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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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아웃사이더 ‘고딩‘, 열입곱 살의 소녀 마고 머츠가 꽁꽁 숨은 악마 같은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정의를 실현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법과 행정의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디지털 탐정의 분투기로서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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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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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순간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을 떠올랐다. 처음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을 땐 단순 포로노물 제작 유포로 알았으나 내용이 수사로 드러나자 사회적으로 큰 경고음을 냈다. 특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아동 및 미성년자들이어서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그 전에는 이런 범죄가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데 작은 조직으로 가능한 이유가 인터넷이라든지 디지털 시스템이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범죄의 지능화·흉포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다량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굉장히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지만 '해외 사이트'라는 이유로, SNS의 개인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손쉽게 가능해진다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는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의 실상을 열일곱 소녀의 시각으로 파헤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톡톡 튀는 열일곱 살 소녀의 시선으로 진지한 사회 문제를 발랄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칫 진지한 주제 탓에 무거울 것 같은 이야기는 마고 머츠라는 풋풋하고 톡톡 튀는 주인공을 통해 발랄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리나라에 앞서 고도화·지능화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미국에서 이 소설은 “깊이 있고 흥미진진하면서도, 마땅히 분노해야 할 정의로운 문제를 다룬 소설(Kirkus Reviews)”, “희생자들을 보호하고 정의를 되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에 빠져든다(BCCB)” 등의 찬사를 받으며 언론과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마고는 루스벨트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개인적인 고민(교실 내 파벌, 연애, 고만고만한 친구 관계 등)보다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점, 정치적 캠페인에 더 관심을 두는 그녀는 학교에서도 대표적인 괴짜이자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하지만 또래 고등학생부터 교사는 물론 직장인까지 그녀를 수소문해서 찾아올 만큼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탁월한 해킹 수준과 탐정 능력을 갖춘 ‘디지털 장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우관계와 사회성은 자신과 엇비슷하지만, 해킹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이웃사촌이자 한 살 위 오빠인 새미 산토스와 한 팀을 이뤄 인터넷에서 감추고 싶은 온갖 스캔들을 은밀하게 삭제한다.

점점 늘어나는 수요에 효율적이면서도 합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녀는 아예 ‘MCYE(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Mertz Cleans Your Filth의 약자)’라는 회사명으로 사업자등록까지 한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정상인일 수 있는 곳”인 스탠퍼드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등록금을 벌 때까지 고등학생과 사업자로서 이중의 삶을 버티기로 한다.

하지만 졸업반 섀넌의 간절한 의뢰를 듣게 되면서 ‘본캐’와 ‘부캐’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던 그녀의 일상에도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그렇잖아도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며 정신이 없었던 마고는 섀넌의 부탁을 듣기도 전에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가 ‘루비(루스벨트 비치스의 약자)’라는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의 피해자라는 사실과 그녀 말고도 루스벨트고교의 피해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로 한다. 사회성은 별로 없지만 인지력은 최고라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을 듣는 마고의 활약을 어디까지 기대해도 좋을 것인가? 독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마고는 인터넷 해결사답게 꽁꽁 숨은 악마 같은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응한다.

 

 

독자로서는 이 소설의 가치를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이나, 친구들과의 사교성도 부족한 열일곱 살의 주인공이 사회적 모순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꿰뚫어볼 줄 아는 사춘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공동 저자 이언 맥웨시, 캐리 매크로슨의 캐릭터 창조력이 탁월하다고 본다. 마고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불륜을 저지르고, 도박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적절한 위치에 있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노력도 지녔다. 그리고 목표를 향한 열정과 의지는 남 못지않다는 진취적인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진 인물이다. 맡은 일을 하기 위해 감정의 동요 없이 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능력도 뛰어난 인물이다.

주인공 마고는 실제로 개인을 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공의 영역에서 정의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사실에 몹시 분개한다. 마고가 혼자 힘으로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 ‘루비’를 박살 내고 주모자들을 밝혀낼 것을 다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고는 이웃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섹스팅 스캔들’의 전모가 밝혀지고 난 뒤 가해자 몇몇이 정학을 당했을 뿐, 오히려 피해자인 여학생들 전원이 경찰에서 주관하는 ‘사생활 보호와 신체 지각’이라는 강의를 들었다는 사실(심지어 피해자 중 몇몇도 정학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나 행정당국에서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임을 깨닫는다. 정의는 평등한 법이 아니라 재력과 권력 그리고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소설 속의 이야기는 너무도 현실적이다. 이야기는 미국에서 일어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 적용해도 하나도 다른 게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독자의 독후 소감이다. 독자는 그녀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사회성이 부족한 그녀가 용의선상에 떠오른 이들에게 어떤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파헤쳐 나갈지, 과연 그녀의 뜻대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그 뒤를 흥미진진하게 쫓아가게 된다.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를 박멸하려는 마고의 노력은 다른 한편으로 은둔형 외톨이 기질을 지닌 그녀가 동굴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과정으로 공동 저자의 은유적 표현이다. 또래와 마땅한 공감대를 찾을 수 없었던 마고는 감성보다 이성으로 사람이나 상황을 분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말도 섞기 싫은 용의선상의 인물들에게 접근해야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마고는 조금씩 변화한다. 표면적인 대인관계에 배려와 연모, 실망과 증오 등 복잡한 감정이 파고들면서 감정의 고저가 휘몰아치고 마고는 어느새 사람 냄새가 나면서도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볼 줄 알게 된다. 이 소설에는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지적 능력은 뛰어난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서사가 담겨있다.

