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제 말은요
고송이 외 지음 / Book Insight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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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대재앙에서 인류는 무엇을 배웠을까. 많은 사람들은 백신을 우선적으로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백신의 제조는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의학적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 앞을로도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됨에 따른 최선의 예방책이니까 코로나가 남긴 유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피해 예방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거리 두기'다. 거리 두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인문학적 거리 두기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정 거리(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고 인문학적 거리 두기는 '소통의 거리 두기'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인류는 그동안 일상 생활에서 친한 사람일수록 거리를 가까이 하는 경험적, 관습적 습관을 갖고 있다. 이 습관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래야 친밀도도 높아지고 돈독한 친밀감이 형성되면 두 사람 간의 소통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표정, 눈만 봐도 상대의 의도를 알아채는 관계로까지 발전된다.

 


 

소통은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것이 바탕이 돼서 사회 생활도 원활해진다. 또 대인 관계가 좋아지면 삶도 윤택하고 풍요로워진다. 소통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적 공간은 이로 인해 없어지거나 크게 제약받는 등 침해를 받게 된다. 사적 공간을 침해해도 괜찮은 사이라면 아마도 가족 관계일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관계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사적 공간까지 침해되는 것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기서 소통 역시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적 공간까지 침해 당하면 '나'를 지키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통의 중요성 때문에 개인의 사정은 염두에 두지 않고 소통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 책 『그러니까 제 말은요』의 저자 고송이도 강요된 소통은 건강한 소통이 아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방과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선을 지키며, 나를 지키는 것이 진정성 있는 건강한 소통이다"며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당신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소통을 마주 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통을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해도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의문을 갖고 있다.

우리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소통을 무조건 잘하려고 하지 말자고 조언한다. 지금은 적당히 나를 지키고 상대도 지켜 주는 ‘소통의 최소한’이 필요한 시대이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소통을 잘하는 방법보다 스스로를 지키며, 상대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건강한 소통을 제안한다.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디지털 시대에 온기를 더하는 소통과 오해를 줄이고 호감을 주는 소통, 나를 지키며 나를 성찰하고 진심을 더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의 구성은 일곱개의 장(章)으로 이뤄지며 맨 먼저 현재의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점부터 지적하고 생각의 전환을 주문한다. 이후 문화 차이도 통(通)하게 만드는 소통에 대해 설명하며 화(火), 역(逆), 정(情), 통(通)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의 소통에 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온기를 전하는 소통과 관계의 새로 고침(F5, 컴퓨터 자판 : 독자 주)을 위한 소통 챌린지, 호감소통 등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정리한다. 개인적으로는 소통의 오해가 생기는 5가지 이유, 오해의 틀을 깨는 3가지 방법, 갈등해소를 위한 3가지 방법처럼 요약정리 책 같아 읽기에 매우 편하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저자의 배려로 읽힌다.

이 밖에도 나를 지키는 소통 방패와 소통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건네는 나침반처럼 일반 자기계발서의 처세술이 아닌, 나부터 지키고 일상의 행복을 만들라는 마음 단련이나 수련을 위한 조언들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저자는 원하지 않는 상황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자신으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경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의 권리와 안전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경계를 세우고 거절을 하되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은 각자 타고난 DNA와 환경적인 다양한 요소들로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의 틀, 즉 나와 상대방은 다르다는 인식과 인정을 하지 않고는 소통이 시작되기 어렵다. 저자는 이에 따라 소통의 새로 고침을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①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서 오해의 틀을 깰 수 있는 방법 3가지 ②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해소를 위한 방법 3가지 ③이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는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오해의 틀을 깨는 3가지 방법은 완곡함이 아닌 정확하게 표현하고 나만의 고정관념과 그릇된 신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첫째, '적당한 표현이 아닌 '정확한' 표현으로 바꿔라. 둘째, 고정 관념을 갖게 하는 '대표 의미'를 지워라. 셋째, 나에게만 유리한 신념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라 등 3가지다.

 


 

따뜻한 온택트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 상대방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본인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며, 분명한 메시지 전달을위해 정확한 발음으로 소통하며, 시선 맞추는 시선 처리와 표정 그리고 얼굴 뒤에 비치는 배경화면을 단색이나 깔끔한 것으로 설정하는 등 다각도의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상대를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무례한 사람들의 유형인 지배자형, 질투의 화신형, 심판자형, 무지형들에게 대처하는법도 제공한다.

