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홈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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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가 작품은 여러 편 봤지만 이 작품이 단편소설의 형식을 맟춰가며 탁월한 문장력까지 갖춘 우수 작품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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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홈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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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홀리데이 홈』은 K-픽션 스물여덟 번째 작품이다. 부조리한 세계의 불안과 공포를 집요하게 그려내는 편혜영 소설가의 작품 『홀리데이 홈』을 한영 대역으로 펴냈다. 단편소설 한 편, 영역(英譯)만을 실어 말 그대로 어디서나 잠깐 시간을 내 편혜영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영문 번역은 편혜영의 대표작이자 셜리잭슨상 수상작인 『홀』을 번역한 김소라 번역가가 맡았다.

『홀리데이 홈』은 군인이었던 이진수가 군대 내 납품단가 조작 사건에 가담한 책임을 홀로 떠안은 후 전역한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후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진수에게 삶의 무대는 바뀌었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아내 장소령에게도 포착된다.

부동산에 내놓은 집을 보러온 박민우가 이진수를 기억하며 술 취해 던지는 말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 듯 불안을 증폭시킨다. 군대에 있었을 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있었음에 분명하지만 그 장면은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단편소설 1편으로 짧지만 강한 흡입력이 있다. 편혜영 소설가의 유려한 문체와 부조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적 문장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등장인물 장소령과 이진수. 군인인 이진수는 납품 비리로 군에서 잘린다. 그리고 한우 전문점을 오픈하지만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팔아 영업 정지를 당하고 결국 문을 닫는다. 아들은 학교 폭력 때문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이 같은 팩트만 열거한 듯한 내용에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는 일찍 포기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이야기의 모두를 보여주지 않는다. 적당히 감추면서 인물과 배경을 통해 짐작케 할 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여백에서 우리가 사는 사회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다.

 


 

적당히 알고 싶고 피하고 싶은 현상을 어차피 알아도 내가 뭔가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과 절망.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르면서 얄팍한 안락함을 유지하고픈 마음. 마지막에 이진수의 집에 두 남자가 찾아온다. 알고 보니 군대 후배다. 하지만 이진수와 후배는 좋은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가해자는 피해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옛날부터 들어온 말이다. 결국 술 먹고 후배는 절규하고 끝난다. 그 절규 소리마저 저자는 다 들려주지 않는다.

군대라는 상명하달의 문화가 있는 곳과 우리 사회는 닮아 보인다. 그래서 군인인 이진수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군대를 안 간 독자들도 상황이나 들은 얘기만 있어도 충분히 추정 가능하게 팩트는 정확하게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안아영 문학평론가는 '홀리데이 홈'을 "자신이 폭력적인 세계에 내던져졌고 약육강식이라는 촘촘한 그물에 걸려 있으며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거대한 부조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고 있다. 견고한 위계서열로 구축된 이 세계는 공정하지 않다. 유리한 사람과 불리한 사람, 무감한 권력자와 억울한 피해자는 한 무대 위헤 엉겨 있다"고 분석한다.

편혜영 소설가 작품은 여러 편 봤지만 이 작품이 단편소설의 형식을 맟춰가며 탁월한 문장력까지 갖춘 우수 작품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기대한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이진수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고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중요한 것은 이진수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와 무관하게 소설이 견고한 형식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이진수가 저지른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한다.

이 부조리한 세계는 인간들에게 내용이 아닌 형식에 복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 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군대에서의 삶을 완벽하게 체득하여 “권위와 위계”를 칭찬으로 여길 뿐인 이진수에게는 딜레마가 없다. 딜레마는 이 모든 것을 그의 아내 장소령의 시선으로 볼 때만 감지된다. 그러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의 섬뜩함, 자신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저자 : 편혜영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셜리잭슨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 김소라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편혜영의 『선의 법칙』, 『재와 빨강』 및 『홀』, 황석영의 『해질 무렵』, 김언수의 『설계자들』 등 다수의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였다. 편혜영의 『홀』 번역으로 2017년 셜리잭슨상을 수상하였다.

