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특히 중고등학교 때 영어는 입시를 위한 필수과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다른 어떤 언어보다도 영어는 입시, 취직, 학문을 하는 데 첫번째 조건이었다. 그만큼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는 언어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괴롭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 때는 특히 영어가 우선이었다. 국어보다도 영어가 우선시됐을 정도다. 70~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영어만 잘하면 먹고 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시대이었다. 회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독해나 듣기 정도는 시험칠 수 있는 시대였으니... 또 사실 영어 시험을 만점 받았다 하더라도 회화는 초보 실력도 안 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영어권 나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도 많고, 심지어 직장까지 그만두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들도 있어 웬만하면 영어 회화는 잘한다. 하지만 영어 회화를 구사한다고 해서 영어권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어원(etymology)부터 알아야 한다. 독자의 학창 시절 때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방법은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주로 채택됐지만, 가끔은 영어 단어를 많이 알려면 어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있긴 했다. 어원을 중심으로 파생되기도 하고 영어의 변형 모습은 일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에 그냥 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었다.

 


 

이 책은 영단어의 뿌리를 밝히고, 그 단어가 문화사적으로 어떻게 변모하고 파생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인문교양서이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문화,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어떤 장을 먼저 펼쳐보아도 상관없다. 각 장마다 독자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동안 여러분의 어휘 실력은 놀랍도록 향상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이 책의 구성을 잠깐 살펴보자면,

CHAPTER01 자연환경과 민족

CHAPTER02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CHAPTER03 정치·경제와 군사·외교

CHAPTER04 문화·예술과 종교

CHAPTER05 과학 기술과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CHAPTER06 동물왕국의 영어 편을 덧붙여 놓았다.

CHAPTER07 식물나라의 영어, CHAPTER08 신화 속으로 떠나는 영어 여행 CHAPTER09 영국 미국 사람들의 이름짓는 법 CHAPTER10 미국과 영국의 도시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편으로 이어진다. 언어는 그 시대 인간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문명의 정도에 따라 어휘가 늘어는 식으로 발달한다. 이 책도 한마디로 영어 어원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기술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대단한 지식과 엄청난 노력, 그에 못지 않은 열정으로 연구하고 수집한 저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 생각은 존경으로 바뀔 만하다. 소중히 간직하고 수시로 익히고 싶은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예전 우리가 사용하던 표현으로 하면 '영어 어원 만물박사'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 비판서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그 시대가 지나야 올바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엉이는 아테나 여신이 ‘지혜’의 상징으로 데리고 다녔던 새이다. 여기서 bring owls to Athens(아테나 여신에게 부엉이를 주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공자에게 『논어』를 선물하는 격이니, ‘쓸데없는 짓’이나 ‘사족을 달다’라는 의미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기호체계이다. 영어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과 같다. 그것은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 독해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단어를 외우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뜻을 파악하고, 거기서 파생된 단어들을 거미줄 치듯이 엮어서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영어공부의 길이 열린다.

이 책은 단어의 뿌리는 물론이고 그 줄기와 가지, 어원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영어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교양상식사전이다.

 


 

악수는 천상의 신이 지상의 지배자에게 권력을 수여한다는 의미가 담긴 동작이라고 전해진다.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악수 그림이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에도 이런 악수의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로마시대 때 악수는 사람들끼리 서로 해칠 의사가 없다는 의미의 몸짓이다. 주로 무기를 쓰는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 상대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른손잡이들과 달리 왼손잡이들은 왼손으로 무기를 썼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못 믿을 상대로 생각했으며, ‘불길한(inauspicious)’이라는 뜻의 라틴어 sinister를 ‘왼손잡이(a left-handed person, a left hander)’라 불렀다. 이후 오른쪽(right)은 ‘정의로운’ ‘정상적인(normal)’ ‘건강한(healthy)’ 등 긍정적인 의미를 차지했으며, 왼쪽(left)은 ‘급진적인’ ‘좌익의’ 등 부정적인 의미로밖에 쓰이지 못했다.

미국의 야구장 구조는 투수의 왼손(left paw, paw는 익살스럽게 사람의 손을 뜻하기도 한다) 방향이 남향이 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좌완투수를 southpaw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왼손잡이들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편견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왼손잡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국 왼손잡이협회’는 1992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해 지금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런데 하필 불길한 숫자 13일로 정했을까. 다행히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수(數)’를 나타내는 영어 number의 어원은 라틴어 numerus이다. 우리가 number의 생략형으로 쓰는 No.는 바로 라틴어 Numero의 약자이고 No.1은 ‘순서대로 1’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인자(numero uno)’, 조직의 ‘최고위층(top)’ ‘최고품(supremacy)’ ‘자기 자신(oneself)’이라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약간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No.1은 어린이의 소변을 가리키며, No.2는 대변을 가리킨다. 우리 식으로는 ‘대소변’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소대변’인 셈이다. 그러면 No.3는 무엇일까? 우리 영화 「No.3」에서는 ‘삼류 인생’을 뜻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카인(cocain)을 가리키는데, 이니셜 c가 알파벳 순서로 세 번째라는 이유에서다. 코카인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생이 바로 삼류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도 No.10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No.10 Downing Street)에 자리 잡은 ‘영국 수상관저’를 가리킨다.