"우리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진심을 담은 소통을 해야 하는 나 자신과 상대방이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내 마음을 아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이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다."(p. 265)

 

저자 : 고송이

 

(이 책의 저자는 8명의 공동저자이지만 대표 저자만 여기에 소개한다. 공동저자의 이력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에듀고(Edu Go) 기업교육연구소 대표.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를 마쳤으며,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CS컨설팅, 온라인·오프라인 사내강사양성과정을 주제로 기업과 공공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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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균형의 힘
이현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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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말하는 균형은 양쪽의 힘이 같을 때 한 쪽으로 쏠리거나 한 쪽이 파괴되는 등의 어떠한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물리적 법칙은 우주 내 모든 물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천체의 움직임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균형적이고, 밀어내는 힘도 엇비슷할 때 충돌하거나 파괴되는 일 없이 일정한 움직임이 계속된다. 이는 소우주, 우주의 한 부분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인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몸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뛰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힘들 것이다. 숨 쉬는 것도 들숨 날숨이 같아야 계속 숨을 쉴 수 있다.

이 책 『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이현주는 우리의 삶과 물리학의 물체의 특성을 접목시켜 삶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게 잘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옛날 동양에서는 과유불급과 중용이란 말이 삶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과유불급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고, 중용이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욕망을 절제해 삶의 균형을 잡으라 했고, 기독교에서도 탐욕은 죄악으로 규정했다. 모두 삶의 균형이란 시선으로 보면 같은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균형은 이처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고 균형이 무너지면 삶도 무너진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로 균형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 무의식적으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울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 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넘어지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통이 오는 것처럼 경직된 습관도 마음을 해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황에 맞게 자세를 바꿀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적응력으로 읽힌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만나온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삶에서 균형의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번아웃이 찾아온 직장인,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자꾸만 마음이 심란하고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 같은 마음의 증상은 대부분 방치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상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삶을 운용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내 마음의 균형은 잘 잡혀 있는지, 이미 흐트러진 균형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내면은 좀 더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 출판사 측의 조언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마음이 보내는 알람, ‘균형을 맞출 시간입니다’”에서는 마음의 균형이 맞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상들로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설명한다.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 중의 하나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꼬인다면, 어떤 관계는 원만한데 어떤 관계는 갈등이 생겨 힘들다면, 일상이 심심하고 지루해졌다면 균형을 점검해봐야 한다.

2장 ‘삶의 균형이 깨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에서는 불균형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나는 불안, 번아웃, 우울, 중독 등의 증상에 관해 다룬다. 차라리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업무와 휴식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3장 ‘내 삶의 가치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기’에서는 이성과 감정, 일과 휴식 등 우리가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살기를 원하고 지향하며, 그 가치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적용하고 운용함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과 조화가 필요하다.

4장 “균형 맞추기, ‘균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에서는 자신이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균형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주변보다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생의 주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욕구와 환경의 요구를 살펴야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삶의 균형'이란 말을 대할 때 독자는 '워라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또 얼마 전부터 정부의 노동의 강도를 약화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생각난다. 워라벨은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워라밸이 등장은 오래전에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워라밸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쓴 슬로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쉽게 워라밸을 외치지만 삶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칫 '적당히'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일하기 싫으면 내세우는 구호쯤으로 폄훼할 수도 있다. 특히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논다는 개념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하다. 더욱이 돈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 남보다 잘살기 위해 24시간 일해왔던 사람들에게 워라벨은 '등 따뜻하고 배 부른 소리'라고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굳이 정부의 슬로건이 아니라도 과로나 지나친 운동, 일에서 오는 지나친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슬로건도 적당량의 일 이후에는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이지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취미 생활은 휴식의 한 방법이고 건강한 휴식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강조한 것은 상항이나 조건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자신이 변화하면 된다. 변화하기 위해선 일을 대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균형,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늘 자신을 갈고 다듬어 조금씩 나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저자 : 이현주

 

한양대학병원과 서울대학병원에서 병원 수련을 거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삼성전자 열린상담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냈으며,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상담센터 센터장을 7년간 역임하였고, 넥슨, 안랩 등에서 직장인을 상담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20년 넘게 다양한 직종과 직급의 직장인을 상담·코칭하면서 내담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하여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직장인을 위한 마음사용설명서』 『도대체 내 마음이 왜 이럴까』 『관계의 99%는 소통이다』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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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
김동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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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유럽의 시대라고 했다면 20세기는 미국,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아시아의 시대라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뜻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을 빼놓고 오롯이 중국의 시대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인 면만 아니라 군사 외교적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시대는 채 막을 올리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쳤다. 기존 미국의 견제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 전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불시에 닥쳐온 것이다.

