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 모든 일에 무기력한 당신이 열정을 불태우게 되는 비법!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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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 즉 인간과 타 생물과의 다른 점은 무척 많다. 유형의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것도 타 생물과 구별되는 점은 많다. 어쩌면 타 생물과 같은 점을 찾는 것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독자는 인간과 타 생물과의 차이점은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되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욕망의 분류로 설명되어질 것이다. 여기서 욕망은 탐욕을 일컫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의지력을 말한다. 우선 물적(物的) 욕구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다. 사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물건을 포함한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물건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육체적 욕구다. 성욕이나 건강한 몸, 강한 육체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적(知的) 욕구다. 호기심이나 지식에 대한 욕심, 욕망 등을 말한다. 특히 지적 욕구는 오늘날 인류 문명이 지적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을 없을 터다. 호기심도 지적 욕구의 하나다. 지적 욕구는 타 생물과 비교되는 고도의 지능 때문이다. 호기심은 우주의 모든 현상과 사실, 진리 등을 탐구해 지금의 문명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이 세 가지 욕망은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적 욕구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적 욕구 역시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라고 한다. 자신이 모른 것을 하나 알게 됐을 때 만족감이 호르몬을 자극해 상당히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해주는 것 같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살핀다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다가 이 욕구가 현저히 줄어들 때가 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로한 상태가 되면 의욕이 감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현대인들에게 이런 것들은 더 심하다고 하는데 아마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는 데 인간 본성보다 빠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맞추려면 굉장한 지적, 육체적 에너지가 필요할 터이니 잘 관리가 안될 경우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의 육체는 일정 시간 휴식한다면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로부터 회복된다. 그래서 현대인의 휴식은 일만큼 중요성이 강조된다. 인간의 욕망은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 해결되면 또 생기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가지 욕구가 해결되면 다음 욕구가 생길 때까지 약간의 기간 동안을 휴식기로 이용하면 실제 의욕은 평생 있는 것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어느 한 순간 외부 충격이나 내부의 질병에 감염될 경우 의욕을 상실하고 난 후 다시 회복되지 않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의 저자는 우리가 의욕을 잃을 때 다시 의욕 충만한 상태로 되돌리는 비법을 포함한 60개의 의욕 충전 노하우들을 전수해준다. 누구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테크닉으로,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나 저서를 바탕으로 한 확실한 솔루션들이라고 한다. 만일 권태로움이나 외부 충격, 혹은 자신의 내면의 심리적 어려움으로 의욕을 상실했을 경우 이 심리 기법들을 삶에 적용해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 소개된 의욕 충전 솔루션들을 통해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마음속에 열정이 펄펄 끓어오르는 사람이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내 인생을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당당하게 도전하고 멋지게 성취하는 일류 인생으로 발돋움하는 당신이 되길 바란다는 게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다. 이 책은 의욕 상실의 감정을 박멸하는 심리 테크닉을 담은 최고의 심리학 도서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가 세계적인 심리학 권위자들의 실험과 연구 자료를 근거로 우리 마음속에 열정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① 일상에서 의욕 상실이 사라지는 심리 법칙, ② 업무 현장에서 의욕이 솟아나는 심리 테크닉, ③ 아무리 노력해도 의욕이 없을 때의 탈출 비법, ④ 행동력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심리 전략, ⑤ 그래도 의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법칙, ⑥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라는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 많다. 한 문장당 3~4 페이지씩 게재해 암기를 쉽게 도왔다. 또 자세한 설명과 중간중간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의욕을 상실하는 행동을 스스로 습관이 될 정도로 의식 없이 행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못된 습관처럼 몸에 배었을 정도로 자주 했다는 자성을 많이 했다. 인상 깊은 부분은 흔히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기 위해 책 한 권을 가방 속에 꼭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예전에 가방에 여러 권의 책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책이 의외로 무겁다는 사실에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면 몸이 힘들 뿐 아니라 마음도 피곤해질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꼭 읽을 책, 쉽게 읽히는 책, 재미 있는 책 등 가벼운 읽을거리로 우선 독서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



