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
한수산 지음 / &(앤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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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반갑고 그리움이 복받쳐온다. 문학을 알면서 가장 처음 '작가'의 존재를 가르쳐주었고, '작가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 분이다. 독자가 한수산을 만난 적은 없다. 글로써, 글로만, 그의 작품으로만 만난 분 중의 한 명이다. 그의 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안개였다"라는 글귀가 나오는 작품이다. 작품명마저 잊었지만 그 문장만은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그 글귀가 독자에게 문학을 가르쳐주었고,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준 귀절이다. 그 글을 읽을 때는 한수산 작가가 춘천에서 생활한 사람인 줄도 몰랐다. 막연히 작품 속의 안개가 잘 끼는 도시를 '춘천'으로 설정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한수산의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은 에세이다. 그는 소설을 고집하고 에세이를 많이 쓰지는 않는 작가다. 아마 이 책 속의 스승 황순원 작가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한다. 황순원 작가도 수필이나 에세이 등은 일절 쓰지 않았다. 그가 쓰는 글은 오로지 소설이었다. 심지어는 수필을 '잡문'이라고 한 분이라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만 써야 한다는 자신의 문학관을 끝내 지킨 분이다. 황순원과의 제자로서의 한수산이 거기에 적잖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또 하나 더,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는 황순원 작가의 지론을 잘 지킨 분이 한수산 작가가 아닌가 한다. 그의 초기작부터 3년간 서커스단을 쫓아다니며 그들과 숙식을 같이해 한 식구처럼 됐다는 『부초』라는 장편소설을 쓸 때까지 그의 글은 간결했다. 간결하지만 앞뒤 문장 연결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독자로서는 한 호흡에 한 문장씩 읽어나가니 이해가 쉽고, 작품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또 간결한 문체는 글에 힘을 준다. 호흡이 빨라지니 자연스레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듯 한수산 작가는 황순원 작가처럼 간결한 문체의 수제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한수산은 표현의 적절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이 '자란 곳이 춘천이다'를 '나를 키운 건 8할이 안개였다'로 표현할 줄 아는 문장 천재다.

 


 

이 책을 처음 광고로 접했다.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글은 물론 오랫동안 소식을 몰랐는데 갑자기 쓴 책 한 권 들고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에게 이렇게 마음이 쏠렸나 오히려 스스로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가다듬고 광고에 나온 소개글을 몇 줄 읽었다.

여전히 그의 문장은 좋은 것 같다. 광고 카피마저 시(詩)처럼 느껴진다. 그는 독자에게 어느 날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람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안개속에서 서서히 걸어나왔다. 반가움과 그리움 등이 겹치면서 묘한 감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동안 어디서 뭘했는지는 지금 막 안개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사람에게는 별 뉴스거리가 아니리라. 책을 읽으면서 언뜻 언뜻 드러나는 행적을 추정하는 수밖에.

 


 

한수산 작가는 이 책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오른 생각으로 '작가의 말'을 대신하고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이 말이 그때 왜 불현듯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을 때의 일이었다. 열차 안에서 10박 11일을 머무는 동안, 나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그 길을 갔다. 소실점을 이루며 끝이 보이지 않게 뻗어나간 전선주를 따라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앉아 있던 새들은 열차가 지나가면 새카맣게 날아올랐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자작나무 숲이 차창 밖으로 몇 시간씩 변함없이 이어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가 걸린 듯했던 대륙의 시간이었다. 그때 마음속을 가로질러가 말이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에 알게 된 것들인가,"

 


 

‘작가의 말’ 맨 첫 문장으로 등장하는 이 말은 소설가 한수산이 지난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의 시간을 건너 노년이라는 간이역에 이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듯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꿈꾸었던 여행지는, 청춘의 진혼곡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세 곳.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테너시 윌리엄스가 살았던 미국 플로리다주의 키웨스트 그리고 화가 폴 고갱이 묻힌 히바오아섬의 갈보리 묘지다. ‘언제쯤’ ‘꼭 이곳만은’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그리워했던 곳이다.’