굉장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특히 미성년자인데도 사회적 인지력은 높고,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아직은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진취적 성격의 열입곱 살 마고는 과연 극악무도한 악마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마고를 창조해낸 저자들은 이 책이 소설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동 저자인 경우가 드문데도 이를 원활하고 매끄럽게 처리했다. 사실 현실에서 열일곱 살이란 나이는 아직 미성년자이고 인생관, 가치관 등이 명확한 사람은 드물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공동 저자는 다분히 현실적인 결말로 밀도 높은 인과관계를 완성하고,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두 저자의 성격을 합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독자의 판단이다. 마고가 가진 사회에 대한 '통찰력'은 두 작가의 공통적인 능력 사회 통찰력의 결과 아닌가 싶다. 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위해를 가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범죄에 비해 너무도 부족한 사법 제도의 시스템, 더 나아가 사건이 밝혀져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불행해지는 사회의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문제가 제기되면 수사 담당자가 아닌 정책자들이 관심을 갖고 마땅히 연구해야 한다.

 


 

디지털 최첨단의 시대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이미 우리 사회는 접어들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모든 게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1~3차 산업혁명 시대보다 시간은 빨라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수많은 개선 과제에서 우선 가장 밑바탕이 되는 AI와 빅데이터, 자율주행과 무인 항공기 발전 등은 상당한 위치에 와 있다고 말하는 시대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자신의 직업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다시피 혁명은 소수가 반대한다고 멈출 수는 없다. 혁명은 가다 멈춘다면 혁명이 아니라 퇴보로 이어진다. 일단 같은 배에 올라탄 우리들은 배가 잘 가고 안정된 속도로, 안착되어가릴 바란다. 초기의 범죄에 대해 마땅한 처벌은 이어지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가혹한 처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이 완성된다면 많은 인간이 퇴출될 것이다. 그 많은 인간에 들어가는 첫 번째 순서는 당연히 범죄자들이다. 그것은 어떤 혁명이든 마찬가지 결과라는 게 지금까지의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증명되어 온 사실이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사실 인간의 노동력에 의지하던 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결국 퇴출됐다. 기존 직업자들의 대부분은 직업을 바꿔야 했다. 어떻게?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구제 받는다. 퇴출될 사람들은 범죄자들이다.

사회가 바뀌면 바뀐 사회라는 것을 대중들이 인식하기에 범죄자 퇴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또 범죄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더 강력한 처벌을 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와서도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동이나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 당연히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온 우리 모두는 느끼겠지만 3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더 강력한 처벌 방식을 선택했다. '신종' '다수 피해' '큰돈' 등의 범죄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기존 법보다 더 엄하게 처벌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간에서 저지른 범죄는 디지털 시대에는 이 작품 속의 범죄자는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인간의 순리다.

 


 

섀넌은 그린바움 직원들이 보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 내게 조심스레 핸드폰을 건넸다. 곧이어 나도 이유를 알게 됐다. 한눈에도 ‘루스벨트 비치스’는 비밀번호 보안이 걸린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보복성 성 영상물-옮긴이) 사이트였다.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반라 또는 전라 사진이 즐비했다. 하나같이 본인의 허락 없이 올린 사진들이었다. 여자애가 누군가와 섹스팅을 하면 그 사진들이 ‘루비’에 실린다. 전 남자친구가 홧김에 올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카일처럼 악감정은 없지만 미성년 여성들의 벗은 몸 사진 모음에 단순히 몇 장 보태고 싶어 하는 놈들이 올리는 경우도 있다.(p.68)

 

저자 : 이언 맥웨시(Ian McWethy)

50개 넘는 나라에서 공연한 희곡을 쓰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단막극을 만든 베테랑 작가로 손꼽힌다. 아내인 캐리 매크로슨과 함께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Margot Mertz Takes It Down》, 《Margot Mertz for the Win》을 집필했다.

 

저자 : 캐리 매크로슨(Carrie McCrossen)

배우 겸 작가 겸 코미디언. 〈The New Yorker’s Daily Shouts〉, 〈the Lifetime network〉, 〈Funny or Die〉에 글을 기고했으며, 남편인 이언 맥웨시와 소설을 썼다. 아들에게 수제 나무 장난감을 사주는 걸 즐기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역자 : 이신

