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트로트 특서 청소년문학 16
박재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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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말 세계 톱 10 뉴스는 단연 코로나 팬데믹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시민들을 공포와 불안에 몰아넣고 세계 각국의 문을 틀어막아 삶의 활동이 모두 정지된 채 연말을 보내야 하는 상황으로 일년 내내 단 하루도 코로나로 인한 뉴스가 안 나온 날이 없었으니까. 항상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미국 대통령 선거도 코로나 팬데믹이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고, 우리 역시 코로나 속에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우리는 코로나 방역을 그나마 잘 해내고 있는 모범 방역국가라는 칭호를 얻고 선전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가요계는 새로운 열풍에 휩싸였다. 트로트 열풍이다. 폭발적인 인기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으로 기성세대들이나 노래방 등에서 부를 정도로 퇴조되었던 트로트 가요가 이젠 모든 방송사에서 주요 프로그램으로 등장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다는 트로트가 다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코로나 때문이라는 가요계 일각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거 어렵고 힘든 산업화 시대에도 트로트는 단연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었다. 노래가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 주었고, 트로트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정서에 맞고 부르기 쉬워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슴에 깊게 스며든 것이다. 때문에 올해의 트로트 광풍도 코로나로 인한 공포,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에 적합했을 거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트로트는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다는 평가는 우리의 판소리나 국악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설득력이 높다. 실제로 창법이나 가사 내용 등이 비슷하기도 하거니와 멜로디나 다루는 음이 국악의 음계(5음계)에 많이 근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트로트 열풍 속에 이 책 『어쩌다, 트로트』가 출간돼 화제다. 이 책은 『춤추는 가얏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 박재희가 이번에는 ‘트로트’라는 뜨거운 소재를 가지고 청소년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와 트로트와 국악의 불가분의 관계를 해석해준다. 이 소설은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이수자인 작가의 경험담이 판소리와 트로트의 접목이라는 한편의 트렌디한 소설로 태어난 것이다. 『어쩌다, 트로트』에는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삼대가 이어온 판소리와 주인공 지수가 택한 트로트,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져 있다.




『어쩌다, 트로트』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자살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 원망을 조명한 데 있다. 지수는 갓난아기였던 시절부터 홀로 자신을 키우기 위해 고생해온 엄마를 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노래하며 끝내 그를 용서하게 된다.

지수에게는 아픔을 견뎌낼 꿈이 있고,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박재희 작가는 기댈 곳을 찾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언젠가는 상처에도 피가 멎으리라는 사실을 꼭 알아주길, 간절한 소망의 언어로 담아냈다. 아무리 애써도 마음의 상처를 없애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이 책에 등장하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단어가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뜻의 ‘일체유심조’를 곱씹으며 지수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상처도 마음먹기에 따라 이겨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슴속에 있는 슬픔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그 ‘깊은 맛’에 전 국민이 동화되어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고, 눈물을 흘리고, 다시 웃음 짓는다. 트로트는 한국인들 특유의 ‘한’을 ‘흥’으로 승화하여 표현해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트로트』는 트로트의 ‘깊은 맛’을 쏙 빼닮았다. 삼대째 이어진 판소리 명창 가문에서 태어나, 가족을 등지고 떠난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가슴에 꽁꽁 묻어 두었던 아이가 슬픔을 직면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은 슬픔도 흥겨운 노래로 승화시키는 트로트의 ‘깊은 맛’을 닮아 있다.

"난 트로트 부를 때 기분이 좋아. 경쾌한 노래, 슬픈 노래 다 좋아. 좀 우울할 때, 기분이 엿 같을 때 혼자 코인 노래방 가서 목이 찢어져라 트로트를 불러. 트로트는 혼자 불러도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려 부르는 느낌이 들거든. 노래 부를 때만큼은 나는 왕따가 아니야."(pp. 63~64)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돈도, 명예도,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꿈’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마음에 품고 있는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도 ‘꿈’이다.

『어쩌다, 트로트』의 지수에게도 꿈이 있다. 지수는 황제에게 벼슬을 받은 국창 증조할아버지부터 하늘이 낸 소리꾼으로 불린 할아버지, 전설적 명창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판소리 성골’이지만, ‘명창의 아들’이라는 타고난 운명 대신 트로트를 자신의 길로 삼고 개척하며 나아간다. 전설적인 명창의 아들이 술집 뽕짝을 부르냐는 쓴소리를 들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꿈을 향해 가는 지수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도 꿈이라는 목표가 조금씩 움틀 것이다.

『어쩌다, 트로트』는 삼대째 이어진 판소리라는 운명 대신 트로트라는 새로운 꿈을 개척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고독한 예술을 하다가 가족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연민, 증조할아버지대로부터 이어져왔지만 대중으로부터 소외받게 된 전통문화의 오늘까지 박재희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깃거리들이 독특하고 조화롭게 담겨 있다.


