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균형 -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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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을 지났고, 오늘부터 마지막 1년이 임기다. 적폐청산, 평등과 공정, 정의를 외치며 들어선 정부가 이젠 임기 1년만 남겨 놓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레임덕이 왔든지, 아니면 레임덕이 시작될 즈음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이어서인지 그 같은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적폐청산의 하나인 검찰개혁이 아직 말끔히 이루어지 않은 느낌이라서 찜찜하다. 공수처도 출범했지만 야당의 공세에 많이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후 존립 여부도 의문시 된다. 물론 법에 의해 출범한 공수처이니만큼 법에 의해 존폐도 결정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했던 명연설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종료된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독자는 법에 관한 서평 서두에 문재인 정부 출범과 임기, 검찰개혁을 왜 거론하는가. 법 때문이다. 독자는 법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적도 없어 법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검찰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갈등과 대립 등을 보면서 "법이 사회의 질서 유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긴 하나 보다" 하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법은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담긴 말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면 권력의 시녀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는 데 법처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고, 법관이나 검찰처럼 존경받는 기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법조계는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번 검찰개혁 갈등으로 드러난 법조계의 각종 치부는 법조인을 떠나 일반인들도 낯부끄러워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재판 거래'는 무엇이며 '공수처'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는 국민들의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낯추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의한 법조인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이익에 의한 법조인, 즉 사라져야 할 법조인 아닌가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법 얘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해가 별로 없다. 최근 1~2년은 '대한민국이 법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자조 섞인 국민의 원망이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세기, 1960~1990년 대는 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자의(恣意)라는 말은 자(恣)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의적이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데, 이현령비현령은 자의적(恣意的) 해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 법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타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고 법 집행의 법정주의를 정면으로배치되는 행위이다.

이 책 『법의 균형』이 쓰여져야 했는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법원이나 검찰 내에는 이른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고 한다.(독자는 검찰청이나 법원 청사에 직접 들어가본 적이 없어 확인은 못했지만) 이 여신상은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정의뿐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함께 상징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질서와 계율의 상징인 테미스(Themis)의 딸로서, 오늘날의 정의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여신이다.

정의의 디케에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오늘날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Justitia)가 탄생하였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Justice는 Justitia에서 생겨났다.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여기서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악을 판별하여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사전을 찾아 옮겨 적었음, 독자주)

 


 

이 책은 법이 말하는 가치나 균형점이 무엇인지, 또한 시민과 정의, 공정과 법치주의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인 관점에서 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해당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책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며 법의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이익와 이해의 사이에서 바라본 시선(1장), 혁신과 규제 사이(2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위기와 위험 사이(3장)에서 중심점을 잡는 요건과 체계 등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법의 지배와 법을 통한 지배(4장)를 구분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부분, 점진적 변화와 전진적 자세(5장)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며 시민의 법(6장)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건 및 변수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을 요구하는 용어로 인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책은 최대한 일반적인 관점, 그리고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법을 해석하며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용어들의 정리와 내용,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분했다.

 


 

법은 공평성을 근거로 균형론을 제시하는 제도권 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또는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할 때는 법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모르니까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 호소하는 것이다. 또 법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면 자신에게 유익한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법의 균형론'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최승필은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익과 이해를 둘러싼 각자의 주장과 논쟁이 갈등의 순환을 그릴 수밖에 없기에 불합리하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중간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p. 7) 여기서 법은 ‘균형적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의에 점차 수렴된다는 것이 저자의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법학자인 저자는 ‘균형적 합의’를 위해서는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가 필요하며, 좋은 법은 곧 ‘시민의 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 최승필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Maximilians Universitat Wu_rzburg에서 2년간 경제학을 수학했다. 같은 대학에서 경제공법으로 법학 박사Dr. iur. / Magna cum Laude 학위를 받았다. 법대를 나왔지만 경제를 좋아했다. 모든 사람들이 억울한 일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은행에서 십여 년 동안 기업 분석, 외채와 국제수지 등 일을 하다가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다. 공법, 비교공법, 헌법, 토지공법, 은행법, 경제법, 환경법, 재정법, 지방자치법, 국제경제법 등의 학회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중 몇몇 학회에서는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입법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국가와 국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심판 업무도 하고 있다. 법원 및 검찰의 학술 활동에도 참여하여 실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은 공직자와 변호사 그리고 전문인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도 하고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 미국 UC버클리 대학교 로스쿨UC Berkeley Law School에서 분주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 편견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기였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연구원의 객원 펠로우로 한중 공동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법의 지도』, 『법의 균형』,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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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일홍 지음 / FIKA(피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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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면서 느낀 점이 "감성 듬뿍 담아서 서정적인 서평을 써야겠다"입니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저자에게 실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자의 그림과 이름을 매칭해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그림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에서 여러 번 본 기억이 나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이 무척 '감성파' '로맨티스트' '사랑꾼' 같은 느낌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 같네요. 이번엔 직접 책을 쓰셨네요. 그림은 물론이고.