영미권 도서 번역가. 원저자의 문체와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을 추구한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수첩의 [펜더개스트] 시리즈와 [셀렉션] 시리즈를 비롯해 《죽기 위해 산다》, 《신비한 소년 44호》,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블레이드]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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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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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고민하는 존재’인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인간은 눈 뜨고 있는 한 생각을 계속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하루에도 수천 번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경험한다. 모두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예를 들거나 과학적 증거를 들이밀 필요도 없는 말이다. 이 선택의 문제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일 수도 있고, 별 의미 없는 소소한 일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러셀 로버츠는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제(답이 없는 문제)를 세운다. 저자는 몇 년 전 친구와 산책하다가 그 친구가 자녀를 가질지 말지를 아내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녀가 생겼을 때 잃는 것과 얻는 것을 종이에 죽 적어 보았는데도, 이게 과연 좋은 생각인지 어떤지 두 사람 다 확신이 없다면서 조언을 구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사람들이 자녀를 갖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달리 해줄 말이 별로 없어서이다. 대신 부모가 되는 게 실제로 어떤 건지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녀를 갖기 전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희생(일할 시간과 쉴 시간이 줄어들고, 휴가 때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고, 기저귓값·분윳값·교육비와 같은 비용이 발생하는 등)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점을 압도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도 답변으로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답을 해주지 못한 것처럼 저자의 의도가 읽힌다.

저자는 이처럼 주장한다. "자녀를 갖는 게 비이성적인 행동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수많은 부모가 증언해 줄 것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삶을 경험하는 방식의 중심에 자녀가 있다"고 말이다. 수많은 부모가 자녀가 삶에 의미를 준다고 말할 것이다고 장담한다. 이런 괴리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자녀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 같은 문제를 '답이 없는 문제(wild problems)'라고 부른다. 저자의 깊고 심오한 사유가 이 책에 적혀 있다.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라는 다소 추상적 물음에 정의를 내린다. '인생의 갈림길' 같은 것이라고. 어느 쪽이 옳은지도 분명하지 않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택했을 때의 기쁨과 고통이 무엇일지 끝까지 알 수 없으며, 여기서의 내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이 없는 문제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들이다. 저자가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깊은 연구와 사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생의 중요한 의사 결정들, 예를 들어 마느냐, 누구와 하느냐, 자녀를 가질 것이냐, 어떤 커리어를 추구할 것이냐, 친구와 가족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을 바칠 것이냐,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등과 같은 답이 없는 문제들은 데이터나 과학적 방법론 혹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합리적 접근법으로는 결정이 되지 않는다."(p.17)

저자는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생 시절 경제학과 건물 벽에 캘빈 경(Lord Kelvin, William Thomson)의 말이 새겨져 있었음을 기억해 낸다. "측정할 수 없는 지식은 빈약하고 불충분하다." 현대인들은 켈빈 경의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자연과학이, 다음에는 서서히 사회과학이, 심지어는 인문학까지도 '측정(데이터 수집)'이 곧 더 나은 삶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측정 과정을 개선해야 하고, 그렇게 측정된 내용을 이해해서 더 유능해지고 생산적이고 건강해지는 게 더 나은 삶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그러나 답이 없는 문제들은 측정을 거부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나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유이다. 어제는 맞았던 방법이 내일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를 추가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다스려지지도, 길들여지지도 않으며 그때그때 저절로 생겨나고, 유기적이고, 복잡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해진 합리적 방법을 따라가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답이 있는 문제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답이 없는 문제들을 다스린 것은 권위와 전통이었다고 강조한다. "왕이 나와 내 부모를 지배했고, 태어날 때부터 종교가 있었고, 문화가 우리를 둘러쌌다. 그러나 이제 왕은 죽었다. 종교의 장악력도 꾸준히 약해진다. 전통? 우리는 가뿐히 떨쳐 보리고 나 자신을 백지상태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연필을 들고 원하는 대로 내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철학적 사색에 의해 표현된 답이 없는 문제들은 은유와 상징적 표현들로 그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표현이다. 한때는 운명이었던 것이 이제는 선택이다는 말을 저자는 자유와 함께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어렵기도 하고 종종 불안하기도 하다는 말로 선택의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레시피도, 알고리즘도, 앱도 없는 상황에서 이 드넓은 자유를 대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고민에 부닥친다.

