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수업 - 도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용기의 심리학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은경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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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삶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내야 하는 도전의 연속이다. 이 경쟁 시스템은 이미 개인과 집단, 국가간 단위의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세상 어느 분야, 어느 집단에서도 경쟁 시스템은 이미 인간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모든 것이 풍족해 경쟁하지 않고 충분히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경쟁 시스템은 필요없는 방식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시공간을 넘어서도 그런 사회는 없다. 인간이 상상으로 그리는 '유토피아'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이 경쟁 시스템은 인간 삶의 방식이다. 이 경쟁 속에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늘 사회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빙빙 돌다 패배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특히 승자 독식의 무자비한 시스템이 정착돼 가면서 경쟁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치열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계속 실패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다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사람도 있고, 환경 변화에 맞춰 자신의 도전 방식도 바꿔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말하는 적자생존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이 느끼지 못할지라도 매일 조금씩 변화한다. 이 변화는 인간이 사는 한 계속될 것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부럽지 않게 살면 된다'는 답변을 잘 한다. '먹고 살 만큼만 벌어도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사회 가치관을 내비치는 사람도 많다. 지나친 경쟁은 인간애를 해치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패배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삶을 초월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심지어는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을 제한하고, 오히려 자신을 옥죄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어’, ‘여기까지 한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를 한 거야’, ‘원래 이렇게 하면 되는 일이야’라는 식이다. 이는 인간의 상상력과 능력을 가로막는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러한 생각들 중에 진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 책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수업』의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 저자 앤디 앤드루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대 4명의 미국 대통령 앞에서 연설한 적이 있는 유명 인사다.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말하면 웬만한 독자는 다 아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이기도 하다.

변화를 열망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냉철하게 돌아보도록 만들었던 저자가, 이번에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수업』으로 스스로의 틀에 갇힌 이들을 위한 안내자를 자처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라면 남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 기존의 원칙에서 한참 떨어져 외면받는 곳, 바로 그곳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틀에 박힌 생각을 걷어차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세상의 승자가 되는 비결임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출간 2주 만에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에서 앤디 앤드루스는 유쾌하고 울림 있는 23가지 이야기들로 우리들이 스스로 한계라고 느낀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이 안내하는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스스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놀랍고도 탁월한 성공이라는 결과를 만날지도 모른다.

 


 

저자는 누구나 어렸을 적 경험이 있을 물놀이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일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꺼낸다.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던 저자와 친구들은 '돌핀 게임'을 하였다. 돌고래처럼 수면 위로 얼마나 높게 점프하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모두들 이전처럼 수면 위에서 최대한 크고 많은 물장구를 쳐서 그 반동으로 점프를 했다. 그렇기에 늘 체격이 큰 아론이 우승했다.

하지만 어느 날 케빈이 아론보다 훨씬 높이 뛰어올랐다. 그 비결은 늘 하던 대로 수면 위에서 큰 물장구를 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지면에 발을 딛고 그 반동으로 위로 치솟은 것이다. 그랬기에 그날의 우승자는 케빈이었다. 아론은 그 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수면 위로 점프한 높이가 놀이의 목적이었기에 그 방법의 차이는 상관없었다. 물론 그 이후로 아론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시 금세 승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날의 게임이 저자에게 무척 큰 감명을 준 것 같다. 독자는 어렸을 때 물놀이하다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 게임을 한 적이 잦았다. 저자의 경우처럼 오래 참아 이기던 아이가 늘 이겼다. 저자는 어릴 때 기억으로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고 케인이 우승한 그 방법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혁신'이란 점을 말하고 싶어한다. '돌핀게임'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진부함을 버리고, 틀에 박힌 방법 따윈 잊어버리고 '수영장의 바닥'처럼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야 남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늦게 뛰어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방법과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한다면 늘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수영장의 바닥'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늘 이기던 아론은 자신의 우수한 신체능력만을 믿고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성공의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늘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느냐고... 저자는 이 확대된 사유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일을 수영장 바닥에 대해 해석을 달아준다. 저자의 '수영장 바닥'은 단순히 '바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하는 곳, 남들은 눈여겨보지 않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핵심 지점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들은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덧붙인다. '수영장의 바닥'을 찾기 위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겪지 못했던 것들만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늘 우리가 '보고, 만지던' 것들이 그것일 수 있다. 다만 그 사용법을 몰랐을 뿐.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다시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자.

