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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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오룔주(州) 스파스코예루토비노보에 있는 어머니의 영지(領地)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기병 장교로서 방탕과 도박으로 신세를 망치고는, 재산이 탐나서 1,000명의 농노를 거느린, 6세나 연상인 부유한 여지주(女地主)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추한 용모에다 포악한 전제군주적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투르게네프는 어머니 영지의 농노들에 대한 동정에서 농노제를 증오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가정사정이 그가 1860년 발표한 『첫사랑』에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독자가 이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묘사한 중편(中篇) 소설로서 당시 러시아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고, 국민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 문학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첫사랑』은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걸작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 탁월한 성격 묘사, 예술적 구성의 완성미로 뭇 남성을 사로잡은 한 여성을 선명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성들과의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당시 러시아 문단뿐만 아니라 서구 세계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된 수작이다. 이 책에는 <첫사랑> 외에 <아야사>, <밀회> 등 모두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누가 봐도 첫사랑에 나타난 문체는 극찬을 받을 만큼 유려하다. 스토리와 문체, 사실적 묘사, 심리의 미묘한 변화 묘사 등 어디 한 곳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완벽한' 걸작으로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독자 개인 취향상 로맨틱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시 사회를 고려해 볼 때 가히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의 역작임이 분명하다. 독자는 이 소설을 30여년 전에 처음 읽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읽은 기억이 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멋진 문장이 많아 소설 끝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느낌도 아마 10대, 20대 등 연령별로도 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중편소설로 짧지 않은 소설을 이렇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문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 터, 그의 문학적 천재성도 인정하게 한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판이어서 번역자와 출판사, 판형이 모두 달라서 원어로 읽는 맛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겠지만 누가 번역해도 그의 문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사람은 없을 듯하다.

 


 

"무겁고 축축한 밤 공기가 나의 상기된 얼굴을 스쳤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으려는 것 같은 날씽였다.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 윤곽이 연기처럼 변하여 순식간에 하늘을 덮었다. 한 줄기 바람이 우중충한 나무 사이에서 불안스럽게 몸부림치고, 먼 지평선 저쪽에서는 천둥 소리가 성난 듯이 혼자 으르렁거렸다.{p. 45)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의 부분은 번역본이라 음미하기에 따라서는 번역이 다소 미흡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는 표현을 우리말에서는 쓰지 않는다. '몰려온다'든지 '새까맣게 덮였다'로 표현하는데 원본이 맞는 건지, 번역본이 맞는 건지 판단할 수 없는 독자로서는 아쉽다.

또 '한 줄기 바람이~ 몸부림치다'는 표현도 어딘가 좀 어색하다. 역시 독자가 러시아 언어를 모르니 판단할 길이 없지만 원본이 잘못됐다면 번역본에서라도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제 분위기에 맞게 다소 의역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작은 소망이다.

 


 

"길에서는 먼지투성이가 된 쐐기풀 위를 하얀 나비 몇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날쌔게 보이는 참새 한 마리가 가까운 데 있는, 동강이 난 붉은 벽돌 위에 앉아서 연방 온몸을 앞뒤로 돌리며 꼬리를 부채살처럼 펴고는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로 짹잭거렸다. 아직도 나를 의심쩍게 생각하는 까마귀란 놈들은 벌거숭이가 된 자작나무의 높고 높은 꼭대기에서 조용히 희롱하고, 돈스키 수도언의 종소리는 때때로 바람을 타고 은근히 서글프게 들려왔다.(p. 59)

 

주위 자연과 생물 등에 감정이입해 표현한 부분이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눈앞에 상황이 한 번에 그려질 정도로 또렷하고 적확한 단어 사용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분의기를 창출해냈다. 이 정도면 주위 사물 관찰력이 과학자나 철학자 못지 않다. '뛰어난 관찰력'으로부터 '적확하고 훌륭한 언어 구사'까지 모든 걸 갖추었기 때문에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독자의 생각이다.

 


 

누구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있을 것이다. 만해 한용운은 '날카롭다'로 표현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첫사랑의 대상이었기에 가능하다. 물론 만해의 대상은 조국이고, 빼앗긴 나라에 대한 은유적(중의적이기도 한) 표현이지만. 아무튼 첫사랑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대부분 달콤하지만은 않다. 어느 평론가는 투르게네프의 이 작품을 자전적 경험에서 나온 소설로 평하기도 했다. 너무나 첫사랑에 대한 정감이나 마음의 벅차오름, 그리고 은밀한 즐거움, 기쁨. 애타는 마음까지 모두 표현해낸 이 작품은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문학적 기교를 사용하여)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르게네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1860년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가 1818년생이니 대략 42세 안팎이었다. 그때 첫사랑을 경험한 것일까. 아니면 뒤늦게 첫사랑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을까.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적 시대상에 순수하고 열오른 첫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을까. 독자로서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첫사랑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본 것만으로도 대만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1개의 중편과 3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한 작품이 없겠지만 가장 뛰어난 작품은 역시 <첫사랑>으로 독자는 꼽는다. 이어 나오는 <아아샤>도 첫사랑 못지 않은 작품이지만 독자는 첫사랑으로 기운다. 투르게네프가 더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분위기나 인물의 성격 표현이 자연스럽고 뚜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르게네프의 작중 인물이 대부분 '비정상적'임은 아마 러시아 시대상의 모습이고, 특히 여성의성격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비상삭적인 것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독자로서는 추측해본다. 판단 근거가 없으니 '주장'이라고 할 수 없고 '추측'일 뿐이다.

러시아는 1721년 제정러시아로 출범한 나라로 제국의 토대는 '농노제'였다. 우리가 잘 아는 '조국의 아버지, 황제(임페라토르)'의 칭호를 증정하고,러시아 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제정 러시아는 했다. 이제 러시아는 주변의 강국과 싸우던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대국으로 안팎에 세력을 팽창시켜나간 나라다. 토대가 된 농노제에 따라 그의 어머니는 1,000여명의 농노를 거느린 대지주인데다 성격 또한 매우 독단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도 농노제를 반대하는 마음과 현실 사이의 괴리, 농노제 아래서 죽기보다 괴로운 삶을 이어가는 농노들에 대한 한없는 안타까움과 동정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창출한 인물이리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이성에 휴식을 주고 감성에 영양분을 잔뜩 준 포만감이 드는 소설이다.

 


 

저자 : 이반 투르게네프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손꼽히는 투르게네프는 오료르 현 스파스코에 리트비노보의 대지주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833년 모스코바 대학 문학부에 입학, 다음 해에 페테스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로 옮겨 1837년 졸업했다. 1838 ~ 1841년에는 베르린 대학에서 철학, 역사, 고대어를 배우고, 진보적인 러시아 지식인들과 친교를 맺으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 1847년 <동시대인>지 제1호에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역작 [사냥꾼의 일기]의 제1작이 발표되어 호평을 받았다.

1856년 장편 [루진]을 발표했다. [귀족의 소굴] 1859년, [전야] 1860년, [아버지와 아들] 1862년, [연기] 1867년, [처녀지] 1877년. 1883년 척추암으로 일생을 마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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