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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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은 코로나 팬데믹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긴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저자 이도흠은 전작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를 통해 "슈밥이든, 제러미 리프킨이든, 이들에 동조하든 반대하든, 이에 대해 말하는 무수한 석학과 학자들은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 채 껍데기만 핥고 있다. (중략) 이렇게 간주하는 이유는 크게 열 가지다. 첫째, 인류는 생명을 조작하고 창조하는 호모 데우스의 지위에 올랐다. 둘째,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초지능을 달성해 인간과 유사하게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로봇,

곧 안드로이드가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뒤흔들 것이다. 셋째,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이 무너지고, 인간이 석기를 제작한 이래 처음으로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역전이 일어날 것이다. 넷째,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물과 인간이 초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사물이 스스로 말하게 된다. 다섯째, 인류는 삼중의 현실, 곧 실제 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에서 삶을 영위하는 ‘매트릭스적 실존’을 하게 될 것이며,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거나 전도하는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는 일상이 될 것이다. 여섯째, 인간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포스트휴먼으로 거듭날 것이다. 일곱째, 뇌의 디지털 복제가 가능하여 디지털 상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아바타를 만들어 무한하게 복제하거나 영생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p.22)"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어 이 책 2권의 부제로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붙이고 머리글을 통해 "집필 중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 19는 세계에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제 1권에서 설정한 의미로 읽는 인류사에 코로나에 대한 상황인식을 곁들여 '디지털 사회와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과 재현의 위기', '초연결사회와 공유경제', '생명공학과 호모데우스 : 연기적 생명과 죽음의 의미', '인류세/자본에서 생명위기와 생명정치'로 나누어 4차 산업혁명을 자연과학과 인문학,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 분석하고,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교육적 대안과 대안의 패러다임과 사회를 모색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어 자신의 전작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와 주제가 유사한 부분에서는 겹치는 부분도 꽤 있다"며 시인하고 "한계에도 이 책이 4차 산업혁명을 올바르게 분석하고 전망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조금 더 잘사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털끝만치라도 기여하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썼다.

 


 

우리는 이제 ‘간헐적 팬데믹 시대(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농장, 목장, 광산, 공장, 주거지 개발을 하고자 생태계의 순환을 담보해 줄 ‘빈틈’의 숲마저 파괴한 탓이다. IPCC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에 도달하지 않으면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팬데믹만이 아니다. 지금 38%의 동물이 멸종위기 상태다. 상위 10%가 절반 이상의 부를 점유하고 한 기업의 임금 격차가 300배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은 극대화하였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더해지면, 자동화/로봇화 한 가지만으로도 일자리 감축은 오히려 작은 문제이고 노동자들이 인공지능이 남긴 부스러기 일이나 하는 고스트 워커(ghost worker)로 전락하여 노동운동 자체가 무력화할 것이다. 우리는 인류사 700만 년 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패러다임과 체제에서 정책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지평에서 미시적인 맥락에 이르기까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1, 2권 모두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대전제 아래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가장 야만적인 형태인 신자유주의 체제와 극단의 불평등, 간헐적 팬데믹, 기후위기, 인류세(ANTHROPOCENE)/자본세(CAPITALOCENE)의 조건에서 수행되고 있다. 인류가 이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혁명’이 아닌 ‘개벽’에 가까운 이 흐름 앞에 과학기술을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독립시키지 않는다면, 패러다임과 사회체제의 대전환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의 끝은 디스토피아나 인류문명의 멸망이 될 것이다. 슈밥 등이 말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3차 디지털 혁명의 연장이다.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인류사 700만 년 이래 전혀 다른 세상을 열게 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의 좁은 지식의 인식으로는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방향이 기술의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이고 기술혁명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먼저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천국'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지옥'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책은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인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기술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한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구체적인 기술로는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초연결, 유전자조작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보편화된 기술로는 빅데이터를 들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빅데이터 형성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 및 저장에 드는 비용이 크게 감소한 덕분에 빅데이터 기술은 손쉽게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빈번해지고 정부나 기업이 어렵지 않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폐해 또한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신과 다름없이 유전자를 조작, 변형할 수 있게 되고, 손수 생명을 창조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인류의 공동 유산인 생명과 유전자를 특정 정부나 기업의 독점적인 상품으로 인정해 판매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해 빚어질 혼란은 예측하기 어렵다. 도시화에 따른 자연 파괴와 육식 증가에 따른 동물권 침해 등의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지고, 인간의 생존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전 지구를 뒤덮은 팬데믹 현상은 언제쯤 해소될까. 현재의 팬데믹 현상은 백신 개발에 힘입어 조만간 해소되겠지만, 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4~5년에 한 번꼴로 '간헐적 팬데믹'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인류의 자연 파괴에 따른 기후 위기에 의한 것으로, 어떤 학자들은 인류가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이 이제 겨우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은 기쁜 일이지만, 그 방향이 지구 생태계의 존속과 환경 위기의 해결, 인류의 생존 같은 거시적인 목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독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저자의 주장 이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온전한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얄팍한 지식 상태다. 저자의 논리, 주장, 이론 등에 반론을 제기할 입장이 못 된다. 그러나 저자가 한 가지 인류 생존과 가장 직접적이고 단시간에 직결될 생명공학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또 디지털 혁명의 기술 집중으로 이뤄지는 시대적 변화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한다. 인류 생존,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1, 2, 3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에 대단한 편익을 주고 풍요롭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늘 소외계층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놀라울 정도의 기계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시간에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그들은 경제적 부를 쌓을 틈도 없이 사회 소외계층으로 밀려났다. 3차 디지털 혁명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방식보다 월등하게 빠르고 양적으로도 엄청난 확장을 가져온 정보가 넘쳐나는데 정작 디지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는 급격히 사회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난 형국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제 4차 산업혁명은 이같은 비자발적 소외 계층이 밀려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인식을 같이한다.