내용도 우리 감정 깊은 곳에 감춰진 맑고 깨끗한 영혼까지 끌어내는 것 같아요. 오래 보관하고 싶은 책입니다.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고 감정이죠. 그럴 때 대부분은 좀 즐거운 일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면 친구와 노래방 가서 마음껏 발산해버리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횡설수설하며 '나 아닌 나'를 떠나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자는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낙관적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는 그동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해왔다고 하니 글로 쓸 '거리'가 무척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관련된 글이지 않을까 해서요.

 


 

이 책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는데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서 해냈다는 거죠. 가끔 시인들 중에 글과 그림을 함께 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지만 에세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 같아요.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이 너무 너무 잘 맞아요. 독자로 하여금 글 읽고, 그림으로 감상해서 마음에 저장할 수 있게 해주네요.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저자의 재능이 선한 영향력을 독자들에게 미치는 것 같네요.

사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감수성이 짙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들 중에 예로 들면 80~90%가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사람들이에요. 마음이 여려서인지 마음의 상처도 잘 받고... 옛말에 '연애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연애하면 감성이 크게 발달하겠죠. 그러니 글을 쓰는 것이 대부분 시적으로 표현되는 것일 터, 읽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감성에 위안 받고 카타르시스도 얻고요.

 


 

연애하면 시인이 되면 연애에 실패하면 뭐가 되나요? 실패해도 시인이 되겠죠? 시는 현실을 잊으려 애쓰고, 여행으로 도피도 해보지만 역시 세월이 약이겠죠. 조금씩 옅어지는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겠지만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잘 다루어야지 자칫 함부로 다루려다가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 시처럼 좋은 해결책은 없을 듯해요.

저자의 감정 처리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감동도 받아요. 어지럽고 아픈 마음은 글로 정리해 깨끗이 카타르시스화 하면 그것 역시 한 편의 시일 거예요. 시는 독자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데 에세이 독자들은 논리적인 글에 공감하는 것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에 더 잘 빠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책 한 권을 자신의 감정이나 풀어내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훨씬 어려워지겠죠. 공감했던 독자들도 금세 잊어버릴 거구요.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하는데 형식적인 위로를 뛰어넘어 ‘나(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115가지의 다정한 진심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당신이 어떠한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더 가지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 실패하고 상처받아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누구나 공감 가능한 마음속 이야기와 따스한 조언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밤이 그만 불안하기를,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제목처럼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주고 실패를 주고 난관을 줍니다. '다른 사람은 잘 사는데 나만 왜?'란 말은 삶에서 통하지 않죠. 가까운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성찰하는 115가지의 말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자신을 뱔견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습니다.

 


 

저자의 부드러운 충고는 책을 덮어도 귓가에 맴돕니다. 조목조목 부드럽고 함께 아파하면서 해준 말은 이제 각자의 위로와 위안을 얻고 총총히 불빛 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는 '내'가 있고, '너'가 있지요. 소통하며 서로에게 속삭이듯 정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있으니까요.

저자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난관에 부딪히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서럽게 울며 출구를 찾아 헤맸을 때, 그 어떤 날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앞이 흔들리고 빛이 보이지 않던 시절이 없었다면, 이 모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당연해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른다”고. “잠시 넘어져도 괜찮으니 당신의 따스한 꿈과 아름다운 사랑을 놓지말”자고. 이제 나의 안부를 물으며 내가 가진 결핍을 용서하고, 더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자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그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잠들고 싶은 밤이지만, 나도 모르게 네게 연락을 할까 봐 겁이 난다. 며칠만 힘들면 무뎌지겠지 하고 깜깜한 기분을 참아보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는 게 너무 버겁다.

이 와중에도 네가 내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한다.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던 행동들을, 나를 지치게 했던 말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잘한 선택이다.

