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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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의 현장을 둘러보며 정리한 답사기로, 작품 속 영웅들이 활약을 펼쳤던 중국 곳곳을 소개하며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한다. 저자는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며 『삼국지』를 보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인식하게 해주며, 역사적 고증과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신뢰할 만한 자료들을 확보해 이 책을 썼다. 저자가 오랜 시간 연구하며 직접 발로 뛰는 취재를 마다않는 열정이 어우러져 완성된 풍부한 콘텐츠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삼국지연의』에 가미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이야기들을 철저히 살피고 정사(正史)와 '연의'를 비교해 실어 독자들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운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자는 직접 돌아본 각 지역들을 차근히 더듬어 가는데 그곳을 배경으로 벌어진 삼국지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상 깊은 구절을 함께 실어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또한 삼국지에서 그려진 특정 장소나 등장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그림이나 다리, 석상 등도 사진으로 기록해 현장감을 더하였다. 저자도 밝히듯이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는 엄연히 다르다. 삼국지는 역사서이며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것으로, 『사기』 『한서』 『후한서』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 또 삼국지연의는 중국의 위, 촉, 오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14세기에 나관중이 장회소설*의 형식으로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오늘날에는 17세기 모종강이 다듬은 ‘모본(毛本)’이 정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칫 혼동하기 쉽기에 저자 역시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를 명확히 가름하고 있다.

 

*장회소설 : 중국 소설의 한 체제로서 내용이 일관되고 긴 이야기를 토막으로 회(回)를 나누어 서술한 소설을 말한다. 형식은 매 회마다 그 이야기 내용을 간추려 제목을 붙인다.

 


 

이 책 『삼국지 기행』은 최초의 『삼국지』 현장 답사기였던 초판이 나온 지 10여 년 만에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판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과 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추가로 담아낸 증보판이다. 초판 이후 답사한 내용들을 추가로 정리하고 현장 확인을 위해 다시 찾은 중국은 10년 안팎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악인의 대명사로 미움 받는 조조가 영웅으로 부활하였고, 폐허나 다름없던 유적지들도 대대적으로 복원돼 있었다. 장강의 삼협댐이 완성되어 장비묘는 옮겨지고 백제성은 섬이 돼 버렸으며, 중국 전역에 산재한 삼국지 관련 유적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새롭게 복원되었으나 유적의 복원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 허우범은 확인해 주고 있다. 이번 증보판에서는 무엇보다 삼국지 유적의 변천사에 중점을 두었으며, 독자들이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현재의 사진과 과거 초판 사진을 함께 제시하여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였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증보판에서 저자 허우범은 「독자들과 약속한 삼국지 현장 보고」란 제목의 '증보판을 내면서'란 글을 통해 앞서 언급한 대로 조조가 영웅으로 탈바꿈한 사실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저자는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국력을 바탕으로 폐허나 다름없던 주요 유적지들이 대대적으로 복원됐다"고 전한다. 조조의 고향에서조차 유비와 제갈량을 이야기하며 조조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웅 조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관광객을 맞는다고 한다. 관우 숭배사상의 산물인,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동상은 불법과 부패로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장강의 삼협댐이 완성됨에 따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편에만 치중된 것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씁쓸하게 회고하기도 한다.

 


 

『삼국지』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영웅들의 활약에 빠져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리고 평생 그 책의 팬이 되어 영웅 가운데 누군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삼국지』는 그만큼 우리의 꿈이고 현실이며 인생이다. 하지만 영웅들이 뛰놀던 현장에 직접 가서 그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싶어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역사적 상상력에 만족했었다. 여기서 『삼국지』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말한다.

『삼국지』의 분량은 중국의 '4대 기서'로 올라갈 만큼 엄청난 분량이다. 전쟁이 소재이자 주제인 이 소설이다보니 한 권으로 유적지나 현장을 제대로 답사한다는 것은 기간도 기간이지만 지역적으로도 넓은 지역이라 기행조차도 적은 분량으로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모 신문사에서 13개월에 걸쳐 연재할 계획으로 기획된 기행이다. 아무리 줄이고, 편집을 통해 책 두 권으로 펴낸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기획과 연재에 감사를 먼저 표하고 싶다. 삼국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래저래 많이 읽히는 고전에 속한다. 중국 내 전쟁 이야기가 우리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이유는 소설적 구성 때문이리라. 소설은 등장 인물의 성격을 꾸며내기에 좋고, 다소 과장해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니만큼 별 거부감 없이 읽히니까. 특히 우리와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5,000년 간의 관계가 있지 않은가? 이 서평도 앞에 소개글이 길어진 것도 『삼국지 기행』뿐 아니라 『삼국지연의』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삼국지연의』를 번역, 번안한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 『삼국지연의』는 도원결의가 첫 부분이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소설 주요 인물을 내세우기 좋은 형식이고 구성이다. 『삼국지 기행』 1권은 도원결의부터 유비가 손 부인을 얻는 이야기까지를 다룬다. 도원결의를 통해 관우와 장비를 만나고, 동탁과 여포, 원소와 조조, 조조의 시대를 넘어 적벽대전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격전지를 저자가 직접 돌아다닌다.

 


 

도원결의와 적벽대전은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에게는 굉장한 극적 장면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삼국지의 장엄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도원결의와 제갈공명의 지략이 돋보이는 적벽대전은 영상화할 때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도원결의는 화사한 복숭아밭이라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의(義)'를 표상하는 결의의 장소로도 은유된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한 장소는 북경에서 서남쪽으로 64km 지점에 자리한 하북성의 탁주라고 한다.

"탁주에 들어서자 '천하제일주'라고 쓴 패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설의 주인공인 유비와 장비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관우와 함께 의형제를 맺고 구국의 군사를 일으킨 곳이기에 하늘 아래 제일 자랑스러운 것이리라."(1권, p.71)

탁주를 거쳐 저자는 조조의 중원 통일 후 군사적 시위였을까. 하도로 오기 위해 산해관을 거쳐 발해만을 따라 회군한다. 빠른 길이기도 하였지만 조조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고 저자는 짚어낸다. 그것은 무엇일까? 갈석산에 올라 시 한 수를 짓기 위함이었다. 시인 조조가 시 한 수를 짓는데 굳이 갈석산에 올라야만 했겠는가? 하지만 이 산은 평범한 산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위대한 황제들이 오른 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산에 올라 개선가를 지음으로써 조조 또한 그들과 다름없는 황제의 자부심을 느끼고 암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조가 오환을 물리친 유성은 현재 요녕성 조양시다. 조조는 이곳에서 민심을 다스리고 회군했는데, 발해만 쪽으로 내려오다 올랐다는 갈석산은 지금의 하북성 진황도시 창여현 북서부에 있는 산이다. 이 산은 695m의 높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역대 제왕들이 그러하듯이 발해만을 굽어보는 평야 지대에 불쑥 솟아 있는 것이 마치 천하에 위암감을 주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황도시에는 만리장성의 동쪽 출발점인 산해관이 있다. 만리장성은 발해와 이어지는데 바다와 맞닿은 곳에 노륭두라는 망대가 있다.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대대적인 중건 작업을 벌여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라는 표지석이 우뚝하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처럼 만리장성 동쪽 끝은 산해관이 분명한데도, 중국의 동북공정은 압록강변의 단동시 호산산성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우기고 있다고도 말한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비단 『삼국지연의』에서만의 일은 아니란 것을 주장하는 저자의 심중을 헤아리게 해준다.

