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가 김대중 2 - 이름을 건 약속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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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 역사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故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8월 18일 서거 후, 우리들 마음에 남아 밝은 미래를 향한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평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준 업적이 그 증거이다. 그가 평화를 위해 이루었던 모든 업적이 정치가로서의 성공이라면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젊은 시절 사업으로 성공했던 사업가의 이야기로, 그의 정치계 입문 전 시절을 배경으로 했다.

그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를 실어 나르는 배가 아닌 오로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배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운회사에 입사했던 그는 꿈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였지만 소신을 지키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회사의 신임을 얻어 진급한 그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되어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게 되어 청년사업가로 50톤급의 배 1척을 가지는 꿈을 이루었다.






2권에서는 청년 김대중 회사 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의 노하우를 배우고 다지며 성장해 가는 청년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권에서는 청년이 된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초반에 로맨스도 나와서 몰입도도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마지막엔 회사의 위기를 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친다.

일본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활동 속에서 힘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순노동자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그만한 자리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독자를 슬프게 한다.

김대중이 취업한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서 주인공 또한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일본인 회사원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우선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의 단서를 포착한 주인공의 활약은 상사의 믿음을 받고 조선인으로서는 드물게 승진을 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주인공을 향한 시기, 질투는 불문가지다.




그리고 과거의 열차 사건에서 마주쳤던 일본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인연이 닿아 우정으로 발전한 모습도 나오는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신뢰를 보여주는 모습도 독자의 마음도 뿌듯하다. 조선인이라고 업신여기던 다른 사람들까지 납득시킨다.

1권에서도 느꼈지만, 2권에서도 이 시대의 생활상이 곳곳에 나와 흥미를 더해준다. 해수욕장에서 아이스케키, 얼음 단물을 파는 장사의 충격적인 복장에서부터 '진정한 모던보이'라면 더위를 타지 않기 때문에 불볕더위에도 결코 모자를 벗는 일이 없다던가.






김대중은 목포상고를 졸업 후 배를 타고 무역업을 할 수 있는 전남기선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게 되고, 전남기선은 김대중을 비롯한 면접자들에게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데, 미션은 다름 아니라 야쿠자가 빌려간 돈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다른 구직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해 버리지만, 김대중은 타고난 근성과 집념, 끈기, 승부욕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미션을 완수하고 꿈에 그리던 전남기선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그러나,

"어이, 김대중, 아직도 회삿돈을 훔치지 않았다는 건가, 응?"

"과장님, 제가 훔치지 않았다는 걸 꼭 입증하겠습니다."

"입증?"

"못 하면? 입증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만둘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고작 2원 계산 실수를 횡령이라고 하면서, 회사 돈을 빼돌렸다고 화를 내고, 급기야 책상을 복도로 빼내버리죠.(2권, p. 228)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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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업가 김대중 1 - 섬마을 소년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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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정치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은 드물다. 사형수에서 대통령까지 극과 극의 현장에 그가 있었다. 그가 대통령 때보다 더 많은, 큰 업적은 대통령 되기 전에 이미 이루었다. 오직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라고 평가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특히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게 된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김대중은 대통령의 삶만 산 것이 아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보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 가치관으로 50톤급 배 1척을 가지는 꿈을 이룬 청년사업가였다. 이 사실은 그의 정치 인생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가장 순수하고 패기 넘쳤던 청년 시절의 김대중은 단지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일본에 억압받았던 시대에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는 불의에 맞서 싸우고 불굴의 의지로 인생을 개척했다. 대한민국 최초 노벨상 수상이라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젊은 날의 신념과 가치관, 사고방식을 통해 그를 조금 더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 책은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 기념작으로 대통령 김대중이 아닌 인간 김대중을 그리고 있다. 청년사업가 김대중의 모습을 통해 삶의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늘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외치던 그의 삶과 언행의 일치함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전하고자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정치인 김대중이 아닌 사업가 김대중의 한 면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때도 청년 김대중은 불의에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삶을 위해 앞서서 개척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애정과 사랑으로 그들의 불이익을 대변해주는 모습이 보인다. 타고난 성격이고 큰 꿈을 가진 젊은이였다.

