생활을 오래 했다. 틈나는 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썼고, 직접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저자 : 김단한

나의 마음에 자리한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했지만, 이미 쓰는 것으로 하여금 나름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한 마음을 아주 짧은 단 한 문장으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글 중에 사람과 사랑이 등장하지 않는 글이 없다. 사람과 사랑이 지겹다 말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얻고 있다. 독립출판으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너를 앓고』, 『연못 산책』, 『구시대적 사랑』을 출간하였고, 2022년에는 에세이 『나이롱 시한부』를 출간했다. 수상 내역으로는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울다』로 단편 우수상을 받았다.

 

저자 : 고반하

주4일제를 꿈꾸는 직장인이자 프리랜서 번역가. 현재는 ‘STORYUM × NOVEL 소설 발굴 프로젝트’에 후보작으로 선정되어 장편 작업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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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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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미 문단에서 중견 작가인 이향아의 작품집을 처음 읽는다. 독자의 독서 부족과 편식 탓으로 생각한다. 독서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소설을 많이 읽었지 수필이나 시는 적게 읽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쏘옥 들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매일을 꿈처럼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제목이어서 그렇다. 독자도 나이의 무게를 느끼는 세대여서인지 최근 들어 소박한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쓰인 책을 많이 읽는다. 예전에는 큰 스케일이나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었다. 이 책 몇 페이지를 들춰보며 예전에 독자의 편향된 독서가 작가 이향아를 만나기 어려웠다는 데 스스로 인정된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저자의 간결하고 유려한 문장에서는 따스함과 감미로움이 녹아 있다는 출판사 측 소개글도 공감한다. 이 책의 에세이들은 짧은 소설처럼 재미와 감동이 연속된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손에서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쉽게 읽히고 내용도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 98편의 에세이 속에는 저자의 삶에서 얻은 아름다운 지혜가 섬세한 언어로 한 편 한 편이 모두 다른 광채로 빛나고 있다.

인생에 대한 사랑과 배려와 소망을 담고 있는 에세이는 저자의 내면이 현실적 요소와 함께 결합되어 드러남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또한 아름다운 문체와 언어의 선택이 돋보이는 이 책에는 명징하게 직조해낸 삶의 편린들이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독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책 앞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출간 소감을 냈다. 삶과 행복의 원천이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만의 일상이 그대로 담긴 말이다. “내 인생은 하루하루의 평범한 생활입니다. 특별히 포장되어 장롱 속에 보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하는 손바닥 안에, 바삐 뛰는 신발 속에 있는 인생, 그것은 땀과 피와 눈물로 절어 있습니다. 내 글은 겨우 그렇고 그런 삶의 기록입니다. 길게 늘여 쓰지 않았습니다.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큰 뜻을 역설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이미 살아있는 숨소리처럼 담겨 있을 것입니다. 돌아다보니 나는 늘 ‘이다음 어느 날’로 기쁨을 미루며 살았습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백조가 지금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 궁금해도 참고 견뎠습니다. 자욱하던 강 언덕에 안개가 걷힐 때, 소나기 그치고 무지개가 뜰 때, 나는 생각하곤 했습니다. 혹시 오늘이 내가 꿈꾸던 바로 그날이 아닐까. 나는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리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p.5~6)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한 의미 없이 98편이나 되는 글을 한 줄로 나열하기보다 중간중간 쉴 틈을 주기 위해 적당량씩 묶어 가른 듯하다. 계절별도 나누지 않았고, 각 부의 제목도 따로 붙이지 않았다. 각 에세이에 모두 제목이 있기에 분류할 때 또 다른 제목을 붙여 구속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아니 어쩌면 삶이 그렇듯 열심히 살다가도 가끔씩 한 번쯤은 쉬고 뒤돌아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휴식을 독자들에게 선물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느 날 수선화 한 뿌리에서 찾아낸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 오기도 한다. 베란다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치우면서, 모아 놓은 비닐봉지를 버리려는데 밑바닥으로 '툭' 하며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의 어느 하루를 보는 듯하게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쪼그라진 수선화 뿌리였다. 언제 보관해 두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저자는 수선화 뿌리는 그곳에 보관되었던 게 아니라, 유폐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긴 겨울 어둠 속에 갇혔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툭' 하는 신음을 내지르며 밖으로 튀어나온 꽃 뿌리. 이걸 보며 저자는 미안함과 염치없음, 그리고 일종의 수치심 등 복잡한 마음이다. 이때의 수치심은 '화를 대신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라고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저자의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유리병 속에 담갔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뿌리 바로 밑까지 물을 채웠다. 물속에 넣어 둔 수선화는 샛노란 꽃을 탐스럽게 서둘러 피워냈다단. 꽃숭어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꽃대가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구부러지고 하면서. 그리고 지켜보던 저자가 말한다. 오늘이 닷새째인데 날마다 잎이 새로 돋는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아이 낳고 몸조리도 못 하는 산모를 보는 기분이다. 그를 어떻게 해서라도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는 겨우 볕 좋은 베란다에 내놓을 뿐이다. 이 짧은 글 속에서 독자들은 수선화를 상상하고 무심결에 발견한 저자의 애정어린 눈길과 손길을 영상 보듯이 떠올릴 수 있다. 동영상처럼 내용이 길지 않고 오히려 한 컷의 일상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저자의 일상과 감동, 그리고 고운 마음씨 등 모든 것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저자는 '숲'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숲'이라고 한 다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결한 고요에 잠기고 싶다. 숲이라는 말에서는 청량하고 깨끗한 바람 소리가 난다고 한다. '숲'이라고 할 때의 'ㅅ'은 산, 시, 사슴, 새, 수채화, 사립문, 숨결, 사람, 시내, 솔바람 같은 명사들과, 살아가다, 속삭이다, 시작하다, 사랑하다, 사무치다, 섬기다와 같은 동사와, 순수하다, 수수하다, 순결하다아 같은 형용사의 첫소리가 된다고 설명한다. 또 '숲'의 가운뎃소리 'ㅜ'는 밖으로 퍼지지 않게 아늑한 그늘과 무게를 실어주며, '숲'이라고 할 때 입모습이 안으로 모아지는 것도 오붓한 숲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말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숲은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이룬 나무들의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얼마 전에 급작스럽게 조성된 마을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설, 위아래의 질서가 유서 깊은 마을이라고 숲의 의미를 풀어낸다. 사람들이 늘수록 세상은 소요와 번잡에 싸이지만 나무들은 여럿이 모여들수록 더욱 은밀하고 깊어진다고 자연의 순리를 칭송한다.