〈적벽대전〉은 이 책의 2부 21장에 「노을인가, 핏빛인가」란 제목으로 404페이지부터 427페이지까지 전투의 내용과 유적지 사진, 적벽대전을 표현한 각종 문학 작품과 시, 관련 인물들의 말은 물론 전투 양상을 그린 〈적벽대전도〉도 그려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적벽대전에서 패할 수밖에 없던 조조」라는 별도의 3페이지를 할애해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조조가 적벽으로 전진을 명령할 즈음, 가후는 조조에게 형주를 수습하고 회유 정책의 강동의 신하를 복종하게 하라고 권유하였고, 조조가 이 말을 듣고 강릉에서 군사들로 하여금 남방 환경에 적응하며 충분히 쉽게 한 후, 이듬해 봄에 오나라로 진군하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배송지가 「가후전」의 주석에서 조조의 패배를 다음과 같이 썼다고 소개하면서다. "적벽에서의 패배는 조조의 운이 그런 것이다. 실제로 역병이 돌아 등등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고, 때마침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불길을 북돋았다. 진실로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니, 어찌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지만 패배의 근본 원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조조의 교만과 적에 대한 무시에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솔직한 지적이다. 조조는 너무도 들뜬 나머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초보적인 전술을 무시했기에 치욕을 당한 것이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고, 교만과 무시는 스스로를 망친다는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을 우리는 오늘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권에 나오지만 형주에서 관우의 교만도 그의 패배로 이어지고 형주를 내어주고 결국은 스스로도 죽음을 맞는다. 형주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저자는 1권의 마지막에 형주를 찾는다. 주유는 적벽대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조인이 지키고 있는 남군을 공략하였다. 그런데 유비군이 남군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위기를 느낀 주유가 유비를 만나 담판을 지었다. 유비는 주유와의 면담에서 제갈량이 알여준 대로 말은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섭섭했다고 한다. 자신의 야망은 천하를 차지하는 것이련만, 이를 펼칠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동가식서가숙한 지가 얼마인가. 그 사이 설움도 많이 받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무찌르고 형주를 터전으로 삼아 본격적인 시동을 걸 때가 왔는데, 용중 대책을 설파한 제갈량의 마음이 그새 바뀌었다는 말인가라면 장탄식을 하는 듯하다. 형주를 10년 만에 다시 찾은 저자는 "견고하고 웅장한 성벽에 형강을 해자로 삼은 형주의 모습은 그 옛날 철옹성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고 적었다. 형주성은 삼국 시대의 많은 유적지 가운데 그 형태를 가장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성을 찬찬히 돌아보니 성벽은 시대별로 보수되어 온 흔적이 역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의 축조 방식은 시기마다 다르다. 관우가 형주를 지키던 때는 흙으로 성벽을 쌓았다. 오랜 시대가 지나면서 요충지 형주를 차지한 자들이 성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보수하여 왔는데, 명나라 때 지금처럼 벽돌로 성벽을 쌓았고, 청나라 초기에 다시 중건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성 안에는 이를 알아볼 수 있게 안내해 놓았는데 시대별로 이 성의 세파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도 형주성이 중요하였음을, 서로 다른 벽돌이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책에 따르면 형주성에서 중요한 문은 동문이다. 동문은 수로가 통하는 문으로 공안문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유비가 이곳으로 상륙하여 성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성문은 모두 옹성을 갖추고 있다. 옹성이란 성벽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방어용의 작은 성을 말한다. 형주성은 모두 6개의 성문이 있는데 모두 옹성을 갖추고 있다. 적들이 용케 해자를 건너왔다고 하여도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인 옹성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다. 성벽은 커다란 석재를 기초로 하여 흑벽돌을 쌓았는데, 벽돌의 틈마다 석탄과 찹쌀로 만든 접착제를 넣어 마치 쇠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저자는 "성문 누각인 빈양루에 오르니 형주성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일정한 높이의 성벽이 높고 낮은 지형을 오르내리며 둘러쌓았는데, 마치 기다란 럭비공 모양이다. 성 안을 내려다보니 현대에 지어진 가옥들로 빼곡하다. 에전에는 제갈량을 기리는 무후사와 손권의 오왕묘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길 없다."고 쓰고 있다. 오직 형주성과 성벽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돌아서는 발길들을 잡으려고 했던가. 진양루 안에는 촉의 주인공들 상을 만들어 놓았다. 유비와 제갈량, 관우와 장비 그리고 조의 조각상이다. 형주는 삼국의 군주인 조조, 유비, 손권이 모두 차지한 곳이다. 아울러 관우, 조인, 주유도 형주를 지킨 장수들이다. 영웅호걸들이 모두 형주를 놓고 치열하게 각축을 벌였고, 세 영웅 중에서 최종 승자는 손권이었다. 그런데 빈양루에 와서 보니 최종 승자는 유비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그만큼 유비를 좋아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중략)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형주성에는 거대한 관우상이 들어섰다."(1권, p.453~4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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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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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慰勞, comfort)라는 단어가 절실한 때가 요즘인가 싶다. 위로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주는 것을 이르는 사전적 풀이로만으로도 충분히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중세시대에는 '슬픔'이 기독교가 성경에서 규정하는 '7대 죄악'이외의 죄악에 '슬픔'이 있었다고 한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를 이른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성서를 연구하다 '슬픔'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이라 보고 오히려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라고 해서 슬픔은 제외됐다고 들은 바 있다. 슬픔과 위로는 서로 잘 맞는, 궁합이 잘 맞는 단어이다. 성서에서도 '위로'를 언급한다.

