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지능이다 -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자밀 자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공감하다'는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공감은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자적인 의미로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feeling into)는 뜻이다. 이 말은 동감(sympathy)과도 비교될 수 있는데, 동감은 '함께 느낀다'(feeling with)는 뜻이다.

공감이라는 말의 기원은 19세기 미학과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공감은 대상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작을 따라 하고 나서 관찰자가 자신의 운동 감각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추론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책 『공감은 지능이다』의 저자 자밀 자키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공감 능력이 생물학적인 것으로서, 사람마다 타고난 정도가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생각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키우고, 목적과 필요에 따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다.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공감을 선택할 기회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주고, 분열된 세계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뇌는 변경할 수 없이 고정된 회로가 아니며,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흔히 ‘타고난 본성’이라고 알려진 공감은 어떨까? 우리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을 더 키우고, 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 이 책은 실험실 안팎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공감을 주제로 했던 다른 책들과 달리 공감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연습을 통해 어떻게 이 능력을 키우고 향상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은 자키가 “시대의 획을 긋는 이 책을 통해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말했으며, 『기브앤테이크』,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키가 심리학계의 빛이며 이 책은 “친절이 약함의 신호가 아니라 강함의 근원”임을 밝히는 획기적인 책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저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공감을 통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지도자였지만 이제는 증오 단체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p. 117), 민간인과 더 평화롭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경찰들(p. 262), 집단학살을 겪고도 용서를 향해 나아가는 후투족과 투치족(p. 181), 문학작품을 통해 삶의 관점을 바꾼 전과자(p. 189), 환자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의사와 간호사 들(p. 203)의 사례는 우리가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p. 37)

저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해외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공감의 작동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뿐 아니라 각 개인의 경험과 구체적인 변화를 서술함으로써 공감이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의 뇌와 공감의 정도가 변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1장), 우리가 공감을 선택하는 일에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2장).

그리고 외부인에 의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증오가 접촉으로 상쇄될 수 있으며(3장), 문학과 예술이 공감을 더 안전하고 즐거운 일로 만들어줄 수 있음을(4장) 설명해준다. 그리고 지나친 공감으로 지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감정과 협력할 수 있는지(5장), 시스템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꿈으로써 어떻게 사회를 더 친절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6장) 밝힌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을 낮추고 개인을 고립시킨다고 평가받는 소셜미디어와 익명성이 어떻게 공감을 증가시키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논한다(7장). 이 모든 논의를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사회, 그리고 미래에 살아갈 모든 존재에게 도움이 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다. 상대방이 나를 돕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먼저 친절하게 행동해야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또한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 활용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유년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해 양쪽 집을 번갈아 다니며 머물렀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지 않고 두 분 모두와 연결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각자에게 맞추어서 친절을 베풀었고 그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자는 부모님 중 어느 한 분과도 멀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었다. 그러나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만 해석한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돕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을 도와줄까? 친절을 베풀지 않았음에도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설명을 토대로 '공감'이 의문에 대한 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감정을 함께 느낄 때, 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이 그 고통 속에 있는 것 같고 그를 도우면 자기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의 가장 큰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는 그러나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공감의 부정적 영향이다. 공감하느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조금 충격적이다. 이 책에 언급된 사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매일 같이 생사를 오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살아나는 신생아들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도 결국 숨을 거두는 신생아 또한 매우 많다. 여기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이러한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죽은 신생아와 그의 부모에게 공감하고 감정에 이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비참함을 느끼고 무력함에 자책한다.

더욱 힘든 것은 이러한 일을 겪고 나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은 다시 자신을 내어줄 각오를 하면서 출근한다. 이렇게 공감하느라 지쳐버리는 '돌봄 종사자'들이 많이 위험하다. 이러한 현실을 같이 사는 가족들은 온전히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직장 내에서 하루 종일 공감하느라 지쳤지만 정작 집에 와서는 가족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달래준다. 명상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가족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등 자기만의 '자기 돌봄'을 실천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돌봄 종사자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마련되어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명상 등 자기 돌봄의 효과가 그래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다.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런 자기 돌봄의 시간을 마련해 스스로 충격을 완화시킬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또 흥미로웠던 페이지가 '공감의 넛지'를 다루는 페이지 중 사이코패스 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정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고정된 회로의 사이코패스더라도, 공감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이코패스가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어떤 느낌일지 최선을 다해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는 연구 과정이 나와 있다. 연구 결과는 사이코패스들이 미러링 반응이라는 공감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였다.

그 결과도 흥미롭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예측해서 효율적인 고통을 주는 지능형 사이코패스들도 있다. 그런 사이코패스들의 지능적인 예측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지만 저자의 다각도의 연구가 돋보인다는 독자의 느낌이다.

 


 

자기보호에서 출발한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장하였고 이제는 미래세대를 향하고 있다. 공감하는 마음을 진화시켜 나간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련과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의 사회는 더욱 가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부터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마음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이 사회는 공감으로 가득 찬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저자 : 자밀 자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스탠퍼드 사회 신경 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인지 신경 과학 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심리학과 신경 과학을 이용하여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연구한다. 학문적 연구 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공감, 친절, 관대함에 관한 심리학 칼럼을 저술하며 과학의 홍보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언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