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 - 일하고 여행하며 꿈꾸던 일본 일상을 즐긴다
고나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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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앉아서 책만 읽어도 오늘날의 일본 문화와 일본인들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일하고 여행하며 꿈꾸던 일본에서의 일상, 즐거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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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 - 일하고 여행하며 꿈꾸던 일본 일상을 즐긴다
고나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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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일본에게 적대 감정을 갖고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나라인데 하는 짓을 보면 도대체 정이 안 간다. 섬나라 사람들의 근성이 그것인지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일찍 개항하고 자신들의 인재를 영국에 유학시켜 선진 문물을 배워오게 해 유신 이후의 그들에 의해 나라는 선진국의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좁은 섬에 인구가 많아 여전히 먹고 사는 것은 걱정스러워 그들은 또다시 이웃 나라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앞세워 실제 우리와 당시 청나라 말 중국을 침략 지배한다. 식민지로 지배한 것이다. 그 과정과 다시 2차대전 패배로 물러갈 때까지 갖은 악행을 저질러 두고 두고 만행은 규탄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웃나라 침략과 지배를 정당한 것으로 바꾸려 하고 전쟁 과정에서의 수많은 희생과 강제징용, 노역, 위안부 등 만행을 저지르고도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쟁 수행 중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도 근 100년간 버티고 있다. 그래서 가까운 이웃과는 늘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래도 한국전쟁을 틈다 패전국의 참담한 실상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경제력 회복에 성공함으로써 옛날의 영토적 번영은 없지만 경제적 번영은 누리며 살고 있다.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과거의 만행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가르치지 않은 지 100년이 넘었으니 지금 살아 있는 일본 국민들은 거의 모두가 일제 강점기 시대의 논리로 만들어진 역사를 배웠으니 제대로 배웠을 리 없다. 그리고 경제적 번영은 선진문화와 함께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아직도 외교력을 갖춘 이유다.



이 책 『한 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는 제목 그대로 일본에서 일하며 여행하고 일본의 일상을 즐기는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사람들의 책이다. 다섯 명이 각자의 지역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쓴 여행 안내서 역할도 하고 일본 문화 바로 알기에도 기여를 한다. 독자들은 앉아서 책만 읽어도 오늘날의 일본 문화와 일본인들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일하고 여행하며 꿈꾸던 일본에서의 일상, 즐거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의 일본 워킹홀리데이는 잘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서 보람도 느끼고 경력도 쌓고 새로운 경험도 한다. 일본인 친구도 사귀고 여가에는 일본의 사계절과 문화를 마음껏 즐긴다. 다른 도시로 여행도 가고,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일본의 문화나 일상을 자세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 특별히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일본에서의 하루하루는 여행 같은 일상의 연속이라는 것이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저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리얼 일본 라이프의 결정판이 일본 워킹홀리데이가 맞을 듯 싶다. 일본을 알고 싶고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이상적인 생활이 기다려진다.



일본 전역을 여행한 이야기는 해외여행이 힘든 요즘 단비와도 같은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여행에서 마쓰리와 불꽃놀이를 즐기고 지역 특산물도 먹어본다. 좋아하는 게임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순례하며 덕후의 길을 보여준다. 바닷가 마을에서 세 달을 보내기도 하고 한국에서 온 가족과 잊지 못할 행복한 여행도 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일본에서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 일본 문화와 일상을 마음껏 즐기며 원하는 곳으로 여행도 하는 일본 워킹홀리데이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은 코로나 집콕 시대에 또다른 즐거움이다.

잘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서 보람도 느끼고 경력도 쌓고 새로운 경험도 한다는 것이 워킹 홀리데이의 원래 취지다. 물론 즐거운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 일하고 생활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또는 다른 이유로 상처를 받고 눈물 쏙 빠지게 힘든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날도 있다. 외로움은 때때로 찾아오는 옵션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할 수 있는 건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힘들었던 날도 미래의 멋진 나, 되고 싶은 나를 위한 밑거름이었음을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된다. 저자들은 모두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그때도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본에서 경험한 아르바이트와 직업은 다양하다. 커피숍 점원, 도서 번역가, 학원 선생님, 게스트하우스 헬퍼, 한인 상점 판매 직원, 셰어하우스 회사 직원, 컨설팅 회사 직원, 일본어 과외 선생님, 방과 후 교실 교사 등이다. 다양한 경험만큼 다채롭고 신선한 일본에서 일하며 여가 즐기기 이야기를 책에서 생생하게 전해준다. 일본 생활 꿀팁은 덤이다.