- 「결국 그리될 것들」 중에서

 

누구보다 나를 잘 알던 사람과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걸 반복하다 보면 관계의 끝을 염두에 두고 만나게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끝이 더 이상 슬퍼지지 않는다. 슬픔을 예습하는 것. 이별에 무던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선 노력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그게 사랑이었다. 자꾸만.

- 「그게 사랑이었다」 중에서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이미 엇갈린 관계에서 희미한 희망은 그만 품고, 애매하고 무책임한 관계에서 힘들어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너의 가치를 높여가다 보면, 분명 너처럼 멋진 사람과 영원하고 싶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지금은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자양분 같은 시간일 뿐이니, 너는 너답게 살아가기만 하면 돼.

그러니 절대 작아지지 말고, 어느 순간에도 너를 잃지 마.

- 「너를 잃지 마」 중에서

 

저자 : 일홍

 

가려운 기억들을 내내 견디며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그럴 때면 하염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행복이 망가질까 염려되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그리고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달을 때가 있다. 당신이 여기에 있어 내가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결국 우리라서 살아간다는 것. 이 책에 꾹꾹 눌러 적은 진심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작은 어깨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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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균형 -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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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을 지났고, 오늘부터 마지막 1년이 임기다. 적폐청산, 평등과 공정, 정의를 외치며 들어선 정부가 이젠 임기 1년만 남겨 놓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레임덕이 왔든지, 아니면 레임덕이 시작될 즈음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이어서인지 그 같은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적폐청산의 하나인 검찰개혁이 아직 말끔히 이루어지 않은 느낌이라서 찜찜하다. 공수처도 출범했지만 야당의 공세에 많이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후 존립 여부도 의문시 된다. 물론 법에 의해 출범한 공수처이니만큼 법에 의해 존폐도 결정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했던 명연설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종료된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독자는 법에 관한 서평 서두에 문재인 정부 출범과 임기, 검찰개혁을 왜 거론하는가. 법 때문이다. 독자는 법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적도 없어 법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검찰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갈등과 대립 등을 보면서 "법이 사회의 질서 유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긴 하나 보다" 하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법은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담긴 말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면 권력의 시녀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는 데 법처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고, 법관이나 검찰처럼 존경받는 기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법조계는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번 검찰개혁 갈등으로 드러난 법조계의 각종 치부는 법조인을 떠나 일반인들도 낯부끄러워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재판 거래'는 무엇이며 '공수처'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는 국민들의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낯추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의한 법조인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이익에 의한 법조인, 즉 사라져야 할 법조인 아닌가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법 얘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해가 별로 없다. 최근 1~2년은 '대한민국이 법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자조 섞인 국민의 원망이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세기, 1960~1990년 대는 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자의(恣意)라는 말은 자(恣)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의적이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데, 이현령비현령은 자의적(恣意的) 해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 법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타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고 법 집행의 법정주의를 정면으로배치되는 행위이다.

이 책 『법의 균형』이 쓰여져야 했는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법원이나 검찰 내에는 이른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고 한다.(독자는 검찰청이나 법원 청사에 직접 들어가본 적이 없어 확인은 못했지만) 이 여신상은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정의뿐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함께 상징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질서와 계율의 상징인 테미스(Themis)의 딸로서, 오늘날의 정의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여신이다.

정의의 디케에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오늘날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Justitia)가 탄생하였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Justice는 Justitia에서 생겨났다.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여기서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악을 판별하여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사전을 찾아 옮겨 적었음, 독자주)

 


 

이 책은 법이 말하는 가치나 균형점이 무엇인지, 또한 시민과 정의, 공정과 법치주의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인 관점에서 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해당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책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며 법의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이익와 이해의 사이에서 바라본 시선(1장), 혁신과 규제 사이(2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위기와 위험 사이(3장)에서 중심점을 잡는 요건과 체계 등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법의 지배와 법을 통한 지배(4장)를 구분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부분, 점진적 변화와 전진적 자세(5장)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며 시민의 법(6장)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건 및 변수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을 요구하는 용어로 인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책은 최대한 일반적인 관점, 그리고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법을 해석하며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용어들의 정리와 내용,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분했다.