어쩌면 '수영장의 바닥'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지혜의 여정은 이렇듯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갖고 새로운 방식이나 방법을 찾아보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생각을 더 확대하고 있다. 확신은 있지만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한마디는 도전하지 않는 무사안일의 태도로서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더 비겁한 경우다. 진정한 용기는 확신이 아니라 시도하는 것이다."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 깊숙이 찌르는 바람에 독자도 읽으면서 움찔움찔하는 느낌이 있다. "확신이 있다면 '도전'하고 '시도'하라. 도전하지 않은 확신은 의심이다. 확신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서 폰더 씨가 생각난다.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워하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게 어려울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심리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문제점인지 파악이 되었는데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에게 훌륭한 질문을 던질 때, 궁극적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찾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마라. 당신이 찾아낸 답의 질은 당신이 던진 질문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이 겪고, 듣고, 본 23가지의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물론 다른 실례들은 다른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한다. 독자도 삶의 지혜를 찾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여러 개 눈에 띈다.

"내가 찾아낸 질문이 내가 찾을 답을 결정한다"는 말은 늘 의심하는 자세(남을 의심하라는 게 아니라)를 견지해야 한다. 삶에 대해, 삶의 방식에 대해.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 무거워 오랫동안 고민하며 묻고 또 물었으나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겨우 알아내는 정도지만 상당한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리고 내가 풀어야 할 질문이니까. 더 깊게 사유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우선 할 일이다.

저자의 전작 『폰더 씨의~』처럼 이 책 역시 무척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은 열심히만 한다면 그들만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만 산다면 그보다 잘살 수는 없을 것이다란 당연한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더 잘살 것인지, 아니면 이 정도면 됐다든지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우리는 그렇게 살 것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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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 The Cheat Code of Justice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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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저자 안천식이 이 책 『확증편향』을 쓴 이유는 16년간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왜 재판에서 졌는가에 맞춰져 있다. 공정하고 올바른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올바른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로는 재판 및 심리와 판결을 모두 공개하라는 헌법 규정을 어겼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 109조에 적시된 "모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되어야 하고, 판결의 결과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 공개를 제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재판공개의 원칙'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도 복잡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대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사람들 사이의 시시비비를 재판으로 가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안전, 재산을 최대한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재판과 공개재판의 원리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의 재판권 남용을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모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되어야 하고, 판결의 결과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 공개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공개의 원칙이다. 저자에 따르면 재판공개의 헌법정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데 비하여 현실은 참담하다. 대법원은 대부분의 판결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수많은 불량 판결이 공개될 것을 두려워하여 머뭇거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판결문을 공개하는 방법이 있는데 판결 당사자가 직접 판결문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 공개되는 판결 및 이에 대한 해설을 통하여 그동안 우리 사법현실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잘못된 관행들이 직시되기를 원하기에 『확증편향』에서는 여러 개의 판결을 모두 공개하게 되었다.

 


 

이 책 『확증편향』에서는 현대건설사와 개인이 벌인 재판을 통한 판결문 공개와 해설을 예시로 들고 있다. 고인이 된 피고의 아버지는 개발 예정지의 땅을 현대건설에 팔기로 한다는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지만 현대건설과의 직접적인 계약이 아니었다. 현대건설을 대신한 고인인 아버지의 친구인 이 씨가 대신 체결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까지 지급받았다. 그런데 피고는 아버지가 임종시에도 부동상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고 당시 토지를 매매한 회사는 동아건설이었고 이도 잔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였다. 동아건설은 1997년 경 현대건설로 승계하면서 부동산매매계약도 체결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은 3심까지 가게 되었고 건설사는 거짓 주장과 함께 거짓 증거를 앞세웠다.

이런 재판은 대부분 개인의 삶 자체를 망가뜨린다. 금전적 손해를 입고 오랜 송사에 시달리게 된다. 이 재판과 '확증편향'은 무슨 관련이 있나? 왜 확증편향이란 제목의 책에서 '사법개혁'과 '재판독립'을 주장하는가?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정의로울 분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을까?란 사법부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갔을까.

