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숨소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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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교육은 필요하지만 성관계나 성관계의 테크닉 등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쩌면 배우는 사람도 드러내놓고 배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미묘한 데다 개인차가 있어 설령 잘 아는 사람이라도 구체적인 것까지 가르쳐주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성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냥 친구끼리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 양 떠들어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딴청 부리며 듣곤 했었다. 한참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이성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도 누구에게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게 성문제다. 독자 세대는 물론 성교육이라고는 없었고, 이성을 사귀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하며 엄격히 규제했으니 누가 성문제를 잘 안다고 가르쳐주겠다고 나설 수 있으랴. 꽤 오래 전인데 청소년 상담 전문가 구성애 씨가 있었다. 그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성(아우성)'이라는 개인 성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교육을 하는 분이셨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긍정적 반응으로 필요한 교육이라 판단됐는지 일부 학교에서 최소한의 성교육은 실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이후 성교육이 유야무야 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방송 이후로 더 이상 어디에서도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특히 이 책 『밤의 숨소리』가 발간된 것은 성문제에 여전히 서툰 '어른'들이 많기 때문일 터다. 이 책은 그때에 비해 성적인 문제는 훨씬 개방적이고 접하기도 쉬운 환경인데도 어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성교육'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때 호기심 많은 청소년기였던 소년소녀들이 어른이 된 후에 역시 그 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성문제는 드러내놓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부부라 할지라도 극히 예민한 신체 부위를 직접 언어로 표현해 대화하기 어렵고, 서로의 신체에 대해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라는 의식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긴 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부부라고 다를까 싶다. 자칫 노골적 표현으로 서로의 성문제를 풀려고 하면 혹시 '변태'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을 앞세우니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노골적인 표현이나 의견 교환은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 ‘사랑’이라는 인생 관계를 맺는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어른이 되어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은 열정적인 만큼 걱정도, 서툰 것도 많다.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누구도 “이렇게 섹스하는 게 더 행복해”라고 가르쳐주지 않는 이제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되 좀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한데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을 성 싶다. 이 책이 발간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은 민망한 단어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독자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 책에 과감히 풀어놓았다. '예의' 차린다고 두루뭉술한 표현이나 은유 등 비유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어 사용에도 구애됨이 없다. 이 책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배우지 못해 겪는 부부 트러블을 미리 없애야 한다. 오늘 밤부터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둘 예정이다.

 


 

‘첫 경험’, ‘섹스’, ‘피임’, ‘자위’, ‘몸 자존감’, ‘애무’,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 ‘체위와 삽입’, ‘조루와 발기부전’, ‘성 고민들’, 어른이 되어 경험하는 몸의 변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이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10가지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이 책은 부부간 대화 중에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단어들, 책 속에 녹여내 표현하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을 과감없이 직접 사용한다. 본문 속에 두지 않고 아예 제목으로 끌어낸다. 저자는 온ㆍ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필명을 사용한 데 대해 독자는 이해하지만 본명을 사용하는 성상담 전문 치료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는 실제 자신에게 남녀관계와 성에 대한 상담 메일을 보내온 청춘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실천 가능한 해결책과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역시 불가피하게 가명이나 직접적 인물정보를 생략하는 것이 원칙이다.

 

섹스(성관계)를 정의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질에 음경을 삽입하는 행위’는 반드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섹스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이 정의를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건 ‘삽입’이지 ‘섹스’가 아닙니다. 삽입과 섹스가 같은 뜻으로 정의되면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삽입은 섹스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섹스를 거부하는 여자 친구의 성욕을 높이는 법」 중에서

 


 

