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적 정신치료, 빙의는 없다 - 정신의학과 양자물리학의 만남
김영우 지음 / 전나무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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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과학이다.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병의 원리를 밝히고 치료제도 개발된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병을 규정하는 데는 과학적 이론과 실험, 과학적 원리에 부합해야 하고, 모든 병의 치료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 연구 개발과 과학적 실험, 임상실험을 거친 후 안전성이 기준을 넘어서야 약으로 상용화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는 것은 인체가 우주물리학처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독자는 알고 있다. 병도, 병원균(바이러스 등)도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정신적인 이상 여부도 과학적 원리에 입각해 증명되어야 질병으로 규정하고, 그래야 치료제 개발도,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의학계는 믿고 있다.

대부분의 육체적 질병은 가장 최근 암 치료의 가능으로 '못 고치는 병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의학과 약학계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정신적 질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도 치료제나 치료법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없는 무형의 뇌 신경 이상 증세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절한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치매, 알츠하이머 등 뇌신경 이상으로 오는 질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상 증세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정상적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증세마저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인정돼야 치료제도 나올 터다. 정신의학은 의학계에서도 가장 늦게 분류된 정신이상증세를 다루는 의학이다. 프로이드, 칼 구스타프 융도 모두 정신의학계의 창시자나 다름없다. 이후 100년 가까이 발전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정신이상 증세의 치료법도, 치료제도 없는 상태다.



정신의학계가 쉽지 않은 내린 부분의 치료법에는 물리학적 접근, 우주공학적 접근 등과의 연계성을 밝혀 치료하는 방법도 꽤 힘을 받는 것 같다. 여기에 도입되는 물리학 이론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입증된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이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 1882~1970)으로, Quantenmechanik(크반텐메하닉)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것이 그대로 영어로 번역된 뒤에, 일본에서 ‘量子力學(료오시리키가쿠)’라 새로 번역됐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 ‘양자역학’이란 용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양자역학이란 말을 이해하려면 ‘양자’와 ‘역학’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양자(量子)’로 번역된 영어의 quantum은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온 말로, 무엇인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학(力學)’은 말 그대로는 ‘힘의 학문’이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힘과 운동’의 이론이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빛의 본성이 탁구공이나 쌀알 같은 입자인지, 아니면 물결이나 소리와 같은 파동인지를 놓고 진지한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빛을 입자로 보는 부류나 파동으로 보는 부류 모두 형광현상1)이나 냉광 현상2), 광전 효과3) 등을 설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1905년 발표한 ‘빛알이론’은 양자론의 기초가 됐다. 이미 19세기 말에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 속에서 펴져 나가는 전자기파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빛을 단순히 전자기파로 본다면 냉광이나 광전 효과를 설명할 수 없었다. 빛이 파동이라면 진동수4)와 파장5)을 가질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1879~1955)은 빛이 파동이긴 하지만 그 에너지가 일정한 단위로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바로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빛알 이론으로, ‘양자’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 ‘빛알’은 ‘빛양자’나 ‘광양자’(光量子), 또는 줄여서 ‘광자’(光子)라고 부른다. 이 이론은 쉽게 말해, 빛의 에너지는 실수가 아니라 자연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건을 살 때 100원짜리 동전으로만 살 수 있어, 1,000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100원 동전 10개를 내는 것과 같다. 여기서 동전 하나를 ‘양자’로 볼 수 있으며, 빛의 경우에는 ‘빛양자’ 또는 ‘빛알’이 된다.

빛의 에너지를 ‘빛알’의 개수로 바꿔서 따지게 되면, 그동안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빛과 관련된 많은 현상들을 설명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제안은 매우 혁명적이었지만, 이미 1900년, 그의 스승이었던 독일의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858~1947)가 흑체복사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빛알 이론과 직접 통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플랑크의 복사 법칙이라 불리는 이 법칙을 설명하면서 그는 최초로 ‘양자’의 개념을 주장했고, 이는 양자역학의 토대가 된다.