 


 

법은 공평성을 근거로 균형론을 제시하는 제도권 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또는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할 때는 법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모르니까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 호소하는 것이다. 또 법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면 자신에게 유익한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법의 균형론'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최승필은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익과 이해를 둘러싼 각자의 주장과 논쟁이 갈등의 순환을 그릴 수밖에 없기에 불합리하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중간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p. 7) 여기서 법은 ‘균형적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의에 점차 수렴된다는 것이 저자의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법학자인 저자는 ‘균형적 합의’를 위해서는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가 필요하며, 좋은 법은 곧 ‘시민의 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 최승필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Maximilians Universitat Wu_rzburg에서 2년간 경제학을 수학했다. 같은 대학에서 경제공법으로 법학 박사Dr. iur. / Magna cum Laude 학위를 받았다. 법대를 나왔지만 경제를 좋아했다. 모든 사람들이 억울한 일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은행에서 십여 년 동안 기업 분석, 외채와 국제수지 등 일을 하다가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다. 공법, 비교공법, 헌법, 토지공법, 은행법, 경제법, 환경법, 재정법, 지방자치법, 국제경제법 등의 학회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중 몇몇 학회에서는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입법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국가와 국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심판 업무도 하고 있다. 법원 및 검찰의 학술 활동에도 참여하여 실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은 공직자와 변호사 그리고 전문인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도 하고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 미국 UC버클리 대학교 로스쿨UC Berkeley Law School에서 분주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 편견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기였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연구원의 객원 펠로우로 한중 공동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법의 지도』, 『법의 균형』, 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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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지능이다 -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자밀 자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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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감하다'는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공감은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자적인 의미로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feeling into)는 뜻이다. 이 말은 동감(sympathy)과도 비교될 수 있는데, 동감은 '함께 느낀다'(feeling with)는 뜻이다.

공감이라는 말의 기원은 19세기 미학과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공감은 대상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작을 따라 하고 나서 관찰자가 자신의 운동 감각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추론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책 『공감은 지능이다』의 저자 자밀 자키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공감 능력이 생물학적인 것으로서, 사람마다 타고난 정도가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생각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키우고, 목적과 필요에 따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다.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공감을 선택할 기회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주고, 분열된 세계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뇌는 변경할 수 없이 고정된 회로가 아니며,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흔히 ‘타고난 본성’이라고 알려진 공감은 어떨까? 우리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을 더 키우고, 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 이 책은 실험실 안팎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공감을 주제로 했던 다른 책들과 달리 공감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연습을 통해 어떻게 이 능력을 키우고 향상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은 자키가 “시대의 획을 긋는 이 책을 통해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말했으며, 『기브앤테이크』,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키가 심리학계의 빛이며 이 책은 “친절이 약함의 신호가 아니라 강함의 근원”임을 밝히는 획기적인 책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저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공감을 통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지도자였지만 이제는 증오 단체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p. 117), 민간인과 더 평화롭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경찰들(p. 262), 집단학살을 겪고도 용서를 향해 나아가는 후투족과 투치족(p. 181), 문학작품을 통해 삶의 관점을 바꾼 전과자(p. 189), 환자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의사와 간호사 들(p. 203)의 사례는 우리가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p. 37)

저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해외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공감의 작동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뿐 아니라 각 개인의 경험과 구체적인 변화를 서술함으로써 공감이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의 뇌와 공감의 정도가 변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1장), 우리가 공감을 선택하는 일에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2장).

그리고 외부인에 의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증오가 접촉으로 상쇄될 수 있으며(3장), 문학과 예술이 공감을 더 안전하고 즐거운 일로 만들어줄 수 있음을(4장) 설명해준다. 그리고 지나친 공감으로 지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감정과 협력할 수 있는지(5장), 시스템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꿈으로써 어떻게 사회를 더 친절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6장) 밝힌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을 낮추고 개인을 고립시킨다고 평가받는 소셜미디어와 익명성이 어떻게 공감을 증가시키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논한다(7장). 이 모든 논의를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사회, 그리고 미래에 살아갈 모든 존재에게 도움이 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다. 상대방이 나를 돕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먼저 친절하게 행동해야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또한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 활용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유년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해 양쪽 집을 번갈아 다니며 머물렀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지 않고 두 분 모두와 연결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각자에게 맞추어서 친절을 베풀었고 그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자는 부모님 중 어느 한 분과도 멀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었다. 그러나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만 해석한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돕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을 도와줄까? 친절을 베풀지 않았음에도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설명을 토대로 '공감'이 의문에 대한 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감정을 함께 느낄 때, 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이 그 고통 속에 있는 것 같고 그를 도우면 자기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의 가장 큰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는 그러나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공감의 부정적 영향이다. 공감하느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조금 충격적이다. 이 책에 언급된 사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매일 같이 생사를 오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살아나는 신생아들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도 결국 숨을 거두는 신생아 또한 매우 많다. 여기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이러한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죽은 신생아와 그의 부모에게 공감하고 감정에 이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비참함을 느끼고 무력함에 자책한다.

