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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 독일카씨의 식물처방전
독일카씨 김강호 지음 / 길벗 / 2020년 12월
평점 :
독자는 꽃과 식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나태주 시인을 만나면서다. 그의 '풀꽃' 사랑과 관심은 유별난 것이어서 독자들은 그를 '풀꽃 시인'이란 애칭도 붙여줬다. 그의 식물, 특히 풀꽃에 관심은 굉장하다.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거의 모든 시가 풀, 꽃, 나무에 대한 사랑을 보여 준다. 물론 시인은 아내와 여인, 연인의 사랑을 비유적으로 쓰기도 했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풀꽃 1〉 전문
시인은 8개 단어만으로 시를 써 시를 사랑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아름답고 간결한 시를 독자는 본 적이 없다. 시가 좋아 시인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의 풀꽃 사랑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세한 관찰에서 나왔다고 믿고 있다. 독자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었다. 노환을 앓다가 정말 풀꽃처럼 조용히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당신이 사랑하던 아들 딸 옆에 아끼던 발코니 정원의 꽃과 나무를 그대로 남긴 채. 독자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시든 채 돌보는 사람이 없어 폐허처럼 변해버린 그곳을 다시 가꾸어 어머니 대신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시인의 눈을 닮고 싶다. 여리고 보잘것없는 풀꽃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
발코니를 되살리려고 집 사람과 의논한 후 정년퇴직을 앞두고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으니 그런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수렴해 함께 집에서 가까운 화원을 찾았다. 생전 처음 들렀다. 화원이란 곳을. 지나가면서 많이 봤던 곳이지만 왜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았는지 지금 심정으론 이해할 수 없다. 그곳의 화원 주인은 초보자이면 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과 함께 꽃이든 풀이든 나무이든 종류보다는 가꾸는 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적지 않은 지식도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쁜 조건에서도 잘 크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봄이라야 이제 한 달여 남았으니 지금은 흙과 흙을 기름지게 하는 몇 가지 방법, 그리고 꽃을 사랑할 것 같다는 마음도 갖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 책을 보니 반갑고, 고맙고, 마치 환자가 의사를 만난 것처럼 기쁘기까지 하다. 이 책은 화원 주인이 시간이 없어 미처 하지 못한 각종 식물을 기르는 데 알아야 할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몇 페이지 읽고 이 책과 함께 올 한 해 멋지고 아름다운 '식물 가꾸기'는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이 책은 공기 청정 식물, 안전한 식물, 예쁜 꽃 식물, 매력적인 식물, 반음지 식물을 챕터별로 구성했다. 부록으로는 어머니의 정원, 식물이 자라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예쁜 식물 사진들도 덧붙였다. 자신감과 식물 공간 꾸미기 등의 영감도 준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와 용기를 준 앞부분에 '초보 집사들을 위한 기본 지식'들이 나온다. 식물 구입 방법, 흙 종류, 화분 종류, 물, 빛, 바람, 벌레, 비료, 원예 도구에 대한 정보가 꼼꼼히 실려 있다. 읽으면서 몰랐던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고, '쉬운 일은 아니구나'라는 경계심도 주었다. 화원 주인이 했던 말도 대부분 여기 실려 있는 그대로다.
이후 책 곳곳에 나오는 식물들은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나뉠 수 있지만 어떤 식물이든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식물을 가꾸려면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식물은 물, 바람, 빛, 흙, 집사의 마음(기다림)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잘 산다. 그저 예뻐 보이는 식물 말고 각자에게 필요한 식물을 만나라고 말한다. 또 식물이 아프면 직접 치료해주고 조금씩 성장하는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기를 조언한다.
‘식물 데려오기, 물 주기, 분갈이 흙 선택하기, 비료 쉽게 만들기’ 등 초보 식물집사가 알아두어야 할 아홉 가지 내용을 이야기처럼 서술돼 있다.