 


 

법에 무지하고 법을 공부한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판결문이나 재판 과정, 심지어 해설까지도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사건 개요를 정확히 모르는 제 3자가 쉽게 이해하기는 무리인 문장의 연속으로 사건 개요마저 이해하기 힘들게 구성돼 있다. 법에 무지한 독자로서는 저자의 주장과 사법 개혁의 문제로까지 학대한 이유에 대해 경청한다.

"법치주의는, 권력자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에 의한 통치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개념입니다. 즉,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모두 일반 국민의 자유와 인권,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적 장치입니다."고 저자는 전제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법관에게 모든 재판권을 독점시키는 권위주의적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법관의 재판권 남용' 문제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최하위의 사법신뢰도를 기록하는 등사법 후진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헌법은 법관의 재판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헌법 109조에 규정하고 있는 '재판공개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이 조항은 모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되어야 하고, 특히 판결의 결과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 공개를 제한할 수 없다는 선언이라는 것. 재판권을 독점한 법관이 혹여 불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사전적 혹은 사후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에 따라 모두 공개하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법관의 잘못된 판결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묻으려는 몰염치를 주장한다.

"법원이 판결문의 전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그동안 행해진 수많은 불공정한 판결 등 재판권 남용 사례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책임을 모면할 방편으로 개인정보보호 등 다른 이유를 제시하는 거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고 언급한다. 듣기에 따라 법관의 책임 회피로 들리기도 하고, 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뜻인지 애매한 부분이다. 물론 앞뒤 맥락을 연결해보면 저자의 의중은 '법관의 책임 모면'으로 독자는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자는 검찰의 지나친 권한 집중, 법원의 재판 거래 등을 이유로 사법부의 개혁을 주장해온 분들의 주장과 이에 맞선 반대 주장에 어떤 동조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몰라서'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또 '확증편향'과 사법개혁과는 무슨 관계인가. 확증편향이란 단어는 원래 심리학에서 채택된 단어인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확증 편향(確證偏向, 영어: Confirmation bias)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와 같은 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인지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은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또는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그리고 저 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확증 편향을 보인다.

확증 편향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사전적 의미에 '확증 편향 -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을까?'라는 제목에서 강준만 교수는 확증 편향의 일부 지식인들이 편가르기의 졸(卒)로 사용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은 적도 있다.

 


 

심리학자 정재윤은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심리학』에서 제 2차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의 일례로 설명하고 있다. 11월 27일과 12월 3일에도 추가로 경고를 받았다. 일본이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암호들을 대부분 없애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지휘관은 이것은 일본이 전쟁을 곧 일으킬 징조라고 보았다. 그러나 키멀은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대부분 없애라’고 하지 않고 ‘모두 없애라’고 했을 것이라며 자기 편리한 대로 해석하고 무시해 버렸다.

12월 6일, 진주만 공격 하루 전날에는 ‘일본 항공모함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받았지만, 그 또한 무시해 버렸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싸우느라 바쁘기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멀의 확신과 상관없이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했고, 미국은 큰 피해를 입었다.

키멀은 ‘진주만은 안전할 것이다’라는 자기 신념에 빠져 그와 반대되는 증거들은 모조리 무시해 버렸다. 이처럼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심리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이다.

 


 