"괴로움을 씻어주고 마음을 즐겁게 함. 낙심하고 절망한 자를 긍휼히 여기며 그 마음에 새 힘을 주고 격려함(대하 32:6). 참된 위로는 위로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친히(욥 15:11; 시 86:17), 그리스도를 통해(사 61:1-3; 고후 1:5), 혹은 성령을 통해 주시는 위로이다(요 14:16-17; 행 9:31). 특히 ‘위로’를 뜻하는 헬라어 ‘파라클레시스’는 문자적으로 ‘곁으로 부르다’로서, 이는 성령을 가리키는 ‘보혜사’(파라클레토스)와 같은 어근을 가진 단어이다. 즉, ‘위로’라는 말 속에 곁으로 불러 보살피고 권면하시는 성령의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품이 잘 담겨 있다(고후 1:6). 신약성경에서는 같은 원어가 ‘권면’(빌 2:1; 히 13:22)으로도 번역된다. 그리고 ‘위로자’란 그 처지를 불쌍히 여길 뿐 아니라 그 처한 비극에서 구원해 줄 자를 뜻한다(전 4:1)."(라이프성경사전)

우리 삶에서 슬픈 감정을 느낄 때는 무수히 많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날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강인한 의지로 극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의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다고 말한다.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위로’를 치면 가장 먼저 뜨는 자동완성 검색어는 ‘위로가 되는 글귀’다. 시에서, 소설에서, 유명인의 말에서 위로가 되는 글귀를 찾은 누군가는 위로가 듣고 싶었던 사람일까, 위로를 하고 싶었던 사람일까. ‘싸구려’니, ‘허울뿐’이니 하며 그 가치가 절하되고 어지간한 위로의 말은 내 사정도 모르는 참견으로 여겨지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아끼는 누군가와 나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낼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정말 ‘위로’가 무엇인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폐암으로 죽음의 문턱에 다녀오며 위로의 중요성을 느낀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다음의 모든 것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단정짓지 않되, 괴로움에 세상과 멀어지지 않게 언제든 내가 여기 있으면서 돕겠노라 말해주는 것. 슬픔과 비탄에 잠식되지 않도록 한 번씩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일. 부드럽게 어깨를 다독이는 손. 판단하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 속세의 희로애락과 무관하게 제 속도대로 꽃이 피고 지고 녹음이 우거졌다가 낙엽이 지고, 눈이 쌓였다가 녹아가는 자연의 무심함.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과 공감이 되는 이야기의 보편성. 시, 명상, 종교…. 당장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더라도,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슬픔과 고통의 원인과 증세가 다양한 만큼, 위로의 근원 역시 무수히 많아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이 위로에 관한 책에 머무르지 않고 부디 위로하는 책이 되기를’ 기원하는 그의 말대로 『내가 여기 있어요』는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가이드이자 위로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모두 알지만 애써 외면하던 진실(요즘 말로는 '불편한 진실')을 대놓고 드러낸다. 그가 말하는 ‘피할 수 없는 세 가지’인 고통, 노화, 죽음은 그 표현대로 인간의 삶에서 어쩔 도리 없이 마주칠 괴로움의 원천이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홀로 괴로움을 감내할 필요는 없다.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끝없는 슬픔에 우리가 잠식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울과 불안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비록 눈에 띄는 차도가 없더라도 계속해서 의사를 찾아오도록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내가 여기 있어요』는 그 해답을 관계에서 비롯한 위로에서 찾는다. 저자가 말하는 위로는 온유함과 형제애가 담긴, 일시적인 위안을 초월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위로는 해결책이 없는 삶의 시련이라는 폭풍우와 공존하는 방법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막막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괴로운 시간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또 거기 있어 주는 타인의 존재감, 이해와 공감으로 묵묵히 곁을 지키는 위로는 운명의 붉은 실처럼 우리의 삶 내내 이어진다.

우리는 고통받고, 늙고, 죽는다.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위로는 현실을 바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감정을 경감시키고 삶의 의욕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이란 저자의 주장이다. "위로는 마법의 묘약이 아니라 어둠 속을 파고드는 빛이다. 이 빛은 우리로 하여금 다가올 세상의 형태를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게 해주어 세상이 살만하다고, 그저 살만할 뿐이라고 알려준다."(p.28)

제대로 위로하려면 슬픔이 정당한지 판단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단지 한숨짓고 눈물 흘리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이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고통이 작아 보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눈물 흘리는 이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p.49)

 

 

독자는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삶의 어려움을 털어놓았을 때,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을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당황한 경험이 있다. 평소 위로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연약함을 말해준 신뢰에 고마우면서도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허둥지둥하다가 급한 대로 ‘괜찮을 거야’, ‘힘내’라고 뱉고 보면 그렇게 ‘영혼 없는’ 위로도 없어 보인다. 그럴 때 자신이 세상 초라한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때까지 나이 헛먹었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이런 영혼 없는 위로가 무관심이나 성가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무치는 공감이나, 때로는 경험한 적 없어 가늠할 수 없는 타인의 슬픔에 동요한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 뿐이다. ‘당신의 고통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 현실적인 도움을 줄 방법이 없어 몇 마디 말만 건네기가 겸연쩍다’고 건조하게 위로하기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타인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 그의 진심 어린 공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어쩌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힘들어’라고 친구나 가족에게 말할 때 (물론 마법처럼 해결책이 나온다면 참 좋겠지만) 그저 차분히 경청하고 나의 감정을 이해해주길 원한다. 고통에 공감하고, 언제라도 얘길 들어주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줄 것을 알리는 표현은 거창할 필요도, 무작정 긍정적일 필요도 없다. 위로는 현실을 바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감정을 경감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저자의 주장에 독자의 공감이 실린다. 또 위로의 참뜻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신과 의사로서 그가 만나 온 다양한 사람들과의 일화, 편지글과 문학 작품, 인터뷰를 선별해 좋은 위로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죽음을 앞두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친구의 모습을 그리는 빅토르 위고의 글, 감옥에 갇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편지, 마리 노엘, 말레르브,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가 부드럽게 보여주는 섬세한 고통까지. 이를 통해 독자들은 위로를 구하는 사람이 느낄 괴로움과 위로를 주는 사람이 취해야 할 적절한 자세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깨닫게 된다.

슬프고 괴로울 일이 다양한 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 역시 하나가 아니다. 사람만이 구원인 것도 아니다. 6장에서는 수많은 위로의 길이 소개된다. 자연, 걷기, 음악, 소설, 글쓰기, 명상, 운명과 믿음, 종교와 환상에 이르기까지 위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자연을 바라보며 지금 느껴지는 슬픔보다 더 넓은 세상에 속해 있음을 깨닫고, 곁을 지켜주는 반려동물의 다정함을 느끼고,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가며 기분 전환을 한다. 예술은 어떨까? 아름다운 그림을 보거나, 내 기분에 맞는 슬픈 음악이든 활기를 일으키는 즐거운 음악이든 노래를 듣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은 무척 많다. 앞서 말했듯 시와 소설을 통해 타인의 괴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감하거나, 비슷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대응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고통을 글로 쓰면서 슬픔과 대면하고, 명상을 하며 나와 내 주변을 차분히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커다란 괴로움의 덩어리를 잘게 분해한다. 이토록 다양한 위로의 근원 앞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우리 몫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위로」, 2장 「비탄」, 3장 「우리를 위로하는 것: 관계의 회복」, 4장 「타인을 위로하기」, 5장 「위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6장 「위로의 길」, 7장 「슬픔과 위로의 유산」 등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독자를 평온한 마음으로 이끌었으며, 때론 감동, 때론 공감하게 했다. 그만큼 절실하게 쓰여졌으며, 자신의 진심을 다해 썼다는 반증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7개 장 하나하나의 저자의 경험과 사유, 그리고 위로할 때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드러나듯 책을 썼다. 그래서 펜으로 썼다기보다 온몸과 영혼의 다해 썼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첫 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위로의 정의'부터 말한다. 마치 과학자가 새로운 발명을 한 이후 새로운 가설과 가제를 서두에 두는 것처럼(눈문처럼) 책을 구성했다. "위로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다. 위로의 목적은 해결책처럼 현실을 바꾸고자 함이 아니라 고통의 감정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위로받는 것은 엄밀히 말해 상황을 변화시키는, 또는 변화시킬 수 있게 하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다. 위로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련’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 집중한다."(p.21)