일본 전역을 여행한 이야기는 해외여행이 힘든 요즘 단비와도 같은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여행에서 마쓰리와 불꽃놀이를 즐기고 지역 특산물도 먹어본다. 좋아하는 게임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성지 순례하며 덕후의 길을 보여준다. 바닷가 마을에서 세 달을 보내기도 하고 한국에서 온 가족과 잊지 못할 행복한 여행도 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일본에서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 일본 문화와 일상을 마음껏 즐기며 원하는 곳으로 여행도 하는 일본 워킹홀리데이의 세계를 경험해 보자.



후쿠오카에는 ‘야타이’가 많다. 야타이란 일본식 포장마차를 말한다. 보통은 일본에서 축제 때 많이 볼 수 있지만 후쿠오카에서는 축제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낮에도 저녁에도 나란히 줄지어서 영업하는데 도쿄와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야타이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붐벼서 마치 축제 거리에 와 있는 것처럼 기분이 고조된다. 파는 음식도 라멘, 타코야끼, 소시지, 어묵, 닭꼬치, 맥주 등 다양하다. 돈코츠 라멘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라멘을 먹는 건지, 라멘을 먹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P. 144)

워킹홀리데이의 매력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서 살면서 일을 하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워킹홀리데이는 독립 혹은 자립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내적, 외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값진 경험을 좋아하는 나라,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서 해 본다는 게 워킹 홀리데이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P. 190)



저자 : 고나현

장르물을 좋아하는 오타쿠 겸 번역가.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최애 게임을 하려고 일본어를 죽어라 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본어 번역가가 되어 있었다.

저자 : 김윤정

국문학 전공 후 도쿄에서 한국어 강사를 했다. 문학을 좋아하다 보니 주인공이 살았던 곳에 살아보는 게 마냥 좋은 문학 덕후. 본업은 강사지만 웹툰도 그렸다. 〈윤덩까툰〉 작가.

저자 : 원주희

일본 여행과 일본어를 좋아하고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즐겨 본다. 부자가 되어 여행하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꿈이다.

저자 : 김지향

대도시를 좋아한 나머지 도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현재 일본 광고대행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시절 회사 부도로 인해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풋워크가 가벼운 미니멀리스트가 됐다.

저자 : 김희진

워킹홀리데이로 도쿄에 왔다가 일본 IT 기업에 취업했다. 1년만 더 1년만 더 하다가 어느새 도쿄에 거주한 지 4년이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소녀감성 순두부의 다락방’을 운영하며 일본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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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빛이 된 당신을 마음에 담습니다 - 사랑하는 안석배 기자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편지들
장용석.이인열 외 76명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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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따뜻한 빛이 된 당신을 마음에 담습니다』는 고 안석배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추모하는 편지글, 배웅인사글 모음집이다. 고 안석배 위원은 가정에서 직장에서나 귀감이 되는 인품으로 선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기자였고 가장이었다. 그의 죽음은 가족 동료 친구들에게뿐만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담당했던 교육계 인사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놓은 기자였다.

이 모음집의 공동저자이자 대학동기인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는 「프롤로그」를 통해 "소중한 인연만큼 우리 삶에 의미 있는 건 드물 겁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눈 정, 위로를 주고받은 대화, 삶에 활력이 되는 지적 도전, 세상을 바꾸는 비전의 공유! 인연을 통해 우리가 나누는 에너지는 참 무한합니다. 그 인연 덕분에 우리는 힘을 얻고 즐거워합니다. 그래서 그 인연을 잃어버릴 때 많이 힘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갑작스러운 이별의 충격에 슬픔도 사치였던 지옥 같은 순간을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이 우리들 인생에 얼마나 많은 귀중한 추억을 남겼는지 감사한 마음이 더 크게 차오릅니다. 우리 기억 속에 남겨진 그의 삶의 순간들이 참 근사하고, 진지하고, 재밌고, 감동적입니다."고 추모했다.