1924년 1월 6일 전남 신안군 하의면에서 태어난 김대중은 어린 시절 바다를 좋아하는 섬 소년이었다. 넓고 푸른 바다는 그에게 큰 이상을 심어주었고, 자연의 섭리를 가르쳐준다. “용기는 바른 일을 위하여 결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쟁하는 힘이다.”



이 책은 정치가로서의 김대중이 아닌 섬마을 소년이 학교 다니고 청년시절 사업가로서의 큰 꿈과 생활을 조명했다. 당초 기획대로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책 전면에서 드러난다. 인간 김대중을 그리고 위해서지 그의 명성에 찬양가를 만들었다는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그리기 위한 기획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고민 끝에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인 그의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까지가 시대적 배경이다.

그러나 유년과 청년 시절의 자료가 생각보다 거의 남지 않아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듯하다. 이때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해방직후까지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자 했다는 노력은 1권에서부터 느껴진다. 어린 시절이기에 정치색은 1권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모여 생낙지와 문저리(망둥이)를 맛있게 먹고 있는 첫 장면은 그의 고향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다. 이곳에서부터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없이 장난치며 놀던 아이들은 마침 일장기를 휘날리며 바다 위를 지나가는 커다란 배 한 척을 발견한다. 모두 엄청난 크기에 압도당한다.

그런데 김대중은 그 배를 이용해서 무기가 아닌 필요한 물품을 싣고 다니며 섬과 섬 사이에 장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 것이다. 그리고 목포로 간다.

세월이 흘러 학교를 가고. 학교 이름이 '제일 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다. 일제강점기 교명인가보다. 6학년이 된 주인공과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충직한 황국신민이 되기 위해서 조선어 수업은 폐지된다!"라고 전한다. 우리가 아는 조선어 말살정책이다.

이후 성장을 하며, 일본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학생을 도와주기도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서서 대신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불의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저지르는 것들. 오히려 더 큰 화로 되돌아오지만 이런 게 항일정신, 자주정신, 독립정신 등을 키운 게 아닌가 싶다. 독자 개인적 판단이다.

1권은 갓 취업을 한 주인공이 말단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시야와 영어 실력으로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으로 끝난다. 그림도 시원시원하고 내용도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짜여졌다고 판단된다. 시리즈니만큼 얼른 2권을 집어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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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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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회의 문신은 일종의 증표로 기능했다. 문신이 증표로 통하게 된 것은 주술적인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원시 문명에선 이 주술적인 의미를 연장시켜 성인식을 통과한 이들에게 문신을 새겨 부족의 구성원이란 의미를 부여했고, 마오리족에서처럼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개성을 표시하기 위한 문신도 존재하고 있었으며,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문신들이 존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교 이후 중국문화권에서 문신은 주로 야만인들의 풍습으로 여겨졌다. 한족의 전통에는 문신이 없었으며, 오월 같은 변방의 풍습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현대에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문화나 예술이라 주장할 정도가 되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전문시술자들도 다수 등장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남)가 전신문신(얼굴 포함)을 해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안구를 비롯한 다양한 신체 부위에 문신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독자도 놀랐다. 특히 여성은 여간해선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찌됐든 문신의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그만큼 개개인이 문신을 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단순히 미적 취향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관련된 문신을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문신(타투)에 대해 오랜 선입견이 강해 부정적인 인식이다. 머리카락도 안 자른 유교문화 영향 때문이다.