이 책은 실제 사례들을 상담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각 장에 포함시킴으로써 더 실천적이다. 부부관계가 무슨 아픈 곳 치료하듯이 해서는 관심을 끌 수도 없고, 치료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저자는 그 점을 고려해 단어 사용도 직접적으로 하고, 실례도 상담 내용을 위주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대신 영상이나 인터넷 등은 '섹스'에 관한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고, 심지어는 범죄 수법의 한 방법으로 '섹스'가 동원되기도 해서 보고 듣는 것은 훨씬 많아졌다. 다만 정상적인 부부 관계나 연인이 아닌 범죄로서의 섹스, 변태성욕자의 섹스 행위 등이 모델로 되어서는 건강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남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만족감, 행복감을 높여가야 할 섹스가 한쪽의 쾌락을 위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결코 행복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섹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나누는 이유도, 쾌감을 느끼는 방식도, 섹스를 나눌 때 원하는 것도 매우 다르다. 이렇게 매우 다른 남녀가 만나 ‘행복하고 아름답게’ 인연을 가꾸려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신체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내 몸과 마음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과 사랑할 때 알아야 할 성 관련 상식, 그리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알수록, 할수록, 나와 연인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관계의 비법들을 배우고 실제 적용하다 보면, 어느새 ‘다정하고, 야한’ 최고의 연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섹스나 애무는 ‘잘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 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인터넷상에 널리 알려진 방법과 스킬이 아니다. 그간 쌓아온 '둘만의 노하우'다. 모든 이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애무 방법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연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애무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걸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 해보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직접 해보고 확인하는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직접 시도해볼만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천편일률적인 답을 주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그와 그녀에게 최고의 연인이 되기 위한 관계 레시피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바로 그 방법’을 찾는 과정, 그것이 바로 섹스다. 이 책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그 방법을 찾는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내숭 없이 솔직하게!’ ‘더 짜릿하고 행복하게!’,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관계를 가꾸며 절대 헤어지기 싫은, 최고의 연인이 되고 싶은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텍스트 역할을 할 것이다.

 


 

내 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다룰 권리는 없습니다. 만약 나의 성적 취향과 무관하게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다루었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인연으로 이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욕망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지만, 사랑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어야 합니다.

「섹스 OOO, 해도 될까요?」 중에서

 

저자 : 치아(治我)

 

‘치아(治我: 나를 다스린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다스리기, 올바른 대인관계’를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2006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인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 ‘건강하게 성생활 하는 법’ 등을 이메일 상담과 ‘토킹클럽’ 집단 상담을 통해 내담자와 나누고 있다.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NLP, 심리치료,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전문성을 다져왔다. 저서로는 잘못된 관계로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해결책을 담아낸 『관계 수업』, 『관계 사전』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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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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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을 받아들기 전까지 루이 비뱅이라는 화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서양미술사나 각 테마별 그림이야기 책, 정통 서양미술 감상법 등을 다룬 미술 서적들이 화려한 그림과 뛰어난 인쇄술로 눈에 확 띄는 책이 되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이 책도 우리가 잘 모르지만 이미 파리에선 유명한 화가였던 그런 분 중의 한 명이리라 짐작한 독자는 조금 뻘쭘해지고 말았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독자의 그림에 대한 무지만 드러낸 셈이 됐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이 아니라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눈은 약간 의심부터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고 어린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그림삽화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그림은 일러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인물들이 조그맣게 표현된 대성당 그림 등에서는 우리나라 조선 의궤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모두 익숙한 듯한 느낌의 그림들이라 쉽게 정이 드는 그림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림 몇 점 봤을 뿐인데 화가도, 그가 그린 그림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파리의 삶'을 그린 것들이 독자의 눈을 잠시도 책에서 뗄 수 없게 한다. 순식간에 내달려 읽다가 책을 덮을 무렵 독자는 루이 비뱅을 좋아하게 됐다. 그의 그림을 사랑하게 됐다.

 


 

루이 비뱅은 파리 시민들이 ‘행복한 화가’라고 부르며 사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화가라고 한다. 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좋은 물감이나 캔버스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늘 작은 크기의 종이에 무채색이 대부분인 그림을 그렸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서툴지만 인생의 단면을 드러내는 듯한 그의 그림들은 위안이 필요했던 시기 파리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바로 그의 이름은 루이 비뱅이다. 우리에겐 진정한 파리 시민이고 파리의 화가라고 일컬어질 만하다.

이 책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은 저자 박혜성이 루이 비뱅의 일생과 그림을 설명을 곁들인 에피소드 위주로 편찬한 책이다.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꾸었던 루이 비뱅이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파리의 우체부로 살아가면서도 오래 전 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말로만 듣던 가난한 파리의 화가였나 보다.

