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시장,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대에게 - 주식시장에서 힘겨워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공감에세이
김태수 지음, 이승조 감수 / 새빛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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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7일 현장을 취재한 중앙 모 일간지 기사를 소개한다.

215만 '동학개미'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 제52회 주주총회가 지난 17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이번 주총에선 예년과 달리 주식 투자한 지 오래되지 않은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총 참여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주식에 도전해 약 1년간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수했다던 60대 남성 A씨는 "일평생 주주총회 자체에 참여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삼성전자 주주로서 오프라인 주총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남성 B씨는 "지난해 중순 처음으로 주식을 투자했다"며 "내가 투자한 삼성전자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싶어 오늘 일정을 비우고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이날 주총 현장에선 부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온 어린이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총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선 자신을 지난해 처음 주식에 투자했다고 밝힌 한 주주가 '오는 5월 공매도가 재개될 것이라는데,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냐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주주, 기관투자자,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사장), 고동진 대표이사(사장) 등 총 9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취득 수가 크게 늘어나며 주총 참여 인원도 전년 대비 늘어난 것 같다는 것이 회사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그간 사용했던 '박수 통과'도 없앴다. 대신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주주 구성이 과거보다 젊어지며 주주총회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주주들이 혹여나 박수 통과에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평범한 기사다. 단지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감지된다. 위 내용은 주주총회 모습이기 때문에 열기나 사고 파는 분주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치고는 매우 상세하게 보도했다. 독자는 주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모습이나 열기 같은 것을 피부로 느끼진 못했지만 TV 등을 통해 가끔 등장하는 시장의 모습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고 초를 다투는 매매 때문에 일반 재래 시장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분주하다. 다만 위 기사에서 느낄 수 있는 특이점은 주총에 어린이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책 『비열한 시장,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대에게』에 따르면 코로나가 전 세계에 죽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울 무렵 '동학개미'라는 용어가 주식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치 1990년대 말 IMF를 이겨 내리라던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을 재현이라도 하듯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대형주들에 대한 매수를 시작했다. 2021년이 다가오고 시장이 코로나 이전의 숫자들을 회복하고 외국인들이 300%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한국을 떠날 무렵, 기관들은 일제히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더 똑똑해져야 한다"라고 말했고, 그 이유는 수익률이 고작 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020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지 못하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3단계 제한조치에 우울해 하던 크리스마스 이브엔 동학개미들의 매수주식이 지수 상승률보다 좋은 게 겨우 30% 뿐이라며, 언론들은 동학개미들이 '개미필패'의 오명을 씻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는 말을 뱉어낸다. 이 책이 전하는 주식 시장 분위기는 암울해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국가적 위기를 말하던 정부가, 저평가된 시기를 지나면 모든 게 좋을 것이라던 기관들이 그리고 저들의 말로 개인들에게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요하며 동학개미가 되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던 언론들이 모두 자신들과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기관들은 외국인들이 고점에서 빠져나갈 때 개인들에게 수익실현이나 현금화를 말하지 않은 채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며 '매도'라는 말에 침묵하고 두리뭉실한 말투로 부족한 수익률을 자신들의 추천이나 전략이 아닌 개인들의 무능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언론들은 그런 투자자들을 비아냥거리는 일에만 열중하며 자극적인 문구로 구독자 수 올리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주식 감독 기관이나 기관투자자들에 대해 원망이 가득하다. 동학개미를 외치던 불과 수개월 전, 대한민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모두 한마음인 듯 보였으나,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각자 외로운 길을 가던 중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유혹의 손길에 이끌려 또 다시 외롭고 비참하게 버려졌기 때문이란다. 우리 주식시장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궁금하다.