27년의 작가 혼을 불살라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와 역사 왜곡을 고발한 소설 『군함도』의 작가 한수산의 독백이다. 살벌한 역사의 전쟁터에서 이제 막 귀향한 군인처럼 드디어 우리는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그의 아름다운 문체를 만날 수 있다. 산문시처럼 투명한 문장과 깊은 사유의 언어로 다시 독자를 찾아온 소설가 한수산. 더 향기롭고 그윽해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하룻밤 사이 머리칼이 하얗게 새버린 콜베 신부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결코 짓밟혀서는 안 되는 인간으로서의 자존, 끝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꿈과 자유, 결코 물러설 수 없었던 그 모든 가치가 하나씩 붕괴되고 무너지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지킬 힘이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존재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서글퍼진다. 이제는 그리움도 아픔이 된다는 소설가 한수산의 고백 앞에서 더욱 처연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수산의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을 통해 독자는 그가 잠시 열어두었다는 마음속 다락방으로의 아름다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백발이 되어 있을 한수산 작가의 모습이 그리웠는데 마침 책 표지 안쪽에 그의 근황을 추측할 수 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젊은 날의 한수산의 모습은 아니다. 그때는 꽤 날렵한 몸매에 눈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대신 중년의 모습으로 활동적인 제스처가 자연스러워 건강한 모습이어서 다행스럽다. 그의 오랜만의 책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왠지 오늘 밤은 잠을 잘 잘 것 같다.

 

저자 : 한수산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고 1973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부초』 『유민』 『푸른 수첩』 『말 탄 자는 지나가다』 『욕망의 거리』 『군함도』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현대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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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 공인중개사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회독용 정답표, 빈출지문 정리노트, 한장끝장 맞춤부록 제공 2021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이영방.심정욱 지음 / 에듀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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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독자가 은퇴 후를 대비해 자격증 하나 따놔야겠다는 생각에 시도했다가 얼마 못 가 중단했던 것이 공인중개사 시험이었다. 당시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고, 독학으로 쉬엄쉬엄 준비해도 1년이면 충분하다 싶어 시도했다. 그러나 몰라도 한참 모른 얘기란 게 실제 교재를 살 때부터 밀려왔다. 두껍고 무거운 교재에 압도됐고 공포감마저 들었다. 자격 시험이라고는 대입 시험밖에 쳐본 적이 없어서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에 무지했고, 개론적인 것만 알아도 된다는 지인의 말에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다.

지금은 업무가 시간제로 변환돼 실제 자유시간이 많이 늘어난 데다가 은퇴가 현실적으로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학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시도하려고 마음 먹었다.

 


 