 

번역은 제2의 창작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해외 영어권 독자들에게 유려하게 번역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여 작품에 대한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K-픽션〉 시리즈의 번역에는 세계 각국의 한국문학 전문 번역진이 참여했으며,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K-픽션〉은 아마존을 통해서 세계에 보급되고 있으며, 아시아 출판사는 〈K-픽션〉 시리즈를 활용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독자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걸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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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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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을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대학 입시를 위한 내용 약간과 대학 1학년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들은 한 학기 '철학개론'이 전부다. 독자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철학, 인문은 찬밥 신세였다. 공과대나 상과대가 가장 인기였고 수재들은 대부분 법대나 의대였다.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졸업 후 사회 생활하면서 철학을 배우기는커녕 관련 책 읽을 겨를도 없었다. 한 한기 들은 교양학부 철학개론 교과서는 대학 생활 중 한 번도 더 들춰보질 못한 것이 약간의 후회도 된다.

산업화를 지향하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면서 인문학이나 철학, 문학 서적 등이 잘 팔리기도 했다. 돈 벌어야 할 때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학문들이 서서히 삶의 행복이나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들로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인지 문학, 특히 에세이 등이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잡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나날이 불안 심리가 커지고 심지어는 '코로나 레드'로 불리우는 깊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로까지 이어지자 에세이 분야에 자기계발이나 심리학이 더해지면서 분야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에 철학 서적들도 출판가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위로, 격려를 위한 안정제 역할의 에세이와 철학은 물론 심리학, 자기계발 서적 등이 엮이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출판계는 분석하고 있다.

 


 

독자도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하고 일년 단위로 보면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한 해로 개인적 평가를 할 만큼 적지 않은 분량을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은 어려웠다. 필요에 의해 목적을 갖고 하는 학문은 높이 쌓이지 않는다는 평소 생각으로 되돌아갈 무렵 이 책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만났다. 분량도 많지 않고 글자수도 많지 않아 쉽게 읽힐 것으로 예상했다. '초역'이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번역한' 것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명언을 임의로 뽑아 분류해 책으로 펴낸 것이다.

Ⅰ 행복에 대하여

Ⅱ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Ⅲ 친구에 대하여

Ⅳ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Ⅴ 철학이란 무엇인가?

Ⅵ 정치란 무엇인가?

Ⅶ 인간 행동에 대하여

Ⅷ 일과 삶에 대하여

Ⅸ 젊은이와 교육에 대하여

Ⅹ 시와 예술에 대하여

 


 

제목만 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광범위한 지식과 지혜가 돋보인다. 이 책 「들어가는 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저작은 실로 방대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 2,000쪽 가량이다. 고대의 책 목록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총 17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구 분야는 물리학, 화학·생물학 동물학·심리학· 정치학·윤리학·논리학·형이상학·역사·수사학·시학 등 실로 오늘날 배우는 학문의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있어서 정치 및 철학을 비롯한 미술 평론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 〈정치학〉 · 〈수사학〉 · 〈형이상학〉 · 〈영혼에 관하여〉 · 〈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을 창시해 논리학의 체계를 세우고, 국가를 통치 운영하는 정치학을 지었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윤리학을 세웠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아들 니코마코스가 유고를 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 부르기도 한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 속 플라톤의 손끝이 하늘을 가리키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한 땅을 가리키는 손끝에서 인간의 삶과 현실적인 고민에 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읽으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자 중에서 가장 큰 행운을 안은 사람이다. 그는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제왕’을 스승으로 두었고,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을 제자로 두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7세의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수학하면서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되는 그리스적 학문의 체계를 세웠다. 37세 때, 스승 플라톤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마케도니아 왕자 알렉산더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13세의 어린 왕자에게 ‘정치학’을 비롯한 ‘제왕학’을 가르쳤다. 20세에 마케도니아 왕에 등극한 알렉산더는 그리스를 평정하고, 당시 최대의 제국인 페르시아를 제압했으며, 인도까지 진출하는 정복왕이 되었다.