 


 

‘창문’을 뜻하는 window는 고노르드어 vindauga에서 차용해온 단어이다. 즉, vindr(바람) + auga(눈) = ‘바람의 눈’이라는 뜻인데, 추운 지방에서 살았던 고대 게르만족의 창문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Window가 영어로 들어오면서 창문의 뜻으로 쓰이고 있던 고대영어 eagthyrel의 자리를 차지했다. eag는 눈을, thyrel는 구멍을 뜻했는데, eag는 영어의 eye가 되었고 thyrel은 nosu(코) + thyrel(구멍) = nostril(콧구멍)이라는 복합어의 어미에 흔적을 남겼다.

창문은 고대 게르만족에게는 ‘바람의 눈’, 앵글로색슨족에게는 ‘눈의 구멍’이라는 뜻이었다. 우리에겐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양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한자로 창(窓)은 穴(구멍)과 心(마음)을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동양과 서양 가릴 것 없이 구멍이라는 뜻이 들어 있음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은 바지를 pants, 영국에서는 trousers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속옷의 용어를 정리해보자. panty는 여성이나 어린이용 속옷, under pants는 남성용 속옷, drawers는 일반적인 속옷을 뜻한다. pants는 pantaloons(판탈롱)에서 유래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pantaloons은 trousers와 같이 쓰였지만,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하여 20세기에 들어서부터는 pantaloons의 줄임말 pants가 완전히 바지의 의미로 자리 잡았다.

Pants의 모태인 pantaloons은 14세기에 내과의사로 활약했던 ‘판탈레오네(San Pantaleane)’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어 pan(모든)과 lean(사자)의 합성어인 그의 이름은 ‘아주 용감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이탈리아 희극에서는 베네치아에 사는 나이 든 호색한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 판탈레오네는 테 없는 모자와 정강이 부분이 좁은 지저분한 바지를 입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바지에 판탈롱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Quiet(still, silent 조용한)와 quit(give up, stop 그만두다) 그리고 quite(completely, wholly, entirely, thoroughly 완전히)는 어감이 비슷하다. 물론 어감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면 어원도 같다. 모두 라틴어 quies(평온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그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quit). 그러면 그곳은 조용해지고(quiet), 사람도 동물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이 완전히(quite) 폐허가 되고 만다. 이렇게 연상을 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것이다.

은행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환전상이었다. 은행을 뜻하는 bank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banka이다. Bank는 게르만조어에서 비롯되었는데, 게르만 일족인 롬바르드(Lombard)족이 북부 이탈리아에 정착하면서 사용했던 말이다. bank는 처음에는 ‘환전상의 작업대’를 가리켰다. 이들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온갖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작업대를 놓고 환전과 고리대금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대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금융업자의 점포를 가리키게 되었다. 런던에 최초로 금융업을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는 롬바르디아 출신이 많았으며, 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던 곳이 바로 오늘날 영국 금융가의 중심지인 ‘롬바르드 가(Rombard Street)’이다.

‘은행’이라는 뜻의 bank에서 파생된 단어로는 영어 bankrupt(파산시키다, 성격 파탄자)와 독일어 Bankrott가 있다. 원래의 뜻은 ‘banco rotto(부서진 작업대)’인데, 환전상이 정확히 계산해주지 않아 화가 난 손님이 작업대를 부숴버렸다는 에피소드에서 나온 말이다.

 


 

일찍이 이집트인과 로마인은 기름을 바른 동물의 방광과 내장을 페니스의 덮개로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550년대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 해부학 교수 가브리엘 팔로피우스가 약을 바른 아마포를 귀두에 씌우는 덮개, 즉 지금의 콘돔을 남성용 성병 예방기구로 처음 만들어냈다. 그는 clitoris(음핵)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부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징은 또 영단어에 대한 어원 및 얽힌 이야기와 함께 아랫부분에는 관련된 표현도 몇 개 제시해두어 해당 단어와 관련된 관용어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편안하게 읽다보면 전혀 의외의 지식들, 혹은 친구한테 써먹어 보고 싶은 포인트들도 많이 보인다.

프랑스어 ami, 이탈리아어 amico, 스페인어 amigo는 동사 amare(사랑한다)에서 파생된 친구라는 뜻을 가진 단어들이다. 미국에서는 amator(사랑하는 사람)를 친구라는 뜻으로 쓰려고 보니 영어에는 이미 freind라는 단어가 정착되어 있었단다. 그래서 amateur(아마추어)라는 뜻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보통 풋내기나 실력없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표현하는데 어원을 보면 '그 일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어원을 가진 단어인 것이다. 프로가 아니면서도 어떤 일을 너무 사랑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아마추어 라는 단어가 갑자기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별거 아닌 어원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재미있는 법이니까.

 

저자 : 김대웅

 

저자 김대웅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나와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지금은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커피를 마시는 도시》, 《그리스 신화 속 7여신이 알려주는 나의 미래》,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 등이 있으며, 편역서로 《배꼽티를 입은 문화》, 《반 룬의 세계사 여행》이 있다. 번역서로는 《마르크스 엥겔스 문학예술론》,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루카치 사상과 생애》, 《영화 음악의 이해》, 《무대 뒤의 오페라》, 《패션의 유혹》(공역),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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