 


 

책에 따르면 고 안석배 논설위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정겨운 친구였습니다. 따뜻한 선배였고, 예리한 문제의식을 지닌 기자였다. 많은 사람이 그런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못다 한 배웅인사를 한다. 한데 모여 만든 이 추모집은 그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마음집이요, 또 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아마 안석배 기자도 천국 어딘가에서 이들이 보낸 마음의 편지를 읽고 기쁜 마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따뜻하며 정겨운 추억을 남겨주고 떠난 안석배 기자, 그가 남기고 간 자취는 그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영원히 간직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사실 독자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물론 만난 적도 없고, 신문에서도 이름은 봤을지 몰라도 얼굴은 알지 못했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에는 그의 삶 속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 어렸을 적 친구, 학교 친구, 직장 선후배와 동료, 출입했던 곳의 인사들이 그와 배웅인사를 보내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사연들을 정성껏 담아 전해온 편지나 글 속에는 하나같이 중복되는 단어가 몇 개 나온다. 선량, 인품, 사랑, 존경, 오랜 친구 등. 이 몇 개의 단어들이 그를 담은 그릇이라면 그의 삶은 기억할 만한 삶이었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독자의 나머지 삶의 지표가 될 만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생을 마칠 때 남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해주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나에 따라 여러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추모집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소 반응이 다를 수도 있지만 고인에 대한 기본적인 평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하다는 표현을 빼고 나는 안석배를 말하지 못하겠다. 내 기억 속의 안석배는 내가 아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착하고 바르고 반듯한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나는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 이렇게 선량하고 맑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늘은 착한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고 하는데, 안석배가 세상을 일찍 떠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그의 인품이나 성격,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이나 가정에서의 성실성, 사회생활에서의 대인 관계 등이 이 책에 그가 맺었던 집단별로 수북히 쌓여 그를 애도한다. 물론 추모집에 그의 단점을 쓰지는 않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그를 폄하하는 글은 물론 단어조차도 찾을 길 없다. 그의 삶은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으로도 충분히 규정되어질 정도로 완전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감히 추측할 수 있다. 그의 짧은 이력을 밝히는 내용을 발췌해 여기 쓴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바라는 삶이어서 그의 삶처럼 독자의 나머지 삶을 성실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을 다진다.

 

1967년 7월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2020년 6월까지 만 25년 이상 기자 생활을 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교육 분야 취재에 매진했고 결국 교육전문기자가 됐다. 탁월했던 기사와 칼럼으로 잘 알려졌고, 조선일보에 ‘QS아시아 대학평가’를 도입하는 일도 주도했다.

언론계 동료들과 취재원들은 그를 ‘늘 사실(fact)과 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열정적이었고 진정성이 강했던 기자’로 기억한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는 치열했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았고, 취재원을 젠틀하게 대해 ‘언론계의 신사’로 불렸다. 많은 선후배들은 언제든지 기댈 수 있었고,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동료로 기억한다. 그런 그는 2020년 6월 모두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가 떠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머리로 가슴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은 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은 작은 선물이다. 하늘에서 이 책을 받아 든 안석배 기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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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브로맨스 브로맨스 북클럽 2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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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브로맨스』는 로맨스소설 ‘브로맨스 북클럽’ 시리즈 2편이다. 『언더커버 브로맨스』의 주인공은 맥과 리브다. 1편인 『브로맨스 북클럽』에서 불쾌하게 스치듯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이번 편의 전면에 등장해 사랑과 전쟁의 폭풍 속에 온몸을 던진다. 이들과 함께 뜻하지 않은 함정 수사에 나선 이들은 브로맨스 북클럽. 멤버들의 티키타카 유머에 현실적인 웃음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한 방이 있는 활약에는 박수가 절로 터진다. 언더커버란 말은 영어 under cover이며, 미국에서 '비밀로 한, 내밀한'이란 뜻으로 정보 첩보 분야에서는 비밀요원을 말한다. '브로맨스(bromance)'란 브러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말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뜻한다.