더욱 힘든 것은 이러한 일을 겪고 나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은 다시 자신을 내어줄 각오를 하면서 출근한다. 이렇게 공감하느라 지쳐버리는 '돌봄 종사자'들이 많이 위험하다. 이러한 현실을 같이 사는 가족들은 온전히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직장 내에서 하루 종일 공감하느라 지쳤지만 정작 집에 와서는 가족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달래준다. 명상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가족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등 자기만의 '자기 돌봄'을 실천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돌봄 종사자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마련되어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명상 등 자기 돌봄의 효과가 그래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다.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런 자기 돌봄의 시간을 마련해 스스로 충격을 완화시킬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또 흥미로웠던 페이지가 '공감의 넛지'를 다루는 페이지 중 사이코패스 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정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고정된 회로의 사이코패스더라도, 공감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이코패스가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어떤 느낌일지 최선을 다해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는 연구 과정이 나와 있다. 연구 결과는 사이코패스들이 미러링 반응이라는 공감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였다.

그 결과도 흥미롭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예측해서 효율적인 고통을 주는 지능형 사이코패스들도 있다. 그런 사이코패스들의 지능적인 예측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지만 저자의 다각도의 연구가 돋보인다는 독자의 느낌이다.

 


 

자기보호에서 출발한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장하였고 이제는 미래세대를 향하고 있다. 공감하는 마음을 진화시켜 나간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련과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의 사회는 더욱 가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부터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마음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이 사회는 공감으로 가득 찬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저자 : 자밀 자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스탠퍼드 사회 신경 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인지 신경 과학 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심리학과 신경 과학을 이용하여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연구한다. 학문적 연구 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공감, 친절, 관대함에 관한 심리학 칼럼을 저술하며 과학의 홍보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언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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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
김경헌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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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이하 클하)는 한마디로 '실시간 음성 소통' 방식의 신개념 SNS다. 다른 SNS는 사진이나 텍스트 위주의 소통 방식을 취했지만 클하는 한 발 발전된 SNS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에서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1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굉장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독자는 이를 지난해 들은 바 있지만 영어가 미숙하고 당시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아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젠 책으로 나와 뒤늦게 접한 격이니 바로 가입을 하려 했지만 제약 사항이 많았다. 아마 기존 SNS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가입에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있다.

이 책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는 클하의 탄생 배경과 성장 모습, 이용자를 위한 매뉴얼, 홍보·마케팅 채널로서의 활용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소통의 본질을 탐구한다. 우리가 클하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클하에 대해 궁금한 점을 대부분 해소시켜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가 그동안 해온 SNS로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가 있다. 페이스북은 ‘피드’를 통해 텍스트 위주의 ‘자기 알림’ 성격의 콘텐츠를 게재하는 방식이었고,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영상 등의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를 게재하는 방식이었다. 또 트위터는 텍스트 위주의 표현 방식을 취했다.

소통 방식의 주안점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반응을 체크하는 ‘피드백’ 방식은 동일하다. 때문에 이 소셜 미디어들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으로의 역할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와 ‘너’, ‘주체’와 ‘타자’가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정한 거리감과 공간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럽하우스’의 등장은 새로운 소셜 미디어의 탄생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원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기존 소셜 미디어와 차별화된 소통 방식인 ‘실시간 음성 소통’을 통해 다른 SNS에서 실시하지 못한 독특한 소통 네트워크의 구축이라 평가된다.