"한 사람은 죽고 두 사람은 살아 있으나,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는 뜻일까. 아빠는 살인마다. 박은희, 이금산, 조은필, 운경, 그리고 하지수의 삶을 매장한 살인마다. 그러면 아빠를 죽인 사람은 없을까? 사람들이 판소리를 싫어하는 게 아빠를 자살로 몬 이유가 될까. 어렵다."(p. 150)



“사실 그동안 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려서는 뭘 모르고 트로트를 불렀지만, 중학생이 되고 다양한 음악을 만난 후로는 제가 왜 어른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부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어린애가 무슨 트로트냐, 동요나 불러라, 건방지다, 안 어울린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고민했습니다. 왜 트로트지? 트로트를 꼭 불러야 하나? 고민했습니다만, 이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트로트를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특히 현인 선생님의 굵고도 맑은 목소리, 점잖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트로트는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또 트로트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p. 163)


얼씨구, 잘한다, 조오치! 여느 때 같으면 후끈 달아올랐을 소리판이다. 그러나 너무 고요하고 너무 적막하다. 그리운 마음. 하동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추임새를 못 넣게 하나 보다. 소리판 돗자리를 둘러싼 50여 명의 손님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눈물 그렁하면 순식간에 소리판을 눈물판으로 만들 것이다. 다행히 미색 원피스 차림의 지수 어머니는 편안해 보인다.(p. 178~179)


저자 : 박재희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중앙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이수자이며, 1989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춤추는 가얏고』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청소년 장편소설 『징을 두드리는 동안』, 중단편 소설집 『양구』, 장편동화 『대나무와 오동나무』, 어린이 정보책 『우리 악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흥과 멋이 묻어나는 전통음악』, 『단소 교실』, 『가야금 교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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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공부법이 이긴다 - 8개월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의대생의 공부 기술
고노 겐토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공부는 우리가 예전에 했던 공부의 방법이 아니다. 독자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매달렸다. 다른 모든 대학 수험생이 그러했듯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으로 나뉜 대학 시험은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시험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과목이나 공부 방법은 대동소이가 딱 맞는 말이다. 조금 달라진 부분은 암기 위주의 시험이 이해와 응용 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흐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암기 과목과 이해와 응용 부분의 과목을 따로 따로 공부 방법을 택했다. 지금도 사실 어떤 시험을 치려 하면 그때의 공부 방법으로 공부한다.

책을 읽을 때도 이해 위주의 책은 죽 읽어나가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체크해 놓고 다시 한 번 세세히 찾아 써 넣고 다시 한 번 읽고 이해한다. 그런 식의 공부는 '나만의 공부법'은 아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준 대로 했을 뿐이고 오래 지속하다보니 책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 충격이긴 하다. 공부를 '기술'로 공부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공부를 기술로 한다니까 강한 거부감이 든다.




그럼 우리나 일본이나 가장 어렵다는 사법 시험이나 의대 시험은 공부 기술자들이 들어가야 하는 건가? 그렇게 법대 의대 나와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고 더 노력해 검사, 판사, 의사 되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들의 공부법이 그렇다면... 그러나 일단 읽고 옳다 그르다를 판단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이 이 시점에서 나온 것은 일본의 의대생이 8개월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기록적 인재가 나와서인가? 아마 코로나로 학생들이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일이 많아져서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공부법은 동의해야 할 방법이 무척 많다. 그의 공부법대로 공부하면 어려운 시험도 합격할 수 있다는 공부방법 안내서로서는 최적의 책이 될 수 있으리라고 독자도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기술'이라면 새로운 방법이고 독창적이다. 그래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돼 있다.

혼자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이른바 '혼공' 능력이 합격의 필수 조건이 되었는데 혼공은 심플할수록 성과를 빨리, 크게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 발간 취지일 것이고 그렇게 구성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책 『심플한 공부법이 이긴다』는 휴학 없이 8개월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의대생의 공부 기술을 이야기한다. 24시간이 모자란 도쿄대 의대생인 저자는 목표에 충실한 공부 계획과 낭비 없는 시간 활용으로 빠른 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심플한 공부법에 대한 인터뷰와 문의가 쇄도하면서 그는 자신의 공부법을 정리하여 『심플한 공부법이 이긴다』를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플한 공부법은 ‘한정된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원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가?’에 최적화되어 있다. 역산 공부법이 핵심인데,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에 맞춰 역산하여 스케줄을 짜고 매일 해야 할 공부량을 정해 그것만 충실하게 해내면 된다는 것. 공부 효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꼭 필요한 공부보다 많은 양을 하려는 데 있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손을 대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시간만 흘려보낼 뿐 머릿속에 남는 건 하나도 없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신경 써야 할 것은 하루에 공부해야 할 내용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익히는 것이다. 하루 공부를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지 하루에 얼마나 많이 공부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책에는 하루 공부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다양한 공부 기술을 함께 소개한다. 공부 효율을 초고속으로 올리는 일상의 습관들, 주어진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 빠른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암기술 등이다.



저자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얼마 안 남은 시험 d-day, 답은 심플한 공부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요즘처럼 혼자 하는 공부에서는 효율을 높이는 단순한 공부법이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격에 꼭 필요한 공부만 집중해서 끝내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 『심플한 공부법이 이긴다』에 모두 담았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고 푸념하는 사람은 대부분 목표와 관계가 없는 것에 열중하기 때문이다고 전제한다. 그러므로 항상 목표를 의식하고 스케줄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단 시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역산 공부법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격에 필요한 공부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실행했을 뿐이다"고 말함으로써 역산 공부법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어떤 식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합격점까지 최단거리로 도착할 것인가에 관한 학습 설계와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것인지에 대한 시간 관리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내가 아는 ‘공부를 하는 의의와 즐거움’ 을 모두 담았다. 이것을 잘 이해하고 공부한 다음 모두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어째서 모두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공부하지 않는가?"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이나 대학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좋은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하지 위해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엄청난 공부를 하고 있다. 오죽하면 '아동 학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생겨날까. 아마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미 공부에 요령이 있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명문대생들도 사법시험을 합격하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 년을 공부하여야 한다. 시험 치르려는 수험자의 1% 정도만 합격하는데도...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사법시험을 8개월만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짧은 시간에 최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심플한 공부법을 이 책을 통해 공개한 이유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동기부여, 심플한 공부법의 핵심인 역산 공부법 그리고 네 가지 기술에 대해 알려 주고 있다. 마지막에는 수학, 영어, 과학, 사회, 국어로 구분하여 공부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점은 특이하게도 독자와 생각이 같다.