저자의 선택은 명확하다. 답이 없는 이 어려운 문제들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려고 노력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최선을 다해 계량화해 보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게 좀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단언한다. 정답을 향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옳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앞서 언급한 친구가 조언을 구했을 때, 즉 자녀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라는 답이 없는 문제에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을 하도록 충분한 조언이 되고,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옳은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필요하면 '옳은 결정'이라는 것 없다는 걸 보여주기도 할 것이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여행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답이 없는 문제들-지도 없이 인생을 여행하는 법」, 2장 「다윈의 딜레마-사랑과 결혼, 우뇌와 좌뇌가 충돌할 때」, 3장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엄청난 사고를 친 바보들의 기쁨과 슬픔」, 4장 「천재들의 생각법-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계산을 푸는 101가지 방법들」, 5장 「돼지냐, 소크라테스냐-탐욕스럽게 혹은 우아하게, 삶의 조건을 탐하는 법」, 6장 「인간의 성장-쾌락과 목적 사이에서 삶의 균형 잡기」, 7장 「페넬로페와 108명의 구혼자-복수의 선택지가 있을 때 최선을 택하는 전략」, 8장 「세상과 나-비틀거리지 않고 관계에 대처하는 법」, 9장 「성자와 청소부-내 양심의 가격은 얼마일까?」, 10장 「슈퍼볼 감독의 불패 전략-실패하기 싫어 선택하지 않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11장 「잘 산다는 것-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12장 「최고의 질문들-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 등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출처 및 읽을거리」는 책에서 인용된 저서나 논문, 그리고 저자들과 그들이 쓴 책의 제목 등을 일일이 기록해놓아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이해를 위해 그들이 쓴 책의 목록도 실어놓음으로써 색인, 참고, 해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천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범인(凡人)과 마찬가지로 자신 앞에 닥친 어둠에 대처하기 위해 두뇌를 총동원했다. 1838년 위대한 과학자 다윈은 결혼이 자신의 인생에 끼칠 영향을 따지기 위해 이른바 ‘장단점 목록’을 만들었다. 그보다 앞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똑같은 목록을 만들었고, 20세기 초 프란츠 카프카도 결혼의 장단점을 저울질한 기록을 일기에 고스란히 남겼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계량화하려는 이런 시도에 대해 저자는 가로등과 열쇠의 비유를 들며 그 위험을 경고한다. 우리는 흔히 잃어버린 열쇠를 찾기 위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찾는 게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지만, 열쇠가 가로등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경우 우리는 결코 그 열쇠를 찾을 수 없다. 자신이 잘 아는 것이나 상상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외의 수많은 선택지를 결코 만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쓰기 전 저자의 분석과 성찰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앞의 각 장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천재와 성자, 청소부, 과학자, 경제학자, 심지어 고인(故人)까지도. 물론 고인은 그들의 생애 동안 남긴 업적과 저서, 논문, 생애를 쓴 평전 등도 가리지 않았다. 잠시 잊었을 독자들이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독자가 다시 한 번 무슨 답을 구하려는지에 대해 저자가 찾아가는 것을 소환해 본다. 바로 살면서 부닥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여러 학자들의 실험을 소개하고, 실수와 후회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슈퍼볼 감독의 일화도 인용한다. 인생을 잘 사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예술가와 문인들의 창작 습관이 거론되는가 하면,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저자의 깊은 성찰과 사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쾌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채로운 비유와 은유가 동원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라고 출판사 측은 책 소개글에서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쾌락과 고통의 총량을 비교해 결정을 내리는 우리의 관점에 대해서는 ‘돼지와 철학자’의 비유를 들며(각 장의 제목에도 나와 있다), 과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욕망과 습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착한 개와 못된 개’의 우화를 언급하고, 인간에게 있어 성장과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밝은 길과 어두운 길’을 대비시킨다. 경험의 한계를 공감시키기 위해 ‘뱀파이어 되기’라는 은유를 끌어들이고, 결심과 충동의 관계를 설명하는 예시인 ‘동전 던지기’로 우리의 통념을 깨기도 한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주면서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의 재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책이 재미 있게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에 따라 평생을 숫자와 이성으로 세계를 파악했던 한 경제학자가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기록한 사려 깊은 조언이자, 실수가 두려워 선택을 주저하는 세상의 모든 바보들을 위한 힘찬 응원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두렵지만 그에 맞서 한 걸음을 뗀 우리의 무모한 도전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전략을 제시하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성이라는 숙명을 안고 산다. 후회가 무서워 선택을 망설이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에 급급하다. 이에 따라 저자는 선택을 위한 원하는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두려워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팩트가 모두 수집되는 날은 절대로 오지 않으며, 아무리 치밀하게 계산해도 버그는 발생한다"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 내가 바랐던 것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해서 그게 실수는 아니"며 그냥 나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하나의 선택일 뿐"이라고.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길이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험을 감수하고 그 길을 직접 걸어 보는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피카소의 말처럼 “뭘 그릴지 알려면, 일단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인생에서 최고의 성취는 보통 나에게 잘 안 맞을 것 같은 일을 수락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쓰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선택권을 늘리고 그 결과에 대처할 방법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라고 조언을 덧붙인다.

이처럼 저자는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방향을 잡아 가는 생각법,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필요한 삶의 태도, 언제 버티고 언제 그만둘지를 아는 용기 등 거친 세상에서 비틀거리지 않고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을 들려준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민거리로 가득한 이 세상이 점차 아름다워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도대체 어떤 역학이 작용하길래 이기적인 우리가 희생을 감수하기도 하는지, 신뢰란 단어가 나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쾌락이나 행복을 넘어서는 ‘삶의 질감’이란 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결국 ‘잘 산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발간 취지이자 저자가 노년에 쓴 훌륭한 인생 지침서이다.

 


 

저자는 역설한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또한 정답이 없다는 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인생에는 감정의 기복, 재미, 행복 그 이상의 것이 있으며, 삶은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라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은 우리가 알거나 모르는 어떤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최고의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세상이 그처럼 마법 같을 수 있는 것은 인생이 탐험이기 때문이다.