목표 설정의 경우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끝내고 또 다른 목표를 이루어 가기 위해 정진하는 과정을 잘 설계하는 것이 의욕을 세워나가는데 핵심임을 알게 됐다. 의욕만 앞세워 목표가 너무 높거나, 적당히 낮게 세우는 요령을 피운다면 오히려 의욕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스스로에 맞게 잘 설계해야 하겠지만 에너지를 잘 배분해가면서 해야 하고, 마감 기한을 잘 정하고, 일이 끝나면 작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재미를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저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적용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집 욕구가 있는데, 이것은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목표를 이루고 성취할 때마다 그 자체를 수집하는 것이나 그에 대한 보상을 수집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시 도전해볼 작은 목표를 세워 실천해나간다면 어느 새 몸에 배게 돼 스트레스 없이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의욕은 늘 자신 속에 충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며 "역시 일본 사람들은 디테일에 강하고 소형화에 천재다."는 생각이 또다시 가슴에 울린다. 저자의 이 책을 기술하면서 60가지를 일일히 세부적이고 디텔일한 부분에 대해 단 한 건도 설명을 허투루 하지 않은 점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세부 심리 파악에도 일본인 심리학자여서 가능하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독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3장이다.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지만, 반대로 너무 하기 싫을 때는 다른 일을 해보거나 다른 것에 생각을 돌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을 심리학에선 '디스트럭션법' 이라 부른다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준다. 이 방법을 책을 읽을 때 사용할 것을 저자가 은근히 귀띔한다. 사실 이 방법은 지금 독자가 실시하는 방법이다. 매일 습관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일하기 싫을 때와 무료하게 있을 때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해보자면서 책을 손에 잡는 버릇이 연장된 것이다. 또 책을 읽다가 어려워 진도가 안 나갈 때는 다른 책을 읽으면서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실천해볼 일이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뭐든지 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서도 해당된다.

좋은 방법도 유연성 있게 적절한 타이밍에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마음을 바꾸기가 힘들면 조건을 바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마음에 의욕이 없더라도 의욕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어본다든지, 활기가 없더라도 활기찬 신체의 모습을 생각하며 재현해 본다든지, 내가 느리다면 빠른 사람과 함께하거나 기운이 안 난다면 육체적으로 힘을 써보거나,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저자 : 나이토 요시히토

심리학자. 릿쇼대학 객원교수. 게이오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심리학의 실천적 활용에 힘을 쏟는 비즈니스 심리학의 권위자로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く扱われない話し方)》, 《세계 최첨단의 연구가 가르쳐주는 대단한 심리학(世界最先端の?究が?えるすごい心理?)》,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마음을 손에 넣는 책(いちいち?にしない心が手に入る本)》, 《사기꾼의 블랙교섭술(「人たらし」のブラック交際術)》 등이 있다.

역자 : 이정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한일 근대의 인쇄 매체를 통해 나타난 근대여성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에서 대학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연습》,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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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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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이 책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을 발간하면서 저자 박애희는 독자들에게 출간에 부친 편지글을 내놓았다.

 

"요즘 저는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그렇듯 찾아온 인생의 의문과 숙제들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인생에 정답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기필코 답을 찾아 이 시간을 이겨내리라,

이런 다짐 속에서 헤매는 와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언제나 답은 찾아내지 못하고 고통을 견딜 만큼 견디고 나야 삶이 이어지는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 안에서 깨지고 부서지지 않기 위하여, 나를 단단히 지켜내기 위하여,

어떻게든 삶을 이해하고 견뎌내기 위하여

고통 속에 몸부림칠 때마다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잠 못 이룬 채 하얀 밤을 맞고 있을 누군가를.

고통과 슬픔과 불안의 동지들을."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간다. 모두 책 머리에 「한숨이 차오르는 어느 밤을 견디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머릿말에 썼다.