4차 산업시대를 앞두고 커다란 벽에 부딪친 동북아 3국 중 가장 피해가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이 책 『혼돈의 시대』는 이 점을 포함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대한민국의 경제 및 산업 등 다방면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어떤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할지를 제시하는 목적으로 발간되었다. 저자 김동원은 "역사적으로 2020년대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한꺼번에 맞물려 큰 변화를 초래한 시대는 드물다"며 "미중무역갈등과 유례없는 팬데믹에 기후 변화까지 지금의 시대는 긴 역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며, 혼돈스러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통찰하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본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골몰했던 2010년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던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으로 G1 국가인 미국의 위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경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함으로써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졌다. 양극화로 중병이 든 자본주의와 부족정치로 갈라진 각국의 정치판도 부족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2020년대를 향한 세계는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 곳곳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도대체 우리의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라도 한번쯤 가졌을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책은 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1918년 6월 하순에 시작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명의 감염자와 2,000만에서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만들었던 ‘스페인 독감’이 일어난 지 꼭 100년 만에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기준 1억 3,472만 명의 감염자와 292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계속되고 있다. 100년 만에 세계적 유행병이 재발했다는 사실만으로 2020년대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 폴라니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총체적으로 ‘거대한 전환’이라고 지칭했던 국제정치 판도를 비롯한 세계를 움직이는 틀의 전환과 비슷한 양상이 2020년대에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기적 전환기라고 할 만하다.