독자는 구세대(?)여서인지 문신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은 아니다. 군대 갈 때도 신체검사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십년 전 일이지만 군 관계자들이 구타와 기합 등 오래 주고, 결국 군의관이 '불합격' 판정이 내린 것을 목격했다. 의아했지만 일관성, 일체적 행동을 강조하는 군에서 사회 부적응자(심신장애자)로 구분해 불합격 처리한다고 했다. 이후 조직폭력배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그들은 대부분 문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강하다. 다만 문신 기술이 발달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예술적 표현의 한 방법으로 하는 문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비평하거나 비난할 수 없어서다.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한 문신과 예술을 추구하는 문신은 다르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은 타투이스트 안리나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첫 번째 포토 에세이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저자는 많은 관심과 응원 못지않게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틀린 것이라고 말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문신이 있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는 저자는 사회적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을 바꾸고 증명해 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불완전한 삶 속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쓰러져도, 두 팔을 벌리고 자기만의 중심을 잡기 위해 나아가는 저자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타투이스트로서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슬픔, 우울, 이별의 아픔 등을 통해, 결국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사람을 통해 치유 받게 되는 우리에게 분명 좀 더 괜찮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누군가 길거리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저 사람 나빴네’가 되지만, 문신이 있는 사람이 무단 투기하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가 된다. 씁쓸하지만, 내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싶다. 문신이 있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무수히 많은 후회와 미련을 안고 살아가는 동시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또 정형화된 사회의 이미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사랑받기 위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불완전한 삶 속에서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기록이 담겨 있다. 또한 ‘늘 착해야 해.’ ‘늘 잘해야 해.’와 같은 압박감과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지탱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한 단계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보다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예상치 못한 인연과 사건들로 인해 여러 번 길을 헤매기도 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 좌절 등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때로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후회를 하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내 모르는 일이라 더 아쉬울 뿐, 후회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만이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고 답한다.







안리나는 직업이 타투이스트이면서 실제로 전신에 문신을 새겼다. 이때문에 받았을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에 대해서 이 책에서 말한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투한 사람에게 마냥 고운 시선을 보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몸에 문신을 새기는 건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일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를 저자는 바란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서의 육아 내용엔 감동도 느낀다. 문신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어머니의 육아도 사랑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책임감과 희생, 인내... 지금까지의 삶과는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을 책임감을 갖고 대한다.

그리고 포토에세이라서 감각적인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보기에는 좋지만 지나친 노출로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것은 자주 접하지 않은 탓인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자신의 직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예술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더 공감이 간다.

"모든 일이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반복인 것 같아요'"

이 말도 동의한다. 소신이 있고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결과는 자신의 노력만큼 얻어질 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잠시 주저앉았을 때 눈앞에 보이는 건, 건물들 틈새로 빛나는 노을이었다. 붉고 노란빛에서 점점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이 마치 내 마음에 또 다른 우주를 담아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짙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완전한 밤이 찾아오면 마음에 담긴 우주를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틈새」 중에서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보다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악플에 모든 감정이 휩쓸려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제는 금세 사라질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자신의 생명줄을 타인이 쥐고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는 주변 누군가에게 꼭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

「악플」 중에서


짙게 밴 향기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넘어져 다친 상처에는 새살이 돋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어둠에도 빛은 내리고, 무섭게 쏟아지던 소나기도 언젠가는 그친다. 결국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확인 사살」 중에서




저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도 극히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다. 독자도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아성찰을 많이 했다. 본인이나 많은 사람이 타투한 여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데 독자만 선입견을 아직까지 갖고 이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할 때부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삶의 부분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대해 반성도 했다. 여자분들이 문신한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삶은 예상치 못한 인연과 사건들로 인해 여러 번 길을 헤매기도 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 좌절 등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때로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후회를 하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내 모르는 일이라 더 아쉬울 뿐, 후회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만이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에 지치고 관계에 무너지고 흔들리는 일상과 우울감에 힘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또 스스로를 믿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간과 노력은 결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의 말을 믿기에 그렇다. 결국 길의 끝에서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누구나 가까울수록 사소해진다. 우리는 서로 가깝지만 가벼워서는 안 된다. 관계를 저울이라고 가정했을 때, 마음의 무게가 가벼운 한쪽이 존재한다면 반대쪽 저울은 기울어져 치우치고 만다. 수평을 이루는 이상적인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상대방과 반비례하는 마음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의 무게」 중에서