남성 간의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또는 우정 등이 중심이 되어, 2010년 이후 국내 드라마ㆍ영화 등에서 인물 간의 관계 설정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은어 사전인 ‘어반 딕셔너리’에서는 '브로맨스'를 설명하기 힘든 사랑이나 애정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브로맨스 북클럽’ 연작 소설에는 오직 연애를 위해 모여서 책을 읽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큰 규모의 자산가는 물론 프로 운동선수에 사업가, 공무원 등 미국 내슈빌을 쥐락펴락하는 남자들이 가입해 있다. 로맨스 소설에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상과 이상적인 연애의 양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 남자들이 비밀스레 모여서 북클럽을 만든 것이다. 이 재치 있는 상상에서 시작된 ‘브로맨스 북클럽’ 시리즈는 현실 커플들이 가질 법한 갈등과 고민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유쾌하고 섹시하게 풀어낸다. 미국에서 출간된 후 로맨스 소설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2019년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로맨스 소설 1위에 오르며 그해의 대표 로맨스 소설에 등극했다. 제2편 『언더커버 브로맨스』도 오프라맥닷컴,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로맨스 소설’에 선정되었다. 또한 ‘브로맨스 북클럽’ 시리즈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넷플릭스 드라마화를 확정지었다.

『언더커버 브로맨스』의 남주인공 맥은 브로맨스 북클럽의 리더로서,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의 전문가가 다 됐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사업적인 성공에 잘생긴 외모까지, 누가 봐도 부러워할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는 정착하고픈 여자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슈빌 최고의 레스토랑인 사보이에서 파티셰로 일하고 있는 리브 페펀드레아스는 부모님의 이혼과 어린 시절이 남긴 트라우마로 남자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다.

1편인 『브로맨스 북클럽』에서 형부의 친구, 친구의 처제로 잠시 마주쳤던 둘은 이번 『언더커버 브로맨스』에서 사보이 레스토랑의 VIP 손님과 파티셰로 조우한다. 그간 만나온 레이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데이트를 준비하고 1,000달러짜리 컵케이크까지 주문해 놓은 맥. 하지만 리브가 만든 이 값비싼 컵케이크는 맥의 실수로 인해 그레첸의 드레스 위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사보이 보스이자 셀럽인 로이스는 엉뚱하게 리브에게 책임을 물어 그녀를 해고하고, 리브는 로이스가 동료 직원을 성추행하는 장면까지 목격한다. 악몽 같은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느낀 맥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자꾸 리브의 눈앞에 나타난다. 망할 브레이든 맥. 하지만 혼자선 복수고 뭐고 불가능하다. 리브는 어쩔 수 없이 맥과 손을 잡고 추악한 보스의 가면을 벗기기로 결심한다. 맥이 전력 보강을 위해 끌어들인 브로맨스 북클럽 멤버들도 리브를 도와 함정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맥이 리브의 심장으로 뛰어드는 순간만을 간절히 바란다.

리브는 가족의 도움을 일체 거부하고 어떻게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고자 열심히 살아왔지만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아무 잘못 없이 해고를 당하고 보스의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것까지, 리브는 마음으로 ‘이건 불공평해!’라고 외쳤지만 삶이 그녀에게 공정했던 적은 그다지 없었고 그렇게 징징대는 건 그녀의 스타일도 아니었다. 리브는 자존심과 정의감이 시키는 대로 자신을 불의로 짓밟고자하는 세상에 맞서 뚜벅뚜벅 걸어 나아간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캐릭터를 파악하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다. 주인공이자 브로맨스 북클럽의 리더인 맥은 이 모임에서 로맨스 소설을 읽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연애의 고수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연애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연애를 하고는 있지만 연애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 할수록 진정으로 마음을 주고 받을 정착할 수 있는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가벼운 연애는 가능하지만 가까워지는 순간 맥은 늘 마음을 돌려버린다. 그러고 자신은 단 한번도 차인 적은 없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모순인지, 성격 결함인지, 조금은 허당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업가에 잘생긴 외모는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외모이다. 그런 그에게 여자들은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오는 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최고의 레스토랑임을 자랑하는 사보이 레스토랑에서 파티셰로 일하고 있는 리브다. 그녀는 어린 날의 안 즣은 추억과 트라우마로 인해 남자에 믿음이 전혀 없는, 남자와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맥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처제인 리브, 형부의 친구인 맥과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리브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손님과 파티셰란 입장으로 만나게 되면서 구체적 만남을 이어간다. 운명적인 만남은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새로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오해 때문에 레스토랑을 그만 두게 된 리브는 여러가지 일들을 목격하며 복수를 꿈꾸게 되고 맥은 리브와 함께 손을 잡고 작전을 짠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처럼 시작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우연에서 시작해 거듭되는 만남을 통해 마음이 오고가는 스토리는 여느 로맨스 소설과는 다를 바가 없지만 조금은 특별한 설정과 그들의 시작점들이 다른 로맨스 소설들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 준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최고의 레스토랑임을 자랑하는 사보이 레스토랑에서 파티셰로 일하고 있는 리브다. 그녀는 어린 날의 안 즣은 추억과 트라우마로 인해 남자에 믿음이 전혀 없는, 남자와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맥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처제인 리브, 형부의 친구인 맥과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리브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손님과 파티셰란 입장으로 만나게 되면서 구체적 만남을 이어간다. 운명적인 만남은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새로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오해 때문에 레스토랑을 그만 두게 된 리브는 여러가지 일들을 목격하며 복수를 꿈꾸게 되고 맥은 리브와 함께 손을 잡고 작전을 짠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처럼 시작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우연에서 시작해 거듭되는 만남을 통해 마음이 오고가는 스토리는 여느 로맨스 소설과는 다를 바가 없지만 조금은 특별한 설정과 그들의 시작점들이 다른 로맨스 소설들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 준다.



