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현대인의 삶은 풍족하지만 팍팍하다. 편리하지만 정감이 없다.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규제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주말이라고 특별히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의 2021년도 "올해는 더 나아지겠지" 하며 새해를 맞은 지 50일 가량 지났지만 당장 피부로 느끼는 하루는 지난해와 다름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뜻대로 이뤄지는 것도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사실 삶이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어제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지만 막상 기대한 내일이 와도 오늘 같은 연속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배신 당한 오늘은 그렇게 또 지나간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늘 지루하게 느껴지고 불안과 두려움에도 민감하다.

코로나19로 장기간 느끼던 불안감은 '코로나 블루'를 만들어내더니 '코로나 레드'로 발전한다. 심리적으로 점점 압박감이 커지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예전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는 자꾸 퇴색되어 간다. 이렇듯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지친 하루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내일을 맞으며 산다.

이 책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의 화자(話者)이자 주인공인 고양이는 말한다.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네 생각에 귀를 기울여봐.”

늘어지게 낮잠 자던 고양이가 자기 옆에 와 편안히 쉬어보라고 권한다.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고양이의 삶을 보며 그동안 가면 쓰고 아닌 척, 괜찮은 척하던 모습 뒤에 숨겨진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고양이의 한마디에 뜨끔해지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는 고양이의 메시지는 그대로 내 삶을 바꾸는 한마디가 된다.

 


 

저자 제이미 셀먼은 반려동물 고양이에게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하는 고양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등을 배웠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또 원하는 것을 얻는 법,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 법 등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음식, 잠, 작은 우정 등등 어떠한 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지를 아는 법까지......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명한 고양이(브룩시)에게 바치는 헌사나 다름없다.

저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편안함과 고요, 즐거움과 슬기로운 인생의 지침을 위해 예전보다도 더 많이 이웃의 고양이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백한다.

 


 

특히 브룩시는 영특한 동시에 바보같이 유치했으며,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했고 평범함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새롭게 발견한 아주 중요한 점도 있다.

저자는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지극히 뛰어나다"고 밝힌다.

고양이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행동 하나하나에는 삶의 원리, 즉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을 본능 속에갖고 있고 매일 습관처럼 그 원리에 따라 사는 것이다.

저자가 발견하고 배운 점을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삶의 무게를 덜고 평온한 일상을 찾기를 기대한다.

고양이 브룩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다. 즉 자신답게 살아갈 용기와 행복한 기운을 독자들에게 불어넣어 준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삽화는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머금어질 정도이다. 친근감과 단조로움, 평온함을 모두 갖춘 게으른 듯 현명한 고양이다.

 


 

“친구야, 마음 좀 편하게 먹지 그래.

긴장 좀 늦추라고.

결코 하늘은 무너지지 않거든.”

 

“참지 마!

참아서 잘 되는 일보다

참지 않고 소신을 말했을 때 해결되는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방법은 많아.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막무가내로 떼쓰며 버릇없이 구는 시간 앞에서 의연해지자.

그냥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거야.

아주 나답게!

근사한 너답게!

 


 

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

 

안절부절못하네.