이 책 『양자물리학적 정신치료, 빙의는 없다』의 저자 김영우는 양자물리학에 기반한 최면치료 기법들을 이용해 다중인격과 귀신들림(빙의 현상, 무병), 해리 등 난치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의학은 대표적인 융합과학이므로 여러 분야의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에 보조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만일 심리학과 물리학, 생물학과 우주론, 작은 분자와 거대한 천체들을 종합적으로 연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양자물리학이 없다면 이 도약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정신의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 생각과 감정, 주위 환경과 사건의 파동과 에너지의 본질을 이해해야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증상과 질병이 생기는 원인과 과정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파동과 에너지가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 동물과 식물, 물체와 물질, 시간과 공간 등 여러 요소와는 어떻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영향력과 정보를 주고받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통일성과 양자얽힘, 비국소성이 우리의 삶과 일상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작용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근원적 지식들을 모아야 언젠가 우리는 ‘인간과 우주의 본질과 존재 목적’을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눈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고 영적 신비현상과 체험, 신의 본질, 창조와 진화는 모순이 아니라 공존하며 상호협조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자신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될 때 인류는 한 차원 높은 의식에 도달해 현대사회를 짓누르는 여러 어두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 진위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노력해야 할 일임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고도로 훈련된 과학자인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왜 하필이면 ‘전생’, ‘빙의’ 같은 영적(靈的 spiritual) 체험과 초자연적 현상들을 주제로 이야기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러한 현상들이 사람들에게 빈번히 일어나는 일인 데다 이러한 초자아 현상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삶과 죽음, 고통의 의미를 깨닫고 의식의 발전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적 체험과 초자연적 현상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의 모든 지역과 문화권, 종교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보편적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전통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인간의 영적 체험과 초자연적 현상들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찾거나, 이 같은 체험과 현상을 환자의 치료에 이용해보려는 진지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또한 초자연적 체험을 하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자가 아닌 평균 이상의 지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고, 의식 수준이 높을수록 더 자주 영적 체험과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데도 정신의학계는 이 같은 현상을 ‘체험하는 사람의 환각이나 착각일 뿐’이라고 무시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의 기본 원칙인 ‘현상과 자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탐구하는 태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정신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식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인간과 우주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에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니 정신의학에만 기초해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라는 학문 간 경계가 없다. 증상 치료에 필요하다면 자연과학, 철학, 종교, 예술, 심리학 등을 통합해 증상을 이해하고, 최면치료나 전생퇴행 요법과 같은 방법도 신중히 활용한다. 그러한 저자의 열린 태도가 사람들에게 영혼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이와함께 빙의, 해리성 정체성 장애(다중인격장애), 채널링 현상 등의 초자아 현상과 최면치료, 전생기억 같은 치료 방법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이를 다루는 매체의 방식이 이 치료방법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일부 TV 프로그램을 통해 초자아 현상은 귀신들림 현상으로, 최면치료는 자신 안에 깃든 또 다른 영혼을 쫓아내는 퇴마의식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초자아 현상은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상념, 감정의 에너지와 외부의 에너지 파동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인간 의식의 일부인 생각과 감정은 일종의 에너지로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에 따라 특정 파장의 에너지 파동을 만들어낸다. 같은 내용의 생각과 감정이 오랜 기간 반복될수록 그 파동의 힘은 계속 중첩되고 증폭되어 큰 힘을 축적해 몸과 마음, 주변 사람들, 주위의 공간으로 끝없이 퍼져나가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건 부정적 생각과 파괴적 감정의 파동 에너지가 반복적으로 쌓여 지나치게 강해지고 이를 통제하거나 중화시킬 수 있는 반대 성질의 에너지 파동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이런 파괴적 파동 에너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그러면 결국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에너지 체계의 균형이, 점점 강해진 파괴적 에너지 파동에 의해 깨지거나 왜곡되어 각자의 성격, 특징, 환경적 요소, 내면에 축적된 여러 종류의 에너지 등과 상호작용해 다양한 형태의 정신 증상으로 표면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의학이나 물리학 지식이 저급한 독자로서는 정오의 판단을 하기 어렵다.



저자에 따르면 정신 증상의 발생 과정을 위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면 치료는 그 과정을 거꾸로 돌려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증상을 일으키는 에너지 파동들을 약화시키고 제거해 안정된 상태로 되돌리고 건강한 에너지를 충분히 채워가는 치료방법을 쓰는 것이다. 실제 이 원칙을 환자 치료에 적용한 결과, 불안, 우울, 환각, 강박 등의 정신 증상과 여러 신체 증상들이 그 종류나 심한 정도와 관계없이 대부분 호전되었다고 한다.

어떤 질병이건 처음에는 미세한 에너지 차원에서의 불균형과 왜곡으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그 파괴적 힘이 점차 강해지며 분자와 세포, 신체 조직에 손상을 주고 눈에 띄는 증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크고 작은 내적·외적 에너지 파동들을 초기에 제거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방법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질병과 고통스런 증상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 증상의 치료 과정에서 가장 신비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최면치료인데, 이것도 양자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면은 한마디로, ‘의식의 확장 상태’다. 이 상태에서 인간은 우주 전체와 깊은 교류를 나눌 수 있다. 이때 몸과 마음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은 양자 차원에서부터 우주 공간의 다양한 파동 및 에너지장과 통일된 공명을 이룰 수 있으며, 홀로그램 방식으로 우주 공간 전체에 퍼져 비국소적으로 저장된 모든 정보(아카식 레코드, 정보장 이론)에 접근해 일상적 의식 수준에서는 이해하거나 풀 수 없는 여러 문제와 증상의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오감(五感)이라는 육체적 감각의 좁은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경험하다가, 모든 장애물이 사라져 몸과 마음을 포함한 우주의 전 영역으로 감각과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의 정보 교류 방식은 양자 차원에서처럼 순간적이면서도 전체적이기 때문에 그 힘이 아주 강렬해 우리 내면에 깊이 각인되며, 즉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빙의와 해리성 정체성 장애 이론과 실제 환자 치료에서 마주치는 상황들도 양자물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모든 빙의 증상의 원인이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악령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빙의와 해리성 정체성 장애(다중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여러 증상과 불안과 우울 등 일반 정신 증상들 역시 양자 이론으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사고와 감정은 반복될 때마다 그 파동 에너지가 중첩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힘을 가진 독립된 에너지 덩어리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을 일부 심리학자들은 상념체(想念體 thought form)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양자론적 관점에서는 ‘반복되면서 강해지고 뭉쳐진 파동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환자의 내면에서 이렇게 강하게 형성된 부정적 에너지체가 표면으로 올라오거나, 환자 외부에 형성되어 있던 부정적 에너지체들이 환자에게 오염되어 환자를 지배할 때 그 에너지체의 특징에 따라 환자의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격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에너지도 소립자들의 덩어리인 양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에너지체가 하나의 인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스스로 빙의에 걸렸다고 생각해 두려움에 빠진 환자는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의 파동을 만들어내고 빙의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반복해 점점 그 믿음을 강하게 만드는 에너지 파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환자의 마음속에서 반복되고 축적된 여러 부정적 상념과 상상의 에너지, 외부로부터 받은 큰 충격이나 지속적 스트레스의 누적된 에너지로 인해 환자 내면의 에너지 체계에 상처와 약점이 생길 수 있고, 그 속에 오염되거나 파고든 강한 부정적 에너지체는 빙의나 다중인격장애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인격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에너지체의 종류와 수가 많을수록 증상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그러니 이런 환자들의 내면에서 올라온 낯선 인격이 자신은 환자와 다른 특정인임을 주장하며 그에 대한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어떤 정보를 말하거나, 환자와 치료자를 위협하며 스스로 악마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인격이 실제 그 특정인의 영혼이나 악마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우주 공간에는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종류의 정보가 홀로그램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민감성과 확장된 의식을 가진 사람은 최면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변성 의식 상태에서 쉽게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근거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많은 빙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항상 환자 내면의 독립된 인격체들이 어떤 주장을 하건 상관없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제거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환자 내면의 상처 입은 에너지 체계를 건강하게 복구시키는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 작업만으로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크게 호전되거나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은 빙의 증상 역시 건강한 에너지 체계의 왜곡과 오염에 의해 생기는 다른 증상과 그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신기’라고 부르는 영적 감수성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의 경우 역시 불필요한 에너지 파동을 제거하고 약화시키는 치료 방법으로 호전될 수 있다. 따라서 빙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악마가 덧씌운 것’이라는 믿음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론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상념의 파동들이 모여 귀신이나 악마라고 불릴 만큼 어두운 특징과 의식을 가진 파동 에너지의 덩어리로 존재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다중인격의 경우, 때로는 환자와 가까우면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살아 있는 사람의 강한 집착의 상념이나 부정적 감정도 다중인격의

