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 - 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화병” 사용 설명서
박우희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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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 hwa-byung)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병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만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화병으로 불리우는 게 우리말로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영어로 '화병'에 해당되는 단어가 없어 우리말 읽는 그대로 영어 철자를 사용해 옥스포트사전에 실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의학사전에는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병은 앞의 증세 이외에도 우울감, 식욕저하, 불면 등의 우울증상 외에도, 호흡곤란이나 심계항진, 몸 전체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화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되나,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출현에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의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우울감이나 불면, 식욕저하, 의욕상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러한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이런 분노의 감정을 ‘화(火)’의 개념을 써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 『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는 할 말을 못 해서 화가 쌓이는 사람, 참는 줄도 모르고 참다가 폭발하는 사람, 뜻대로 못 해서 화가 치미는 사람 등 화병의 원인과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화’는 사람마다 울컥하는 지점과 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해도 상대가 알아주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화가 증폭되기도 한다는 것.

서양의학 백과사전에는 치료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를 통해서 화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뇌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시키는 약물들이 우선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 등에 작용하는 항우울제 역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환계 항우울제 등은 신체 증상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항우울제는 약물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에게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항우울제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2, 3주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는데도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이 책에서는 ‘천인지’ 방식을 통해 사람을 분류, 기질별로 나타나는 화의 유형과 파생되는 질병 그리고 치료법을 소개한다. 마음의 병에 특화된 ‘천인지 분류법’으로 화를 건강한 생명 에너지로 나 자신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사용하도록 이끈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는 사람이 원인이다. 또 사람마다 화가 생기는 지점과 내는 방식, 푸는 방법도 다르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화를 다스리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유형 분류법 ‘천인지’를 소개, 사람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천’, 합리성과 사교성이 좋은 ‘인’, 의지와 실행력이 강한 ‘지’, 이 세 가지 천인지를 통해 자신과 주변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춤한 화병 치료법을 살펴본다.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팁들도 듬뿍 담았다. 특히 BTS 멤버들의 천인지를 소개해 빠른 이해를 돕고 천인지의 특징을 한껏 살린다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알려주어, 자신의 천인지를 열정으로 쓸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 한의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을 먼저 살펴본다. 모두를 게재할 수 없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독자 임의로 선별, 여기에 싣는다.

1장-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화’

① 나는 얼마나 화가 쌓여 있을까?

② 화병은 정말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일까?

③ 화가 쌓이면 천 가지 병을 만든다

2장-천인지를 알면 화가 보인다

① 서양식 천인지, DISC

②방탄소년단의 얼굴, 말, 행동으로 보는 천인지

연예인들이 특히 공황장애를 많이 앓는 이유

3장-화를 생명 에너지로 바꾸는 천인지 3단계 건강법

① 1단계 : 화를 푸는 첫걸음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② 2단계 : 상처 주고 화나게 하는 가족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

③ 3단계 : 나를 화나게 하는 모든 것을 내보내기

4장-화를 풀고, 화병을 치유해주는 천인지 요법

① 일대일 호흡만 잘해도 화가 풀린다

②자기 전에 하면 좋은 천인지 힐링 명상법

③ 임맥을 여는 데는 반신욕과 족욕이 좋다

④ 화를 돋우는 음식 vs 화를 풀어주는 음식



1장에 방탄소년단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대표의 말을 빌어 "음악 산업의 현실에 화를 내고 분노하며 맞서 싸운 결과가 현재의 방탄소년단"이라는 것. 화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방시혁 대표처럼 힘의 원천이 되지만 살기(殺器)로 쓴다면 결국 병이 되거나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화로 인해 생기는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건강하게 화내는 법'에 대해 천인지를 통한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2장의 키워드는 '천인지'이다. 저자에 따르면 천인지는 생각, 감정, 말, 성격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리병이 우리몸이라면 물줄기의 중심선이 ‘경락 선’이다. 흔히 우리몸에 12개의 경락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12개의 경락이 아니라 핵심 물줄기인 ‘경락 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천은 영성이어서 보이지 않는 가치적인 것을 추구하고 감각하는 에너지, 지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감각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인은 천과 지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라 말할 수 있다.