되던 일도 안 되는 수가 있어.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우리 느긋해지자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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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침대맡 미술관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기무라 다이지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대한민국의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최정상급의 능력과 깊이가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특히 한류에 이어 K팝, 영화까지 세계의 주요 상을 휩쓸다시피 활발하게 세계 문화 예술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문화나 예술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고유의 색을 갖고 있어 비교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인이 공통으로 인정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선도하는, 앞서가는 문화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이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우리 문화 예술 영역에서 비교적 뒤진 부분이 서양 미술이 아닌가 한다. 짧은 지식으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인 줄 독자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예술 중 세계적 반열에 오를 업적을 남긴 화가나 예술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하다. 백남준 비디오아트 등 몇몇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분도 없지 않지만 숫적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자의 미술 지식이 낮은 이유이기 때문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우리 미술계가 상당한 수준의 미술 수준이란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인지할 수 있는 단서가 포착돼 독자로서 큰 기쁨을 맛보고 있다. 뜻 있는 미술 지식인들의 서양 미술 관련 책 발간이다. 독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미술 관련 책이 코로나 1년 동안 쏟아져 나온 것이 그 이전 나온 숫자에 버금갈 정도로 많다고 알고 있다. 초등학생 등 어린이를 위한 미술 서적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서양 미술 서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출간돼 온 것 같다. 이는 우리 미술계의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줄 터 미술계의 '용틀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술관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저변 확대 시기가 끝나면 본격 미술관 러시 시대도 올 것으로 독자는 희망하고 있다. 대형 미술관이 아닌 소형 개인 미술관이나 화방 같은 수준의 미술관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의 해설이지만 한국어 출판이어서 우리에게 선보임으로써 미술계에도 영감 이상의 영향을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예술, 특히 미술에 관한 한 프랑스를 꼽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가보지 않았어도 어렸을 때부터 파리의 예술이라 하면 미술, 화가, 몽마르트, 루브르 등 연상되는 단어들이 줄줄이 떠올릴 정도로 교육을 받았다. 따로 교육을 받지는 않지만 현재의 프랑스를 생각하면 마땅한 예우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파리에는 손꼽히는 3대 미술관이 있다. 루브르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 가장 유명한 루브르 미술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루브르에는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제작된 약 6,000여 점 이상의 미술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독자도 간 적이 있어 현장 안내를 맡은 가이드의 설명으로 알 수 있다. 한 작품에 30초씩만 본다 하더라도 일주일은 걸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루브르의 작품을 우리가 모두 알 필요도, 알 수도 없다고 이 책 『63일 침대맡 미술관』의 저자 기무라 다이지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의 회화 중 시대별, 지역별로 꼭 알아야 할 대표작 63작품을 엄선했다고 말한다. 미술에 목마른 미술 지망생과 문외한이지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쉽게 서양 미술을 이해하도록 이 책을 발간한 이유다. 이 작품들만 안다면, 그림이라고는 〈모나리자〉밖에 모르는 미술 초보자도 어디서 ‘꿇리지 않게’ 교양을 뽐낼 수 있다고 말한다. '교양을 뽐내기 위한 미술 공부'는 저자의 겸손의 표현일 듯하다. 이 책 한 권이면 루브르까지 직접 가지 않고 편하게 누워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꾸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리라.

또한 이 책은 한눈에 보기 쉽게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림에 대한 핵심 설명을 담은 구성으로 되어 있어, 순서대로 보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보아도 무방하도록 구성해 저자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이 책을 침대맡에 놓고 잠들기 전 하루 한 페이지씩 본다면, 63일 후 독자들의 교양은 한층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서양미술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미술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유럽의 역사를 아는 일이며, 그 다양성을 접하는 일이고, 그리스도교가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일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서양 미술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만 모인 루브르는 유럽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재가 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루브르 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기본적으로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다. 서양 회화는 종교화에서 발전했는데, 특히 19세기 이전에는 역사화를 정점으로 한 장르의 계층화가 뚜렷했기 때문에 회화는 주로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신화의 에피소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회화들에는 각 시대와 그 지역의 사회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이를 읽고 이해하는 지식은 서구 사회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합스부르크가가 통치했던 시대에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로 활약했는데, 그가 그린 펠리페 4세를 비롯한 왕족의 초상화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 왕가의 초상화보다 모두 단순하고 수수해 보인다. 이는 유럽에서 첫째가는 명가인 합스부르크가에 화려한 연출은 필요 없다는 사고관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세기가 되어 베르사유 궁전에서 자라난 루이 14세의 손자가 스페인 왕으로 즉위해 펠리페 5세가 되자, 스페인 왕가의 초상화도 단번에 프랑스처럼 화려해졌다.

 


 

종교화의 경우 17세기 들어 성모마리아와 성인이 빈번하게 그려졌는데, 여기에는 1517년 이후 종교개혁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성서만을 절대적인 권위로 삼아온 프로테스탄트가 성상 숭배에 비판을 가하자, 가톨릭교회는 이에 맞서 종교미술을 통해 성서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양하려는 전략을 내세웠던 것이다.