 

"그들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당신이 옆에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어떤 마음들과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당신의 옆에서

티슈를 건네주며 같이 울고 싶은 마음과, 들썩이는 어깨를 가만히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과

무릎 아래로 힘없이 툭 떨어져 있는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도 그랬다고,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다고, 그러니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의 슬픔과 고통과 불안과 상실과 좌절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많은 마음을 품기에 저란 사람은 너무도 작고 약해빠진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도 어떻게든 견디며 살고 있으니

당신은 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잘 견뎌왔으니 내일은 더 좋은 날이 꼭 찾아올 거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으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보듬은 박애희 저자의 신작 에세이다. 삶의 고통과 불안 속에서 매일을 견뎌내는 이들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썼다.

인간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깊이 성찰한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에 따르면,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때 그 공통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고통’이라고 한다.

저자 자신이 이러한 ‘고통’을 더 많이 감지하는 지극히 민감하고 유약한 성정을 지닌 탓에, 생의 문제들에 맞닥뜨릴 때마다 제발 누군가가 이 힘겨운 시간을 지혜롭게 통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 어떤 말이라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랜 시간 그 답을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저자가 끝내 찾아낸,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위안의 말들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지킬 수 있는 태도가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엇이 우리 삶을 견디고 버티게 하는지, 무엇으로 우리는 위기와 어려움의 시간을 건너야 하는지,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삶으로 들어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이쯤 되어서 저자의 '고통'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저자에게는 사는 동안 내내 어떤 고통이 밀려왔을까. 저자의 고통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 책의 내용이 저자의 삶 깊숙이 자리잡도록 평생 괴롭히던 고통의 실체를 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저자의 고통이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통'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에 내재해 있는 원초적 고통일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고통은 인간이 살면서 극복해가는 고통이고 그 고통을 사는 동안 평생 극복해간다. 그래서 세상은 고통의 운동장이고 그 운동장에서 뛰는 인간들은 닥쳐오는 고통의 색깔에 관계없이 하나씩 하나씩 극복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이고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고통이다. 인간은 그 고통을 극복하고 나면 또 하나의 고통이 다가오고 우리는 다시 또 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삶 자체가 고통인 것과는 약간 다르다. 독자의 이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쇼펜하우어의 고통은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10년 전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동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그 여행은 정말이지,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그리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저자는 아주 오랫동안 확신했었다. 한여름을 피해 여행 일정을 잡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유럽의 더위는 최악이었다. 폭염이 여행 내내 이어졌다. 냉장고에 있던 생수와 맥주캔을 꺼내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처음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비행기가 연착됐고, 환전 사기를 당해 10만 원을 날렸다. 레스토랑에선 분명 피자를 한 판 시켰는데 두 판이 나오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심지어 그 맛까지 너무 형편없었다. 일정을 반 정도 소화했을 때, 너무나 간절히 집에 가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더위도, 덩치 큰 유럽인들도 전부 싫었다. 귀국 비행기에 올랐을 때는 안도감마저 느꼈다. 그 후로 동유럽 여행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최악의 경험을 굳이 떠올려 기억하고 싶지 않았고, 아주 오랫동안 그 시간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한 번씩 그때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어떤 풍경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저자는 궁금해졌다. 지금 와 생각하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왜 그렇게 진저리쳤던 것일까 하고.

 


 

처음에는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간 지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최악의 여행마저 근사하게 생각나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시에는 기분과 상황에 휩쓸려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아름다움은 그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일까.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떠나고 난 뒤에야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일은 여행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내내 반복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청춘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때 시리게 아팠던 청춘이 인생의 봄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지긋하게 싸웠던 어떤 관계도 이별 후에는 어쩐지 그리워지는 것처럼.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믿어보라고. 초라하고 남루하게 느껴지는 어느 하루도, 한숨만 터져 나오던 어느 밤도 훗날에는 어떤 아름다움과 의미를 내게 선물할지 모른다고. 힘겨운 시간을 견디는 게 버거울 때면 지금 여기가 아닌 먼 곳을 내다보라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각각의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저자의 고통과 쇼펜하우어의 고통(욕망)은 맥락이 같다. 사는 동안 어떤 색깔이든지 고통이 뒤따른다. 사는 동안 고통과 함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러나 저자나 쇼펜하우어는 고통이나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도 고통을 극복한다. 개인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 극복해내고, 기다리면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온다. 그러니 고통이나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릴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살아 있으면 고통은 극복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고통은 극복된다. 그것이 살아 있는 이유가 된다. 그러면 결국 인간은 삶의 의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슬픔, 고통, 분노, 질투 등 부정적 감정의 틀 안에 있는 감정 조각들은 폭발력이 강하다. 인간이 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더 단단한 자아를 만들어나간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숙이다. 슬픔을 슬픔으로 생각지 않고 자신에 대한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극복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결국 살아 있는 한 어떤 어려움도, 부정적 감정조각들도 모두 극복된다. 슬픔이 두 번, 세 번 거듭될수록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는 높아간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을 극복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고통과 극복, 슬픔과 이겨내는 것 등은 모두 동의어가 된다. 인간에게는...

