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
김동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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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유럽의 시대라고 했다면 20세기는 미국,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아시아의 시대라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뜻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을 빼놓고 오롯이 중국의 시대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인 면만 아니라 군사 외교적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시대는 채 막을 올리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쳤다. 기존 미국의 견제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 전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불시에 닥쳐온 것이다.

4차 산업시대를 앞두고 커다란 벽에 부딪친 동북아 3국 중 가장 피해가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이 책 『혼돈의 시대』는 이 점을 포함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대한민국의 경제 및 산업 등 다방면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어떤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할지를 제시하는 목적으로 발간되었다. 저자 김동원은 "역사적으로 2020년대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한꺼번에 맞물려 큰 변화를 초래한 시대는 드물다"며 "미중무역갈등과 유례없는 팬데믹에 기후 변화까지 지금의 시대는 긴 역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며, 혼돈스러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통찰하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본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골몰했던 2010년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던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으로 G1 국가인 미국의 위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경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함으로써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졌다. 양극화로 중병이 든 자본주의와 부족정치로 갈라진 각국의 정치판도 부족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2020년대를 향한 세계는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 곳곳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도대체 우리의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라도 한번쯤 가졌을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책은 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1918년 6월 하순에 시작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명의 감염자와 2,000만에서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만들었던 ‘스페인 독감’이 일어난 지 꼭 100년 만에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기준 1억 3,472만 명의 감염자와 292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계속되고 있다. 100년 만에 세계적 유행병이 재발했다는 사실만으로 2020년대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 폴라니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총체적으로 ‘거대한 전환’이라고 지칭했던 국제정치 판도를 비롯한 세계를 움직이는 틀의 전환과 비슷한 양상이 2020년대에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기적 전환기라고 할 만하다.

첫째, 국제정치적으로 100년 전 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ica) 시대가 끝나고,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주도권의 혼돈기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100년 전 영국의 경제력 쇠퇴와 독일의 경제력 확대가 진행되었던 반면에 20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경제력이 팽창하는 이른바 G1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제금융 측면에서 1910년대는 금본위제의 붕괴가 진행된 시기로 금본위제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0년 전 파운드 중심의 세계금융체제 붕괴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왔던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넷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을 비롯하여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구조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충격으로 평가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IMF는 세계 경제가 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 2020년대의 상당한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각국의 정치 흐름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192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3년 독일의 히틀러)이 일어났다. 2020년대에는 영국의 브렉시트(2016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출현(2017년)으로 대표되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정치적 부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강점인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 100년 전 기술적으로는 산업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여 2020년대는 기계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나아가 ‘데이터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책에 따르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어느새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했다. 2020년대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붕괴하고 있는 기존 중심세력이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와 새로운 세력이 원하는 ‘세계 지도력’이 계속 충돌하면서 2020년대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미국의 혼란은 곧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잡을 ‘세계의 경찰’이 없는 세계의 혼란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악화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미·중 간의 무역마찰 이면에 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간의 체제 마찰을 넘어서 세계의 정치경제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양상은 ‘신냉전(The New Cold War)’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애플사가 발표한 〈2020년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2018년 45개국의 1,0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상위 200개 공급기업의 국적은 대만 46개, 중국 41개, 일본 38개, 미국 37개, 한국 13개이며, 생산에 참여한 공장은 809개로 중국 380개, 일본 126개, 미국 65개, 대만 54개, 한국 35개다. 놀랍게도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 사슬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2018년 더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이 9개, 삼성SDI 공장이 5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의 경우 소매가격 1,200달러 중 부품비용은 370달러이며, 부품 중 단일비용으로 가장 큰 부품은 액정화면이다. 이 액정화면 값 110달러가 삼성 디스플레이에 지불되며, 부품비용의 가장 큰 몫은 일본 기업들에 돌아간다. 아이폰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폭스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지만 폭스콘이 받는 조립비용은 제조비용의 6%, 제품가격의 2%에 불과하다. 애플사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애플사의 제품들은 애플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중간재의 형태로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상품들은 특정한 하나의 나라 제품이 아니라 ‘Made in the World’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은 정치·경제적으로 역세계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글로벌 가치 사슬은 다소 위축되더라도 여전히 세계 무역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화의 틀과 각국의 국내정치 간의 충돌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국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와 직면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훼손하는 국가는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적 국익을 잃을 것이며, 반면에 정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내 문제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1994년 300만 명(대부분 미국)에서 1998년 1억 명을 돌파하여 2004년 10억 명, 2010년 20억 명, 2015년 30억 명, 2019년 40억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 세계 인구가 구글 서치와 유튜브를 하루 1건 이용하고, 이메일을 33건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생활하고 생산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했다. 1960년대 컴퓨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이후 스마트폰, 현재의 데이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기술적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생산하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이른바 ‘데이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 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별도의 장(章)을 마련하여 「절망의 대한민국」과 「희망의 대한민국」를 펼쳐 보이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이같은 대한민국의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이유는 세계적 흐름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지정학적 위치에서 오는 문제, 북한의 핵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특수성, 무역대국이지만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은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책에 따르면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는 한미동맹과 외교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국익을 놓쳐 우왕좌왕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대응 역량의 약화는 다른 위협 요소와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 몰락의 과정이 혹자가 경고하는 '동아시아의 베네수엘라'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간신히 버티며 평생 갈등 속에 살아갈 것이다. 죽어라 열심히 경쟁하고 일해도 생산성이 매우 낮고 보람을 느끼기도 힘든 세상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자칫 잘못 대응하다가는 우리의 50~70년 전의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만일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마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생각하면 끔찍한, 일어나선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어 해결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진행되는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의 일들은 벌써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다가올 운명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정치인의 사려 깊은 행동으로도 내년의 사건에 변화를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역사 이면에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경향은 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숨겨진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을 바꾸는 상상력과 가르침의 힘으로 이 경향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주장하고, 환상의 베일을 벗기고, 증오를 버리고, 인간의 심장을 뛰게 하고 마음을 일깨우는 그런 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뚜렷한 대응 방안은 아니지만 우선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저자 : 김동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화폐금융을 공부했다.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2000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세상 살피는 일을 익혔다. 2004년 11월부터 2007년 말까지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현장을 경험했으며, 2008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일했다. 2010년부터 2년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시사경제를 강의했다. 50여 편의 논문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 박경서 공저, 2000), 《화폐금융과 경제활동》(김기화 공저, 2003),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2018) 등의 저서가 있으며, 중앙일보에 《김동원의 이코노믹스》를 연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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