한편 18세기가 되자 회화의 색채는 17세기의 중후함이 누그러지며 경쾌해졌다는 것이 저자의 귀띔이다. 왕후, 귀족 사회도 여성화되어 남성도 화장을 했으며, 그때까지는 여성적인 색조로 취급되던 파스텔 톤이나 장밋빛 의상을 즐겨 입었다. 프랑스에서도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을 중시한 묘사보다 가볍고 산뜻한 색채가 특징인 로코코 회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상적인 여성상도 변화해서 17세기 루벤스가 그린 통통한 여성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인물이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18세기에 음식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의 풍속화에서는 다양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한 예로 네덜란드의 풍속화 중에는 ‘음주’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네덜란드인들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경계심을 주기 위해 그린 것이다. 그 외에 시민을 위한 훈계로써 남녀의 미묘한 심리나 도박을 그린 작품도 많다. 이처럼 명화 속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면, 당시의 역사와 종교,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독자는 이 책의 가치를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설명이어서가 아니라 특화된 내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 두고 있다. 우리 서점가에 쏟아져 나온 서양 미술 관련 책들이 숫적으로 굉장한 양이지만 대부분 거의 비슷한 그림을 대상에 올리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예술적으로 걸작이란 평가를 받은 작품들 위주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계가 모를 리 없지만 미술계 저변 확대와 관심을 끌기에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특화된 작품을 해설해주는 출판물은 독자가 한정돼 판매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얇은 저변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일 것으로 독자는 해석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서양 미술 태동기인지, 도약기인지 독자는 판단 내릴 지식이 부족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든 생각일 뿐이니 혹시 부족한 판단이라면 우리 출판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독자로서는 서양 미술도 우리 화가가 부쩍 많이 나올 시기라고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집콕 시대, 하루 한 페이지씩 이불 속에서 편하게 즐기는 그림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황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볼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우리와 미국 프랑스 등 서양 미술 강국과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미술인의 저변 확대라고 믿는 독자기에 이런 책 저런 책 막론하고 '그림 있는 책'은 모두 반갑다.

저자의 말 중에서 "미술이라고 하면 흔히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서양 미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미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말에 가볍게 미술관에 들러 해설을 즐기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기초 교양으로 배우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의 서양 미술 저변 확대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술관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또한 어려운 회화 용어를 모르더라도 그림이 주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끼기만 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이 책에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라는 콘셉트로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서양 미술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했다고 밝힌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요즘, 이른바 ‘집콕 시대’를 맞이해 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침대맡에 이 책을 두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 명화를 감상한다면 서양 미술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평온한 집콕 생활이 될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읽고 보다 보면 지식도 쌓고, 어떤 영감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천천히 여유 있게 예술을 즐기는 마음이 우리를 스트레스로부터, 우울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적절한 명약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그들이 자랑하는 교양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저자 : 기무라 다이지

 

서양미술사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런던의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예술품(WORKS OF ART)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 예술, 역사, 종교, 철학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했으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를 목표로 일반 대중에게 서양 미술에 다가서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가 있으며 그밖에 《명화 읽는 법(名?の?み方)》, 《인상파라는 혁명(印象派という革命)》, 《명화는 거짓말을 한다(名?は?をつく1∼3)》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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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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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최고의 석학'이라는 칭호를 받은 지 오래됐다. 그의 학문적 발자취는 책을 통해서만 그를 만난 독자로서도 꽤 알고 있는 편이다. 나이도 이미 미수(米壽)에 가까운 그가 자신이 직접 쓴 책이 아닌 인터뷰이(interviewee)로 나선 것은 2021년 현재 시점은 아니다. 그의 '마지막 제자'를 자처하는 김민희 인터뷰어가 최근 5년 동안 그와 나눈 100여 시간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저자 김민희는 그의 '생각의 삶' 80년의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창조적 생각의 지도를 그려온 한국 최고의 석학 이어령의 7살 질문쟁이 꼬마 무렵부터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기까지 ‘생각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아 냈다. 이른바 '회고록'(회고 인터뷰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석학 이어령 탐구의 결정판이다.

 


 

이어령 교수는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스스로 생각하라"라고 밝힌다. 앞서 이어령 교수는 "책을 위해 기자와 인터뷰를 했지만 결코 내 자랑하는 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먼저 주문했고 "남이 자기 자랑하는 책을 누가 읽겠느냐"며 자신의 '생각이 걸어온 길'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남겨줄 것을 당부했단다. 즉, 자신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 생각을 자신의 머리로 풀어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것들이 합쳐져 창조적인 집단 지성이 생견난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온리 원'의 천재로 타고 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인물 탐구론으로 접근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책 발간 후에 인터뷰한 다른 기자가 "80년 생각이 어떤 삶이었느냐"는 질문에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에요.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죠.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로 말했다.