저자의 사유는 숲을 거닐 때면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소리조차 너무 커서 조심스럽다는 숲을 걸어갈 때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만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생각이 깊고 지혜로우며 인자한 사람일 것이라고 의견을 꺼낸다. 어쩌면 공자의 '지자요수 인자요산'란 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독자의 지나친 추측일까?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저자의 다음 문장은 독자의 지나친 생각만은 아닐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봄내 여름내 태양을 사모하다가 가을이면 다소곳이 발아래 잎을 떨어뜨리고 묵상하는 나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거기를 비옥하게 하는 숲. 숲은 홀로 솟으려 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서 어우러진다. 숲의 시선이 선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p.69)

 


 

'침묵'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침묵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에서 저자는 침묵처럼 강렬한 거부는 없다고 단언한다. 침묵은 무관심의 표현이며 대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표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침묵은 상대방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몸짓이다. 특히 남성의 침묵은 인격과 유사한 것으로 치부했었다. 꾹 다문 입으로 확실하지 않은 일은 언급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자리에서 일갈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은 우리의 일상에서 남자 특히, 말로써 남을 비방하거나 또는 실언으로써 자신을 망치는 '설화'를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에 글 한 줄을 더했다. 이 글의 제목이 「침묵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인 이유다.

침묵해서는 안 될 자리에서 침묵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가 저자에게는 있는 듯하다. 얼마나 답답하고 속 터지는 일인지, 생각이 없을 때도 침묵하고, 적절한 말을 몰라서 침묵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지 모를 때도 침묵하는 사람 말이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 중에는 다수의 언중과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다. 어설프게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표명했다가 공연히 누군가를 섭섭하게 하거나 뒤가 시끄러워질까 봐, 침묵할 것이다. 정의를 위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껏 처신하는 것이다. 침묵하는 사람 중에는 상황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거나 이견을 선명하게 발표할 언변도 능력도 없어서 침묵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들을 경계하는 이유가 다른 글과 달리 일상에서 일어난 특정 일을 사례로 들지 않는다. 모두 웃을 때 웃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도 웃지 않을 때 혼자 히죽거리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혹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빤히 알아도 입을 다물고 되어가는 꼴이나 보자고 그러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태도는 얼마나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태도인가. 그것이 지나치면 사뭇 잔인해질 것이다. 사례가 분명하지 않은 일에 저자의 의견을 보이는 이 글은 아무래도 세태 즉, 이기적인 사람이 많고, 자신의 이익에만 나서는 기회주의를 경계하는 말이 아닐까 독자는 생각해 본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나오면서 그가 왜 위대한가를 생각해보았다. 소설이건 영화건 제목은 편의상 지을 수도 있는데, 왜냐고 캐묻다니. 개츠비가 위대하여서 〈위대한 개츠비〉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영화는 전에도 한 번 보았는데 오늘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깡그리 잊어버렸는데도 여운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연 배우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서 사뭇 낯설었다. 전에는 개츠비의 캐락터가 갱이나 마피아단의 두목처럼 보였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이 어둡고 무거워 영화관을 나오면서 개츠비에게 위압감 같은 것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압감과 전혀 다른 연민이다. 개츠비의 역할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진 것이다.(p.279~280) - 「그는 왜 위대한가」 중에서