그 무렵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나이에서 리케이온이라는 자신의 학당을 차렸다. 알렉산더 대왕의 지원을 받은 리케이온은 아카데미아를 능가하는 학당으로 성장했다. 리케이온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고, 방대한 자료 보관실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곳에 방대한 장서를 수집해 놓았는데, 그 가운데에는 수많은 지도와 외국의 헌법, 동식물의 표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2년 동안 리케이온을 이끌면서 강의를 하고 그의 주요 사상들을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이 학원에서 사용한 강의록을 제자들이 편집한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스승을 위하여 아테나이에 동물원도 지어주고, 아시아로부터 진귀한 동물들을 공수해 주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학, 식물학 체계를 세운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고래가 포유류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시,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물리학 등등 실로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의 분류를 세분화했고, 그렇게 세분화된 학문의 기초 개념을 확립했다. 그로 인해서 여러 인식 분야로 나누어진 복합적 학문 구조가 생겨났고 학문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가 분류하고 뼈대를 세우는 학문 체계는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 그 후 2000년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체계는 서양 사회를 지배했고 그는 ‘만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아리스토텔레스 개인만의 업적이었을까? 탈레스로부터 시작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그리스적 사유를 집대성할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행운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자적 자질과 천부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플라톤이라는 걸출한 스승과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막강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그는 ‘만학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지식을 흡수한 경계가 없는 학자였으며 진정으로 ‘지식 제국의 정복자’였다. 시성(詩聖) 단테는 그를 가리켜 ‘박식한 자들의 스승’이라 칭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지에서 33살의 나이로 요절하자 역사상 가장 방대한 지역을 정복했던 거대한 제국은 무너졌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명도 바람 앞에 등불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본토 출신이 아닌 마케도니아 출신(이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이었기 때문에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아테나이에는 반(反)마케도니아 정서가 팽배했다.

“나는 아테네 시민들이 철학을 죽이는 두 번째 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노라.”

이것은 그가 아테네를 떠나며 남긴 말이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억울하게 죽기 싫어서 그는 아테네를 떠났던 것이다. 그는 에게 해의 어느 섬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일 년 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62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념론적 철학자가 아니었다.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를 풍미한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수장 격인 플라톤은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 즉, 천상 세계를 가르치는 이상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이 많다. 그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서 규정했고, 그런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돈 문제, 사랑, 쾌락, 우정, 건강, 고독, 병과 고통 같은 현실적인 고민에 많은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정치학」·「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25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인생살이의 진실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을 마치고 보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는 요즘 자기개발서가 담고 있는 모든 말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계발서를 읽는 가벼운 마음으로 독파해 주시길 바란다는 저자의 권유가 평온한 마음으로 찬찬히 읽게 해준다.

 


 

인간적 미덕이나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을 통해 얻은 예술이다. 우리는 미덕이나 탁월함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p. 203)

 

세상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p. 204)

 

저자 : 이채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문학과창작》에 소설이 당선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한국 시 문학상’을 탔으며 ‘도서출판 작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0권이 넘는 다양하고 맛깔스런 책을 써 내면서 전방위 작가를 자처하고 있다. 또한, 핸드폰 책쓰기의 열렬한 실천가로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코칭본부장을 맡아 핸드폰으로 책과 글쓰기와 스마트워크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안철수의 서재』, 『삼성처럼 경영하라』, 『부자의 서』, 『성경이 만든 부자들』, 『삼성가의 사람들』, 『현대가의 사람들』, 『세상에! 핸드폰으로 책을 쓰다니(공저)』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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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분 마음챙김 - 세계적 명상스승 아잔 브람의 365일 행복 명상록
아잔 브람 지음, 여현 옮김, 각산 감수 / 느낌(느낌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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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영어 표기는 'meditation'이다. 이 단어는 치유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약'을 의미하는 'medicine'과 '병원'을 뜻하는 'medical center'와 어원을 같이한다. 『심리학용어사전』은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transcendence)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다"고 풀이하고 있다.

명상은 어원적 풀이 외에 각 종교에서 모두 실시하는데 말은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천주교에서는 '묵상'이라 하고, 기독교에서는 명상, 불교에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참선'이란 말로도 쓰이고 그냥 명상이라고도 한다. 종교에서 모두 명상을 권유하는 것은 마음의 평온함을 얻고자 하는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명상과 함께 늘 같이 다니는 단어가 '기도'이다. 기도는 하나님 혹은 신에게 드리는 감사하고도 하고, 소원이라고도 한다.