교재 준비 과정에서 이 책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공인중개사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을 보니 본 교재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기에는 충분했다. 단순히 문제와 답만 있는 게 아니라 회독용 정답표, 빈출지문 정리노트, 한장끝장 맞춤부록 등이 함께 있어 실제 시험을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 같은 사람, 중간 점검이 필요한 수험생, 마무리 확인이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필수교재 기출문제집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기출문제는 모든 시험의 기본자료이자 최신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실제 이 책은 각 단원마다 기출 문제 유형의 출제 빈도수까지 해마다 통계를 보여줌으로써 수험생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문제마다 정답과 함께 '해설'을 붙여 정답을 고르는 데 훨씬 도움이 되게 했다. 게다가 법령이 개정된 부분은 문제를 개정된 내용에 맞게 변형하여 효율적인 학습이 되도록 하고, 기본서 진도에 맞춘 ‘단원별’ 구성으로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연계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기출문제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기본서와 본 기출문제집을 병행하여 학습한다면 훨씬 더 큰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 제공되는 ‘한장끝장 과목별 맞춤부록’은 각 과목별 필수개념만 압축하여 한장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험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빈출지문 정리노트’를 활용하여 기출문제의 핵심만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제 시험지와 동일한 양식의 ‘제31회 기출문제’를 수록하여 실전감각을 익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 책은 우선 최근 10개년 기출 빅데이터 분석으로 학습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은 파트별 최근 10개년 출제비중과 출제 경향을 분석해 게재함으로써 각 파트별 출제비중 및 출제경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키워드로 정리하는 제32회 합격전략도 실었다. 제32회 시험을 위한 합격전략을 중요키워드로 확인 가능하다. 전년도 제31회 출제경향도 철저 분석했다. 이와 함께 10개년 회차별 출제빈도 분석표를 게재해 최근 10개년 동안 어떤 챕터에서 얼마만큼 문제가 출제되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단원별 기출 분석과 대표기출 공략을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기본서와 연계 학습을 통해 더 확실한 실력 배양에 주력했다. 10개년 각 챕터별 10개년 출제빈도를 꺾은선 그래프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베스트 출제키워드를 수록해 잊지 말아야 할 단어들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각챕터별 빈출이 되는 출제키워드를 수록하였다. 각 챕터의 대표유형이 되는 기출문제를 수록하고, 대표기출에 대한 난이도와 키워드, 출제경향과 10개년 기출회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분석 게재했다. 특히 각 지문별 핵심내용을 체크할 수 있도록 상세한 해설을 수록했다.

 


 

세 번째, 단원별로 구성된 기출문제로 개념별 문제풀이도 실어 이중 삼중의 실력 배양에 주력했다. 난이도와 키워드를 표시함으로써 학습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목별 교재 맨 앞의 회독용 정답표를 활용하여 반복하여 문제를 풀어보고, 취약 부분까지 한눈에 확인하도록 '회독용 정답표'도 실었다. 제31회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실전감각을 익혀보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는 제31회 기출문제의 난이도와 출제키워드, 상세한 해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요 키워드가 담긴 빈출지문들을 빈칸 채우기를 통해 핵심만 빠르게 정리하고,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활용하도록 빈출지문 정리노트(핸드북)를 별도로 준비해 뒀다.

이 밖에 과목별 특성에 맞는 필수개념을 한장으로 압축하여 정리해, 과목별로 잘라 단원별 기출문제집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 : 이영방

 

경제학 석사(토지경제학). 성신여대, 한남대학교 특강 강사 역임.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강사 역임. 전국 부동산중개업협회 사전교육 강사 역임. 대한주택공사 직무교육 강사 역임. 경인방송(iTV) 강사 역임. 부동산TV(RTN) 재능스스로 방송 강사 역임. 방송대학TV(OUN) 일자리방송(JBS) 중앙방송Q채널 강사 역임. 강남박문각행정고시학원 부동산학개론 강사 역임. 랜드스파 동영상강의 부동산학개론 강사 역임. 現 아모르 상상에듀 중개사학원 부동산학개론 대표강사. 現 아모르 상상에듀 동영상강의 부동산학개론 대표강사

[저서 및 논문]

한국의 지가상승요인분석(석사학위논문)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도서출판 홍제원 1999)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KTC 1999)

<부동산학개론> 3주완성 (도서출판 박문각 2000)

<부동산학개론> 문제집 (도서출판 박문각 2000)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도서출판 박문각 2001~2010)

<부동산경제> (서울시검인정 고등학교교과서)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아모르 상상에듀 2011~2013)

