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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평점 :
고대 사회의 문신은 일종의 증표로 기능했다. 문신이 증표로 통하게 된 것은 주술적인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원시 문명에선 이 주술적인 의미를 연장시켜 성인식을 통과한 이들에게 문신을 새겨 부족의 구성원이란 의미를 부여했고, 마오리족에서처럼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개성을 표시하기 위한 문신도 존재하고 있었으며,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문신들이 존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교 이후 중국문화권에서 문신은 주로 야만인들의 풍습으로 여겨졌다. 한족의 전통에는 문신이 없었으며, 오월 같은 변방의 풍습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현대에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문화나 예술이라 주장할 정도가 되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전문시술자들도 다수 등장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남)가 전신문신(얼굴 포함)을 해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안구를 비롯한 다양한 신체 부위에 문신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독자도 놀랐다. 특히 여성은 여간해선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찌됐든 문신의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그만큼 개개인이 문신을 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단순히 미적 취향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관련된 문신을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문신(타투)에 대해 오랜 선입견이 강해 부정적인 인식이다. 머리카락도 안 자른 유교문화 영향 때문이다.
독자는 구세대(?)여서인지 문신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은 아니다. 군대 갈 때도 신체검사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십년 전 일이지만 군 관계자들이 구타와 기합 등 오래 주고, 결국 군의관이 '불합격' 판정이 내린 것을 목격했다. 의아했지만 일관성, 일체적 행동을 강조하는 군에서 사회 부적응자(심신장애자)로 구분해 불합격 처리한다고 했다. 이후 조직폭력배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그들은 대부분 문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강하다. 다만 문신 기술이 발달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예술적 표현의 한 방법으로 하는 문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비평하거나 비난할 수 없어서다.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한 문신과 예술을 추구하는 문신은 다르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은 타투이스트 안리나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첫 번째 포토 에세이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저자는 많은 관심과 응원 못지않게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틀린 것이라고 말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문신이 있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는 저자는 사회적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을 바꾸고 증명해 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불완전한 삶 속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쓰러져도, 두 팔을 벌리고 자기만의 중심을 잡기 위해 나아가는 저자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타투이스트로서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슬픔, 우울, 이별의 아픔 등을 통해, 결국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사람을 통해 치유 받게 되는 우리에게 분명 좀 더 괜찮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누군가 길거리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저 사람 나빴네’가 되지만, 문신이 있는 사람이 무단 투기하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가 된다. 씁쓸하지만, 내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싶다. 문신이 있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무수히 많은 후회와 미련을 안고 살아가는 동시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또 정형화된 사회의 이미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사랑받기 위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불완전한 삶 속에서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기록이 담겨 있다. 또한 ‘늘 착해야 해.’ ‘늘 잘해야 해.’와 같은 압박감과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지탱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한 단계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보다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예상치 못한 인연과 사건들로 인해 여러 번 길을 헤매기도 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 좌절 등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때로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후회를 하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내 모르는 일이라 더 아쉬울 뿐, 후회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만이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고 답한다.
안리나는 직업이 타투이스트이면서 실제로 전신에 문신을 새겼다. 이때문에 받았을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에 대해서 이 책에서 말한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투한 사람에게 마냥 고운 시선을 보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몸에 문신을 새기는 건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일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를 저자는 바란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서의 육아 내용엔 감동도 느낀다. 문신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어머니의 육아도 사랑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책임감과 희생, 인내... 지금까지의 삶과는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을 책임감을 갖고 대한다.
그리고 포토에세이라서 감각적인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보기에는 좋지만 지나친 노출로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것은 자주 접하지 않은 탓인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자신의 직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예술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더 공감이 간다.
"모든 일이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반복인 것 같아요'"
이 말도 동의한다. 소신이 있고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결과는 자신의 노력만큼 얻어질 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잠시 주저앉았을 때 눈앞에 보이는 건, 건물들 틈새로 빛나는 노을이었다. 붉고 노란빛에서 점점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이 마치 내 마음에 또 다른 우주를 담아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짙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완전한 밤이 찾아오면 마음에 담긴 우주를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틈새」 중에서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보다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악플에 모든 감정이 휩쓸려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제는 금세 사라질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자신의 생명줄을 타인이 쥐고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는 주변 누군가에게 꼭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
「악플」 중에서
짙게 밴 향기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넘어져 다친 상처에는 새살이 돋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어둠에도 빛은 내리고, 무섭게 쏟아지던 소나기도 언젠가는 그친다. 결국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확인 사살」 중에서
저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도 극히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다. 독자도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아성찰을 많이 했다. 본인이나 많은 사람이 타투한 여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데 독자만 선입견을 아직까지 갖고 이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할 때부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삶의 부분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대해 반성도 했다. 여자분들이 문신한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삶은 예상치 못한 인연과 사건들로 인해 여러 번 길을 헤매기도 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 좌절 등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때로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후회를 하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내 모르는 일이라 더 아쉬울 뿐, 후회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만이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에 지치고 관계에 무너지고 흔들리는 일상과 우울감에 힘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또 스스로를 믿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간과 노력은 결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의 말을 믿기에 그렇다. 결국 길의 끝에서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누구나 가까울수록 사소해진다. 우리는 서로 가깝지만 가벼워서는 안 된다. 관계를 저울이라고 가정했을 때, 마음의 무게가 가벼운 한쪽이 존재한다면 반대쪽 저울은 기울어져 치우치고 만다. 수평을 이루는 이상적인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상대방과 반비례하는 마음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의 무게」 중에서
저자 : 안리나
타투이스트.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긴다. 빛바랜 사진들, 낡은 물건들에서 오는 수많은 추억과 꾸며내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좋다. 편안하고 꾸준하게, 깊게 마주하는 따뜻함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