 


 

“이 책은 남들이 아니라 내가 봐야 할 책인 게지. 김민희라는 한 놀라운 작가에 의해서 더 이상 아무 감각도 없이 굳어버린 한 사람의 묵은 흉터에서 선혈이 흐르고 아린 신경줄이 노출되는 생명감을 얻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숙연해지는 것은 내 쪽이라고. 감사해요.”

한국은 평전(評傳), 즉 한 개인의 삶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더해 평하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나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같은 책들의 출간이 매우 적은 편이다. 오히려 본인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더 많다. 평전이 많지 않은 것은 아마 탐구할 만한 인물이 많지 않고, 정치나 경제 논리에 갇혀 그 인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어령이라는 한 인물이 걸어온 치열한 80년의 분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어령 교수 역시 이 책은 회고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창조’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어령의 80년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맞지만, 고정불변의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팔딱거리는 생각들에 대한 ‘꿈틀대는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나는 내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확신범이 아니여. 확신범이라면 유언밖에 더 남겄어?”라고 말하며,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과거의 기록이 아닌 “80여 년 동안 '온리 원'의 사고를 해온 한 인간의 머릿속을 탐색”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엉뚱한 질문한다고 혼나는 게 무섭진 않으셨어요?”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어른들한테 구박도 많이 받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 혼나면 물론 무섭지. 혼나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딨겄어. 그런데 나는 이런 반응에 굴하지 않았어. 지적 호기심이 워낙 컸거든. 혼나는 걸 각오하고서라도 그 질문을 해야 했지. 어린이의 눈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경이롭게 보여요. 이름 모를 풀과 나무, 어둠 속에서 들리는 벌레 소리, 달빛 속의 그림자, 나는 그것들과 이야기하고 물으면서 그 두꺼운 껍질들을 벗기고 싶은 욕망으로 온몸이 근질거렸어요. 나만 이랬을까? 아니야. 세상 모든 아이들은 다 같아요. 다만 선생님들에게, 어른들에게 길들여지면서 호기심을 잃어버린 거지.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품었던 수수께끼를 푸는 감동을 그리스어로 ‘타우마젠(thaumazen)’이라고 해요. 타우마젠! 호기심이 해소되는 순간, 다시 말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말이야. 그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막 탄성이 나오지.”

인터뷰 첫날,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p. 55~56)

 


 

이어령 교수는 코로나로 1년 여 거의 공황 상태로 정신 없이 지내온 지구촌의 상황과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 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했던 듯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 1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누구에게서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저는 그것을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네 가지로 정리해 말씀 드리겠다.우선 글로벌의 역설이다. 전 세계가 촘촘하게 이어졌고 누구나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코로나 19가 비행기의 속도로 퍼졌다. 하나의 질병이 동시에 전 세계에서 발병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그 결과 봉쇄가, 로컬화가 시작됐다. 두 번째는 선진화의 역설이다. 자유의 가치, 인권의 가치가 높은 나라일수록 피해가 더 컸다. 그러나 보니 정부가 자유나 인권을 제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등장하게 됐다. 우리가 희구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 글로벌인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추구하면 곤란해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어 세 번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호저의 딜레마이다. 호저는 고슴도치처럼 몸에 뾰족한 가시가 있다. 추우면 짐승들은 함께 모여 온기를 나누는데, 호저는 찔리니까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한다. 혼자는 춥고, 모이면 아프고, 인간도 마찬가지다. 혼자 있고 싶어하지만, 외로우니까 또 같이 있고 싶어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억지로 혼자 있게 된 사람은 더욱 외로워지고, 억지로 같이 있게 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됐다."

"우울증이 심해지는 '코로나 블루', 홧병이 생기는 '코로나 레드'로 인해 가정불화와 이혼도 늘고 있는데 마지막 네 번째는 어떤 건가요?"라는 질문에 "디지털의 역설이다. 디지털을 만능으로 알던 사람들은 '아, 디지털만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온라인 수업만 하면서 학교에 못 가게 되니 오히려 선생님의 지도, 친구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디지털은 '접속'하는 것이고 아날로그는 '접촉'하는 것인데, 이 둘은 같이 가야 하거든. 이것이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디지로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는 것이 가장 귀중한 교훈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이토록 소중한 생명을 주신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로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의 원천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그동안에는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을 때 갔는데, 그런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알게 됐다. 자유와 생명은 같은 뜻이다. 자유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가치는 곧 자유의 가치다."