 

저자 : 이향아

 

충청남도 서천 출생. 1963~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완료하여 문단에 올랐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시집 『황제여』를 시작으로 『강물 연가』, 『껍데기 한 칸』, 『동행하는 바람』, 『살아있는 날들의 이별』, 『오래된 슬픔 하나』, 『환상 일기』, 『화음』, 『온유에게』, 『별들은 강으로 갔다』, 『안개 속에서』 등 24권을 발간했으며, 수필집으로 『쓸쓸함을 위하여』, 『하얀 장미의 아침』, 『불씨』 등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으로 『창작의 아름다움』, 『시의 이론과 실제』, 『삶의 깊이와 표현의 깊이』, 『우리 시대 이향아의 시 읽기』 등 8권, 영역시집 『In A seed』, 한영대조시집『By The Riverside At Eventide』를 펴냈다. 시문학상, 한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창조문예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담시집譚詩集인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비판하고, 이 비판적 사랑을 통해 순수한 향기와 빛깔로 세워진 고용한 궁전과도 같은 나라라고 할 수가 있다. “살고 싶은 나라 하나 세우는 일, 죽어서 묻힐 나라 세우는 일, 반역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 숨어서 몰래 모반하지도 망명도 하지 않고, 원하던 나라 하나 비밀처럼 세우는 일”이 이향아 시인의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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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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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기본은 무엇일까? 또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 의문들을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터다.

각자의 답은 또한 각각일 것이다. 독자의 자문자답이지만

'삶이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부닥칠 때 한 질문이기에 그 때마다 답이 달랐다.

먹는 것이기도 하고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것은 답은 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사랑'이다. 두 질문뿐만 아니라 늘 삶의 질문 중의 하나로 떠오르는

답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없다면 삶의 의미가 없는가? 혹시 사랑 말고도

더 적절한 답이 있는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독자로서는 사랑이라는 답에 비교적 만족하고 산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섣불리 답하기는 곤란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늘 사랑이 답이었다.

그렇다면 사랑은 삶의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의 저자 유래혁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해본 사람은 안다. 사랑의 힘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기적을

의심 없이 믿기도 하고, 셀 수 없는 많은 감정 속에서 길을 잃어보기도 한다.

또 절대 느끼지 않으리라 여겼던 고통과 슬픔을 한아름 안아보기도 한다.

끊임없이 고난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고난이 끝나도 사랑 때문에

극복했다는 사실로서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랑하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글과 사진으로 포착하는 포토그래퍼다. 포스터샵 유래혁이

그러한 순간들을 그러모아 한 권의 책을 냈다.

 


 

데뷔 8년 만에 출간한 첫 산문집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는

저자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랑과 사람에 관해 써 내려간 책이다.

독자들은 포스터샵의 시선으로 포착한 50여 장의 감동적인 사진과

유려한 문장들로 써 내려간 60여 편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왜 이 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써 내려간 러브레터’라고

말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우리 삶 속 곳곳에 숨어 있는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또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의 필요성을 독자는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아무렇게나 읽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달콤한 말의 성찬처럼 느껴지지만

겉읽기만 그렇다. 꼭꼭 씹다보면 사랑의 가진 모든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부디 창문을 열고 기꺼이 밤을 들여봐」,

2부 「지칠 때가 오거든 숲에 가자고 해줄래」, 3부 「서로에게 나무를 심고

다음 날엔 잊어버리자」,

4부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등이다. 1부에서는 사랑하는 당신을 

내 세상으로 초대하고,

2부에서는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준다. 3부에서는 당신과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고 싶다고 고백하며, 4부에서는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결국 작가는 ‘우리는 모두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각 부에는 별도의 장(章)을 나눠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 64장 예순네 가지의 모습이다. 어느 페이지이든

독자들의 사랑법과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독자들은 이 책의 각 장에 담겨 있는 내용을 독자의 모습으로

그린다면 이 글들은 더 애틋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아무리 명징하게 표현해도,

마음속 깊이 감추어진 옛 연인에 대한 생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랑에는 각기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감정,

외로움을 덜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소리나게

우는 소리이거나 흐느끼는 울음소리도 들리더라도 속에 있던 그리움이

터져 나오기 모습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렇게 실패한 사랑들에 대해,

또 자기를 구원해준 사랑들에 이 책을 모두 채우고 있다.