첫째, 국제정치적으로 100년 전 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ica) 시대가 끝나고,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주도권의 혼돈기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100년 전 영국의 경제력 쇠퇴와 독일의 경제력 확대가 진행되었던 반면에 20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경제력이 팽창하는 이른바 G1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제금융 측면에서 1910년대는 금본위제의 붕괴가 진행된 시기로 금본위제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0년 전 파운드 중심의 세계금융체제 붕괴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왔던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넷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을 비롯하여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구조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충격으로 평가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IMF는 세계 경제가 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 2020년대의 상당한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각국의 정치 흐름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192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3년 독일의 히틀러)이 일어났다. 2020년대에는 영국의 브렉시트(2016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출현(2017년)으로 대표되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정치적 부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강점인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 100년 전 기술적으로는 산업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여 2020년대는 기계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나아가 ‘데이터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책에 따르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어느새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했다. 2020년대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붕괴하고 있는 기존 중심세력이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와 새로운 세력이 원하는 ‘세계 지도력’이 계속 충돌하면서 2020년대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미국의 혼란은 곧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잡을 ‘세계의 경찰’이 없는 세계의 혼란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악화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미·중 간의 무역마찰 이면에 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간의 체제 마찰을 넘어서 세계의 정치경제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양상은 ‘신냉전(The New Cold War)’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애플사가 발표한 〈2020년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2018년 45개국의 1,0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상위 200개 공급기업의 국적은 대만 46개, 중국 41개, 일본 38개, 미국 37개, 한국 13개이며, 생산에 참여한 공장은 809개로 중국 380개, 일본 126개, 미국 65개, 대만 54개, 한국 35개다. 놀랍게도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 사슬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2018년 더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이 9개, 삼성SDI 공장이 5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의 경우 소매가격 1,200달러 중 부품비용은 370달러이며, 부품 중 단일비용으로 가장 큰 부품은 액정화면이다. 이 액정화면 값 110달러가 삼성 디스플레이에 지불되며, 부품비용의 가장 큰 몫은 일본 기업들에 돌아간다. 아이폰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폭스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지만 폭스콘이 받는 조립비용은 제조비용의 6%, 제품가격의 2%에 불과하다. 애플사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애플사의 제품들은 애플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중간재의 형태로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상품들은 특정한 하나의 나라 제품이 아니라 ‘Made in the World’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은 정치·경제적으로 역세계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글로벌 가치 사슬은 다소 위축되더라도 여전히 세계 무역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화의 틀과 각국의 국내정치 간의 충돌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국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와 직면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훼손하는 국가는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적 국익을 잃을 것이며, 반면에 정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내 문제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1994년 300만 명(대부분 미국)에서 1998년 1억 명을 돌파하여 2004년 10억 명, 2010년 20억 명, 2015년 30억 명, 2019년 40억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 세계 인구가 구글 서치와 유튜브를 하루 1건 이용하고, 이메일을 33건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생활하고 생산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했다. 1960년대 컴퓨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이후 스마트폰, 현재의 데이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기술적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생산하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이른바 ‘데이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 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별도의 장(章)을 마련하여 「절망의 대한민국」과 「희망의 대한민국」를 펼쳐 보이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이같은 대한민국의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이유는 세계적 흐름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지정학적 위치에서 오는 문제, 북한의 핵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특수성, 무역대국이지만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은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책에 따르면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는 한미동맹과 외교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국익을 놓쳐 우왕좌왕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대응 역량의 약화는 다른 위협 요소와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 몰락의 과정이 혹자가 경고하는 '동아시아의 베네수엘라'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간신히 버티며 평생 갈등 속에 살아갈 것이다. 죽어라 열심히 경쟁하고 일해도 생산성이 매우 낮고 보람을 느끼기도 힘든 세상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자칫 잘못 대응하다가는 우리의 50~70년 전의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만일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마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생각하면 끔찍한, 일어나선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어 해결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진행되는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의 일들은 벌써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다가올 운명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정치인의 사려 깊은 행동으로도 내년의 사건에 변화를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역사 이면에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경향은 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숨겨진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을 바꾸는 상상력과 가르침의 힘으로 이 경향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주장하고, 환상의 베일을 벗기고, 증오를 버리고, 인간의 심장을 뛰게 하고 마음을 일깨우는 그런 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뚜렷한 대응 방안은 아니지만 우선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저자 : 김동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화폐금융을 공부했다.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2000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세상 살피는 일을 익혔다. 2004년 11월부터 2007년 말까지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현장을 경험했으며, 2008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일했다. 2010년부터 2년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시사경제를 강의했다. 50여 편의 논문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 박경서 공저, 2000), 《화폐금융과 경제활동》(김기화 공저, 2003),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2018) 등의 저서가 있으며, 중앙일보에 《김동원의 이코노믹스》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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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를 거두세요 - 소나무 스님의 슝늉처럼 '속 편한' 이야기
광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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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가시를 거두세요』를 손에 든 순간 '파란눈의 스님' 한 분이 생각난다. 지금은 좋지 않은 일에 연루돼 두문불출하는 것 같은데 한때 그 스님의 책은 대한민국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멈추면~ 』으로 시작해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내는 책마다 '신드롬'이라 할 만큼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개인적 사안에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언론에서도 자취를 감추었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애독자들의 뇌리에는 아직 남아 있을 듯하다.

광우 스님의 『가시를 거두세요』를 서평하면서 웬 파란눈의 스님을 얘기한다고 할 독자들이 많을 듯하지만 이 책이 그 책 못지 않게 잘 쓰고, 잘 만들어진 책임을 말하기 위함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뒤질 것 없고 편집이나 책 제작에 있어서도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해 기분이 좋아져서 자랑 삼아 언급했다. 독자 여러분과 편집진들의 오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독자는 광우 스님의 존재를 알게 돼 기쁘고 그의 팬이 됨을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시청하지 않던 불교방송도 프로그램 방송 시간에 맞춰 시청할 계획이다. 이 책을 읽으니 저자의 탁월한 '마음돌봄'의 태도나 시청자들의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돋보이는 '자비심'에 한없이 존경하고 기대고 싶은 분이다. 저자 광우 스님은 불교방송 BTN을 통해 이미 많은 팬을 가진 '인기 스님'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됐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있는 강의”,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자꾸자꾸 듣고 싶어지는 말씀”,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반복해서 들으며 마음을 다집니다”…. BTN 불교TV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광우 스님의 소나무〉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시청률 1위, 인기 검색어 1위를 놓치지 않는 ‘소나무 스님’의 명강의는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불교에 대해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광우 스님이 종교를 초월해 고민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쓴 에세이집이 이 책 『가시를 거두세요』이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 원수가 되어 나를 괴롭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자식이 가장 큰 아픔으로 나를 괴롭힐 때,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괴로움을 맛본다. 그러나 저자는 사람으로 인해 마음을 다치더라도 사람을 통해 다시 일어서야 하며, 마음을 다친 자는 마음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마음을 딛고 일어서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은 어렵지 않다. 고요히 앉아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그저 바라보는 것. 잠시 마음을 바라보며 놓아버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진다. 스님들은 누구나 수행과 명상을 강조한다. 늘 현재에 충실히 집중하는 것이 수행이고, 조용히 마음을 돌보는 일이 명상이다. 이는 종교를 막론하고 강조하는 사항인 것 같다. 철학자들도 사색과 현재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욕심 내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마음속에 뾰족뾰족 돋아난 가시로 나와 남을 찌르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마음돌봄 이야기다. 스님은 이 가시들의 뿌리가 바로 마음 깊은 곳에 고인 슬픔, 분노, 미움, 고통, 후회 등 수많은 상처와 감정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그 가시는 '내 눈물이 굳어 뾰족해진 얼음송곳'이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은 감정들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나와 남을 찌르고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뽑지' 않고 '거두라'는 의미의 제목을 택했을 터이다.