이어령 교수는 "코로나는 언젠가 간다. 이 수난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도 갈리게 된다. 경주에서도 코너워크를 할 때 순위가 바뀐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코로나라는 코너를 돌고 있다. 이 코너를 돌고 나면 이제 생명화의 시대가 펼쳐진다. 생명이 가장 중요한 테제가 되는 세상이다. 앞으로 반생명적인 것은 절대 발붙일 수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생명은 서로 같이 사는 것이다. 상생하고 공존한다. K방역 성공의 본질을 "봉쇄하지 않고 개방했는데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한국인들이 이 상생의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남을 위해 흘려주는 '눈물 한 방울'을 가졌다는 거다. 한국인의 이런 생명 사상은 위기가 왔을 때마다 발현한다"고 말을 맺었다.

 


 

저자 : 김민희(인터뷰어)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TOPCLASS)〉 편집장. 학자와 예술가, 경영자와 문화창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600여 명을 인터뷰했으며, 현재 〈톱클래스〉에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를 연재 중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동 대학원 국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줄곧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제자로, 학부 교양강의 ‘한국인과 정보 사회’, ‘한국 문화의 뉴패러다임’을, 대학원 마지막 전공강의인 ‘기호학의 이해’를 수강했다. 〈월간조선〉 〈주간조선〉 기자를 거쳤으며, 《성공신화-파버 카스텔》 《신 인재시교》를 썼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5년간 100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를 통해 탄생한 이어령 탐구의 결정판이다. 이어령 교수는 김민희에 대해 “저널리스트로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글을 쓰되,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며,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문체를 지녀 한국의 츠바이크나 앙드레 모루아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평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 시대에 새로운 불씨를 놓은 창조적 인물론 시리즈를 편찬, 평전 장르가 미약한 한국 출판계에 새 바람을 넣고 싶다는 사명감 어린 포부를 갖게 됐다.

 

인터뷰이 : 이어령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언론인이자 교육자, 행정가이자 문화기획자 등 전방위를 넘나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통섭형 지식인. 1934년생으로, 서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년 넘게 몸담았다. 28세에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데뷔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중앙일보〉 고문으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괄기획위원, 초대 문화부장관,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비마다 굵직한 모토를 한국 사회에 던져왔다. 20대에는 ‘우상의 파괴와 저항의 문학’, 30대에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론, 40대에는 일본 문화론인 ‘축소 지향의 일본인’, 50대에는 88서울올림픽 슬로건 ‘벽을 넘어서’, 60대에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70대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목을 말하는 ‘디지로그’, 80대에는 ‘생명이 자본이다’, 그리고 88세인 2020년에는 마지막으로 ‘눈물 한 방울’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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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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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카키스토크라시.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는 생경한 단어여서 눈에 더 띈다. 부족한 외국어 실력으로 유추해보려 하지만 뒷부분 '크라시(cracy)'를 보고 어떤 정치체제나 이념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고대 그리스 어의 민중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지배 또는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로서, 민주주의란 곧 '민중에 의한 지배'를 말한다. 즉,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고 배웠다. 이를 토대로 '카키스토'의 뜻만 알면 어떤 단어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신조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제목 밑에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부제를 달았으니 어떤 뜻인지 윤곽을 잡힌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책에 끼워넣은 책 안내서에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카키스토크라시'는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다. 이 책 『카키스토크라시』의 저자 김명훈은 부패한 기업가들과 지도자들을 여럿 소개하면서 기울어진 사회의 지형을 촘촘히 묘사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미 '잡놈'형 인간이 번창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던 미국 사회를 고찰한다. 또 한국 사회가 이러한 미국 사회의 병폐를 빼닮았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 '정상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카키스토크라시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전한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 한다. 가치 체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분명 유의미한 독서가 될 것을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바이든 당선자는 정상적으로 1월 20일 취임했지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극우 트럼프 세력이 미국 각지에 많이 남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궁극에 가서는 소멸될 것이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서늘하게 장담한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고, 강대국은 언젠가 몰락하게 되어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실패했고 '정상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취임한 후에 미국이 정상 국가의 모습을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p. 145) 또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1980년대부터 본격 시행된 로널드 레이건과 공화당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것이 낳은 사회 기풍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또 제2의 트럼프의 등장 혹은 트럼프 본인의 재선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시사한다.