파리로 이주한 뒤에는 61세 은퇴 전까지 직업인으로서, 가장으로서 평범하지만 성실한 삶을 살았고, 남는 시간에는 우체부로 파리를 누비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 자체가 작품이자 일상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은퇴한 뒤 더욱 그림에 전념하던 루이 비뱅은 우연히 근처를 방문한 유명한 화상 빌헬름 우데를 만나 전시회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파리 외곽의 정겨운 전원풍경, 결혼식을 축하하는 하객들, 눈 오는 날 동심으로 돌아간 파리의 모습 등 파리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이 주인공이 된 루이 비뱅의 그림을 보며 행복에 젖었다.

 


 

저자에 따르면 정규 미술 교육 한번 받지 않고 62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로 데뷔한 루이 비뱅에 관한 이야기는 ‘프랑스의 행복한 화가 스토리’로 여러 번 회자되었지만 남겨진 기록은 별로 없다. 저서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등으로 '아트 스토리텔러'로서 대중들에게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루이 비뱅의 인생 여정과 꿈, 삶에 관한 메시지까지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그런 루이 비뱅의 그림과 인생 이야기에 흥미와 감동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곁에 두고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지칠 때마다 한 번씩 열어볼 만하다. 작가론과 작품론을 한 책에 모두 수록한 셈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PART1. 인생을 그리다〉에서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재능 많던 소년이 파리로 상경해 우체부가 되고 가정을 꾸리는 인생 여정을 그린다. 〈PART2. 꿈을 그리다〉에서는 루이 비뱅뿐만 아니라 그처럼 늦은 나이에 재능을 꽃피운 소박파 화가들의 일생이 교차하며 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PART3. 행복을 그리다〉에서는 살아가면서 꺼내볼 소중한 기억과 추억들을 어떻게 마음속에 그릴 것인가에 대한 삶의 메시지가, 〈PART4. 장소를 그리다〉에서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파리를 바라보는 루이 비뱅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따라 느긋하게 파리 곳곳을 여행을 하고 난 듯한 설레고 여유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시 파리 시민들이 루이 비뱅의 그림에 열광한 것들도 그런 이유였다. 강변에서 한가로운 소풍을 즐기는 파리지앵의 모습, 꽃 시장에 꽃을 사고파는 풍경, 우체부인 비뱅을 맞이하는 파리 외곽의 정겨운 풍경들… 그림 속에 얽힌 소소한 사연들과 따뜻한 화풍으로 꾸며진 일상의 주제들이 마치 자신들이 이 그림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제로 비뱅의 삶 대부분은 고되고 힘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재능을 가진 비뱅이라면 마음만은 따뜻하고 파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누구보다 파리를 사랑한 화가였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루이 비뱅을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특별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하는 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빛나지 않아도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며, 어쩌면 평범하게 지나친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인생의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의 사후 2년 뒤 모든 화가들의 꿈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화가로서 이름을 올리기까지, 이 책은 그런 루이 비뱅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되새겨보게 해주는 감동 에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파리를 '예술의 도시' '화가들의 천국' 등을 떠올린다. 그만큼 파리라는 도시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예술의 도시로 각인돼 있다. 독자는 '파리에 가면 누구나 화가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독자 역시 파리에 여행한 적이 있지만 그림에 관한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기억을 갖고 돌아왔다.

십수 년 전 이야기지만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했다. 가기 전 일정에 넣어둔 방문이었다. 30분 넘게 줄 서서 들어간 모나리지가 있는 방은우리나라 장날 못지 않게 붐비고 있었다. 「모나리자」를 보겠다고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니 박물관 측에서 그림의 훼손을 우려해 가이드라인을 쳐놓고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아섰다. 가까스로 떠밀려 10여초 간 본 「모나리자」는 이번엔 새로운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왕이나 황제의 초상화가 아닌 다음에야 매우 큰 작품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너무 작은 크기에 실망했다. 모나리자의 미소도, 눈썹도, 피부색마저 못 본 채 떠밀려나오고 말았다. 화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예술의 성지이기에 그러려니 애써 실망감을 감춘 채 되돌아오면서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보고 오리라고 홀로 속으로만 다짐했다.