저자는 한 일반인의 변호사로서 현대건설과의 법정 싸움에 16년 간 변호사를 하면서 겪을 일들이 사법 개혁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글을 마치며」를 통해 결론 겸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짚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법원 및 사법부입니다. 법원과 사법부는 이 사건으로 사실상 매우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판결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당사자인 기의호와 그 가족들은 향후 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법원 판결은 이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신뢰가 생명입니다. 이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판결은 폭력이고 야만일 뿐입니다. 폭력과 야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권력화 된 법원의 폭력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를 막록낳고(심지언 법관 자신까지도) 법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대부분의 판결은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라 믿습니다. 대부분의 법원 및 검찰 구성원들은 공의를 위하여 오늘도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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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두리 2025-07-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옹두리 입니다.
소중한 리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도서출판 옹두리 올림-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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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 세상이 숨 죽인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경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며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가능한 한 막고 있다. 대한민국도 국경을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불가피한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해외 여행이나 해외 관광객의 유입도 달갑지 않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수입이 줄거나 없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빛 내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 집행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그것마저 받지 못한 채 수입 끊긴 사람들은 하루 하루가 살아 남기 위한 전쟁이나 다름없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큰 재앙이 닥치거나 전쟁이 일어나면 사회 소외 계층,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코로나 재앙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갑자기 들이닥쳐 전 세계를 혼란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일상마저 모조리 빼앗아버렸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 사이도 만남은 점점 뜸해지고 함께 부대끼며 울고 웃던 사람들끼리도 멀어지고 있다. 따뜻한 정이 흐르던 일상은 이제 허공의 메아리처럼 날아간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이나 전화, 기타 IT기기에 의존해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놓고 있는 정도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피해야 하고, 옆 사람을 감시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피로감마저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음속 깊이 옛 이웃들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고 다시 마음껏 웃고 울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믿고 있는 것 같다. ‘거리두기 시대’를 맞이하며 이웃을 보듬기보단 피하게 되었기에 더더욱 인간애에 목말라 있는 듯하다.

 


 

저자 이철환의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공짜로 짜장면 한 그릇을 내어준 『연탄길』의 한 장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2,000매에 가까운 원고 중 12매의 『연탄길』 원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게 작가의 귀띔이다. 어른을 위한 『연탄길』과도 같은 이 소설 속에는 부모를 잃은 어린 남매와 시각장애인, 가정폭력에 노출된 청소년 등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삶이 녹록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들은 꾸준히 서로를 지키려 노력한다.

‘거리두기 시대’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감동과 반전과 유머를 오가며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지켜줘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잊고 있던 인간애를 되찾게 하는, 코로나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작품 배경과 등장인물이 압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독서에 몰입감을 준다. TV의 영상미를 강조하는 듯한 잘 짜여진 단막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배경이나 상황이 아무리 엄혹해도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 사랑과 아련한 감성이 흐르면서 잔잔한 감동이 이어진다.

 


 

이철환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칫 무겁고 쓸쓸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담담하고 경쾌하게 그려낸 희망 때문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끝없이 나아지기를 다짐하는 그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듯이,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듯이 우리가 품은 희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430만 부 베스트셀러 『연탄길』이 추운 겨울에 따스한 위로를 안겨주었다면,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통과하면서 봄을 소망하게 된 2021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소설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한국 사회를 통찰하는 작품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아픈 이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위로받은 이는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 거리두기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를 향해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다.

“사람에게 많이 속은 사람이 사람 안 믿을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사람을 많이 속인 사람이 사람 안 믿어. 속고 또 속아도 나는 사람 믿을 거야.”(p. 272)

 


 

고래반점을 운영하는 용팔과 아내 영선은 두 아들 동현과 동배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건강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정 많고 따뜻한 성품의 영선은 짜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어려운 남매를 데려다 엄마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일 정도의 따뜻한 이웃이다. 그런 영선을 보는 용팔은 돈 안 받고 먹이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만 그 또한 다친 길 고양이를 찾아 헤맬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코로나19로 바깥과 단절되어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다들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 시대의 모습을 잘 반영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짜장면 배달일에도 진심을 다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적는 용팔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있어야 할 우리의 자존심의 표상처럼 보인다.

영선은 우리 시대 따스한 이웃을 보여주는 반면, 동현과 동배는 성적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얘기하는 우리 시대 청소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래반점의 건물주 최대출은 전형적인 이 시대 갑(甲)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현과 동창인 최대출의 딸 서연은 어른들의 갑과 을 관계를 얼른 벗어나기를 바라는 부잣집 공부 잘하는 소녀이다.

2021년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고 등장인물이다. 독자로서 조금 아쉬운 점은 권력과 돈 있는 사람든 대략 악역을 맡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은 선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자가 부자나 권력 있는 사람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70년 산업화의 군부독재 시절 권력과 소외계층의 대립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이철환 저자의 능력이라면 프레임 밖에서 소설을 구성하고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인하는 용팔의 글쓰기에, 생각에 영향을 주는 말벗으로 나온다. 요즘은 학생들의 교과서에도 다양한 인종과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서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은 기성 세대보다 더 다양한 사회의 모습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게 하려는 시도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적응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렵다. 오늘도 TV 뉴스에 무인전자주문시스템을 들여놓은 업소가 많은데 시각장애인이나 시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나타나서는 안 될 물건이다는 장면이 잡힌다.