분명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보인다.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들이 나서서 트럼프의 인품을 비판하고, 능력 부족과 비리 행적을 지적해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라고 맞받아친다. 다시 4년이 흐른 뒤에 이들 중 얼마가 마음을 바꿀까? 트럼프의 등장이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판단은 여기서 기인한다.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바뀌면서 정말 삽시간에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의 두드러진 증상일 뿐이다. 미국이 앓고 있는 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심화된 것이다.”(p. 150) 질주하던 한 명의 ‘특출난 잡놈’을 치웠으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공정한 경쟁에서 기대하거나 수긍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을 행운이나 특혜라 생각하지 않고, 우월성의 징표로 여긴다는 점이다. 저자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천박한 인간형은 직간접적으로 사회 전반의 기풍과 풍습에 잡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열심히 사는 서민들에게 패배감과 모멸감을 주며, 급기야는 공동체 의식을 파탄시킨다”(p. 29)고 묘사하며 이들을 ‘잡놈’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잡놈’이란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을 떠나 내면의 품계를 기준으로 하여 “마음과 몸가짐이 천박한 사람”(p. 171)을 뜻한다.

“지금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운명에 가히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 미국의 물질주의와 피상적 풍요, 겉멋, 그것의 토양을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퍼 자본주의(hyper-capitalism), 다시 말해 미국이 지금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 가장 큰 원인들만 가져갔다.”(p. 350)

많은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기업들의 독주는 “지위 불안증을 조장하고 정서적으로 망가진 소비지상주의를 정착”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능력주의 사회는 현대인들을 낮은 자존감, 경멸과 분노,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무한 경쟁과 소비의 전쟁터로 내몰”(p. 352)고 있다.

이런 풍조를 방치하고 치켜세운 끝에 작금의 위기로 내몰린 미국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 남은 시간 역시 길지 않다고 말하면서, 저자는 강력한 어조로 지금이 바로 “질 나쁜 지배층이 사회를 낭떠러지로 몰아가기 전에 다수의 상식 있는 국민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소수의 특출난 ‘잡놈’들이 불현듯이 나타나 우리 사회에 제동을 걸고, 서민들의 삶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일까? 사회 상부층의 부도덕과 탐욕은 익히 들어온 얘기다. 저자는 이 부도덕과 탐욕이 “너무도 정교하게 체계화되어” 있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카키스토크라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자의 선동으로 무장 폭도들이 의회에까지 난입하는 지경에 오게 되었는지, 그 기저 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p. 5) 즉 소위 ‘잡놈’들이 창궐하게 된 까닭에는 바탕이 되는 ‘기저 질환’이 있었으며, ‘잡놈’들의 창궐은 그에 따른 증상이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형이 유독 번창하는 사회가 어떤 형태인지 고찰한다. 그리고 나아가 건전한 시민들이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고 시도한다.

 


 

시장은 현대인에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주입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품성과 인격은 가치를 잃고, 교육 기관들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인적 자본’을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런 세태야말로 ‘카키스토크라시’가 모습을 드러낸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이런 풍조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매일 수백만, 수천만 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권은 국민의 웰빙과 공동선이 목표인 민주주의적이 절차가 아니라 오로지 이윤만을 생각하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모리배들의 손 안에 있다.”(p. 281) 자본주의가 곧 민주주의라는 등식이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인간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혼동하는 인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간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는 학문은 갈수록 희귀해지고, 책임감, 연대감, 공익, 희생과 헌신을 배우는 학문은 주변화되어 힘을 잃고 있다. 낭떠러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꺾기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고, 저항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경제지상주의가 주창하는 ‘실용적 가치’에 상관없이 견고한 지식을 기반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내 현명한 시민을 만드는”(p. 326) 인문학 교육이라고 말한다.