광우 스님은 이 책에서 귀로 듣고 귀로 나가는 ‘힐링’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몸으로 닦아나가는 ‘수행’을 강조한다. 살면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의 고민과 아픔, 갖가지 문제들은 결코 힐링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행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처 돌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나와 남을 찌르지 않도록 늘 마음을 살피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연습이 바로 수행이니까.

 


 

이 책에서 저자는 ‘투명 고릴라 실험’ ‘변화맹 실험’ 등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실험과 불교 설화, 자신의 수행담, 그리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내 삶의 문제와 잇닿아 있는 현실적인 사례들로 접근하니 더욱 공감이 간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조금씩 깨달아가며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나를 힘들게 했던 문제들이 원래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

각 장의 마지막에는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상황별 생활명상법을 수록했다. 스님이 차근차근 이끄는 대로 호흡하다 보면 작은 실천으로도 평온함과 고요함에 이르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시 명상은 우리의 상처 받은 마음을 돌보는 데는 꽤 유효한 방법인 것 같다.

 


 

열아홉 나이에 해인사로 출가한 광우 스님은 어느덧 법랍 23년 차를 맞았다.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출가했다. 좌충우돌 설익은 절집생활과 오랜 참선 수행, 고민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깊은 사유와 관찰을 통해 스님이 찾아낸 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라는 것, 산다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누구도 이러한 인생의 숙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삶이 이토록 막막한 숙제로 다가올 때, 스님은 이런 조언을 들려준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과 문제에 부딪힙니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부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바뀔 때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고민과 문제가 원래부터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p. 34)

 


 

‘남들은 별문제 없이 잘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괴로운가’ 묻는 이들에게 스님은 답한다. 누구에게도 쉬운 인생은 없다고,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 온몸을 던져서 꿋꿋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너무 힘을 주고 사느라, 또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며 사느라 지친 이들에게 따듯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참된 행복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왜냐고요? 조건과 원인으로 일어난 행복은 그 조건과 원인이 사라질 때 같이 사라져버리니까요. 돈으로 얻은 행복은 돈이 없으면 사라지고, 명예·권력·인기로 얻은 행복은 그것들이 무너지면 함께 사라집니다. 사랑 때문에 행복했는데 그 사랑 때문에 가슴 아프고 힘들어요. 원인과 조건에 기댄 행복은 결코 참되지 못합니다.

- p.202-203, 「무엇에도 기대지 않는 행복」 중에서

 


 

뇌는 늘 속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정교한 정보 처리 기관인 뇌가 이토록 허술하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옵니다. 그리고 스스로 되묻게 됩니다.“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서 살아왔던가?”

불완전하고 허술하고 빈틈 많은 뇌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성찰’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던져야 합니다.

“제대로 보았는가? 제대로 들었는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가?”