<부동산학개론> 문제집 (아모르 상상에듀 2011~2013)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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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했다 - 나와 마주하는 행복레시피21
조선화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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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했다』와의 만남은 독자에게 작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반전으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준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의 레이아웃이 일상의 반복처럼 규격화되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또 색채마저 회색과 약간의 청색이 가미된 파스텔톤으로 우울한 이미지다. 행복레시피라는 부제목에 따라 유추해보면 일상에서 우울감등 부정적 감정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따듯하고 온화한 글과 마음으로 위로 격려해주고 희망을 나누기 위해 마음 치유 에세이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조선화 저자의 전작을 읽어본 독자로서 '우울함'과는 거리가 먼 분인데 하는 의아함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타나는 저자의 웃는 사진을 봤을 때는 크게 못 느꼈지만 한 장, 두 장 넘길 때마다 숨을 죽이게 하는 '반전'의 연속이다. 글을 읽기도 전에 깔끔한 레이아웃과 글자체 역시 틀에 짜인 격식을 탈피하며 저자의 짧은 '프롤로그'를 감싸 안는다. 짧지만 소중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 주위를 감싸는 듯한 아름다운 꽃과 식물들이 복잡하지 않게 배열돼 마음의 안정을 준다. 또 비피파라솔 같은 작은 우산 사이로 여름 해변을 넣는다든지 생동감이 넘치는 화분 안의 각종 푸른 식물들이 나열돼 편안함을 준다.

 


 

핑크빛 바탕의 챕터 제목을 건너 뛰면 이젠 비로소 활자체 글씨와 저자의 글이 계속된다. 마음 치유 에세이에 노련한 저자로서의 글은 언제 읽어도 즐거움과 평온함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화환 속의 글을 치장하는 것은 담백한 맛을 덜어내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편집진의 의도인지 저자의 의도인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처음부터 반전으로 만나는 이 책은 부제 '나와 마주하는 행복레시피 21'에서 드러나듯 행복을 위한 스스로 할 수 있는 21가지의 치유법을 내놓고 있다.

20년 이상 각종 기업 강의 및 부모 강의를 하며 통합예술심리상담 및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조선화가 또 그다운 책을 냈다. 이 책은 심리학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기 위한 간단하고 재미있는 테라피(치유 방법)들을 담고 있다. 문득 우울할 때, 문득 외로울 때, 문득 불안할 때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심리 테라피들은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20년 넘게 통합예술심리상담 및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가족상담, 놀이치료, 미술치료, 푸드치료, 칼라치료, 코칭, 동화놀이지도, 종이공예 등 다양한 치료 활동을 이 책에서 제시하는데, 50개 이상의 자격증과 100개 이상의 수료증을 따면서 자기계발을 하여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도 소홀함이 없다는 느낌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답답한 현실로 인한 우울감을 느껴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저자가 그들을 위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쉽고 간편하게 따라해볼 수 있도록 흥미로운 테라피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는 책을 낸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 자존감, 마음의 행복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놀아주기’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방법을 찾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이 책에 나온 테라피들은 하나하나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들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싶은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볼 거예요. 이 책에서 나와 놀아줄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을 많이 소개할 거예요. 나와 놀기를 하다 보면 깨달음이 오고 즐거운 기분이 들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게 돼요. 나를 보는 것, 진짜 나를 더욱 자주 많이 만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장이에요.”(- 본문 중에서)

이 책에 나온 테라피들은 하나하나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들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고,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도 소용없다. 더군다나 내가 회복되어야만 다른 사람들도 도울 수 있다. 나의 행복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시작해보자.

우리는 성장의 욕구가 있다. 끊임없이 모르는 것을 배우고 깨달으면서 희열을 느낀다. 왜냐하면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나와 놀아줄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나와 놀기를 알게 되면 복잡한 세상 속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려움이 와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내가 타인까지 행복으로 감싸안는 기적 같은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

 


 

“저도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고 힘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한 가지 강한 무기를 갖고 있어요. 바로 언제든 행복해지는 방법, 아무리 힘들고 슬퍼도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바로 ‘나와 놀기’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도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고 힘이 든다. 하지만 바로 언제든 행복해지는 방법, 아무리 힘들고 슬퍼도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인 바로 ‘나와 놀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의 행복의 비결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가지 마음관리를 위해 나 자신과 놀 수 있는 테라피를 알려주고 있다. 모든 테라피를 다 따라해볼 수는 없지만 독자에게도 몇 가지 따라해보고 싶은 테라피가 있다. 사진 테라피, 편지 테라피, 영화 테라피, 명상 테라피, 어반드로잉 테라피 등이 그것이다. 이름은 자극적이지만 효과가 좋은 테라피일 것 같은 것도 있다. '욕 테라피'. 마음이 심히 울적하고 힘들 때나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싶을 때 욕을 메모장에 다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감정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릴리스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욕, 사진, 푸드, 꿈, 편지, 이야기, 정리 등 21가지의 테라피는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란 믿음이 크다.