 


 

저자 : 박애희

 

헤매고 흔들리는 사이,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진실을 마주한 후부터 기쁨보다 아픔, 높은 곳보다 낮은 곳, 강한 것보다 약한 것, 눈부신 것보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리라 다짐하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연약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쓴 글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길 소망한다. 기대와 다르게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울고 화내고 방황하면서 어떻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3년 동안 KBS와 MBC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누군가 당신은 어느 편인지 묻는다면 준비해놓은 답이 하나 있다.

“슬픔의 편.”

슬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삶과 인간에 대한 속 깊은 헤아림, 슬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 품은 연민과 진정성. 이런 것들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이 기쁨보다 슬픔에게 자주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날부터 슬픔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통, 불안, 상실, 좌절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있으며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생의 기쁨과 의미들을 찾느라 날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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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가 - 전교꼴찌가 청와대까지 갈 수 있었던 능력의 비밀
한상권 지음 / 베프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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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가』 제목대로 질문한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든 사람의 답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항목별로 묶어본다면 가장 많은 사람이 '사랑'과 '열정'을 답으로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못한 독자로서는 막연한 추정일 뿐이다. 저자 한상권도 비슷한 답을 말한다.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가?” 선뜻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수많은 답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에 따르면 명확한 소신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삶을 짓누르는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수많은 계획과 다짐, 실천하고픈 욕구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희망이, 사랑이, 내 사람들이, 최상의 컨디션이, 부를 추구하고픈 욕망이…. 이 책은 오늘 당신의 하루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인사전문가의 성장 노하우 실천목록이다. 저자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써 내려간 공감백배의 문장들이다. 당신을 잘 알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힘내세요!”라고 전하는 진심 어린 토닥임이다.