형태로 빙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사실 또한 빙의의 원인이 죽은 영혼이 아니라 어떤 종류이건 강력한 에너지 파동의 간섭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귀신이나 악마가 존재할 수 없다는 과학적 결론이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죽은 사람의 의식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따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의식의 에너지체를 영혼이라 부를 수 있고, 그 에너지 파동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감지되거나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심신이 약한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가 오염되거나 기생할 수 있다면 결국 죽은 영혼이 씌운 것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환자의 증상이 정말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악령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 해도 이 역시 일종의 부정적 에너지체의 오염이기 때문에 그 힘을 제거하는 같은 원리의 치료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흔히들 믿는 것처럼 ‘귀신이 씌워 생기는 불치의 병이며 신내림을 받거나 굿, 천도제를 통해서 쫓아낼 수 있는’ 빙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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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기가 될 때 - 무너지지 않는 멘탈을 소유하는 8가지 방법
스티븐 클레미치.마라 클레미치 지음, 이영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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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을 잃어버린 지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우리나라는 처음 대구에서 급속도로 확장될 때를 제외하면 이후 7개월 이상 검진자 수, 확진자 수, 치료율 등에 가장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해오면서 선진국으로부터도 방역 모범국가란 말을 들었다. 이른바 'K 방역'이다.

확진자를 따라 감염자의 원인을 따라가며 선제적으로 방역조치를 하는 등 수준 높은 방역 시스템을 보여주었고, 대구에서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방역 및 치료 등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감염병 방역의 모범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독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그리 오래 가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더욱 개인 방역도 열심히 하고, 가능한 한 개인 휴식도 집에서 취하는 '집콕' 생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지냈다. 그러나 선진국의 방역은 우리처럼 하지 못해서인지, 안 한 건지 모르지만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더니 급기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발견되는 시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며 꽤 오래 갈 것 같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특히 백신이 곧 나온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접종되는 시기가 빨라야 내년 4월로 예상된다는 뉴스도 계속 나오고 있다. 불안이 점점 두려움으로, 급기야는 분노로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얼마 전 하루 확진자 수 1000명이 넘어서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상태의 연속이다. 이젠 분노의 마음도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 우선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계획도, 실천도 해야 할 단계란 직감적인 상태로 파악된다.



이 모든 상황을 견디고 참아오면서 독자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얻은 게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정확하게는 한동안 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했다기보다는 집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독서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읽은 책은 예전 수년 간 읽었던 분량과 비슷하다. 주로 읽은 책은 소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에세이나 자기계발 서적들이었다. 6개월 동안 읽은 책은 100권에 가까우니 어쩌면 학교 다닐 때를 제외하곤 가장 많은 책을 읽은 기간인 듯싶다. 이 기간에 우리나라에서 발간한 나온 책의 숫자를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인터넷 서점에 들러 본 책은 거의 에세이나 자기계발 서적이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세가 확산되면서 이런 책을 찾는 독자가 많아졌나보다. 이 책 『마음이 무기가 될 때』도 분류상 자기계발 책이고 멘탈 건강관리를 다룬 책이다.

예부터 우린 어른들로부터 삶에 대해 들을 때 ‘모든 게 마음에 달렸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맞는 말이라 생각해왔다. 선조들도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실제로 매 순간 마음을 뜻대로 컨트롤하며 긍정의 힘을 끌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렵기 때문에 그런 말도 나왔으리라. 그런 노력과 실천을 하면 우리의 삶은 원하는 바 가까이 갈 수 있으니까. 어렵다고 마음도 먹지 않거나, 마음은 먹어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살게 될 터이니.



이 지점이 저자가 책을 쓴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와 행동을 결정하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나면 매 순간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나아가 매일 ‘최상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저자는 연구와 상담 경험을 통해 강인한 멘탈의 소유자들은 바로 그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결론에 접근했다.