그렇게 가슴속 울음까지 토해내게 만들어놓고 저자는 삶에선 항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우리를 좌절하게 해왔으니 더 이상은 사랑 같은 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은 사람마저도

끌어들인다. 사랑은 매번 제멋대로 떠나가고, 아무것도 아닌 날에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알면서도

저자의 이끌림에 어느덧 저자의 사랑 속으로 빠져든다.

그것이 저자의 사랑이 아니라 '나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에 채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깨닫게 된다.

그렇게 저자 유래혁의 말 모든 구절과 문장이 '사랑'의 색깔의 옷으로 갈아 입었으니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그의 사진과 글을 감상한 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사랑을 읽었다” “이 글에서 빛이 난다”, “아름답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심장이 두 개가 된 것 같다”, “사진도 글도 꼭 두 번씩 보게 된다”.

 


 

1부 두 번째 장의 제목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대로 시(詩)가 된다.

「사랑은 불처럼 나눠도 줄지 않는 것」. 이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삶의 이유를 찾느라 괴로웠습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내가 아니니까죠.

다들 어디론가 열심히 뛰어가는데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대답해주지 않으니까요.

오래도록 이유도 모른 채 뛰어다녔습니다.

그저 눈앞의 풍경들이 생경하고 아름다워서, 그것들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냈습니다.

그런데 어제 본 것 같은 나무를 또 보고, 지난주 본 꽃은 사방에

피어 있으니 이젠 하나도 설레지 않더군요.

처음 넘어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러던 중 당신이 나에게 뛰어온 겁니다. 땀 흘리며 가까워지는

당신의 얼굴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를 와락 껴안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니 나는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나에게도 당신의 불이 옮겨 붙고야 만 것입니다. 나는 오랜만에 힘이 솟아나,

뛰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때 깨달은 겁니다. 삶은, 성황봉송 같다는 사실을요. (중략)

사랑은 불처럼, 나눠도 줄지 않는 것.

아까워할 것도 없습니다.(p.20~21)

 


 

이 책 표제어(「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가 실린 장의 글은

좀 더 가깝게 다가서 읽고 싶다.

아침에 싸우고 저녁엔 입맞추는 부부의 사이만큼. 연인의 거리만큼.

"모순.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적는 것조차 나에겐 큰 모순일 것입니다.

이것은 사랑에 구원받은 자가 사랑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나는 지금 내 안에 자리 잡은 미움들에 대해, 어지러울 만큼 소용돌이치는

분노에 대해 고백해야 합니다. (중략)

아, 세상은 왜 이렇게 뻔뻔한가요.

저 혼자 다채로워지면서 우리에게만 모순되지 않은 한 가지 모습만을 원하니,

나는 어쩌면 이런 것에 분노를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자꾸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들에 칼을 쥐어주고

서로를 찌르도록 하니 고통스럽습니다.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둘 다 살고 싶어 하는데

모순이라는 단어는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p.38~39)

 


 

두 편의 글을 읽어도 아직 소화되지 않았다면

다음 글을 한 편 더 읽어보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이번에는 꼭꼭 씹어 소화시키기를 기대하면서.

또 소화되지 않아도 그냥 읽어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소화되지 않아도 모두 뼈와 살이되는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글이니까.

그리고 언젠가 그것들은 독자들의 삶의 에너지로 사용될 터이니까.

「기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기대할 수 없어서」

사랑한다는 편지에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하면 그날은 반드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 눈에 파묻힐 때마다 나이를 몇 살씩이나 먹은 겁니다.

어떤 겨울엔 두 번이나 폭설이 내렸으니 나는 지금 몇 살인가요.

사랑에 서투른 까닭에 일찍 어른이 된 것입니다. (중략)

나는 사랑에 어설픈 게 아니라 어리석었습니다.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둔 채 당신을 몇 번이나 초대한 겁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서는

당신 뒷모습을 보며 속상해하던 나는 얼마나 우스운가요.