저자 : 안리나


타투이스트.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긴다. 빛바랜 사진들, 낡은 물건들에서 오는 수많은 추억과 꾸며내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좋다. 편안하고 꾸준하게, 깊게 마주하는 따뜻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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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 - 더 이상 하나되지 않는 연인들을 위한 몸과 마음의 대화
치아(治我)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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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 챕터의 제목만 봐도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상담을 원해 심리상담사를 찾았는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심리 상태를 문자 몇 개나 몇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이유로 심리상담을 희망했는지 알기에는 충분하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큰 부분에서 보면 대략 비슷하기 때문이다. 선악을 구별하고, 양심을 갖고 있는 인간이 '사랑'이라는 큰 감정 앞에 얼마나 무력하고 쉽게 상처 받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사랑을 하고 있는데, 왜 마음은 더 공허해지는 걸까? 사랑을 하고 있어도 마음이 허탈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 등이 그것이다. 『언플러그드』는 함께 있어도 하나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며 해답을 제시해주는 말로 채워져 있다.

사랑이 아니라 동지애만 남았다는 부부, 남자친구가 여사친을 만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여자, 유부남에게 빠져버린 여자 등 사랑하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너무 닮아있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사랑을 뜨겁게 불태우기 위해서는 나만 이렇게 힘든 문제를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실행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10명 중 7명이라고 한다. 이는 즉,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우리 주변에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이혼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여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저자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고 전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이기에 모든 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상처 역시 바로 ‘나’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다양한 상담을 통해 일깨운다.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할 때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또한 자연스레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편 혹은 아내, 연인, 친구와의 관계가 힘들고 불편했다면, 이 책을 통해 나를 지키는 동시에 관계도 지키는 방법을 배워보자.




1장 너와 내가 하나되지 못하는 이유

- 연인의 이성 친구,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 확신을 주지 못하는 사람, 믿어도 될까?

- 사랑하고 있는데 마음은 더 아픕니다

- 헤어진 사람에게 전화하는 이유

- 나 혼자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 이별 통보를 받아도 보고 싶은 마음


2장 불완전하기에 사람은 사람을 찾는다

- 본능이 우선인 남자와 분위기가 우선인 여자

- 이해보다 의심을 먼저 하는 아내, 바뀔 수 있을까?

- 완벽하지 못하면 사랑도 할 수 없는 걸까?

- 지나간 일이 나의 미래를 가로막을 때

- 일과 사랑, 무엇이 우선인가

- 사랑의 속삭임과 심리적 온도의 상관관계


3장 애써 외면해왔던 감정과 마주보는 순간

- 다른 남자에게서 행복을 찾는 아내

- 사랑이 있으면 가난도 이겨낼 수 있을까?

- 야동을 보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요

- 남편의 불륜을 목도한 순간

- 몸이 아닌 마음의 문제

- 상습적인 거짓말에 상처받지 않는 방법


4장 행복하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들

- 연락이 뜸해진 그 사람, 마음이 식은 걸까?

- 반복되는 싸움에 이별을 떠올립니다

- 거절할 수 없는 유혹

- 여자친구가 혼전순결을 원한다면…

- 부부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 여자친구의 과거를 알고 잠을 못 이룹니다



“나 혼자서는 따로 행복해질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달라이 라마)

사랑해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고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인이기에, 부부이기에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들이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음 아파한다. 갈등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실수로 카톡을 읽씹했다거나, 나보다 친구 혹은 일을 우선시했다거나, 양말을 빨래통에 넣지 않았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아주 작은 노력이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서로 간에 생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소통의 부재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그 사람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이 아닙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무엇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과거도, 그 사람의 생각도, 그 사람의 감정도, 그 사람의 생활도 그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오로지 그 사람의 것입니다.