이 책을 발간한 출판사 측은 국내 최초의 주식투자 에세이로 주식투자의 과정의 그 외로움에 지치지 않도록 공감하고 위로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책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 역시 거짓이다. 증권사 브로커들보다 더 뛰어난 이론과 경험을 가진 개인투자자들도 많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시장에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증권사 브로커들과 거의 같은 속도로 받아 보면서 투자하고 있다. 아직도 개인투자자들을 과거 25년 전 루머만으로 무턱대고 덤벼드는 사람들로 치부해 버리는 기관들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오늘도 기관과 외국인들과는 다르게 게임의 지는 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기는 편에 서려면 저들이 짜놓은 자본주의 판에 길들여지지 말아야 한다. 저들은 언제나 악마 같은 유혹의 손길을 나에게 뻗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손길에 맥없이 넘어가도록 항상 투자자들을 교육하고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렇게 길들여지면 사야할 때 용기를 내서 사지 못하고, 팔아야 할 때 자신의 전략을 믿고 팔지 못하며, 쉬어야 할 때 불안감과 소외감으로 인해 쉬지 못한다. 이것이 반복되도록 설계된 저들의 틀에 맞춘 교육에 길들여지면 언제나 개인들은 패자의 자리에 서야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위대한 투자자들의 투자법도 이미 지나간 유행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특별한 투자법이 개발되지 않는 현대의 주식시장에서 투자는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나를 믿고 인내하여 마침내 목표한 바를 이루고 물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다잡고자 배우고 익히는 것이 투자의 공부이다. 공부를 함에 있어 일반적인 철학이나 명상의 말들로 스스로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에겐 그들에게 적합한 마음 다스림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작게는 수익을 내도록 하는 방법일 것이고, 크게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야 한다. 우리가 주식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부유하게 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개인투자자들이 성공이나 실패의 여부와 무관하게 언제든 가족의 품으로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투자를 하다보면 작은 손실에도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두려움이 나를 땅 속으로 끌어내리는 것만 같은 그런 날이 있다. 날 믿고 사랑해주던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외면하고, 그렇게 믿었던 친구 혹은 가족들로 인해 평생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시장에 바람이 불면 모든 것이 좋을 것만 같던 상승추세가 나에겐 하락의 시작일 수도 있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던 폭락이 나만 빼고 다른 이들에겐 최고의 기회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심리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나에게 문제가 있나?" 이런 일반적인 인문학적인 생각을 부여잡고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대면하고 나의 삶과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로, 전문가로, 살아온 김태수 미국세무사의 『비열한 시장,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대에게』는 주식시장에서 손실 혹은 사람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투자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글 182편이 담겨 있다. 에세이보다는 시(詩)에 가깝다. 위로 격려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금융시장의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작가의 작품 『소설로 배우는 기업공개』와 『소설로 배우는 장외주식』에 이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금융작가’라는 공식 타이틀을 걸고 집필한 이번 책은 작가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뉴욕에서 세무사로서 그리고 투자자 교육 사업을 하면서 실제로 경험했던 사례들과 다양한 강연회와 칼럼을 통해 모아 두었던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30여년 동안 국내 최고의 실전투자 전문가로 살아온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극찬하면서 기꺼이 감수를 해주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개인투자자들 그리고 투자자들의 가족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함께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저자 : 김태수

 

미국 세무사(HANMIGLOBAL INC. 대표)로 활동하면서 미국 주식투자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금융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이며, 개인투자자들의 상담을 위해 심리분석상담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증권사와 투자자문사에서 주식운용 업무 및 마케팅 업무를 했다. 국내 대기업 상장사 IR 컨설팅과 신규 상장기업 IPO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2007년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중앙일보(뉴욕판) ‘김태수의 증권이야기’ 칼럼니스트, 뉴욕 라디오 AM1660 ‘김태수의 굿머니 굿라이프’ 경제전문 방송을 진행하였다. 현재는 매일경제TV ‘매일아침’과 매일경제TV’ 미국주식 분석 패널로 출연중이다

저서로는 ‘소설로 배우는 기업공개(IPO)’ ‘소설로 배우는 장외주식’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미국 주식 투자’ ‘미국 세무사 김태수의 진짜 미국주식 이야기’ 등이 있다.

 

감수 : 이승조(필명: 무극선생)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1985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1996년 동방페레그린 법인부에서 근무했다. 대우증권에 근무하던 시절, 급등한 증권주로 57억이라는 큰 수익을 얻은 후 자만에 빠졌다가 모든 주식이 깡통이 되는 쓰라린 경험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냉철한 시장분석과 시세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가지게 되었으며 네티즌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한국형 가치투자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시카고 선물교육 이수, 성균관대 사회교육원에서 증권학, 명지대 부동산유통대학원에서 주식공학을 강의했다. 〈한국경제TV〉의 패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매일 〈머니투데이방송MTN〉의 〈이승조의 TMI〉 코너에서 시장근본주의자로서 시장전략과 주식시장 읽는 법을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투자사이트 다인인베스트와 네이버 카페아우룸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동영상 교육사이트 에어클래스에서 실전 투자전략을 동영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저서로는 『복잡계투자혁명』 『무극선생의 30년 주식 노하우』 『시간여행 투자법칙』 『무극선생의 과학적 주식투자비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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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 -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
정영훈 지음 / 모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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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할까. 독자는 늘 그 점을 궁금해했다. 죽음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알 수 없었고,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일까도 해답을 영영 구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지 비슷한 종류의 에세이가 많이 쏟아져 나와 임종을 앞둔 많은 호스피스 환자나 죽음에 관한 논문들을 몇 편 구해서 읽어봤을 뿐이다. 논문은 목적의식 때문인지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논리로 이끌어가는 게 대부분이어서 독자의 궁금증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논문의 주제는 주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소설에서의 죽음, 또는 인도에서 장례식 직전의 환자에 대한 연구 등이 제법 깊은 분석 결과를 내놓긴 했으나 독자가 구하는 해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독자는 아버지를 여읜 지 10년이 넘었다. 병원 입퇴원을 수년 계속하시다 돌아가셔서 환자의 마음은 제법 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특수한 관계인 아버지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일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살 만큼 살았다는 아버지는 죽음에의 두려움은 없는 듯했으나(수년 간 병원 입퇴원을 계속했던 터라) 삶에의 미련은 완곡한 표현을 하며 내비치셨다.