3장에서는 화병을 푸는 '치료법'으로 3단계 건강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1단계는 화를 푸는 첫걸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단계는 화나게 하는 가족이나 동료, 친구 등 타인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용서'는 무조건 상대를 받아들이고 보듬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용서하려 시도하는 것을 뜻하며, 만약 상대가 계속 나를 힘들게 한다면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면서 마음으로는 화라는 감정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한다.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치료법을 설명한다. 1대1의 시간으로 들숨날숨을 조절하는 호흡법, 폼롤러 맛사지법, 테니스공 마사지법 등 화기가 잘 모이는 곳에 즉각적인 마사지를 통해 혈을 풀어주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천인지법이 우리 전통의 한방의학의 치료법의 하나이며 더욱 연구 발전시켜 약물 없는 마음 치료에 다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천인지법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한의학적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오히려 치료 효과도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천인지 원리 공부를 계속할 것이고 침법 원리 교육도 펼치고 있다. 또 '생명의 뿌리 찾기'와 심리공부도 곁들여 마음 치료의 길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한의학과의 연계 치료에 응용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화병이라는 마음의 병 치료에 우리 고유의 한의학(韓醫學)이 바로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말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사람의 본질적인 에너지는 사랑 에너지다. 내 몸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모두 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걸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중요한 것은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감정의 주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내 감정은 나의 책임이라는 것도 알길 바란다. 이 말은 내 인생은 나의 책임이고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말과 같다. 사람은 사랑이다."(p. 298)



저자 : 박우희

행복한 치유자. 동해 바닷가 동네 울산에서 태어나 현대중공업의 큰 배들과 수평선을 보며 자랐다. 한약을 좋아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한약 달이는 냄새를 줄곧 맡다가 지금은 매일 보약 먹는 한의사가 되었다. 어릴 때는 사람과 동물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엄마에게 질문하던 어린이였고 청소년기에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이 어떤지 늘 궁금해하던 여고생이었다. 그리고 커서 경희대학교에서 한방 신경정신과를 전공하게 된다. 범정 정연구 선생님께 고조선에서부터 내려온 정통 침법을 전수받고, 천인지 원리 공부에 매진하여 ‘Trinity Acupuncture’ 침법 원리 교육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라이프 코치 토니 로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 감동받은 후 토니 로빈스의 ‘Mastery University’에 등록하고 토니 로빈스 그룹의 코칭을 받았다. 버트 헬링거의 ‘가족 세우기’를 통해 생명의 뿌리 찾기와 관계의 질서를 세우는 심리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호기심이 생겨 대학원에서 신기술 공부를 시도, 한의학에 응용하려 하고 있다. 천인지연구소를 통해 셀프케어 트리니티 자기치료기 보급과 천인지 원리교육 등 한의학의 생활화와 보급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는 암 난치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인지한의원을 강남에서 개원해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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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강석 지음 / (주)에듀넷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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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발생 1년이 넘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변이를 거듭하며 더욱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백신도 개발되고 치료제도 투여하지만 일부는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는 이미 지난해 나온 얘기다.

그러나 다소 안심 되는 부분은 있다. 백신 개발 이후 예방접종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접종을 인정하고 백신을 투여할 것을 요청하는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상황 종식은 전 인류의 70% 이상 백신을 맞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니 머잖아 이는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백신만으로는 올해 안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확진자 비율은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과학 기술은 깜짝 놀랄 정도로 진척되는데 왜 바이러스에 인간은 취약한가에 대해 다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이유를 밝혀낼 때다. 전 세계 인류의 일상을 일시에 빼앗아 버리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의 정체는 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더 근원적 예방이나 치료 또는 바이러스를 절멸시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어쩌면 인류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던 감염병 바이러스를 근절시킬 대안은 없는 것인가. 수시로 침략하는 바이러스 공포로부터 완전 해방될 길은 없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이 문제는 우주 개발에 앞서 이뤄져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 책 『NEW 바이러스 쇼크』는 21세기 인류의 가장 큰 적이 변이를 거듭하는 '신종 바이러스'라고 진단하고 팬데믹의 종말을 가져올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발간됐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나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해야 할 숙명에 처해 있는 현대인들에겐 꼭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세계적인 감염 전문가가 알려주는 신종 바이러스 대응법과 지금껏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실체를 낱낱히 밝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직접 방역 일선에 있음을 주지시키고 함께 인류 생존을 위한 발걸음을 같이 하자는 의미로 발간했다.

