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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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을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대학 입시를 위한 내용 약간과 대학 1학년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들은 한 학기 '철학개론'이 전부다. 독자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철학, 인문은 찬밥 신세였다. 공과대나 상과대가 가장 인기였고 수재들은 대부분 법대나 의대였다.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졸업 후 사회 생활하면서 철학을 배우기는커녕 관련 책 읽을 겨를도 없었다. 한 한기 들은 교양학부 철학개론 교과서는 대학 생활 중 한 번도 더 들춰보질 못한 것이 약간의 후회도 된다.

산업화를 지향하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면서 인문학이나 철학, 문학 서적 등이 잘 팔리기도 했다. 돈 벌어야 할 때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학문들이 서서히 삶의 행복이나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들로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인지 문학, 특히 에세이 등이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잡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나날이 불안 심리가 커지고 심지어는 '코로나 레드'로 불리우는 깊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로까지 이어지자 에세이 분야에 자기계발이나 심리학이 더해지면서 분야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에 철학 서적들도 출판가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위로, 격려를 위한 안정제 역할의 에세이와 철학은 물론 심리학, 자기계발 서적 등이 엮이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출판계는 분석하고 있다.

 


 

독자도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하고 일년 단위로 보면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한 해로 개인적 평가를 할 만큼 적지 않은 분량을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은 어려웠다. 필요에 의해 목적을 갖고 하는 학문은 높이 쌓이지 않는다는 평소 생각으로 되돌아갈 무렵 이 책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만났다. 분량도 많지 않고 글자수도 많지 않아 쉽게 읽힐 것으로 예상했다. '초역'이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번역한' 것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명언을 임의로 뽑아 분류해 책으로 펴낸 것이다.

Ⅰ 행복에 대하여

Ⅱ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Ⅲ 친구에 대하여

Ⅳ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Ⅴ 철학이란 무엇인가?

Ⅵ 정치란 무엇인가?

Ⅶ 인간 행동에 대하여

Ⅷ 일과 삶에 대하여

Ⅸ 젊은이와 교육에 대하여

Ⅹ 시와 예술에 대하여

 


 

제목만 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광범위한 지식과 지혜가 돋보인다. 이 책 「들어가는 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저작은 실로 방대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 2,000쪽 가량이다. 고대의 책 목록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총 17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구 분야는 물리학, 화학·생물학 동물학·심리학· 정치학·윤리학·논리학·형이상학·역사·수사학·시학 등 실로 오늘날 배우는 학문의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있어서 정치 및 철학을 비롯한 미술 평론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 〈정치학〉 · 〈수사학〉 · 〈형이상학〉 · 〈영혼에 관하여〉 · 〈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을 창시해 논리학의 체계를 세우고, 국가를 통치 운영하는 정치학을 지었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윤리학을 세웠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아들 니코마코스가 유고를 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 부르기도 한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 속 플라톤의 손끝이 하늘을 가리키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한 땅을 가리키는 손끝에서 인간의 삶과 현실적인 고민에 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읽으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자 중에서 가장 큰 행운을 안은 사람이다. 그는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제왕’을 스승으로 두었고,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을 제자로 두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7세의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수학하면서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되는 그리스적 학문의 체계를 세웠다. 37세 때, 스승 플라톤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마케도니아 왕자 알렉산더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13세의 어린 왕자에게 ‘정치학’을 비롯한 ‘제왕학’을 가르쳤다. 20세에 마케도니아 왕에 등극한 알렉산더는 그리스를 평정하고, 당시 최대의 제국인 페르시아를 제압했으며, 인도까지 진출하는 정복왕이 되었다.

그 무렵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나이에서 리케이온이라는 자신의 학당을 차렸다. 알렉산더 대왕의 지원을 받은 리케이온은 아카데미아를 능가하는 학당으로 성장했다. 리케이온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고, 방대한 자료 보관실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곳에 방대한 장서를 수집해 놓았는데, 그 가운데에는 수많은 지도와 외국의 헌법, 동식물의 표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2년 동안 리케이온을 이끌면서 강의를 하고 그의 주요 사상들을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이 학원에서 사용한 강의록을 제자들이 편집한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스승을 위하여 아테나이에 동물원도 지어주고, 아시아로부터 진귀한 동물들을 공수해 주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학, 식물학 체계를 세운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고래가 포유류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시,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물리학 등등 실로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의 분류를 세분화했고, 그렇게 세분화된 학문의 기초 개념을 확립했다. 그로 인해서 여러 인식 분야로 나누어진 복합적 학문 구조가 생겨났고 학문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가 분류하고 뼈대를 세우는 학문 체계는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 그 후 2000년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체계는 서양 사회를 지배했고 그는 ‘만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아리스토텔레스 개인만의 업적이었을까? 탈레스로부터 시작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그리스적 사유를 집대성할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행운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자적 자질과 천부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플라톤이라는 걸출한 스승과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막강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그는 ‘만학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지식을 흡수한 경계가 없는 학자였으며 진정으로 ‘지식 제국의 정복자’였다. 시성(詩聖) 단테는 그를 가리켜 ‘박식한 자들의 스승’이라 칭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지에서 33살의 나이로 요절하자 역사상 가장 방대한 지역을 정복했던 거대한 제국은 무너졌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명도 바람 앞에 등불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본토 출신이 아닌 마케도니아 출신(이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이었기 때문에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아테나이에는 반(反)마케도니아 정서가 팽배했다.

“나는 아테네 시민들이 철학을 죽이는 두 번째 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노라.”

이것은 그가 아테네를 떠나며 남긴 말이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억울하게 죽기 싫어서 그는 아테네를 떠났던 것이다. 그는 에게 해의 어느 섬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일 년 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62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념론적 철학자가 아니었다.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를 풍미한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수장 격인 플라톤은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 즉, 천상 세계를 가르치는 이상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이 많다. 그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서 규정했고, 그런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돈 문제, 사랑, 쾌락, 우정, 건강, 고독, 병과 고통 같은 현실적인 고민에 많은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정치학」·「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25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인생살이의 진실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을 마치고 보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는 요즘 자기개발서가 담고 있는 모든 말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계발서를 읽는 가벼운 마음으로 독파해 주시길 바란다는 저자의 권유가 평온한 마음으로 찬찬히 읽게 해준다.

 


 

인간적 미덕이나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을 통해 얻은 예술이다. 우리는 미덕이나 탁월함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p. 203)

 

세상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p. 204)

 

저자 : 이채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문학과창작》에 소설이 당선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한국 시 문학상’을 탔으며 ‘도서출판 작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0권이 넘는 다양하고 맛깔스런 책을 써 내면서 전방위 작가를 자처하고 있다. 또한, 핸드폰 책쓰기의 열렬한 실천가로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코칭본부장을 맡아 핸드폰으로 책과 글쓰기와 스마트워크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안철수의 서재』, 『삼성처럼 경영하라』, 『부자의 서』, 『성경이 만든 부자들』, 『삼성가의 사람들』, 『현대가의 사람들』, 『세상에! 핸드폰으로 책을 쓰다니(공저)』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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