아무래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기대할 수 없나 봅니다.(p.148~149)

 


 

독자들은 이 책의 사진과 글, 어떤 형태로 표현된 사랑이든,

저자의 작품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곱씹으며 충분히 만끽할 줄로 믿는다.

포토그래퍼 포스터샵의 렌즈로 담아낸 사랑과, 저자 유래혁의 글로 고백하는

사랑 사이에 간극이 없다는 뜻이다.

데뷔 후 8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사랑의 더미에서 가장 반짝거리는 고백들을 골라내

이 책에 담아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이로써 사랑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떠올리면서 읽어볼 것을 청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를 떠올려도 좋다는 저자의 말에서 넉넉한 사랑의 마음이 배어나온다.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저 한 장 한 장 넘겨 읽으며 저자가

고백하는 사랑에 흠뻑 빠져볼 것을 독자는 기대한다. 어느새 작지만

확실하게 고백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사랑은

아무런 무게가 없다지만, 단단한 것에도 깊은 발자국을 낸다”고.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를 읽고 나면, 단단한 줄 알았던

당신의 마음에도 폭신한 사랑의 발자국이

남게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저자 : 유래혁 (POSTERSHOP)

 

반짝이는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 2016년부터 그만의 독보적인 감성을 담은

사진과 문장을 통해 눈부신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19년, 독립출판물 인터뷰 사진집 《What’s your enemy》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2023년, 사랑과 사람에 관해 남긴 수많은 기록들을 모아

데뷔 7년 만의 첫 산문집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를 선보인다.