 


 

독자는 비종교인으로서 아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명상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배운(?0 지 2~3년 됐으나 아직 일정한 명상 자리를 따로 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일어나서 약 5분 정도 정좌하고 조용히 호흡에 집중하는 정도다. 굳이 명상으로 표현해야 할지도 쑥스럽다.

독자는 기도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공식 석상은 물론 혼자서도 어떤 일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어본 적이 없다. 종교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님께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는 기도는 낯 뜨겁다 생각해서다.

또 독자는 기도와 명상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 즉, 기도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꼭 이루겠다고 하나님께 약속 드리는 행위이다. 그러나 명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행위라 생각한다. 조용히 앉아(누워 있거나 서서 해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올바른 자세로 호흡에 집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고 생각하며 하루 5분 정도씩 한다.

 


 

명상에 대해 너무 잡다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아잔 브람 스님이 세계적 명상가이기 때문이다.

아잔 브람 스님은 1951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 학위를 받았고, 23세에 방콕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태국 수도원에서 고승 아잔 차 밑에서 9년간의 수행을 마치고 호주 퍼스로 건너가 남반구 최초의 사찰을 세웠다. 그 후 그의 비전, 지도력, 봉사에 대한 열정으로 호주 커틴 대학교로부터 존 커틴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에는 아잔 브람 스님이 40년 동안 종교와 국제적 영적 수행자로서의 경험에서 나온 따뜻하고 지혜로운 인용구가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명상을 통해 매일 생각의 그릇을 채울 수 있는 총 365개의 지혜로운 경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있어 원문도 같이 수록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어떠한 노동이든 일이 고통스러운 것은 ‘하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욕심을 부리며 갈망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마음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얘기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아잔 브람스님의 경구를 통한 하루 1분 명상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나’ 만나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현대인은 불안, 공포의 환경에서 위태로운 삶은 살고 있다. 감정은 고조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다툼이 발생한다"고. 저자에 따르면 모든 잘못의 근원이 ‘나’에게 있음을 알지 못하고 주위 탓만 하게 된다. 부정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성향은 일상에 대한 두려움을 주고,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 삶의 악순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긍적적인 성향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긍정적인 성향이 자신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계획을 줄이고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뭔가 많은 긍정적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어둠에 대해 불평하는 것 보다는 촛불을 밝히는 것이 더 좋다.

 


 

사람들은 늘 일이 많고 바쁘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버거운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할 때 그냥 마음 편히 지내라고 얘기한다. 자신을 운전자가 아닌 승객으로 생각하고 삶의 여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냥 지켜보라고 얘기한다. 다른 방향으로 달릴 때는 볼 수 없었던 문제점들을 발견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통은 선택 사항.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명상은 내려놓음으로 얻는 비움의 행복이다.

 


 

이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우리는 모든 일의 결과만으로 평가받고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은 죽은 시간으로 가득 찬 관을 짊어지고 사는 것과 같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 지는 것으로, 현재를 잘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명상으로 가능하다. 명상은 현재 순간을 비판 없이 관찰하고 조용히 내 마음을 관조하는 것이다. 내가 짊어진 욕심, 불안, 걱정 들을 내려놓은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온다. 명상은 내려놓음으로 ‘나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어디선가 다 들어본 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삶의 기본과 원칙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대부분 안다. 실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저자 : 아잔 브람

 

