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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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은 코로나 팬데믹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긴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저자 이도흠은 전작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를 통해 "슈밥이든, 제러미 리프킨이든, 이들에 동조하든 반대하든, 이에 대해 말하는 무수한 석학과 학자들은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 채 껍데기만 핥고 있다. (중략) 이렇게 간주하는 이유는 크게 열 가지다. 첫째, 인류는 생명을 조작하고 창조하는 호모 데우스의 지위에 올랐다. 둘째,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초지능을 달성해 인간과 유사하게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로봇,

곧 안드로이드가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뒤흔들 것이다. 셋째,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이 무너지고, 인간이 석기를 제작한 이래 처음으로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역전이 일어날 것이다. 넷째,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물과 인간이 초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사물이 스스로 말하게 된다. 다섯째, 인류는 삼중의 현실, 곧 실제 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에서 삶을 영위하는 ‘매트릭스적 실존’을 하게 될 것이며,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거나 전도하는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는 일상이 될 것이다. 여섯째, 인간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포스트휴먼으로 거듭날 것이다. 일곱째, 뇌의 디지털 복제가 가능하여 디지털 상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아바타를 만들어 무한하게 복제하거나 영생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p.22)"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어 이 책 2권의 부제로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붙이고 머리글을 통해 "집필 중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 19는 세계에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제 1권에서 설정한 의미로 읽는 인류사에 코로나에 대한 상황인식을 곁들여 '디지털 사회와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과 재현의 위기', '초연결사회와 공유경제', '생명공학과 호모데우스 : 연기적 생명과 죽음의 의미', '인류세/자본에서 생명위기와 생명정치'로 나누어 4차 산업혁명을 자연과학과 인문학,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 분석하고,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교육적 대안과 대안의 패러다임과 사회를 모색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어 자신의 전작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와 주제가 유사한 부분에서는 겹치는 부분도 꽤 있다"며 시인하고 "한계에도 이 책이 4차 산업혁명을 올바르게 분석하고 전망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조금 더 잘사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털끝만치라도 기여하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썼다.

 


 