일단 저자는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업무 기법인 Plan, Do, Check, Act (PDCA) 사이클을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돌리는 것을 공부에 적용하였다고 한다.(경영학은 또 언제 배웠나?) 또한, 남이 했던 PDCA 사이클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피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PDCA를 돌려서 터득한 공부법이 있다고 한다.



저자 공부법의 핵심이기도 한 '역산 공부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목표를 세우고 분석한 뒤 목표에 맞춰서 대략적인 스케줄을 짠다, 거시적으로 짠 스케줄을 세밀하게 나눠서 학습량 중심으로 하루의 목표를 세운다의 세 가지다. 더 구체적으로는 목표를 알고 구체적인 결승점을 설정하기, 결승점까지 해야 할 것을 정하기. 해야 할 것을 스케줄에 넣기, 실천하기,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기의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하여 각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목표로 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의 양도 필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시험을 위해 영어공부가 필요한 것을 예로 들면서, 단어나 문법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만날 수 있는 수학 공부법은 흥미로웠다. 흔히, 영어 공부법은 셀 수 없을 만큼 넘쳐 나지만, 수학 공부법은 드물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학공부에서 구체와 추상을 왔다 갔다 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본 문제는 패턴으로 공략을 하고, 규칙을 추출할 때는 다른 기본 문제와 비교해서 공통점을 찾기 위해 생각해 보고, 응용 문제는 기본 문제를 축으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독자와 공부법이 다르긴 하다. 넓게 보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테크니컬한 면이 강조된다.

시간 관리를 위한 역순은 효율성을 높이기에 좋다. 여러 가지 방법이 등장하지만 구체적으로 단계적으로 나눠 설명해서 이해하기엔 최적으로 기술해 놓았다. 특히 다섯 가지 과목에 대한 개별적 공부법도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공략해 들어간 느낌이어서 설득력이 강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끝까지 언급하지 않은 문제는 남았다. 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법'이라고 한다. 2500년 전부터 서양의 소크라테스나 동양의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면서 강조한 것이다. 생각해봐도 삶에 도움이 되는 공부는 스승과 제자가 대화를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응용력, 논리력, 적응력, 이해력, 연상력, 게산력, 순발력, 기타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는 대화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히고 강조한 것은 시험을 위한 수험생에게 적용하기 좋은 방법이 될 순 있지만 사회가 필요한 기본 소양과 인격을 함께 갖춘 인재 양성에는 이 책의 공부법이 꼭 최상의 방법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자 : 고노 겐토


1996년생, 도쿄대 의대 재학 중 8개월 만에 사법시험까지 합격하여 ‘공부의 신’으로 유명해졌다. TV 프로그램 〈두뇌왕〉에서 우승하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이며 누적 조회수 3,000만 유튜브 채널 〈STARDY - 고노 겐토가 전하는 신의 수업〉에서 30만 명의 구독자들과 공부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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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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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외연애(婚外戀愛)'는 일본어 사전에 나오지 않은 단어다. 다만 신조어로 일본 인터넷사전에 등재된 것으로 안다. 뜻은 결혼한 배우자 외의 상대와 연애하는 것으로 우리가 말하는 '불륜'은 아니고 '아줌마부대'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광팬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정확한 의미는 아니다.

들은 얘기와 이 책을 읽은 후 느낌으로 그런 뜻으로 쓰이는 일본의 신조어라고 정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도 '비슷한 것'이라고 덧붙인 제목을 보면 혼동을 주려는 의도적인 이유가 아닌가싶다. 일본 문화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지만 신조어를 잘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언어 유희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즉, 제목에 큰 뜻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도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주도 계층은 연령층으로는 대략 10대, 네티즌에 의해서다. 주로 축약을 위해 만들어내는 신조어는 신속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화에 따른 것이고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해 자신만의 '은어'로 사용하지 않아서이다. 오랜기간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사용한다면 표준말로 굳어질 수 있지만 아직은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 신조어의 생명이 수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혼외연애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우리말 신조어로 바꾸면 '연예인 광팬' '덕후' 정도로 표현하면 될 듯하다. 일본 dTV 방송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는 얘기도 들어보면 '불륜'이 주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트로트가 요즘 굉장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성세대에서 20~30대는 물론 10대까지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이 가운데 광팬도 있고 덕후도 있을 터 그들을 혼외연애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와 약간 다른 정서인가, 아니면 '비슷한 것'이란 말을 붙여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인지 판단은 유보한다.