 

저자 : 러셀 로버츠(Russell Roberts)

 

노벨상 수상자, 세계적 석학 그리고 당대의 거장들이 인정한 미국의 경제학자. 현재 예루살렘에 위치한 샬렘 칼리지의 총장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의 연구원이다. 매주 8만 회 이상 다운로드되는 인기 팟캐스트 이콘토크EconTalk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이콘토크는 세계적 석학과 사상가들이 출연해 경제에 대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밀턴 프리드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널드 코스, 로버트 로플린 등 12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마사 누스바움, 앤절라 더크워스, 토마 피케티,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크리스토퍼 히친스, 마이클 루이스 등 당대의 저명인사들이 다수 출연했다. 대중의 경제학 이해를 위해 여러 동영상도 제작했는데, 20세기 경제학자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비교한 랩 배틀 비디오는 조회수 1,300만을 넘었고, 11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메이슨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로체스터 대학교, UCLA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올해의 교수’로 3회 선정되었다. 워싱턴 대학교 경험학습센터의 초대 소장을 지냈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하고 있으며, 미국공영라디오NPR의 경제 프로그램 ‘모닝 에디션’의 고정 평론가이다. 저서로는 대표작인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외에 《가격의 비밀》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 첫 책 《초이스》는 1994년 〈비즈니스위크〉와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역자 :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 기획팀,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작의 기술』, 『인간 본성의 법칙』, 『위험한 과학책』, 『볼드』, 『제로 투 원』,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빈곤을 착취하다』, 『룬샷』, 『만들어진 진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인문학 이펙트』, 『토킹 투 크레이지』, 『행복의 신화』, 『평온』, 『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 『다크 사이드』, 『포제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아웃퍼포머』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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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부하는 독심술 - 공감과 소통을 위한 마음의 레시피
김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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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제어에 들어가 있는 '독심술'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을 일컫는 마음이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독심술이 무엇인지, 어디에 쓸 때 유용한 것인지 알고 있다. 예전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관심법'도 독심술의 다른 표현의 단어일 뿐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왜 과학일까에 의심이 생긴다면 요즘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프로파일러들이 그 기법을 말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는 증거다. 일부 시청자들이 사이코패스의 심리나 범죄의 행위 등을 알아내는 게 '과학'이라는 말에 적지 않게 부인하는 듯한 점도 보인다. 의학적 지식을 수사에 이용하면 과학 수사란 말을 인정하는데 왜 심리 상태을 이용해 범죄 심리를 밝혀내는 일은 과학 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의 과학의 범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심리학은 매우 과학적으로 진화된 방법으로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알아내는 방법은 과학적이지 않으면 결코 프로파일링은 수사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에서는 100%는 아니더라도 완전·완벽에 가까운 원리나 원칙을 발견하고 이를 수학적 공식으로 세워서 거의 예외 없이 물건이나 우주의 특성 등을 풀어낸다. 이를 적용하면 거의 100%에 가깝게 우주 만물의 법칙이나 원리를 밝혀낸다. 심리학은 대상이 물건이나 우주가 아니라 인간일 뿐이란 점만 다르다. 심리학을 과학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인간의 습관을 연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독자는 책에서 읽은 것을 기억한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습관이 있다. 후천적으로 반복된 행동이 습관이 된다. 그리고 이 습관은 말이나 몸짓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의 언어나 표정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궁예의 관심법과 프로팡일링이 다른 점이다. 저자 역시 책의 〈머리글〉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눈짓 등이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소지품까지 당사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말, 몸동작, 소지품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지침을 소개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는 이유는 자신의 안전을 위한 행위이고, 자신의 우월함을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상대를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최선일 텐데 굳이 상대의 마음을 읽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윗 사람에게 복종의 의미에서 그 사람에게 존대하고 예의를 갖추기 위한 행위라 해도 상대의 마음까지 읽어서 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든 없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회적 인간이라는 의미에는 개개인의 능력의 여부에 관계 없이 '대인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럼 대인 관계에서는 왜 독심술이 필요할까? 우리는 누구나 대인 관계를 통해 사회와 집단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자신의 안전을 위한 방법으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면 관계 우위에 설 수 있다. 상대의 심리를 알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대인 관계에서는 우월한 위치에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문으로서 심리학은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한 방법으로 '독심술'을 다루지 않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에 독자는 더 큰 비중을 둔다. 심리학은 학문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늦은 시기에 과학의 범주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다. '심리'는 인간이면 누구나 심리적 작동을 일으키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마음의 움직이는 이치다. 지구상에 인류 등장 이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심리가 작동된다는 점에 주목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에 작동하는 마음의 변화가 심리다. 책에 따르면 예전에 궁예의 관심법이나 요즘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프로파일러의 프로파일링 기법은 상대의 표정과 행동에서 모든 진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습관이 있고 습관은 말이나 몸짓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상대의 언어나 표정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되어 왔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눈짓 등이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소지품까지 당사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이 책은 말, 몸동작, 소지품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지침을 소개한다. 이 책은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표정과 행동이든 그 모든 것에서 심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한 유익한 책이다.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이 풍성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질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16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말〉에 대해 다룬다. 말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말에는 그 사람의 성격, 취향은 물론 인생관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말버릇, 대화법, 어떤 발언을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쉽게 간과하는 점은 비언어(눈짓, 손짓, 발짓, 표정 등)를 언어의 보조 수단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말버릇으로 들여다보기」, 「난처한 상황 빠져나가기」, 「말의 본심을 들여다보기」, 「속마음은 말로 표출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말의 힘」, 「상황을 이끄는 대화」로 나누어 알아본다.