이어 저자는 위로는 때로 불가사의한 과정을 거치고 종종 불분명한 결과를 가져오는 '연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으로 이 책에서 다룰 위로의 여정에는 4가지 필수요소가 항상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그 4가지가 〈애정〉, 〈관심〉, 〈행동〉, 〈수용〉이다. 애정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든 형태의 위로는 비탄에 잠긴 이를 향한 애정의 표현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관심에 대해서는 위로하는 주체는 우리의 관심을 고통에서 돌려놓는다. 일시적이고 표면적이고 미약할지언정, 그 효과는 긍정적이다. 고통을 중단시키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며,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서술한다. 이와 함께 괴로워하는 이가 삶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게 하려면 말과 조언보다 주로 행동, 특히 함께 공유하는 행동을 제안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수용에 대해서는 시련을 수용함은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지 시련에 굴복하거나 즐기게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회복의 과정에 인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인정은 위로의 결과이자 이로움이지, 정면에서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라고 언급한다. 결국 위로하는 사람은 위로받는 이를 온화하게 이끌어 수용의 단계에 이르도록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지향한다고 덧붙인다.

 


 

회복력이든, 맞서고 살아낼 의지든, 우리 존재의 위대한 자원은 바로 사랑이다. 받은 사랑, 준 사랑, 받을 사랑, 줄 사랑…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련에 맞서는 모든 힘의 원천은 사랑과 그것이 주는 위로라고 할 수 있다.(p.225)

 

저자 : 크리스토프 앙드레(Christophe Andre)

 

프랑스 파리 생트안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이자 긍정심리학 전문가. 불안증 및 우울증과 같은 정서 장애 치료를 전문으로 하였으며,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은 마음챙김 명상과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재발 방지 분야에 힘썼다. 2000년대 초반 심리치료에 명상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 인지행동치료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파리 제10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는 프랑스 공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RFI)’에서 매주 명상과 마음챙김 관련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펴낸 『나라서 참 다행이다』가 프랑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불안을 넘어설 용기』, 『나답게 살아갈 용기』, 『새로운 뇌 사용법: 나를 치유하는 뇌』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공저로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나를 살리는 관계』, 『내 마음이 왜 이래』, 『상처받지 않는 삶』 등이 있다.

 

역자 : 안해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불과 국제회의통역을 전공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몽테뉴의 수상록》, 《몬테소리와 함께하는 사계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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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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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배운 '나라 사랑' 문구 중 "사계절이 뚜렷하고 화려한 금수강산"이 한반도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런데 불과 수십 년만에 우리 한반도의 사계가 사라질 지경이라니 기후 변화 정말 무섭다. 인류의 미래에 암담한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그만큼 급박하게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반도는 온대 지방에 자리잡고 있어 해양성 기후와 다르지만 사계가 뚜렷하다는 장점도 크다. 또 강수량이나 기온 등도 적절해 일년 단위로 생계를 잇는 농사를 짓기에도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한마디로 조상들로부터 매우 좋은 조건의 땅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살아가기에도 온대 지방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과 혜택이 없어지려 하고 있다.

이 책 『사계절 기억책』은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로 봄날의 아까시나무 향과 한여름의 매미가 사라지고 있는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개발로 망가진 환경을 보존하려는 생각보다 사라져가는 생명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게 당초 의도다. 기록하고 또 그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개발이나 인간 편익을 위한 무자비한 환경 파괴 행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 최원형은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기록은 생태계 변화의 역사가 되고 지구 위기의 리포트가 된다. 저자는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저자의 기록은 기후위기의 시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생명과 생명의 만남이다. 또 무해한 자연의 위로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산과 바다, 강과 하천, 갯벌과 습지 등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목숨붙이를 만난 저자는 그들의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직접 그린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이 책을 통해 선보인다. 무심코 스쳐 지나온 이웃한 동식물은 물론 순천만 흑두루미, 파주 공릉천 수원청개구리, 제주 사려니숲 긴꼬리딱새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낯선 생명들까지, 마치 눈앞에 있듯 생생한 자연이 펼쳐진다.

저자는 책에서 지구상에 700여 마리밖에 생존하지 않는다는 넓적부리도요, 육식 산업의 발전과 함께 멸종한 소똥구리, 수족관에서 지내다 제주 앞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밀렵으로 사실상 기능적 멸종 상태가 된 코뿔소, 동물원을 탈출해 도로를 누볐던 얼룩말 ‘세로’ 등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거나 사라져가는 자연의 존재들에도 주목한다. 자연 속 크고 작은 생명들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깊은 유대감으로 그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거란 믿음에서다.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라는 말이 숱하게 들려오는 시대, 기억하고 지켜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가 그리기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으면 두 손이 자유로우니 가뜩이나 산만한 나는 노는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 평소에는 낙서에 그치는데 그날따라 책상 앞에 붙여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상모솔새 그림이었다. 나는 책상 위해 펼쳐놓은 다이어리에 상모솔새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새를 그린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중략) 색연필로 색칠까지 마치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새를 그려보고 싶었나 보다."(p.8~9)

 


 

저자는 생태·환경·에너지 전문가로서 작가로서의 글 쓰는 일과 강연을 한다.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착한 소비는 없다』 등 다수의 책을 펴내며 분야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어느 책에서도 선보인 적 없는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첫 자연 에세이를 펴냈다. 꽃과 나무부터 잡초라 불리는 식물까지, 익숙한 포유류와 조류부터 생소한 곤충과 양서류까지. 그간 인식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자연이 마치 눈앞에 있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모이대를 찾아온 직박구리와 사과를 나눠 먹는 순간, 풋고추 구멍 속에서 담배나방 애벌레를 꺼낸 순간, 분갈이를 하던 화분에서 지렁이를 발견한 순간까지, 저자에게 자연이란 손끝 발끝이 닿는 모든 순간에 있다. 저자는 숲에서도 도시에서도 크기가 다르지만 목숨의 무게는 같은 저마다의 생명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이 책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종은 구별해도 오늘 가로수 위에서 노래를 부른 새의 이름은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도시 숲 자연주의자의 수상록이다.