 


 

이 책에 나온 파리의 예술적 향기는 비뱅에게 잠재되어 있던 화가의 꿈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다. 파리만을 고집해 그린 비뱅의 진정한 의도는 파리를 사랑한 나머지 온전히 파리를 자신의 그림 안으로 품어 안았다는 느낌이 든다.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은 물론 야외 풍경, 심지어는 파리 시민의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배어 있다. 독자 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몽마르트르, 눈 내린 테르트르 광장」이다. 눈 내리는 설경을 그렸지만 차갑고 움츠려들기보다는 뛰어노는 아이들, 손수레를 이용해 물건을 파는 사람, 우산을 받쳐들고 어디론가 총총히 가는 사람들... 모두 생동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슴속 숨어 있던 향수도 불러일으키고, 아득한 옛날 행복했던 기억도 전부 소화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옛 정취를 담은 카페를 구경하다 보면 금세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몇 년 전 내가 이곳에 갔을 때는 마침 함박눈이 펑펑 내렸는데 그 순간 마법에 걸린 것처럼 비뱅의 그림 〈몽마르트르, 눈 내린 테르트르 광장〉이 오버랩되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의 향연에 가게 주인들은 살짝 당황하지만 나무에 핀 눈꽃과 하얀 모자를 쓴 지붕, 사람들의 미소에 마음이 금세 포근해진다

「PART4. 장소를 그리다」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는 꿈을 이야기하며 자란다. 하지만 누구나가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런 우리에게 비뱅은 자신의 그림과 인생을 통해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준다. 그러니 지금 당장 여건이 안 된다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섣불리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행복인 삶, 그것이 비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인생의 비밀이다.

「마치며, 꿈은 행복이다」 중에서

 

저자 ' 박혜성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한 화가자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쉽게 풀어주는 에세이 작가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미국, 멕시코 등 2014년부터 일 년에 한 달은 해외에 살며 미술관 탐방을 하고 있다. 아트 스토리텔러로서 미술 인문학 강의, 누적 방문자가 260만 명에 달하는 미술 분야 인기 블로그 [화줌마 ART STORY]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2021년, 2016년 네이버 미술 분야 「이달의 블로그」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키라의 박물관 여행 10: 뉴욕현대미술관』이 있다.

2016~2006 이서전 (인사아트센터 외)

2016 이화크라프트 앤 아트페어

2003 재뉴질랜드 미술협회전 (오클랜드)

1995~1986 신이화전 (예술의전당 외)

한국미술협회전, 초대전, 단체전 100여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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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규칙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수정빛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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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서른에 학문의 성과를 이루었고,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통해 연인과의 이별로 ‘허무‘를 노래했다. 수정 저자는 열일곱에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자존심과 자존감을 회복해 새 삶의 변곡점에 섰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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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규칙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수정빛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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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서른의 규칙』을 읽기 전에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있다. '서른'에 대해 말한 사람들이다.

공자는 나이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물론 자신의 나이 30때를 설명한 것이다. 이립이란 '배움에 성과를 이루는 나이'임을 뜻한다. 또 한 사람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가수 김광석이다. 우리 젊은 가슴에 노래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가수였기에 독자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가수였다. 그는 「서른 즈음에」를 통해 사랑 특히 이별에 관한 허무를 노래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내뿜은 담배연기처럼/작기만한 내 기억속엔/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비어가는 내 가슴속엔/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이처럼 각기 살아온 이력에 따라 서른의 의미는 모든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저자 수정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나이 30을 되돌아보며 삶의 중요한 변곡점을 찾아낸다.

그때의 나는, 내 진짜 모습, 진짜 성격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를 가짜 취급하리라 생각했다. 평범하지 않았던 내 과거는 나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 무가치한 일들이고, 저급한 경험이라고 확신했다. 또, 나의 상처가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내색하지 않았다.(p. 27)

20대 초반에 청춘들은 저마다 서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이상적 인 모습을 그려 놓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지는 서른 에 당혹감을 느낀다. "내가 그리던 서른이 아니잖아?" 자신이 바라왔던 서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제와 다름없는 환경과 나의 모습에 실망한다. 열아홉 살에는 가슴 설레며 스무 살을 기다렸지만, 스물아홉 살에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며 두려움으로 서른을 기다린다.(p. 67)