『마음이 무기가 될 때』는 30년간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조직에서 코칭을 해온 저자들이, 뇌과학과 신경 심리학을 바탕으로 마음의 보편적 원리를 밝히고 그에 따라 멘탈을 강화하는 8가지 행동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언어ㆍ종교ㆍ문화ㆍ신념ㆍ세계관을 초월하여 인간의 삶을 공통적으로 지배하는 마음의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근본적이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선이 하나 있다. 이 선은 마음을 ‘선 위’와 ‘선 아래’로 나누며, ‘선 위의 마음’을 택하면 겸손과 사랑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내 모습이, ‘선 아래의 마음’을 택하면 자존심과 두려움에 휘둘리는 최악의 내 모습이 나온다. 즉, 마음의 선 아래로 미끄러졌을 때, 우리는 방어적이고 부정적으로 행동하며 일과 인간관계에서도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선이 하나 있다. 대단히 얇은 선이다. 너무나 얇아서 대개의 경우에는 있는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은 이 선을 따라 균형을 이룬다. 우리의 마음(우리가 성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선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순식간에 옮겨가곤 한다.

- 「서장 삶의 원리를 형성하는 네 가지 마음」 중에서



우리는 언제나 ‘선 위에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매 순간 선 위의 마음을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을 기르는 방법을 일러준다.

현재 자신이 어떤 마음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지 파악한 후, 선 위의 마음이 만드는 8가지 행동-진정성, 변혁, 신뢰, 성취(겸손의 4가지 행동), 연결, 격려, 발전, 연민(사랑의 4가지 행동)을 강화함으로써 매일 당신 안의 최고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행동패턴을 멈출 수 있을까? 먼저 저자들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주로 사용하는지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마음유형분석지표’를 개발했다. 우리 마음을 사분면으로 구조화해 선 위에 해당하는 제2사분면과 제1사분면에는 겸손과 사랑을, 선 아래에 해당하는 제3사분면과 제4사분면에는 자존심과 두려움을 배치했다. 마음유형에 관한 75개의 문항에 답을 하고 나면 각 사분면별로 수치가 그래프로 표현되어 자기만의 마음유형분석 결과지를 받아볼 수 있다. 내가 어떤 마음을 많이 사용하는지, 겸손 사랑 자존심 두려움 중 어느 요소에 얼마나 이끌려 사는지 알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이런 순간을 맞는다. 그러고서 생각한다.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내가 …만 했더라면.’ 우리는 작은 문제를 두고 아이들과 배우자를 닦달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팀원을 비난한다.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감 시한에 동의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매일 최선의 의도 역시 현실로 만든다. 말을 도로 주워 담고 싶다거나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협력적이고, 집중적이고, 솔직하고, 인내심 있고, 헌신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음은 이기적인 상태에서 이타적인 상태로, 비판적인 상태에서 연민 어린 상태로, 동기가 부여된 상태에서 우울한 상태로, 건설적인 상태에서 파괴적인 상태로, 의심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자신감 있는 상태로 대단히 빨리 전환할 수 있다. 단 1분 안에도 효과적인 상태에서 비효과적인 상태를 오갈 수 있는 것이다.

- 「1장 네 가지 마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중에서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당신 스케줄 표에는 이미 삶에 스트레스를 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상사와 가질 회의일 수도 있고, 팀원들과의 까다로운 성과 회의나, 너무 오래 머물러서 폐가 되고 있는 손님과의 대화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상황의 어떤 점은 당신을 자극할 것이고 당신의 두뇌는 비슷한 상황에서 수년 간 끄집어내왔던 낡은 틀들 중 하나를 꺼내들 것이다. 당신은 이 점을 알고 있다. 일이 으레 그렇듯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리란 점도 말이다.

우리는 회의를 위해서 의제와 슬라이드와 보고서를 준비한다. 다음 번 모임에 나가서 이야기할 휴가 계획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인다. 그러면서 성품(마음 자세, 사고, 행동)을 설계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자극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말이다. 성품 설계는 자신을 선 위에 머물게 하고 상호작용, 특히 까다로운 상호작용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섯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5분만 투자해서 이 활동을 한다면 선 아래의 상황을 시작도 하기 전에 완화시킬 수 있다.

- 「6장 선 위에 머무르는 3단계 전략」 중에서



책을 다 읽고 난 후 멘탈 강화 방법에 대해서는 확신이 선다. 어떤 원리에 의해 우리 멘탈이 대처하는지, 어떻게 강한 멘탈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배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어떻게 길들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가 문제다. 물론 책에 방법이나 지속 가능성을 모두 언급해 놓았다. 또 쉬운 말로 풀어쓰고, 필요한 경우 다이아크램이나 도표 등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많은 방법을 통해 이해하기는 쉬웠다.

한 가지 확신을 준 것은 8가지 비법이 모두 감정이고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서로 연합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이다. 이런 믿음 아래 꾸준히 저자가 제시한 방법대로 멘탈 강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어느 새 매우 높은 수준의 멘탈 소유자가 되리라 자신감이 생긴다.

오래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 이 멘탈 강화 연습도 마찬가지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습관이 되면 그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고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의 강화 때문에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리란 독자의 생각도 틀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저자 : 스티븐 클레미치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강연가, 개인과 조직 문화 코칭 전문 기업 ‘하트스타일’(Heartstyles)의 CEO이자 창립자. 아내 마라 클레미치 박사와 함께 ‘선 위의 마음’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마음유형분석’ 모델을 개발하였다. 자기가 어떤 마음을 주로 사용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행동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지 진단함으로써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돕는 이 모델은 현재 25개국어로 번역되어 KFC, 피자헛, 타코벨, 유니레버, 아멕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시드니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임상 심리학과 신경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 심리학자. 다양한 조직에서 심리 상담가로 경력을 쌓았다. 심리학 전문가로 ‘선 위의 마음’을 구체화하고 ‘마음유형분석’ 모델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현재 남편과 함께 ‘하트스타일’을 이끌며 전 세계 수천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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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사회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존재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부를 쌓은 사람도 있고,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사람도 있다. 같은 시대 같은 땅에서 살아도 이런 차이는 발생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돈을 잘 버는 사람과 돈을 못 버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이 돈 버는 데 관심이나 노력이 있고, 없는 결과라고 단순 평가하기는 어렵다. 돈을 번 사람도, 돈을 벌지 못한 사람도 동의할 것이다. 척어도 노력이나 돈에 대한 관심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구분을 짓는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로 빈부의 차이는 인류 시작 이후부터 공동체 안에서 생겨왔을까. 독자는 관심은 크게 갖지 않았지만 부자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이다. 스스로 벌어 먹고, 사회의 틀에 맞춰 일하고 먹고, 결혼하고 자녀 낳아 키우고 하는 매우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온 사람일 뿐이다. 특별한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신체나 정신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 다만 '부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지만 '남에게 손 벌려 먹고 살아서는 안 된다' 정도의 생각은 일생 갖고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보통 시민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산다.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는 개인의 능력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개인의 능력 차이인데 왜 극도의 빈부 차이가 지속될까.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잘못 됐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서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한다면 그 차이가 돈으로 환산했을 때 수십 배, 수백 배 차이난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 아닐까.