내 과거, 내 생각, 내 감정, 내 생활이 오로지 내 것인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은 나에게 맞춰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p. 18)








사랑에 대해 ‘맹목적’일 때 사람은 흔히 맹인이 됩니다. 한발만 뒤로 물러서도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는 지금 남자친구가 하는 행동의 진짜 이유는 ‘배려’가 아니라 ‘거리 두기’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맹목적인 사랑이 상대를 지치게 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하게 이기적’이 되는 것입니다. 남자친구로부터 조금만 관심을 떼어내어 ‘나’에게 주는 것입니다.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나로부터 완전히 무시당하기 시작했던 내 생활, 내 꿈, 내 시간 등을 조금씩 나에게 찾아주는 것입니다.(p. 36)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이 집보다는 일을 우선하여 아내와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다. 남편이 뒤늦게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해봤지만 아내의 마음은 이미 굳게 닫힌 상태 소용이 없었다. “그냥 아이들 엄마 아빠로만 살자” “이혼하자”는 말에 남편도 점점 이 부부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들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사 치아는 관계의 단절은 대화의 단절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내가 가진 불만과 상대가 가진 불만을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사실 그녀의 이런 모든 반응은 ‘나, 이제까지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너무 힘들었어.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라는 다른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 그 어떤 노력도 의미가 없으니까 이혼하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당신은 내 말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내가 힘들다는 걸 이해해주고 나를 배려해주면서 흔들리는 나를 이끌어줘’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환경,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과 함께 삶을 영위하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고 힘겨운 시간이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를 끌어안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언플러그드』는 이처럼 관계 맺기가 두렵거나 사랑 때문에 힘든 이들이 사람 앞에서, 사랑 앞에서 당당해지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안을 전하고 있다. 상담사 치아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통해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어쩌면 대화를 자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내가 가진 불만과 상대가 가진 불만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서로 이해하고 둘 다 적극적으로 맞춰주려고 노력하기 위한 대화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넌지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게 있다면 진심으로 들어줄 의향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야기하고 싶은 ‘문제’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남편에 대한 칭찬이나 능력에 대한 인정, 아직도 변치 않는 남편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대화를 이어나가시면 좋습니다.(p. 141)


여성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남성과 다르다는 점, 그리고 서로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누가 ‘맞고 틀리다’를 떠나서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내용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남자는 ‘맞고 틀리다’가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남자가 어떤 사안을 원인으로 길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목적은 하나, 누가 맞고 틀리는지를 가려내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분명하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남자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사과하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남자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대화는 남자에게, 자신을 지치게 하는 시간 낭비일 뿐이죠.(p. 186)



저자 : 치아


‘치아(治我: 나를 다스린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다스리기, 올바른 대인관계’를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현재는 일 평균 1만 5,000명, 누적 2,000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를 통해 ‘심리 및 성(性) 문제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꾸준히 NLP, 심리치료,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 소속되어 전문성을 공고히 해왔다.

2016년 출간한 첫 책 《관계 수업》에서는 누구나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남녀의 성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 출간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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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이효석문학상'은 한 해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이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 선생(1907~1942)의 탁월한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평창군 효석문화제'에서 제정했다. 평창군은 이효석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도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 우리의 풍광과 우리말을 사용해 뛰어난 묘사로 우리 문학과 문단사에 길이 빛나는 작품을 빚어낸 곳이다.

올해로 21번째를 이어온 이효석문학상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 5월 31일까지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심사에는 오정희·윤대녕·강영숙 소설가와 방민호·정여울 평론가 등 5명이 참여했다.

대상 후보작에는 〈소유의 문법〉과 함께 김금희 〈기괴의 탄생〉,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 신주희 〈햄의 기원〉, 최진영 〈유진〉이 올랐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한국 단편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발간한 책이다다.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선보이며,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해야 할 작가와 작품의 보고(寶庫)다. 제21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에는 소설가 최윤의 〈소유의 문법〉이 선정됐다.

〈소유의 문법〉은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에 있어 인간 속성을 정확히 짚어내는 예리함이 보였으며 이야기가 세련되고 완벽에 가까운 문장의 묘미를 보여 상당히 안정감 있게 전개된 수작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소유의 문법〉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을 묵묵히 응시하는 작품이다. 소유와 탐욕의 시스템에 길들어 ‘이 세상에 올바른 모습으로 거하는 법’을 잊어가는 현대인에게 ‘소유의 문법’을 뛰어넘는 뜨거운 생의 진실을 깨우치는 수작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는 대상 수상작 및 우수작품상 외에 대상 수상작가의 자선작 〈손수건〉, 2019년 대상 수상작가 장은진의 자선작 〈가벼운 점심〉이 수록됐다. 오랜만에 장편소설 홍수 속에 만난 이 책에서 아름답고 탁월한 단편소설을 만나 큰 기쁨을 주었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 / 최윤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 손수건