 


 

이 책의 특징은 기존 학설이나 이론과는 다른 점을 많이 기술했다. ①인류는 사바나 이전에 숲생활기부터 직립을 하였다 ②농경혁명은 신석기가 아니라 구석기에 시작되었다 ③농경보다 종교가 먼저 시작했다 ④농경사회부터 신분이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8,000년 동안 평등한 공동체였다 ⑤인류는 은유와 환유를 매개로 자연지능, 과학기술지능, 사회지능을 결합하여 인지혁명을 이룩하였다 ⑥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자원 경쟁에서 지거나 기후변동, 화산폭발 등의 외부요인 때문이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요인 때문에 멸종했다는 것이다 ⑦자유의지는 허구도 실체도 아닌, 몸 전체의 네트워크가 뇌신경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이루어지는 것이다 ⑧딥러닝으로는 강인공지능을 제작할 수 없고 뉴로모픽 칩 기술로는 가능하다 ⑨자본주의 체제는 50년 안에 붕괴하거나 주변화할 것이다 등을 적시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부상에 따른 각종 이론에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뇌과학, 로봇공학 등을 융합하여 분석하되, 인문학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200여 편에 달하는 최근의 국제 학계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융합했다. 이에 따라 아전인수식 연구를 지양하고, 대립되는 주장들을 치밀한 논증과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추출했다는 점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특히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지금 여기의 인간과 생명의 자리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AI가 시적/철학적 의미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특허를 내지 않고 공개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 이도흠

 

약자의 입장에서 텍스트와 세계를 다르게 읽고 쓰고 실천하려는 저자는 변방에 서서 ‘수입오퍼상’과 ‘고물상’을 모두 지양하며 동양과 서양,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통하여 새로운 우리 이론을 모색하고 있다. 이 타락한 세상을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는 일에 좁쌀만큼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 화쟁사상을 통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종합』,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등을 썼고 틱낫한의 『엄마』를 번역했다.

현재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시가학회와 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로 있다. 한국기호학회 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원효학술상, 유심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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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 독일카씨의 식물처방전
독일카씨 김강호 지음 / 길벗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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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꽃과 식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나태주 시인을 만나면서다. 그의 '풀꽃' 사랑과 관심은 유별난 것이어서 독자들은 그를 '풀꽃 시인'이란 애칭도 붙여줬다. 그의 식물, 특히 풀꽃에 관심은 굉장하다.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거의 모든 시가 풀, 꽃, 나무에 대한 사랑을 보여 준다. 물론 시인은 아내와 여인, 연인의 사랑을 비유적으로 쓰기도 했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풀꽃 1〉 전문