인스타그램 postershop.kr

홈페이지 www.postershop.kr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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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피는 꽃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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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실패로 삶의 대한 회의를 느끼고 방구석에 틀어박힌 한 작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나온 것은 세계여행이 아니라 작가가 깨달은 ‘삶의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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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피는 꽃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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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래로 피는 꽃』은 제목도 실제 책 표지도 시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일기이다. 일기가 시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이 책은 문학 장르상 분명 시는 아니다. 저자 홍균이나 출판사 측에서도 모두 일기를 책으로 펴냈다고 말한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략 1년가량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말하지 않고 하늘도 쳐다보지 않고 방 안에서만 지냈던 저자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독자가 시집처럼 본 것은 제목에 너무 치중한 탓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저자도 생경한 이름이다. 최근,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독자들을 위로하는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주로 에세이를 통해 서점가 베스트셀러 판매대에는 일년 내내 에세이가 빠진 적이 없을 정도다. 이 책 『아래로 피는 꽃』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에세이에 해당된다. 알고나서 다시 본 제목이 에세이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가 고통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위해 출간됐다. 삶이 괴롭고 힘든 이들에게 이 책이 현실을 버티는 작은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를 공개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처음 접하는 작가라 출판사 소개글을 통해 전작이 있는 작가다. 전작은 『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이다. 처음 해외 여행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이고 에세이다. 무려 169일간의 여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즐거운 여행'을 떠난 게 아니고,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놓고 싶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온 ‘세계여행’을 도망치듯 무작정 떠났다고 돌아와 출판한 책에서 밝혔다. 제목에서도 이미 여행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가 책에서 했다는 말은 놀랍게도 장기간의 여행을 다녀와서 얻은 교훈이 "세계여행을 하지 말자"였다고 하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까지 하다. 독자로서는 시간 되는 대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세계여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온갖 책들이 극찬하던 것처럼 세계여행이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 소중한 인연, 혹은 인생의 해답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세계여행을 하며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세계여행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도피한 세계여행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 짧은 여행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꼭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면,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계획적으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세계여행이 생각만큼 멋진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만났던 20명 내외의 세계 여행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에 꿈과 희망, 그리고 환상을 품는다. 물론, 철저한 계획 하에 떠난 ‘건강한’ 세계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분명 값진 것일 터, 희망과 즐거움의 여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떠난 ‘도피성’ 세계여행에서 얻는 것은 상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에도 이 책은 적지 않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독자도, 저자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저자는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기쁜 일도 있었다고 책에 썼다.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도 많이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기 전,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는 해소되기는커녕 더 단단히 맺힐 뿐이었다는 점에서 후회만 남는 세계여행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문제와 여행의 값진 경험은 별개임을 깨달았다고도 말한다. 여행이 ‘계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해결책’이 되어 주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니 여행보다 값진 것을 얻은 것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이번 책은 전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용이 우울하다. '우울'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음울한 기운이 감돈다. 책의 일부가 아니다. 저자의 성격상 분위기가 이런 것은 아닐 텐데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곳곳에 분노도 엿보인다. 물론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 정도라면 문제될 것도 없고 오히려 일기라면 진솔함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의 신뢰감을 담보받을 수 있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삶의 고난이 사회적 문제임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책의 신뢰감을 깎아먹을 수 있는 일이다. 개인 삶의 스트레스를 쏟아내기 위함이라면 출판을 맡겠다고 선뜻 출판사에서 출간을 결정해줄 리가 없을 터, 어떤 점을 독자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지 조금은 답답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일기에 적은 분량 적고 있지만 특별히 가족 관계의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책에 따르면 해외 봉사활동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허리 때문에 통증이 심해 사회 생활을 더 하지 못한 채 집에 틀어 박히게 됐다. 「생계형 히기코모리의 방구석 일기」란 제목의 '서문'과 일기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방구석'에 들어앉은 게 자신의 의지 때문으로 판단된다. 허리 다칠 때 치료비를 내주지 않은 봉사활동 후원단체인 대기업의 무정한 횡포(?)랄까, 허리 아픈데 자신이 하던 막노동 같은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몸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본다면 사회의 책임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저자의 생각에 동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은, 끊임없는 부정적인 생각과 성격 탓인지 눌러담은 화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 역시 결국 자신을 상처낸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은가? 뒤늦게 깨닫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어 다행이지 싶다. 일기라서 날짜를 정확히 헤아리기도 좋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다. '히키코모리', '폐인'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결과는 저자가 사회로 나왔고, 새로운 결심으로 새 생활을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책은 꽤 괜찮은 경력, 준수한 외모, 그리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조건이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삶 역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기만 보아서는 방구석에 틀어박힌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극한의 상황이 아닌데도 그 상황으로 몰고 가는 저자의 생각이 더 문제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말도 조심스럽긴 하다. 혹시 저자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삶의 의지를 더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는 못 줄망정 개인 비난적인 댓글처럼 인식될까봐다. 그러나 저자의 깨달음으로 세상으로 나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도 저자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는 한 치의 거짓이 없다는 것을 믿어주길 바란다. 글 내용처럼 그런 상태의 연속이라면 출판사가 책의 출판을 맡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돈이 되고 안 되고는 책 출판의 중요 사안이겠지만, 그 전에 먼저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내용인지 아닌지도 출판사가 내려야 할 판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기를 통째로 출판한다는 것은 일기의 진정성과 저자의 삶의 의지가 결합된 점이 돋보였기에 출판사의 결정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주기도 한다는 내용이기에 출판사의 결정에도 한몫 했을 거라는 게 독자의 기대다. 삶의 의지가 넘치는 자기 고백이야말로 어쩌면 화려한 미사여구의 책보다 훨씬 값어치가 크고, 설득력도 크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것의 뼈대는 진실성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저자의 위로를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저자를 위로하는 독자들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특히 방구석으로 틀어박히던 내면으로만 향하는 자의식을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내놓은 일기장은 그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구석으로만 향했던 자신을 통째로 세상 밖으로 내놓는 '공개 의식'과도 같다.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은 진정한 용기다. 그 용기는 전쟁에서 적을 죽이는, 삶의 경쟁에서 상대를 짓밟는 외형적인 용기와는 다르다.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며 세상과 함께하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도전장에 쓴 서명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힘든 난관이라도 헤쳐나갈 진정한 용기가 이 책에는 들어 있다. 세상 밖에서 난관을 겪는다고 생각되는 독자들에게 향하는 고백이자 외침이다. 그것이 자신을 이겨내는 진정한 용기다. 그것을 현자들은 '극기(克己)'라 했다. 남을 이기는 것은 힘센 자라고 칭찬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는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러르는 이유다.

 

저자 : 홍균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조기졸업. 스물 여섯까지 인생이 행복했다. 초등학교 6학년 800m 서울시 대표가 되고 중학교 3학년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 계약되어 다섯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되었다. 고등학교 땐 버디버디 얼짱이 되었고 원하는 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안전벨트도 착용할 시간 없이 인생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어, 잠시만 외쳐보고 싶었지만 끝도 없는 바닥으로 인생이 거세게 부딪쳤다. 자, 이제 죽으면 끝이야. 어때, 이래도 죽지 않을래? 아쉽게도 용기가 없어 죽지 못했고 죽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 이 글을 적고 있다.

www.instagram.com/hong_gun32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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