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의 문학집
장용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주는 젊은 여성 작가의 등장이 반갑기 그지 없다.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이 여성 작가는 이름 앞에 아호를 쓴다. 창의(創意)라는 호다. 작가에게 어울리는 의미로 보인다. 요즘 책을 읽는 주 독자층은 이른바 '한글 세대'다. 한자교육을 학교에서 따로 받지 않아 한자를 잘 모르고 어려운 한자를 굳이 배울 필요도 없어 학교 교육에서도 쓰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유야 어쨌든 주 독자층이 한자를 모르는데 굳이 한자이름이나 조선시대처럼 아호를 따로 쓸 필요가 없어 제목이나 표지에 한자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저자가 한글 세대이든, 한자를 배운 옛날 세대이든 상관없다. 독자가 거북하다면 당연히 한자이름은 쓰지 않는 게 맞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한자를 몰라 안 쓰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어필되지 않고, 혹시 거부감이 있을지 모를 독자들에게 한자를 제목이나 표지에 드러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 『창의 문학집』의 저자 창의 장용희(創意 張龍熙)는 제목이나 표지에는 한자를 쓰지 않았지만 안표지부터 아호를 포함한 이름까지 한자를 썼다. 물론 한글보다 작은 글자이지만...
더욱이 저자는 여성이고 젊은 분이다. 또 저자는 '한글 사랑'을 내세우는 철저한 한글 세대일 텐데도 한자를 표기한 것이 궁금하다. 그러나 작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 독자는 궁금증만 가진 채 작품 읽기를 서두른다.
처음 보는 작가이름에 한자로 표기하고 아호까지 가진 작가다. 한자 교육을 따로 받았거나 집안에서 옛날 선비들처럼 유교식 교육을 따로 받으신 분인가 싶다. '문학집'이라고 표기한 만큼 책 속에는 문학의 각 종류가 망라돼 있는 듯하다. 시, 시조, 수필, 동극, 시나리오, 동화, 단편소설 등 다채롭다.
더욱이 각 분야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작가의 문학적 재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욱이 저자의 창의력은 글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플라워팟, 멀티바스켓, 알알이빅, 에듀스낵을 개발 출시한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다. 게임이나 발명, 기술 개발에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 다방면에 두루 능하다는 것인 탁월한 한 분야는 없을 것이다라는 속단은 이 책 저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작가의 개인적인 면은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은 이쯤 끝내고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우선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짐작케할 만한 수필이 있어 먼저 읽는다. 자연과 함께하며 대화도 나누고 매우 감성적인 면이 깊숙이 각인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다.
16살의 나에서 31살의 나로 바뀌며 그전보다 생활도 나아졌지만 어린 시절 숲과 어울려 자연에 묻혀 지냈던 자연인의 삶은 다시는 오지 않을 귀한 날들이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어린 시절, 순수하였던 시절을 겪고 나니 큰 기쁨의 결실은 15년 뒤 어른이 되어 돌려받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주는 존재임을, 그리고 메아리처럼 기쁨을 주는 착한 존재들임을 알게 되니 세상에는 더 이상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이켜보면 난 자연과 대화하는 아이였다. 지금은 하늘을 보며 가끔 구름과 대화를 한다. 구름은 비가 되어 내려 다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 용희야. 또 만났네? 그새 많이 컸구나. 반가워. 난 보슬비야.”
“응, 예전에는 소나기였는데 더 아름다워졌구나. 눈송이였을 때도 귀여웠어.”
“지금의 너와 같은걸, 난 너의 마음의 거울이니.”
자연이 대답해주었다. 어렸을 때에도 답해주었지만 몰랐을 것이다.
자연처럼 끊임없이 변하며 자연과 닮아가는 내 모습을…….
- p. 146 〈자연과 대화하는 아이〉 중에서
앞부분부터 읽어나가다 발견한 시 한 편은 작가의 사색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관찰과 사색은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하는 사람에게도, 과학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한 대목일 터, 그의 관찰력과 사유의 힘은 천부적이라기보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키워온 것일듯 싶다.
끝에서 끝으로
한결 나이진 목소리
웃음 짓는 계절의 끝에서
죽음과 연관된 별들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밤
(중략)
진리가 진심인 듯 알았다면
술래잡기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쓰고 달아진 밤바다의 울음소리
끝에서 끝으로 돌아서 가는 중
삶의 진리를 찾은 듯 아쉬움은 남는 듯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돌아서 가는 중'이란 표현이 인상 깊다.
시나리오 분야에 소개된 '동극' 한 편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문학적 재능, 한글과 어린이 사랑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공룡마을」이란 제목의 동극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및 특징을 앞부분에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 동극은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닝타임은 2시간 내외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요술마을에 사는 수다쟁이 민씨 부인의 남편이 사또가 되고, 빨간 부채와 파란 부채를 발견하여 콩쥐에게 빨간 부채를 주게 되고, 콩쥐가 계모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젊은 사또와 결혼하여 삼형제와 함께 도둑할아버지를 잡으며, 누명을 쓴 민씨 부인 남편을 구해주어 은혜를 갚습니다. 100년 뒤 요술마을에는 산사태로 호랑이가 마을로 와서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하는데 달에서 사는 토끼 부부가 구해주게 되고 오누이는 은혜를 갚기 위해 토끼 아들을 찾아줍니다. 토끼 아들과 호랑이가 만나지만 꾀를 부려 살아남습니다.(중략)
이 동극의 특징은 조선시대 공룡마을은 10개의 전래동화를 재구성한 퓨전 동극입니다. 요술마을에서 펼쳐지는 일을 다루어 주제가 일관성이 있어 어렵지 않아 아이들이 보며 이해할 수 있으며,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대화가 많이 있어 흥미도를 높였습니다. 동극을 보고 나서 아이들이 권선징악의 의미와 상부상조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상세한 설명과 함께 동극은 시작된다. 문학적 재능과 상상력이 돋보이며 어린이 사랑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에 들어 있는 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반반 인생
휘영청 밝은 달 나무 그늘
슬픈 미소를 짓는 나그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해지려고
욕심 단지를 들고 서 있는가
(중략)
백여 년 안 되는 인생길에서
무얼 바라고 무얼 기약하며
인생 단지에 행복함은 반만
채우려 하는지 알 수 없구나
독자의 마음에 쏘옥 들기도 하고 후벼파기도 하는 시다. 100년 안 되는 인생길 속 독자는 반 이상 살아왔는데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작가는 갓 30을 넘긴 시점에서 보이나보다. 대단한 통찰력이다. 독자로서는 아직 반이 남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고찰이 독창적이고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30대의 시인이 쓰기 쉽지 않은 시라고 생각한다. 공감이 커서일 게다.
작가의 소박한 출간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창의 문학집을 펼쳐주신 독자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세종대왕님과 집현전 학자분들이 만드신 한글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한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였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글을 언어로 말하고 쓰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여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노력하여 더 나은 문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자 : 장용희(創意 張龍熙)
‘창의’라는 독특한 호를 쓰는 장용희 작가는 숭실대학교에서 경영을 공부하였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연구하고 있다. 플라워팟, 멀티바스켓, 알알이빅, 에듀스낵을 개발하여 출시하였고, 시, 시조, 동시, 동화, 동극, 단편소설, 콩트, 수필, 영화시나리오 분야에 등단하여 시인, 시조시인, 동시인, 동화작가, 동극작가, 소설가, 콩트작가, 수필가, 영화시나리오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작문, 게임, 발명, 기술개발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