이쯤 해서 독자는 저자가 성장 노하우 실천목록에서 깊은 생각을 해본다. '나의 경우는 어떨까?'이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만 해온 독자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수많은 답들이 그동안 지금의 나를 지탱해온 데 많은 힘이 됐다고 인정한다. 단순히 직장 생활만 해온 독자의 경우도 살면서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가지각색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체적으로 사명감과 당연한 의무감, 책임감이었다. 대부분 그렇게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의 고비나 어려울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지속할 수 있었다. 때로는 욕망이 힘이 됐고, 또 어떤 때는 두려움이 더욱 힘을 내게 부채질했다. 가끔은 희망이나 사랑도 힘이 됐으나 일을 계속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부정적 감정으로 일컬어지는 두려움, 욕망, 경쟁의식, 질투나 극한 자존심도 작용했다.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은 폭발력이 훨씬 강한 것 같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큰 힘을 발휘하게 해주었고, 네가 한다면 내가 못할 리 없다는 근거없는 자존심도 큰 작용을 했다. 드물게는 욕망(돈에 대한)이 노력을 하게 했고, 심지어는 질투심도 일을 열심히 하는 데 이용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 감정을 내면에 감추고 추진하는 일은 당장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노력과 열정, 고뇌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드러내놓고 열심히 한 이유를 한 번도 남에게 얘기한 적이 없으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당초 무리한 욕심일 뿐이다. 그럴 때마다 묘하게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탓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나를 도구로 생각할 뿐 인격체로 정당한 대우나 인정을 해주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부정적 감정에서 출발한 일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지고, 도전해야 하는 업무에 비슷한 감정을 갖고 다시 도전하곤 한다. 이러한 세상 속 우리의 삶은 도전과 경쟁의 연속이다. 그리고 미래는 쉽게 바뀐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변화의 흐름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도전과 경쟁이 긍정적이고 진취적 감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 도전은 자신이 중심에 있었기에 성취할 경우 오래 가고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저자의 안내대로 책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어느 누구도 쉽게 시작하지 못했고, 옆 사람과 차별화된 전략을 필요로 하는 '우리'만을 위한 인사전문가의 메시지를 담았다. 당신의 정신을 자극하고 몸을 움직여 성장의 메시지를 찾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책 하나로 인생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 하루를 이겨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한 줄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책은 이제 하루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희망을 찾아 나서보기를 권하고 있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우리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옛날 사피엔스가 몸을 움직여 생존의 도구를 발견하고 지금까지 존재하듯이, 우리도 직장 밖으로 나가 몸과 마음을 움직여 자기계발을 하고 인생 전반에 걸친 행복을 찾기를 희망한다. 그게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모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신처럼 모셔왔던 책상 위에서 쌓은 곁가지 지식들이 성장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결국 생각 이외의 다른 곳에 숨겨져 있다는 걸 알면 이 책의 독서는 충분한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사피엔스로의 회귀’. 이것이 인사팀장이 알려주는 인사담당자도 모르는 성장의 조건이다. 이제부터 당신을 변화시킬 세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행복을 원해서 미래의 편안함을 추구한다. 보통은 공부를 통해서다. 공부하는 직장인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학습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시작하는 직장인도 성공적인 공부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직장인이 공부를 계획할 때는 스라밸을 염두에 두고 휴식과 여가생활, 공부의 조화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언젠가 펼쳐질 내 미래를 위해서 차곡차곡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들도 우리와 똑같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이런 것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기계발’이다. 자기계발 하나를 꾸준히 하면 좋다. 누군가가 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책을 펴놓고 필기를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다.

이제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회사 밖을 기웃거리는 게 필요하다. 100% 또는 120% 일하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봤자 당신의 목표는 아득히 먼 노후에 있다. 뭣하러 그때까지 기다리는가? 지금 당장 당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 능력의 70%만 님을 위해 일하고 나머지는 당신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란다. 휴식과 여유를 찾는 나만의 자기계발은 우리가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미래의 목표를 앞당겨 이루도록 해줄 것이다.

「능력의 70%만 일하고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저자는 이런 문제에 부딪치는 수많은 '우리'에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 실천하라!"고 주문한다. 이 책이 들려주는 경험으로 터득한 소중한 교훈과 도전해야 할 몇 가지 성장의 기술을 통해서 당신을 담금질해 보면 결코 배신 당할 일이 없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추락하던 불량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불릴 만한 인생의 멘토를 만나고, 장학생으로 대학교를 졸업, 청와대를 거쳐 중소기업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고, 회사 설립과 폐업을 경험해 보고, 이제는 대기업을 거쳐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인사팀을 이끌고 있는 파란만장한 저자의 삶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우리의 성장기술에 참고해 보는 것은 해볼 만한 도전이고 실천이다. 스스로의 삶의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만의 성공법칙을 찾기 위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면 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고 기대된다.