 


 

이 책 『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의 정영훈 저자에 따르면 2015년 바닥을 알 수 없는 우울증의 늪에 빠져들었다. 암막을 친 방에서 정신과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수개월을 앓았다. 어느 날 스스로 침대를 빠져 나와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이 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입원을 거부하고 약으로 우울증을 달래며 의사의 조언에 따라 걷고 뛰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로 우울을 밟고 이겨 나갔다. 그렇게 일상이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더 큰 시련이 닥쳐왔다. 2018년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가슴에 케모포트라는 관을 시술하고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죽을 만큼 아팠다. 투병의 고통 속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왜 병에 걸렸을까? 죽음을 마주하면서 내면으로 침잠해 생의 의미를 깊이 사유했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 독자가 원하는 해답도 여기에 있었다. 삶에의 희망과 의지가 있다면 죽음 자체의 두려움은 없고 오로지 살기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죽음의 상황에서의 탈출이 가능할지에 대한 깊은 사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치료과정과 마음과 의지의 상태, 그리고 삶을 되돌아본 성찰 등이 복합적 긍정 기능흘 말하고 있다. 저자는 6차례의 항암 치료와 17번의 방사선 치료 끝에 마침내 완전 치료 판정을 받았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종양은 없는 상태를 의사가 판정했다는 의미다. 살았다. 죽지 않았다. 하지만 항암 치료의 부작용은 사라지지 않았고 암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었다. 6개월마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루하루가 불안의 감옥이었다.

수시로 죽음을 응시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그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살아야지, 그게 전부지.” ‘살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말이었다. 암의 부작용도 재발의 불안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그는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걷고 달린다. 삶을 향해 ‘간다, 다시’.

 


 

저자는 이 책에서 치병 과정의 경험과 그 뒤 계속된 삶에서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었던 일들을 세심하게 글로 기록했다. 크게 아프고 난 뒤에 되찾은 삶에 대한 통찰은 마음을 툭 터놓고 하는 수다처럼 진솔하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낸 저자의 깨달음은 감동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유려한 문장은 원래 작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투병기이지만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때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글솜씨 탓일까, 그의 진솔한 진술 때문일까.치료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삶에의 의지, 최악의 두려움도 극복하는 삶에의 용기 등이 공감을 넘어 감동에 이른다.

그가 치병 과정에서 찾아낸 암에 관한 정보와 지식들은 동병의 환우들에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은 이들은 “나도 진즉에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공감의 순간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과 마주한다. 죽음이 아니더라도 삶은 고달프다.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삶이 늘 꽉 막힌 터널처럼 답답하다면, 그가 우리를 향해 내미는 손이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의 말 한마디가 다시 일어나도록 힘을 줄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진정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에의 외경, 그리고 희망의 순수함, 삶의 의지의 정신력은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존엄성의 표본이 될 만하다.

 


 

저자는 현직 방송국 기자라고 한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했는데 막상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간결한 글의 이유에 새삼 공감이 간다. 매일 매순간 마감에 시달리는 고달픈 직업이지만, 직접 기자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세상 보는 눈이나 인생관, 가치관 등이 좀 신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

소설 형식으로 써내려간 다음의 글은 현장감을 전달하는 기자들의 화법인 것 같다. 생생하게 장면이 연상되며 읽기에도 무척 좋다. 이해도 쉽고.

스트레스가 그의 마음을, 몸을 망가뜨린 것일까. 어느 날 생각도 감각도, 존재조차 사라졌다. 우울증이었다. 정신과를 찾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죽고 싶기는 한데 살고 싶어요.”

막연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는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모두 환자 분처럼 병이 나지는 않아요.”