2부에서는 〈몸짓〉에 숨겨진 심리를 담았다. 이러한 비언어적 메시지는 일상생활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심리나 진의를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감’으로 비언어적 메시지를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으로 말하지 않아도 소통하는 상황이 생기는가 하면 오해도 생긴다. 앞서 말한 말 또한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감정 전달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가 숨겨져 있다.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같은 해석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자의 이론과 사례가 녹아 있는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함으로써 그 ‘감’에 구체적 근거를 불어넣는다. 「눈이 말하는 심리학」, 「얼굴에 숨겨진 심리학」, 「표정으로 읽는 심리학」, 「손동작에 숨겨진 심리학」, 「행동으로 읽는 심리학」, 「몸짓이 말하는 심리학」 등 6개 장이다.

 


 

3부에서는 〈스타일〉이나 〈패션〉, 〈기호품〉으로 읽을 수 있는 심리를 정리했다. 우리가 입는 옷, 신발,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에서도 상대의 심리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표정과 행동이든 그 모든 것에서 심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한 유익한 책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즐거워지는 이 책은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심리학을 아는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심리학자의 이론과 실험이 녹아있는 내용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로 읽어도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체득할 수 있다. 순간마다 변하는 상황들에도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들은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상황들이다.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이 풍성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어도 좋을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우리가 대화할 때 상대에 따라 자연스러운 의심이다. 또는 상대의 말과 표정, 동작이 맞지 않아 위화감이 들 때도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겪는 일이다. 다른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했다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적은 없는가.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여기에 오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상대의 성격, 스트레스, 고민, 상황 등을 유추하는 방법을 심리학적으로 소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변화를 느낀다.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거나 오해가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자기의 감정을 마음껏 노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억지로 웃거나 마음을 숨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에서 맺는 인간관계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느껴도 그 불편함을 드러낼 수 없다. 억지로 웃어야 하거나 비위를 맞춰야 한다. 그 상대가 상사이거나 고객이거나 거래처 사람 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를 잘 읽는 사람이 있다. 재빠르게 상사의 기분을 알아채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비언어적 표현을 잘 읽는 사람이며 커뮤니케이션에도 능숙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유형별로 나눠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과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성공적인 대인 관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는 일만 잘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업무 외의 것들, 특히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더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에 가까이 간다. 이런 사람은 직감적으로, 경험적으로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식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비언어적 표현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보다 나은 삶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언어적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무슨 심리에서 나타나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독심술이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는 이유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읽기를 추천한다. 심리학을 아는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심리학자의 이론과 실험을 녹인 내용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로 읽어도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체득할 수 있다. 순간마다 변하는 상황들에도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들은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의 의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저자의 책 출간 이유다.

 


 

지하철을 매일 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습관이 생긴다. 예를 들어 구석 자리만 찾는 사람, 문 앞의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바로 내리지도 않으면서 문 앞에 서 있는 자세를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역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아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다. 이런 사람은 아주 고집이 세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나 사생활에서도 자신이 한 번 결정한 일은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좌우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고정된 난간을 잡거나 기댐으로써 고집이 센 사람은 안정과 공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p.216)

- 「지하철 안에 있을 때 자세로 아는 성격」 중에서

 

저자 : 김문성

 

중앙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쳤으며 귀국한 뒤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였으며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와 작가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번역서로 『걸리버 여행기』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아들러 심리학 입문』 『아들러 심리학 활용』 『심리학 콘서트 스페셜 2: 프로이트의 심리학 입문』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좋은 인생 좋은 습관』 『30대에 다시 읽는 동화: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만남』 『마흔에 읽는 그림 형제 동화』 『유식의 즐거움』 외 다수가 있다. 저서로 『마음공부』 『이기는 심리학 1·2』 『마법의 거짓말』 『심리학의 탄생』이, 편저로는 『심리학 개론 : 심리학의 탄생부터 마음의 치유까지』 『교양의 즐거움 』 『심리학의 즐거움』 『이렇게 이겨라』 등이 있으며, 『독서와 논술』의 주요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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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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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은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사건 중 상식하지 않은, 매우 특이한 범죄를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한 공문서나 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서 재구성은 저자의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독자의 시선으로 궁금한 점을 찾아들어갔다는 의미다. 소설(fiction)이 아니라 사실(fact)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 좀 애매하다. 조선의 마지막 왕과 실제로 국권을 상실한 왕이 조선의 '이(李)씨 왕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조선의 왕이기도, 대한제국의 새로운 국가 명칭의 황제로 불리웠기에 현대 국가의 통치자로 볼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할 수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해방 후 1948년이지만 일제 지배하에서 망명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로 공식 발족한 데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나 정치·외교 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굳이 가름할 필요는 없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 곽재식 역시 그 점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 현대사가 격변하는 과정에서 최빈국과 가장 낙후된 나라의 멍에를 지고 세계 현대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과 전쟁물자 생산에 시달려오느라 우리 민족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을지는 눈에 보이듯 선하다.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노예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정식으로 출범했으면 우리의 의사와 관계 없이 반쪽으로 나뉜 영토와 겨레의 통일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 또한 이념에 의해 하나로 합칠 수 없는 차이가 극명했다. 이는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이어지고 우리 나라의 위상과 국민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너도 나도 삶의 의지는 강렬했다. 말 그대로 허리가 휠 정도로 일해도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현실에서 상식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상한 사건들은 꼭 일어나는 것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인가 보다.