시인은 8개 단어만으로 시를 써 시를 사랑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아름답고 간결한 시를 독자는 본 적이 없다. 시가 좋아 시인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의 풀꽃 사랑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세한 관찰에서 나왔다고 믿고 있다. 독자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었다. 노환을 앓다가 정말 풀꽃처럼 조용히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당신이 사랑하던 아들 딸 옆에 아끼던 발코니 정원의 꽃과 나무를 그대로 남긴 채. 독자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시든 채 돌보는 사람이 없어 폐허처럼 변해버린 그곳을 다시 가꾸어 어머니 대신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시인의 눈을 닮고 싶다. 여리고 보잘것없는 풀꽃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

 


 

발코니를 되살리려고 집 사람과 의논한 후 정년퇴직을 앞두고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으니 그런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수렴해 함께 집에서 가까운 화원을 찾았다. 생전 처음 들렀다. 화원이란 곳을. 지나가면서 많이 봤던 곳이지만 왜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았는지 지금 심정으론 이해할 수 없다. 그곳의 화원 주인은 초보자이면 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과 함께 꽃이든 풀이든 나무이든 종류보다는 가꾸는 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적지 않은 지식도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쁜 조건에서도 잘 크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봄이라야 이제 한 달여 남았으니 지금은 흙과 흙을 기름지게 하는 몇 가지 방법, 그리고 꽃을 사랑할 것 같다는 마음도 갖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 책을 보니 반갑고, 고맙고, 마치 환자가 의사를 만난 것처럼 기쁘기까지 하다. 이 책은 화원 주인이 시간이 없어 미처 하지 못한 각종 식물을 기르는 데 알아야 할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몇 페이지 읽고 이 책과 함께 올 한 해 멋지고 아름다운 '식물 가꾸기'는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이 책은 공기 청정 식물, 안전한 식물, 예쁜 꽃 식물, 매력적인 식물, 반음지 식물을 챕터별로 구성했다. 부록으로는 어머니의 정원, 식물이 자라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예쁜 식물 사진들도 덧붙였다. 자신감과 식물 공간 꾸미기 등의 영감도 준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와 용기를 준 앞부분에 '초보 집사들을 위한 기본 지식'들이 나온다. 식물 구입 방법, 흙 종류, 화분 종류, 물, 빛, 바람, 벌레, 비료, 원예 도구에 대한 정보가 꼼꼼히 실려 있다. 읽으면서 몰랐던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고, '쉬운 일은 아니구나'라는 경계심도 주었다. 화원 주인이 했던 말도 대부분 여기 실려 있는 그대로다.

이후 책 곳곳에 나오는 식물들은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나뉠 수 있지만 어떤 식물이든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식물을 가꾸려면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식물은 물, 바람, 빛, 흙, 집사의 마음(기다림)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잘 산다. 그저 예뻐 보이는 식물 말고 각자에게 필요한 식물을 만나라고 말한다. 또 식물이 아프면 직접 치료해주고 조금씩 성장하는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기를 조언한다.

‘식물 데려오기, 물 주기, 분갈이 흙 선택하기, 비료 쉽게 만들기’ 등 초보 식물집사가 알아두어야 할 아홉 가지 내용을 이야기처럼 서술돼 있다.

건강한 식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하게 담았는데도 많은 지식이 담겼다. 그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식물도 마음을 많이 써야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인가 보다. 공기 청정 효과를 원하는 사람, 반려동물과 아이에게 안전한 식물을 찾는 사람부터 꽃을 좋아하는 사람, 플랜테리어로 초록빛 위로를 얻으려는 사람, 빛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사람까지 5가지 상황에 맞게 34종 식물을 나누어 소개한다. 식물 프로필(뿌리, 물, 사계절 관리법, 빛)을 살피며 잘 돌봐줄 수 있는(가장 애정이 가는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 식물을 찾아기를 권한다. 애정이 없으면 잘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나보다.