“도시가 콘크리트 숲이라고 해도 사실 풀이며 새며 곳곳에 스며든 생명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p.73)”고 말하는 저자는 산과 바다, 강과 하천, 갯벌과 습지 등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목숨붙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순천만 흑두루미, 파주 공릉천 수원청개구리, 제주 사려니숲 긴꼬리딱새….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 자만이 마주할 수 있는 광경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기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생명과 생명의 만남을 지켜보며 '기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삶에서 매 순간 기적 아닌 때가 있기나 했을까?란 사유적 말도 풀어낸다. 다만 기적을 기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욕망의 더께에 가려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우려의 마음도 슬그머니 꺼내놓는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소임을 다하는 존재들과 그들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저자의 모습에서 인위적 세상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아주 ‘무해한’ 자연의 위로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하면서 보고 배운 지혜로 "자연은 배움의 보고 그 자체다"고 강조한다. 어디를 들여다봐도 넘치는 생명과 진화의 신비를 엿볼 수 있고, 세상살이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시에 사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연의 지혜를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전하는 것도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그림이 말이나 글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밟히면서도 널리 씨앗을 퍼트릴 수 있게 진화한 질경이부터 칼바람을 피할 수 있게 작은 방석처럼 잎을 펼치고 겨울을 나는 여러해살이풀들,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농부’라 불리는 지렁이, 온갖 재료로 자기만의 효율적인 둥지를 짓고 사는 세상 제일가는 건축가 새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식물을 통해 인간 동물이 나아갈 길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날 수 있도록 새는 몸을 변화시키며 진화했다. 몸무게를 줄이려 이빨을 포기했고 뼈를 비웠으며 때로 먼 길을 이동할 때면 몸속 장기마저 최소화한다. 비우고 덜어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새를 보며 배운다.”(p.197)

지금껏 인류는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 파괴를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간척 사업은 갯벌 생태계의 죽음을 불러왔고 서식지에 들어선 도로 때문에 개구리는 알을 낳으러 가는 길에 로드킬을 당한다. 육식 산업의 발전으로 소똥구리는 우리 땅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과거의 성찰에서 한 발 나아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데 그치는 대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라 할 수도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환경 보존', '기후 변화 대응' 등 수많은 환경보호 캐치프레이즈보다 직관적이고 강한 느낌을 받는 그림 그리기를 지속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900일 동안 포위되면서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씨앗(종자)을 끝까지 지켜낸 바빌로프 연구소 이야기도 있다. 새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깃줄을 없애며 철새들의 광활한 안식처가 되어준 순천시 이야기도 나온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어떻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밖에도 콘크리트 배수로에 사는 개구리들을 위한 ‘개구리 사다리’, 도토리를 숲에 사는 동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도토리 수호대’, 겨울철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새들을 위한 ‘버드피더’ 등 미래의 희망이 되어줄 지구 공동 생활자들의 갖가지 노력이 소개된다.

"전깃줄은 경관을 해친다. 그뿐만 아니라 흑두루미나 독수리처럼 큰 새들은 전깃줄에 걸려 날개를 다치기도 한다. 생존에 필수인 날개를 다친 새는 결국 도태되니 새들에게 전깃줄은 위협일 수밖에 없다. 새들을 위해 이런 전깃줄을 없앤 첫 지역이 순천시다. 2009년 4월 순천시는 순천만 주변 농경지에 있는 전봇대를 뽑아버리고 그 들판에 흑두루미 모양으로 벼를 심어 경관 농업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전봇대를 뽑자고 하니 농민들이 순순히 동의했을 리 없다. 한국전력조차 전봇대 철거를 거부하자 순천시와 순천만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설득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전봇대가 사라진 59헥타르에 이르는 들판은 철새 보호구역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지어 수확한 벼를 흑두루미 먹이로 공급한다. 흑두루미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어떤 새든 와서 쉴 수 있도록 무논 습지를 확보해서 새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순천 시민들은 새들이 겨우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불빛 차단 울타리와 차량 차단막을 설치하여 잠자리며 먹이터를 마련해주었다."(p.26~27)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다. 1장 「입춘을 품은 겨울」, 2장 「제비가 보인다, 봄」, 3장 「능소화가 핀 여름」, 4장 「감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5장 「야생의 생명과 연대하는 가을」 등이다. 모두 사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우리 인간과 삶의 모습이 같다. 어떤 일 하나 인간과 다를 바 없음을 관찰을 통해 저자는 기록한다. 특히 사라져 가는 자연과 그 속의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모습 등은 아련하고 애잔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최소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자연과 생명들을 아끼고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을 지향해야 함을 말없이 그림으로 보여준다.

독자가 어렸을 때 길가에서 흔히 발견되던 질경이에 대한 저자의 관찰과 사유는 많은 성찰을 하게 해준다. 〈밟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숙명을 안은 풀〉로 특징을 적은 저자는 질경이에 대한 풀이를 문학적 혹은 철학적 사유의 일단을 보여준다. "내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들길 산책을 즐길 때라 답할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살랑이는 바람 한 줄기가 함께하는 들길 산책은 말로 형언키 어려운 행복감이 밀려온다. 귀소하는 새 떼가 내 머리 위로 날아간다면 금상첨화다. 행복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세포 하나하나가 알아차리는 시간이다. 그 길에 만나는 풀이 질경이다. (중략) 밟혀서 완전히 짓이겨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질경이는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 꽃자루에 작은 흰 꽃이 피고 검은 씨앗이 맺히는데 바닥에 엎드려도 루페 없인 구분이 어렵다. 이 씨앗에는 젤리 같은 물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접착력이 생긴다. 이런 씨앗의 특성 덕에 질경이는 길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신발 바닥, 마차 바퀴 그리고 21세기에는 자동차 타이어에 묻어 먼 곳까지 이동하며 영역을 넓혀나간다. 질경이 생김새 하나하나에 자손을 퍼뜨리려는 진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걸 알고 나니 질경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풀이란 생각이 든다."(p.83~84)

 


 

"다람쥐나 어치 같은 동물들은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아서 자기가 기억할 수 있는 장소에 숨겨놓는다. 겨우내 꺼내 먹을 식량을 저장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건데, 도토리를 가져가 땅에 숨기는 동물들의 이런 행동은 참나무 입장에서도 좋다. 나무 아래로 떨어진 도토리가 설령 싹을 틔운다고 해도 큰 나무 아래서 다른 나무가 제대로 자라긴 쉽지 않으니 가능하면 멀리 떨어지는 게 자손을 퍼뜨리기에도 유리하다. (중략) 숨겨놓은 도토리를 동물이 다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니 잊히는 바람에 용케 살아남은 도토리는 적당한 깊이에 묻혀 있다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올리며 큰 참나무가 된다. 그리고 어치와 다람쥐는 도토리를 잘 묻어준 수고의 대가를 가을에 도토리로 되돌려받는다."(p.217~219)

 

저자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밀어버리고 들어선 공간이니 “새들을 위해 모이를 챙기는 일은 내 의무이자 공간 사용료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도 기후위기의 희망으로 생명과 생명 간 연대에 주목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구를 위한 선한 행동이 모여 내일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그림 : 최원형

 