세로토닌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이 추운 겨울 수도가 얼어붙듯 굳어버린 것이니, 따뜻하게 해주면 녹을 것이라고 했다. 처방해준 약이 바로 언 수도를 녹이는 따뜻한 물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일어나 걸으세요.”

이 한마디는 마법을 부렸다. 그날부터 그는 한강 길을 걸었다. 걷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유일한 일이 되었다. 무작정 걷기만 하던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했다. 걷는 날보다 뛰는 날이 많아지면서 심장이 펄떡이는 것을 느꼈다.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달리기는 단 한 걸음이라도 직접 힘을 쓰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삶은 그리고 달리기는 한 톨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 달리기로 좁힌 것은 나와 나 사이의 거리였다.”

 


 

혈액암 진단 후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다. 죽음이 코앞이었다. 처음엔 절망했고 분노했다. 다음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자책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암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모았고, 환우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심지어 점을 보기도 했다. 기자 출신이어서인지 사전 지식을 충실하게 시간을 쏟아 확보한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삶에의 의지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큰 변곡점은 꼭 이렇게 아픈 것밖에 될 수 없었을까. 의지를 갖고 쉬고 멈추고 돌아볼 수는 없었을까.”

“각각의 사연 하나하나가 모두 한 생명의 삶과 죽음에 닿아 있다. 영화의 대사처럼 죽기 좋은 날은 실제로는 없다. 그런데도 포기하는 글을 읽은 적은 없다. 생의 의지를 가진 이들은 말과 글을 놓지 않는다. 살고 싶다고. 살아야 한다고. 이겨낼 거라고. 함께 그렇게 하자고 말이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후유증에서 좀 벗어났을 때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예전만큼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이젠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운동의 효과는 분명했다. 우선 숨쉬기부터 편해졌다. “달리기는 두 번이나 구원의 동아줄이 되었다. 우울증에서, 그리고 항암 극복에서.”

 


 

“내일이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고 소중한 일인가. 한때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하나씩 지켜나가면 된다. 마음이 그려내는 여유, 암 환자의 생존법이다.”

“크게 아프고 나서야 다시 삶이 생겼다.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떼어냈다. 병이 가져다준 선물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명함에서 앞뒤 수식어를 빼고 이름만 남긴 것, 그것의 소중함 말이다.”

특히 저자가 글속에 새긴 말 중 "크게 아프고 나서야 다시 삶이 생겼다"는 부분은 무척 인상 깊고 뇌리에 깊이 박혔다. 좌절과 고통이 있을 때마다 꺼내서 위로 받고 싶은 글귀다.

 

저자 : 정영훈

 

대원외고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KBS 기자로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등을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문화복지부에서 교육행정팀장을 맡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정신과 치료와 더불어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3회를 뛰면서 회복했으나, 2018년 가을 혈액암 중 하나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 끝에 현재는 눈에 보이는 암은 없는 상태로 추적 관찰 중이다.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걷기가 최고라고 생각해 주변에 권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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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이다 나답게 살기 위한 최고의 준비
손영배 지음 / 생각비행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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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 진입은 눈앞으로 닥쳐왔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 직업군이 하나하나 사라질 것이고 밀려난 직업군의 노동자들은 전직이 불가피하다. 말이 전직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날로그 교육, 아날로그 감성으로 살아온 기성 세대가 하루 아침에 새로운 직업 기술이나 기능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업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쇠퇴해가는 직업군의 노동자들은 불안한 미래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시대다.

전환기, 그것도 산업의 전환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감내해야 할 문제지만 시대 탓으로 돌리고 '나 몰라라' 할 사안은 아니다. 생계 수단을 잃은 직업군의 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 마련은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착륙하는 사명이 국가에 지워진 것이고, 학계나 산업계도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 교육계 역시 여기에 맞는 산업 인력 양성에도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며 인재 양성에도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급격한 진입은 이러한 정책이 서둘러야 할 과제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코로나 19는 병원균을 옮기는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산업 경제 시스템의 붕괴라는 간접적 피해도 엄청나게 몰고 왔다.