 


 

또 기르기 시작하면 식물별로 쉽게 찾아오는 병증을 뽑아 저자가 직접 효과를 경험한 치료법을 기록했다. 개인별로 키우는 환경과 관리법에 따라 처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기 환자라고 해도 의사의 처방이 증상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는 말이다. 매우 설득력 있고 경험과 과학이 결합된 '진짜 의사'의 처방전 같다. 저자가 이렇게 자세하고 꼼꼼하게 내린 처방전은 충분히 읽고 숙지하는 것도 '착한 초보'이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는 '결단력과 용기'란 말을 사용하지만 이미 내린 처방에 환자로서는 처방전대로 약, 밥, 휴식 등이 모두 충실하게 이행해야 효과가 나타나듯. 건강한 식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하게 담았다는 말이다. 마지막 부분의 '도서 아우트로' 구성에는 저자의 식물 생활의 계기가 되는 '어머니의 정원'을 사진으로 담아놓았다. 또한 저자의 식물 성장 모습을 전후(2컷) 사진으로 구성했다. 앞에서 저자가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라고 언급한 이유가 생각난다.

 


 

이 책 뒷 표지에 다섯 가지의 질문이 나오고 '한 번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 책을 펴주세요'라는 저자의 주문이 나온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자는 다섯 가지 모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언제 줘야 할지 몰라 말라 죽인 적도 있다. 오래 전이지만 분갈이 할 시기를 놓쳐 화분 안에서 아이들이 전쟁을 벌인 적도 있다. 환경에 맞지 않은 식물을 따지지 않고 예쁘다고 가져와서는 그대로 죽여 본 적도 있다. 뿌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신경도 안 쓰다 뿌리를 썩게 만든 적도 있다. 노랗게 변하는 식물들을 보며 마음은 답답하지만 딱히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죽인 적은 훨씬 많다. 모두 독자가 직접 기르지 않고, 남에게 맡겨놓고 관심을 더 이상 두지 않은 채 건강하게 자라 꽃 피운 아름다움만 취하려 한 독자 스스로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얼마만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결실만 따 먹으려는 사람은 과실을 나눠줄 수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처럼 부끄러운 과거를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저자가 독자에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빛이 가장 잘 드는 공간에 두었는데, 며칠 지나자 잎은 노래지고 줄기는 축 처지더니 꽃봉오리는 필 생각이 없는 듯해 답답한 적이 있다.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걸까’ 하고 짧게 생각했다간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하나씩 하나씩 화초를 챙기더니 이웃이나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하나같이 "전망도 아름다운 집에 발코니 정원은 더 아름답네"라고 칭찬할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냈기 때문이다.

저자도 말한다. 집은 잘못이 없다. 무심코 데려온 그 식물이 원래 어디에서 살았는지 알고 있나요? 식물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다가 결국 개인의 성격과 환경에 맞는 식물을 반드시 만나게 될 거이라며...

 

저자 : 김강호

 

피아니스트이자 식물집사. 난초의 한 종류인 카틀레야를 좋아해 난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네이버 카페)에서 회원들과 식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경험한 식물의 성장 이야기를 나긋나긋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잘 키운 식물을 번식해 나누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식물집사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독일 트로싱엔국립음대 박사학위 취득. 제28 회 해외파견콩쿠르 피아노부문 1위 및 전체 대상, 제2 회 타디니 국제콩쿠르 3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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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문학집
장용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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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 자연의 관찰력과 성장하여 길러낸 사색의 힘으로 문학 각 분야에서 빚어낸 공모전 수상 작품집. 시, 소설, 수필, 동화, 동극, 시나리오는 물론 캐릭터 활용 곰모전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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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문학집
장용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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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주는 젊은 여성 작가의 등장이 반갑기 그지 없다.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이 여성 작가는 이름 앞에 아호를 쓴다. 창의(創意)라는 호다. 작가에게 어울리는 의미로 보인다. 요즘 책을 읽는 주 독자층은 이른바 '한글 세대'다. 한자교육을 학교에서 따로 받지 않아 한자를 잘 모르고 어려운 한자를 굳이 배울 필요도 없어 학교 교육에서도 쓰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유야 어쨌든 주 독자층이 한자를 모르는데 굳이 한자이름이나 조선시대처럼 아호를 따로 쓸 필요가 없어 제목이나 표지에 한자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저자가 한글 세대이든, 한자를 배운 옛날 세대이든 상관없다. 독자가 거북하다면 당연히 한자이름은 쓰지 않는 게 맞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한자를 몰라 안 쓰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어필되지 않고, 혹시 거부감이 있을지 모를 독자들에게 한자를 제목이나 표지에 드러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 『창의 문학집』의 저자 창의 장용희(創意 張龍熙)는 제목이나 표지에는 한자를 쓰지 않았지만 안표지부터 아호를 포함한 이름까지 한자를 썼다. 물론 한글보다 작은 글자이지만...