우연히 자작나무 한 그루에 반해 따라 들어간 여름 숲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큰유리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기 목소리와 자리를 갖지 못한 존재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뭇 생명과 조화로운 삶이 세대에 걸쳐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자연을 눈 가까이 불러들이고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으로 더 많은 더 넓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린 모든 것들은 순환하는 하나의 세상입니다. 오래오래 보고 싶은 것들이고요. 크고 작은 목숨붙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내일도 그릴 겁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 작가로 일했습니다. 생태·에너지·기후변화와 관련해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시민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착한 소비는 없다》,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등이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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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꾸어 줄 챗GPT 활용 가이드 - 챗GPT알면 나도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시리즈 3
최재용.백남정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 『내 인생을 바꾸어 줄 챗GPT 활용 가이드』는 표제어가 밝힌 대로 챗GPT를 활용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공동 저자 최재용·백남정이 쓴 안내서이다. 챗GPT란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Open AI에서 만든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챗은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챗GPT는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함께 나누는 서비스로, 공개 단 5일 만에 하루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AI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챗GPT의 제작사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와이컴비네이터 사장(현 오픈AI CEO) 등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 개발을 목표로 2015년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그러다 2019년 영리 추구를 위한 자회사를 추가 설립하면서 AI 사업을 본격화했는데, 그동안 ①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GPT-3) ②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달리2’(DALL-E2) ③ 다국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위스퍼(Whisper)’ 등을 선보여 왔다. 특히 언어에 특화된 인공지능인 GPT의 경우 2018년 GPT-1 출시 이후 2019년 GPT-2, 2020년 GPT-3에 이르기까지 버전을 높여 왔으며, 2022년 11월에는 GPT-3.5에 해당하는 챗GPT를 공개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GPT 성능은 매개변수(파라미터) 개수가 중요한데, GPT-3는 GPT-1보다 1500배 많은 매개변수(1750억 개)를 활용한 것이다. 챗GPT는 이 GPT-3에 강화학습을 적용해 더욱 업그레이드한 GPT-3.5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오픈AI는 2023년 인간의 시냅스 수와 비슷한 수준의 100조 개 매개변수를 갖춘 GPT-4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GPT-4를 2023년 3월 14일 공개했다.

 


 

매우 기본적인 내용을 제외하면 독자가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챗GPT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떠게 배우는지 등 다방면에 걸쳐 궁금한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용어 등에 대해서는 『시사상식사전』을 통해 미리 공부했음을 밝힌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챗GPT는 인간과 비슷한 대화를 생성해 내기 위해 수백만 개의 웹페이지로 구성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전 훈련된 대량 생성 변환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공한다. 대화의 주제는 지식정보 전달은 물론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답변 및 기술적 문제의 해결방안 제시 등 매우 광범위하다. 또 대화의 숨은 맥락을 이해하거나 이전의 질문 내용이나 대화까지 기억해 답변에 활용하는 등 기존의 챗봇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픈AI는 챗봇의 차별·혐오 발언을 차단하기 위해 챗GPT에 AI 기반 조정 시스템인 ‘모더레이션API’(Moderation API)를 사용했다. 이에 챗GPT는 허용되지 않는 내용의 질문이 나올 경우 ‘차별적·공격적이거나 부적절한 질문, 여기에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성전환자 혐오적 또는 기타 차별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질문이 포함됩니다’라고 답변한다. 다만 챗GPT는 가끔 잘못되거나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2021년 이후의 지식은 제한돼 있다는 한계도 있다. 투자은행 UBS는 2023년 2월 1일 보고서를 통해 챗GPT가 2023년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MAU는 월 단위로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 수로, 1억 명 돌파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단 2개월 만에 나온 기록이다. 또 이 기록은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UBS 보고서에 따르면 1억 MAU 달성에 든 기간은 ① 우버 70개월 ② 스포티파이 55개월 ③ 인스타그램 30개월 ④ 틱톡 9개월이었다.

 


 

이와 함께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는 2023년 2월 1일 챗GPT 유료버전인 '챗GPT 플러스(ChatGPT Plus)'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용 요금은 월 20달러(약 2만4,400원). 오픈AI에 따르면 챗GPT 플러스를 통해 사용자들이 챗봇에 24시간 접근할 수 있고 더 빠른 응답과 새로운 부가 기능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무료 버전 서비스 역시 계속되는데, 다만 사용이 몰리는 시간에는 접속자 수가 제한된다. 유료 버전은 미국에서만 가입할 수 있으며 향후 다른 국가 및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책의 저자들도 무료 회원과 유료 회원의 차이를 책에서 자세하게 풀이하고 안내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챗GPT가 웹 브라우저(1994년) ① 구글 검색엔진(1998년) ② 아이폰(2007년)에 이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현재 글로벌 검색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데, 2022년 말 영국 〈인디펜던트〉는 'Google is done(구글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인공지능 검색이 구글을 대체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위기감이 높아진 구글은 2023년 2월 6일 챗GPT 대항마로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 출시를 공식화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2월 7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 기반 언어모델을 장착했다고 발표하면서 생성 AI와 결합한 검색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챗GPT는 공개 이후 특히 교육·연구 분야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챗GPT가 기존 챗봇과 달리 방대한 양의 전문 지식을 담은 에세이와 논문을 순식간에 써내려가는 능력을 갖춘 것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챗GPT가 작성한 글을 숙제로 제출하는 일이 속출했고, 이에 뉴욕과 시애틀의 공립학교에서는 교내 와이파이망과 컴퓨터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또 미국 일부 대학에서도 챗GPT로 작성된 에세이를 제출한 사례가 적발됐으며,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AI를 이용할 수 없는 구술시험 및 그룹 평가를 늘리고 학내 규정에 'AI를 활용한 표절'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코GPT(Ko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에 따르면 코GPT는 60억 개의 매개 변수와 2,000억 개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한국어를 사전적·문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 카카오는 이러한 코GPT 역량을 활용해 개인화 비서 역할 및 광고 카피 작성 등을 할 수 있는 '버티컬 서비스'를 2023년 상반기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 중인데, 2023년 상반기 챗GPT에 대응해 '서치GPT'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자가 아직 두 회사의 계획이 실행돼 구현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음을 밝힌다. 서치GPT는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하는데, 하이퍼클로바는 국내 최초 한국어 특화 모델로 학습 매개변수 2,040억 개 규모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해 음성 텍스트 변환을 비롯해 ① AI 안부전화 서비스 ② 네이버쇼핑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③ 클로바 스튜디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네이버의 서치GPT는 챗GPT와 달리 더욱 고도화된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빙은 검색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오픈 AI의 새 대형 언어모델 '프로메테우스'에서 실행되는데, 이 모델은 챗GPT와 GPT-3.5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성능을 갖췄다. MS는 검색 엔진 빙과 함께 웹브라우저인 엣지에도 AI 기술이 탑재된다고 덧붙였다. MS는 앞서 2월 2일에는 챗GPT로 구동되는 업무용 메신저와 화상회의, 문서 공유 기능 등을 갖춘 기업용 협업 플랫폼 '팀즈 프리미엄'을 유료(월 7달러)로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2월 7일 챗GPT와 유사한 '어니봇(Ernie Bot)'을 3월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두는 지난 2019년 언어 이해, 언어 생성, 텍스트-이미지 생성과 같은 광범위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초거대 언어모델 '어니'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의 공동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최근 발표된 Open AI의 GPT4.0은 기존의 언어 모델들보다 상위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갖고 있으며,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소리 등의 멀티모달 기술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텍스트 마이닝과 같은 기존의 데이터 분석 방법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정교한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으며, 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며,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은 동시에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와 안전 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큰 관심사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생성형 AI의 발전이 미치는 영향과 동시에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와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우리가 누리는 혜택과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인공지능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특히 챗GPT와 같은 기술의 활용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챗GPT는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으로, 가장 세련된 대화형 인공지능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챗GPT의 놀라운 기능들을 발견하고 이를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가이드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업무, 생활, 창작, 그리고 자녀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알 수 있도록 쉽게 썼다고 공동 젓자는 밝히고 있다. 1장 「우리 앞에 다가온 AI(인공지능) 시대」, 2장 「챗GPT를 생활에 활용하기」, 3장 「챗GPT로 크리에이터 및 N잡러 되기」, 4장 「챗GPT를 자녀 교육에 활용하기」, 5장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이다. 1장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시작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 챗GPT 회원 가입 방법, 유료 회원 가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2장에서는 챗GPT를 일상생활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크롬 확장 앱, 프롬프트, 한글 사용법, 구글 검색과의 연동 등 다양한 활용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생활과 업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3장에서는 챗GPT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화제성 키워드를 이용한 SNS 글쓰기, 블로그 글쓰기, 인공지능으로 캐릭터 만들기, 유튜브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4장에서는 챗GPT를 자녀 교육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미래의 불안정한 노동계급을 대비하여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자녀를 키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자녀에게 블로그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코딩 교육을 받게하여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살펴본다. 또한, 지금의 청소년들이 10~20년 후에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미래의 전망도 제시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역할과 기술을 살펴본다. 프롬프트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법을 알아보며, 챗GPT에서 프롬프트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로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독자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책에 내놓은 실전 프롬프트 예시 등을 보아가며 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챗GPT는 생활의 질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돈을 버는 방법까지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할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이 모든 것은 인공지능의 세계로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니만큼 더 발전된 기술 구현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독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 : 최재용

