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숨소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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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교육은 필요하지만 성관계나 성관계의 테크닉 등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쩌면 배우는 사람도 드러내놓고 배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미묘한 데다 개인차가 있어 설령 잘 아는 사람이라도 구체적인 것까지 가르쳐주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성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냥 친구끼리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 양 떠들어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딴청 부리며 듣곤 했었다. 한참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이성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도 누구에게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게 성문제다. 독자 세대는 물론 성교육이라고는 없었고, 이성을 사귀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하며 엄격히 규제했으니 누가 성문제를 잘 안다고 가르쳐주겠다고 나설 수 있으랴. 꽤 오래 전인데 청소년 상담 전문가 구성애 씨가 있었다. 그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성(아우성)'이라는 개인 성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교육을 하는 분이셨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긍정적 반응으로 필요한 교육이라 판단됐는지 일부 학교에서 최소한의 성교육은 실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이후 성교육이 유야무야 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방송 이후로 더 이상 어디에서도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특히 이 책 『밤의 숨소리』가 발간된 것은 성문제에 여전히 서툰 '어른'들이 많기 때문일 터다. 이 책은 그때에 비해 성적인 문제는 훨씬 개방적이고 접하기도 쉬운 환경인데도 어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성교육'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때 호기심 많은 청소년기였던 소년소녀들이 어른이 된 후에 역시 그 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성문제는 드러내놓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부부라 할지라도 극히 예민한 신체 부위를 직접 언어로 표현해 대화하기 어렵고, 서로의 신체에 대해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라는 의식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긴 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부부라고 다를까 싶다. 자칫 노골적 표현으로 서로의 성문제를 풀려고 하면 혹시 '변태'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을 앞세우니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노골적인 표현이나 의견 교환은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 ‘사랑’이라는 인생 관계를 맺는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어른이 되어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은 열정적인 만큼 걱정도, 서툰 것도 많다.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누구도 “이렇게 섹스하는 게 더 행복해”라고 가르쳐주지 않는 이제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되 좀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한데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을 성 싶다. 이 책이 발간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은 민망한 단어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독자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 책에 과감히 풀어놓았다. '예의' 차린다고 두루뭉술한 표현이나 은유 등 비유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어 사용에도 구애됨이 없다. 이 책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배우지 못해 겪는 부부 트러블을 미리 없애야 한다. 오늘 밤부터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둘 예정이다.

 


 

‘첫 경험’, ‘섹스’, ‘피임’, ‘자위’, ‘몸 자존감’, ‘애무’,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 ‘체위와 삽입’, ‘조루와 발기부전’, ‘성 고민들’, 어른이 되어 경험하는 몸의 변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이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10가지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이 책은 부부간 대화 중에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단어들, 책 속에 녹여내 표현하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을 과감없이 직접 사용한다. 본문 속에 두지 않고 아예 제목으로 끌어낸다. 저자는 온ㆍ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필명을 사용한 데 대해 독자는 이해하지만 본명을 사용하는 성상담 전문 치료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는 실제 자신에게 남녀관계와 성에 대한 상담 메일을 보내온 청춘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실천 가능한 해결책과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역시 불가피하게 가명이나 직접적 인물정보를 생략하는 것이 원칙이다.

 

섹스(성관계)를 정의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질에 음경을 삽입하는 행위’는 반드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섹스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이 정의를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건 ‘삽입’이지 ‘섹스’가 아닙니다. 삽입과 섹스가 같은 뜻으로 정의되면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삽입은 섹스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섹스를 거부하는 여자 친구의 성욕을 높이는 법」 중에서

 


 

이 책은 실제 사례들을 상담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각 장에 포함시킴으로써 더 실천적이다. 부부관계가 무슨 아픈 곳 치료하듯이 해서는 관심을 끌 수도 없고, 치료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저자는 그 점을 고려해 단어 사용도 직접적으로 하고, 실례도 상담 내용을 위주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대신 영상이나 인터넷 등은 '섹스'에 관한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고, 심지어는 범죄 수법의 한 방법으로 '섹스'가 동원되기도 해서 보고 듣는 것은 훨씬 많아졌다. 다만 정상적인 부부 관계나 연인이 아닌 범죄로서의 섹스, 변태성욕자의 섹스 행위 등이 모델로 되어서는 건강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남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만족감, 행복감을 높여가야 할 섹스가 한쪽의 쾌락을 위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결코 행복한 섹스가 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섹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나누는 이유도, 쾌감을 느끼는 방식도, 섹스를 나눌 때 원하는 것도 매우 다르다. 이렇게 매우 다른 남녀가 만나 ‘행복하고 아름답게’ 인연을 가꾸려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신체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내 몸과 마음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과 사랑할 때 알아야 할 성 관련 상식, 그리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알수록, 할수록, 나와 연인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관계의 비법들을 배우고 실제 적용하다 보면, 어느새 ‘다정하고, 야한’ 최고의 연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섹스나 애무는 ‘잘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 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인터넷상에 널리 알려진 방법과 스킬이 아니다. 그간 쌓아온 '둘만의 노하우'다. 모든 이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애무 방법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연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애무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걸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 해보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직접 해보고 확인하는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직접 시도해볼만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천편일률적인 답을 주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그와 그녀에게 최고의 연인이 되기 위한 관계 레시피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바로 그 방법’을 찾는 과정, 그것이 바로 섹스다. 이 책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그 방법을 찾는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내숭 없이 솔직하게!’ ‘더 짜릿하고 행복하게!’,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관계를 가꾸며 절대 헤어지기 싫은, 최고의 연인이 되고 싶은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텍스트 역할을 할 것이다.

 


 

내 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다룰 권리는 없습니다. 만약 나의 성적 취향과 무관하게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다루었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인연으로 이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욕망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지만, 사랑이 목적이라면 섹스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어야 합니다.

「섹스 OOO, 해도 될까요?」 중에서

 

저자 : 치아(治我)

 

‘치아(治我: 나를 다스린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다스리기, 올바른 대인관계’를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2006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인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 ‘건강하게 성생활 하는 법’ 등을 이메일 상담과 ‘토킹클럽’ 집단 상담을 통해 내담자와 나누고 있다.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NLP, 심리치료,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전문성을 다져왔다. 저서로는 잘못된 관계로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해결책을 담아낸 『관계 수업』, 『관계 사전』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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