더욱이 저자는 여성이고 젊은 분이다. 또 저자는 '한글 사랑'을 내세우는 철저한 한글 세대일 텐데도 한자를 표기한 것이 궁금하다. 그러나 작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 독자는 궁금증만 가진 채 작품 읽기를 서두른다.

 


 

처음 보는 작가이름에 한자로 표기하고 아호까지 가진 작가다. 한자 교육을 따로 받았거나 집안에서 옛날 선비들처럼 유교식 교육을 따로 받으신 분인가 싶다. '문학집'이라고 표기한 만큼 책 속에는 문학의 각 종류가 망라돼 있는 듯하다. 시, 시조, 수필, 동극, 시나리오, 동화, 단편소설 등 다채롭다.

더욱이 각 분야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작가의 문학적 재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욱이 저자의 창의력은 글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플라워팟, 멀티바스켓, 알알이빅, 에듀스낵을 개발 출시한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다. 게임이나 발명, 기술 개발에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 다방면에 두루 능하다는 것인 탁월한 한 분야는 없을 것이다라는 속단은 이 책 저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작가의 개인적인 면은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은 이쯤 끝내고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우선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짐작케할 만한 수필이 있어 먼저 읽는다. 자연과 함께하며 대화도 나누고 매우 감성적인 면이 깊숙이 각인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다.

 


 

16살의 나에서 31살의 나로 바뀌며 그전보다 생활도 나아졌지만 어린 시절 숲과 어울려 자연에 묻혀 지냈던 자연인의 삶은 다시는 오지 않을 귀한 날들이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어린 시절, 순수하였던 시절을 겪고 나니 큰 기쁨의 결실은 15년 뒤 어른이 되어 돌려받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주는 존재임을, 그리고 메아리처럼 기쁨을 주는 착한 존재들임을 알게 되니 세상에는 더 이상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이켜보면 난 자연과 대화하는 아이였다. 지금은 하늘을 보며 가끔 구름과 대화를 한다. 구름은 비가 되어 내려 다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 용희야. 또 만났네? 그새 많이 컸구나. 반가워. 난 보슬비야.”

“응, 예전에는 소나기였는데 더 아름다워졌구나. 눈송이였을 때도 귀여웠어.”

“지금의 너와 같은걸, 난 너의 마음의 거울이니.”

자연이 대답해주었다. 어렸을 때에도 답해주었지만 몰랐을 것이다.

자연처럼 끊임없이 변하며 자연과 닮아가는 내 모습을…….

- p. 146 〈자연과 대화하는 아이〉 중에서

 


 

앞부분부터 읽어나가다 발견한 시 한 편은 작가의 사색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관찰과 사색은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하는 사람에게도, 과학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한 대목일 터, 그의 관찰력과 사유의 힘은 천부적이라기보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키워온 것일듯 싶다.

 

끝에서 끝으로

 

한결 나이진 목소리

웃음 짓는 계절의 끝에서

죽음과 연관된 별들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밤

(중략)

진리가 진심인 듯 알았다면

술래잡기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쓰고 달아진 밤바다의 울음소리

끝에서 끝으로 돌아서 가는 중

 

삶의 진리를 찾은 듯 아쉬움은 남는 듯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돌아서 가는 중'이란 표현이 인상 깊다.

 


 

시나리오 분야에 소개된 '동극' 한 편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문학적 재능, 한글과 어린이 사랑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공룡마을」이란 제목의 동극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및 특징을 앞부분에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 동극은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닝타임은 2시간 내외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요술마을에 사는 수다쟁이 민씨 부인의 남편이 사또가 되고, 빨간 부채와 파란 부채를 발견하여 콩쥐에게 빨간 부채를 주게 되고, 콩쥐가 계모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젊은 사또와 결혼하여 삼형제와 함께 도둑할아버지를 잡으며, 누명을 쓴 민씨 부인 남편을 구해주어 은혜를 갚습니다. 100년 뒤 요술마을에는 산사태로 호랑이가 마을로 와서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하는데 달에서 사는 토끼 부부가 구해주게 되고 오누이는 은혜를 갚기 위해 토끼 아들을 찾아줍니다. 토끼 아들과 호랑이가 만나지만 꾀를 부려 살아남습니다.(중략)