대상 수상작가 수상 소감

작품론 / 무서운 의식의 드라마가 숨기고 있는 것 / 정홍수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 나의 삶이 나의 소유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 김유태

우수작품상 수상작

기괴의 탄생 / 김금희

신세이다이 가옥 / 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 / 박상영

햄의 기원 / 신주희

유진 / 최진영

기수상작가 자선작

가벼운 점심 / 장은진






작가 : 최윤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를 졸업했다. 1988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다룬 중편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문학과 사회》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회색 눈사람』 『속삭임, 속삭임』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첫 만남』, 장편소설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마네킹』 『오릭맨스티』, 중편 『파랑대문』, 수필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장편소설『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이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골몰해 온 그녀는 스스로를 '은둔형 작가'라고 칭한다.

첫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에서도 10년간 집안에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를 등장시킨 것을 보면 예사로 넘길 말은 아닌 듯하다.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을 묵묵히 응시하는 작품이다.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며 목수의 꿈을 키워가는 ‘나’는 은사 P의 권유로 시골마을의 저택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외국에 거주하는 P는 시골마을의 저택을 관리해줄 사람을 필요로 했고, 마침 ‘나’는 걸핏하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는 딸의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요양의 공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나’는 은사 P의 저택에서 아이와 평화롭게 지내던 중, 마을 주민들이 P의 다른 제자 장에게 집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하라는 황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과 상관없는 자리에서 홀로 우주와 소통하듯 즐겁게 지내는 딸은 가끔 ‘비명’을 통해 이 견딜 수 없는 불합리를 저 먼 곳을 향해 고발하는 듯하다.

‘나’는 딸의 비명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산골마을에서의 조용한 삶이 딸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음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동아가 숲속이나 산책길에서 그날 주운 물건에 집중하는 시간 나는 나무들을 유심히 살핀다.”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자연의 사물들에 조용히 집중하는 딸의 행동이야말로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은 채로 행복을 느끼는 낙원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집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주인을 몰아내기 위한 기이한 협잡을 벌이는 동네주민들에게 물난리와 산사태가 덮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지만, 그 여름 ‘소유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며 서로 싸우던 어른들의 떠들썩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딸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소유권’에 집착하며 집주인을 내쫓는 공작을 벌이는 동안, ‘자연’이라는 그 누구의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조용히 경외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나’와 딸은 그 여름 훌쩍 성장하고 치유되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김금희 「기괴의 탄생」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것처럼 보이다가 스승의 불륜과 이혼을 계기로 점점 멀어져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잃고 얻는 것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학생과 불륜을 저지른 스승에 대한 원망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스승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만다.

“선생님, 걔하고 잤어요?” 돈독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단번에 냉각시킨 이 문장은 스승에 대한 기대와 원망과 미련이 모두 섞인 가슴 시린 문장이기도 하다. 여전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계속되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공감의 기운은 사라져버린 그 틈새로 세련되고 지적인 리애라는 존재가 끼어든다.

김금희는 관계의 파국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최첨단 현미경처럼 극대화시켜 ‘나’의 상처가 벌어진 틈새로 ‘기괴한 세상’의 진실이 쏟아져 들어가는 순간의 고통을 명징하게 그려냈다.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은 후암동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불우한 유년의 기억을 복원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오래된 옛집의 쇠그릇에서 나던 비릿한 냄새는 모든 슬픔을 여성들이 도맡아 견뎌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소환한다. 프랑스 입양아 ‘야엘 나임(강장희)’은 ‘나’의 사촌이지만 어린 시절 여동생과 함께 입양되었기에 함께 자랄 수 없었다. 큰아버지의 딸 야엘이 남동생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봉인되었던 트라우마의 자물쇠는 뜻하지 않게 풀려 버린다.