 


 

이 책은 새로운 소통 채널인 클하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에 상륙한 클하는 온전히 음성에 기반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기존 회원의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며, 모든 이용자는 실명으로 각자 하나의 계정만을 사용해야 한다. 기존 소셜 미디어가 지니는 이용자 접근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만큼 ‘제한성’이 가져다주는 ‘우리’라는 친밀함과 소속감, 공감성, 진정성의 가치는 더욱 증대된다. 이것이 기존 소셜 미디어와 클하가 구별되는 지점이다. 또한 클하 이용자는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방’들을 자유롭게 다니며 그 대화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클하 ‘방’ 안에서의 대화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다. 다자간 대화를 주도하는 사회자이자 진행자인 ‘모더레이터(moderater)’, ‘발언’의 자격이 주어진 ‘스피커(speaker)’,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리스너(listener)’로 구분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리스너도 원하면 언제든 손을 들고 ‘무대’(stage)로 와 스피커가 될 수 있고, 스피커도 원하면 언제든 리스너가 있는 ‘객석’(audience)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기존 소셜 미디어와 구별되는 클하만의 독특함이다.

 


 

저자의 말대로 클하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악명이 높다. 클하 때문에 밤을 샜다는 증언이 속출하는 요즘이다. 이 서비스의 무엇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인가? 크고 작은 방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격의 없는 진솔한 대화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소통 행위를 통해 누군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만족감에 있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한 ‘방’에 모여 진정성 있는 대화로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는 소셜 미디어는 오직 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소셜 미디어는 댓글 공유를 통한 일방향적 소통 방식에 머무름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공동체’적 소속감을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므로 수많은 ‘소소한’ 방에서 이루어지는 클하만의 다양한 소통은 오늘날 ‘불통의 시대’로 언급되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로 대변되는 '거리 두기'가 음성 소통과 진정성 있는 대화로 코로나 대응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경헌, 김정원, 신영선, 신호상, 이종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클하의 생성 배경과 전개, 사용자를 위한 매뉴얼, 개인 및 기업의 홍보·마케팅 채널로서의 활용 가능성,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의견을 개진한다. 나아가 우리가 갈구하고 있던 소통과 그 본질에 대한 화두도 던지고 있다. 그리고 클하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 등을 〈특별한 방〉에서 다룸으로써 클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도 전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소셜 미디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살피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책에 따르면 초창기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간단한 소식을 전하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소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학교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실제 관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의 싸이월드도 실제 인연을 기반으로 한 ‘일촌’으로 연결을 확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우리가 열광하며 밤을 새우게 했던 이 서비스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개인 쇼룸으로 변모해버렸다. 아름답게 포장된 공간들을 구경하며 나 또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다들 너무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나 또한 나의 쇼룸을 최대한 열심히 꾸며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결국 포장에 능하거나 업로드를 꾸준히 잘해내는 몇몇 사람들만 살아남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업로드 자체를 포기하며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포장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소통 방식인 클하의 등장 배경이다.

 


 

클하의 가장 큰 난관은 가입이다. 독자도 가입하려 했지만 제약이 많아 일단 뒤로 미뤘다. 클하는 1인 1계정을 원칙으로 하며, 그 계정의 정체성은 ‘사람’이어야 한다. 브랜드 계정은 커뮤니티 규칙 위반이며, 한 사람이 두 개의 계정을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원칙적으로 실명을 사용해야 하고 이름의 변경도 제한적이다. 하나의 계정을 한 명의 실존하는 존재와 일치시키기 위한 클럽하우스의 노력이 느껴진다.

실명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갖는 장단점은 너무나도 뚜렷하지만, 클하에서는 이 실존성이 안전성과 신뢰감을 부여하는 데 확실하게 기여한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신뢰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익명성이 주는 자유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춘 상태로 안전한 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가입 제한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세계에 대중화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클하는 아직까지 아이폰에서만 출시해 안드로이드 정식버전을 다운 받을 수 없다. 다운 받은 후 앱에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지만, 초대받지 않은 사용자는 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초대를 받거나 친구 중에 내 휴대폰 번호가 있고 서로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클하에서는 친구에게 푸시알림이 갈 수 있다.

