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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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 세상이 숨 죽인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경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며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가능한 한 막고 있다. 대한민국도 국경을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불가피한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해외 여행이나 해외 관광객의 유입도 달갑지 않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수입이 줄거나 없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빛 내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 집행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그것마저 받지 못한 채 수입 끊긴 사람들은 하루 하루가 살아 남기 위한 전쟁이나 다름없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큰 재앙이 닥치거나 전쟁이 일어나면 사회 소외 계층,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코로나 재앙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갑자기 들이닥쳐 전 세계를 혼란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일상마저 모조리 빼앗아버렸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 사이도 만남은 점점 뜸해지고 함께 부대끼며 울고 웃던 사람들끼리도 멀어지고 있다. 따뜻한 정이 흐르던 일상은 이제 허공의 메아리처럼 날아간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이나 전화, 기타 IT기기에 의존해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놓고 있는 정도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피해야 하고, 옆 사람을 감시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피로감마저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음속 깊이 옛 이웃들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고 다시 마음껏 웃고 울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믿고 있는 것 같다. ‘거리두기 시대’를 맞이하며 이웃을 보듬기보단 피하게 되었기에 더더욱 인간애에 목말라 있는 듯하다.

 


 

저자 이철환의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공짜로 짜장면 한 그릇을 내어준 『연탄길』의 한 장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2,000매에 가까운 원고 중 12매의 『연탄길』 원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게 작가의 귀띔이다. 어른을 위한 『연탄길』과도 같은 이 소설 속에는 부모를 잃은 어린 남매와 시각장애인, 가정폭력에 노출된 청소년 등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삶이 녹록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들은 꾸준히 서로를 지키려 노력한다.

‘거리두기 시대’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감동과 반전과 유머를 오가며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지켜줘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잊고 있던 인간애를 되찾게 하는, 코로나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작품 배경과 등장인물이 압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독서에 몰입감을 준다. TV의 영상미를 강조하는 듯한 잘 짜여진 단막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배경이나 상황이 아무리 엄혹해도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 사랑과 아련한 감성이 흐르면서 잔잔한 감동이 이어진다.

 


 

이철환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칫 무겁고 쓸쓸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담담하고 경쾌하게 그려낸 희망 때문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끝없이 나아지기를 다짐하는 그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듯이,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듯이 우리가 품은 희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430만 부 베스트셀러 『연탄길』이 추운 겨울에 따스한 위로를 안겨주었다면,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통과하면서 봄을 소망하게 된 2021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소설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한국 사회를 통찰하는 작품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아픈 이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위로받은 이는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 거리두기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를 향해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다.

“사람에게 많이 속은 사람이 사람 안 믿을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사람을 많이 속인 사람이 사람 안 믿어. 속고 또 속아도 나는 사람 믿을 거야.”(p. 272)

 


 

고래반점을 운영하는 용팔과 아내 영선은 두 아들 동현과 동배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건강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정 많고 따뜻한 성품의 영선은 짜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어려운 남매를 데려다 엄마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일 정도의 따뜻한 이웃이다. 그런 영선을 보는 용팔은 돈 안 받고 먹이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만 그 또한 다친 길 고양이를 찾아 헤맬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코로나19로 바깥과 단절되어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다들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 시대의 모습을 잘 반영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짜장면 배달일에도 진심을 다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적는 용팔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있어야 할 우리의 자존심의 표상처럼 보인다.

영선은 우리 시대 따스한 이웃을 보여주는 반면, 동현과 동배는 성적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얘기하는 우리 시대 청소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래반점의 건물주 최대출은 전형적인 이 시대 갑(甲)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현과 동창인 최대출의 딸 서연은 어른들의 갑과 을 관계를 얼른 벗어나기를 바라는 부잣집 공부 잘하는 소녀이다.

2021년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고 등장인물이다. 독자로서 조금 아쉬운 점은 권력과 돈 있는 사람든 대략 악역을 맡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은 선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자가 부자나 권력 있는 사람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70년 산업화의 군부독재 시절 권력과 소외계층의 대립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이철환 저자의 능력이라면 프레임 밖에서 소설을 구성하고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인하는 용팔의 글쓰기에, 생각에 영향을 주는 말벗으로 나온다. 요즘은 학생들의 교과서에도 다양한 인종과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서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은 기성 세대보다 더 다양한 사회의 모습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게 하려는 시도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적응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렵다. 오늘도 TV 뉴스에 무인전자주문시스템을 들여놓은 업소가 많은데 시각장애인이나 시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나타나서는 안 될 물건이다는 장면이 잡힌다.

점자나 버튼 등의 장치를 부착해 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만드는 것이 '배려'일 것이다. 말로는 우선, 배려, 친절 등 장황하게 떠들지만 실제 세세한 생활 환경에는 전혀 배려심이 없는 듯하다. 그것이 안타깝다. 사용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각장애인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 "첨단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하나 더 늘은 것뿐입니다." 감동과 울림이 있는 정책과 기업의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들어 잠깐 말한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저자는 용팔과 영선, 동현, 동배와, 인하와 정인의 이야기속에서 우리에게 메세지를 주고 있다. 현대판 신분의 차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서민들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용팔은 건물주 최대출과의 관계, 또한 동현은 서연과 어떻게 될지, 무엇보다도 용팔과 영선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인혜남매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2권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저자 :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전3권)』, 『행복한 고물상』, 『위로』,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등 20종이 있다. 400만 이상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 수출되었고 『곰보빵』은 일본에,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되었다. 『연탄길』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9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의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편의 글이 영어로 번역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총 3회), KBS 2TV 특강, JTBC 특강, MBC TV 특강 등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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