 


 

발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코로나19 뉴스로 전 세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전 지구가 전쟁 중이다. 코로나 1년의 2020년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로 집계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취업자의 감소 폭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신종 감염병이 몰고 온 팬데믹으로 학생과 청년 세대의 취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많은 기업이 정기 채용의 문조차 닫고 있는 실정이다. 꿈과 희망,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의 사정과 고민이 신문과 방송은 물론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IMF 때도 그랬지만 지금 코로나 위기 때도 위기의 적극적 돌파에 최선의 방법은 중소기업, 강소기업의 힘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IMF 때는 벤처기업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고, 이번에는 강소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위기 때 극복이 쉽다는 게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중소기업, 강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 시스템으로 바꾸고 인재 양성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절실한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재벌 체제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터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점점 더 강소기업 체제로의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잘 맞지 않은 옷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그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타의에 의해 목표를 세우고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이 되는 길만을 꿈이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공부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수년간 준비하여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과해 공무원 생활이나 대기업 생활을 시작했으나 채 6개월도 못 버티고 자기 길이 아니라고 나온다면, 이건 너무 심한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의 취업처는 불과 4%가 안 된다. 그런데도 그런 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번 생은 망했어!’ 하며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의욕을 잃고 마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이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이다』의 저자 손영배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시각을 바꾸면 괜찮은 취업처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제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추어 직업을 찾고, 그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하고 진짜 일을 찾을 때라고 강조한다.

 


 

제4의 물결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 속에 뜬금없는 불청객으로 등장한 코로나19로 인해 오늘날 젊은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고민하게 되었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생망’ 등의 신조어조차 옛말처럼 들릴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이건만, 시각을 달리하여 ‘워라밸’과 ‘소확행’을 누리며 3∼4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며 성공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이 책에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성공적인 진로 탐색으로 인생을 개척한 10명의 경험담이 수록되어 있다. 각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기 위해 3분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과 답변을 수록했다. 그 밖에 ‘선취업 후학습’으로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추는 방법, 자신에게 맞는 강소기업ㆍ중견기업을 찾기 위한 진로 탐색 방법, 군 경력단절 최소화를 위한 정책이나 산학일체형 도제제도를 활용하는 방법, 개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에 자신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평생직업이 아닌 평생학습으로 ‘창업(創業), 창직(創織), 창작(創作)’의 다양한 대안을 찾는 방법 등도 소개한다. 큰 위기를 겪으면 변화의 폭이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 부분적인 변화로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종 감염병이 낳은 세계적 파국으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스펙에 초점을 맞춰 쌓은 간판이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세계가 열광하는 방탄소년단처럼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좁고 높은 취업 울타리 속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대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공무원에 매몰된 진로 선택에서 벗어나 작지만 강한 기업, 즉 강소기업에서 희망을 찾으라고 외친다. 행복한 진로 선택의 길은 ‘성공의 속도’가 아니라 ‘행복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저자 : 손영배

 

대기업인 현대모비스에 입사하여 6년간 치열하게 일하다 외국계 강소기업으로 옮겨 글로벌 기업의 기술과 문화를 체득했다.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 13년 만에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이후 14년 만에 만학도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선취업 후학습”의 롤 모델로 살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로 전직한 이후에는 직업계 고등학교의 직업진로교육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회사생활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 창업 분야에서 학교기업 운영과 직업교육컨설팅을 통해 수많은 제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다. 이 책에는 강소기업 취업과 창업으로 당당하게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집필활동으로 《성공적인 직업생활》(공저)과 《공업일반》(공저) 등의 교과서를 출간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뿐, 취업이나 창업 그리고 창직 등의 다양한 진로 출구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집필한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가 13쇄를 발간했으며, 그 자매책인 《진로독서 워크북》도 4쇄를 발간하는 등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진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청소년과 청년들의 직업진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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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숨소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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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교육은 필요하지만 성관계나 성관계의 테크닉 등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쩌면 배우는 사람도 드러내놓고 배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미묘한 데다 개인차가 있어 설령 잘 아는 사람이라도 구체적인 것까지 가르쳐주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성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냥 친구끼리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 양 떠들어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딴청 부리며 듣곤 했었다. 한참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이성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도 누구에게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게 성문제다. 독자 세대는 물론 성교육이라고는 없었고, 이성을 사귀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하며 엄격히 규제했으니 누가 성문제를 잘 안다고 가르쳐주겠다고 나설 수 있으랴. 꽤 오래 전인데 청소년 상담 전문가 구성애 씨가 있었다. 그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성(아우성)'이라는 개인 성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교육을 하는 분이셨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긍정적 반응으로 필요한 교육이라 판단됐는지 일부 학교에서 최소한의 성교육은 실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이후 성교육이 유야무야 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방송 이후로 더 이상 어디에서도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특히 이 책 『밤의 숨소리』가 발간된 것은 성문제에 여전히 서툰 '어른'들이 많기 때문일 터다. 이 책은 그때에 비해 성적인 문제는 훨씬 개방적이고 접하기도 쉬운 환경인데도 어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성교육'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때 호기심 많은 청소년기였던 소년소녀들이 어른이 된 후에 역시 그 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성문제는 드러내놓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부부라 할지라도 극히 예민한 신체 부위를 직접 언어로 표현해 대화하기 어렵고, 서로의 신체에 대해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라는 의식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긴 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부부라고 다를까 싶다. 자칫 노골적 표현으로 서로의 성문제를 풀려고 하면 혹시 '변태'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을 앞세우니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노골적인 표현이나 의견 교환은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 ‘사랑’이라는 인생 관계를 맺는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어른이 되어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은 열정적인 만큼 걱정도, 서툰 것도 많다.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누구도 “이렇게 섹스하는 게 더 행복해”라고 가르쳐주지 않는 이제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되 좀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한데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을 성 싶다. 이 책이 발간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은 민망한 단어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독자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 책에 과감히 풀어놓았다. '예의' 차린다고 두루뭉술한 표현이나 은유 등 비유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어 사용에도 구애됨이 없다. 이 책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배우지 못해 겪는 부부 트러블을 미리 없애야 한다. 오늘 밤부터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둘 예정이다.