저자 : 한상권

디자인과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는 사회문제·국제관계·직장문제·동기부여·청년문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추락하는 유년기를 버텨내고 정부기관에서 일하기도 한 저자는 10여 년 동안 5개국(미국, 멕시코, 인도, 베트남, 필리핀)에서 인사·회계 책임자로 주재원 생활을 했고,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다양한 사고의 능력을 길렀다. 전재산을 잃는 사업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이러한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기업으로의 이직도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인사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새로운 날개를 펴고자 집필과 상담 그리고 강연을 통해 지나온 과거를 인정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좌절을 넘어설 수 있었던 그만의 냉철한 시각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과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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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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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시대를 막론하고 '사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없었던 때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우리로 봐서도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나 지금 대한민국의 2021년을 사는 우리에게나 삶은 어렵다. 이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떻게 조선시대보다 힘들겠느냐고 반문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는 게 쉽고 즐겁기만 했던 시대가 없었다라고 말하면 반응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것이다. '사는 게 힘들다'에서 왜, 무엇이 힘들다고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이는 우리는 '사는 게 고통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우리가 힘든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고통의 원인을 우리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고 남 탓만 하기 때문에 힘든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회가 불평등해서', '사람들이 나를 몰라줘서', 혹은 '흙수저로 태어나서 불행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대부분의 많은 고통이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욕망의 존재’라고 규명했다. 인간은 밑 빠진 독처럼 끝없는 욕망에 시달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욕망이 충족되면 곧 권태를 느끼고 또 다른 욕망에 시달리는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두고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라는 짧고 간명한 한 문장으로 예리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생과 세계의 본질이 고통이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폭로는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쇼펜하우어가 사는 게 고통이라고 넋두리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비록 우리가 욕망의 존재일지라도 욕망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에게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외친다. 인생과 세계의 진상을 제대로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어지간한 고통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삶과 화해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 책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삶이 고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외침에 공감하고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쇼펜하우어의 소중한 통찰을 담고 있다. 국내 최고의 실존철학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사는 게 고통이다”라는 인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쇼펜하우어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비유로 풀어낸다.

단 한 번이라도 사는 게 고통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인생의 의미를 잃고 헤매고 있다면 쇼펜하우어의 말에 귀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촌철살인 염세주의 철학자로도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생과 세계의 어두운 면을 철저하게 폭로하는 동시에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고통의 본질을 마주하게 한다. 이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내 인생과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로서 교단에 서지 않고, 주로 민간 문필가로서 지냈다. 그는 칸트와 같이 현상과 물자체(物自體)를 구별하지만, 경험적 현상의 세계는 주관의 여러 형식(시간, 공간 및 인과의 법칙)에 의존하는 단순한 표상에 불과하고 물자체에 해당하는 것은 의지, '맹목적인 생존의지'라고 본다. 무기적 자연에서 동식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전체는 이러한 의지의 객체화ㆍ개별화의 여러 단계이기 때문에 세계는 보편적으로 무근거, 무원리이고, 부단한 욕망에 쫓기어 만족할 수 없는데 이러한 생은 고통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최악의 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술적 관조에 의해 세계를 망각하거나, 욕구를 단멸(斷滅)하고, 인도 종교사상의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허무주의는 1848년의 혁명 후, 사람들에게 주목되었다가 혁명이 좌절된 후 실망한 독일의 중간층에서 유행하였다. 쇼펜하우어는 불과 17세의 나이에 인생과 세계의 본질이 고통임을 깨달은 후, 삶의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사유하는 데 한평생을 바쳤다.



저자에 따르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이후 니체 같은 철학자와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쇼펜하우어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복잡한 이해관계와 이기심, 탐욕으로 점철된 지금의 시대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지 잊은 채 쫓기듯 일상을 살아가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쇼펜하우어가 필요한 절대적인 이유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크게 둘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염세적인 묘사와 탐색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욕망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에 대한 모색이다. 전자는 어두운 측면이 있고, 후자는 밝고 희망찬 측면이 있다. 이처럼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 책 역시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사는 게 고통이다’에서 쇼펜하우어는 인생과 세계의 허망함과 추악함, 그리고 비극성을 드러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로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서양의 전통 철학에 반기를 든 쇼펜하우어의 위대함이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전복시키고 인간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이후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다. 니체도 침식을 잊을 만큼 푹 빠져들었다는 쇼펜하우어의 세계가 펼쳐진다.

2부 ‘고통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서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극복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인 행복, 죽음, 예술 등과 같은 묵직한 주제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통찰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욕망을 비우면 환희와 같은 깊은 기쁨이 우리를 찾아온다고 말하며, 이기심과 탐욕을 자제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욕망을 버리려는 욕망조차도 비울 것을 촉구한다.