COVID19(콜로나 팬데믹)는 인류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류가 지금껏 쌓아온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인류는 늘 그래왔듯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답을 찾아 대장정에 나섰으면 결국은 인류의 힘으로 팬데믹 종식을 가져올 것으로 희망을 준다는 데 이 책의 발간 의의가 있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바이러스 쇼크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문지식만 나열해 놓을 경우 정작 관련 지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외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영화 상의 바이러스 침공 같은 내용, 인류의 대책 등을 다룬 책, 잘 아는 명칭 사용 등으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장-21세기 생존 패러다임,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쟁

2장-바이러스의 정체 그리고 존재 이유의 실체를 파헤쳐라

3장-바이러스 X,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4장-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팬데믹,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다

5장-팬데믹의 종말을 위하여

이 책은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다. 전작인 『바이러스 쇼크』를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신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그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추가했으며 팬데믹 종식을 위해 인류의 노력이 어디에 집중되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최신 연구 내용들이 더해졌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 속으로 한걸음 들어간다. 책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각종 괴소문과 유언비어가 진실인 양 날개를 달고 어김없이 등장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도 예외가 아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인포데믹 현상'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더욱 확산되었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럴듯한 논리로 공감대를 얻으면서 사람들이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는 데 있다. 대중들이 감염병 유행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어설프게 판단하고 해석하려 드는 것은 감염병을 통제하려는 국가적 노력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포데믹 현상이 지역사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제어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차단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방역 당국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인류가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도 해결이 쉽지 않을 텐데 이런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 새로운 숙주 집단에서 서식하는 데 성공한 바이러스는 숙주에 대한 병원성(치명성)을 줄이고 숙주 개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염성을 높이는, 즉 치명성과 전염성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팬데믹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절 독감으로 순화된 사실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저자는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사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상상 이외의 희생은 치르지 않고 종식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지 않는다. 이에 팬데믹의 종말을 위해 먼저 할 일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부터 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도 감염될 확률을 크게 감소시키며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 행위 중 하나로 개인위생을 들고 있다. 손을 비누나 손 세정제로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세균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 모두도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절감한 사실이어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후 백신이 확대 보급되어 코로나19의 종식이 앞당겨지더라도 일정 기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손 깨끗이 씻기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 : 최강석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다양한 동물바이러스 연구를, 프랑스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바이러스 감염병 연구를, 한국국제협력단 수의전문가로서 몽골 정부의 구제역 방역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등 세계동물보건기구 동물 전염병 전문가로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동물 전염병의 국제적 확산과 방지를 위하여 다양한 국제협력지원활동을 해왔다.

현재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 전문위원회 위원 및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전문가 위원 등 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감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발표하는 등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생소한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바이러스의 습격』, 『Newcastle Disease』(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동시출간), 『전염병의 위협, 두려워만 할 일인가(역서)』, 『바이러스 쇼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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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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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글쓰기 교본을 보는 느낌이다. 저자 손화신 자신의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동기를 포함,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하고 차분하게' 써내려 간다. 글쓰는 사람의 덕목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의 마음속을 거닐듯이 쓰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든, 가끔씩 취미로 쓰든 글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다. 어떤 글이든 살면서 자주 맞닥뜨리는 게 글쓰기다. 꼭 문학적 글이 아닌 비지니스 글쓰기도 제 1원칙은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의 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독자들의 텅 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어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들었던 글쓰기 경험을 드러내놓고, 치유의 과정을 진솔하게 진술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같은 일은 없었지만 독자는 이 책을 '글쓰기 교본'으로 삼을 작정이다. 글이 잘 써지든, 한 줄도 못 쓰고 있을 때든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글쓰기의 혹독한 과정은 글쓸 때의 독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때로는 용기도 줄 것으로 믿는다.

 


 

요즘은 '대중지성의 시대'라고 한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SNS를 통한 소통으로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글쓰기 책 수십 권을 읽고도 자신만의 글쓰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책을 수십 권은 읽었지만 정작 글을 써보려 하다가 얄팍한 지식과 양심 사이에서 혼란만 겪다 결국 손을 들고 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손화신 저자는 그 이유 중 하나를, ‘글을 써야 하는 내적 동기를 찾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자로서는 부끄럽게도 적확한 지적임을 수긍한다. 어떻게 그렇게 예리하게 지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적 동기를 찾은 후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끝없는 자기 성찰'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부단히 성찰한다. 또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강연과 책을 통해 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나를 알기 위해서 쓰라고 말한다. 쓰기의 본질은 자아 확립 과정에 있다.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실제로 저자는 글을 쓸수록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면서도 삶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는 경험을 했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극심한 삶의 공허를 느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찾는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게 된 이후, 현실에 부닥치며 이리저리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이에 비해 독자의 글쓰기는 뚜렷한 내적 동기도 찾지 못한 채 얄팍한 지식으로 덤비다가 한 줄도 제대로 못 쓴 채 '소질' 탓만 해댔다. 이 말은 '자기 성찰'도 없었다는 말이다. 고백컨대 도가는 글이 안 써진다고 짜증스럽게 '소질이 없나 보다'고 푸념한 채 포기한 적이 여러 번이다.