- p.259, 「인간은 착각 덩어리」 중에서

 

저자 : 광우

 

책과 명상을 좋아하는 수행자. 방송과 유튜브, 강연 등을 통해 고민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종교를 초월해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소나무’ 스님. 마치 옛날이야기같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설법,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로 사람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학창 시절에는 삶과 죽음, 진리에 대해 고민하며 철학자를 꿈꿨다. 손에 잡히는 대로 탐독하던 책들 속에서 마음을 밝히는 지혜의 말씀들을 접하고, 문득 ‘깨달음’을 얻고 싶어 열아홉 나이에 합천 해인사로 출가했다. 좌충우돌 설익은 절집 생활 속에서 좋은 스승과 좋은 도반들을 만나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선원을 다니며 참선 수행에 집중했는데, 그토록 찾던 깨달음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항상 걸려 있던 답답증이 사라지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체험을 했다. 여러 사찰의 불교대학에서 강의하다 우연히 부탁받은 것을 인연으로 BTN에서 설법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광우 스님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를 5년째 진행하며 시청률 1위 프로그램으로 이끌었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닦을수록 늘 부족함을 느낀다는 스님은 여전히 안으로 사유하고 밖으로 관찰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수행자로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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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 - 도시에서 사일 시골에서 삼일
한순 지음, 김덕용 그림 / 나무생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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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서울 토박이는 아니다. 아주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와 수십년 살았으니 말씨도 서울말씨이고 친구들도 서울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학교를 마치고 얼마 안 돼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군대와 취업 전 잠시 쉴 때를 빼고는 학교와 직장생활을 계속한 셈이다. 이제는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인데도 아직 직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오직 노후준비의 부족 때문이다. 쉽게 표현하면 노후 생활에 대해 전혀 준비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 들어가는 국민연금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노후에 큰 관심이 없었고, 큰돈 들어갈 일이 없으면 그럭저럭 살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근거 없는 낙관의 결과다.

그래도 시골에 가면 돈이 덜 드니까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순진함 그 자체였다. 우선 집값이 이른바 전원주택 규모는 서울집 팔아도 부족했다. 경기도에서만 찾아서 그런지 집값이 서울 변두리보다 비싼 데가 많았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찾아보자며 우선 미뤘다.

 


 

이 책 『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의 저자 한순은 시인이고 에세이스트다. 지금은 출판사를 운영중인 것 같다. 그가 도시에서 나흘, 시골에서 사흘의 '반쪽 귀촌'을 생각한 것은 계속된 도시생활, 직장생활에서 오는 번아웃 현상 때문으로 읽힌다. 그는 "오십 중반이 되어서 삶의 에너지가 다 고갈된 듯한 허기가 몰려와 도시에서 나흘, 시골에서 사흘, 반절짜리 귀촌을 선택한 이유가 시골에만 가면,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나무와 흙냄새 나는 시골로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관성을 뿌리치며 일터인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매주 오가는 것도 숨 가쁘긴 매한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살면서 부러 외면하고 떨어뜨려 놓았던 '본질'과의 밀당이 본격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술회한다.

저자가 '본질'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일종의 '자아 찾기' '자신의 본성 회복하기' 정도로 독자는 이해한다. 평생 도시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허술하기는 저자나 독자나 매한가지 같다.

 


 

‘도사시삼’, 말 그대로 도시에서 4일 시골에서 3일을 살겠다는 건 작가에게 크나큰 결심이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출판사를 운영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데 오십 중반이 되어서 삶의 에너지가 다 고갈된 듯한 허기가 몰려왔다. 도시에서 나흘, 시골에서 사흘, 반절짜리 귀촌을 선택한 작가는 시골에만 가면,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나무와 흙냄새 나는 시골로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그 생활도 숨 가쁘긴 매한가지였다. 관성을 뿌리치며 일터인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매주 오가는 것도 그렇지만, 내적으로도 살면서 부러 외면하고 떨어뜨려 놓았던 본질과의 밀당이 본격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요하게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라는 본질은 금형 프레스에 눌려 신음하고 있었다. 저자는 살기 위해 귀촌을 선택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을 꽉 채웠던 자연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그를 다시 회복시켜 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에세이를 읽으면 볕이 잘 드는 마당에 앉아 따스했던 옛집의 풍경을 떠올려보고 나라는 존재와 삶을 이해하기 위해 대자연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전원생활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본질도 회복되고, 건강이나 감성, 감정 등 모든 게 다 풀릴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저자의 희망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때로는 일로부터 삶으로부터 무심해지려고도 애를 썼다는 저자가 완전히 삶의 패턴을 바꿔 귀촌생활에 쉽게 안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다는 저자에게 그런 시골의 한가롭고 정감어린 옛날 얘기만 머릿속에 있었지 현실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각자 주인공이면서 스스로 그러한 모두에게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굴참나무로, 누군가는 고라니로, 누군가는 굴참나무 잎의 보호를 받고 피어난 남보랏빛 각시붓꽃으로. 스스로 그러한 자연 앞에서 나는 자비와 무자비가 비빔밥이 된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전적 정의가 무너지는 것이 한편으로 혼돈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무엇인가 그동안 나를 누르고 있던 금형 프레스 같은 것이, 가벼이 날리는 아카시아 향기에 실려 사뿐히 사라진 기분이다.(p. 74~75)