 

현) 디지털융합교육원 (CJYU) 원장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초빙 교수

서울디지털재단 자문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4차산업혁명연구원 이사장

 

저자 : 백남정

 

테크파이 대표이자, 폴리텍 대학 겸임교수다. 대한의료데이터협회 기술이사, 한국디지털금융자산연구원(KDiFAI) 전문위원으로 있다. ISMS-P 심사원, 해외송금 한패스, E9PAY에서 자금세탁방지 책임자, 삼성페이 해외송금 PM,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증권투자, LG전자등의 업무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지역정보개발원, 영남대병원 개인정보보호 컨설팅, 남동발전 BCP(사업연속성) 컨설팅을 하였다. 블록체인, 테크핀, 정보보호에 관심이 많다.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블록체인 개발 전문가(하이퍼레저 패브릭)강의와 블록체인 입문/기획자 양성과정 강의를 수행하였다. 네이버 〈어린이 선한 부자〉 카페를 아들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뉴딜시대 리더가 꼭 알아야 할 데이터3법』, 『쉽게 이해하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4차 산업혁명시대 핀테크 개인정보보호』, 『블록체인 정보보호』, 『재취업 전직지원서비스 효과적 모델』 등의 책을 썼다.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를 함께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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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 이병헌 각본집
이병헌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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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집이 없지! 꿈이 없냐?” '환상의 드림팀'이 코믹하게 한 말이다. 팀 이름은 드림팀이지만 '팀워크'는 완전 '환장'이다. 영화 〈극한 직업〉에서 1,6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영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등극한 '천만 감독' 이병헌이 이번에는 영화 〈드림〉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개념 없는 전직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스크린에 펼쳐진다. 이 책 『드림』은 감독 이병헌이 직접 각본한 대본집이다. 동시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서 출간된 책이다.

시사회에서 〈드림〉은 박서준과 아이유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돋보이며, 유쾌하고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한 영화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홈리스 풋볼 월드컵을 주제로 박서준과 아이유가 화끈한 케미를 선보이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아이유의 새로운 캐릭터와 박서준의 감동적인 연기, 이병헌 감독의 캐스팅 등으로 기존 코미디 영화와 차별화된, 유쾌한 재미를 선보인다.

"〈드림〉은 보통을 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고 밝힌 이 책의 저자로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병헌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으로 〈드림〉은 무수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는 것.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대한민국 홈리스 대표팀. 승패와 상관없이,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회다. '사회의 축소판' 같은 그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감독은 서울 영등포 〈빅이슈〉 사무국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홈리스의 사연을 접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12년의 기다림 끝에 관객을 만난 〈드림〉은 무엇보다 '홈리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노련한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의 티키타카에 웃다 보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홈리스 캐릭터들이 다가온다.

 


 

독자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월드컵이 붙은 다른 종목의 세계대회도 자주 즐겨보기도 한다. 그러나 '홈리스 월드컵'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설정한 개념의 축구대회인가? 예전 〈교도소 월드컵〉이란 영화가 기억나서 품은 의문이다. 홈리스 월드컵은 처음 들은 말이다. 영화 제작자에 따르면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은 축구를 통해 홈리스, 시설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의 자립 의지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세계에서 유일한 홈리스들의 국제 축구 대회다. FIFA(세계축구협회)가 주관하진 않지만 '홈리스 월드컵 재단'에서 주관한다. 전 세계 70여 개 국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4년에 한 번 열리는 일반 월드컵과 달리 매년 개최되는 연례 대회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가 멜 영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빅이슈〉의 창립자 존 버드의 제안으로, 2001년 헤럴드 슈미에드와 함께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활을 돕자는 취지로 홈리스 월드컵 재단을 설립했다.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첫 번째 대회가 개최된 후, 스웨덴·스코틀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덴마크·호주·프랑스·멕시코·폴란드·칠레·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오는 7월 8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다.