 


 

저자는 글쓰기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안내한다. 이를테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감을 찾고,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문체를 짓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책도 다른 글쓰기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저자의 이러한 과정은 자아 성찰과 치유를 통한 해방감, 자존감 등 내적 동기를 북돋아 지속 가능한 글쓰기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삶을 바꾸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힘든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하고 글쓰기를 할 때마다 되풀이해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깨닫는다. 쓰는 태도와 삶의 태도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을. 이는 저자가 작가 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가끔은 내적 갈등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나 심적 고통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다음 글을 쓰는 원천이 되기도 하고, 이 책의 발간 취지와 잘 맞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 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느낌과 저자의 글쓰기 과정을 알아봤지만 결론에 이르는 말이라 다소 추상적이란 느낌이다. 이제 저자를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 구체적 사실에 접근해본다.

책에 따르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때가 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문제에 부딪히거나 잡다한 일상에 지쳐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내 안과 밖의 일로 속 시끄러울 때, 글쓰기만큼 유용한 행위는 없다. 차분히 자리에 앉아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저자의 이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가 경험한 바를 앞세우는 것은 누구나 상황에 부딪치면 경험할 수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쓰기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며 몸과 마음이 고갈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미친 듯이' 노트를 채웠다. 저자의 고백처럼, 일종의 '소생의 시간'이었다.(p. 35) 저자의 직업은 기자다. 때문에 매일 글을 쓰면서도,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시작하고 결국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과 방법을,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에서 발견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을 담았다.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끔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글 쓰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고, 정체하게 만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어 다시 글쓰기 여정에 나설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흔히 글을 보면 그것을 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용에 글쓴이의 생각이 담기는 것은 물론, 문체나 형식에서 성격이 묻어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글쓰기와 삶은 닮았다. 나를 드러내는 글일수록 읽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생기듯,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할수록 삶이 온전해진다. 수도 없이 퇴고한 글이라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는 것처럼 지난 일에 얽매이기만 하면 자신을 소진하게 된다. 자신의 호흡으로 문장을 고르며 글의 매무새를 만지는 일은 먹고살기로 환원된 현실 속 의미 있는 발단-전개-위기-절정을 찾아내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어떤 글을 쓰는가’ 혹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와 같은 판단은 ‘어떤 삶을 사는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가’로 대체할 수 있다. 저자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라는 통찰에 이른 저자는 글을 쓰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되는’ 순간들을 찾게 된 것이었다. 쓸수록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의 엉킨 타래를 풀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저자는 “글 쓰듯이 살고 싶다”며 거듭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다. 이는 곧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향해 부단히 자신을 극복하고 넓혀나가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렇듯 삶과 글쓰기가 공명하는 지점을 저자는 특유의 감각적인 시선과 정갈한 문장으로 포착해낸다. 더 나아가 좋은 글쓰기의 원칙을 자기 삶에도 적용하려 노력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써야 비로소 내가 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독자에게 자문해보길 권한다. 혹시 책을 내기 위해, 뻔한 형식에 갇혀 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 작가는 멋 부리지 않고 나다움으로만 가득 채우는 글의 힘을 담담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읊조린다.

 


 

쓴다는 행위는 특별한 일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니다. 누구나 자아를 드러내고 밝히려는 태도를 지니고서 써나간다면, 그 결과물에 관한 어떤 평가도 무의미하다. 작가의 말처럼, “글쓰기는 목적 없이도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의 일이며,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주체’의 일이다.”(p. 59) 쓰기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쓰기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쓸 게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펜이 종이에 닿는 순간, 쓸 만한 것들은 차고 넘칠 것이다.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좋다. 당신이 누구인지, 언제 무엇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지 기록하라. 쓰는 경험이 쌓이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또한 상처로 얼룩진 마음을 회복하고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쓰기는 자기 인생의 무게중심을 잡는 일이다. 삶이라는 태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저자는 쓰는 사람으로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값진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 또한 누구든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펜을 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후 더욱 왕성하게 글을 쓰고, 쓰기를 통해 자신과 일상에 관한 낯설고 깊이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를 응원한다. 쓰는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되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를 넘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글쓰기가 삶이고, 삶이 글쓰기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내 트라우마, 불안과 공허, 슬픔과 아픔, 우울, 상처와 후회, 부담 등을 물감 삼아 글을 쓸 것이다. 나의 어두움이 같은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희미하게나마 발 앞을 비춰주는 불빛이 될 수도 있을 테니."(p. 175)

 

"글이란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혼자와 혼자가 만나 각자의 혼자를 응원해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을 일삼으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자기 글만 정답인 양하지 않는 사람들과 쓰기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큰 행운이다.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p. 217)

 

저자 : 손화신

 