저자는 이 책의 부제로 '서른이지만 열입곱입니다'를 달아놓았다. 저자는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엄마를 잃는 비극을 맞이했고, 그동안 가정의 비극으로 인해 생긴 깊은 상처를 철저하게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상처는 각종 트라우마와 습관이 되어 저자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어디선가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평생 숨긴 채 살고 싶었던 자신의 인생을 이 책을 통해 최초로 고백하기로 한 것이다. 그때의 마음의 상처가 워낙 큰 상실의 아픔이었기에 트라우마로 남아 자신의 인생을 지배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집착하면서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고 지내온 저자가 과거의 트라우마로 생긴 '분리불안 장애'가 그 원인이라는 것을 28년 만에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렇게 뼛속 깊이 묻혀 있던 상처의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된 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이를 악물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읽거나 유명인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도 밝힌다. 수많은 실패와 연이은 도전 끝에 이윽고 자기만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은 저자는, 자신이 실행했던 방법들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내 삶을 이렇게 극복했으니 봐달라’라는 고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여전히 자신의 삶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존하고 싶어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을 쓰며 노력했고, 그 결과 예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태도와 변화하고 있는 삶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이 놀라운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행복한 일상으로 한 걸음 내딛기를 바라는 저자는,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꼭 필요한 따뜻한 진심을 건넨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의 저변을 넓히고, 다른 세상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대 수많은 청춘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봉착했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친구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고, 취업도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기회가 줄어, 스스로 인정해줘야 한다. 이때 건강한 자존감을 갖추지 못한 청춘들은 생각의 늪에 빠져 상처를 돌보지 못하고 스스로 더 아프게 한다. 혼자 문제를 만들고, 혼자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자신도 마음이 아프지만 다들 힘들 거라는 생각에 혼자 앓는 사람들, 안 아픈 척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터 한 번도 힘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지금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사람은 있다. 저자는 힘든 일을 연이어 겪고 오랜 시간 헤맸으나, 지금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힘들어도 애써 웃으며 괜찮은 척하던 습관을 버리고, 이제 스스로 ‘힘들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준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사랑하며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삶을 산다. 지난날 아팠던 시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도 사랑을 보내는 저자는, 독자들 또한 아프면 아픈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하나뿐인 삶을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자신의 경험으로 인한 위축과 너무 큰 슬픔을 떠안아 자신의 존재감마저 잃어버릴 위험에 처했을 때 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 있다. 지나친 자기애의 본능만 남아 자신을 지키는 수단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삶이 오래 간다면 인간의 존엄성, 자신의 존귀함, 존엄한 자신이 해야 할 일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 이는 자칫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자신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세상에 당당하게 우뚝 선 존재로의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초라한 육신만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상황 착오를 일으킬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2030이면 그 나이에 알맞은 청춘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고 더 좋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청춘이 아름답게 추억될 수 있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기 위해 펜을 들지는 않았을 터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바라지 않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힘이 청춘에게는 있다. 그러기에 청춘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을 지키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며 즐기는 일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읽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찾고 싶은 당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여 자신을 자책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삶에서 일 이란 어떤 의미인지, 당신의 성향, 가치관, 잘하는 것이 무엇인 지. 끈질기게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명심하자.(p. 200)

 


 

저자 : 수정

 

저자는 유아교육 전문가이자, 글을 쓰는 작가다. 다양한 직업만큼, 그녀의 삶 또한 다양한 색채로 가득 차 있다. 1990년에 태어난 그녀는 17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때 세상 전부였던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유년 시절부터 오랜 시간 불안과 상처로 보내왔지만, 그녀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끈질긴 생존본능으로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직면하였고, 이제는 자신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살고 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끈질기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메일 : soojunglight@gmail.com

인스타 : instagram.com/sooj_light

블로그 : blog.naver.com/soojung_g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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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음악 이야기와 유쾌한 웃음, 따스한 감동이 버무려진 인간미 넘치는 아날로그 감성 소설. 영국 한 항구도시의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어느 곳이나 이런 감성과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다. LP음반 가게 주위에서 벌어지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묘사해 더욱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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