태국에서 수행승으로 배움의 시기를 보낸 뒤 그는 불교를 가르치는 아잔 자가로를 돕기 위해 호주 퍼스에 있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협회 초청을 받아 그곳으로 갔다. 처음에는 퍼스 북쪽 교외에 자리한 오래된 집에서 아잔 자가로와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1983년 말에 퍼스 남쪽 세르핀타인 지역 숲이 우거진 시골에 약 392,545㎡의 땅을 매입했다. 그리고 그곳에 보디냐나 수도원(스승인 아잔 차 보디냐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을 세웠다. 보디냐나 수도원은 남반구 최초의 불교사원이 되었다. 이곳은 또 오늘날 호주의 가장 큰 소승불교 수도회 본부다. 처음엔 그 지역에 아무것도 없었다. 절을 짓기 위해 퍼스에서 모금활동을 펼치던 몇몇 승려들만 있을 뿐이었다. 아잔 브라흐마는 건물 하나 없는 그곳에서 직접 벽돌 쌓는 일과 배관 및 미장일을 배워 지금까지 존재하는 수많은 건물을 세웠다. 1994년, 절의 주지로 있던 아잔 자가로가 안식년을 맞아 호주를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승복을 벗게 되자 아잔 브라흐마가 그 후임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주지 직책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다 결국 받아들였고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의 명성은 점점 널리 퍼져나갔다. 흥미 있는 데다 희망을 주는 설법으로 그는 호주의 다른 지역과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차례 초청을 받았다. 2002년에는 프놈펜에서 개최된 국제 불교회의에 중요 인사로 참가했다. 그리고 2006년 6월에는 퍼스에서 열린 불교회의를 이끌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특히 암 환자들, 수감자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 보디냐나에 있는 승려들은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명상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현재 아잔 브라흐마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세르핀타인에 위치한 보디냐나 수도원장,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불교협회 지도자, 빅토리아 불교협회 고문, 싱가포르 불교연맹 후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승가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모든 불교 종파를 초월한 협력을 구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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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반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오룔주(州) 스파스코예루토비노보에 있는 어머니의 영지(領地)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기병 장교로서 방탕과 도박으로 신세를 망치고는, 재산이 탐나서 1,000명의 농노를 거느린, 6세나 연상인 부유한 여지주(女地主)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추한 용모에다 포악한 전제군주적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투르게네프는 어머니 영지의 농노들에 대한 동정에서 농노제를 증오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가정사정이 그가 1860년 발표한 『첫사랑』에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독자가 이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묘사한 중편(中篇) 소설로서 당시 러시아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고, 국민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 문학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첫사랑』은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걸작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 탁월한 성격 묘사, 예술적 구성의 완성미로 뭇 남성을 사로잡은 한 여성을 선명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성들과의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당시 러시아 문단뿐만 아니라 서구 세계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된 수작이다. 이 책에는 <첫사랑> 외에 <아야사>, <밀회> 등 모두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누가 봐도 첫사랑에 나타난 문체는 극찬을 받을 만큼 유려하다. 스토리와 문체, 사실적 묘사, 심리의 미묘한 변화 묘사 등 어디 한 곳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완벽한' 걸작으로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독자 개인 취향상 로맨틱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시 사회를 고려해 볼 때 가히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의 역작임이 분명하다. 독자는 이 소설을 30여년 전에 처음 읽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읽은 기억이 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멋진 문장이 많아 소설 끝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느낌도 아마 10대, 20대 등 연령별로도 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중편소설로 짧지 않은 소설을 이렇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문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 터, 그의 문학적 천재성도 인정하게 한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판이어서 번역자와 출판사, 판형이 모두 달라서 원어로 읽는 맛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겠지만 누가 번역해도 그의 문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사람은 없을 듯하다.

 


 

"무겁고 축축한 밤 공기가 나의 상기된 얼굴을 스쳤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으려는 것 같은 날씽였다.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 윤곽이 연기처럼 변하여 순식간에 하늘을 덮었다. 한 줄기 바람이 우중충한 나무 사이에서 불안스럽게 몸부림치고, 먼 지평선 저쪽에서는 천둥 소리가 성난 듯이 혼자 으르렁거렸다.{p. 45)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의 부분은 번역본이라 음미하기에 따라서는 번역이 다소 미흡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는 표현을 우리말에서는 쓰지 않는다. '몰려온다'든지 '새까맣게 덮였다'로 표현하는데 원본이 맞는 건지, 번역본이 맞는 건지 판단할 수 없는 독자로서는 아쉽다.

또 '한 줄기 바람이~ 몸부림치다'는 표현도 어딘가 좀 어색하다. 역시 독자가 러시아 언어를 모르니 판단할 길이 없지만 원본이 잘못됐다면 번역본에서라도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제 분위기에 맞게 다소 의역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작은 소망이다.