이 책 『가난의 문법』은 도시연구자 소준철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소설처럼 허구의 사실을 엮은 것이 아니다.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온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의 생애적 특징과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가난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어떠한 가난의 경로를 거쳐왔는가? 분기점에서 한 어떤 선택이 그들을 가난으로 이끌었는가? 그들이 살아온 삶,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한 이유, 수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쟁, 노인들의 지역공동체를 들여다보며 가난의 구조를 배운다. 그 구조는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문제를 연구한 결과를 갖고 논문 형식의 글을 썼다. 다만 자신이 실제 만난 사람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가상의 인물을 내세울 뿐 그들이 하는 일과 생활 등은 모두 저자가 직접 겪거나, 취재한 후 자료를 더해 연구 분석해 낸 결과물이다. 이런 점에서는 르포르타지 문학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무의미하다. 저자가 소설을 쓰기 위해, 혹은 고발 차원에서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도시연구자로서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맞닥뜨린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면서 얻어낸 연구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도시 빈민들을 연구해 그들의 가난이 사회 제도의 문제점도 한몫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제도의 수립, 정책 과정에서 이들 문제의 보완점이 반영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노인들의(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시도한다. 윤영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 3남3녀의 출산, 그들의 대학 진학, 그들의 결혼, 자식들의 퇴직 및 사업 실패와 금전 요구, 남편의 퇴직, 남편의 질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방개발(남편의 인도네시아 파견), IMF 경제위기, 북아현동 재개발, 2008년 세계경제위기 등의 경로를 거쳤다. 윤영자는 한때 아현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부를 축적했지만 이런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겪으며 자산을 잃고, 지금은 20만원 남짓 하는 연금과 폐지를 주워 판 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합쳐 5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윤영자씨의 가난은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좇으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가난한 여성노인에 대한 상징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대개는 재활용품을 줍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광고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한 포스터는 더 노골적이다.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아래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위에는 신문이 쌓인 카트가 그려져 있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노년에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지 않고, ‘품위 있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p. 125)



달동네가 재개발되고 판잣집이 사라지면서, 넝마를 입고 고물을 주우러 다니던 넝마주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가난이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난은 모습을 바꾸었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판잣집 대신 쪽방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넝마주이 대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나타났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옛날의 공동체는 사라지고 한낮의 동네에는 일할 곳 없는 노인들만 남았다. 도시의 노인들은 각자도생하며 폐지를 줍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65세 언저리를 은퇴연령으로 정해놓고 그 연령이 지나면 미래세대에게 일자리를 넘기기를, 이제는 쉬면서 사회의 복지제도라는 혜택을 누리기를 ‘강요’한다. 그런데 왜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들이 있는 걸까? 젊은 날에 저축을 못한 것이, 연금을 부으며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자식이 있어도 그들에게 부모의 생활비를 댈 능력이 없는 것이, 과연 노인들의 잘못일까?

리어카나 카트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시대 가난의 표상이다. 가난의 표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 전후 시대에 누더기를 입고 맨발로 미군들에게 껌을 구걸하는 모습에서, 경제성장기 달동네의 판잣집 좁은 부엌에서 연탄불을 때는 모습, IMF 경제위기 이후 도심을 차지한 노숙인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p. 9)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p. 28)

거리에서 폐지와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인 리어카나 카트를 끌고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세 가지 반응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세 가지 반응을 나타내는 무리 중 각자의 사정은 이렇다.

첫째, 외면하는 사람들의 경우다. 아스팔트에서 김이 나게 뜨거운 날, 혹은 언덕길이 빙판이 된 날, 폐품을 잔뜩 쌓아 수백 킬로그램은 될 리어카를 끌고 그 길을 힘겹게 걷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편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들의 처지를 직면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젊었을 때 저축을 별로 안 한 사람들이겠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어서 자식이 생활비도 안 주나 보네. 나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연금도 붓고 있으니 저런 노인이 될 일은 없을 거야. 외면하는 이들은 그들의 처지가 ‘내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다음으로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란 단어다. 지난 몇 년간의 조사를 통해, ‘폐지 줍는 노인’이란 사회적 호칭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우선 그/녀들은 폐지만을 줍는 게 아니며, 재활용이 가능한 폐품을 줍는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은 국가와 산업이 산정한 재활용 체계의 말단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품을 수집하여 판매하는데, 이는 폐품을 재활용 체계로 밀어 넣는 비공식적인 현상이다. 단순히 ‘폐지 줍는’이라고 표현할 때, 이 현상의 문제를 은폐하고 개인의 문제로 따지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p. 14~15)