이 동극의 특징은 조선시대 공룡마을은 10개의 전래동화를 재구성한 퓨전 동극입니다. 요술마을에서 펼쳐지는 일을 다루어 주제가 일관성이 있어 어렵지 않아 아이들이 보며 이해할 수 있으며,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대화가 많이 있어 흥미도를 높였습니다. 동극을 보고 나서 아이들이 권선징악의 의미와 상부상조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상세한 설명과 함께 동극은 시작된다. 문학적 재능과 상상력이 돋보이며 어린이 사랑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에 들어 있는 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반반 인생

 

휘영청 밝은 달 나무 그늘

슬픈 미소를 짓는 나그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해지려고

욕심 단지를 들고 서 있는가

(중략)

백여 년 안 되는 인생길에서

무얼 바라고 무얼 기약하며

 

인생 단지에 행복함은 반만

채우려 하는지 알 수 없구나

 

독자의 마음에 쏘옥 들기도 하고 후벼파기도 하는 시다. 100년 안 되는 인생길 속 독자는 반 이상 살아왔는데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작가는 갓 30을 넘긴 시점에서 보이나보다. 대단한 통찰력이다. 독자로서는 아직 반이 남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고찰이 독창적이고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30대의 시인이 쓰기 쉽지 않은 시라고 생각한다. 공감이 커서일 게다.

 


 

작가의 소박한 출간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창의 문학집을 펼쳐주신 독자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세종대왕님과 집현전 학자분들이 만드신 한글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한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였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글을 언어로 말하고 쓰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여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노력하여 더 나은 문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자 : 장용희(創意 張龍熙)

 

‘창의’라는 독특한 호를 쓰는 장용희 작가는 숭실대학교에서 경영을 공부하였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연구하고 있다. 플라워팟, 멀티바스켓, 알알이빅, 에듀스낵을 개발하여 출시하였고, 시, 시조, 동시, 동화, 동극, 단편소설, 콩트, 수필, 영화시나리오 분야에 등단하여 시인, 시조시인, 동시인, 동화작가, 동극작가, 소설가, 콩트작가, 수필가, 영화시나리오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작문, 게임, 발명, 기술개발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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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특히 중고등학교 때 영어는 입시를 위한 필수과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다른 어떤 언어보다도 영어는 입시, 취직, 학문을 하는 데 첫번째 조건이었다. 그만큼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는 언어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괴롭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 때는 특히 영어가 우선이었다. 국어보다도 영어가 우선시됐을 정도다. 70~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영어만 잘하면 먹고 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시대이었다. 회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독해나 듣기 정도는 시험칠 수 있는 시대였으니... 또 사실 영어 시험을 만점 받았다 하더라도 회화는 초보 실력도 안 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영어권 나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도 많고, 심지어 직장까지 그만두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들도 있어 웬만하면 영어 회화는 잘한다. 하지만 영어 회화를 구사한다고 해서 영어권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어원(etymology)부터 알아야 한다. 독자의 학창 시절 때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방법은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주로 채택됐지만, 가끔은 영어 단어를 많이 알려면 어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있긴 했다. 어원을 중심으로 파생되기도 하고 영어의 변형 모습은 일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에 그냥 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었다.

 


 

이 책은 영단어의 뿌리를 밝히고, 그 단어가 문화사적으로 어떻게 변모하고 파생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인문교양서이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문화,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어떤 장을 먼저 펼쳐보아도 상관없다. 각 장마다 독자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동안 여러분의 어휘 실력은 놀랍도록 향상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이 책의 구성을 잠깐 살펴보자면,

CHAPTER01 자연환경과 민족

CHAPTER02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CHAPTER03 정치·경제와 군사·외교

CHAPTER04 문화·예술과 종교

CHAPTER05 과학 기술과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CHAPTER06 동물왕국의 영어 편을 덧붙여 놓았다.