감각 있는 글을 쓰는 대중문화 기자.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중심이 잡혔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씀으로써 더욱 나다워지고 자신을 한 뼘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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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 말 잘하는 사람들의 여덟 가지 공통점
스쿤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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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발표나 선생님의 지시 사항에 대한 답변을 위해 사람들 앞에 설 때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독자는 초등학교 때 단 한 번의 경험 때문에 이후 몇 년 동안 앞에 나가 발표할 때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다. 발표 자체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앞에 나가 서기만 하면 말문이 막힌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했던 것도 막상 앞에 서면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머리가 새하얘진 느낌이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결국 체면만 잔뜩 깎인 채 되돌아 들어오는 수치스러운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이후 집에서 책 읽을 때 몇 번을 소리내어 말하듯이 읽기도 하고, TV 녹화를 틀어놓고 강연하는 사람을 따라 연습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해소는 됐지만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가끔씩 당황할 때가 있다.

심지어는 대화 중 방금 전 한 말이 기억이 안 나 하던 말을 되풀이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마음이 편안할 때는 이러한 증세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갑작스레 나가서 말을 해야 할 때나 회의 중 방금 전 내뱉은 말이 기억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다가 얘기가 옆길로 샜지?" 하고 물어볼 때도 있었다.

 


 

이럴 때는 대개 그때그때 순발력으로 모면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자리일 때는 한 번 깎인 체면을 만회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일상 대화, 발표, 마케팅, 설득, 회의 등 사회 생활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런 순간은 자신의 사회 생활과 일상 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말은 그만큼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글은 고칠 시간이 있지만 말은 다르다. 삶의 결정적 순간의 말하기는 중대한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또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말실수로 인해 작은 일을 오히려 크게 키울 수도 있다.

이 책 『당신만 모르는인생을 바꾸는 대화법』의 저자 스쿤은 독보적인 온라인 구독자 수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 말하기 전문가이자 전문 연설 코치다. 수백 회가 넘는 스피치 코칭과 연설을 진행하며 연구한 결과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저자는 논리정연하면서도 감정에 공감하는 효과적인 말하기의 비법을 과학적인 접근법과 체계적인 연습에서 찾았다.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들을 찾아내 이른바 ‘8가지 LANGUAGE 법칙’을 완성했다. 유쾌한 설명과 한눈에 이해되는 재미있는 그림들, 구체적 사례를 가져온 팁을 통해,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말하기 법칙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책에 따르면 소통의 첫 단추는 논리와 감정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에 있다. 상황에 따른 대화의 목적을 기억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 올린 후 사람들의 집중을 끄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상대방의 진심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습득한다. 상대방을 오해하지 않고, 내 속을 끙끙 앓지 않아도 되는 말하기 기술들로 대화법뿐만 아니라 삶이 바뀌는 속 시원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가 한참 발표 트라우마에 시달릴 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빨리 치유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저자의 '말 잘하는 사람의 8가지 공통점'은 저자가 어느 날 영어 단어 빈칸 채우기를 하는 한 어린이의 책을 보다 우연히 'Language'를 보는 순간 떠오른 영감에 의해 창안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영감이 떠올랐는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저자가 끊임없이 생각하던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상 머릿속에는 늘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Language의 8글자를 말 잘하는 요인의 머리글자로 놓고 생각을 거듭해 8가지 단어를 만들었다. 각각의 글자(letter)를 머릿글자로 8개의 단어를 생각해내고 이를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8가지의 공통점을 지닌 것으로 본 것이다. 조금 억지스럽게 들릴 수도 있으나 이를 배우는 독자 입장에서는 한눈에 읽고 외울 수 있어 고마운 일이다. 저자가 영감과 사유, 그리고 지식을 동원해 만들어낸 8가지를 이 책에서 하나씩 풀어 설명해주고 어떻게 8개의 능력을 키우는지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알려준다. 강연 잘하는 '스피치 강사'다운 모습이다. 저자가 창안한 8가지 공통점은 곧 말 잘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8가지로 보면 된다. 저자는 '말하기 법칙'으로 표현했다. 무엇이든 같은 뜻이고 8가지를 잘 익혀 반복 실천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정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 '8가지 요인'을 정리해본다.

① 논리 (Logic)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배에 비유해 본다면, 입을 열기 전 마땅히 항로를 정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머릿속에서 먼저 정리한 뒤 말을 꺼내야 한다. 주제를 명확하게 정한 뒤 말하면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잡담도 때때로 필요하지만, 대부분 대화는 크든 작든 목적이 있다. 말하기에 앞서 차분히 '내가 진짜로 뭘 전달하고 싶은지' 맥락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어느 누구도 한없이 지속되는, 맥락 없는,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대화를 하고 싶진 않다. 말에 논리가 뒷받침된다면 간결하고 효율적인 말하기가 가능하고 이는 말에 무게를 싣고 설득력을 얻는다.