그 친구가 "OO이 가입했는데 수락해 줄래?"라는 문구에 대해서 승낙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이처럼 문자가 오렴 비로소 클하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에게 초대받지 못하고 누군가가 승낙을 해주지 않을 경우 클하를 이용할 수 없다. 다만 '번개장터' 등에서 초대장을 사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예전에 1만5,000원씩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가입이 완료되면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는 창에 휴대폰 인증과 함께 대한민국 +82 국가번호를 사용해 입력을 진행하면 된다. 이때 트위터 계정 가입자라면 트위터 개인정보를 그대로 가져와도 된다고 한다. 이름과 유저 네임을 입력할 때는 @ 뒤에 영문이나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점은 트위터와 같다. 다음 썸 네임 이미지도 등록하고 팝업창에서 OK 버튼을 누르면 클하가 연락처에 접근한다는 메시지가 뜨고 이곳에서 확인을 눌러주면 사용자의 친구 리스트가 업로드된다. 모두 팔로우가 가능하고 선별 팔로우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게 영어로 되어 있고 카테고리만 20여가지 되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클하의 등장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원하는 대화, 즉 ‘대화 취향’을 알아갈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일상에서 ‘원하는 대화’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원하는 대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이는 마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사실 우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지’에 관한 충분한 고민과 경험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조건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한정된 대화 패턴만 되풀이하며 일상에 지루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좋은 대화는 막혔던 감정을 풀어주고 의식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주어 쳇바퀴 같은 삶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한다. 우리를 쉬게 하고, 또 성장하게 하는 대화의 기능을 클럽하우스에서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클하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한국 커뮤니티 운영진으로서 받는 다양한 질문들을 보면 놀랍게도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을까 두렵다’, ‘클럽하우스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에티켓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모더레이팅을 잘하고 있을까’, ‘내가 운영하는 방의 인원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질문과 걱정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부러 왜곡된 시선으로 ‘다 자기들이 얻는 게 있으니까 그렇지’라며 위악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대다수의 사람은 잘 디자인된 환경 속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마주할 경우, 상대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원하는 우리는 함께하는 상대방이 즐거울 때 당연히 나의 기분도 좋아진다.

우리는 두려움이 촉발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나 선의의 연결을 추구하는 욕망과 공감의 욕구도 함께 가진 복합적인 존재다. 관건은 클럽하우스 서비스가 어떤 측면을 더 살려주느냐에 달려 있다."(p.140~141)

 


 

저자 : 김경헌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다국적 컨설팅 전문 회사인 맥킨지McKinsey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컨설턴트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쓰고 모잠비크와 남수단에서 수개월간 봉사하며 지냈다. 이후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실 산하 농업진흥청에서 근무했고, 귀국 후에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 망해 폐업의 쓴맛을 보았다. 두 번째 창업 도전으로 ‘빅데이터’ 관련 IT 벤처기업을 시작해 운영하다가 매각했다. 그 후 IT 기업 임원직, 비영리 재단인 엔씨문화재단 사업팀장을 거쳤고 현재는 ESG 컨설팅 및 투자사인 ‘HGI’에 몸담고 있다.

 

저자 : 검정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시대에 흐름에 마음의 흐름을 맞춰서 살다 보니 자신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엔잡러’가 되었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만큼 각각의 직업에 따른 자아가 있고, 이 자아들을 살피는 데도 관심이 많다. 포항 MBC 및 YTN 기상 캐스터, SBS [모닝 와이드] ‘연예뉴스’의 진행자로 방송 활동을 했다. 현재는 인문예술 커뮤니티 [언어의 정원] 운영자로서 독서 모임을 열어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 밖에 기업의 북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 : 신영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글로벌 IT 회사인 우버Uber의 한국 지사에서 우버이츠Uber Eats의 출시와 철수를 모두 겪은 후,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부서 이동하여 우버이츠의 ‘글로벌 프로덕트 오퍼레이션Global Product Operations’을 담당했다. 2021년부터 쿠팡에서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투 머치 토커’의 삶을 살던 중 2021년 1월 운명처럼 클럽하우스를 만나버렸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인 〈커뮤니티 클럽Community Club〉의 관리자로 활동하면서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 클럽을 설립하여 운영 중인 한국 클럽하우스의 산증인이다.

 

저자 : 신호상

버거킹 코리아 마케팅 총괄 담당(CMO) 상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회계학 학사,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회계학과 통계학 석사를 졸업했다. 그 후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국내외 유통, 소비재, 식품, 통신, 전자 기업의 전략, 신사업, 마케팅, 오퍼레이션operation 개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였다. 2017년부터 버거킹 코리아에서 CMO로서 마케팅 전략, 제품 개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다. 버거킹 〈사딸라 올데이킹〉 광고로 ‘2019 서울영상광고제’에서 동상을, ‘2020 에피 어워드 코리아Effie Awards Korea’ 식품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저자 : 이종범

웹툰 작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의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0대 시절부터 만화가의 꿈을 키워 온 자타 공인 만화키드이며 2009년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하여 2011년 심리학을 소재로 삼은 최초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연재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2011년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문화관광부 장관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에세이집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등을 저술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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