맥과 리브, 둘은 으르렁대며 만나 한시적 기한의 동지가 되고,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은 로맨스 소설 독자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황홀한 변주곡이다. 그리고 이들, 브로맨스 북클럽의 남자들이 리브가 처한 상황에 분개하며 의기투합해 벌이는 좌충우돌 활약상은 이번 편에서도 유쾌하고 어설프다. 그들이 말했듯이 '브로맨스 북클럽'은 단순히 로맨스 소설만 읽는 모임이 아니며, 삶의 방식이자 형제애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브로맨스니까.

저자 : 리사 케이 애덤스

아주 어린 나이에 할머니가 읽던 책을 슬쩍 꺼내 보며 로맨스 소설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오랜 시간 언론계에서 일하며 수상 경력도 쌓았지만, 슬픈 결말을 너무 많이 써야 했기에 ‘언제나 행복한 결말’을 보장해주는 이야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살짝 마음이 아픈 이야기’라고 묘사된 바 있는 그녀의 작품들에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여자와 눈물 보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 그리고 개가 늘 등장한다. 작가는 현재 스포츠기자인 남편과 짓궂고 재미있는 딸, 그리고 꼭 아기처럼 품에서 얼러줘야 잠드는 응석받이 몰티즈랑 함께 미시간에서 거주 중이다. 거의 종일 글을 쓰며, 쓰지 않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차에 딸을 태우고 활동적인 일을 찾아 온 동네를 쏘다닌다.

역자 : 최설희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한국어와 영어의 매력을 전하고자 어학원에서 다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지역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영어그림책의 매력을 전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번역하고 읽을 수 있는 지금의 일상을 사랑한다. 옮긴 책으로는 《브로맨스 북클럽》, 《더 크라이》, 《내 꿈은 세계평화》, 《나는 왜 진짜 친구가 없을까?》,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 《나는 왜 자꾸 미룰까?》, 《엄마 카드로 사고 쳤는데 어쩌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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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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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최악의 경쟁이자 충돌은 '전쟁'이다. 전쟁의 결과 승전국은 모든 것을 얻고 패전국은 모든 것을 잃는다. 국가 단위의 전쟁은 국가와 국민의 존립을 걸고 전쟁을 벌이기 때문에 패전국의 국민들은 죽음이냐 영광이냐의 갈림길에 선다. 힘이 있고 운이 좋아 승전국이 되면 앞으로 생산물이 나올 땅, 노동력을 가진 노예가 확보될 뿐만 아니라 패전국의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다. 전쟁은 인류가 문명을 세우고 국가를 갖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주로 의식주의 해결을 위해서다. 당시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을 것에는 일상의 음식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먹고 마시는 대부분이 포함된다. 고대의 전쟁에서는 전쟁에 지면 죽거나 노예가 된다. 후일을 위한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다. 전승국은 패전국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

먹고 마시는 것 외에 앞으로 먹을 것을 만들어낼 땅도 전승국의 소유가 된다. 패전의 노예(주로 여자나 어린이)들은 향후 생산의 노동력을 댓가 없이 제공해야 한다. 말 그대로 종족의 후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이어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쟁은 모든 것을 건 인간의 마지막 경쟁이다. 독자의 전쟁관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만 최소한 전쟁의 목적에는 포함될 것으로 본다.