FIFA 공식 주관은 아니지만 재단 측에서 마련한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만 16세 이상의 홈리스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각 국가의 공식 주관사에서 심사를 거쳐 대표팀을 꾸린다. 대회에 출전할 기회는 단 한 번만 주어진다. 전 대회 출전자는 다음 대회에 나설 수 없다. 남녀 모두 출전할 수 있다. 2003년 대회가 출범했을 당시에는 남자부 대회만 있었지만, 2010년부터 여자부 대회도 신설됐다. 골키퍼 1명, 필드 플레이어 3명이 뛰는 4인제 풋살 방식으로, 전·후반 각 7분의 경기로 승패가 결정된다. 선수 교체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조별 리그 경기를 통해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한국은 2010년 브라질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매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65개 국이 참가한 첫 대회에서는 4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최우수 신인팀상(BEST NEW COMER)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영화 〈드림〉의 모티프가 바로 이 대회라고 이병헌 감독은 밝힌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9년 영국 카디프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서 남자부가 기록한 44개 국 중 32위다. 해당 대회에서 한국은 5승 7패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의 첫 대회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더해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 〈드림〉. 이병헌 감독은 TV 다큐멘터리로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첫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은 저조했지만 가장 큰 응원을 이끌어낸 한국 대표팀의 투지와 열정에 큰 감동을 느껴 이에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실제 한국 팀의 경기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최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브라질 대회 과정, 그 내용을 똑같이 영화로 옮기고 싶었다. 실화에 나의 기교로 뭔가 만들어서 끼워 넣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과연 영화 〈드림〉은 제작 전부터 말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리 1,600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감독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축구대회 참가기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더구나 코믹 드라마로 알려져 있는데... 이병헌 감독도 적잖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극한 직업〉과 〈드림〉은 다른 결의 영화라고 설명한다. "코미디라는 형식이 공통적으로 삽입되었다고는 하나 저는 모든 작품이 뚜렷하게 달랐습니다. 정통 코미디는 〈극한 직업〉이 유일했던 것 같고 〈드림〉 같은 경우는 유머가 실린 휴먼 드라마로 생각했습니다. 인물을 희화화 시키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 코미디와 대사를 가득 채워 놓고 스텝들과 회의를 거쳐 불필요하거나 불편한 것들을 삭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스토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아마 감독으로서 캐릭터 선정에 더 열심이었던 것은 스토리에 비해 뛰어난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홍대는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다. 전직 국가대표라고 해도 될 만큼 유명 축구 선수였다. 그러나 동료에게 밀려나지 않으려 아집을 부리던 축구 선수 윤홍대는 결국 경기를 망치고 만다. 감독에게 크게 혼난 뒤, 자신의 어머니를 걸고넘어진 어느 기자와는 육탄전까지 벌인다. 결국 선수 생활이 불투명해진 홍대. 그런 그에게 홈리스 풋볼 월드컵의 국가대표 감독직 제안이 들어온다. 내키진 않지만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라는 말에 수락하게 된다. 국가대표팀에는 최연장자 환동(김종수 분)과 딸밖에 모르는 효봉(고창석 분), 이길 수 있다면 반칙도 불사하는 범수(정승길 분), 에너지 넘치는 골키퍼 문수(양현민 분), 속내를 알 수 없는 영진(홍완표 분)이 속해 있다. 하지만 득점은커녕 골대를 향해 제대로 공을 찰 수 있는 선수조차 없다. 홈리스 국가대표의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인데, 이를 기획한 PD 소민이 오직 사연만을 기준으로 멤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홍대는 남다른 실력을 지닌 인선(이현우 분)을 어렵게 섭외해 마침내 팀을 꾸린다.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민의 요청으로 홍대는 의욕 있는 척 훈련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홍대가 불량배들을 처단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정상 홈리스 축구단 감독직을 포기해야 한다. 고민하는 홍대와 그의 도움이 절실한 국가대표 선수들. 월드컵을 앞둔 출국 당일, 외로이 걷던 선수들 곁에 어느 순간 홍대가 나란히 발을 맞추기 시작한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웃음보다는 감동의 비율이 늘어난다. 다만, 억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감동이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드림〉은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기승전결, 이를테면 우여곡절을 거쳐 성장한 선수들이 끝내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헤어진 가족, 잃어버린 애인을 여전히 사랑하고 변화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홈리스들의 진심이 눈길을 끈다. 한국팀의 경기 장면은 극 후반부의 월드컵 대회에 몰려 있다. 선수들은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을지라도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시합을 거듭해가며 상대 팀에게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맨십도 배워간다. 승리라는 기록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 이들에겐 더 오래 남을 것이란 영화의 메시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싶었고,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쉽고 재밌게 대중영화로 만들고 싶었죠. 다만, 투자자를 설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잇단 실패 속에서 ‘내 생각이 잘못됐나’, ‘내가 고집 피우는 것일까’ 싶기도 했지만, 마음을 부여잡고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홈리스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는 한 줄의 편견을 깨기 위해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병헌 감독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지 못하는 세상인데, 홈리스의 축구라니….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등장인물의 일러스트로 구성한 숨은 그림 찾기, 영화 속 명대사, 감독의 사인은 물론 출전 선수들의 정성 어린 사인을 사진과 함께 엽서로 꾸몄다. 부모와 자녀, 가족까지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각본집을 읽는 모든 분들 역시 ‘보통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끼시기를 바란다고 이병헌 감독은 말한다.

 


 

영화를 직접 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책을 통해 얻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아직 원작 소설과 이를 영화화한 경우 히트를 친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졌다. 혹시 대성공을 거둔 영화는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변형했거나, 원작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세계를 끼워넣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작의 감동을 못 따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 영화 〈드림〉은 어떨까? 독자들이 책을 직접 보고 판단해보시길 권유한다. 즐거리나 주요 포인트를 알고 보는 영화처럼 재미 없는 일은 없을 테니. 영화를 보신 분들도 독자로서 이 책을 읽고 다른 점과 좋았던 점을 비교해 본다면 이 스토리의 참뜻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영화는 영화 후반의 경기 장면은 부다페스트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는데 '스포츠 영화'는 일반적으로 경기 자체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 영화는 어땠을까?

"이미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담긴 후반부 경기 내용은 실제 브라질 월드컵의 내용과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라면 어떤 팀이 이길까 혹은 질까? 긴박하고 짜릿한 승부를 그려야겠지만, 홈리스 월드컵은 승패와 결과보단 참여와 과정, 그 안에서 자활의 의지와 동기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군다나 한국 팀이 진다는 것은 실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너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의 장면은 스포츠영화 특유의 박진감이 아닌 인물의 감정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좁은 경기장 안에서 죽어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잡아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자 : 이병헌

 

[유니콘](202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종병기 앨리스](2022) 총감독, 극본

[어게인 마이 라이프](2022) 각색

<귀여운 남자>(2021) 각본

[멜로가 체질](2019) 연출, 극본

<극한직업>(2019) 연출, 각색

<레슬러>(2018) 각색

<바람 바람 바람>(2018) 연출, 각색, 음악지원

[긍정이 체질](2016) 연출, 극본

<스물>(2015) 연출, 각본

<오늘의 연애>(2015) 각본

<타짜: 신의 손>(2014) 각색

[출출한 여자] (2013) 연출, 각본

<힘내세요, 병헌씨>(2013) 연출, 각본, 제작

<써니>(2011) 각색, 스크립터

<냄새는 난다>(2009) 연출, 각본

<과속스캔들>(2008) 각색 등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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