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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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글쓰기 교본을 보는 느낌이다. 저자 손화신 자신의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동기를 포함,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하고 차분하게' 써내려 간다. 글쓰는 사람의 덕목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의 마음속을 거닐듯이 쓰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든, 가끔씩 취미로 쓰든 글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다. 어떤 글이든 살면서 자주 맞닥뜨리는 게 글쓰기다. 꼭 문학적 글이 아닌 비지니스 글쓰기도 제 1원칙은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의 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독자들의 텅 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어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들었던 글쓰기 경험을 드러내놓고, 치유의 과정을 진솔하게 진술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같은 일은 없었지만 독자는 이 책을 '글쓰기 교본'으로 삼을 작정이다. 글이 잘 써지든, 한 줄도 못 쓰고 있을 때든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글쓰기의 혹독한 과정은 글쓸 때의 독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때로는 용기도 줄 것으로 믿는다.

 


 

요즘은 '대중지성의 시대'라고 한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SNS를 통한 소통으로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글쓰기 책 수십 권을 읽고도 자신만의 글쓰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책을 수십 권은 읽었지만 정작 글을 써보려 하다가 얄팍한 지식과 양심 사이에서 혼란만 겪다 결국 손을 들고 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손화신 저자는 그 이유 중 하나를, ‘글을 써야 하는 내적 동기를 찾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자로서는 부끄럽게도 적확한 지적임을 수긍한다. 어떻게 그렇게 예리하게 지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적 동기를 찾은 후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끝없는 자기 성찰'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부단히 성찰한다. 또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강연과 책을 통해 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나를 알기 위해서 쓰라고 말한다. 쓰기의 본질은 자아 확립 과정에 있다.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실제로 저자는 글을 쓸수록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면서도 삶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는 경험을 했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극심한 삶의 공허를 느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찾는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게 된 이후, 현실에 부닥치며 이리저리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이에 비해 독자의 글쓰기는 뚜렷한 내적 동기도 찾지 못한 채 얄팍한 지식으로 덤비다가 한 줄도 제대로 못 쓴 채 '소질' 탓만 해댔다. 이 말은 '자기 성찰'도 없었다는 말이다. 고백컨대 도가는 글이 안 써진다고 짜증스럽게 '소질이 없나 보다'고 푸념한 채 포기한 적이 여러 번이다.

 


 

저자는 글쓰기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안내한다. 이를테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감을 찾고,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문체를 짓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책도 다른 글쓰기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저자의 이러한 과정은 자아 성찰과 치유를 통한 해방감, 자존감 등 내적 동기를 북돋아 지속 가능한 글쓰기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삶을 바꾸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힘든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하고 글쓰기를 할 때마다 되풀이해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깨닫는다. 쓰는 태도와 삶의 태도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을. 이는 저자가 작가 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가끔은 내적 갈등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나 심적 고통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다음 글을 쓰는 원천이 되기도 하고, 이 책의 발간 취지와 잘 맞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 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느낌과 저자의 글쓰기 과정을 알아봤지만 결론에 이르는 말이라 다소 추상적이란 느낌이다. 이제 저자를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 구체적 사실에 접근해본다.

책에 따르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때가 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문제에 부딪히거나 잡다한 일상에 지쳐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내 안과 밖의 일로 속 시끄러울 때, 글쓰기만큼 유용한 행위는 없다. 차분히 자리에 앉아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저자의 이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가 경험한 바를 앞세우는 것은 누구나 상황에 부딪치면 경험할 수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쓰기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며 몸과 마음이 고갈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미친 듯이' 노트를 채웠다. 저자의 고백처럼, 일종의 '소생의 시간'이었다.(p. 35) 저자의 직업은 기자다. 때문에 매일 글을 쓰면서도,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시작하고 결국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과 방법을,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에서 발견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을 담았다.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끔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글 쓰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고, 정체하게 만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어 다시 글쓰기 여정에 나설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흔히 글을 보면 그것을 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용에 글쓴이의 생각이 담기는 것은 물론, 문체나 형식에서 성격이 묻어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글쓰기와 삶은 닮았다. 나를 드러내는 글일수록 읽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생기듯,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할수록 삶이 온전해진다. 수도 없이 퇴고한 글이라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는 것처럼 지난 일에 얽매이기만 하면 자신을 소진하게 된다. 자신의 호흡으로 문장을 고르며 글의 매무새를 만지는 일은 먹고살기로 환원된 현실 속 의미 있는 발단-전개-위기-절정을 찾아내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어떤 글을 쓰는가’ 혹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와 같은 판단은 ‘어떤 삶을 사는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가’로 대체할 수 있다. 저자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라는 통찰에 이른 저자는 글을 쓰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되는’ 순간들을 찾게 된 것이었다. 쓸수록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의 엉킨 타래를 풀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저자는 “글 쓰듯이 살고 싶다”며 거듭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다. 이는 곧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향해 부단히 자신을 극복하고 넓혀나가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렇듯 삶과 글쓰기가 공명하는 지점을 저자는 특유의 감각적인 시선과 정갈한 문장으로 포착해낸다. 더 나아가 좋은 글쓰기의 원칙을 자기 삶에도 적용하려 노력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써야 비로소 내가 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독자에게 자문해보길 권한다. 혹시 책을 내기 위해, 뻔한 형식에 갇혀 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 작가는 멋 부리지 않고 나다움으로만 가득 채우는 글의 힘을 담담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읊조린다.

 


 

쓴다는 행위는 특별한 일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니다. 누구나 자아를 드러내고 밝히려는 태도를 지니고서 써나간다면, 그 결과물에 관한 어떤 평가도 무의미하다. 작가의 말처럼, “글쓰기는 목적 없이도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의 일이며,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주체’의 일이다.”(p. 59) 쓰기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쓰기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쓸 게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펜이 종이에 닿는 순간, 쓸 만한 것들은 차고 넘칠 것이다.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좋다. 당신이 누구인지, 언제 무엇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지 기록하라. 쓰는 경험이 쌓이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또한 상처로 얼룩진 마음을 회복하고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쓰기는 자기 인생의 무게중심을 잡는 일이다. 삶이라는 태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저자는 쓰는 사람으로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값진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 또한 누구든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펜을 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후 더욱 왕성하게 글을 쓰고, 쓰기를 통해 자신과 일상에 관한 낯설고 깊이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를 응원한다. 쓰는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되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를 넘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글쓰기가 삶이고, 삶이 글쓰기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내 트라우마, 불안과 공허, 슬픔과 아픔, 우울, 상처와 후회, 부담 등을 물감 삼아 글을 쓸 것이다. 나의 어두움이 같은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희미하게나마 발 앞을 비춰주는 불빛이 될 수도 있을 테니."(p. 175)

 

"글이란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혼자와 혼자가 만나 각자의 혼자를 응원해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을 일삼으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자기 글만 정답인 양하지 않는 사람들과 쓰기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큰 행운이다.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p. 217)

 

저자 : 손화신

 

감각 있는 글을 쓰는 대중문화 기자.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중심이 잡혔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씀으로써 더욱 나다워지고 자신을 한 뼘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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