장희, 장선, 장훈 삼남매 중 장희와 장선이 프랑스로 입양된 반면 장훈은 남자라는 이유로 입양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직접 지시하여 손녀들이 해외로 입양된 비극적인 가족사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들이 모든 고통을 떠맡아야 하는 불합리한 사회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광복 전에 지어진 일본인 소유의 신세이다이 가옥은 지긋지긋한 가족 내의 학대와 차별의 기억으로 얼룩진 트라우마의 장소다.

남성들이 무능하거나 부재한 상태에서 할머니가 가부장제의 대리 주체가 되어 딸들을 구타하고 멸시한 장소로서 이 부암동의 적산가옥은 트라우마의 ‘흔적’을 품은 장소로서 재소환된 것이다. 그러나 조부모-부모-나에 이르는 3세대의 이야기는 ‘나’와 입양아 장희를 통해 열린 결말로 갈무리됨으로써 윗세대보다는 훨씬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오늘날의 여성들에 향한 연대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박상영의 「동경 너머 하와이」는 안정된 생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끝없이 떠돌거나 도망치는 남성들의 이야기다. 엄청난 규모의 탈루와 횡령을 저지르고 빚에 내몰린 처지이면서도 벤츠 S클래스를 당당히 신차로 뽑는 아버지는 ‘나’에게 돈을 구하러 와서도 결코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며 ‘가오’를 중시한다. 약물에 중독된 ‘애인 원모’는 월세 이백짜리 방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으면서도 걸핏하면 종적을 감추어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나’는 간신히 ‘직장’과 ‘글쓰기’라는 생의 소중한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뿌리 뽑힌 삶의 주인공인 ‘아버지’와 ‘애인’의 존재가 그에게는 항상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뿌리칠 수 없고, 원모를 여전히 좋아하는 ‘나’는 “결국에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수챗구멍”같은 인생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퀴어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오토픽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박상영 소설에서 나타나는 남성-연인은 겉으로는 관계를 망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나’의 삶을 정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에게 결코 이롭지 않은 존재이지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불가피한 사랑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박상영 소설은 ‘사랑’의 본질을 묻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신주희 「햄의 기원」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마저 스스로 선택하는 예술가들의 고군분투를 형상화한다. ‘햄’은 자신의 죽음마저 예술의 일부이자 작품의 형식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이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나’의 대학 동기 ‘햄’은 자신의 삶마저 가볍게 예술로 승화시켜버렸지만, ‘나’는 불안정한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생활인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선택을 한 ‘나’야말로 햄의 예술가형 삶과 죽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의 반인반수 케이론처럼, 햄은 정말 반은 인간이고 반은 말(馬)인 존재가 되려 했고 그런 그의 목숨을 건 기행(奇行)은 그 자체로 예술로 승화해버린 것이다. ‘나’는 햄의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그를 지상의 가치와 공존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향해 자신을 던지도록 했음을 깨닫는다. 예술가로 순교한 ‘햄’과 생활인으로서 정착한 ‘나’ 사이, 그 두 극단 사이에서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화 씨’가 등장하여 질문을 던진다. 피카소의 큐비즘처럼 보이는 것 외에 또 다른 것이 동시에 보인다고 호소하는 ‘화 씨’의 고통을 끌어안으며, ‘나’는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자신의 삶에서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최진영 「유진」은 생일날 들은 동명 언니의 부음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어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주는 ‘유진’의 이야기다. ‘나’와 같은 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언니는 ‘나’의 20대 시절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던 레스토랑의 매니저였다. 유진은 지하방에 살면서도 일요일마다 레스토랑의 아르바이트생들을 집에 초대하여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나’의 가난이 환경 때문이었다면 ‘유진 언니’의 가난은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부잣집을 박차고 나와 홀로 독립하여 가난을 선택한 유진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편안함보다 자유를 택한 언니의 진심을 이해한다.

작가를 꿈꾸었지만 자신의 재능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를 향해 유진은 따스한 연대감을 표현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두 유진의 이야기는 소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 여기’에서 여전히 멈추지 않은 우울과 젊음과 희망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유진 언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살아남은 유진은 죽은 유진의 기억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복원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변신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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