 


 

‘첫 경험’, ‘섹스’, ‘피임’, ‘자위’, ‘몸 자존감’, ‘애무’,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 ‘체위와 삽입’, ‘조루와 발기부전’, ‘성 고민들’, 어른이 되어 경험하는 몸의 변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이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10가지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이 책은 부부간 대화 중에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단어들, 책 속에 녹여내 표현하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을 과감없이 직접 사용한다. 본문 속에 두지 않고 아예 제목으로 끌어낸다. 저자는 온ㆍ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필명을 사용한 데 대해 독자는 이해하지만 본명을 사용하는 성상담 전문 치료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는 실제 자신에게 남녀관계와 성에 대한 상담 메일을 보내온 청춘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실천 가능한 해결책과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역시 불가피하게 가명이나 직접적 인물정보를 생략하는 것이 원칙이다.

 

섹스(성관계)를 정의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질에 음경을 삽입하는 행위’는 반드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섹스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이 정의를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건 ‘삽입’이지 ‘섹스’가 아닙니다. 삽입과 섹스가 같은 뜻으로 정의되면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삽입은 섹스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섹스를 거부하는 여자 친구의 성욕을 높이는 법」 중에서

 


 

이 책은 실제 사례들을 상담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각 장에 포함시킴으로써 더 실천적이다. 부부관계가 무슨 아픈 곳 치료하듯이 해서는 관심을 끌 수도 없고, 치료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저자는 그 점을 고려해 단어 사용도 직접적으로 하고, 실례도 상담 내용을 위주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대신 영상이나 인터넷 등은 '섹스'에 관한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고, 심지어는 범죄 수법의 한 방법으로 '섹스'가 동원되기도 해서 보고 듣는 것은 훨씬 많아졌다. 다만 정상적인 부부 관계나 연인이 아닌 범죄로서의 섹스, 변태성욕자의 섹스 행위 등이 모델로 되어서는 건강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남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만족감, 행복감을 높여가야 할 섹스가 한쪽의 쾌락을 위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결코 행복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섹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나누는 이유도, 쾌감을 느끼는 방식도, 섹스를 나눌 때 원하는 것도 매우 다르다. 이렇게 매우 다른 남녀가 만나 ‘행복하고 아름답게’ 인연을 가꾸려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신체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내 몸과 마음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과 사랑할 때 알아야 할 성 관련 상식, 그리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알수록, 할수록, 나와 연인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관계의 비법들을 배우고 실제 적용하다 보면, 어느새 ‘다정하고, 야한’ 최고의 연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섹스나 애무는 ‘잘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 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인터넷상에 널리 알려진 방법과 스킬이 아니다. 그간 쌓아온 '둘만의 노하우'다. 모든 이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애무 방법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연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애무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걸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 해보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직접 해보고 확인하는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직접 시도해볼만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천편일률적인 답을 주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그와 그녀에게 최고의 연인이 되기 위한 관계 레시피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바로 그 방법’을 찾는 과정, 그것이 바로 섹스다. 이 책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그 방법을 찾는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내숭 없이 솔직하게!’ ‘더 짜릿하고 행복하게!’,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관계를 가꾸며 절대 헤어지기 싫은, 최고의 연인이 되고 싶은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텍스트 역할을 할 것이다.

 


 

내 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다룰 권리는 없습니다. 만약 나의 성적 취향과 무관하게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다루었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인연으로 이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욕망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지만, 사랑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어야 합니다.