둘째,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떤 이들은 동정하기를 택한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이들은 가끔 노인들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어디에 폐품이 많이 쌓여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집에 모아둔 폐품을 노인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이들은 늙어서도, 몸이 아픈데도, 푼돈을 위해 거리를 쏘다녀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다. 세 번째 경우의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 노인들의 처지가 언젠가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이들은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한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여 일찍 은퇴하거나, 질병으로 모아둔 재산을 병원비로 소진할 경우, 자식이 없거나 자식에게 노후의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며 냉정하게 미래를 계산한다. 하지만 남는 것은 실질적인 대비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커다란 두려움이다. 나도 저런 처지가 되면 어쩌지.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난의 문법이라고 표현해 가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책은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에는 다 사연이 있다. 그리고 가난은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고, 이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와 정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는 내용었다. 이 책은 75세의 재활용 쓰레기를 줍는 여성이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 그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가상의 인물인 윤영자씨의 시간대별 하루 일과와 함께 저자의 그에 대한 사회 문제(또는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윤영자씨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과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녀의 삶은 소설이 아니다. 70세 이상의 재활용 쓰레기를 줍는 여럿의 여성에 대한 사연을 모아 그들이 특정되지 않도록 섞은 이야기라고 한다. 누군가의 실제 사연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하지만 실제 이야기에 바탕이 있어 허구의 사실이 아니다.


저자 : 소준철


도시사회학 연구자.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국제관계학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도시의 통치술과 하층민의 생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쓰레기 수거-처리체계, 수용시설, (해적판)출판물 시장에 이르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970년대의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60~1980년대 서울시의 쓰레기 수거-처리체계 변화를 다루는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연구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가 있다.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좋은서울’ 우수논문상(2015)과 제1회 최재석 학술상 우수논문계획상(2020)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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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 성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데이비드 롱 지음, 해리 블룸 그림, 위문숙 옮김 / 스푼북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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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중세 시대에 대한 지식이 쏙쏙 들어오는 '어린이 지식 교양 그림책'이다. 분류상 어린이 도서이지만 서양의 중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식의 보고이다. 중세를 알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도록 구성된 잘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 성』은 전편 ‘이집트’에 이어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의 두 번째 시리즈이다. 이번 ‘성’ 편에서는 시곗바늘을 중세로 돌려 흥미진진한 역사 모험을 떠난다. 이 책에서는 약 천 년 전 최초의 성이 등장한 뒤 세월에 따라 그 모습과 역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가로 56cm, 세로 34cm의 크고 튼튼한 빅북(big-book)으로 보다 생생하고 즐겁게 만나볼 수 있다. 큼직한 빅북 사이즈에 담아낸 무려 200개가 넘는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중세 시대의 성과 그 역할을 살펴보다 보면 중세의 필수적인 개념인 봉건제와 영주와 장원, 큰 축을 이루던 종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세는 흔히 '신의 시대'라고도 일컬어지며 서양 중심의 개념이다. 모든 일이 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한 시대다. 이러한 중세를 안다는 것은 지구 반대편의 동양과는 사고 방식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달랐기 때문에 시대 구분으로만 분류하기에는 잘 맞지 않는 점도 많다.

학교 다닐 때 조금 배우고 아예 유럽의 중세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세계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중세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그 사람들이 뭘 먹고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국가나 사회가 유지됐는지는 영화나 소설 등 많은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독자 역시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수많은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등장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워낙 폐쇄적이기도 한 시대라 기록만 믿기에는 한계가 있는 점이 많다. 예술 작품들도 이 점에 있어서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적 상상력의 보고이기도 한 시대다.



백과사전 위키나무에 따르면 흔히 알려진 'Medieval Age(Era)' 혹은 'Middle Age'는 18세기 무렵부터 유럽의 지식인층이 역사 구분을 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이들에게 회고가 가능한 가장 오래된 시기이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시기는 그리스-로마가 존재했던 시대(특히 고전시대)였고, 반대편의 끝에 있는 것은 르네상스 혹은 17세기 이후 근대 국가가 성립하면서 나타난 'Modern Age'(지금은 '근대'로 번역하지만, 당시의 입장에서는 '현대')였다. 따라서 그리스-로마 시대를 '고대', 르네상스 혹은 17세기 이후를 '근대'라고 지칭하고, 그 나머지 가운데를 '중세'로 뭉뚱그린 것이다.