 


 

영화 테라피 한 가지만 본문을 여기에 인용해 적는다. 독자의 경우에 저자의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에 저자의 말을 신뢰하는 데 큰 몫을 한 부분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 영화’를 몇 편씩 갖고 있죠. 그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내가 들어있다는 걸 아나요? 놀랍게도 나의 핵심 영화, 나의 감정과 소망들이 그 속에 있어요. 우리가 본 멋진 영화에 대해 열광하며 남에게 얘기해주는 것, 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며 나와 노는 것 모두 나를 알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답니다. 영화는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주기도 하고, 내 삶을 재구성해주기도 하고, 나 자신을 안전하게 다른 세상으로 초대하기도 해요.

나는 청소년 때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몇 번이나 다시 보곤 했죠. “너희들은 언젠가는 죽어. 나중에 다 죽어. 이 책의 위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다 죽었어. 그러니 지금 삶을 즐기고 살아. 하나뿐인 너의 인생을 즐겨.”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했던 이 말은 나의 심장을 때렸어요. 아무리 위대하고 아무리 열심히 사는 인생이라도 결국 인생은 한 번이라는 것. 이런 인생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너무나 신선했어요. “열심히 살아라, 성공해라, 행복해라, 부자가 되어라.”는 말들은 수없이 들었지만 “즐겨라.”는 말은 그때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선생님의 대사를 듣는 순간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이번 생이 한 번뿐이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떤 생을 살고 싶으세요?

영화 테라피에서 중요한 건 영화 속 등장인물이에요. 주인공, 캐릭터라고 하죠? 이들은 우리 삶의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보조 치료자가 되어주기도 해요. 우리는 그들을 보며 몰입하고, 그들이 삶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해서 감동을 받고 용기를 얻기도 해요. 실제로 심리치료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언어 상담보다 영화 치료를 통해 감정을 곧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하기도 해요. 이번 장에서 우리는 영화 테라피를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해요.(p. 137~138)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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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시대의 슬기로운 직장 생활
정성훈 지음 / 한월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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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직이 현실인 무한 경쟁 사회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고민이 많다. 사오정(정년퇴직 45세)이란 말이 오히려 반가울 정도로 직장인들은 시달리고 있다. 조기 퇴직뿐만 아니라 회사의 존립이 문제가 되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극심하다. 사실 더 이상 회사 생활만 열심히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20~3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이고 그동안 버텨온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경제에는 알 수 없는 끈질긴 힘이 들어 있는 듯하다. IMF에 이어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여기에 10년 전부터는 청년들의 일자리마저 줄어 N포(취직, 연애, 결혼, 자녀, 내집 마련 등)세대란 말도 나돈다. 열심히 일해도 저축은 언감생심,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는 건 이젠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을 마련하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다. 그렇다고 남들 따라 재테크에 관심을 갖자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눈치만 늘어나는 직장인들이다.

 


 

하지만 막연히 걱정만 한다고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더 늦기 전에 퇴직 후를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인 해법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핵심 원칙은 존재한다. 바로 도전과 실행이다.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길을 찾아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퇴직이라는 골짜기를 무사히 건너 안정적인 노후를 영위할 수 있다.