건강한 식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하게 담았는데도 많은 지식이 담겼다. 그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식물도 마음을 많이 써야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인가 보다. 공기 청정 효과를 원하는 사람, 반려동물과 아이에게 안전한 식물을 찾는 사람부터 꽃을 좋아하는 사람, 플랜테리어로 초록빛 위로를 얻으려는 사람, 빛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사람까지 5가지 상황에 맞게 34종 식물을 나누어 소개한다. 식물 프로필(뿌리, 물, 사계절 관리법, 빛)을 살피며 잘 돌봐줄 수 있는(가장 애정이 가는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 식물을 찾아기를 권한다. 애정이 없으면 잘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나보다.
또 기르기 시작하면 식물별로 쉽게 찾아오는 병증을 뽑아 저자가 직접 효과를 경험한 치료법을 기록했다. 개인별로 키우는 환경과 관리법에 따라 처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기 환자라고 해도 의사의 처방이 증상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는 말이다. 매우 설득력 있고 경험과 과학이 결합된 '진짜 의사'의 처방전 같다. 저자가 이렇게 자세하고 꼼꼼하게 내린 처방전은 충분히 읽고 숙지하는 것도 '착한 초보'이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는 '결단력과 용기'란 말을 사용하지만 이미 내린 처방에 환자로서는 처방전대로 약, 밥, 휴식 등이 모두 충실하게 이행해야 효과가 나타나듯. 건강한 식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하게 담았다는 말이다. 마지막 부분의 '도서 아우트로' 구성에는 저자의 식물 생활의 계기가 되는 '어머니의 정원'을 사진으로 담아놓았다. 또한 저자의 식물 성장 모습을 전후(2컷) 사진으로 구성했다. 앞에서 저자가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라고 언급한 이유가 생각난다.
이 책 뒷 표지에 다섯 가지의 질문이 나오고 '한 번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 책을 펴주세요'라는 저자의 주문이 나온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자는 다섯 가지 모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언제 줘야 할지 몰라 말라 죽인 적도 있다. 오래 전이지만 분갈이 할 시기를 놓쳐 화분 안에서 아이들이 전쟁을 벌인 적도 있다. 환경에 맞지 않은 식물을 따지지 않고 예쁘다고 가져와서는 그대로 죽여 본 적도 있다. 뿌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신경도 안 쓰다 뿌리를 썩게 만든 적도 있다. 노랗게 변하는 식물들을 보며 마음은 답답하지만 딱히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죽인 적은 훨씬 많다. 모두 독자가 직접 기르지 않고, 남에게 맡겨놓고 관심을 더 이상 두지 않은 채 건강하게 자라 꽃 피운 아름다움만 취하려 한 독자 스스로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얼마만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결실만 따 먹으려는 사람은 과실을 나눠줄 수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처럼 부끄러운 과거를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저자가 독자에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빛이 가장 잘 드는 공간에 두었는데, 며칠 지나자 잎은 노래지고 줄기는 축 처지더니 꽃봉오리는 필 생각이 없는 듯해 답답한 적이 있다.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걸까’ 하고 짧게 생각했다간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하나씩 하나씩 화초를 챙기더니 이웃이나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하나같이 "전망도 아름다운 집에 발코니 정원은 더 아름답네"라고 칭찬할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냈기 때문이다.
저자도 말한다. 집은 잘못이 없다. 무심코 데려온 그 식물이 원래 어디에서 살았는지 알고 있나요? 식물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다가 결국 개인의 성격과 환경에 맞는 식물을 반드시 만나게 될 거이라며...
저자 : 김강호
피아니스트이자 식물집사. 난초의 한 종류인 카틀레야를 좋아해 난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네이버 카페)에서 회원들과 식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경험한 식물의 성장 이야기를 나긋나긋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잘 키운 식물을 번식해 나누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식물집사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독일 트로싱엔국립음대 박사학위 취득. 제28 회 해외파견콩쿠르 피아노부문 1위 및 전체 대상, 제2 회 타디니 국제콩쿠르 3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