「섹스 OOO, 해도 될까요?」 중에서

 

저자 : 치아(治我)

 

‘치아(治我: 나를 다스린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다스리기, 올바른 대인관계’를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2006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인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 ‘건강하게 성생활 하는 법’ 등을 이메일 상담과 ‘토킹클럽’ 집단 상담을 통해 내담자와 나누고 있다.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NLP, 심리치료,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전문성을 다져왔다. 저서로는 잘못된 관계로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해결책을 담아낸 『관계 수업』, 『관계 사전』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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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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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을 받아들기 전까지 루이 비뱅이라는 화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서양미술사나 각 테마별 그림이야기 책, 정통 서양미술 감상법 등을 다룬 미술 서적들이 화려한 그림과 뛰어난 인쇄술로 눈에 확 띄는 책이 되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이 책도 우리가 잘 모르지만 이미 파리에선 유명한 화가였던 그런 분 중의 한 명이리라 짐작한 독자는 조금 뻘쭘해지고 말았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독자의 그림에 대한 무지만 드러낸 셈이 됐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이 아니라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눈은 약간 의심부터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고 어린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그림삽화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그림은 일러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인물들이 조그맣게 표현된 대성당 그림 등에서는 우리나라 조선 의궤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모두 익숙한 듯한 느낌의 그림들이라 쉽게 정이 드는 그림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림 몇 점 봤을 뿐인데 화가도, 그가 그린 그림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파리의 삶'을 그린 것들이 독자의 눈을 잠시도 책에서 뗄 수 없게 한다. 순식간에 내달려 읽다가 책을 덮을 무렵 독자는 루이 비뱅을 좋아하게 됐다. 그의 그림을 사랑하게 됐다.

 


 

루이 비뱅은 파리 시민들이 ‘행복한 화가’라고 부르며 사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화가라고 한다. 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좋은 물감이나 캔버스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늘 작은 크기의 종이에 무채색이 대부분인 그림을 그렸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서툴지만 인생의 단면을 드러내는 듯한 그의 그림들은 위안이 필요했던 시기 파리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바로 그의 이름은 루이 비뱅이다. 우리에겐 진정한 파리 시민이고 파리의 화가라고 일컬어질 만하다.

이 책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은 저자 박혜성이 루이 비뱅의 일생과 그림을 설명을 곁들인 에피소드 위주로 편찬한 책이다.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꾸었던 루이 비뱅이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파리의 우체부로 살아가면서도 오래 전 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말로만 듣던 가난한 파리의 화가였나 보다.

파리로 이주한 뒤에는 61세 은퇴 전까지 직업인으로서, 가장으로서 평범하지만 성실한 삶을 살았고, 남는 시간에는 우체부로 파리를 누비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 자체가 작품이자 일상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은퇴한 뒤 더욱 그림에 전념하던 루이 비뱅은 우연히 근처를 방문한 유명한 화상 빌헬름 우데를 만나 전시회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파리 외곽의 정겨운 전원풍경, 결혼식을 축하하는 하객들, 눈 오는 날 동심으로 돌아간 파리의 모습 등 파리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이 주인공이 된 루이 비뱅의 그림을 보며 행복에 젖었다.

 


 

저자에 따르면 정규 미술 교육 한번 받지 않고 62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로 데뷔한 루이 비뱅에 관한 이야기는 ‘프랑스의 행복한 화가 스토리’로 여러 번 회자되었지만 남겨진 기록은 별로 없다. 저서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등으로 '아트 스토리텔러'로서 대중들에게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루이 비뱅의 인생 여정과 꿈, 삶에 관한 메시지까지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그런 루이 비뱅의 그림과 인생 이야기에 흥미와 감동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곁에 두고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지칠 때마다 한 번씩 열어볼 만하다. 작가론과 작품론을 한 책에 모두 수록한 셈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PART1. 인생을 그리다〉에서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재능 많던 소년이 파리로 상경해 우체부가 되고 가정을 꾸리는 인생 여정을 그린다. 〈PART2. 꿈을 그리다〉에서는 루이 비뱅뿐만 아니라 그처럼 늦은 나이에 재능을 꽃피운 소박파 화가들의 일생이 교차하며 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PART3. 행복을 그리다〉에서는 살아가면서 꺼내볼 소중한 기억과 추억들을 어떻게 마음속에 그릴 것인가에 대한 삶의 메시지가, 〈PART4. 장소를 그리다〉에서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파리를 바라보는 루이 비뱅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따라 느긋하게 파리 곳곳을 여행을 하고 난 듯한 설레고 여유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시 파리 시민들이 루이 비뱅의 그림에 열광한 것들도 그런 이유였다. 강변에서 한가로운 소풍을 즐기는 파리지앵의 모습, 꽃 시장에 꽃을 사고파는 풍경, 우체부인 비뱅을 맞이하는 파리 외곽의 정겨운 풍경들… 그림 속에 얽힌 소소한 사연들과 따뜻한 화풍으로 꾸며진 일상의 주제들이 마치 자신들이 이 그림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제로 비뱅의 삶 대부분은 고되고 힘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재능을 가진 비뱅이라면 마음만은 따뜻하고 파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누구보다 파리를 사랑한 화가였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루이 비뱅을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특별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하는 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빛나지 않아도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며, 어쩌면 평범하게 지나친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인생의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의 사후 2년 뒤 모든 화가들의 꿈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화가로서 이름을 올리기까지, 이 책은 그런 루이 비뱅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되새겨보게 해주는 감동 에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파리를 '예술의 도시' '화가들의 천국' 등을 떠올린다. 그만큼 파리라는 도시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예술의 도시로 각인돼 있다. 독자는 '파리에 가면 누구나 화가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독자 역시 파리에 여행한 적이 있지만 그림에 관한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기억을 갖고 돌아왔다.