이 책 『N잡러 시대의 슬기로운 직장 생활』은 독자들이 원하는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기 위해 펴냈다. 저자 정성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달라진 내일을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며 "주저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실행해야 보다 나은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다양한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슬기롭게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가르침대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일까? 과거에는 그럴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답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목표로 삼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것을 제안한다. 질문하는 사람만이 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가 이미 던진 질문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책에는 후회 없는 직장 생활과 퇴직 후의 안정된 삶에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퇴근 후 자기계발에 집중하기 위한 노하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 ‘일주일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법’ 등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팁도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40대에 대한 연구와 상담 경험이 많은 것 같다. 미국의 젊은 엘리트 직장인 중에는 '파이어(Financial Indipendence Retire Early)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파이어족이란 경제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은퇴 연령은 50~60대다. 그런데 파이어족은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의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미국판 '짠테크족'이라고 부를 만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파이어족들은 작은 집에 살면서 오래된 차를 타며 소득의 50~70%를 저축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재정 목표를 정하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예컨대 '40대에 200만 달러를 모아서 은퇴하기'를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식료품은 유통기한이 다 된 상품을 할인가로 구입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친구 아이디로 접속해 즐기고, 여행은 카드 포인트를 활용해 다닌다. 이런 식으로 수입의 50% 이상을 저축한다. 우리말로 허리띠 졸라매고 극한의 절약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목표는 40대 초반에는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적게 쓰고 살기다. 저자가 파이어족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검소하게 쓰고 살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임을 강조한다. 지금처럼 별 생각 없이 똑같은 삶을 살지, 아니면 다른 사고방식과 자세로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삶을 살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생은 도박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면 회사를 원할 때까지 더 오래 다니는 지름길이 된다. 미래를 충실히 분비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열심히 하기 마련이고 이렇게 쌓은 전문성이 업무에 반영되어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 어렵다는 정년퇴직도 남의 아일 아니다. 또 중간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한다.

저자가 에필로그를 통해 제시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 저자의 주장과 연결돼 독자의 뇌에 크게 각인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며 많은 돈과 아파트, 자동차를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도 삶의 의미와 이유를 모른다면 허무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의 외형이 아니라 인생의 목적의식이다. 즉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직장은 안전하게 자신의 철학과 꿈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자신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경로인지, 직장 자체가 목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철학을 개입시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저자 : 정성훈

 

수능 1세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ROTC로 군에서 복무했고, 2001년 ㈜LG상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이 싫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2003년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로 이직했다.회사를 다니며 CFP(국제 공인 재무설계사), 증권 투자 상담사, 파생 상품 투자 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마흔에 박사과정을 시작해 4년 만에 경영학 박사(금융보험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학생 때 싫어했던 공부를 사회에 나와 즐겁게 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 밖에서는 한국 FP학회 이사, 한국 FP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넌 재무설계 어떻게 하니?』, 『금융 영업 트렌드 2020』, 『금융 영업 트렌드 2021』을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썼다. 현재는 ‘FC(FINANCIAL CONSULTANT) 대상 교육과정’을 주된 업무로 하면서 ‘직장인의 자산관리’ 강의도 겸하고 있다. 직장인, 임대인, 주식 투자자, 작가, 강사 등 N잡러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직장인(EMPLOYEE)에서 투자자(INVESTOR)로 방향을 조금씩 선회하는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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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 - 젊은 철학도와 떠돌이 개 보바가 함께 한 14년
디르크 그로서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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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젊은 철학도 시절 떠돌이 개 보바를 입양해 함께 했던 14년 동안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쓴 에세이다. 일반 에세이와 다른 점은 이 떠돌이개를 스승이자 선사로 보고 그 가르침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의 자전적 수행서인 셈이다.