이 책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은 다섯 명의 30대 중반 여성들이 등장한다. 옴니버스 소설로 다섯 명의 여자들은 단편소설 분량에 각 1편씩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일본 아이돌 덕질에 흠뻑 빠진 다섯 명의 여자다. 남편과의 애정이 전혀 없는 여자, 남편과 아들의 오랜 무시와 모욕에 지친 여자, 결혼 따윈 관심 없는 화려한 싱글녀, 평생 평범하고 수수한 아줌마로 살고 싶진 않은 여자, 스스로를 세계 최고의 ‘얼꽝뚱보’라고 여기는 여자까지. 외모도,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그녀들의 공통점은 ‘서른다섯 살’이라는 것. 그리고 남성 아이돌 유닛 ‘스노우화이트’의 덕후라는 것이다.

스노우화이트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미칠 정도로 한결같다. 비록 그들이 손이 닿을 수 없는 별이라도, 현실은 여전히 비참해도 스노우화이트만 있으면 인생은 아름답다고 그녀들은 외친다.





세번째로 넓은 평수의 맨션에 사는 사쿠라이, 약혼반지를 받았을 때도 1캐럿 다이어몬드를 원했지만 남편은 예산 부족이라며 0.7캐럿을 선물한다. 미묘하게 작은 집, 미묘하게 작은 다이아몬드, 미묘하게 머리가 벗겨진 남편. 사쿠라이는 늘 학력, 미모, 행복에서도 3등의 인생을 살아왔다. 어릴적 예쁘단 말을 많이 들었고 방송 CF에도 두번이나 출연했지만 외모에서도 3등이었다.

그래서 공부로 눈을 돌려 1등이 되고 싶었지만 역시 3등으로 화려한 업계의 중심에는 서지 못한 채 늘 뭔가 결핍된 '3등여자'가 되었다.

직장에서 만난 9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남편과의 사이도 시들하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을 전업주부로 살게 해주고 매달 150만엔(한국돈 1600만원 정도)을 벌어오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은 스노우화이트의 미라잉이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불륜녀가 맨션에 살긴 원한다고 집을 비워주길 요청한다.




지바에서 나고 자랐지만 언젠간 도쿄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지바 남자가 19살에 마시코를 임신시켰고 그렇게 결혼해서 지바에서 아들 하나를 낳고 살아간다. 20살에 엄마가 되어 아들은 중학생 사춘기이며 마시코를 거지 같은 아줌마라고 부르는 불효자식('양아치')이다.

남편은 두 번이나 다단계에 넘어가 빚을 졌고 지금은 갱생하여 노래방과 야간공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마시코 또한 도쿄의 슈퍼마켓에서 캐셔 일을 하고 있다. 삶은 팍팍한데 그녀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스노우 화이트의 핫치이다. 그녀가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지만 콘서트 티켓을 매개체로 사쿠라이와 친해진다. 어느날 아들이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는다.




부유한 아버지와 능력도 외모도 모두 1등인 여자 스미타니. 아버지의 부를 거부하고 스스로 회사를 운영하여 부도 성공도 모두 거머쥔다.

뛰어난 외모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그녀는 11살때 우연히 마주친 스노우 화이트의 지카를 마음속으로 품고 살고 있다. 콘서트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 직장동료인 사쿠라이. 사쿠라이가 직장에 다녔을 때 늘 외모, 능력에서 1등을 했던 여자가 바로 스미타니였다.

그렇게 스미타니는 사쿠라이, 마시코를 알게 된다. 해외 투어 콘서트를 다녀왔더니 계약을 해지하자는 메일들이 10통이나 와 있고 진상을 알아보던 중 업계에 스미타니가 일을 내평겨치고 어린 남자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쇼타콤이라는 괴문서가 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쇼타콤 : '쇼타로 콤플렉스'의 준말. 어린 남자아이를 성적으로 선호하는 것을 가리킨다.(독자 주)



외모도, 공부도 뭐든지 평범했던 여자 야마다. 25살에 운좋게 와세다 대학 출신의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자신과 비슷한 평범한 딸을 낳고 살고 있던 중 남편은 전업작가가 되고 3권의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라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된다.

어린시절 좋아했던 그룹의 백댄서인 스노우 화이트의 질베르를 보고 혼자만의 사랑에 빠진다. 질베르의 사진을 사면서 알게 된 사쿠라이와 친해지며 스미타니도 소개받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소중한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뚱보에 '얼꽝', 머리도 나쁘면서 가난하기까지 한 카타오카가 다섯 번째 주인공이다. 도쿄에 사는 꿈을 꾸고 도쿄에 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30살에 만난 남편과 결혼도 했지만 남편은 백수에 히키코모리처럼 하루종일 집에만 있고 부양을 카타오카가 한다. 그녀의 유일한 재주는 BL소설을 쓰는 것이었지만 그 일에서도 잘리고 지금은 빵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스노우화이트의 맛슈와 열열한 팬인 그녀는 스노우화이트를 소재한 BL소설을 인터넷상에 올리다 야마다와 친해지며 나머지 여자들을 소개받게 된다. 그녀에게 새로운 BL소설을 쓸 소재와 기회가 찾아온다.