점자나 버튼 등의 장치를 부착해 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만드는 것이 '배려'일 것이다. 말로는 우선, 배려, 친절 등 장황하게 떠들지만 실제 세세한 생활 환경에는 전혀 배려심이 없는 듯하다. 그것이 안타깝다. 사용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각장애인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 "첨단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하나 더 늘은 것뿐입니다." 감동과 울림이 있는 정책과 기업의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들어 잠깐 말한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저자는 용팔과 영선, 동현, 동배와, 인하와 정인의 이야기속에서 우리에게 메세지를 주고 있다. 현대판 신분의 차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서민들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용팔은 건물주 최대출과의 관계, 또한 동현은 서연과 어떻게 될지, 무엇보다도 용팔과 영선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인혜남매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2권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저자 :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전3권)』, 『행복한 고물상』, 『위로』,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등 20종이 있다. 400만 이상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 수출되었고 『곰보빵』은 일본에,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되었다. 『연탄길』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9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의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편의 글이 영어로 번역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총 3회), KBS 2TV 특강, JTBC 특강, MBC TV 특강 등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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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
한수산 지음 / &(앤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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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반갑고 그리움이 복받쳐온다. 문학을 알면서 가장 처음 '작가'의 존재를 가르쳐주었고, '작가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 분이다. 독자가 한수산을 만난 적은 없다. 글로써, 글로만, 그의 작품으로만 만난 분 중의 한 명이다. 그의 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안개였다"라는 글귀가 나오는 작품이다. 작품명마저 잊었지만 그 문장만은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그 글귀가 독자에게 문학을 가르쳐주었고,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준 귀절이다. 그 글을 읽을 때는 한수산 작가가 춘천에서 생활한 사람인 줄도 몰랐다. 막연히 작품 속의 안개가 잘 끼는 도시를 '춘천'으로 설정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한수산의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은 에세이다. 그는 소설을 고집하고 에세이를 많이 쓰지는 않는 작가다. 아마 이 책 속의 스승 황순원 작가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한다. 황순원 작가도 수필이나 에세이 등은 일절 쓰지 않았다. 그가 쓰는 글은 오로지 소설이었다. 심지어는 수필을 '잡문'이라고 한 분이라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만 써야 한다는 자신의 문학관을 끝내 지킨 분이다. 황순원과의 제자로서의 한수산이 거기에 적잖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또 하나 더,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는 황순원 작가의 지론을 잘 지킨 분이 한수산 작가가 아닌가 한다. 그의 초기작부터 3년간 서커스단을 쫓아다니며 그들과 숙식을 같이해 한 식구처럼 됐다는 『부초』라는 장편소설을 쓸 때까지 그의 글은 간결했다. 간결하지만 앞뒤 문장 연결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독자로서는 한 호흡에 한 문장씩 읽어나가니 이해가 쉽고, 작품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또 간결한 문체는 글에 힘을 준다. 호흡이 빨라지니 자연스레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듯 한수산 작가는 황순원 작가처럼 간결한 문체의 수제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한수산은 표현의 적절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이 '자란 곳이 춘천이다'를 '나를 키운 건 8할이 안개였다'로 표현할 줄 아는 문장 천재다.

 


 

이 책을 처음 광고로 접했다.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글은 물론 오랫동안 소식을 몰랐는데 갑자기 쓴 책 한 권 들고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에게 이렇게 마음이 쏠렸나 오히려 스스로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가다듬고 광고에 나온 소개글을 몇 줄 읽었다.

여전히 그의 문장은 좋은 것 같다. 광고 카피마저 시(詩)처럼 느껴진다. 그는 독자에게 어느 날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람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안개속에서 서서히 걸어나왔다. 반가움과 그리움 등이 겹치면서 묘한 감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동안 어디서 뭘했는지는 지금 막 안개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사람에게는 별 뉴스거리가 아니리라. 책을 읽으면서 언뜻 언뜻 드러나는 행적을 추정하는 수밖에.