심지어 저자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있다면 스승은 필요하지 않다라거나 니체가 '망치의 철학자'라면 개는 '전기톱을 가진 스승'이라는 극단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불교 서적이 대부분 수행의 엄격함과 평온함을 강조한 데 비해 자유로운 발상과 의식의 흐름도 카테고리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놓고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들은 보바 같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환생설에 백 퍼센트 설득당하지 못하면 곧 ‘진짜 불교도가 아닌’ 게 된다. 성경의 특정 구절을 ‘단지’ 하나의 비유로 이해한다고 하면 당장 질타를 받고 교회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혹은 요가 박람회에 가서 소시지를 한 번 팔아보시라."(p. 159)

 


 

책의 초반부에는 어떻게 이런 멋진 개를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여러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동물보호소를 전전하던 떠돌이개 보바는 이미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보바를 감당할 수 없었던 친구가 입양을 제안하면서 만나게 된다.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라는 평가를 받은 보바였지만 저자는 첫눈에 ‘영혼의 단짝’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인연은 보바가 췌장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14년간 이어졌다.

독자는 이 점을 보고 개 보바를 '아이' 혹은 '자식'으로 보며 책을 읽어보니 아무 반대 감정 없이 대부분이 그대로 들어맞아 보바는 상징일 뿐 세상 물 들지 않은 천진난만한 아이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는 점을 느낀다. 티 없이 맑은 눈동자의 아이나 자식을 보고 있으면 마치 명상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잊게 되는데 저자는 그런 순간을 철학적 사유가 묻어난 멋진 문장으로 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임의적으로 개를 아이에 대입시킨 점은 독자의 생각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

"개울가에서 잠든 보바가 그 깊은 고요와 만족감을 나에게도 전달했던 그 순간, 나는 자연의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개울은 흘러갈 뿐이고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나무는 바람의 멜로디를 알아차리고 춤을 출 뿐이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인간적인 사고에 빠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도가에서 ‘무위(無爲)’라고 했던, 행동 없는 행동을 할 뿐이다. (중략) 무위는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도(道)가,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두는 것이고, 모든 것이 스스로 자라고 꽃피우게 두는 것이며, 개울물 소리에 집중하고 자기만의 내면의 고요함과 자기만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원 벤치는 무위를 연습하는 데 아주 이상적인 공간이다. 세상 느긋한 어느 중국인이 인류 최초로 벤치를 설치하는 모습이 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p. 45~46)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철학적 질문과 불교, 여러 영성가들의 말을 보바와 함께 풀어간다. 공(空), 무아(無我), 사성제, 윤회, 도(道)와 선(禪). 그리고 붓다의 여러 가르침과 틱낫한, 중국의 한산 스님, 조주 선사, 앨런 와츠, 스즈키 순류, 리처드 로어 신부 등. 머리로만 익히고 알았던 철학 이론과 영성가의 말을 보바의 행동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고 핵심을 뚫은 것이다. 철학 전공자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범주화하는 습관에 길들어 있던 저자에게 본능대로 움직이는 보바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살아 있는 스승이었다.

책에 따르면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갈 때면 낯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것도, 또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흔들다 저자의 머리를 세게 때린 것도, 아끼는 안락의자를 다 물어 뜯어놓은 것도 ‘한심한 제자’인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느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비로소 지금까지 어떤 틀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머리로 꾸며진 가짜 현실 속에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하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며, 그것이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 부여를 해온 자신을 발견했다. 진흙을 잔뜩 묻혀온 보바가 욕실을 온통 추상화로 가득 채우고는 활짝 웃으며 잔뜩 화가 난 저자에게 안기던 날, 보바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인간은 그렇게 산다니까!”

 


 

저자는 현재 불교계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동물보호소를 가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또한 종교에서 영적 깨달음보다 종교단체에 대한 소속감이 극도로 중시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소속감만이 존재하고 애초의 가르침과 진정한 해방은 등한시되는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다른 종교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그러나 잘못된 흐름만을 지적할 뿐 비난이나 폄훼는 하지 않는다.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이는 데 독자는 반한다. 그리고 그의 가르침에 매료된다. 영적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

"스승의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했지만, 수년 동안 아무 소득도 없는 면벽 수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스승이 될 자격을 부여하고는 제자들과 의존관계, 혹은 그보다 더 나쁜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과연 누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선불교 공동체를 찾아가려 한다면 나는 가까운 동물 보호소로 가보라고 권하겠다. 개들은 선불교 스승 자격증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다. 네 다리로 서서 혀를 내밀고 있지만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대하고, 늘 털을 떨어트리지만 자신의 지혜를 아무런 대가 없이 전수해준다. 권력 관계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존재 자체로 깨달음을 준다.