“이번 콘서트에 성공하고,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성공시켜 나가면 저희의, 그리고 팬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부디 응원 부탁드릴게요! 꼭 와주세요!” “갈게!!” 하고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들의, 그리고 팬인 우리들의 꿈. 그건 아마도, 아니 분명 메이저 데뷔가 될 것이다. 거의 동기인 INAZUMA가 3년 전에 데뷔했다. 그 뒤편에서 계속 열심히 달려온 그들. 맛슈. 부디 그대로 계속 빛을 받으렴. 나는 소망했다. 그 푹신푹신한 모피가 달린 화려한 흰색 의상을 계속 입고 있으라고, 빛이 비치는 길을 걸어가라고. 그럼 널 길잡이 삼아 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pp. 206~207)


만약 핫치가 정말로 자신의 아들이라면, 하고 가끔, 아니 매일 몽상한다.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계산대 업무를 볼 때.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 담배 냄새가 밴 빨래를 갤 때. 화장실 벽에 묻은 오줌 얼룩을 닦을 때. 욕실 배수구에 낀 털 뭉치를 끄집어낼 때.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진흙덩어리 같은 현실 속에서 만약 핫치가 아들이 되어 한 집에 산다면. 핫치가 아들이 된 것만으로도 일상의 풍경이 곱게 채색된다.

인생이 좀 더 반짝반짝 빛난다. 편차치 38의 ○○공업고등학교에 가든, 좀도둑질을 하든, 말과 행동이 난폭하든, 마시코는 분노고 뭐고 느끼지 않으리라. 오히려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p. 230)



이 소설은 서두에 밝힌 대로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 단편의 소설들이 서로 연관되어 하나의 주제로 집중되는 형식이다. 각 단편들은 주인공과 화자가 다르지만 게재된 모든 소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인물로 연관될 수 있고, 주제로도 연관지을 수 있다.

옴니버스 소설의 장점은 서로 다른 환경의 주인공들로 다른 소설 같지만 하나의 주제나 인물들간의 연결로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그러나 자칫 이야기가 방만하게 구성돼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억지로 묶으려다간 독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우연을 남발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작가의 소설 구성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소설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은 이 단점들을 모두 해소하고 흥미를 돋우는 데 성공한, 작가의 전개와 구성력이 돋보인다. 다소 이질적이지만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


저자 : 미야기 아야코(MIYGAI AYAKO, 宮木あや子)


1976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부터 소설가를 꿈꿨다. IT 회사에 근무하며 시간을 쪼개 글을 쓰던 그녀는2006년, 에도 시대 유녀(遊女)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성애 소설 『화소도중』으로 여성 작가만 응모할 수 있는 제5회 R-18 문학상의 대상과 독자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군청(群靑)』, 『비의 탑(雨の塔)』, 『태양의 정원(太陽の庭)』, 『제국의 여자(帝國の女)』, 『교열걸』 시리즈 등을 연달아 출간하며 일본에서 여성 독자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자 : 김은모


일본 문학 번역가.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이언스』를 비롯해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와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이사카 코타로의 『후가는 유가』, 우사미 마코토의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마리 유키코의 『이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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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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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렵다. 글을 써본 사람이나 써보지 않은(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도 이 말에 모두 동의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작가들도 이 말엔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사람도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생각 없이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고, 온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언젠가는 짧은 글 몇 개는 쉽게 쓰이더라. 가능성이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다시 쓰고 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조심 조심 글 쓰는 양이 늘어나고 겨우 책으로 쓸 만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은 모든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은다. 기간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한마디로 '글쓰기 교본'이다.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해서 작가가 되는 과정을 10계절로 나누어 '글쓰기 과정에서 할 일'을 차근차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10계절은 저자의 경험에서 체득한 글쓰기 과정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 짓는 것이며, 당연히 실제 계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이 글을 쓴 계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열(10) 계절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10년도 넘은 세월을 글쓰기를 해온 작가가 글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편의상 구분된 계절일 뿐이다.

각 챕터의 키워드만 모아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시작, 의심, 기억, 불만, 돌봄, 양육, 문턱, 눈뜸, 피정, 완성이다. 키워드만 읽다보면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한 것도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이 단어를 기억한다면 반드시 글쓰기의 기본은 마쳤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리고 10개의 키워드를 잊지 않고 글쓰기 작업을 하면 자신의 글이 어느 위치쯤 왔는지 가늠하고 다음 과정엔 어떤 일을 해야 할까가 명확하게 떠오를 것이다.





글쓰는 삶을 사는 작가의 대부분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계절에 맞춰 사는 농부의 삶과 흡사하다. 그래서 저자의 '글쓰기의 계절' 비유는 탁월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정직하게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가을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농부는 날씨 탓, 하늘 탓 하지 않는다. 폭우 속에서도 필요하면 농토를 돌보고, 가뭄이 들면 물을 어떻게든 끌어와 작물에 공급해줘야 한다.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이 해야 수확 역시 자신이 거둘 수 있다는 하늘의 진리, 농부의 삶의 원칙은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의 삶과 똑같다. 정직한 노력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고 정직한 힘만이 자신이 수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농부는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첫 문장을 만드는 ‘시작의 계절’에서부터, 자신의 글쓰기 역량에 회의감이 싹트는 ‘의심의 계절’과 여의치 못한 주변 환경(자신의 노력 부족)을 탓하는 ‘불만의 계절’을 지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균형을 맞추는 ‘돌봄의 계절’과 ‘피정의 계절’을 거쳐 비로소 맞이하는 글쓰기 마무리 ‘완성의 계절’까지, 이른바 작가로서 살아가는 ‘십계절(TEN SEASONS)’에 관해 말하고 있다.