CHAPTER07 식물나라의 영어, CHAPTER08 신화 속으로 떠나는 영어 여행 CHAPTER09 영국 미국 사람들의 이름짓는 법 CHAPTER10 미국과 영국의 도시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편으로 이어진다. 언어는 그 시대 인간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문명의 정도에 따라 어휘가 늘어는 식으로 발달한다. 이 책도 한마디로 영어 어원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기술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대단한 지식과 엄청난 노력, 그에 못지 않은 열정으로 연구하고 수집한 저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 생각은 존경으로 바뀔 만하다. 소중히 간직하고 수시로 익히고 싶은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예전 우리가 사용하던 표현으로 하면 '영어 어원 만물박사'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 비판서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그 시대가 지나야 올바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엉이는 아테나 여신이 ‘지혜’의 상징으로 데리고 다녔던 새이다. 여기서 bring owls to Athens(아테나 여신에게 부엉이를 주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공자에게 『논어』를 선물하는 격이니, ‘쓸데없는 짓’이나 ‘사족을 달다’라는 의미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기호체계이다. 영어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과 같다. 그것은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 독해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단어를 외우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뜻을 파악하고, 거기서 파생된 단어들을 거미줄 치듯이 엮어서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영어공부의 길이 열린다.

이 책은 단어의 뿌리는 물론이고 그 줄기와 가지, 어원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영어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교양상식사전이다.

 


 

악수는 천상의 신이 지상의 지배자에게 권력을 수여한다는 의미가 담긴 동작이라고 전해진다.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악수 그림이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에도 이런 악수의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로마시대 때 악수는 사람들끼리 서로 해칠 의사가 없다는 의미의 몸짓이다. 주로 무기를 쓰는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 상대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른손잡이들과 달리 왼손잡이들은 왼손으로 무기를 썼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못 믿을 상대로 생각했으며, ‘불길한(inauspicious)’이라는 뜻의 라틴어 sinister를 ‘왼손잡이(a left-handed person, a left hander)’라 불렀다. 이후 오른쪽(right)은 ‘정의로운’ ‘정상적인(normal)’ ‘건강한(healthy)’ 등 긍정적인 의미를 차지했으며, 왼쪽(left)은 ‘급진적인’ ‘좌익의’ 등 부정적인 의미로밖에 쓰이지 못했다.

미국의 야구장 구조는 투수의 왼손(left paw, paw는 익살스럽게 사람의 손을 뜻하기도 한다) 방향이 남향이 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좌완투수를 southpaw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왼손잡이들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편견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왼손잡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국 왼손잡이협회’는 1992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해 지금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런데 하필 불길한 숫자 13일로 정했을까. 다행히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수(數)’를 나타내는 영어 number의 어원은 라틴어 numerus이다. 우리가 number의 생략형으로 쓰는 No.는 바로 라틴어 Numero의 약자이고 No.1은 ‘순서대로 1’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인자(numero uno)’, 조직의 ‘최고위층(top)’ ‘최고품(supremacy)’ ‘자기 자신(oneself)’이라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약간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No.1은 어린이의 소변을 가리키며, No.2는 대변을 가리킨다. 우리 식으로는 ‘대소변’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소대변’인 셈이다. 그러면 No.3는 무엇일까? 우리 영화 「No.3」에서는 ‘삼류 인생’을 뜻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카인(cocain)을 가리키는데, 이니셜 c가 알파벳 순서로 세 번째라는 이유에서다. 코카인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생이 바로 삼류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도 No.10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No.10 Downing Street)에 자리 잡은 ‘영국 수상관저’를 가리킨다.

 


 

‘창문’을 뜻하는 window는 고노르드어 vindauga에서 차용해온 단어이다. 즉, vindr(바람) + auga(눈) = ‘바람의 눈’이라는 뜻인데, 추운 지방에서 살았던 고대 게르만족의 창문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Window가 영어로 들어오면서 창문의 뜻으로 쓰이고 있던 고대영어 eagthyrel의 자리를 차지했다. eag는 눈을, thyrel는 구멍을 뜻했는데, eag는 영어의 eye가 되었고 thyrel은 nosu(코) + thyrel(구멍) = nostril(콧구멍)이라는 복합어의 어미에 흔적을 남겼다.