 


 

② 유추 (Analogy, 비유)

어려운 말도, 장황한 말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상대방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제대로 된 비유를 즉석에서 생각해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은 우린 경험으로 안다. 내공과 순발력이 결합돼야만 수준 있는 유추가 가능하고, 대부분 언어의 마술사들은 비유를 자유자재로 쓴다.

③ 장면 묘사 (Narrate a picture)

'매우' 즐겁다, '기차게' 재밌다, '너무' 맛있다...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이런 부사의 남발은 말하는 이의 수준을 저하시키고, 상대방의 기억에 남기엔 뭔가 부족하다. 우리 선조들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 이런 식으로 묘사하지 않았던가. 오감을 공략해서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생동감 있게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자.

④ 좋은 사례 (Good story)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전달한다고 하자. A가 전달하는 것과 B가 전달하는 것은 같지 않다. 같은 얘기라도 전달자에 따라 결과값은 천차만별이다. 짧은 이야기라도 그 안에 '스토리텔링'을 담으려 노력하자. 그 사례나 이야기가 진심이 담긴 '나만의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⑤ 예측 불가 (Unexpected)

어떤 얘기라도 너무 뻔하고, 지루하면 재미없다. 졸리고 하품이 나고, 이야기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서야 되겠는가. '상대의 허를 찌른다'라는 의미보다는 상대방이 다른 생각하지 않고 내 얘기에 최대한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대인의 집중력은 초 단위라는 걸 기억하자. 때로는 연기자처럼 말의 톤도 좀 바꿀 줄 알고, 적당한 유머도 첨가된다면 상대방은 당신과의 대화를 즐거워할 것이다.

⑥ 질문 (Ask)

효과적인 질문 사용은 말하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질문은 소강상태에 빠진 대화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불명확한 표현을 정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며, 질문을 받는 사람은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만들고, 엇나가는 대화를 다시 궤도에 오르게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질문이다.

⑦ 이득 (Gain)

대부분 대화에는 노림수가 있다. 정보의 전달이든, 공감이든. 상대방이 대화를 불필요한 것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주제의 이야기로 느끼지 않으려면 상대의 이득과 연관 지어야 관심을 받는다. 대화할 때마다 무슨 이해득실을 따지나 할 수 있지만, 나의 시간도 상대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⑧ 공감 (Empathy)

대화를 하다 보면 논리적으로는 설득되는데 감정적으로는 수긍하지 못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아무래도 감정의 동물인지라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상대의 기분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진행해 보자. 그러면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자연스레 들려주면서 공감도를 높일 수 있다.

 


 

저자 : 스쿤

 

인터넷에서 온라인 스피치 수업을 진행하며 수만 팬들을 거느린 말하기 고수. 중국의 전문 스피치 교육 스튜디오 ‘후이신방’의 설립자이자 전문 연설 코치로서 그의 사명은 고객 개개인이 가진 언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4년여 동안 현장에서 500회가 넘는 수업을 진행했고, 인터넷으로는 20만 명 이상의 수강생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서 말할 때의 공통된 문제점을 발견했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의 종류가 8가지 법칙으로 정리되었다. 이는 ‘말을 잘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언변이 뛰어난 이유는 8가지 법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어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든 통하는 말하기 법칙 8가지를 담았다. 이 법칙만으로 말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지혜로운 말’ 소모임 창시자, 스피치 코칭 강사, 미국 직업훈련인증협회 직업 훈련사

- 온라인 연설 수업 IP, 독보적인 전국 온라인 구독자 수

- TEDx스피치 코치 및 초청 연사

- 2015년 미국 국제 스피치대회(Toastmaster) 중국 지역 스피치 대회 우승자

- 2017년 중국 대표로 세계 중국인 스피치 대회 참가, 3등 수상

 

역자 : 박진희

 

북경 칭화대학교를 졸업했다. 언어가 이루어낸 모든 것을 섭렵하기 좋아하며 생각을 말로 표출하면서 생기는 변화에 관심이 많다. 진심을 전하는 단어를 사랑하고, 진리를 표현하는 말을 아낀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말의 여운을 즐긴다. 말이 가진 힘을 믿고 말하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신조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40일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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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최신개정판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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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대통령제 민주주의란 어려움과 제약을 딛고 미국은 엄격한 삼권분립을 정착시키며 민주주의 종주국(그리스나 영국 등 서구)보다 훨씬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역사는 비록 250년에 불과하지만 넓은 영토와 엄청난 자원, 우수 인재 이민 영입을 서두르며 세계 최강국의 모습을 갖춰갔다. 해외 우수 인재에게는 미국 시민으로서의 법적 대우는 물론 부와 명예를 거머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미국은 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승국의 지위와 막대한 자원, 우수한 인재, 그들이 이룬 기술 과학 업적의 바탕 위에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구소련과의 이념 차이로 빚어진 2차세계대전 이후의 냉전 상황을 일방적 승리로 귀결(1990년)됨으로써 확고한 최강대국으로의 면모를 굳건히 했다.