어디서든 명상하며 되지도 않는 법석은 떨지 않는다. 정말 그렇다! 말이 없는데도 걸어 다니는 공안 그 자체이다! 그리고 자신의 에고보다 당신에, 그리고 당신의 기쁨에 더 관심이 있다! 진짜 솔직히 말해보자. 당신은 이 이상 뭘 더 바라는가?"(p. 93~94)

 


 

책장을 넘길수록 보바와 수행중인 저자는 마음으로 교감하고 진심으로 나눈다. 진심으로 대하고 솔직한 것이 우리 신경과 에너지를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아가는 것이다. 현명하기 이를 데 없는 보바처럼 사는 것이 진정 하나의 대안이 되어 주는 것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주장한다. 많은 영적 전통에서 안타깝게도 그런 소속감이 극도로 중시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소속감만이 존재하고 애초의 가르침과 진정한 해방은 등한시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해서 둘도 없이 옳은 길을 가는,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렇게 그 길을 가는 행위가 아니라 그 길 자체가 추앙된다. 하지만 그 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서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옆길이나 남들은 가지 않는 오솔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선의 길을 가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원래 야생의 오솔길이었던 선의 길에 아스팔트가 깔려버렸다. 하지만 모방을 통해서, 혹은 자신만의 경험을 그 어떤 전통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으로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p. 204)

 


 

그렇게 개 보바를 통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모든 존재를 열린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며 이 우주에서 먼지에 불과한 생명의 존재 이유를 배운다. 이런 불교철학적 배움 말고도 어떤 면에서는 인간과 한 마리 개 사이에 나눈 교감과 사랑을 감상할 수 있는 에세이다.

근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한 명의 인간과 한 마리 개가 나눈 깊은 교감에 있다. 생명을 가진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떤 생명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사랑한다면 이 세계를 따듯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 : 디르크 그로서(DIRK GROSSER)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정신세계와 명상, 불교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이자 음악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산책, 책, 개, 숲, 산, 바다를 사랑한다. 전 세계 여러 종교의 신비주의와 명상 전통들에 조예가 깊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책을 출간했으며, 관련 CD를 발매했다. 덧붙여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며 각자만의 길을 새롭게 보는 일을 돕고 있다. 고대철학과 신비주의자 소로우, 에머슨, 도가, 명상, 불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자기만의 경험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국제 기독교 신비주의 명상 공동체에서 청소년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고, 정신세계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다양한 음악 밴드에서 활동했다. 전통적인 단체에 소속되는 걸 싫어하지만 꾸준한 명상 수행으로 온갖 명상법의 좋고 나쁨을 두루 경험했다나. 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좋은 명상으로 판명되기도 했고 그 반대도 있었다. 두 딸의 아버지로, 독일 빌레펠트 근교 어느 목장에서 살고 있다.

홈페이지_ WWW.DIRK-GROSSER.DE

 

역자 : 추미란

 

동국대학교와 인도 델리 대학교에서 인도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독어, 영어 출판 전문 기획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기계발, 철학, 역사, 명상, 종교, 뉴에이지, 뇌과학, 양자역학, 사진 분야에서 4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두려움과의 대화』, 『원네스』, 『자각몽, 또 다른 현실의 문』, 『당신이 플라시보다』, 『나로 살아가는 기쁨』,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보통의 깨달음』 등이 있다. 긴 산책, 명상, 개와 고양이, 요리, 그림, 낯선 곳으로의 여행 등 깨달음을 주는 삶의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며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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