 


 

이 책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는 저자 이상미가 대부분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건축물을 통해 본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는 독특한 전쟁사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서양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전쟁을 치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에 있는 28개 건축물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전쟁의 역사를 살펴본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가장 최근의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의 전쟁사를 아우르면서, 관광 명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 대비용 성이나 요새까지 두루 소개하며 건축물에 얽힌 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건축물만큼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대상도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쉽게 찬양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뒷이야기, 특히 인류의 역사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의 역사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에 직접적으로 쓰였든 그렇지 않았든,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엔 어느 한 구석에라도 전쟁의 흔적이 새겨지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세계사를 비롯해 전쟁사와 건축사를 각각 다룬 책은 적지 않지만, 전쟁과 건축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보는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침묵하지만 ‘전쟁의 생존자’나 다름없는 건축은 마치 한 생명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전쟁은 잊히는 반면, 건축물은 부서지고 깨어져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지난한 전쟁의 역사를 증언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힘의 균형이 깨질 때 주로 일어나며 자신들의 힘이 작은데도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는 없다. 국가의 존립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 살아남은 자들의 신분들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힘이 있을 때만 전쟁을 일으킨다. 만일 당장 힘이 없다면 겉으로는 평화를 주장하지만 전쟁에 필요한 국력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강대국이 자리를 바꿔가며 대륙의 주인이 바뀐 유럽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명한 건축물과도 꽤 깊은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건축을 통한 전쟁사를 쓰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은 국가나 힘 있는 세력 사이에 벌어지는 가장 거대하고 극단적인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시대마다 끊임없이 벌어진 전쟁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곤 했으며,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극명히 갈리거나 때로 뒤집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성의 민낯과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이 건축물에 자연스레 투영되었다.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 기념탑과 개선문,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지은 추모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파리’하면 떠오르는 에투알개선문은 나폴레옹이 프랑스가 전쟁에서 승리한 모든 영광을 기리기 위해 또 다른 개선문인 로마의 티투스개선문을 본떠 지었다. 하지만 이 개선문조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가 파리를 점령했을 때 독일군이 그 아래로 행진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에투알개선문의 모델이 된 티투스개선문엔 2,000년에 달하는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이 개선문은 로마인에게는 승전의 기쁨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세계를 떠도는 기나긴 역사가 시작된 아프기 이를 데 없는 건축물이다.

그런가 하면 이 책에서는 전쟁사의 어두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제국주의의 그림자도 읽어낸다. 사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은 나폴레옹의 야욕과 집착의 산물이었으며,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이집트나 그리스 등의 약탈 문화재로 채워져 자국보다 다른 나라의 유물을 더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 전쟁을 단편적으로만 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은 건축물에 숨겨진 역사를 들여다보면, 승전과 패전이라는 결과로 판가름 나는 듯한 전쟁사도 그리 단순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건축물엔 생명이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증축과 개축, 전쟁을 만나 무너지기도 하는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건축물이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축소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길어야 100년 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특히 전쟁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을 지나온 건축물은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누군가의 얼굴 같아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건축물 중에서 유독 긴 여운을 남기는 건축물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전쟁이자 엄청난 사상자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전쟁으로 인해 지어진 지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여럿 부서지거나 피해를 입었다. 베를린의 한복판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와 노이에 바헤가 대표적인데,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인 독일 정부가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과거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부서진 종탑을 보수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노이헤 바헤엔 전쟁터에서 아들과 손자를 모두 잃은 독일의 예술가 케테 콜비츠가 만든 조각 〈피에타〉가 있다. 오늘날 베를린 시민들이 ‘빠진 이’ 또는 ‘깨진 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기념교회의 깨진 지붕,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내리쬐는 한 줄기 빛에 의지해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삼키는 어머니의 동상은 전쟁이 남긴 뼈아픈 상흔 그 자체다.

한편 독일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드레스덴 성모교회는 모두가 복원할 수 없다고 여길 정도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음에도, 시민들이 하나둘 어렵사리 수집한 건물의 잔해를 모아 옛 모습을 기적적으로 되찾은 경우다. 이러한 건축물은 보이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우기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증언자나 다름없다.