다시 14억의 인구를 앞세운 중국이 미국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은 미국의 힘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양국은 서로간의 무역이나, 세계 각국과의 관계 및 여론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외교와 외부에 비친 미국의 모습은 내부적으로 볼 때 약간 결이 다른 듯하다. 독립 이후 줄곧 미국 사회의 최대 약점이던 인종(흑인 노예제) 차별과 원주민(인디언)과의 갈등 등을 불과 100년도 안 돼 전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오랜(?) 풍요의 미국 사회는 인종문제에 대해 법적으로는 노예제 폐지와 차별 없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인종 차별이 지속돼와 불협화음이 일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기도 해 세계인의 비판과 비난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다(2008년. 11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인종 차별도 많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였다. 버락 오바마는 역사상 드문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8년간 대통령직에 복무했지만 오랜 폐습인 유색 인종 차별을 완전히 개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품위와 국격을 높이는 데는 많은 일을 해낸 대통령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중동 문제 봉합, 기존 미국의 정책에 큰 수정을 가하지 않은 채 외교 군사 문제를 마무리하고 내부적으로 미국인들은 의료 지원인 '오바마 케어'를 실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늘 겸손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은 위기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한결같아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남은 듯 싶다.

 


 

오바마는 갤럽조사 결과 1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의 영예를 얻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뛰어넘어 2017년 퇴임 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는 확고한 슈퍼 스타다. 유능하면서도 매력적이고, 솔직하면서도 품위 있으며, 강인하면서도 부드럽다. 그와 정치적 견해는 다를지라도 그의 말과 글을 본 사람은 누구든 그의 인간적 매력에 흠뻑 빠진다. 과연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기에 오바마가 지금과 같이 ‘탁월한 정치인’이자 ‘훌륭한 인간’으로 평가받게 됐을지 궁금한 이들이라면 그의 첫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원제: Dreams from my father)에 주목해볼 일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각종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오바마 열풍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첫 출간되어 “인간 오바마에 대한 가장 진솔하고도 감동적인 기록”이란 평가를 받으며,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책은 개정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출신 새아버지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오랜 세월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던 ‘이방인’으로 살며 방황해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아버지의 고향 케냐에서 자신의 인종과 계급, 나아갈 바를 깨닫고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회복한다. 이 책은 이런 그의 정체성 찾기 여정을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그린다. 이 책을 읽은 독자도 "과연 오바마 전 대통령이 혼자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간결하고 유려해서 놀랐다. 또 거의 대부분의 문장에 수식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데다 일부러 꾸며 쓴 틈은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인생사 자체도 드라마틱하고 가슴 뭉클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 또한 수준급이라고 정평이 난 것이 대통령이라는 위세 때문이 아니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확인한 셈이다. 오바마에 대해 “현대 정치판에 뛰어든 가장 뛰어난 문필가”라 표현한 <뉴스위크>의 극찬이 이해되고도 남을 만큼, 이 책이 이룬 문학적 성취 또한 작지 않음을 확인했다.

2021년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은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도록 문장을 다듬고 소장본 느낌이 물씬나도록 새로운 표지로 갈아입었다.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통령을 독자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민주주의 나라가 많아 독자가 다 알 수 없어 함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오바마처럼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을 못 본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지만 재임 중 한 일로 평가 받을 터이니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직도 진보와 보수 싸움을 하고 있는 마당에서 미국과는 다른 정치 풍토를 이어가는 대한민국도 좀 더 연륜이 쌓이면 퇴임 후 존경 받는 대통령이 꼭 나올 것으로 독자는 믿고 기대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퇴임 후까지 1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를 차지했다. 더구나 이번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3기’로 불릴 만큼 오바마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전직 대통령임에도 그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 말만 되면 어김없이 레임덕에 시달리고 퇴임 후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대통령만 줄곧 보아온 우리로서는, 그저 놀랍기만 한 풍경이다. 대체 그는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를 지금의 강력한 오바마로 만들었을까?