우리는 이제 ‘간헐적 팬데믹 시대(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농장, 목장, 광산, 공장, 주거지 개발을 하고자 생태계의 순환을 담보해 줄 ‘빈틈’의 숲마저 파괴한 탓이다. IPCC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에 도달하지 않으면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팬데믹만이 아니다. 지금 38%의 동물이 멸종위기 상태다. 상위 10%가 절반 이상의 부를 점유하고 한 기업의 임금 격차가 300배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은 극대화하였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더해지면, 자동화/로봇화 한 가지만으로도 일자리 감축은 오히려 작은 문제이고 노동자들이 인공지능이 남긴 부스러기 일이나 하는 고스트 워커(ghost worker)로 전락하여 노동운동 자체가 무력화할 것이다. 우리는 인류사 700만 년 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패러다임과 체제에서 정책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지평에서 미시적인 맥락에 이르기까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1, 2권 모두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대전제 아래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가장 야만적인 형태인 신자유주의 체제와 극단의 불평등, 간헐적 팬데믹, 기후위기, 인류세(ANTHROPOCENE)/자본세(CAPITALOCENE)의 조건에서 수행되고 있다. 인류가 이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혁명’이 아닌 ‘개벽’에 가까운 이 흐름 앞에 과학기술을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독립시키지 않는다면, 패러다임과 사회체제의 대전환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의 끝은 디스토피아나 인류문명의 멸망이 될 것이다. 슈밥 등이 말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3차 디지털 혁명의 연장이다.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인류사 700만 년 이래 전혀 다른 세상을 열게 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의 좁은 지식의 인식으로는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방향이 기술의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이고 기술혁명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먼저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천국'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지옥'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책은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인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기술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한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구체적인 기술로는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초연결, 유전자조작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보편화된 기술로는 빅데이터를 들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빅데이터 형성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 및 저장에 드는 비용이 크게 감소한 덕분에 빅데이터 기술은 손쉽게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빈번해지고 정부나 기업이 어렵지 않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폐해 또한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신과 다름없이 유전자를 조작, 변형할 수 있게 되고, 손수 생명을 창조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인류의 공동 유산인 생명과 유전자를 특정 정부나 기업의 독점적인 상품으로 인정해 판매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해 빚어질 혼란은 예측하기 어렵다. 도시화에 따른 자연 파괴와 육식 증가에 따른 동물권 침해 등의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지고, 인간의 생존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전 지구를 뒤덮은 팬데믹 현상은 언제쯤 해소될까. 현재의 팬데믹 현상은 백신 개발에 힘입어 조만간 해소되겠지만, 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4~5년에 한 번꼴로 '간헐적 팬데믹'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인류의 자연 파괴에 따른 기후 위기에 의한 것으로, 어떤 학자들은 인류가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이 이제 겨우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은 기쁜 일이지만, 그 방향이 지구 생태계의 존속과 환경 위기의 해결, 인류의 생존 같은 거시적인 목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독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저자의 주장 이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온전한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얄팍한 지식 상태다. 저자의 논리, 주장, 이론 등에 반론을 제기할 입장이 못 된다. 그러나 저자가 한 가지 인류 생존과 가장 직접적이고 단시간에 직결될 생명공학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또 디지털 혁명의 기술 집중으로 이뤄지는 시대적 변화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한다. 인류 생존,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1, 2, 3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에 대단한 편익을 주고 풍요롭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늘 소외계층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놀라울 정도의 기계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시간에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그들은 경제적 부를 쌓을 틈도 없이 사회 소외계층으로 밀려났다. 3차 디지털 혁명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방식보다 월등하게 빠르고 양적으로도 엄청난 확장을 가져온 정보가 넘쳐나는데 정작 디지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는 급격히 사회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난 형국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제 4차 산업혁명은 이같은 비자발적 소외 계층이 밀려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인식을 같이한다.

 


 

이 책의 특징은 기존 학설이나 이론과는 다른 점을 많이 기술했다. ①인류는 사바나 이전에 숲생활기부터 직립을 하였다 ②농경혁명은 신석기가 아니라 구석기에 시작되었다 ③농경보다 종교가 먼저 시작했다 ④농경사회부터 신분이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8,000년 동안 평등한 공동체였다 ⑤인류는 은유와 환유를 매개로 자연지능, 과학기술지능, 사회지능을 결합하여 인지혁명을 이룩하였다 ⑥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자원 경쟁에서 지거나 기후변동, 화산폭발 등의 외부요인 때문이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요인 때문에 멸종했다는 것이다 ⑦자유의지는 허구도 실체도 아닌, 몸 전체의 네트워크가 뇌신경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이루어지는 것이다 ⑧딥러닝으로는 강인공지능을 제작할 수 없고 뉴로모픽 칩 기술로는 가능하다 ⑨자본주의 체제는 50년 안에 붕괴하거나 주변화할 것이다 등을 적시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부상에 따른 각종 이론에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뇌과학, 로봇공학 등을 융합하여 분석하되, 인문학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200여 편에 달하는 최근의 국제 학계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융합했다. 이에 따라 아전인수식 연구를 지양하고, 대립되는 주장들을 치밀한 논증과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추출했다는 점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특히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지금 여기의 인간과 생명의 자리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AI가 시적/철학적 의미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특허를 내지 않고 공개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 이도흠

 

약자의 입장에서 텍스트와 세계를 다르게 읽고 쓰고 실천하려는 저자는 변방에 서서 ‘수입오퍼상’과 ‘고물상’을 모두 지양하며 동양과 서양,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통하여 새로운 우리 이론을 모색하고 있다. 이 타락한 세상을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는 일에 좁쌀만큼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 화쟁사상을 통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종합』,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등을 썼고 틱낫한의 『엄마』를 번역했다.

현재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시가학회와 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로 있다. 한국기호학회 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원효학술상, 유심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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