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 이병헌 각본집
이병헌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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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집이 없지! 꿈이 없냐?” '환상의 드림팀'이 코믹하게 한 말이다. 팀 이름은 드림팀이지만 '팀워크'는 완전 '환장'이다. 영화 〈극한 직업〉에서 1,6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영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등극한 '천만 감독' 이병헌이 이번에는 영화 〈드림〉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개념 없는 전직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스크린에 펼쳐진다. 이 책 『드림』은 감독 이병헌이 직접 각본한 대본집이다. 동시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서 출간된 책이다.

시사회에서 〈드림〉은 박서준과 아이유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돋보이며, 유쾌하고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한 영화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홈리스 풋볼 월드컵을 주제로 박서준과 아이유가 화끈한 케미를 선보이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아이유의 새로운 캐릭터와 박서준의 감동적인 연기, 이병헌 감독의 캐스팅 등으로 기존 코미디 영화와 차별화된, 유쾌한 재미를 선보인다.

"〈드림〉은 보통을 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고 밝힌 이 책의 저자로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병헌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으로 〈드림〉은 무수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는 것.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대한민국 홈리스 대표팀. 승패와 상관없이,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회다. '사회의 축소판' 같은 그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감독은 서울 영등포 〈빅이슈〉 사무국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홈리스의 사연을 접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12년의 기다림 끝에 관객을 만난 〈드림〉은 무엇보다 '홈리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노련한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의 티키타카에 웃다 보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홈리스 캐릭터들이 다가온다.

 


 

독자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월드컵이 붙은 다른 종목의 세계대회도 자주 즐겨보기도 한다. 그러나 '홈리스 월드컵'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설정한 개념의 축구대회인가? 예전 〈교도소 월드컵〉이란 영화가 기억나서 품은 의문이다. 홈리스 월드컵은 처음 들은 말이다. 영화 제작자에 따르면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은 축구를 통해 홈리스, 시설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의 자립 의지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세계에서 유일한 홈리스들의 국제 축구 대회다. FIFA(세계축구협회)가 주관하진 않지만 '홈리스 월드컵 재단'에서 주관한다. 전 세계 70여 개 국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4년에 한 번 열리는 일반 월드컵과 달리 매년 개최되는 연례 대회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가 멜 영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빅이슈〉의 창립자 존 버드의 제안으로, 2001년 헤럴드 슈미에드와 함께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활을 돕자는 취지로 홈리스 월드컵 재단을 설립했다.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첫 번째 대회가 개최된 후, 스웨덴·스코틀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덴마크·호주·프랑스·멕시코·폴란드·칠레·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오는 7월 8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다.