지은이 자신이 문학소녀로, 직장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오는 동안 끝내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한 편의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에세이를 이루며, 글 중간중간 녹여낸 ‘의식과 루틴’이라는 이름의 섹션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제공한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세심한 필치로 하나씩 챙겨주면서 진심 어린 격려와 위안을 보낸다. “글쓰기 최대의 적은 자기 내면의 두려움”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 두려움이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흐르는 것을 방해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이야기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만나는 수확의 기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0개의 장은 각각 10가지 계절에 대응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첫 문장을 고민하는 ‘시작의 계절(Season of Beginnings)’에서부터 원고를 마무리하는 ‘완성의 계절(Season of Finishing)’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그리고 마주해야 할 ‘십계절(Ten Seasons)’을 다룬다. 분리된 형식은 아니지만 2개의 섹션이다. 우선 글의 중심을 잡고 전개되는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매우 서정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 자체로 힐링 에세이처럼 읽힌다. 아마 글쓰기를 해오는 동안 갈고 닦은 글솜씨로 표현의 유려함이나 적확한 단어 사용 능력이 더해져 독자들이 읽기에 훨씬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를 사랑한 ‘문학소녀’로서, 인정받고 싶은 ‘직장인’으로서, 힘이 되고 싶은 ‘아내’로서, 더 잘해주고 싶은 ‘엄마’로서 살아오는 동안 “계속해(Keep Going)”를 되뇌며 기어이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읽는 이 단 한 사람(이 책에서 ‘당신’)을 향해 자신의 깊은 속마음까지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일을 꺼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중간쯤 지나면 책장을 프롤로그 부분으로 되넘기게 될수도 있다. 이때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진심이었음을 느끼면서 더욱 몰입할 것이다. 독자가 그랬듯이.

“내가 당신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당신이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꼭 그러자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당신의 이야기를 위해 할애된 공간이 있으며,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를 감출 필요가 없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 책의 백미는 글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삽입된 ‘의식과 루틴’ 섹션이다. 저자의 조언이다. 이 부분은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인데, 책을 다 읽고 난 뒤 실제로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해당 계절에 직면했을 때 곧바로 팁을 확인할 수 있게끔 편집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주어와 술어의 논리적 관계와 맥락이 중요한 논설문이나 설명문이 아니다. 물론 비문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논리보다는 감성을 드러내는 시나 에세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문장 구조 등을 분석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글은 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다. 내 안에서 아무런 사고·심리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문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가 ‘의식(rituals)’과 ‘루틴(routines)’을 통해 글쓰기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별도의 섹션을 구성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의식’은 해당 계절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고, ‘루틴’은 글쓰기 생활에 특화된 자신만의 ‘비트(beat)’을 만들어내는 데 유용한 훈련법이다. 저자는 이렇게 약속하고 있다.

“나는 약속을 하는 데 무척 신중한 편이다. 우리 자신의 직관이 가져다주는 지혜 말고는 따라야 할 비법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게 효과적이었던 글쓰기 방법, 내게 시련이 되었던 상황, 그리고 내 삶을 보다 명확하게 보기 위해 내가 바꾼 사고방식을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고 약속한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행위가 아니다. 글쓰기는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해주며 ‘내 삶의 공간’을 넓혀준다. 글쓰기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해주는 유일무이한 활동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는 삶에서 보내는 시간을 명예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쓰기는 지난 시간의 ‘내 얼굴’을 보여준다. 현재의 시간을 ‘소비’하는 동시에 과거의 시간을 ‘회복’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치유’된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써내려갈 페이지’ 위에, ‘있는 그대로’ 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으로써 내면의 자아를 돌보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면서, 삶의 갈증을 달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을 인용한다. "우리의 삶은 언젠가 사라지기에 소중하다." 글쓰기로 그 소중한 삶을 기억하고 남길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 ‘에세이’ 형식의 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중요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부분이다.

느린 글쓰기는 ‘적게 쓰는 것이 많이 쓰는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글쓰기의 삶은 길게 보고 가는 것이기에 서두르거나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스스로를 탈진 상태까지 몰아넣을 까닭도 없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좀 더 간결하게 정의한다면, 느린 글쓰기는 ‘모든 것을 전부 다 쓰지는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신의 기억과 경험은 소중하지만 유한한 자원이며, 당신의 시간과 건강은 재생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느린 글쓰기는 당신을 위한 보호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은 느린 글쓰기 사고방식을 당신의 글쓰기 삶과 통합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것은 진실일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일까?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의 표현은 진실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생각,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글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글은 그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글만이 힘을 갖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7장: 문턱의 계절」 중에서


공간과 여백이 없다면 우리의 생각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의지만으로 문장을 완성할 수 없다. 생각은 항상 전체가 아니라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있다. 그 생각은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합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 것이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낯선 느낌도 든다. 피정은 우리가 새롭게 충전하도록 돕지만, 그 에너지가 무한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는 더 많은 낱말이 적힌 마음의 기념품을 갖고 돌아오지만, 필연적으로 우리가 떠나고 싶었던 그 일상에 다시 녹아들어야 한다.