쇼펜하우어가 강조하고 있는 삶의 태도는 행복이라는 환영을 뒤쫓는 것보다 훨씬 위엄 있고 아름다운 세계를 볼 줄 아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쇼펜하우어의 통찰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통을 극복하고 우리 삶을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냉소적이고 심지어는 악의적으로까지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인생과 인간의 어둡고 부정적인 면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인생에 대해서 퍼붓는 냉소는 우리가 삶과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두면서 삶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동안 대단한 일로 생각하면서 집착했던 것을 하찮은 것으로 보게 되면서 평온한 마음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1부 - 사는 게 고통이다」 중에서

인간의 행복은 부나 명예와 같은 외부적인 것보다도 성격이나 건강처럼 자신에게 속해 있는 것에 달려 있다. 특히 건강은 행복을 위한 기초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건강한 거지는 병든 제왕보다 더 행복하다. 이렇게 건강이 부나 명예보다 행복을 위해서 훨씬 더 필요한 것이라면, 재물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건강은 또한 우리가 명랑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부 - 고통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중에서


그러한 폭로가 목표로 하는 것은 우리가 보통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빠져 있는 일상적인 삶의 추악함과 허망함을 드러냄으로써 그러한 삶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데 있다. 갖가지 욕망을 추구하는 데 빠져 있는 일상적인 삶의 추악함과 허망함을 자각할수록 우리는 그러한 삶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나오는 글 - 내 안의 유령들 떨쳐내기」 중에서

저자 :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을 비교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저서로는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연구』(청송학술상), 『니체와 불교』(원효학술상), 『내재적 목적론』(운제철학상), 『초인수업』(대만, 홍콩, 마카오 번역 출간),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등이 있고, 역서로는 『헤겔 철학과 현대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와 헤겔』, 『실존철학과 형이상학의 위기』, 『니체 I, II』, 『근본개념들』, 『아침놀』, 『비극의 탄생』, 『안티크리스트』, 『우상의 황혼』, 『선악의 저편』, 『상징형식의 철학 I, II, III』가 있으며, 논문으로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반야학술상)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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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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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결말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의 문체로 새롭게 씌어졌다. 비 오는 날, 오동나무 잎들이 운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툭툭 떨어지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던 마지막 결말부는 거기서 끝을 맺지 않는다. 주인공 윤이금의 이후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에필로그」 형식으로 소개되기 때문이다.

어느덧 작가의 시선이 인생 너머의 비밀을 알아챌 만큼 성숙해진 때문으로 보인다. 비로소 주인공과의 작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새로 씌어진 마지막 문장처럼 “행복한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인생에서 아름다운 한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기에. 1994년 출간된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은 소설가 신이현의 데뷔작이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경쾌한 정신, 니체적 질문으로 가득 찬 소설”(문학평론가 진형준)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가벼움 속에서 제법 묵직한 철학적 주제를 이끌어낸 소설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이 당대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점은 놀랄 만큼 다른 성향을 지닌 주인공 윤이금이라는 특이하고도 이상한 캐릭터의 출현에 있었다. 사회적 통념과 질서, 원칙 ‘따위’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무개념'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윤이금은 대학의 자퇴부터 직장 무단결근, 혼전순결 심지어는 인생의 중대사라 할 수 있는 결혼에 있어서도 그리고 어떤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눈앞에 닥쳐도 단 1초의 진지한 고민이나 갈등 같은 심리적 변화를 겪지 않는다. 모든 선택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다. 90년대를 기준으로 보자면 한마디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최악의 캐릭터였다. 작가는 이제 『숨어있기 좋은 방』의 새로운 결말로 우리를 안내한다.