 


 

이 책은 표제어가 된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다. 미스터리 사건이란 흥미롭다는 의미보다는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데서 오는 사건들이란 의미가 강하다. 저자도 이 책을 쓰는 동안 어수선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재구성하는 동안 두 가지 기준을 미리 정했다고 〈머리말〉에서 기술하고 있다. 하나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의 삶에 무례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대략 60여년 동안의 사건을 다루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충분히 잊힐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사건들을 다루고자 했다는 것. 아무리 실체를 명확히 내세우면 더 흥미 있을 만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본명이나 정확한 주소 등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간접적인 경로로 추가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다 드려내기보다는 이미 신문 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었던 사실만을 다루려고 했다. 이러한 기준이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겠으나, 그나마 다른 폐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과거의 사건을 다루어보려고 최선을 다한 흔적은 되리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 가지 글을 쓰면서 힘을 기울였던 것은 글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초점을 개인의 사생활에 두기보다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려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떻게 미스터리로 남는지를 독자들이 판단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정치적 배후나 관련이 있을 경우에도 사건의 진실은 가리워질 수 있는 일이기에 불확실함에 대해서 우리 국민의 판단 수준이 높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라 저자가 독자들에 믿는 바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이에 따라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미스터리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기 마련이라고 암시적 표현으로 대체했다.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다는 점도 저자의 표현 방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기술 방법은 높은 사람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아닌 그 사건에 엮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고, 무슨 문제 때문에 고민하며 무엇이 그들의 생활을 위협했는지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1959년 4월 20일, 남대문 금은방에 2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와 금팔찌를 보여달라고 했다. 금은방 직원이 금팔찌를 건네자 그는 주머니에 그것을 넣고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위협했다. 남자가 꺼낸 권총은 미제 45구경이었다. 강도는 “물건은 꼭 갚겠다. 그러나 따라오면 죽이겠다”고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네고 금은방을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도망을 가면서 총 한 발을 쏘며 시장 상인들과 행인들을 위협했다. 금은방은 큰길 하나를 건너 옛 한국은행 건물과 가까웠고, 그 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었다. 경찰이 뛰어나온다면 불과 몇십 초 안에 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 후 강도는 사건 발생 177일 만에 체포되었는데, 도주 경로가 왜 그렇게 이상했는지, 범인은 왜 금을 녹여서 팔지 않고 가게 상표만 대충 지운 금팔찌를 통째로 팔려고 했는지, 왜 대담하게 파출소 근처에 있는 금은방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1959년 3월 4일, 서울 용두동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유 사장은 자동차 한 대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자동차는 제 길을 달리지 못하고 언덕길을 내려오면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트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결국 전봇대에 충돌했다. 유 사장이 운전자나 동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로 갔을 때, 자동차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 자동차가 어떻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자동차 주인은 명동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옥 사장이었고,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는 임씨였다. 그런데 임 기사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신은 자동차 사고가 벌어진 그날 밤 발견되었다. 그는 오물이 섞인 진흙탕 구덩이에 박혀 있었다. 유령 자동차의 수수께끼는 이제 살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위 두 사건의 사례처럼 대한민국에는 신문과 언론에 보도는 되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꽤 많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이 사건들은 대부분 짤막한 기사로 보도되거나,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강도 사건부터 밀수 사건까지, 소매치기부터 사기꾼까지, 도난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다양하다. 한국 최초의 방송국인 HLKZ는 어떻게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었을까? 1962년과 1963년에 걸쳐 경기도 양주군에서 발생한 어린이 납치 사건의 범인은 정말 괴물일까? 워싱턴 메일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를 여러 의심을 받으면서 아주 중요한 거래를 하는 것마냥 운반했을까? 범인은 왜 자신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경찰서에 보냈을까?