여기에서 멈췄으면 '고대', '중세', '근대'는 매우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남았겠지만, 18세기는 근대인, 특히 계몽주의 지식인이 보기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미신적 요소와 비합리적 관행이 아직 남아 있는 시대였다. 이 때문에 계몽주의 지식인을 중심으로 그러한 미신과 비합리성의 기원이라고 믿어졌던 중세를 멸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이런 시각은 현재까지도 강하게 남아있다. 이는 시대별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도 많으므로 비판적 수용이 필요한 관점이며, 단순히 기계적인 구분을 위한 '중세' 용어의 사용과 시대상을 평가하려는 가치를 담은 '중세'라는 용어가 혼재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대', '중세', '근대'의 구분은 서구권에서 비유럽 지역을 정복하고 종속시키면서 보편적인 역사 구분으로 퍼져 나갔고, 특히 칼 마르크스의 5시대 발전론(원시 공산주의 시대-고대 노예제-중세 농노제-근대 자본주의-현대 혹은 근미래의 공산주의 사회)과 사회진화론(그것이 계몽주의적인 형태이든, 제국주의적인 형태이든)이 퍼져 나가면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그 개념을 받아들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한국사나 중국사 등, 비유럽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왕조 혹은 그에 비견할 만한 집권 세력에 따라 시대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유럽의 '고대'와 '근대'에 비견할 만한 시대가 합의되지 못한 채 강제된 서구식의 근대를 맞이하였다. 따라서 '고대'-'중세'-'근대'의 개념에 대해서는 탈근대 움직임이 대두하는 1970~1990년대까지도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현재 그러한 시대 구분법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시되면서 시대 구분 자체에 염증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학자도 늘어났지만, 반대로 세계사적인 관점의 설명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고전후 시대라는 표현이 제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편의상 중세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중세사학회의 구분을 본다면 통일신라, 고려, 조선 전기까지를 중세사로 다루고 있다. 반면에 좁은 의미에서는 고려만 중세로 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에서 시작되는 통일제국시대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설, 위진남북조시대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설, 오호십육국·남북조시대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설, 수당 제국시대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설, 당말송초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설 등등 수많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현재 사학계에서 유럽식의 중세(Medieval Age/Era)와 비유럽 지역의 편의상의 '중세'가 마르크스 등의 주장처럼 같은 사회문화사적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대체로 합의가 되어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은 성이 가진 다양한 기능과 역할뿐만 아니라 중세 역사의 핵심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문화 교양 '엑티비티 그림책'이다. 와글와글 재미있게 표현된 역사 속 주요한 17개의 장면 장면에서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견고한 성을 쌓는 과정, 성을 둘러싼 격렬한 전투, 호화로운 성 안에서 벌어지던 다양한 일들, 중세의 기사, 성 근처에 형성된 마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화려한 색유리로 장식된 중세의 교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두컴컴한 비밀 지하 감옥에 갇힌 사람은 누구인가? 격렬한 마상 전투를 벌이는 기사는 어디 있을까? 쇠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는? 성을 건축하고, 마을 잔치를 벌이고, 잔 다르크가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던 중세 시대 역사의 현장에 참여해 중세 시대의 성 안팎을 구석구석 둘러보다 보면 왕은 물론이고, 봉건제 사회에서의 말을 탄 멋진 기사, 영주, 농민, 심지어 죄수까지도 성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를 알게 된다.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 성』은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자꾸자꾸 책장을 들춰 보게 만들며 어린이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역사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렇게 중세 시대를 직접 탐험하는 활동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호기심을 자극해 집중력과 주의력을 쑥쑥 자라나게 한다. 이 책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숨은그림찾기의 매력에 푹 빠져 보는 것도 팬데믹으로 인한 '집콕'의 시간을 유용하고 창조적인 생활로 이끌어 준다. 출판사 측에서 강조한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보는 법'은 이 책의 활용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① 책장을 넘겨 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감상한 뒤, 설명을 읽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본다.

② 장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꼭 찾아야 할 열 개의 항목을 찾는다.

③ 이제 40페이지로 넘어가서 기억력을 테스트해 본다. 만약 기억나지 않는다면, ①번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숨은그림찾기 모험을 떠난다.

④ 38쪽으로 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유명 기사들을 만나 본다.

⑤ 44쪽으로 넘어 가서 연대표와 보충 상자를 보며 성에 대한 지식을 한눈에 정리한다.



처음 책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이름 그대로 빅북(BIGBOOK)이다. 큰 신문지 절반 크기인 것 같다.

책의 크기도 크지만 아무래도 표지도 예쁘고 색깔도 툭툭 튀어나올 듯하다. 독자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릴 때 종합선물세트를 선물받을 때보다 더 큰 기쁨을 주었다. 어린이용 그림책이지만 역사 모험책이란 점에 주의를 기울여 이 책을 활용할 일이다. 작은 그림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고 소장하는 즐거움이 크다. 마치 우리 조선시대 궁에서 발간해 보관했다는 '의궤'를 보는 것 같다. 거기에 모두 움직이는 그림이어서 생동감이 더하고 하나씩 보는 재미가 크다. 조선시대 의궤는 기록용이어서 인물의 움직임이 없고 대개 규모와 참석자들의 작은 움직임만 포착해 그렸지만 이 책의 그림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그림의 내용도 충분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개인의 역할 및 움직임이 잘 반영돼 찾아보는 만족감을 준다. 이번 책은 '성'을 테마로 전하는데 이 외에 책이 시리즈로 다른 주제도 많다고 한다. 검은 책은 해적, 노란 책은 이집트.앞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아서 다음은 어떤 주제일지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먼저 첫 번째 성은 프랑스인들이 영국에 침입하면서 세운 천 년 전의 성이다. 침입자는 노르만족이라고 하고, 이 귀족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성은 언덕 위에 세워서 적과 싸우기 편하도록 위치를 정했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병사마다 하는 행동도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이 책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빅북이라 불릴 정도로 큰 책인데, 그림도 빼곡하게 그려져 있고,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의상부터 행동까지 다양하다는 점이다. 옆에 설명도 적혀 있어 잘 숙지하면 시대상을 잘 배울 수 있다. 인물이나 물건을 찾으면서 그것들이 왜 위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이름 그대로 역사를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성 밖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고 성 안의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하인들이 성주 외에 정말 여러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모습들도 그려졌다. 당시 먹거리였던 뱀장어나 고기 등 여러 생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성과 안, 밖 그리고 더 나아가 기사와 전투 등 '성'이라는 주제는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죄수들이 있었던 성도 소개되고 있는데, 돌로 된 감옥보다 위로 쌓인 감옥에서 더 탈출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성 안의 곳곳에 감옥이 있고 죄수들이 갇혀 있었다고 한다. 설명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도 많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숨은 그림 찾기라는 컨셉에서 역사라는 주제를 포함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장소마다 알아야 하는 역사 지식이 많이 있는데, 그림과 함께 글을 읽게 되니까 더 잘 읽히면서 재밌게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세계사를 공부해도 금방 잊어버리게 되고, 역사의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뒤섞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장소에 성이 왜 지어졌는지, 언덕 위에 생기게 된 이유 등 여러 정보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 각 페이지마다 꼭 찾아봐야 하는 열 가지라고 정리되어 있어서 그 인물들이나 관련 정보를 찾는다면, 책이 훨씬 더 즐거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장에는 유명한 기사들의 전당으로 '성'이라는 주제에 맞게 잘 전해지고 있다.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중세 시대의 시대상과 역사, 기사, 사건이 함께 한 권의 책에 그림으로 그려져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지식처럼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간직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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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담 - 세상 특별한 나를 찾아서
엄혜선(모모).신지예(제제)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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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무엇을 했나 돠돌아보면 '코로나' 이외에는 별로 떠오른 게 없을 정도로 코로나에 올인한 느낌이다. 아마 일상 자체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코로나 감염을 피하자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나라의 경제도, 세계의 교류도 온통 멈춰버린 시간이었다. 지구상의 시계는 2020년 한 해는 멈춰버린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각 분야에서 치열한 삶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느낌이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도 온 걸까. 더 답답한 것은 내년에도 일상을 되찾을지 불투명하다는 것. 세게 각국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일부 국가가 개발 성공해서 이미 접종했거나 내년 초부터 접종할 계획이라는 뉴스에 다소 희망이 생기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봄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블루'로 멈춰버린 일상 속에서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막막하고, 답답하다. 백신의 성과나 효과도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고, 그나마 우린 올 겨울을 꼬박 코로나로부터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너무 오랜 기간 코로나에 시달리니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약해지는 마음이 드는 요즘, 내 자신을 쓰담쓰담 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심리학자나 의사들은 코로나 대처법으로는 개인 방역은 물론 심리적 불안이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 책 『세상 특별한 나를 찾아서 나쓰담』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워크북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노트보다 조금 큰 얇은(50면) 책이지만 실제로 체크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심리상담사이며 독서치료사이기도 한 저자 2명이 공동으로 제작 발간했다. 책에 따르면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물음표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누굴까? 내면을 보는 거울 아무리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옷을 잘 차려입어도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허전함이 있는 독자에게 매우 유용하게 혼자 체크하고 분석 판단할 수 있어 직접 심리상담을 위해 의사나 상담가들을 찾을 필요도 없어 비대면 시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내면’인데 외모로 인해 내면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 『나쓰담』의 물음표에 솔직한 느낌표로 답해보며 자연스러운 나와 만나도록 구성된 이 책은 나를 어떻게 찾아갈까?