​20대 초반의 대학 불문과를 중퇴한 윤이금이 소설의 여주인공다. 그녀에겐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려 생사도 알 수 없는 아버지와, 윤이금이 벌어다 주는 월급만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 아직 어린 여동생, 남동생이 있다. 장녀라는 가족의 굴레 속에서 숨이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다니던 직장의 중요서류와 공금을 잃어버린다. 회사로 돌아가지도, 집으로 가지도 않은 채 술에 취해 우연히 만난 여관 월세방에 사는 남자 태정과 일주일을 보낸다. 윤이금이라는 인물에게서 두드러지는 전형적인 특징은 바로 무책임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학의 자퇴라든지 직장의 사퇴 혹은 결혼 같은, 이른바 인생의 중대사를 앞에 두고 고민의 흔적을 조금도 내보이지 않는다. 그런 인생의 중대사뿐만 아니라 그녀가 겪게 되는 사건이나 행동들에 있어서도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다. 남들이 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행동을 과감하게 실천하는 용기도 실은 이 무책임성에서 나온다.



태정은 가난하고, 폭력적이다. 돈이 없어 여동생이 몸을 팔아 버는 돈으로 살아가는 남자다. 태정이 술에 취해 재떨이를 부셔버리고 다친 틈을 타 윤이금은 붕대를 사러 간다는 핑계로 도망 간다. 막상 나와 돈도 아무것도 없어 지나가는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유일한 친구 봉희에게 전화를 한다. 하지만 봉희는 윤이금에게 관심조차 없고 다이어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봉희와 전화를 끊고 다른 남자 휘종에게 전화를 한다.

휘종은 단숨에 윤이금에게 달려왔다. 그 일을 계기로 번듯한 직장, 부유한 집안의 휘종과 결혼을 한다. 부유하고 행복한 시부모님과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지만 윤이금은 결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다시금 태정을 찾게 되고 태정과 몸을 섞는다. 그렇게 불안정한 관계를 이어가고 태정은 윤이금이 결혼한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나 태정은 윤이금이 결혼했어도 사랑한다면서 함께 하길 원한다. 윤이금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딸을 낳는다. 그런 상황임에도 태정과 헤어지지 못하고 만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던 어느 날. 윤이금은 태정의 여관방으로 찾아가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소설에 대해 문학평론가 진형준은 다음과 같이 썼다. "착한 딸도 아니고 정숙한 가정주부도 될 수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출구도 없는 20대 여성의 무덤으로 읽을 수도 있을 소설을 나는 그렇게 악마의 드라마로 읽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 소설에서 보기 드문 반윤리적 소설을 하나 갖게 되었다는 기쁨에 젖는다. (중략) 단도직입적인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소설들은 우리의 내부에서 '즐거움의 욕망'이 부르는 손짓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욕망을 억압해온 만큼, 그 욕망은 패배자의 모습으로 우리 내부에 잠복해 있었다.

그 패배의 모습의 존재론적 원형에 대해 질문하는 태도는 패배를 패배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는 비윤리적일지 모르지만, 그 패배한 삶, 그 소외된 삶, 때로는 악마적이기까지 한 삶을 우리와 익숙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실은 더 적극적으로 윤리적이다. 그 시선은 타인을 향한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되돌리게 하는 시선이며, 그리하여 가장 이질적이고 낯설고 적대적인 모습에서도 자신의 모습의 일부를 찾아보게 하는 시선이다."



누군가 나에게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니?”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숨어있기 좋은 방을 갖고 싶어요.”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신이현

1964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계명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4년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살림, 1994)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녀의 하루는 집 앞 빵집으로 빵을 사러 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음에 나올 책을 위해 파리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다 맛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러 저녁에 먹을 기다란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맺는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글쓰기는 새털처럼 부드럽게 설레는 즐거움이다.

오랫동안 파리와 프놈펜 등의 도시에 살다가 현재 한국 충주에 정착해 와인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갈매기 호텔』, 『잠자는 숲속의 남자』와 에세이 『알자스』, 『루시와 레몽의 집』, 『에펠탑 없는 파리』, 『열대 탐닉』, 『알자스의 맛(그래픽노블 공저)』, 번역서 『에디트 피아프』, 『야간 비행』 등을 펴냈다.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은 1994년 데뷔작으로, 출간 당시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와 윤리적 논쟁으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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