이 책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에는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그 시대에는 상당히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잊혀 거의 언급되지 않는 '15가지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사건들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이하면서도 괴상하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미스터리한 것도 많다는 것이 이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이 사건들을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그런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고,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950년대 HLKZ 방송국의 화재 사건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히 그 시대 한국의 언론과 방송 문화에 대해 현장 풍경을 살펴보게 되고, 1930년대 소매치기 사건을 이야기하다 보면 당시 한반도 사람들의 상업과 교통에 대한 감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과거 사건 기사들을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자료들과 함께 재구성했다. 이는 이 사건들이 더 정직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고, 그런 과거의 사건들이 한국 사회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해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의미의 '한국 현대사'는 해방 이후부터라고 주장하는 사학자도 있다. 세계가 현대라고 분리하는 분기점으로부터 수십 년, 심지어는 백 년 이상 뒤져 있다. 조선 말 권력 다툼과 세도 정치 등으로 세계의 흐름에 함께하지 못한 탓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가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개국의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당시 한반도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부랴부랴 짐과 재산을 싸들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미군의 법령에 따라 대부분 재산을 한반도에 두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6년 만인 1961년 가을, 일제강점기에 번화가로 성장한 ‘명동’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이씨·김씨·강씨 세 사람은 보물찾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던, 너무나 친숙한 명동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9월 26일, 20여 명의 작업자가 땅을 파기 시작했고, 만약의 혼란을 대비해서 경찰관 10여 명도 배치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중앙정보부 직원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청주병만 발견되었을 뿐 보물 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굳게 믿고 있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아주 약간의 차이로 빗나간 위치에 보물이 여전히 묻혀 있고, 수십만 명의 시민이 오가는 명동 거리 아래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을까?

당시 보도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했다. 1961년 9월 22~23일 기사에 따르면 여성인 이씨와 남성인 김씨는 모두 서울 용산구에 거주했다. 육촌간이었던 두 사람은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서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하는데, 앞뒤 정황을 보면 부사 사람이 요청한 탐사를 수행하기만 하는 하수인들은 아니었던 듯싶다. 이 부산 사람은 나중에 강씨로 밝혀진다. 이씨, 김씨, 강씨 세 사람이 동업자로서 보물찾기 사업을 벌였던 것인지, 아니면 강씨는 정보만 전달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보물 발굴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거나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는 역할을 맡기로 약조하고 협력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대목은 보물이 묻혀 있는 장소가 외딴섬, 산속 같은 데가 아니라 명동 한복판이라는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 9월 26일자 신문의 제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20世紀의 寶物찾기" 「찾아내면 四億圓어치」

 


 

이른바 〈나일론 백 사건〉도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미스터리로 남는 사건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67년 12월 30일, 인천에서 굉장히 이상한 배 한 척이 발견되었다. 이 배는 ‘워싱턴 메일호’로,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정기 운항하는 화물선이었다. 그런데 이 화물선에 있는 233개 상자 속에 ‘나일론 백’이 들어 있다고 서류에 기재되었지만, 사실은 쓰레기 148톤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서류상 화물과 실제로 배 안에 실려 있던 화물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주 보는 보통의 밀수나 밀매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밀매 범죄는 별 가치가 없어 보이는 물건 속에 원래 목표인 물건을 숨겨두기 때문이다.

이 ‘나일론 백 사건’은 중앙정보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해 발견한 주체가 경찰이나 세관이 아니라 육군 방첩대(현재 국군방첩사령부)였다는 것. 육군 방첩대는 적의 스파이 행위를 막기 위한 활동을 지휘하던 부대였고, 다양한 정보 수집과 기밀 활동을 담당했으며, 군대 조직 내에서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육군 방첩대가 ‘쓰레기 수출 작전’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 무렵 육군 방첩대와 중앙정보부가 어느 정도 갈등 관계나 경쟁 관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육군 방첩대가 중앙정보부를 공격하기 위해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사건도 있다. 1953년 9월 2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독약을 먹고 사망한 남자는 6통의 유서를 남겼다. 그 유서 중 하나에는 우라늄의 행방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는 남자가 핵무기 개발의 중요 열쇠인 물질을 구할 수 있었다거나 적어도 원자력 연구나 방사능 실험에 큰 가치를 지닌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한국어 본명과 가명을 쓰고 있었고,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던 첩보원이었다. 즉, 미국 첩보 당국의 요원으로서 냉전의 절정기에 냉전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일하는 인물이었다.

 


 

책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 1개월 정도가 지난 10월, 수사 결과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밝혀졌다. 남자는 1952년 7월 미군 수사기관에서 파면되었으며 이후 밀항선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일본에 갔다가 생활고와 빚에 시달렸으며, 다음 해 8월 초순 일본에서 강제송환 당해 귀국했다. 이때 과거 내연의 관계였던 여성을 부산에서 만났는데, 그 여성은 생활고를 못 이겨 화류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남자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왔으며 그 후에도 생계를 이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빚에 시달리던 중 돈을 갚을 귀중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라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의 삶이 전부 거짓이었을까?

저자의 언급대로 혼란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사건을 단지 흥미로만 읽고 넘길 수는 없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수사가 중단되거나 당초 밝히지 못할 수사를 시작한 것인지 모르지만 권력 기관이 개입하면 대체적으로 '대형 사건'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고위 공무원 사건도 군이나 정보 당국이 개입하는 때부터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사건들은 부정부패 사건일 가능성이 큰 것은 오늘날 우리 국민의 눈이나 당시 국민들의 눈이나 같았기 때문일까? 우리가 지금도 눈 뜨고 지겨봐야 할 사건들의 속성이다.

 

저자 : 곽재식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 다수의 논픽션을 집필했다. 또한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의 도시 탐구』, 『곽재식의 고전 유람』,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입담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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