「제9장: 피정의 계절」 중에서



저자 : 니콜 굴로타(NICOLE GULOTTA)


자신이 쓴 글이 ‘있는 그대로의 삶’에서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연가, 블로거, 콘텐츠 개발자, 요리 레시피 연구가, 녹차 애호가이며, 매일매일 손수 빵을 구워 저녁 식탁을 차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때때로 우울해하는 아내이자 엄마다. 바다를 사랑하며,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하고, 비 오는 날 뜨거운 차 한 잔에 책 한 권이면 금세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나고 자라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뒤 버몬트예술대학원(VCFA)에서 시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식과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책 《이 시를 먹어라: 시에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로 차린 문학의 향연(EAT THIS POEM: A LITERARY FEAST OF RECIPES INSPIRED BY POETRY)》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의 바탕이 된 글쓰기 커뮤니티 ‘와일드워즈(WILD WORDS)’를 만들어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적·외적 성장을 돕고 있다. 〈킨포크(KINFOLK)〉, 〈로스앤젤레스타임스(LOS ANGELES TIMES)〉, 〈라이프앤드타임매거진(LIFE & THYME MAGAZINE)〉,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남편 앤드루(ANDREW)와 아들 헨리(HENRY) 그리고 반려견 프렌치 불독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롤리(RALEIGH)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김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독립연구가로서 역사ㆍ철학ㆍ문화ㆍ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 및 번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활이 바꾼 세계사》(제43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수상)와 《불멸의 여인들》, 《불멸의 제왕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밀수 이야기》, 《전쟁 연대기》,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 AL DENTE》,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일자리의 미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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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오딧세이』를 처음 봤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우선 작가에 대해 잘 몰랐고, 책 표지도 요즘 각광 받는 SF 소설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이름을 『오딧세이』로 정한 것도 신화적 소재를 끌어오기 위한 것쯤으로 여겼다. <오디세이>처럼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움에 가득한 일이라는 것은 현실엔 흔치 않은 법이다. 이것은 문학이나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매력적인 소재가 없을 것이다.

진실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란, 그 자체로 내재된 복잡다단한 모순과 다층적인 구조들 덕분에 겹겹이 둘러쳐진 황금의 베일들 속에 내밀히 숨어서 감동과 신비로움을 모두 갖춘 소재는 신화에 많기 때문이다.

신(神)의 이야기란 언제나 인간에게 옷깃을 여미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어 내야 하는, 긴장과 경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 입장에선 유혹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장중함과 신비로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 ‘다층적인 구조들’, ‘황금의 베일들’, ‘신의 이야기’, ‘긴장과 경건’, 이 단어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들을 모두 견디어내려면 무엇보다도 소설이 풍부해야 한다. 소설의 길이도 길이겠지만, 구조와 형식, 플롯과 내용의 다양함과 방대함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소설이 ‘거대한 고래 한 마리’처럼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이 제목을 처음 사용한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저자는 호메로스로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이(Odyssey)>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기원전 약 700년경에 쓴 작품으로, <일리아드(Iliad)>와 함께 그리스ㆍ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그리스 영웅들의 귀국담을 노래하여 그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는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Οδ?σσεια)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며 오디세우스는 '증오받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일리아드>의 후편에 해당하는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겪은 온갖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일리아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문자 24개를 딴 24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1만 2,110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각운(Hexametre)으로 작곡되었다.

시 속에 묘사된 정황들을 미루어 볼 때 <일리아드>보다 뒤늦게 나온 작품으로 추측된다.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잘 알려진 트로이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모험과 귀향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서양 문학사에서는 모험담의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가 한율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존과 나일강이 한 바다로 흐를 수 있을까?" 그 바다가 바로 한율의 『오딧세이』이다. 『오딧세이』는 200자 원고지로 9,300매의 분량이라고 한다. 작가 한율의 말에 따르면 『전쟁과 평화』에서 「에필로그 제2편」을 빼면 길이가 똑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고는 길이가 똑같다고 한다. 아무튼 우선 그 작품의 양이 놀랍다. 14년을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이다. 대하 장편소설이다. 총 18부로 구성된 『오딧세이』는 총 7권으로, 이번에 4권까지 출간되었고, 나머지 3권도 출간 예정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딧세이』는 역사,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미학, 군사학, 건축, 테마파크, 영화방송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지식과 삶의 향연인 동시에, 신과 인간의 관계, 환상과 실재의 교차, 이 모든 것들을 장중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워 그려낸 거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소설은 없었다. 각계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깊은 탐구, 14년의 집필 기간에서 보이는 끈질김으로 작가 한율은 새롭고 놀라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출판사 측의 주장을 책을 읽어나가며 확인할 일이다.



이 소설은 수없이 겹쳐진 황금 베일들의 구조적 넘실거림으로 연이어 이어진다. 한율의 『오딧세이』 읽기는 심원한 어두움의 바다를 처녀항해하는 탐험선의 새로운 항로 그리기와도 같다. 앞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베일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독자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계와 맞닥뜨린다.

