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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일홍 지음 / FIKA(피카) / 2021년 4월
평점 :
책을 처음 보면서 느낀 점이 "감성 듬뿍 담아서 서정적인 서평을 써야겠다"입니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저자에게 실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자의 그림과 이름을 매칭해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그림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에서 여러 번 본 기억이 나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이 무척 '감성파' '로맨티스트' '사랑꾼' 같은 느낌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 같네요. 이번엔 직접 책을 쓰셨네요. 그림은 물론이고.
내용도 우리 감정 깊은 곳에 감춰진 맑고 깨끗한 영혼까지 끌어내는 것 같아요. 오래 보관하고 싶은 책입니다.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고 감정이죠. 그럴 때 대부분은 좀 즐거운 일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면 친구와 노래방 가서 마음껏 발산해버리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횡설수설하며 '나 아닌 나'를 떠나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자는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낙관적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는 그동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해왔다고 하니 글로 쓸 '거리'가 무척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관련된 글이지 않을까 해서요.
이 책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는데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서 해냈다는 거죠. 가끔 시인들 중에 글과 그림을 함께 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지만 에세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 같아요.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이 너무 너무 잘 맞아요. 독자로 하여금 글 읽고, 그림으로 감상해서 마음에 저장할 수 있게 해주네요.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저자의 재능이 선한 영향력을 독자들에게 미치는 것 같네요.
사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감수성이 짙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들 중에 예로 들면 80~90%가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사람들이에요. 마음이 여려서인지 마음의 상처도 잘 받고... 옛말에 '연애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연애하면 감성이 크게 발달하겠죠. 그러니 글을 쓰는 것이 대부분 시적으로 표현되는 것일 터, 읽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감성에 위안 받고 카타르시스도 얻고요.
연애하면 시인이 되면 연애에 실패하면 뭐가 되나요? 실패해도 시인이 되겠죠? 시는 현실을 잊으려 애쓰고, 여행으로 도피도 해보지만 역시 세월이 약이겠죠. 조금씩 옅어지는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겠지만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잘 다루어야지 자칫 함부로 다루려다가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 시처럼 좋은 해결책은 없을 듯해요.
저자의 감정 처리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감동도 받아요. 어지럽고 아픈 마음은 글로 정리해 깨끗이 카타르시스화 하면 그것 역시 한 편의 시일 거예요. 시는 독자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데 에세이 독자들은 논리적인 글에 공감하는 것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에 더 잘 빠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책 한 권을 자신의 감정이나 풀어내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훨씬 어려워지겠죠. 공감했던 독자들도 금세 잊어버릴 거구요.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하는데 형식적인 위로를 뛰어넘어 ‘나(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115가지의 다정한 진심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당신이 어떠한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더 가지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 실패하고 상처받아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누구나 공감 가능한 마음속 이야기와 따스한 조언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밤이 그만 불안하기를,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제목처럼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주고 실패를 주고 난관을 줍니다. '다른 사람은 잘 사는데 나만 왜?'란 말은 삶에서 통하지 않죠. 가까운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성찰하는 115가지의 말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자신을 뱔견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습니다.
저자의 부드러운 충고는 책을 덮어도 귓가에 맴돕니다. 조목조목 부드럽고 함께 아파하면서 해준 말은 이제 각자의 위로와 위안을 얻고 총총히 불빛 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는 '내'가 있고, '너'가 있지요. 소통하며 서로에게 속삭이듯 정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있으니까요.
저자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난관에 부딪히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서럽게 울며 출구를 찾아 헤맸을 때, 그 어떤 날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앞이 흔들리고 빛이 보이지 않던 시절이 없었다면, 이 모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당연해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른다”고. “잠시 넘어져도 괜찮으니 당신의 따스한 꿈과 아름다운 사랑을 놓지말”자고. 이제 나의 안부를 물으며 내가 가진 결핍을 용서하고, 더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자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그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잠들고 싶은 밤이지만, 나도 모르게 네게 연락을 할까 봐 겁이 난다. 며칠만 힘들면 무뎌지겠지 하고 깜깜한 기분을 참아보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는 게 너무 버겁다.
이 와중에도 네가 내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한다.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던 행동들을, 나를 지치게 했던 말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잘한 선택이다.
- 「결국 그리될 것들」 중에서
누구보다 나를 잘 알던 사람과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걸 반복하다 보면 관계의 끝을 염두에 두고 만나게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끝이 더 이상 슬퍼지지 않는다. 슬픔을 예습하는 것. 이별에 무던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선 노력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그게 사랑이었다. 자꾸만.
- 「그게 사랑이었다」 중에서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이미 엇갈린 관계에서 희미한 희망은 그만 품고, 애매하고 무책임한 관계에서 힘들어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너의 가치를 높여가다 보면, 분명 너처럼 멋진 사람과 영원하고 싶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지금은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자양분 같은 시간일 뿐이니, 너는 너답게 살아가기만 하면 돼.
그러니 절대 작아지지 말고, 어느 순간에도 너를 잃지 마.
- 「너를 잃지 마」 중에서
저자 : 일홍
가려운 기억들을 내내 견디며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그럴 때면 하염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행복이 망가질까 염려되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그리고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달을 때가 있다. 당신이 여기에 있어 내가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결국 우리라서 살아간다는 것. 이 책에 꾹꾹 눌러 적은 진심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작은 어깨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