 


 

오바마가 직접 써내려간 어린 시절 이야기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바마는 1960년대 초반 순수하고 정의감에 불타던 백인 어머니와 인종차별 폐지론자이자 케냐 출신의 유망한 유학생이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떠나고, 하와이에서 어머니, 외조부모와 살던 그는 인도네시아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진 어머니를 따라 미지의 땅 인도네시아로 건너간다. 한동안 그곳에서 어머니, 새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며 그는 다시 하와이의 외조부모 곁으로 돌아온다. 이런 흔치 않은 출생 배경과 성장 환경 덕에 오바마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적 체험을 자산으로 갖게 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그의 가족을 일컬어 '미니 UN'이라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지나, 그는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공동체조직활동가로 새 삶을 시작한다. 지역주민들과 수많은 활동을 하며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던 그는, 그러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선 지역 환경뿐 아니라 법과 정치 체계를 바꿔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뒤늦게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진로는 결정했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온 것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보다 자신이 방황하던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얘기보다 그리움(같이 지낸 게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가족과 케냐, 인도네시아, 그리고 시카고 시절의 이야기의 전부다. 아내 미셀 오바마의 이야기는 이 책 끝 부분에 한두 페이지에 불과하다. 미문(美文)을 이 책에 사용했다면 이 부분이 전부다. 미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만은 책 내용으로 봐서 분명한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무려 660페이지가 넘는 오바마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고향 케냐의 여정 등 대통령과는 무관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두께는 느껴지지만 독서의 두께는 없다. 그것이 오바마의 문장이며 그의 필력이다. 술술 읽히면서도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히 독자의 뇌리에 남는 글쓰기가 인상적이다. 일부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해 끝낼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독자도 하룻밤 사이에 모두 읽었다. 미리 밝혀두자면 다음날이 쉬는 날인 주말 저녁에 읽기 시작하면 새벽이 오기 전에 독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 독자는 자신한다. 어렵거나 두세 번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은 거의 없는 데다 문장들이 간결해 전달하려는 의미가 한눈에 잡히기 때문이다.

1부는 오바마 자신의 복잡한 가족사를 연대기적으로 들려준다. 이어 2부에서는 시카고 빈민 지역에서 공동체 조직 활동을 벌였을 당시의 일들을 그렸고, 3부에서는 자신의 진정한 뿌리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 케냐로 떠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케냐에서 그는 자신의 친아버지쪽 아프리카 계보를 접하고 부계의 여러 일가친척들과 만난다. 그러면서 그간 잘 몰랐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잔인한 빈곤과 부족 간 갈등으로 점철된 나라에서, 아버지는 인간적 약점을 끊임없이 드러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겹게 현실과 싸워야 했다.

이런 아버지의 민낯을 정면에서 응시한 끝에, 그는 마침내 분열된 선대의 유산과 화해한다. 극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이 가장 극적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고 또 걷게 될지 예감한다. 재임 당시 그가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까지 끌어안고, 흑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백인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을 만큼 ‘진정한 통합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리라.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렸던 자신의 다채롭고 모순적인 삶을 끌어안아 세상을 바꾸는 동력으로 승화한 것이다.

 


 

다 읽은 후에도 독자는 한동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앞서 일부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그의 따뜻한 심성과 섬세한 감수성, 치밀하고 아름다운 필력, 인간적 면모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세상의 모진 냉대와 차별에도,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가슴에 ‘담대한 희망’을 품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버락 오바마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강인한 의지는 읽는 이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다. 분열된 세상엔 화해와 통합의 비전을, 정체성을 잊고 살아가는 사회인에게는 용기와 열정을,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꿈의 가치를 알려줄 잘 빚어진 도자기에 비유하고 싶다.

 

저자 : 버락 오바마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당선자(2009년 1월~2017년 1월)이자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1961년 8월 4일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변화무쌍한 삶의 이력과 다양한 인종이 혼재된 가계도를 갖게 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시절에는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로 얼룩진 시카고 빈곤 지역에서 공동체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 환경뿐 아니라 국가의 법과 정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하버드 대학원에 들어가 법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때 권위 있는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의 흑인 최초 편집장이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시카고주 인권 변호사 및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08년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12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뛰어난 통찰력과 매력 넘치는 연설,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모든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진보 정치인 버락 오바마. 그는 퇴임 후에도 분열된 미국을 화해와 통합의 길로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여전히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저서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 From My Father》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있다.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은 그의 두 번째 책으로, 2004년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준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담대한 희망’을 토대로 한다. 현 사회의 수많은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그만의 정치적 비전이 간결하고도 힘 있는 문체로 펼쳐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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