도시에서, 살아오면서 확립했던 개념들이 무너지는 것은 혼돈스러운 일이 분명하지만 ‘나를 누르고 있던 금형 프레스’가 치워지는 순간 저자는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내가 잠든 순간에도 굴참나무는 종자를 떨어트리고, 내가 번민에 휩싸인 시간에도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깨운다.” 더는 고집부리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으며, 나라는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를 따라 도사시삼을 따라 들어가본다. 속도를 멈춘 순간, 작가에게는 ‘스스로 그러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심한 듯 자신의 일을 하고, 생명을 빚어내는 ‘자연’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본질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저자에게 큰 위안이자 선물 같은 것이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싱그럽고, 우아하고, 때론 처절하고, 그러나 끝내 또다시 꽃을 피우는 여인의 삶을 부정하고 살았던가. 선머슴처럼 떠돌던 마음을 움찔하게 만드는 대자연과의 조우. 우주, 땅, 밭, 돌, 이들이 가진 여성성을 보며 작가는 여성이지만 더 큰 여성을 선망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아우르고 독려하고 참고 키우는 그 순함과 성실함에는 신앙과도 같은 경건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귀먹고 눈먼 후배들을 참아주고 끌어주던 선배들처럼 나이 먹은 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나를 찾기 위해서 들어선 길에서 오지랖만 넓어졌다는 작가의 푸념에 사람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순하고 정갈한 마음이 느껴진다. 글속에서 저자는 생활에 완전 녹아든 것처럼 느껴진다.

"식물이 떨어뜨린 씨앗 하나가 생명의 움을 틔우기까지, 두더지는 포슬포슬하게 땅을 일궈놓고, 빗방울은 대지의 목마름을 적셔놓고, 또 낙엽은 이불을 덮어 온기를 지켜준다. 무심한 듯 자신의 일을 하지만, 이런 무심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을 빚어낸다."(p. 204)

 


 

이 책에서 시골 신입생의 묵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끝없이 이어진다. 누군가 하지 않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얽매어 있던 일상의 문제들과 마음의 갈등에 대해, 한 끼 밥에 대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신체를 단련하듯' 저자는 도시와 시골을 매주 성실히 오가며 지금도 '여자 사람 한순'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아직은 적응이 제대로 안 된 듯한 느낌도 난다. 아마 또다른 적이 나타났나 보다.

"저 사이로 무엇인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숲속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저것. 그것은 바로 ‘절대 고독’ 그분이다. 깨달아도, 깨닫지 못하여도 비껴갈 수 없는 그분. 사랑해도 소용없고, 사랑하지 않아도 소용없는 절대자 그분. 나는 그분과 아주 천천히 친해지려 한다. 나는 그분 앞에서 백전백패이므로 가급적 아주 천천히 다가가려 한다."(p 142)

 


 

『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는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다 번아웃에 빠진 저자가 자연과 만나면서 치러낸 ‘자신과의 직면’ 서사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나무와 만나듯 자신과 직면한 곳에서 자연은 때로 스승으로, 때로 부드러운 친구로 치유하고 다독인다. 그 과정에서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눈이 쌓인다. 자연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직 내 인생의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했다면 '도사시삼'의 탄력 있는 에세이에 빠져볼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바쁘지만 사람과의 접촉은 가급적 줄이기 위한 생활에는 그런 대로 괜찮아 보인다. '반쪽 귀촌'이라고 폄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저자 : 한순

 

196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시인, 에세이스트며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다. 2015년 문화체육부장관 출판공로상을 받았다. 첫 시집 《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와 함께 한순 노래 모음 《돌이 자란다》를 발매했다.

 

그림 : 김덕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UAE관광문화청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한국미의 고유한 특성을 나무와 자개를 사용하여 세계화시키고 있는 대표적 작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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