내면의 영토를 확장시키는 지도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떻게든 지금의 나와 연속선상에 있다. 나는 왜 이럴까,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과거와 현재의 나를 파악하고, 다시 새로운 나로 출발할 수 있는 길잡이 지도책이 되어 준다고 강조한다. 나를 어떻게 응원할까? 내면의 힘을 키우는 위트 속 시원하게, 솔직하게, 유치하게, 발랄하게, 엉뚱하게,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낙서도 해보면서 이 책을 활용하기를 저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은 세상을 보는 내 눈도, 나를 보는 타인의 눈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쓰담』은 출간 이전에 50개 이상의 다양한 그룹의 사전테스트를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한 위크북이다.



이 책은 총 15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에는 자기를 알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성향을 책에 나온 대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현대 사회를 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눈에 비친 나를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진짜 나의 모습,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 책은 이 점을 보완하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그 유형별 팁을 공유하고 있다. 각자의 애착 유형에 따른 자기를 알아가는 방법과 나를 쓰다듬어주는 방법들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맨 뒤에 있는 '자기한테 하는 말' '눈 꼭 크게 뜨고 바로 보이는 말 찾아보기' "토닥토닥" "멋져" 등 나에게 힘 주는 말 자주 해주기를 거치면서 남한테 보여지는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본인을 사랑하고 다져가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쓰담』은 즉각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구성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수준 높은 상담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10여 년의 심리치료, 독서치료의 이론과 노하우를 엄선하고 다듬어 실제 상담에서 활용하는 자기치유 기법과 설명, 도구들을 경험할 수 있다.

2. 진로, 취업, 적성을 아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자신을 잘 알수록 삶의 진로도, 목표도 분명해진다. 대면상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혼자서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다.

3. 언제든지 어디서나, 간편하게 펼쳐볼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문자답 책들은 좋은 질문들은 많지만 글자가 너무 작거나 많고, 두꺼워서 채워야 하는 부담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나쓰담』은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B5사이즈(182mm*257mm)의 포켓북으로, 부담 없이 꺼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쓰고, 끄적거릴 수 있다.

4. 1대1, 그룹 등 실제 상담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 기업, 기관 등 다양한 상담 현장에서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여성발전센터 마음테라피과정, 대학일자리센터 진로상담과정, 상담대학원, 재직자 과정, 창업과정 등의 단체 교육에서, 개인 상담, 집단상담 등에서 실제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워크북이다.



저자 : 모모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심리상담실 상담원, MBTI 일반강사이자 독서치료사이다. 2016년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과정 졸업 후, 석사 논문인 「초등학생 부모의 자기성장과 양육효능감 증진을 위한 독서치료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개발 및 효과분석」을 한국심리유형학회에 등재하고 발표했다. 18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서논술 수업과 독서치료를 진행해 왔다. 2016년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을 취득하여 성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2018년 MBTI 일반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각 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현재 서강대 교육대학원과 (사)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사)해오름 평생교육원 독서치료 강사로 다양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저서로 『학부모의 자기성장과 양육효능감 증진을 위한 독서치료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분석 (2016)』, 『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가 있다.


저자 : 제제


잔나비와 비틀즈,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밴드 덕후.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춘이다.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면서 밝고 명랑한 어른이 되는 게 꿈이다. ENFP와 ENFJ 두 개의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과 공부는 확실하게, 놀 땐 화끈하게 놀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데, 『나쓰담』이 그 첫 발걸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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