십수 년 전 이야기지만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했다. 가기 전 일정에 넣어둔 방문이었다. 30분 넘게 줄 서서 들어간 모나리지가 있는 방은우리나라 장날 못지 않게 붐비고 있었다. 「모나리자」를 보겠다고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니 박물관 측에서 그림의 훼손을 우려해 가이드라인을 쳐놓고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아섰다. 가까스로 떠밀려 10여초 간 본 「모나리자」는 이번엔 새로운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왕이나 황제의 초상화가 아닌 다음에야 매우 큰 작품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너무 작은 크기에 실망했다. 모나리자의 미소도, 눈썹도, 피부색마저 못 본 채 떠밀려나오고 말았다. 화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예술의 성지이기에 그러려니 애써 실망감을 감춘 채 되돌아오면서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보고 오리라고 홀로 속으로만 다짐했다.

 


 

이 책에 나온 파리의 예술적 향기는 비뱅에게 잠재되어 있던 화가의 꿈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다. 파리만을 고집해 그린 비뱅의 진정한 의도는 파리를 사랑한 나머지 온전히 파리를 자신의 그림 안으로 품어 안았다는 느낌이 든다.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은 물론 야외 풍경, 심지어는 파리 시민의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배어 있다. 독자 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몽마르트르, 눈 내린 테르트르 광장」이다. 눈 내리는 설경을 그렸지만 차갑고 움츠려들기보다는 뛰어노는 아이들, 손수레를 이용해 물건을 파는 사람, 우산을 받쳐들고 어디론가 총총히 가는 사람들... 모두 생동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슴속 숨어 있던 향수도 불러일으키고, 아득한 옛날 행복했던 기억도 전부 소화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옛 정취를 담은 카페를 구경하다 보면 금세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몇 년 전 내가 이곳에 갔을 때는 마침 함박눈이 펑펑 내렸는데 그 순간 마법에 걸린 것처럼 비뱅의 그림 〈몽마르트르, 눈 내린 테르트르 광장〉이 오버랩되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의 향연에 가게 주인들은 살짝 당황하지만 나무에 핀 눈꽃과 하얀 모자를 쓴 지붕, 사람들의 미소에 마음이 금세 포근해진다

「PART4. 장소를 그리다」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는 꿈을 이야기하며 자란다. 하지만 누구나가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런 우리에게 비뱅은 자신의 그림과 인생을 통해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준다. 그러니 지금 당장 여건이 안 된다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섣불리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행복인 삶, 그것이 비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인생의 비밀이다.

「마치며, 꿈은 행복이다」 중에서

 

저자 ' 박혜성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한 화가자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쉽게 풀어주는 에세이 작가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미국, 멕시코 등 2014년부터 일 년에 한 달은 해외에 살며 미술관 탐방을 하고 있다. 아트 스토리텔러로서 미술 인문학 강의, 누적 방문자가 260만 명에 달하는 미술 분야 인기 블로그 [화줌마 ART STORY]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2021년, 2016년 네이버 미술 분야 「이달의 블로그」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키라의 박물관 여행 10: 뉴욕현대미술관』이 있다.

2016~2006 이서전 (인사아트센터 외)

2016 이화크라프트 앤 아트페어

2003 재뉴질랜드 미술협회전 (오클랜드)

1995~1986 신이화전 (예술의전당 외)

한국미술협회전, 초대전, 단체전 100여 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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