창문은 고대 게르만족에게는 ‘바람의 눈’, 앵글로색슨족에게는 ‘눈의 구멍’이라는 뜻이었다. 우리에겐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양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한자로 창(窓)은 穴(구멍)과 心(마음)을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동양과 서양 가릴 것 없이 구멍이라는 뜻이 들어 있음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은 바지를 pants, 영국에서는 trousers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속옷의 용어를 정리해보자. panty는 여성이나 어린이용 속옷, under pants는 남성용 속옷, drawers는 일반적인 속옷을 뜻한다. pants는 pantaloons(판탈롱)에서 유래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pantaloons은 trousers와 같이 쓰였지만,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하여 20세기에 들어서부터는 pantaloons의 줄임말 pants가 완전히 바지의 의미로 자리 잡았다.

Pants의 모태인 pantaloons은 14세기에 내과의사로 활약했던 ‘판탈레오네(San Pantaleane)’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어 pan(모든)과 lean(사자)의 합성어인 그의 이름은 ‘아주 용감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이탈리아 희극에서는 베네치아에 사는 나이 든 호색한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 판탈레오네는 테 없는 모자와 정강이 부분이 좁은 지저분한 바지를 입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바지에 판탈롱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Quiet(still, silent 조용한)와 quit(give up, stop 그만두다) 그리고 quite(completely, wholly, entirely, thoroughly 완전히)는 어감이 비슷하다. 물론 어감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면 어원도 같다. 모두 라틴어 quies(평온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그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quit). 그러면 그곳은 조용해지고(quiet), 사람도 동물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이 완전히(quite) 폐허가 되고 만다. 이렇게 연상을 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것이다.

은행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환전상이었다. 은행을 뜻하는 bank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banka이다. Bank는 게르만조어에서 비롯되었는데, 게르만 일족인 롬바르드(Lombard)족이 북부 이탈리아에 정착하면서 사용했던 말이다. bank는 처음에는 ‘환전상의 작업대’를 가리켰다. 이들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온갖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작업대를 놓고 환전과 고리대금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대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금융업자의 점포를 가리키게 되었다. 런던에 최초로 금융업을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는 롬바르디아 출신이 많았으며, 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던 곳이 바로 오늘날 영국 금융가의 중심지인 ‘롬바르드 가(Rombard Street)’이다.

‘은행’이라는 뜻의 bank에서 파생된 단어로는 영어 bankrupt(파산시키다, 성격 파탄자)와 독일어 Bankrott가 있다. 원래의 뜻은 ‘banco rotto(부서진 작업대)’인데, 환전상이 정확히 계산해주지 않아 화가 난 손님이 작업대를 부숴버렸다는 에피소드에서 나온 말이다.

 


 

일찍이 이집트인과 로마인은 기름을 바른 동물의 방광과 내장을 페니스의 덮개로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550년대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 해부학 교수 가브리엘 팔로피우스가 약을 바른 아마포를 귀두에 씌우는 덮개, 즉 지금의 콘돔을 남성용 성병 예방기구로 처음 만들어냈다. 그는 clitoris(음핵)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부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징은 또 영단어에 대한 어원 및 얽힌 이야기와 함께 아랫부분에는 관련된 표현도 몇 개 제시해두어 해당 단어와 관련된 관용어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편안하게 읽다보면 전혀 의외의 지식들, 혹은 친구한테 써먹어 보고 싶은 포인트들도 많이 보인다.

프랑스어 ami, 이탈리아어 amico, 스페인어 amigo는 동사 amare(사랑한다)에서 파생된 친구라는 뜻을 가진 단어들이다. 미국에서는 amator(사랑하는 사람)를 친구라는 뜻으로 쓰려고 보니 영어에는 이미 freind라는 단어가 정착되어 있었단다. 그래서 amateur(아마추어)라는 뜻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보통 풋내기나 실력없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표현하는데 어원을 보면 '그 일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어원을 가진 단어인 것이다. 프로가 아니면서도 어떤 일을 너무 사랑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아마추어 라는 단어가 갑자기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별거 아닌 어원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재미있는 법이니까.

 

저자 : 김대웅

 

저자 김대웅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나와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지금은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커피를 마시는 도시》, 《그리스 신화 속 7여신이 알려주는 나의 미래》,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 등이 있으며, 편역서로 《배꼽티를 입은 문화》, 《반 룬의 세계사 여행》이 있다. 번역서로는 《마르크스 엥겔스 문학예술론》,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루카치 사상과 생애》, 《영화 음악의 이해》, 《무대 뒤의 오페라》, 《패션의 유혹》(공역),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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