 


 

한수산 작가는 이 책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오른 생각으로 '작가의 말'을 대신하고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이 말이 그때 왜 불현듯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을 때의 일이었다. 열차 안에서 10박 11일을 머무는 동안, 나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그 길을 갔다. 소실점을 이루며 끝이 보이지 않게 뻗어나간 전선주를 따라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앉아 있던 새들은 열차가 지나가면 새카맣게 날아올랐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자작나무 숲이 차창 밖으로 몇 시간씩 변함없이 이어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가 걸린 듯했던 대륙의 시간이었다. 그때 마음속을 가로질러가 말이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에 알게 된 것들인가,"

 


 

‘작가의 말’ 맨 첫 문장으로 등장하는 이 말은 소설가 한수산이 지난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의 시간을 건너 노년이라는 간이역에 이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듯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꿈꾸었던 여행지는, 청춘의 진혼곡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세 곳.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테너시 윌리엄스가 살았던 미국 플로리다주의 키웨스트 그리고 화가 폴 고갱이 묻힌 히바오아섬의 갈보리 묘지다. ‘언제쯤’ ‘꼭 이곳만은’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그리워했던 곳이다.’

27년의 작가 혼을 불살라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와 역사 왜곡을 고발한 소설 『군함도』의 작가 한수산의 독백이다. 살벌한 역사의 전쟁터에서 이제 막 귀향한 군인처럼 드디어 우리는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그의 아름다운 문체를 만날 수 있다. 산문시처럼 투명한 문장과 깊은 사유의 언어로 다시 독자를 찾아온 소설가 한수산. 더 향기롭고 그윽해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하룻밤 사이 머리칼이 하얗게 새버린 콜베 신부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결코 짓밟혀서는 안 되는 인간으로서의 자존, 끝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꿈과 자유, 결코 물러설 수 없었던 그 모든 가치가 하나씩 붕괴되고 무너지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지킬 힘이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존재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서글퍼진다. 이제는 그리움도 아픔이 된다는 소설가 한수산의 고백 앞에서 더욱 처연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수산의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을 통해 독자는 그가 잠시 열어두었다는 마음속 다락방으로의 아름다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백발이 되어 있을 한수산 작가의 모습이 그리웠는데 마침 책 표지 안쪽에 그의 근황을 추측할 수 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젊은 날의 한수산의 모습은 아니다. 그때는 꽤 날렵한 몸매에 눈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대신 중년의 모습으로 활동적인 제스처가 자연스러워 건강한 모습이어서 다행스럽다. 그의 오랜만의 책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왠지 오늘 밤은 잠을 잘 잘 것 같다.

 

저자 : 한수산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고 1973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부초』 『유민』 『푸른 수첩』 『말 탄 자는 지나가다』 『욕망의 거리』 『군함도』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현대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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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 공인중개사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회독용 정답표, 빈출지문 정리노트, 한장끝장 맞춤부록 제공 2021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이영방.심정욱 지음 / 에듀윌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5년 전에 독자가 은퇴 후를 대비해 자격증 하나 따놔야겠다는 생각에 시도했다가 얼마 못 가 중단했던 것이 공인중개사 시험이었다. 당시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고, 독학으로 쉬엄쉬엄 준비해도 1년이면 충분하다 싶어 시도했다. 그러나 몰라도 한참 모른 얘기란 게 실제 교재를 살 때부터 밀려왔다. 두껍고 무거운 교재에 압도됐고 공포감마저 들었다. 자격 시험이라고는 대입 시험밖에 쳐본 적이 없어서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에 무지했고, 개론적인 것만 알아도 된다는 지인의 말에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다.

지금은 업무가 시간제로 변환돼 실제 자유시간이 많이 늘어난 데다가 은퇴가 현실적으로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학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시도하려고 마음 먹었다.