 


 

"길에서는 먼지투성이가 된 쐐기풀 위를 하얀 나비 몇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날쌔게 보이는 참새 한 마리가 가까운 데 있는, 동강이 난 붉은 벽돌 위에 앉아서 연방 온몸을 앞뒤로 돌리며 꼬리를 부채살처럼 펴고는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로 짹잭거렸다. 아직도 나를 의심쩍게 생각하는 까마귀란 놈들은 벌거숭이가 된 자작나무의 높고 높은 꼭대기에서 조용히 희롱하고, 돈스키 수도언의 종소리는 때때로 바람을 타고 은근히 서글프게 들려왔다.(p. 59)

 

주위 자연과 생물 등에 감정이입해 표현한 부분이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눈앞에 상황이 한 번에 그려질 정도로 또렷하고 적확한 단어 사용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분의기를 창출해냈다. 이 정도면 주위 사물 관찰력이 과학자나 철학자 못지 않다. '뛰어난 관찰력'으로부터 '적확하고 훌륭한 언어 구사'까지 모든 걸 갖추었기 때문에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독자의 생각이다.

 


 

누구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있을 것이다. 만해 한용운은 '날카롭다'로 표현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첫사랑의 대상이었기에 가능하다. 물론 만해의 대상은 조국이고, 빼앗긴 나라에 대한 은유적(중의적이기도 한) 표현이지만. 아무튼 첫사랑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대부분 달콤하지만은 않다. 어느 평론가는 투르게네프의 이 작품을 자전적 경험에서 나온 소설로 평하기도 했다. 너무나 첫사랑에 대한 정감이나 마음의 벅차오름, 그리고 은밀한 즐거움, 기쁨. 애타는 마음까지 모두 표현해낸 이 작품은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문학적 기교를 사용하여)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르게네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1860년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가 1818년생이니 대략 42세 안팎이었다. 그때 첫사랑을 경험한 것일까. 아니면 뒤늦게 첫사랑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을까.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적 시대상에 순수하고 열오른 첫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을까. 독자로서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첫사랑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본 것만으로도 대만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1개의 중편과 3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한 작품이 없겠지만 가장 뛰어난 작품은 역시 <첫사랑>으로 독자는 꼽는다. 이어 나오는 <아아샤>도 첫사랑 못지 않은 작품이지만 독자는 첫사랑으로 기운다. 투르게네프가 더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분위기나 인물의 성격 표현이 자연스럽고 뚜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르게네프의 작중 인물이 대부분 '비정상적'임은 아마 러시아 시대상의 모습이고, 특히 여성의성격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비상삭적인 것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독자로서는 추측해본다. 판단 근거가 없으니 '주장'이라고 할 수 없고 '추측'일 뿐이다.

러시아는 1721년 제정러시아로 출범한 나라로 제국의 토대는 '농노제'였다. 우리가 잘 아는 '조국의 아버지, 황제(임페라토르)'의 칭호를 증정하고,러시아 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제정 러시아는 했다. 이제 러시아는 주변의 강국과 싸우던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대국으로 안팎에 세력을 팽창시켜나간 나라다. 토대가 된 농노제에 따라 그의 어머니는 1,000여명의 농노를 거느린 대지주인데다 성격 또한 매우 독단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도 농노제를 반대하는 마음과 현실 사이의 괴리, 농노제 아래서 죽기보다 괴로운 삶을 이어가는 농노들에 대한 한없는 안타까움과 동정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창출한 인물이리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이성에 휴식을 주고 감성에 영양분을 잔뜩 준 포만감이 드는 소설이다.

 


 

저자 : 이반 투르게네프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손꼽히는 투르게네프는 오료르 현 스파스코에 리트비노보의 대지주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833년 모스코바 대학 문학부에 입학, 다음 해에 페테스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로 옮겨 1837년 졸업했다. 1838 ~ 1841년에는 베르린 대학에서 철학, 역사, 고대어를 배우고, 진보적인 러시아 지식인들과 친교를 맺으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 1847년 <동시대인>지 제1호에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역작 [사냥꾼의 일기]의 제1작이 발표되어 호평을 받았다.

1856년 장편 [루진]을 발표했다. [귀족의 소굴] 1859년, [전야] 1860년, [아버지와 아들] 1862년, [연기] 1867년, [처녀지] 1877년. 1883년 척추암으로 일생을 마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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