 


 

저자 : 김명훈

 

1963년 서울 출생. 1974년 강남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중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모두 뉴욕에서 다녔으며, 현재까지 뉴욕에서만 45년째 살고 있다. 미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여, 이식된 삶의 온전치 못함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넘긴 기억이 없다. 코넬대에서 영문학, 컬럼비아 예술대학원에서 작문을 전공하였고, MFA(순수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로 글 쓰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한국어로도 가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이끌려 대학 졸업 후 중앙일보 뉴욕 지사에 입사했다. 덕분에 다른 진로를 택했더라면 상상하기 힘들었을 ‘본국’과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7년 동안 일하며 한국 언론과 조직 사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으며, 한국 문화의 멋과 부조리를 함께 끌어안는 요령도 터득했다. 언론사를 떠난 뒤 9년간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일했다. 2002년부터는 미국 기업의 한국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며 양국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를 지탱하는 상류의 진정한 역할과 태도에 관해 탐색한 『상류의 탄생』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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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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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있는 것을 그대로 작품에 옮기는 예술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 순간을 잡아내 찍기 때문에 '시간예술', '순간예술'이다. 또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영상예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간의 상황을 잘 잡아내 그대로 작품에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예술'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의 말대로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는 말처럼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사진 작가들은 보이도록 전하는 게 많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나 진실은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진 작가들은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예술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굳이 사진 예술에 대해 독자가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사진 예술은 예술이라기보다 기록이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진만 얘기하는 것이다. 사진으로서의 예술을 얘기하지 않는다. 즉 자신들이 본 것만 얘기하기 때문에 '사진 예술'이라 하지 않고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얘기하는데 예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이나 인체의 아름다운 장면을 찍었다고 사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사진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위해 사진 작가는 피사체로 대상을 정한 것일 뿐 사진 작가가 예술 사진을 찍었을 때는 사진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한 화가의 말대로 그래서 사진 예술은 예술의 한 범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은 당연히 포토에세이의 범주에 속한다.

 


 

사진 속의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던지고,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를 보는 이가 알아채는 순간 그 사진은 예술이 된다. 표현 방법이 순간의 장면이고,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라 해서 예술성이 없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사진에 스토리가 실리면 소설이 되고, 시적 영상미를 강조하면 시가 된다. 그림이 그렇듯 사진도 그렇다. 우리 삶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남대문 시장 상인의 거친 손, 농부나 노동자의 마디 굵은 손, 스포츠 스타들의 손발의 사진 등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관찰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 사진을 찍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너무 당연하다. 그들이 삶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가 사진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관찰자는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치열한 삶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 우리의 휴머니즘은 살아나고 당연히 감동의 감성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예술 감수성을 건드리는 작품이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 예술인가.

 


 

'사진 에세이'라고 명명된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아주 새롭지만 친근한 이국의 풍광보다는 무척 일상적이지만 낯선 우리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김규형의 감각적인 시선 속에서 우리 모두의 지금은 가장 아름답운 순간이 되는 것이다. 김규형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감정, 조용한 공간을 울리는 백색소음의 여운, 따뜻한 커피를 마신 후의 얼음물이 주는 미지근을 좋아한다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미련이 많고 이별을 싫어하고 반대된 두 가지의 중간을 좋아한다."며 "보통의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 취미이고, 인생은 앞으로 좋아하게 될 것들을 찾아내는 모험"이라고 말한다. 말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의 내용은 사진 작가, 예술가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가 예술론을 따로 배웠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예술을 인식하는 눈이 딱 예술가의 모습 그대로다. 영감을 전달하는 낯설거나 익숙한 장소(여행)와 사람들(혹은 동·식물들)에 대한 그만의 접근법도 있을 터다. 말없이 그를 따라 안내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거기에 이 책 안에는 사진 못지 않은 산문들이 즐비하다.

 


 

‘우연’이 시작한 일을 ‘꾸준함’으로 완성했다.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의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하는 말이다. 그에게 사진과 글은 그냥 지나치면 휘발되기 쉬운 일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이었다. 책을 쓰기 위해 원고의 첫 장을 채우던 날도, 카메라를 들고 낯선 골목을 헤매던 날에도, 혼자 머리를 자르다 망친 날도,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도 그는 어김없이 기록했다. 그렇게 기록한 순간들은 하마터면 스쳐 지나갈 뻔한 사람을 만나 친한 친구가 된 것처럼, 사라지지 않고 곁에 남아 자신의 일부가 되어주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이야기에 기록에 대한 거창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순간과 순간이 모여 기나긴 삶이 되듯, 소소한 기록의 조각들이 하루하루 쌓여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한 컷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사진처럼 보여줄 따름이다. 멈추지 않았기에 이만큼 갈 수 있었다고, 기록했기에 기억할 수 있었다고, 책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입을 모아 증언한다. 사실 그가 기록한 것은 단순히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날들의 마음일 것이다. 페이지마다 정직하고 오롯한 자세로 자리 잡은 사진과 글을 통해 독자들은 지치지 않고 기록하는 사람의 감성을 마주하게 된다.