 


 

교재 준비 과정에서 이 책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공인중개사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을 보니 본 교재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기에는 충분했다. 단순히 문제와 답만 있는 게 아니라 회독용 정답표, 빈출지문 정리노트, 한장끝장 맞춤부록 등이 함께 있어 실제 시험을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 같은 사람, 중간 점검이 필요한 수험생, 마무리 확인이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필수교재 기출문제집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기출문제는 모든 시험의 기본자료이자 최신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실제 이 책은 각 단원마다 기출 문제 유형의 출제 빈도수까지 해마다 통계를 보여줌으로써 수험생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문제마다 정답과 함께 '해설'을 붙여 정답을 고르는 데 훨씬 도움이 되게 했다. 게다가 법령이 개정된 부분은 문제를 개정된 내용에 맞게 변형하여 효율적인 학습이 되도록 하고, 기본서 진도에 맞춘 ‘단원별’ 구성으로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연계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기출문제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기본서와 본 기출문제집을 병행하여 학습한다면 훨씬 더 큰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 제공되는 ‘한장끝장 과목별 맞춤부록’은 각 과목별 필수개념만 압축하여 한장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험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빈출지문 정리노트’를 활용하여 기출문제의 핵심만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제 시험지와 동일한 양식의 ‘제31회 기출문제’를 수록하여 실전감각을 익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 책은 우선 최근 10개년 기출 빅데이터 분석으로 학습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은 파트별 최근 10개년 출제비중과 출제 경향을 분석해 게재함으로써 각 파트별 출제비중 및 출제경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키워드로 정리하는 제32회 합격전략도 실었다. 제32회 시험을 위한 합격전략을 중요키워드로 확인 가능하다. 전년도 제31회 출제경향도 철저 분석했다. 이와 함께 10개년 회차별 출제빈도 분석표를 게재해 최근 10개년 동안 어떤 챕터에서 얼마만큼 문제가 출제되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단원별 기출 분석과 대표기출 공략을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기본서와 연계 학습을 통해 더 확실한 실력 배양에 주력했다. 10개년 각 챕터별 10개년 출제빈도를 꺾은선 그래프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베스트 출제키워드를 수록해 잊지 말아야 할 단어들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각챕터별 빈출이 되는 출제키워드를 수록하였다. 각 챕터의 대표유형이 되는 기출문제를 수록하고, 대표기출에 대한 난이도와 키워드, 출제경향과 10개년 기출회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분석 게재했다. 특히 각 지문별 핵심내용을 체크할 수 있도록 상세한 해설을 수록했다.

 


 

세 번째, 단원별로 구성된 기출문제로 개념별 문제풀이도 실어 이중 삼중의 실력 배양에 주력했다. 난이도와 키워드를 표시함으로써 학습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목별 교재 맨 앞의 회독용 정답표를 활용하여 반복하여 문제를 풀어보고, 취약 부분까지 한눈에 확인하도록 '회독용 정답표'도 실었다. 제31회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실전감각을 익혀보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는 제31회 기출문제의 난이도와 출제키워드, 상세한 해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요 키워드가 담긴 빈출지문들을 빈칸 채우기를 통해 핵심만 빠르게 정리하고,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활용하도록 빈출지문 정리노트(핸드북)를 별도로 준비해 뒀다.

이 밖에 과목별 특성에 맞는 필수개념을 한장으로 압축하여 정리해, 과목별로 잘라 단원별 기출문제집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 : 이영방

 

경제학 석사(토지경제학). 성신여대, 한남대학교 특강 강사 역임.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강사 역임. 전국 부동산중개업협회 사전교육 강사 역임. 대한주택공사 직무교육 강사 역임. 경인방송(iTV) 강사 역임. 부동산TV(RTN) 재능스스로 방송 강사 역임. 방송대학TV(OUN) 일자리방송(JBS) 중앙방송Q채널 강사 역임. 강남박문각행정고시학원 부동산학개론 강사 역임. 랜드스파 동영상강의 부동산학개론 강사 역임. 現 아모르 상상에듀 중개사학원 부동산학개론 대표강사. 現 아모르 상상에듀 동영상강의 부동산학개론 대표강사

[저서 및 논문]

한국의 지가상승요인분석(석사학위논문)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도서출판 홍제원 1999)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KTC 1999)

<부동산학개론> 3주완성 (도서출판 박문각 2000)

<부동산학개론> 문제집 (도서출판 박문각 2000)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도서출판 박문각 2001~2010)

<부동산경제> (서울시검인정 고등학교교과서)

<부동산학개론> 기본서 (아모르 상상에듀 2011~2013)

<부동산학개론> 문제집 (아모르 상상에듀 2011~2013)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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