FIFA 공식 주관은 아니지만 재단 측에서 마련한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만 16세 이상의 홈리스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각 국가의 공식 주관사에서 심사를 거쳐 대표팀을 꾸린다. 대회에 출전할 기회는 단 한 번만 주어진다. 전 대회 출전자는 다음 대회에 나설 수 없다. 남녀 모두 출전할 수 있다. 2003년 대회가 출범했을 당시에는 남자부 대회만 있었지만, 2010년부터 여자부 대회도 신설됐다. 골키퍼 1명, 필드 플레이어 3명이 뛰는 4인제 풋살 방식으로, 전·후반 각 7분의 경기로 승패가 결정된다. 선수 교체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조별 리그 경기를 통해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한국은 2010년 브라질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매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65개 국이 참가한 첫 대회에서는 4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최우수 신인팀상(BEST NEW COMER)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영화 〈드림〉의 모티프가 바로 이 대회라고 이병헌 감독은 밝힌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9년 영국 카디프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서 남자부가 기록한 44개 국 중 32위다. 해당 대회에서 한국은 5승 7패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의 첫 대회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더해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 〈드림〉. 이병헌 감독은 TV 다큐멘터리로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첫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은 저조했지만 가장 큰 응원을 이끌어낸 한국 대표팀의 투지와 열정에 큰 감동을 느껴 이에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실제 한국 팀의 경기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최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브라질 대회 과정, 그 내용을 똑같이 영화로 옮기고 싶었다. 실화에 나의 기교로 뭔가 만들어서 끼워 넣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과연 영화 〈드림〉은 제작 전부터 말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리 1,600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감독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축구대회 참가기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더구나 코믹 드라마로 알려져 있는데... 이병헌 감독도 적잖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극한 직업〉과 〈드림〉은 다른 결의 영화라고 설명한다. "코미디라는 형식이 공통적으로 삽입되었다고는 하나 저는 모든 작품이 뚜렷하게 달랐습니다. 정통 코미디는 〈극한 직업〉이 유일했던 것 같고 〈드림〉 같은 경우는 유머가 실린 휴먼 드라마로 생각했습니다. 인물을 희화화 시키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 코미디와 대사를 가득 채워 놓고 스텝들과 회의를 거쳐 불필요하거나 불편한 것들을 삭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스토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아마 감독으로서 캐릭터 선정에 더 열심이었던 것은 스토리에 비해 뛰어난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홍대는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다. 전직 국가대표라고 해도 될 만큼 유명 축구 선수였다. 그러나 동료에게 밀려나지 않으려 아집을 부리던 축구 선수 윤홍대는 결국 경기를 망치고 만다. 감독에게 크게 혼난 뒤, 자신의 어머니를 걸고넘어진 어느 기자와는 육탄전까지 벌인다. 결국 선수 생활이 불투명해진 홍대. 그런 그에게 홈리스 풋볼 월드컵의 국가대표 감독직 제안이 들어온다. 내키진 않지만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라는 말에 수락하게 된다. 국가대표팀에는 최연장자 환동(김종수 분)과 딸밖에 모르는 효봉(고창석 분), 이길 수 있다면 반칙도 불사하는 범수(정승길 분), 에너지 넘치는 골키퍼 문수(양현민 분), 속내를 알 수 없는 영진(홍완표 분)이 속해 있다. 하지만 득점은커녕 골대를 향해 제대로 공을 찰 수 있는 선수조차 없다. 홈리스 국가대표의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인데, 이를 기획한 PD 소민이 오직 사연만을 기준으로 멤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홍대는 남다른 실력을 지닌 인선(이현우 분)을 어렵게 섭외해 마침내 팀을 꾸린다.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민의 요청으로 홍대는 의욕 있는 척 훈련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홍대가 불량배들을 처단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정상 홈리스 축구단 감독직을 포기해야 한다. 고민하는 홍대와 그의 도움이 절실한 국가대표 선수들. 월드컵을 앞둔 출국 당일, 외로이 걷던 선수들 곁에 어느 순간 홍대가 나란히 발을 맞추기 시작한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웃음보다는 감동의 비율이 늘어난다. 다만, 억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감동이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드림〉은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기승전결, 이를테면 우여곡절을 거쳐 성장한 선수들이 끝내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헤어진 가족, 잃어버린 애인을 여전히 사랑하고 변화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홈리스들의 진심이 눈길을 끈다. 한국팀의 경기 장면은 극 후반부의 월드컵 대회에 몰려 있다. 선수들은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을지라도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시합을 거듭해가며 상대 팀에게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맨십도 배워간다. 승리라는 기록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 이들에겐 더 오래 남을 것이란 영화의 메시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싶었고,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쉽고 재밌게 대중영화로 만들고 싶었죠. 다만, 투자자를 설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잇단 실패 속에서 ‘내 생각이 잘못됐나’, ‘내가 고집 피우는 것일까’ 싶기도 했지만, 마음을 부여잡고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홈리스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는 한 줄의 편견을 깨기 위해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병헌 감독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지 못하는 세상인데, 홈리스의 축구라니….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등장인물의 일러스트로 구성한 숨은 그림 찾기, 영화 속 명대사, 감독의 사인은 물론 출전 선수들의 정성 어린 사인을 사진과 함께 엽서로 꾸몄다. 부모와 자녀, 가족까지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각본집을 읽는 모든 분들 역시 ‘보통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끼시기를 바란다고 이병헌 감독은 말한다.

 


 

영화를 직접 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책을 통해 얻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아직 원작 소설과 이를 영화화한 경우 히트를 친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졌다. 혹시 대성공을 거둔 영화는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변형했거나, 원작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세계를 끼워넣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작의 감동을 못 따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 영화 〈드림〉은 어떨까? 독자들이 책을 직접 보고 판단해보시길 권유한다. 즐거리나 주요 포인트를 알고 보는 영화처럼 재미 없는 일은 없을 테니. 영화를 보신 분들도 독자로서 이 책을 읽고 다른 점과 좋았던 점을 비교해 본다면 이 스토리의 참뜻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영화는 영화 후반의 경기 장면은 부다페스트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는데 '스포츠 영화'는 일반적으로 경기 자체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 영화는 어땠을까?

"이미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담긴 후반부 경기 내용은 실제 브라질 월드컵의 내용과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라면 어떤 팀이 이길까 혹은 질까? 긴박하고 짜릿한 승부를 그려야겠지만, 홈리스 월드컵은 승패와 결과보단 참여와 과정, 그 안에서 자활의 의지와 동기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군다나 한국 팀이 진다는 것은 실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너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의 장면은 스포츠영화 특유의 박진감이 아닌 인물의 감정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좁은 경기장 안에서 죽어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잡아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자 : 이병헌

 

[유니콘](202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종병기 앨리스](2022) 총감독, 극본

[어게인 마이 라이프](2022) 각색

<귀여운 남자>(2021) 각본

[멜로가 체질](2019) 연출, 극본

<극한직업>(2019) 연출, 각색

<레슬러>(2018) 각색

<바람 바람 바람>(2018) 연출, 각색, 음악지원

[긍정이 체질](2016) 연출, 극본

<스물>(2015) 연출, 각본

<오늘의 연애>(2015) 각본

<타짜: 신의 손>(2014) 각색

[출출한 여자] (2013) 연출, 각본

<힘내세요, 병헌씨>(2013) 연출, 각본, 제작

<써니>(2011) 각색, 스크립터

<냄새는 난다>(2009) 연출, 각본

<과속스캔들>(2008) 각색 등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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