 


 

서울 도시 곳곳을 촬영하는 프로젝트 ‘서울 스냅’을 통해 알려졌듯, 포토그래퍼 김규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소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는 카메라를 이용해 틀에 박힌 도시의 디자인을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뒤틀어버린다. 어두운 지하도의 난간이 우아하게 뻗은 라인으로 바뀌고, 고층건물에 빽빽하게 들어찬 유리창이 파란 하늘에 물든 수십 개의 눈동자처럼 보이는 일은 그의 사진에서 종종 일어나는 작은 마법이다. 방향치라는 결점 덕분에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관점을 얻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남들 눈에 이상해 보이는 결점이 뜻밖의 지점에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다.

그가 날 때부터 당당하게 ‘이상해도 괜찮아’라고 외쳤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딜 그렇게 다니니’, ‘옷은 왜 그렇게 입는 거니’,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하니’…… 학창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이상하다’는 이유로 혼이 났고,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사진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날, 그는 난생처음 어머니에게 반항했다.

“엄마, 내가 이상하게 한번 살아볼게. 죄책감 갖지 않고, 즐기면서 이상하게 살아볼게요.”

그는 ‘이상함’을 갈고닦아 자신의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로 만들었다. 조금 독특하지만 멋진, 그리고 다정하기도 한 한 사람의 세계를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만나보자.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가 독자 안에 숨어 있는 유쾌한 잠재력을 깨워줄지도 모른다.

 


 

아름답다는 표현에 맞는 것을 발견했다면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머리와 가슴에 기록해두자.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의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변해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손에 사진기가 들려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 방법 하나를

알고 있는 셈이다.

- p.31~32, 「사진가의 기억법」 중에서

 


 

산책하거나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끔 길을 잃으면 사진으로 찍어둔 기억을 떠올려서 길을 찾곤 했다. (…) 시간이 지나고 잘못된 방향에 관한 경험이 쌓이자 골목이 익숙해졌다. 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걸으니 지도 없이도 최단 거리로 이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단 거리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길을 잃고 우연히 발견하던 새로운 것을 더는 발견하지 못하게 됐다. 매일 걷는 길로 가게 되고 늘 보던 풍경만 보게 됐다. 어쩌면 제일 빠른 길은 제일 예쁜 것들을 놓치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길을 헤매기로 했다.

- p.9~10, 「방향치」 중에서

 

사진 찍을 때는 뷰파인더를 통해 한참 동안 대상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정작 셔터를 눌러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 다른 곳을 본다. 친구가 이해하지 못하길래 매일매일 지켜보던 그녀에게 고백 편지를 주면서 정작 부끄러워 눈을 못 마주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줬다.

- p.14, 「딴짓」 중에서

 


 

때때로 사진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 까맣게 잊고 있던 무언가를 사진이 되살려주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은가. 정갈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캐논, 에어비앤비, 에잇세컨즈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 작업을 해온 포토그래퍼이자, 가장 일상적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기록의 도구,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작가 김규형에게 기록과 기억은 끝나지 않는 화두다. 전시와 강연, SNS 등 채널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진을 선보이는 그가 한결같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것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순간, 영원을 사로잡는 방법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것이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작은 수첩이든 노트북이든 상관없다. 기록하는 자가 누구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된 김규형 작가의 신간 에세이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그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진가의 관점을 감성적이고 유쾌한 문체와 사진으로 선보인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진작가를 꼽으라면 독자는 이 책의 저자 김규형을 아낌없이 선택하고 싶다.

 

저자 김규형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취미였던 사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5년 캐논 플레이샷 특별상을 수상했고, 서울을 기반한 ‘서울 스냅’을 포함 서울 관련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에어비앤비, 에잇세컨즈, 삼성, 갤럭시, SK텔레콤 등 다양한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정갈하고 세련된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전시와 강의를 통해 그의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서울 스냅』, 『사진가의 기억법』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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