『오딧세이』는 「서문」에 이은 「1부 전주곡」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도 도마에 대해, ‘의심 많은 도마’라는 그동안의 단편적 해석에서 벗어나, 편집증 강박증이란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속에 믿음을 추구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노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편집적 강박적으로 해체시켰던 20세기에 대한 비유적 성찰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 바로 ‘전주곡’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2부 도화선」부터, 탐험선 ‘험난한 모험의 긴 여정’, 바로 소설 제목 그대로인 우리의 『오딧세이』호가 근해(近海)를 벗어나 원양 항해로 막 접어들게 되었음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작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 『오딧세이』의 집필에 매달렸을까? 대단한 미학적 목적의식이 내재되어서일까? 아니면, 개인적 인생체험 때문일까? 그건 본인이 아닌 이상 제 3자 입장에선 완전히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소설 첫머리 「서문」의 문장 몇 가지로도 작가의 속셈을 어슴푸레하니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딧세이』 작가 한율은 무엇보다도 풍부함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서문」을 읽다보면, 작가가 로망스 서사(Romance Epic)의 풍부한 장식성과 거침없는 자유로움에 끌려 있는 것과, ‘독자 제위께서는······.’하고 소설가의 말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전소설의 어투를 은근히 사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너무 좋아하면 먹기에 딱딱해질 거야.’라고 되뇌는 것처럼, 대단히 장식적인 문어체를 간간이 의도적으로 구사하며, 묘사적 생기발랄함으로 작가적 주관과 지면(紙面) 위 객관 사이를 넘나들며 문장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오딧세이』를 수사학적 입장에서, 때로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한 ‘고래’같은 풍부함으로 가득 채우고자하는 작가의 예술의지가 선명하다. 바로 ‘고래’와 마찬가지인 소설되기이다. 대양을 헤엄치고 있는 ‘하얀 고래’처럼, 완전히는 알아챌 수 없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그 무엇으로 『오딧세이』를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문체에서도 나타난다.





‘표류하게 됨’이 싫었던 작가 한율은 소설 속 모험의 방법을 ‘상상’으로 하기에 이른다. ‘상상’이란 것의 의미는, 텅 빈 허공을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발걸음을 의미하므로……. ‘상상계 여행’이란 새로운 방법론을 구상했는데,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란 책의 제목에서 영감 어린 단어를 빌려와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는 쥘베르 뒤랑(Gilbert Durand)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험의 방법은 절대로 시간 여행이 아니다. 다중우주니 평행우주니 하는 약방의 감초마냥 SF소설에 나오는 합리화를 쓰지도 않았다. 새롭다. 인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거울 반영의 대칭적 심리적 세계 속으로, ‘상상계’를 통하여, 뿌리가 서로 얽혀 있듯이 상호 만나고 있는 ‘세계’에서의 모험들이다.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아가야 하는 여행, 신비한 모험, 그리고 이 비천하고 비열할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정중함과 장엄함에 참예하고픈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 『오딧세이』가 매력적으로 읽혀질 것이라 작가 한율은 확신하며 글을 써 나간다.




1권의 내용은 대항해의 시작인 만큼 전주곡과 사건의 전개 부분이다. 신문사 기자인 나는 향단고택 발굴과정에서 나온 고대 문서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문서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전말을 추적하며 사건의 베일들을 차례로 벗겨낸다. 향단고택의 비밀을 깨닫자 친구 한수혁이 겪은 모든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나는 숙명같이 이끌린 이 이야기에 매달리며, 고대 인도와 향단을 잇는 연결고리인 「도마전언서」와 빛나는 ‘홍옥석(루비)’, 그리고 방송국에서 지리한 삶을 살던 수혁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천 년 전 인도아대륙의 한 영역, 개혁과 투쟁, 그 결과인 전쟁의 패배. 상인 압바네스의 배를 타고 왕국을 탈출한 하바수네얀 공주는 한반도의 한 영역에 발길을 내딛는다. 그리고 장대한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드라마 C스튜디오에서 시작되는 이천 년 후 주인공 한수혁의 이야기.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며 헨리 유가 내민 손을 잡은 수혁은 운명 지워진 모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복잡하게 읽히면서 단숨에 읽어내기엔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신비로움과 전개될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단단히 그러나 서서히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저자 : 한율


소설가. 서울 상도동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미학과 예술이론을 전공했다. 비평가로 글 쓰며 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던 친구의 권유로 같이 시험을 쳤고, 미안하게도 친구는 떨어지고 본인은 붙게 되어 MBC미술센터(현MBC아트)에 입사한다. 방송미술국 무대디자이너(미술감독)로 재직하며 드라마와 쇼 세트를 디자인했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드라마세트디자인으로 「수줍은 연인」의 레트로 감성 2층집, 「달콤한 스파이」의 펜트하우스, 「닥터 깽」의 오래된 병원, 그리고 퇴사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 「얼마나 좋길래」의 달동네세트 등이 있다. MBC 재직 중 딴 궁리도 해 볼 겸, 영화드라마세트와 관련 깊은 테마파크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걸 연구하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 들어간다. 「테마파크 계획을 위한 영상건축기법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공학석사학위를 받고, 논문의 연구대상지를 모델로 한 「MBC영상테마파크계획안」을 가지고 회사에 복귀한다. 이런 테마파크에 대한 연구들이 『오딧세이』의 주무대인 제주테마파크 ‘피어나기’와 ‘F ZONE’ 만들기의 밑거름이 된다. 저자 한율은 각 권의 표지 일러스트와 타이틀 문자, 그리고 소설 본문 속의 삽화와 도면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하였다.

MBC에서 이직할 당시 우연히 읽게 된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그 속의 경주양동마을 ‘향단고택’ 흑백사진들은 저자를 매료시킨다.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 간 ‘향단고택’의 모든 장소를 실제로 보는 순간, 온 정신이 경도되며 소설 창작의 첫 영감이 주어진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 한 고택에서 시작된 섬세하고도 미묘한 실마리로써, 인류보편적인, 인류애에 입각한, 인간의 용기, 위대함을 노래하는,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먹는다. 써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결국 14년이 넘는 세월을 대하 장편소설 『오딧세이』에 바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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