 


 

전쟁과 관련된 건축을 다룬 만큼 이 책엔 좀처럼 조명되지 않은 각국의 요새나 성채 등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 많이 수록되었다. 이 중에는 ‘최후의 보루’를 뜻하는 대명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의 마지노선과, 연합군 34만 명을 구한 세기의 구출 작전인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펼쳐진 도버성 같은 영국 각지의 성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건축물에 얽힌 전쟁의 역사다.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을 비롯해 작가 빅토르 위고와 마크 트웨인이 찬미할 정도로 아름답기로 이름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성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건축물이라고 해서 전쟁의 참화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 경우엔 유명하거나 가치가 높을수록 건축물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 이들 덕분에 가까스로 전쟁을 피했거나, 파괴되었어도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에펠탑이 파괴되지 않은 것은 파리를 불바다로 만들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어긴 디트리히 폰 콜티츠 장군의 용기였으며, 예르미타시박물관을 지킨 것은 전쟁 통에 굶어 죽어가면서도 박물관을 사수한 직원들의 노력이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이 건축물들이 겪은 수난의 시간을 알게 되면, 주로 관광 명소로만 알려진 이곳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또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싸움터로만 알려진 콜로세움에서 모의해전을 치렀다든지, 런던의 명물 런던탑이 왜 매년 빨간 양귀비로 장식되는지 등 일반적인 역사책에서는 만나기 힘든, 전쟁과 관련된 건축물의 뒷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전쟁사 역시 우연과 필연이 엮여 만들어진 거대한 드라마와 같다.

 


 

특히 이 책엔 전쟁이라는 극심한 풍파를 이겨낸 건축물이 여럿 등장한다. 성 베네딕토가 설립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몬테카시노수도원은 무려 5번 파괴되고 5번 재건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도 탄흔과 그을린 흔적이 역력한 건축물을 살펴보다 보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벽과 기둥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말이 없지만 이들이 품은 시간의 무게와 울림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인간은 겪을 수 없는 시간이 건축물에 녹아 있어서일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견뎌낸 건축물을 통해 모색해볼 수도 있다며, 전쟁에서 생존한 건축물을 말하는 이 책이 오늘날 우리가 부딪혀야 할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나침반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실제로 과거에 치열한 전쟁터였던 건축물 중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다 같이 행복하게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바뀐 곳이 많다. 살육의 현장이었던 콜로세움은 현재 사형제도의 폐지를 외치는 국제적인 캠페인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으며,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성에서는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매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열린다. 피비린내와 포화가 가시지 않던 전쟁의 장이 평화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우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전쟁의 상징이었던 건축물이 반전(反戰)의 기념비로 우리 곁에 우뚝 서게 된 것은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조용하지만 큰 변화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전쟁과 건축물은 지나온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남겨 교훈으로 삼기를 바라지만 지금 이 시각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티투스개선문은 2,000년 가까이 이어진 로마제국의 영광과 유대인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이다. 예루살렘성전 파괴로 유대인들은 고향을 떠나 세계로 떠도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2,000년 가까이 한다. 티투스개선문으로 전쟁사에 뚜렷이 남은 티투스 황제의 예루살렘성전 파괴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세기 히틀러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도 일어날 리 없지 않았을까?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기에 오늘날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며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있는 중동의 평화를 바랄 뿐이다.

- p.259, 「티투스개선문 - 로마인에게는 기쁨, 유대인에게는 아픔」중에서

 

저자 : 이상미

 

2009년 파리 고등예술연구원IESA 예술경영학과를, 2012년 파리 고등연구실습원EPHE 서양예술사와 고고학 석사과정을 모두 최우수생으로 졸업하고, 2014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예술과 언어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프랑스에서 예술 전반의 기본기를 닦았다.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 뒤 파리의 현대미술 갤러리와 감정사 연구소, 유럽 상위의 미술 경매 회사 등에서 다년간 쌓은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술시장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익혔다. 2016년 이상미술연구소를 설립해 문화재와 예술 작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과 집단의 문화 활동이나 문화유산이 경제적 가치와 특정한 정치적 입장 등에 따라 획일화되는 것을 막는 전문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전시 공간인 이상아트 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국내 작가들에게 다양한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작가, 강연자 등으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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